제17훈 이겼다 졌다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칼싸움 소리와 드문드문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창고의 입구로부터 피하려 하는 적에게 검을 내리쳐 베고, 히지카타는 주위의 소란에 시선을 돌렸다.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사태는 수습되고 있다. 오키타를 비롯한 병사들은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스프링처럼, 그러면서도 통솔된 움직임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시야 끝에 있는, 은색은.


결코 화려한 움직임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확실한 존재감으로 그곳에 있다.

휘말리는 것은 질색이라고 하는 것처럼 이리저리 적을 피하면서, 신파치나 카구라의 배후로 향하는 무기에는, 놓치지 않고 목검을 내찌른다.

물러날 때와 싸워야 할 상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움직임.


그것을 눈에 거두고는…히지카타는 슬쩍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생각해보면, 만났을 때부터.



그렇게 잠깐 동안만 빛나고, 곧바로 사그라든 그 은빛에.

눈을 빼앗겨서는──그런 자신을 두려워하고. 억지로 보지 않도록 했던 것이다.





둘러진 노란 테이프와, 사이렌 소리.

히지카타는 창고 밖, 어수선하게 오가는 병사들로부터 조금 떨어져 서 있었다.

몇 시간만에 나온 하늘 아래. 태양은 이미 서쪽 하늘에 접어들면서, 그 색을 서서히 주황색으로 바꾸고 있었다.


긴 하루였다.


오늘, 해결사의 현관을 나섰을 때에는 아직 중천에도 이르지 않았었던 태양을 생각하고, 히지카타는 후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검은 검집에 넣어두었고, 암상인은 줄에 묶여 이송 차량 안.

진선조가 총력을 기울여, 몇 주나 허비했던 대대적인 범인 체포는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히지카타의 심경은, 활짝 개여있다고는 말하기 어려웠다.



그 원인은 지금, 히지카타의 눈앞에서 코를 후비고 있다.



「…왜, 온 거야.」


낮게 쥐어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묻자, 긴토키는 코를 후비는 것도 그만두고 나른하게 대답했다.


「앙? 꼬맹이들이 말했었잖냐. 사다하루의 등에 타서 냄새 쫓아 온 거라구. 난 스쿠터였지만 말이지. 세명이 타지는 않았으니까 체포한다든가 말하지 말라구 이 횡포 경찰.」

「그런 걸 물어본 게 아냐! 수단이 아니라 이유를 묻는 거다 나는!」


평소대로의 욕지거리에 엉겁결에 소리쳐버리고 나서, 히지카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유, 따위.

그걸 들어서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히지카타라고 진짜 바보인 건 아니다. 사실은 그런 것, 물을 필요도 없이 알고 있다.

지나치게 사람 좋은 이 녀석이, 아는 사이인 사람의 궁지에 급히 달려 갔다. 단지 그것 뿐인 것으로 굳이 이유 따윌 묻는다면, 돌아오는 것은 지극히 심플한 대답.


『──구하고 싶으니까 구한다, 그 밖에 다른 이유 따위 필요 없다 해.』


머리에 떠오른 소녀의 목소리가, 히지카타의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단지 순수한 호의 때문이라고.

그걸 확실히 입으로 내어 말해버리면──곤란한 것은, 나다.



「이유라고?」


긴토키는 침묵하는 히지카타의 표정에는 마치 개의치 않는다는 모습으로, 귀찮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올린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다는 듯, 긴토키는 대답했다.


「그런 거 당연하잖냐. 의뢰인이 멋대로 죽어서 우리에게 보수 지불하는 녀석이 없어져버리면 곤란하다구.」


의욕 없음과 뻔뻔스러움을 더하고 2를 곱한 것 같은, 실로 열받게 하는 표정으로.


「부탁 받은 것 이상의 일을 해줬으니까 개런티 추가하라구 요 녀석아─. 위험 수당과 성공 보수를 포함해서 적어도 세 배 말이지. 그 이하로는 단 한 푼도 안 깎아줄 거니까.」


위로 향한 손바닥으로 쑤욱하고 내밀며, 생색을 내며 쏘아붙이는…그.

호의의 조각도 보이지 않는, 거친 태도, 에.


──아아, 또 다.


히지카타는 눈을 내리깔고, 빠득 어금니를 악물었다.



단기간의 공동 생활에서 배운 것의, 한 가지.

긴토키가 일부러 시비를 걸어 오는 때는, 그 뒤에 알기 어려운 상냥함이 숨어 있다는 것.



걱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이 남자는, 지금도 또.

히지카타의 당혹과…두려움을, 짐작하고. 모든 것을 전의 관계인 채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젠장.)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여기서, 자신이. 웃기지 마 바가지 씌우지 말라고 라며, 언제나처럼 핏대 세우고 싸움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이 남자와의 관계는, 단순한 지긋지긋한 관계로 돌아갈 것이다.

어느샌가 가까워지고 있던 거리를, 기억해버린 감정을, 전부 없었던 일로 하고.

진선조 외에 보는 것 따위 아무것도 없는…지금까지와 같은 일상으로.


아아, 이 얼마나 편리한가.

마음속으로 중얼거린 히지카타는──그 말과는 반대로, 미간에 꾸욱 주름을 잡는다.


나루터에 닿기 시작한 배.

시치미 떼는 얼굴로 타버리면, 자신은 원하는 기슭에 댄다.

…그렇다고 알고 있지만, 어째선지.


히지카타의 마음속 깊이,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떠들기 시작해서. 배를 타려고 하는 발을 막고 있다.


「…어─이, 너 인마, 뭘 입 다물고 있는 겁니까 요 녀석아─. 설마 개런티 추가 안 해라든가 말하는 건 아니겠지? 웃기지 말라구 짜식아! 내가 뭣 때문에 일부러 이런 곳까지 와줬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쪽은 자선 사업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조용해진 히지카타에 뭔가를 감지한 것이다. 한 순간의 후에, 더욱 더 열받게 하는 태도로 말이 더 격해지는 긴토키에, 히지카타의 미간의 주름은 더욱 깊어졌다.


이 녀석은 이런 남자인 것이다.


손을 내밀고는, 딱히 널 위해서가 아니라고 딱 잡아떼고.

일이 끝나면 상대에게 빚을 느끼게 하지 않으려고, 제멋대로인 척을 하면서 떠난다.

여기저기서 사람을 돕고는, 누구에게도 깊이 관여하지 않고 깊이 관여시키려하지 않고.

도움을 받은 사람의 마음에, 따뜻한 인상만을 남기고.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 돼라고 하는 것인가.



(농담하지 말라고.)


울렁거리는, 뇌속을 어지럽히는 감각과 함께. 반사적으로 흘러넘친 것은 명확하기까지한 거절의 의사로.

히지카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임무 중 쓸데없이 너의 얼굴이 떠오른 것도.

작전을 무시하고 차이나를 구하러 가버렸던 것도.

…결국, 너에게 도움을 받아버린 것도.


전부, 전부. 자신에게 있어서는 안 됐던 것. 공포마저 느끼는 사실.

긴토키의 배려에 응석 부려, 없던 일로 만들어버리는 편이 좋은 것은 알고 있지만.


(……응석 부린다, 라고?)


내가, 이 녀석에게.


──그렇게, 생각한 것만으로.



뱃속에서부터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 눈도 아찔해질 정도의 충동에, 깨닫고 보니 히지카타는 입을 열고 있었다.



「…웃기지 마. 누가 추가 보수 따위 지불하겠냐.」


그렇게 말하면, 긴토키의 눈동자의 안쪽이 한 순간 느슨해진다.

그렇다, 그걸로 좋아──라고. 히지카타의 심정을 배려해, 살짝 미소지은 그 눈동자를 노려보며. 히지카타는 말을 이었다.


「일이었다라니 인정해줄 수 없어.」


네놈이, 여기에 왔다는 것이.

보수만을 추구한 행동이다 같은 거라고, 인정할까보냐.


눈을 응시하며, 단호히 그렇게 단언하면.

한 순간 딱 굳어버린 긴토키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 경악이 퍼지고. 좀처럼 볼 수 없는 그 표정에, 히지카타는 아주 조금만 기분을 풀었다.



구해진 것도 모자라, 걱정 되어 지고.

그저 일방적으로 구해져서, 그것에 응석부리고 있을 뿐, 이라니.


다른 누구와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녀석과는 그런 관계로 있고 싶지 않으니까.



「…하나, 빚이다.」


신음하는 듯한 목소리로 히지카타는 말한다.

긴토키에게. 진선조 이외의 것에. 단지 개인적으로, 구해진 거라고──소리 내어 인정하는 것은, 아직도 등을 떨게 할 정도의 공포를 수반하지만.



이 녀석이 지금까지 돕고서는 떠나갔던, 불특정 다수의 일원 같은 것이 될 것 같냐.

이 녀석에게 멀리서 감사와 동경의 시선을 보내는, 수 많은 사람 중의 한명 따위 될까보냐.



「언젠가 반드시 갚아줄테니까. 각오해둬라!」



마치 복수를 다짐하듯이.

동공의 벌어진 눈으로 찌릿 날카롭게 째려보며 선고한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말을 잃었다.




(뭐라는 거야, 이 녀석은…)


평소에는 도리어 걱정될 정도로 읽기 쉬운 성격을 하고 있는 주제에.

중요한 때에만, 이렇게도 예상을 뛰어넘어 오는 건가.


(──괜찮은 거냐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 멍하니 눈앞의 남자를 바라본다.


이쪽은, 안성맞춤으로 「해결사」라는 편리한 직업.

의뢰라는 명분만 내걸어버리면, 거기에 개재했던 감정은 모두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는데.



히지카타의 공포를, 알고 있다.

그래서 계속, 일선 당겼던 관계를 지켜오고 있었다.

다가갈 때에는 변명을 준비하고. 내민 호의는 악의의 오블라토로 감추고. 생겨난 감정에는 못 본 척 하고.


히지카타도 그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쓸데없는 참견인 회양목 빗은. 눈치채지 못 한 척하고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히지카타도 그것을 바라고 있는 거라고.

비록 서투른 구실이라도, 줄어들어 가는 거리를 부정하는 것을. 각자가 품고 있는 마음을 속이는 것을. 암묵의 양해로서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속이는 것도 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겠다고 하는 것인가.


부탁 받지도 않고 멋대로 밀어붙였던, 성가실 터인 호의를.


(괜찮은, 거냐고……!)


재차 물음을 시선에 실어 응시하면. 히지카타는 잠자코, 그저 똑바로 이쪽을 뒤돌아보았다.

피하지 않는 그 눈동자는, 도망치는 것을 그만두었다기 보다는…반대로 이쪽에, 도망치지 마라, 라고 압박하는 것 같기도 해서.


긴토키는 뒷머리를 헝클였다.



──이 남자에게는, 간파되고 있는 것일까.


정말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내 쪽이라는 것을.



지킬 수 없는 것을 두려워 해서. 또 이 무력한 손이, 소중한 것을 놓쳐버리고 마는 것이 무서워서. 안고 있는 것은 두 번 다시 쥐고 있지 않으면, 그렇게 결정하고 있었을 텐데.

눈앞에서 멀어지려 하고 있는 것을, 떨어지려 하고 있는 생명을.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의 성품.

눈치채보면 또, 쓸데없이 손을 내밀고. 그 때마다 깊이 관여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멀어져 갔다.


「해결사」라는 직함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한 방패역.

히지카타를 신경쓰는 척하고, 사실은 단지 자신을 보호하고 있었다. 터무니 없는 비겁자다.



옛날부터, 어째선지 과대평가되는 점이 있는 자신이지만──겁쟁이이고 무력하고 비겁한, 자신의 약함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다.



계속 둘러치고 있던, 얇지만 튼튼한 벽.

그것을 넘어 오겠다는 것인가.

마치 벽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망설임 없이 비집고 들어 온, 신파치나 카구라처럼.


하필이면, 네가.


(졌다……젠자앙─)


긴토키는 시선을 숙인 채, 또 긁적긁적 머리를 긁었다.

하아, 하고. 한숨의 행세를 하고 심호흡을 한 번.



나보다도 좀 더, 눈에 띄게 단단한 벽을 둘러치고 있었을 터인 너에게.

남에게 다가가는 일을, 무엇보다도, 누구보다도 두려워하고 있었을 터인 너에게……이렇게도 정면으로 맞서게 되어버리면.



나만 달아날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러냐. 그럼, 이것도 빚에 더해 둬.」


평소대로의 나른한 목소리를 가장해,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물건을 히지카타에게 떠넘긴다.

의아한 듯한 얼굴을 하면서도 받은 히지카타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챈 순간, 눈을 크게 뜬다.


「난 빗 같은 거 안 쓰고?」


책임지고 네놈이 떠맡으라고.

그렇게 말하면, 히지카타는 손 안의 회양목 빗에서 팅겨지듯 얼굴을 들어올린다. 


──쓰지 않는다, 라니. 네가, 그것을, 말하는 거냐, 고.


경악에 물든 표정은 그렇게 말하고 있고.

그래, 얼버무리지 않는다는 건 이런 일이라구, 이제와서 실감한 거냐 꼴 좋다 이 망할 자식. 긴토키는 앙갚음에 성공한 듯한 기분에 흐흥 하고 코를 울렸다.

…상당히, 양날의 검인 앙갚음이긴 하지만.


「말해두지만 나는 징수 엄격하니까. 가차없이 갈 거니까. 추가 보수 안 내면 돈 이외의 것으로 확실히 받아낼 거니까, 각오해두라고 요 녀석아─」


아직 주저하려 하는 마음을 꺾어 누르듯, 긴토키는 단숨에 단언했다.

시선을 미묘하게 피하고, 벅벅 머리를 긁으면서.


…그러자.


넋을 잃은 듯 굳어 있던 히지카타가, 몇 초의 침묵 뒤, 화악하고 급격하게 얼굴을 붉힌 것에 긴토키는 놀랐다.

귀 근처까지 붉게 물들이고, 믿기지 않는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바라보면, 핫 하고 당황한 것처럼 시선을 돌리고…점점, 그 뺨에 붉은 빛이 비쳤다.


그, 분명하게 이상한 히지카타의 모습에.

스스로의 대사를 되돌아본 긴토키는…문득, 깨닫는다.



…돈 이외의 것으로 받아낼 거니까, 각오해둬, …라고.



그것은.



(그…그런 의미가 아냐 바보 자식아아아아!!)



것보다 그런 의미라니 무슨 의미냐 멍청아! 자신의 마음의 절규가 무덤을 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긴토키는 마음속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얼굴가 머리가 급속히 뜨거워진다. 아마 자신의 얼굴은 지금, 히지카타 못지않게 붉게 물들어 있음이 틀림없다.

다 큰 남자가 둘이 마주 보고 붉어진 얼굴 하는 건 어떻게 된 거냐, 하고 생각하면서, 그것도 이 몇 주 간으로는 특별히 드문 것은 아니었다고, 그 사실에 또 당황.


「……야」

「야?」


잠시 말도 내지 못 한 채 둘이 나란히 굳어 있자, 이윽고 히지카타가, 작게 입을 열었다.

쉰 목소리로 나온 한 소리를 앵무새처럼 되묻고, 이어지는 말을 기다리자.


「야마자키이이이!!」


뱃속에서부터 발성된 인명에 긴토키는 몸을 젖힌다. 네에 하고 멀리서 들린 위세 좋은 대답과 함께, 검은 옷의 남자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히지카타는 팟 하고 기세 좋게 긴토키에게서 등을 돌리고, 달려온 남자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알아들은 듯 담배와 라이터를 내민 야마자키에게서 그것들을 빼앗아 불을 붙인다.


「보고!」


연기와 함게 고함치는 듯한 목소리를 낸 히지카타에, 야마자키는 한 번 경례를 하고 나서 대답했다.


「암상인의 호송 차량은 방금 전 출발했습니다. 운전은 하라다 대장으로 오키타 대장도 타고 있으므로, 일단 걱정 없지 않나 하고.」

「……기다려. 소고가 타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봐도 불안 요소인데.」

「아뇨, 오키타 씨 정도로 노골적으로 위험한 아우라를 발하고 있는 사람 쪽이, 저 암상인도 우습게 보지 않겠지 하는 것으로.」

「아─…뭐, 그럴지도. 그래서? 우리쪽 피해는 어떠냐.」

「네,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부상자가…」


급속히 일 모드로 돌아가는 히지카타를 바라보며, 긴토키는 살짝 뺨을 긁었다.

긴토키의 존재를 셧다운 하듯 향해진 등에서는, 일상으로 돌아가서 패닉을 벗어나려는 필사적임이 강하게 풍겨오고.


요점은…그거다. 조금 전에는, 그 자리의 분위기라는 녀석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판단하고, 긴토키는 쓴웃음을 지었다.


한 때의 텐션에 몸을 맡겨버리고 나서, 제정신을 차리고 당황하고 있다, 라는 것인가.

뭐, 이쪽도 같은 것이니까,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긴토키는 긁적긁적 머리를 긁으며 발길을 돌렸다.


아무래도, 서로. 머리를 식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해결사의 의뢰료도 네가 처리해둬라.」

「알겠습니다. 아, 추가 보수를 요구된 경우에는 어떻게 합니까?」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을 때에 자신의 이름이 들려와, 무심코 발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그러자 눈에 들어온 히지카타의 옆모습은, 야마자키의 질문에, 몹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고.


「……기각이다. 일절 내지 마. 이야기는 해뒀어.」


희미하게 눈가를 붉히면서, 벌레를 씹은 듯한 목소리로 말한……언밸런스한 히지카타의 대답에.


「…네엣.」


야마자키는 힐끔 히쪽을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운다.


그 미소에, 긴토키가 괜히 짜증이 난 것과 동시.

마치 호응한 것처럼, 히지카타의 주먹이 야마자키를 후려치고 있었다.






「우우…배고프다 해…배고프다 해에~」


정오의 해결사.

사다하루의 등에 엎드려 기댄 카구라가 투덜거리는 것은, 십대 초반의 소녀가 입에 담기엔 너무나 서글픈 대사.


「진선조에게 받은 보수,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져 버렸네요….」


소파에 앉아 있는 신파치는, 먼 눈을 하고 중얼거렸다.


「젠장, 그 할망구 송두리째 가져가다니. 마치 하이에나라고.」

「당신 도대체 몇 달 치 집세 쌓아두고 있었던 겁니까! 아아 정말, 이럴 줄 알았으면 역시 납입으로 해서 받았으면…!」


신파치는 신음하고 머리를 싸맨다.

해결사의 보수는, 대부분의 경우 그 자리에서 현금 지불이다. 그것은 애초에 일의 내용이, 누수 수리나 잃어버린 고양이 찾기나, 너무 큰 액수가 되지 않는 것 뿐인 것으로 보아 자연스런 흐름으로.

이번 진선조의 보수는 결코 소액이 아니었지만, 평소대로의 감각으로 현금으로 받았다.

계좌 이체라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두툼한 돈뭉치를 뵙고 싶다는 지극히 서민적인 발상도 한몫해서, 갈색 봉투 속에 현금을 넣어 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원수가 됐다.

보수를 지참한 야마자키가 돌아간 직후. 대체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던 건지, 현관에서 오토세가 들어와서는.

필사의 저항에도 허무하게, 눈치채 보니 갈색 봉투 속의 내용물은 1/3 이하로 줄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

운 나쁘게 하나의 의뢰도 들어 오지 않은 해결사는, 쌀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궁핍해져 있다.


신파치는 관자놀이를 경련시키고 일어서서, 책상 앞의 의자에 대충 앉아 있는 긴토키에게 다가섰다.


「어떡할 겁니까 긴 씨! 이대로는 우리들 전원 아사라구요!? 당신의 평소 행실 때문에!」

「뭐냐고 어이, 내 탓입니까 요 녀석아─. 것보다 뭐야 이거 데자뷰? 왠지 전에도 이런 거 말한 적이 있는데요.」


긴토키는 따지고 덤벼들어도 기가 죽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귀찮다는 듯이 미간을 좁히고는 신파치를 올려다 보았다.


「애초에, 너는 집에 돌아가면 밥이 있잖냐.」

「그건 저에게 죽으라고 하는 겁니까.」


긴토키의 말에, 신파치는 빠직 뺨을 경련시킨다.

진선조의 대대적인 범인 체포가 종결된 날. 몇 주만에 집에 돌아간 신파치는, 웃는 얼굴의 누나에게 「신쨩과 밥 먹는 건 오랜만이네, 오래간만에 내가 솜씨를 발휘할게.」라고 선고된 것이다.

신파치도 자타가 공인하는 시스콘이니까, 누나와 함께 하는 식탁이 기쁘지 않을 리는 없다. 그러나 가능하면, 누나 이외의 사람이 만든 요리로 둘러싸이고 싶다는 게 본심이다. 누나의 요리에는 최근 더욱 더 연마되어지고 있어, 그 다크 매터를 입에 담고 과연 살아 있을 수 있을지 없을지, 그것조차도 걱정스럽다.


누나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고, 그러면서 자신의 몸을 지키는 방법…그것을 아직 찾지 못 한 신파치는, 일이 바쁘다고 칭하고 게속 해결사에 숙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아, 하고 한숨을 토하면, 동시에 배가 꼬르륵 울리고. 그 소리에 자극 받은 것인지, 다른 두 사람의 배도 같은 소리를 낸다.

한심한 3중주에 신파치는 추욱 고개를 떨구었다.


「…토시 누님의 손수 만든 요리가 먹고 싶다 해.」


뚜욱, 하고.

카구라가 중얼거린 대사에, 해결사의 공기가 딱 멈춘다.

몇 초의 침묵 뒤, 신파치와 카구라가 나란히 시선을 던지면……긴토키는 그 시선에서 도망치듯이, 엉뚱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히지카타와는 그 후로 만나지 않았다.


사건의 종결에서 일주일 정도.

사후 처리로 바쁜 것인가…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히지카타는 여기에 얼굴을 내밀기는 커녕, 아무래도 시중 시찰에도 나오지 않는 듯.


해결사에 줄곧 두어졌던 그의 짐은, 과자 상자와 보수를 손에 들고 온 야마자키가 가져갔다. 본인에게 찾으러 가라고 했더니 맞아버린 것으로, 죄송합니다. 하고 눈썹을 내리고.

긴토키가 경단 가게에 발길을 돌리면, 가게의 평상에는 오키타가 누워 있었다. 이번에는 우리 바보가 신세를 졌네요, 영감, 이 형씨에게 경단 한 접시, 히지카타 씨의 외상으로. 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로.

단골 선술집에 불쑥 들르면, 어디서 들었는지 곤도가 커튼을 뚫고 들어왔다. 긴토키, 나는 기쁘다구. 토시를 잘 부탁해. 라며 영문 모를 소리를 지껄이고.


그런데도, 히지카타 본인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고, 긴토키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는, 스스로 벽을 넘어 오는 것 같은 흉내를 낸 히지카타지만. 그건 분명, 십중팔구, 한때의 마음의 방황이란 것으로.

그 녀석에게는, 없었던 것으로 하고 싶은 사건이겠지.

히지카타의 입에서 그렇게 말해온 것은 아니지만…아무것도 말하러 오지 않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도 명확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분명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나서는 악담을 내뱉는 관계로 돌아가겠지.


히지카타가 없어져도 며칠은 해결사에 감돌고 있던 담배의 잔향이, 점점 희미해져 사라져 갔던 것처럼.



「긴쨩이 빨리 토시 누님을 자기 것으로 해두지 않으니까 그렇다 해.」

「무슨 소리야 너, 뭔 소리야?」


부루퉁해진 것같은 카구라의 목소리에, 긴토키는 코를 후비며 의욕 없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며칠이나 한 지붕 밑에서 생활했으니까, 기정 사실 하나 정도는 만들어 둬라 해 이 겁쟁이가.」

「잠, 진짜 뭔 소리야 너어어어!?」


푸욱, 하고 엉겁결에 깊숙이 검지를 집어넣어버린 긴토키는, 코를 누르면서 일어섰다.

태클 역일 터인 신파치마저도 카구라의 아슬아슬한 발언에 「확실히」 라며 고개를 끄덕여서, 긴토키는 뺨을 경련시켰다.


「어이어이어─이, 정말이지, 적당히 해라 너희들! 알겠냐? 토시에 씨라는 여자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언제까지고 그 불량 경찰에게 이상한 환상 가지고 있지 말라구. 슬슬 현실과 마주해라 바보 녀석들아─」

「현실에서 눈 돌리고 있는 건 당신이잖아.」


단호히, 설교조로 쏘아붙이면, 역으로 단호하게 되돌아온 대사에 긴토키는 무심코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토시에 씨라는 여자는 없어요. 하지만, 히지카타 씨라는 남자는 분명하게 있잖아요.」


소파에 앉은 신파치의 눈동자는, 똑바로 긴토키의 눈을 꿰뚫고 있다.


「그 사람이 여기서 살며, 밥을 만들어 주거나 함께 싸우거나 했던 사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그런 거다 해. 빨리 인정하는 게 어떻냐 해.」

「…………」


두 애들에게 다그쳐져, 긴토키는 태연하게 반박도 하지 못 하고 침묵했다.

그런 긴토키를 보고, 신파치의 표정이 갑자기 누그러진다.


「이제 와서 전부 없었던 일로 하자 해도 무리예요, 긴 씨. 인생은 게임이 아니니까, 리셋 버튼 따윈 효과 없으니까요.」

「구려! 신파치 너 무슨 좋은 말 하려고 있는 거야? 말해두겠지만 그 비유 전혀 안 좋으니까 말이지. 오히려 짜증날 뿐이니까.」

「뭐라고오오오!? 너도 언제나 뭔가 이런 느낌인 걸 말하고 있잖냐!」

「안 했습니다─. 내 비유는 좀 더 정확하고 일품입니다─.」


의욕 없는 어조로 적당히 대꾸하고, 긴토키는 다시 의자에 몸을 맡겼다.

아직 뭔가 말하고 싶은 신파치의 시선을 느꼈지만, 시선을 피하고 그것을 묵살한다.



…별로, 전부 없었던 일로 하자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려고 생각해도 할 수 없는 것도, 말할 필요도 없이 알고 있다.


담배의 잔향이 사라져도, 아직 침실에 남아 있는 재떨이처럼. 이번 사건은 긴토키와 그 주변에, 확실한 변화를 가져왔었고.



그 남자를, 밉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 생각되고 있다.

그것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다르니까. 그런 게 아니니까.)


긴토키는 마음속으로 누구에게 하는 지도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기정 사실이 어쩌고 저쩌고, 그런 문제가 아니다.

다만, 서로 서로의 위치가 아주 조금 바뀌었다. 그 뿐인 이야기다.



단지 그 뿐인 일이──자신들에게는 이제, 감당하기 힘들 만큼 크고, 무겁다.



예를 들어, 앞으로, 만약.

뭔가의 위기에 처한 그 녀석이…「의뢰다」 라고 가슴을 펴는 게 아니라. 「부탁한다」 라는 한 마디로, 이쪽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면.

남이 보면 사소한 차이라도, 그것이 그 남자에게 있어서 얼마나 많은 각오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 나는 알고 있다.



──그걸로, 충분하다.



끼익 하고 등받이에 기대고,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으면.


신파치와 카구라는 얼굴을 마주보고, 하아아아, 하고. 매우 깊은 한숨을 토했다.

어이 기다려 너네들 무슨 의미냐 요 녀석아─. 그렇게 따지고 싶었지만, 물으면 긁어 부스럼이 될 게 뻔하다. 긴토키는 본의 아니게, 입을 다물고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정말─, 짜증내니까 더 배고파졌다 해.」

「그렇네.」

「멍.」


칫 하는 멸시도 드러나는 혀를 참과 함께 카구라가 말하면, 신파치뿐만 아니라 사다하루까지도 동의를 나타내듯 한 마디 짖는다.

뒷통수에 따끔하게 꽂히는 시선을 고집스럽게 무시하고 있자, 다시 한숨과 함께, 부스럭. 배후에서 카구라가 일어서는 기색이 난다.


「이젠 못 참는다 해! 아래에 가서 뒤주 털어 온다 해!」

「에? 잠깐, 카구라쨩!」

「…라니 어이이이! 할멈한테 야단맞는 건 나라고!」


신파치의 초조에 가득 찬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긴토키는, 황급히 뒤돌아보고 일어섰다.

…하지만, 그 때에는 이미, 카구라는 현관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고. 신파치와 함께 서둘러 그 뒤를 쫓는다. 가끔 공짜 밥을 먹으러 갈 뿐이라도 가차 없이 집세에 추가되는데, 뒤주를 통째로 털어 간 날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현관을 나서려 할 때 어떻게든 카구라의 팔을 잡는다. 그대로 질질 끌고 계단을 내려가는 걸 긴토키는 각오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카구라는 그 자리에서 딱 멈추었다.

뭐야, 라고 맥 빠진 것도 잠시.


「토시 누님이다 해!」

「헤?」


싱글벙글한 카구라의 목소리에, 긴토키는 얼빠진 소리를 흘렸다. 에, 하고 옆에서 들린 신파치의 목소리는, 놀라움과 그것을 웃도는 기대로 가득하다.

보면, 카구라의 시선은 아래층의 거리에 향하고 있고.


(──순찰, 인가.)


과연 시중 시찰을 땡땡이 치는 것도 하지 못 하게 된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거리를 내려다 보면, 뜻하지 않게 눈이 맞아 버려 긴토키는 굳어졌다.


히지카타가 잠시 멈춰 서있던 것은, 해결사의 정면. 거리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의 길 위.

순찰 중이 아닌 것을 나타내듯, 복장은 제복이 아니라 검은 키나가시로.

발밑에는 담배 꽁초의 바다.

이쪽을 올려다보는 그 얼굴도 또한, 시선이 마주쳐버린 것에 당혹을 띄우고 굳어 있다.


「토시에 ㅆ…가 아니라 히지카타 씨! 어쩐 일입니까?」

「……사후 처리가 일단락되어서 말이야. 야마자키가, 재차 답례하러 가라고 시끄러워서…왠지는 모르겠지만 곤도 씨도 가라고 했고.」


신파치의 외침에, 히지카타는 번쩍 정신을 차린 듯한 행동 뒤, 씁쓸한 듯한 표정을 수습하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불편한 듯 몸을 뒤척이는 히지카타의 한 손에는, 바스락하고 소리를 내는 비닐봉투가 들려 있고.

아아, 오에도점의 봉투다 하고.

깨달은 신파치와 카구라는 눈을 빛내고. 긴토키는 등으로 땀을 흘렸다.


시선을 엉뚱한 곳에 돌리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비벼 끄고.

실컷 망설이고 말을 머뭇거리다, 히지카타는 이쪽을 올려다보고 입을 연다.


「그…러니까, 그……올라가도, 될까.」


그렇게 말하며, 오에도점의 봉투를 들어올려 보이는 히지카타에.


물론이다 해! 히지카타 씨라면 언제든지 대환영이에요! 즉답하는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를 들으면서.

긴토키는 말을 잃고, 그저 히지카타를 내려다봤다.


(──와버렸다고. 이 녀석.)


원래의 관계를 원한다면, 히지카타는 여기에 와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 등을 걷어차이더라도. 개인적으로 해결사를 방문하는 것만큼은, 무조건 피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 정도는, 히지카타도 알고 있을 터.

…그런데도.


일부러 사복으로, 선물까지 들고 와서. 혼자 여기를 찾았다는 것은.



아아, 이게 뭐람.

내가 또, 고생해서 자신을 속이고 있었는데……이 남자는 꽤, 내 고생을 짓밟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팟쨔앙, 역시 네 비유는 글러먹었어.)


그러니까 너는 글러먹은 안경인 거야, 하고 분풀이처럼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 긴토키는 난폭하게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리셋 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다.

뒤로 물러서는 것도 멈춰 서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인생은, 강제 스크롤이다.


「…크헉!」


말을 잃은 채 멍하니 히지카타를 바라보고 있으니, 좌우에서 양 옆구리로 팔꿈치가 박혀 긴토키는 신음했다.

가차없는 힘이 들어간 그것에 비난의 눈길을 돌리면, 그 이상으로 무서운 눈초리로 노려본다. 뭐 하고 있는 거냐 해 빨리 응해라 해 대답은 예스 이외엔 인정 안 해요, 그렇게 써 있는 아이들의 얼굴에, 긴토키의 이마에 땀이 흘러내렸다.


힐끔 내려다보면, 히지카타는 담배 꽁초의 바다에서 아직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가만히 긴토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아─…뭐, 올라오든지?」


벅벅 목 뒤를 긁적이며 겨우 그렇게 말하면, 히지카타는 움찔 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이쪽을 보았다.

그, 비난하는 것 같은 색을 띤 눈동자에──아, 되돌려 보내기를 원했던 거냐, 라고.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늦어서.

히지카타는 분한 얼굴로 눈살을 찌푸리고, 단념한 듯 한 발자국, 이쪽으로 내딛었고.


긴토키는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아이의 우직함을 어른의 교활함으로 감추고 있는 이 남자가.

자신과 대치할 때만은, 베일을 벗어 던지고 아이로 돌아가는 걸 알고 있다.

지지 않겠다, 도망치지 않겠다 하고, 초등학생 같은 고집을 부리고.

두려워하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으려 눈을 감고, 기세에 맡겨 발걸음을 내딛고는, 스스로를 불리한 방향으로 몰아넣어 간다. 바보 같은 남자다.



너에게 그렇게 향하여 오게 될 때마다. 나 또한, 도망갈 곳을 잃고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너는 알고 있는 걸까.



탕탕 하고 계단을 흔드는 발소리가 났다.

그것은, 옷자락이 벌어지지 않도록 청초하게 걷고 있던 「토시에 씨」의 모습이 아니라.

내려다보면, 품위 없는 남자가 검은 키나가시의 옷자락을 박차고, 난폭한 발걸음으로 올라온다.

짧은 흑발. 허리에 차 있는 검. 붉은 기가 걸려있지 않은 입술에는 담배가 물려 있고, 가느다란 담배 연기를 길게 뻗고 있다.



비록 모습이 원래대로 돌아가도.


움직여버린 관계는, 이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

한 번 방아쇠를 당기면, 탄창에는 돌아오지 않는 탄환처럼.


발사된 총탄은 스스로도 깨닫지 못 하는 사이에, 가장 강고한 벽에 구멍을 뚫고 있었다.



──자아, 슬슬 계단을 다 올라온 그 녀석을, 나는 뭐라고 말하며 맞아 줄까.

긴토키는 계단을 돌아보고, 가벼운 심호흡을 한 번.



꼴사납게 당황한 모습같은 건, 그 녀석에게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적어도 표면상일 뿐이라도, 배에 힘 준 척 해주지.





겁쟁이 동지. 고집과 허세를 걸고, 한 걸음씩 거리를 좁혀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기 싫어하는 것의 도착지는, 분명.


멈춰서있어서는 볼 수 없었던, 선명한 색의 하늘이다.






--------完


오랫동안의 교제, 감사합니다.

「계기는 토시에 씨」는 이것으로 완결이 됩니다.


대강 이런 느낌으로 끝나는 것은, 거의 처음부터 결정하고 있었으므로…여기서 끝나는 거냐! 라는 불만은 죄송합니다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양해 바랍니다.


길어 보이는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 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이 후에도 번외편을 꾸준히 쓰거나 할지도 모르므로, 그 때에는 또 봐주시면 행복하겠습니다.



2009.6.29






계기는 토시에 씨


제16훈 그것은 지극히 초보적인 것으로,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인 것



쿵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히지카타를 덮쳤던 몇 명이 바닥에 쓰러진다.

팔을 붙잡히고 끌어당겨져 일으켜 세워져서, 히지카타는 조금 비틀거리면서도 일어섰다.

잠깐의 침묵 후에 와악 하고 술렁거리기 시작한 실내의 소란이…마치 남의 일처럼 멀리 들린다.


뒤쪽의 손에 묶인 밧줄을 풀어주려고 하고 있는 것인지, 배후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그, 손을.

온도를, 냄새를, 공기를──알고 있다.


아아, 어느새, 이렇게 가까워져버린 걸까.



고작 몇 주 간, 함께 지냈을 뿐인데.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정도로, 그 기색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을 깨닫고…히지카타는 이를 악물었다.



(…어째서, 왔어.)


비난하는 듯한 대사가 마음에 떠오르고 얼굴을 찡그린다.

위기에서 구해져 놓고, 감사도 하지 않고 따지는 건. 터무니 없는 이기심이다.


애초에, 이 녀석에게 구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자신의 약함으로 인한, 이기심인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알고 있어, 하지만, 그래도.


「어째서…」


뚝, 밧줄이 끊어져 양손이 자유롭게 된 것을 느낌과 동시에, 히지카타는 돌아섰다.


어째서, 왔어.

너는 와서는 안 됐는데.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대들다…눈에 비친 것에, 무심코 입을 다문다.


최초로 눈에 들어온 것은, 몇 번이고 뇌리를 스쳐 지나갔던 그 은빛.

다른 누구도 아닌, 양장 위에 흰색의 키나가시를 겹친──평소의, 해결사의 모습.

하지만 그 눈동자는, 평소의 나른함이 한 조각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지한 색을 띄우고 있고.


그리고 확실하게, 분노로 불타고 있었다.


순간, 삼켜버려 말을 잃은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붙잡을 것 같은 기세로, 고함 쳤다.



「네 녀석, 뭐야 그 꼴으으으으은!!」



「………하?」


예상 밖의 대사에, 히지카타는 눈을 모으고 멍청한 소리를 흘렸다.


기세에 압도되어, 일단 자신의 복장을 내려다본다.

…뭐, 듣고 보면 자신은 긴 주반(기모노 안에 입는 속옷)에 다테지메를 두르고 있을 뿐이라는 초라한 모습이었고, 버선은 어느샌가 한쪽이 벗겨져 있으며, 조금 전 날뛰고 저항하는 바람에 그건 이제 성대하게 흐트러져 풀어헤쳐져선 벗겨지고 있다…는, 거지만.


확실히 조금 보기 흉할지도 모르지만, 완전 알몸이라는 것은 아니다.


「…딱히, 큰 문제는 없잖아.」

「엄청 있잖냐아아아!! 주반이라고 하면 너, 속옷이라고 속옷!」

「시끄러! 네놈도 팬티 한장으로 우왕자왕하고 있었던 일 정도는 있잖냐!」

「그거랑 이거랑은 얘기가 다르잖아 바보 자식아─!」

「뭐가 다르냐! 똑같잖아!」

「똑같을 리 있겠냐아아아!!」


짜증내며 눈썹을 치켜올린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더욱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이며 머리를 휘젓는다.

그리고.


「아아아진짜! 됐으니까 넌 이거 입어둬!」

「뭣…」


갑자기 흰색의 키나가시를 벗은 긴토키에게 그것을 입혀져, 히지카타는 화악하고 머리에 피를 올렸다.


──여자 취급할 생각인가.

농담이 아니라고 히지카타의 눈초리가 올라간다.


너는, 너만은, 나를 여자로 취급하는 것 따위 하지 않는 게 아니었던 건가.

이 모습을 하고 있는 동안 계속. 다른 누구에게 여자 취급 받아도, 너만은, 나를 남자로 봐주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웃기지 마. 그렇게 소리치려 했던 히지카타의 목소리는 그러나, 힘껏 팔을 당긴 긴토키에게 막혔다.


그대로, 숨이 멎을 정도로, 강하게. 가슴 안으로 껴안아진다.


(──뭐…!?)


순간적으로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히지카타는 굳어졌다.


마치 존재를 확인하듯이, 꽈악 몸에 두른 팔.

어떻게 이 장소를 알아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전력으로 달려온 것이다라는 것만은 알 수 있는, 땀 흘린 피부에 높은 체온.

느껴지는 고동과, 이 남자의 냄새, 에.


「──~~~읏!」


확 하고, 자신의 체온이 오르는 것을 느끼고, 히지카타는 당황해 떨어지려고 몸을 비튼다.

하지만.

무슨 생각이냐 놔라 하고 히지카타가 말하기 전에, 긴토키가, 머리 위에서 중얼거린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그, 쥐어짜내는 듯한 목소리와.

한층 강한 힘으로…코 끝이 긴토키의 목덜미에 묻힐 정도로, 세게 끌어 당겨 안겨져.



──거기서 겨우, 긴토키의 의도를 깨닫고. 히지카타는 딱 하고 날뛰는 것을 멈추었다.




「─읏 긴토키 씨…!」


등에 팔을 두르며 매달려 오는 히지카타에, 아아, 연기는 속행이라는 것으로 좋다는 것이겠지, 라고 긴토키는 판단했다.

…라고, 하는 건. 히지카타의 정체는 아직 적에게는 들키지 않았다는 것인가.


긴토키는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에서는 당황하여 허둥대는 똘마니들이, 두목 같은 녹색 피부의 천인에게 질타당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압수되었다는 정보는, 이미 이 녀석들에게도 닿았음이 틀림없다. 그래도 아직 히지카타의 정체가 들키지 않았다는 건, 어떤 상황인 걸까.


상대는 막부 상층부와의 연결을 지닌 거물 조직. 행동의 선택을 잘못하면, 진선조가 붕괴될 위기를 당한다.

본래라면 히지카타에게 확실하게 상황 설명과 향후 방침을 요구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적에게 둘러싸여 있어서는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히지카타의 태도에서 무언의 지시를 짐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은, 좀 더 사태를 파악하고 나서 난입할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긴토키는 눈살을 찌푸린다.

이 창고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에는 사태가 핍박해지고 있어. 상황을 관찰할 겨를도 없이 돌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돌입, 「할 수밖에 없었다」인가.

그게 아니면, 바닥에 짓눌리고 있는 히지카타를 보고,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돌입 「해버렸다」라는 것인가는, 실은 의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아니,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렇게 껴안고 있는 건 충동이니 뭐니 하는 게 아니니까. 이건 그거다, 히지카타에게 연기 속행의 여부를 확인한다든가 그 밖에도 여러가지, 그런 이유가 있어서의 그거니까.)


누구에게 하는 건지 모를 변명을 하며, 한층 더 강하게 껴안는다.

뺨을 부비듯 히지카타의 귓가에 얼굴을 대고, 살짝 속삭였다.


「…어떻게 하면 돼?」


들릴 듯 안 들릴 듯 짧은 목소리에, 히지카타는 약간 몸을 떼고 긴토키를 올려다본다.

히지카타가 거의 맨발이라, 평상시라면 수평이어야 할 시선이 조금 낮다.

물기를 띤 눈에 매달리는 듯한 표정. 그러나, 눈동자 속에는 강한 빛이 머물고 있다…토시에의 가면 아래, 귀신 부장이 확실히 숨쉬고 있다는 증거다.


조금 전까지는 사태가 급전해 일시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었는지, 순수하게 남자 말투를 하고 있었지만. 이제 빈틈없이 냉정함을 되찾고 있는 것 같다.

그래야지, 다. 긴토키는 미세하게 입가를 끌어올린다.


맞장구 쳐라, 하고 희미하게 움직인 히지카타의 입술을 읽고, 긴토키는 양해를 눈으로 전했다.


「왜, 온 겁니까…!」


긴토키의 눈에서 양해를 보자마자, 히지카타는 꽉 가슴에 매달려 목소리를 높였다.

탓하는 듯한 어조이면서도, 가슴에 스미는 울먹이는 소리…변함없이, 훌륭한 연기력이다.

아니, 변함없이, 는 커녕.

잠깐 못 본 사이에 *메탈 킹의 빈출 포인트에라도 갔던 거 아냐 이 녀석. 긴토키는 쓴웃음을 짓는다.


*(드래곤 퀘스트)


따지고 보면, 이 쓸데없이 높은 연기력 탓인 거다.

긴토키 안에서 뭔가가…그래, 뭔가가, 이상해져서. 이상한 방향으로 구르기 시작했던 건.


「내게 무슨 일이 있으면, 전부 잊고 도망치라고 말했잖아요…!?」


명색이 절세의 미녀의 모습을 한 상대에게 이런 식으로 달라 붙게 되어, 동요 하지 않는 남자가 있다고 한다면 데리고 왔으면 좋겠다.


그래 이런 건 누구라도 넘어가잖아 나만이 아냐 젠장. 긴토키는 마음속으로 중얼대면서도, 부드럽게 히지카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히지카타가 이렇게 지나칠 정도로 「연인」을 연기해 온다는 것은, 즉, 이쪽도 열렬한 연기로 응하라는 지시겠지. 맞장구 쳐라, 라고 말했으니 그런 것일 터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바보 녀석. 내가 너를 잊는다든가, 그런 거 할 수 있을 리 없잖냐.」


진지한 색을 목소리에 실어, 부자연스럽지 않을 정도로 달콤함을 드러내고 속삭인다.


「말했잖아. 나는 일단 받아들인 귀찮은 일을 도중에 내팽겨치거나 하지 않는다고.」


기억을 모방하며 그렇게 말하면, 히지카타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어제, 다락방의 침입자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사용한 대사라고 눈치챈 것일까.

그렇다면 이어지는 대사가 결정적인 요소인 것도 알고 있을 터, 하고,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뺨을 쓰다듬으며 얼굴을 들도록 재촉한다.


「…게다가, 한 번 반ㅎ우극!」


엄청나게 진지한 표정으로 결정적 대사를 입에 담으려 했던 곳에서, 긴토키는 아래에서 힘차게 뻗어 온 손바닥에 입이 막혀져버렸다.

예상 외인 행동에 당황하고, 히지카타의 얼굴을 본다.

…그리고.


그 표정을 보고, 긴토키는 입을 다물었다.


묻고 있는 가슴팍에서 올려진 히지카타의 얼굴…그것은 이제, 귀까지 붉게 물들어 있다.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눈은, 반 울상으로. 그 이상 말하지 말라는 필사적인 표정으로 호소하고 있다.


(무…무슨 얼굴 하고 있는 거냐 너 이쪽까지 부끄러워지잖냐 바보 자식아아아아!)


긴토키의 등을 스윽 하고 묘한 땀이 흘러내렸다.


뺨에 파고들어 오는 손가락의 힘으로 볼 때, 이건 연기가 아니다. 본질이다.

게다가 히지카타의 이 얼굴은 분명, 기분 나쁜 것을 말하지 마라 듣기도 싫다…라든가, 그런 종류의 거절이 아니다.


즉, 순수하게.

──수줍어하고 있다, 는 건가.


(아니아니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그건…! 그건 아니지 어이이이!)


도착한 결론을 긴토키는 황급히 부정한다.

히지카타가, 쑥스러워 한다. 아니, 그럴 리 없지. 그런 바보 같은.

명색이 귀신 부장이라 불리는 남자다. 더해서 상대는 나.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히지카타의 이 이상한 태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직도 입을 막힌 채로, 혼란도 노출된 눈으로 내려다 보면, 히지카타는 자신의 행동의 불가해함에 새삼 깨달은 듯 눈동자에 당혹을 띄우고 손을 떼어 놓았다.

멍하니 바라보는 긴토키에,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시선을 비스듬히 아래로 돌리며 작게 입을 연다.


「…그, 건…이제, 알았, 으니까. 그…」


능숙한 변명도 생각나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으로, 횡설수설한다.

막히는 목소리, 헤엄치는 시선. 더욱 더 붉게 물들어 가는 뺨.



──그것이 연기라고 한다면, 너 이제 배우로 전직해라.



자신 안의 어딘가에서 뭔가가 뚝하고 끊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뺨에 손을 뻗었다.



「─읏, 토…」

「긴쨩 거기 위험하다 해─」


끼긱, 콰앙!



갑자기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반응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무섭게 돌진해 온 사다후라에게 내동댕이쳐져, 긴토키는 가볍게 날아갔다.



「토시 누님! 다친 곳은 없는 거냐 해?」

「아아, 토시에 씨…! 무사해서 다행이다!」

「너네ㄷ…당신들, 어째서…!」


폴짝하고 거대한 개 등에서 뛰어내린 소년 소녀의 모습에, 히지카타가 간신히 연기를 유지한 목소리를 높인다.

긴 씨와 함께 왔던 거에요, 사다하루의 코로 토시 누님의 냄새를 쫓아 왔다 해, 하고 입을 모아 말한 신파치와 카구라의 목소리를 듣고, 긴토키는 쓰러진 바닥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잠깐, 어이 얌마 너네들!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잖냐! 것보다 왜 이 타이밍? 분위기 파악해라 바보들아!」

「적 한가운데에서 언제까지나 알콩달콩 하고 있는 긴쨩이 나쁘다 해.」


고함치자마자 미지근한 시선을 돌려준 카구라에, 아니 그건 히지카타가 연기를 속행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라니까, 하고 마음속으로만 대꾸한다.


──그래, 연기. 연기다.

방금 전에 순간적으로 「분위기 파악해라」라고 소리 쳤던 것도, 「연인의 감동의 재회」라고 하는 연출의 일환에 지나지 않다……라는 것이다. 아마. 단연코.


조금 전 끊어진 뭔가를 다시 묶는 영상을 필사적으로 떠올리면서, 긴토키는 겉으로는 태연하게 히지카타의 어깨를 끌어안고 카구라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니아니아니, 있잖아, 히어로와 히로인이 재회하면 그곳이 적지의 중심이더라도 곧장 러브신이라고. 그 순간만 시간이 멈추는 거야. 그게 자연의 섭리라는 것이잖냐.」

「그리고 동료의 헛기침으로 중단되는 것이 러브신의 섭리라구요. 것보다 당신들, 지금 하마터면 최면 가스를 뿌리려 할 때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엉?」


신파치의 차가운 태클에 허를 찔려 시선을 돌리…면, 확실히 자신들의 주위에는, 사다하루에게 냅다 밀쳐진 듯한 남자들과 가스 분무기 같은 물체가 나뒹굴고 있다.


욕설과 함께 재구축되어 있는 포위망 밖에서는, 녹색 피부의 암상인이 분한 듯한 얼굴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


긴토키가 지금 그 존재를 떠올렸다, 라는 소리를 높이자, 암상인은 불쾌한 듯 눈썹을 찌푸렸다.

그 표정이 기습이 실패한 것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완전 무시된 것에 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어쨌든, 긴토키들의 주의가 겨우 자신에게 향한 것을 확인한 암상인은, 엣헴 하고 노골적으로 큰 헛기침을 한다.


「……아니 이거 참.」


기분을 고쳐잡은 듯 씨익 하는 싫은 미소를 지으며 호들갑스럽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암상인을, 긴토키는 비호의적인 눈으로 바라봤다.

어깨를 감싸안은 손에 힘을 주면, 히지카타도 의지하는 듯 떡하니 긴토키에게 기댄다.

긴토키보다도 더욱 비호의적인 눈을 한 신파치와 카구라가, 양편에 붙어 얼른 전투 태세를 취했다. 그것을 보고 암상인은 눈을 가늘게 뜬다.


「거기에 있는 건…야토의 아가씨구나? 잡았다 놓쳤다고 들었지만, 스스로 찾아올 줄이야……게다가.」


카구라에서 긴토키로 이동한 암상인의 눈이, 그 머리카락의 색을 인정하고 만족스럽게 호를 그렸다.


「토시에 씨, 너는 정말 좋은 미끼가 되어 주었어.」


목적의 사냥감뿐만 아니라, 거창한 덤까지 물어 주었다.

야유하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암상인에게, 히지카타가 흡 하고 숨을 삼킨 것이 긴토키에게는 들렸다.


「당신은! 이 아이들까지…」


분노에 떨리는 목소리를 지르며 긴토키의 팔에서 빠져나와, 카구라를 등에 감싸듯이 앞으로 나온다.

그리고, 결의 가득한 눈동자로 암상인을 노려보며…비통으로 착각할 정도의 음색으로, 단호하게 히지카타는 단언했다.


「이 아이들을 당신의 사리사욕으로는 사용하게 두지 않습니다. 사리를 위해 팔 거라면 나만으로 충분하겠죠!」

「토시 누님!?」

「토시에 씨! 판다니…!?」


카구라와 신파치가 놀란 목소리를 높인다.

긴토키는 가만히 꿈틀 하고 한쪽 눈썹을 위로 올렸다.


「흐음…그렇네, 고민되는 군. 나 개인의 연줄에게 팔 것인가, 본부에 보고하고 평가를 얻을 것인가…야토만 된다면, 어느 쪽이든 막대한 이익을 낳을테니까.」


이쪽에게 불쾌감을 주겠다는 의도겠지, 일부러 정중하게 야토의 상품성을 강조해 보이는 암상인에게, 이 녀석은 최악의 상놈이라고 긴토키는 미간에 주름을 잡는다.

신파치에서도 카구라에서도, 당장이라도 때리려고 덤비려는 듯한 공기가 감돌고 있다…하지만.


(──? 기분 탓, 인가…?)


히지카타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위화감을 느끼고, 긴토키는 그 뒷모습을 주시했다.

조금 과장스러운 행동으로 카구라를 감싸고 앞으로 나간 히지카타.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등에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등은, 솟아오르는 웃음을 억제하고 있는 것 같은.


…어째서냐. 긴토키는 눈을 깜박였다.


「어떻게 취급하는 게 제일 내게 유리한지, 신중하게 검토해주지.」


암상인은 히지카타가 내뿜은 위화감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 한 모습으로, 사악한 미소로 말을 마무리한다.


──그 순간.



히지카타가 풍기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언질을 잡았다구.」


히죽 하고 웃는 입가. 살짝 치켜든 턱. 낮은 목소리로 자연스러운 남자 말투.

완전한, 본질.

갑작스럽게 연기를 포기한 히지카타에, 신파치와 카구라가 놀라서 눈을 돌린다.


「네놈이 불법 인신 매매로 사리를 자행하고 있는 건…」


히지카타는 암상인 쪽을 향한 채로, 긴토키의 가슴에 덤벼들 듯 손을 뻗어, 순식간에 난폭하게 옷깃 뒤에 붙여져 있던 물건을 떼어 냈다.

──긴토키가 진선조에게 빌려 몸에 달고 왔던, 소형의 도청기를.


「미안하군, 전부 다 퍼졌다. 수신기의 너머에서는 내 부하가 확실히 녹음해주고 있다구.」


입가를 올리고 도청기를 들어올려 보이는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무심코 입가를 풀었다.

…그 때. 코 끝이 옷깃 언저리에 묻힐 듯이 꼭 껴안은 자신의 의도를, 히지카타는 제대로 짐작해 주고 있었던 것 같다.

과연 무장 경찰의 부장님, 이라는 건가. 도청기의 존재를 재빠르게 인지하고 나서, 모르는 척 외부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대화를 유도하고 있었다, 고.


조금 과장스럽다고 생각했던 카구라를 감싼 방법은, 암상인의 입에서 인신매매의 사실에 대한 걸 말하게 하기 위한 계산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흥, 경찰에라도 통보할 생각인가? 쓸데없는 일이다.」


순간적으로 동요를 보였던 암상인은, 곧바로 여유를 되찾고 코웃음 쳤다.

말했을 텐데, 이 나라의 경찰은 우리가 인신매매를 하고 있다고 알게 되어도 참견 따위 할 수 없어…바보 취급하는 어조로 내뱉은 대사에, 히지카타는 잔인한 미소를 돌려준다.


「아아, 통보해주지……다만 경찰에게 하는 게 아냐. 네놈의 상층부에게 말야.」

「뭣…!?」


가볍게 말해진 말에, 이번에야 말로 암상인은 입을 다물었다.


내가 언질을 잡았다고 말한 것은, 네놈들의 조직이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부분이 아니다. 그걸 네가 개인의 재량으로 좌우하고 사리를 도모하고 있다, 라는 부분이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한 히지카타에, 녹색 피부가 점점 황록색이 되어 간다. 그것은 아마, 녀석적으로는 새파랗게 질리고 있는 거겠지, 라고 긴토키는 추측했다.


「말단 주제에 사욕을 탐하고 있는 녀석을 놓칠 정도로, 무른 조직은 아니겠지?」


생긋 웃는 히지카타의 얼굴은, 무척이나 나쁜 인상이다.


「그만큼이면, 횡령한 상품으로 왕창 사재 쑤셔 모은 거잖아? 그 녀석을 압수하고 본부에 건네면, 말단 한 사람 정도는 이쪽에서 처리해도 눈 감아 주겠지. 」


그 정도의 협상이라면 나는 통할 자신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코웃음 치는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참지 못 하고 큰 소리로 웃었다.


「즐거워 하는 표정을 해버리고…어느 쪽이 악인인지 모르겠네 어이.」


큭큭 하고 목을 울리면서 말하면, 히지카타는 새침한 얼굴로 힐끔 이쪽을 본다.


「눈에는 눈, 악에는 극악을, 오른쪽 뺨을 맞으면 반격을 내민다, 겠지.」

「아니 이제 어디서부터 파고들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옆에서 신파치의 어이 없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급격한 일의 전개에 반쯤 멍하니 있는 모습인데, 태클에 관해서는 정말 성실한 녀석이다.

반대쪽 옆에서는 「토시 누님 멋있다 해」하는 중얼거림이 들려와서, 잠깐, 이거 교육에 나쁘지 않나, 하고 긴토키는 쓴웃음 짓는다.


…아니, 그치만, 하지만.

그것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기분은, 뭐 모르는 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해버려서.



(──아아, 젠장.)


긴토키는 난폭하게 뒷머리를 휘저었다.



연기에 속은 것이다라는 것으로, 하고 싶었다.

자신이 이 남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되어 버린 것은, 이 녀석의 쓸데없이 수준 높은 연기력의 탓이라고.

「토시에」라는 가공의 미녀에 현혹된 것이라고. 그런 것으로 해두고 싶었다.


…해두자고, 생각하고 있었, 는데.



「네놈은 조만간 잘라 버릴 수 있는 도마뱀의 꼬리다. 지금 여기서 베어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겠지.」


번뜩이며 암상인을 내려다보고 낮게 선언한 히지카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한 번.



붉은 얼굴로, 젖은 눈으로 매달렸을 때보다도 더.

그 즐거워 보이는 미남자의 악한 얼굴을 보고 있는 쪽이…가슴이 떨린다, 라니.




──정말이지, 어떻게 해줄 거냐 요 녀석아─.




「…큭, 크크크…정말이지, 대단한 여자구나.」


황록색의 얼굴로 말을 잃고 있던 암상인은, 잠시 침묵 끝에 쥐어짜낸 듯한 웃음을 흘렸다.


「네놈의 말대로, 우리는 엄격한 조직이다. 실수나 배신 행위를 저지른 자에게는 결코 상냥하지 않지…실점을 회복하는 방법도 엄격해서 말이지. 구체적인 이익을 가지고 호소하지 않으면, 변명조차도 들어주지 않는다.」


몹시 싫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찌릿, 험악한 표정을 번뜩이고 이쪽을 노려본다.


「아무래도 여기서 네놈들 전원을 잡고 본부에 내미는 것밖에, 내 목이 이어지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막다른 곳에 내몰린 것의 독특한 으스스한 조용함으로, 재빠르게 암상인이 한 손을 든다. 그러면, 어느샌가 틈새 없이 완성되었던 포위망이 철컥하고 일제히 무기를 들었다.

일부는 긴토키와 사다하루가 때려눕혔다고는 하지만, 아직 적의 인원수는 결코 적지 않다. 게다가, 적이 준비하고 있는 무기는 총기가 중심이다. 이 상태에서 일제 사격되면 빠져나가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만, 그러나.


「아니아니, 그건 무리다 해.」

「발버둥은 그만두는 편이 몸을 위한 거예요.」

「물러날 때를 읽지 못 하는 남자는 인기 없다구?」

「멍」


해결사 사람들은 나란히 여유의 미소를 지었다.

빠직, 하고, 암상인의 관자놀이 부근이 경련한다.


「지껄여라! 단 4명으로 뭘 할 수 있지!」

「얕보지 마라 해! 나 혼자서 100 인력, 긴쨩과 토시 누님과 사다하루로 플러스 200 인력, 신파치도 넣으면 전부 301 인력이다 해!」

「나만 평범하게 1인부우운!?」


신파치의 항의는 무시하고, 가슴을 펴는 카구라에, 암상인은 코웃음 쳤다.


「허튼 소리를!」

「아─…뭐 그 녀석의 그건 확실히 헛소리지만 말야.」


내뱉는 암상인에, 긁적긁적 목 뒤를 긁으며 긴토키는 나른한 목소리로 말한다.


「공교롭게도, 이쪽은 네 명과 한 마리만이 아니야.」

「…뭐라고?」


의아스러운 얼굴을 하는 것은 암상인 뿐만이 아니었다.

묻는 것 같은 눈으로 이쪽을 본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씨익하고 웃으며 왼손을 가볍게 올리고, 팔꿈치 아래 근처를 가리켜 보인다.


「네가 잊어버린 것, 해결사 긴쨩이 전해드리러 왔습니다…란 말이지.」


순간, 긴토키의 대사를 이해하지 못 하고 눈썹을 찌푸린 히지카타였지만, 곧바로 긴토키의 제스처가 나타내는 것에 짐작이 간 듯 했다.

만나자마자 강제로 걸치게 된 긴토키의 옷. 그 왼쪽 소매를 찾는다.

…그리고, 손가락 끝에 살짝 닿은 것에 가볍게 눈을 크게 뜬다.


바이러스의 상자에 붙여 두고 왔던, 발신기.


히지카타는 그것을 소맷자락으로 잡아 내어, 긴토키의 눈을 보고, 훗 하고 입가를 들어 올렸다.



「──훌륭하다.」



투콰아아앙!



히지카타의 말에 겹치듯이, 창고의 입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문과 그 주위의 벽이 날아가고, 근처에 있던 똘마니들이 비명을 지르며 떨어진다.


「오─, 왔다 왔다.」

「칫, 화려하게 해대다니…소고구나.」


조금 감동이 적은 긴토키의 목소리와 함께, 히지카타가 혀를 찬다.

암상인은 그것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멍하니 있다가, 크게 뚫린 입구에서 일시에 몰려들어 온 검은 옷의 집단에, 경악과 동요가 섞인 소리를 질렀다.


「막부의 개들인가…!? 바보 같은…!」


굳어지는 음색에 당혹한 울림을 느끼고 히지카타는 조소했다.

아직, 원숭이들에게 자신을 체포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완전히 만만하게 보는 것이다.


「말했잖아. 여기서의 대화는 내 부하에게 곧장 누설된다고 말야. 즉 내 말은 그대로 우리 애들에 대한 지시라는 거지.」


네놈은 도마뱀의 꼬리, 베어도 아무도 불평은 하지 않는다고 내가 말했잖아, 네놈에겐 들리지 않았던 건가?

그렇게 말하고, 히지카타는 짓궂은 미소를 띄운다.


「네놈의 말대로, 우리는 야만스러운 촌뜨기 사무라이…평소에는 교육받은 척 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날뛰고 싶어 어쩔 수 없다고.」


지시가 들리고, 장소도 알고 있다, 고 하면, 더 이상 기다릴 필요 같은 건 우리 바보들은 느끼지 않아.


「날뛰는 명목이 생겼을 때의, 우리 패거리들의 민첩함을 얕보면 곤란하다구.」

「……우리, 라고…?」


거기서 겨우, 뭔가를 눈치챈 듯 눈을 크게 뜬 암상인을 보고, 긴토키는 입가에 동정과도 비슷한 색을 드러냈다.



──아아, 역시.

이 녀석은 근본적으로, 한편으론 결정적인 곳에서 실수를 범한 것이다.


…거기를 잘못해버린 기분은 매우 잘 알고 있으니까, 긴토키로서는 이제 쓴웃음 지을 수밖에 없지만.



「네놈의 최대 패인은, 이 나라의 경찰을 너무 얕봤다는 거다.」


단호히 선고한 히지카타에, 무심코 부정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아니, 그건 아니지.」

「뭐야 네놈, 사람이 기분 좋게 결정했는데 방해하지 말라고.」


찌릿하고 노려보는 눈으로 보자, 아니 그러니까 말야, 하고 나른한 목소리로 계속하며 긴토키는 포위망 밖으로 발길을 돌렸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긴토키의 발걸음에, 똘마니들은 공격하는 것도 멈추는 것도 잊고 통과를 허락한다.

퍼뜩 제정신을 차리고 무기를 향한 몇몇을 간단하게 기절시키고 포위를 벗어나면, 검은 옷의 집단에서 혼자, 수수한 남자가 튀어나와 달려왔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검의, 날밑의 무늬를 본 기억이 있다. 히지카타의 애도다.


「…그 녀석의 최대 패인은, 너의 정체를 끝까지 꿰뚫어 보지 못 한 것이지.」


그래서, 토시에의 말이 그대로 진선조에게 연결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치명적인 실수.

하지만, 어쩔 수없는 실수, 라고, 긴토키는 생각하고 싶다.


긴토키는 야마자키에게서 검을 받아 들고, 포위망의 안쪽을 돌아봤다.



「…안 그래? 『토시에 씨』?」



이 이름으로 부르는 건, 아마 이것이 마지막.

그렇게 생각하면서, 검을 던진다.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포위의 머리 위를 뛰어넘은 검은 훌륭하게 히지카타의 손에 들어가고──그대로,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검집에서 뽑아내졌다.




「진선조 부장, 히지카타 토시로.」




검을 겨눈 남자는, 미남자의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댄다.




「너를 불법 거래 혐의로 현행범 체포한다. 순순히 포박 당해라!」



창고에 울린 그 소리를 신호로.

검은 옷의 집단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일제히 검을 뽑아 암상인들에게 달려들었다.






제15훈 여러 번 부정해도 할 수 없는 것, 그것을 사람은 진실이라고 부른다.



분노에 찬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가만히 서로 노려보기를 몇 초.

당장이라도 히지카타를 매도하기 시작할 것 같던 문어 상인은, 문득 시선을 떼고 암상인 쪽으로 돌아섰다.


혹시, 「토시에」의 신상을 암상인에게 설명할 생각일까 하고, 히지카타는 어금니를 깨물며 천천히 뒤에서 무릎으로 걷는다.

등 뒤로 묶인 손을 움켜쥐고, 재빠르게 주위에 시선을 돌렸다.


진선조의 관계자라고…긴토키와의 관계가 편의상의 것에 불과하다고 드러나면, 저쪽에 있어서는 히지카타를 살려 둘 이유가 없다. 즉각 말살, 이라는 단계가 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히지카타가 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뿐.

어떻게든 여기에서 도망치는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할 수 있을까? 젠장…)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다행스럽게도, 두 다리는 묶이지 않았다. 구속되어 있는 것은 팔뿐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몸에 지닌 작은 칼은 빼앗겨 있고, 그 밖에 무기가 되는 것도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히지카타는 체술에도 약간의 소양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맨손으로 벗어날 수 있을 만큼 이 자리의 적의 수는 적지 않았다.

──상황이, 너무 불리하다.


「…제가 부하에게서 받은 보고에서는.」


문어 상인이 암상인에게 이야기를 꺼낸다. 히지카타는 작게 혀를 차고 휙 문어의 옆 얼굴에 시선을 돌렸다.


(…녀석들에게서 말살의 의도가 느껴지면, 그 순간에 뛰어들어서 부하 중 한 명을 덮친다. 그 녀석에게서 무기를 빼앗으면 어떻게든 저항할 수 있을지도 몰라.)


어떻게 발버둥쳐도 중과부적이지만, 가만히 살해당해줄 생각은 없다.

각오를 다지고 문어 상인을 노려보며, 언제라도 뛰어들 수 있도록 자세를 갖춘다.


하지만.



「침입한 테러리스트라는 것이 은발의 남자로, 한 아가씨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


문어의 입에서 이어진 대사는 뜻밖의 것으로,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멍청한 소리를 냈다.

몸에 담고 있던 힘이 무심코 빠진다.


(…이 녀석,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의아함에 눈썹을 찡그리며, 문어 상인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문어 상인이 말하는 내용 자체는, 별로 이상한 것은 없다.

긴토키가 테러리스트를 가장하고 문어 상인의 저택에 뛰어드는 계획으로 되어 있었던 것은 틀림없고, 긴토키가 어떤 아가씨를 찾고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 아가씨라는 것은, 아마 카구라다.

…하지만, 그 말투로는, 마치.


눈살을 찌푸리는 히지카타의 눈앞에서, 암상인은 아니나 다를까, 「호오」 하고 만족스러운 듯한 맞장구와 함께 히지카타에 시선을 향했다.


「즉, 이게 충분히 미끼가 된다는 게 증명됐다, 고.」

「그렇습니다.」


 이거, 하고 히지카타를 가리킨 암상인에게, 아부하듯 미소 지어 보인 문어 상인을 보고, 히지카타는 더욱 더 의아한 듯 눈썹을 찡그렸다.

이래서는 긴토키가 토시에를 구하기 위해 저택에 침입했다고 말하는 것 같은…

두 사람의 사이를 연인이라고 아직 믿어 의심치 않는 듯한, 이야기의 움직임이다.

히지카타에게 있어서는, 더 바랄 나위 없는 전개긴 하지만.


──이상해.

암상인의 녀석은 그렇다 쳐도, 문어 쪽은 내 신원에 짐작가는 게 있었을 텐데.


히지카타는 힐끗 눈을 가늘게 뜨고, 살펴보듯 문어 상인의 옆모습을 노려본다.

아까 전 이쪽을 노려보고 있던 녀석의 눈빛은, 토시에가 진선조의 관계자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진선조가 함정 수사를 감행한 것도, 토시에나 긴토키가 그 안의 말이었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음이 틀림없다. 문어 상인은 그 정도의 머리는 갖고 있다.

…그것이, 어째서.


마치 히지카타를 감싸는 듯한 이야기의 진행 방식을 하는 문어 상인에, 무슨 생각이냐고 추궁의 시선을 던진다.

하지만 문어 상인은 히지카타의 시선 같은 건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로, 상냥하게 장사 상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앞으로도, 모쪼록 연락 잘 부탁 드립니다.」

「그거야 뭐. 훌륭한 상품을 제공 받을 수 있었다는 뜻으로, 우리 회사의 본부에도 잘 전달해두겠습니다. …만.」


암상인은 매우 기분 좋은 미소로 대답하면서, 수중의 모니터에 눈을 돌리고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보도는, 귀하의 장사에 지장은 없는 겁니까?」


모니터 속에서는, 아직도 바이러스 압수의 보도가 계속 되고 있다.

문어 상인은 가볍게 어깨를 움츠려 보였다.


「유감스럽지만, 전혀 문제 없다, 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 바이러스는 압수 되는 것 같습니다. 큰 손실이에요.」


씁쓸한 목소리면서도 깔끔한 어조로 대답한 문어 상인은…여기서 힐끔 히지카타에게 눈을 돌렸다.


「…하지만, 이 건으로 제가 체포된다는 일 같은 건…있을 수 없습니다.」


결국 원숭이들이 할 수 있는 건은 거기까지가 한계다.

그렇게 말하고 입가를 들어 올린 문어 상인의 눈은, 바늘구멍 같은 빛과 함께, 히지카타에 대한 빈정거림의 미소를 띄우고 있어.


…잘 알고 있군, 하고, 히지카타는 입가를 일그러뜨린다.


분하지만, 사실이다. 진선조에게 막부의 어용 상인을 체포하는 힘은 없다.

노골적으로 위법한 바이러스를 압수하는 것조차 고식적인 잔꾀가 필요한 것이다. 더 이상, 문어 상인의 장사를 방해하는 것 따위 할 수는 없다.

이 녀석은 그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보도를 앞에 두고도 침착하다는 건가.


문어 상인의 모습에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는지, 암상인은 가벼운 웃음 소리를 내며 모니터를 툭하고 손가락으로 튕겼다.


「말하자면, 갑자기 산을 내려온 원숭이에게 점심 식사의 디저트를 빼앗겨버렸다, 같은 기분일까요.」

「뭐 그런 거네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원숭이 피해 대책이라도 강구해야죠……하지만 그 전에, 우선은 새로운 디저트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백신의 건은,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어 상인의 그 말을 듣고, 과연 그런 것인가, 하고 히지카타는 납득했다.


바이러스를 잃은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백신의 거래는 어떻게든 성공시키고 싶다, 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서 「토시에」의 상품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암상인에게 주문한 물건을 건네 주고, 그 대가로 백신 구입권을 얻는다…그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개인적인 원한을 일시적으로 풀기보다도, 사업상의 이익을 중시, 라는 것이다.

꽤 상혼이 억척스럽지 않은가.


히지카타는 감탄하는 것과 동시에, 긴장을 채우고 있던 호흡을 후우 하고 풀었다.


──그 상혼에, 구원 받았다.



「이번에는 우연히, 경찰 조직에 발을 디딜 듯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만… 이런 사고는, 그렇게 몇 번이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귀사에 폐를 끼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안심해주세요.」


우연히, 라는 단어를 희미하게 강조한 어조로 말하면서, 문어 상인은 또, 힐끔 히지카타에게 눈을 돌렸다.

암상인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하고, 사실은, 히지카타를 향한 말.

즉, 이번에는 사고라는 명분을 믿어주겠지만, 두 번째는 없다, 라고 못 박아 온 것이다.


…그걸로 됐어. 히지카타는 미세하게 입가를 끌어올려, 똑바로 문어 상인을 노려봤다.


냉정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적.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협상이 통한다.


얼핏 보면, 바보 같은 적 쪽이 상대하기 쉬운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꽤 머리가 좋은 상대 쪽이, 행동의 예측이 쉽게 가능하고 작전도 세우기 쉽다.

애초에 이번 진선조의 작전 자체가, 막부 상층부나 어용 상인이 협상이 잘 되는 녀석들이 아니면 성립되지 않는 것이었다.



덕분에 계획은 성공.

이 녀석이 이런 태도로 나와 준다면, 이번 사건에서 진선조가 무너지거나 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히지카타는 전신에 두르고 있던 힘을 빼고, 주변에는 들리지 않도록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또 연락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두 번째의 작별 인사를 하고, 이번에야 말로 창고를 나간 문어 상인의 뒷모습을 배웅한다.

네놈이 현명한 녀석이라서 살았다, 라고 비꼬는 듯한 대사를 마음의 소리로 던지고 있자, 갑자기 위에서 말을 걸어왔다.


「안심한 얼굴을 하고 있구나.」


올려다보면, 어느새 접근해 왔는지, 암상인이 바로 옆에 서 있다.

두 눈의 간격이 기묘하게 떨어진 녹색의 얼굴이, 씨익 하고 미소를 띄우며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과연. 그 바이러스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너의 목적이었다는 것인가? 훌륭하게, 원숭이들을 산에서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군.」

「…예, 뭐. 당신들에게는 공교로운 일이겠지만.」


느긋하게 미소 지으며 히지카타는 대답했다.

가성이 쉬어버리는 일 없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에, 내심 조금 안심한다.


모처럼 문어 상인이 토시에의 정체를 폭로 하지 않고 떠나주었던 것이다. 여기서 허점을 내놓을 수는 없다.


신중하게 말을 고르면서도, 히지카타의 기분은 아까보다 상당히 편해져 있었다.

역시, 그 문어가 이 장소에서 사라져 준 것은 크다.

히지카타는 지금 눈앞에 있는 암상인은, 수완가인 문어 상인 만큼으로는 경계하고 있지 않았다.

『전 우주 규모의 암상인 조직』이라고는 해도, 이 녀석은 어차피 이런 변두리의 별 담당의 말단. 지금까지의 대화를 보면, 대단한 상대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아니? 상대방에겐 유감이었지만, 이쪽에는 아무것도 손해는 없어. 오히려 바이러스의 존재가 알려지는 편이, 백신의 수요가 증가하고 값이 오른다. 자네들에겐 감사하고 있을 정도다.」

「그건 다행이군. 그럼 사례로 여기에서 놓아주시겠어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라.」


빙긋 하고 웃으며 넉살좋게 말해 보인 히지카타의 말을, 암상인은 코웃음 치며 답했다.


「모처럼 네가 은발 사무라이의 미끼가 된다고 보증서가 붙었다. 여기서 놓아준다니 아까운 일을 할 것 같은가.」


──아아, 역시. 이 녀석은 문어 상인 정도의 머리는 없구만.

히지카타는 이쪽이야말로 코웃음 치며 답해 주고 싶어지는 것을 억누르고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토시에」가 긴토키의 미끼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바보네.)


고개를 숙여 표정을 숨긴 채, 희미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이 상태라면, 하루사메에게 팔려갈 때까지, 히지카타의 몸의 안전은 보장될 것이다. 

자신의 몸이 오체만족으로만 있으면, 틈을 타 도망칠 기회는 앞으로 얼마든지 있다.


그 남자의, 연인, 이라니.

그런 있을 수도 없는 일을 믿어 준 덕분에.



그런 연기를 진심으로 하다니──정말로, 바보다.


히지카타는 소리를 내지 않고 냉소했다.

자신의 대사에 찌잉 하고 가슴이 통증을 호소한 것은…별 거 아니다. 기분 탓이다.



바이러스의 압수는 성공했다. 문어 상인과의 협상도 무언중에 끝났다.

나머지닌 히지카타가 진선조에 돌아가기만 할 수 있다면 일은 종료.


압도적으로 불리했던 상황에 가까스로 전망이 발견된 것이다. 자신이 가슴을 아파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지.



끈질기게 통증을 호소하는 가슴에는 억지로 무시하고, 히지카타는 탈출할 궁리에 사고를 옮겼다.

시간의 여유만 있으면, 머지않아 진선조가 히지카타의 위치를 알아낼 것이다. 우리 감찰에겐 그 정도의 능력은 있다.

안과 밖으로 연계가 되면, 사람 하나 구출하는 정도는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어떻게든 야마자키 주위와 연락을 취할 방법은 없는 건가, 하고 생각을 돌리고 있던 히지카타는, 문득, 암상인이 주위의 부하에게 무엇인가 신호하는 것을 느끼고 얼굴을 들었다.

지시를 받은 몇 명이 히지카타를 둘러싸듯 등 뒤로 돌고, 또 다른 부하가, 은빛의 작은 쟁반을 암상인 곁으로 옮겨 온다.


그 쟁반 위에 놓여져 있는 물건.

반투명한 액체가 든 주사기를 보고, 오싹, 불길한 예감이 등을 박차 올랐다.


「무엇을…」

「아아,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어. 좀 좋은 기분이 될 뿐이다.」


마약인가.

암상인의 대답에 히지카타는 눈썹을 찡그린다.

저항력을 빼앗기 위함인 걸까. 그렇다면 수면제라도 충분할텐데, 어째서 일부러 그런 약을.


…어찌 됐든, 그런 것을 맞는 것은 사양이다.

히지카타는 일부러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암상인에게 조용한 목소리를 던졌다.


「상품에 그런 물건을 써도 괜찮은 겁니까? 하루사메는 약에 취한 여자를 원하나?」


상처없는 완제품으로, 라고 하는 주문일 것이라고 언외로 넌지시 비춘다.

약을 한 번 투여한 정도로 「결함품」 취급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완제품으로라고 주문받은 이상, 사소한 것이라도 값을 내리는 이유는 되겠지.

하루사메의 성품을 잘 아는 암상인을 주저시키려면, 충분한 대사일 터였다.


하지만.


히지카타의 질문에, 암상인은 한치의 동요도 보이지 않고.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이렇게 대답했다.


「너를 하루사메에게 팔 생각은 없어.」

「─!?」


히지카타는 말을 잃었다.


…무슨, 바보 같은.

망연자실해진 것을 감추지 못하고 다시 쳐다보면, 암상인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웃는다.


「말했잖나. 그저 미끼로 팔기에는 아깝다, 라고.」


그 용모, 기루에 파는 편이 훨씬 돈이 된다.

가벼운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 부하의 들어올려진 쟁반에서 주사기를 집어 들어…의미심장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히지카타의 눈앞에서 그것을 흔들어 보였다.


「이건 친하게 지내고 있는 기루의 주인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너 같은 말괄량이인 재원을, 순종적인 창녀로 만드는 때에 쓰이는 약이라고 한다. …눈 깜짝할 새에 날 수 있지.」



(──뭐, 라고…!?)



오싹하고 등골에 뻗은 오한에, 히지카타는 순간적으로 일어섰다.

그러나 배후를 둘러싸고 있던 똘마니들에게 곧바로 어깨를 잡혀, 바닥에 쓰러진다.

오른쪽 어깨를 짓누르던 한 명이 소매를 걷어올리려 하는 것을 느끼고, 황급히 몸을 비틀어 뿌리쳤다.


농담이 아니다.


자신이 진선조에 돌아가면 일은 종료, 라고는 했지만. 그건 당연히, 무사히 돌아가면의 이야기이다.

비록 구출되었다고 해도, 약에 취한 창녀 따위로 만들어져 있어서는 의미가 없다. 아니 창녀라고 할까 어느 쪽이냐 하면 남창이겠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라. 것보다, 에, 남창…인가…? 라니, 아니아니아니!


엉뚱한 방향으로 구를 뻔한 사고를 붙잡고 히지카타는 머리를 흔들었다. 진정하자. 스스로도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혼란을 빚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암상인의 언동은 완전히 예상 밖…일 뿐만 아니라, 분명하게 이치가 통하지 않는 것이다.


「하루사메로부터의 주문품을 다른 곳으로 팔 생각입니까? 그런 일을 해서 괜찮다고?」


엎드려져 바닥에 눌린 자세 그대로, 가능한 한 냉정한 목소리로 추궁한다.

괜찮을 리 없다. 하루사메는 귀중한 고객일 터다. 더군다나 성품도 거칠고 집념이 강하다. 주문한 물건을 멋대로 다른 곳에 팔려져 잠자코 있을 녀석들이 아니다.

애초에, 「토시에」는 하루사메의 주문이 있었기에, 상품으로 간주되어 온 것이 아니었던가. 아니었다면 아까까지의 문어 상인과의 왕래는 뭐였던 건가.


이상하지 않은가.


번뜩 하고 노려보자, 그 시선에 말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감지한 것 같다. 암상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다음과 같이 설명을 보태 보였다.


「그들의 주문은, 『은발 사무라이, 혹은 그 주변의 인간』 이라서 말이지. 네가 확실히 은발 사무라이의 미끼가 된다고 알게 된 이상, 여기서 그물을 치고 우리의 손으로 은발 사무라이를 붙잡아줘야지.」


하루사메의 주문에는 제대로 응한다. 팔아넘길 상품이 너로부터 은발 사무라이로 대체될 뿐이다.

그렇게 말하고, 히죽 하고 웃는다.


「미끼를 팔기보다도, 낚아 올린 물고기를 파는 편이 값이 비싸다. 단순한 논리잖아?」


암상인의 득의양양한 설명에, 히지카타는 성대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과연, 욕심이 많은 것이다. 토시에를 사용해 은발 사무라이를 잡고 나서, 쓸모없어진 미끼는 기루에 팔아 한 번 더 돈을 벌자라는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 녀석의 방법은, 좀 신중함이 너무 부족한 거 아닌가.


「그 낚시에 실패하면? 어떻게 하실 거죠.」

「실패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라고 하는 아름다운 미끼가 있으니까.」

「…낚시의 성과는 먹이의 좋고 나쁨만으로는 정할 수 없잖습니까. 운 나쁘게 물고기가 접근해 오지 않는 것도, 먹이만 가지고 달아나는 일도 있어요. 그런 리스크가 큰 행동, 멋대로 판단하는 권한이 당신에게 있는 겁니까?」


고작 지구에 머물고 있는 말단이, 하루사메라는 귀중한 고객의 주문의 거래를 일임 받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까의 지금이라 본부에 지시를 받을 시간 따위 없었을 것이다. 자기 판단으로 그런 짓을 했다가 실패하면, 질책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이 녀석이 해야 할 일은, 본부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토시에」를 상처 하나 없이 붙잡아 두는 것 아닌가.

왜, 굳이 단독으로 위험을 무릅쓰려고 하는 건가.


의문을 그대로 입에 담으면, 암상인은 흠, 하고 한마디 중얼거리고, 시치미를 떼듯 시선을 위로 향한다.


「확실히 네 말대로…위쪽에 의견을 구하면, 일단 너를 본부까지 데리고 오라고 하겠지. …하지만 그래서는, 내게 이익이 없으니 말이지.」



(이 녀석──!?)


그 표정과 대사에 감이 오는 것이 있어, 히지카타는 눈썹을 추켜올렸다.



「설마 네놈…!」

「네놈, 이라고 했나. 야마토 나데시코라고 생각했더니, 아무래도 본성은 상당히 난폭한 말인 모양이야.」


무심코 솔직하게 소리를 내버린 것에 암상인이 재미있어 하는 듯한 얼굴을 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네놈, 본부를 거치지 않고 나를 팔 생각인가!?」


네놈의 사리를 위해서.

그렇게 물어뜯을 듯한 어조로 따지면.


암상인은 입꼬리를 올리고, 기죽는 기색도 없이 긍정했다.


「정답. 들었던 대로의 재원이다──이건 더욱 더, 제대로 저항을 봉인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 걸.」

「웃기지, 으읍, 으──!」


배후에서 누르는 손을 뿌리치고 벌떡 일어난다. 하지만, 그러나, 곧바로 또 잡혀 당겨져 쓰러진다.

이번에는 눕혀져 사지가 짓눌려지고, 입을 가려지고 머리도 고정된다.


최악이다.


이 녀석이 본부의 지시도 기다리지 않고 행동을 취한 이유를, 겨우 깨달았다.


은발 사무라이만 바치면, 본부에의 체면이 선다.

그러니까 이 녀석은, 토시에 쪽은 본부한테 알리지 않고. 친하게 지낸다는 기루에 팔아치워 개인적인 이익을 벌 생각인 것이다.


(속물이…!)


히지카타는 틀어 막힌 입 안에서 이를 꽉 악물었다.

이 얼마나 바보 같은 녀석인가. 사냥감이 아직 낚이지도 않았는데 미끼에 흠집을 내다니. 잡은 너구리를 믿고 외상으로 쇼핑하는 것 같은 거겠지. 낚시가 실패하면 어떻게 할 생각인 거냐.


사리사욕에 이끌려 냉정한 판단력을 잃고 있다.


(젠장, 방심했어!)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비틀어도, 사지는 위에서 꾸욱 짓누르고 있어 밀어낼 수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문어 상인이 없어진 순간에 날뛰고 이곳을 빠져나갔어야 했다. 히지카타는 후회한다.

하루사메로 팔려가기까지는 상처 없이 있을 수 있다고, 차분히 대책을 마련하려 했던 것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그나저나 설마, 적이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을 취하다니. 계산 외에도 정도가 있다.



──아아, 정말 어리석었다. 바로 조금 전, 스스로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두뇌 회전이 빠른 녀석 쪽이 상대하기 쉽다, 고.


그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생각이 얕은 녀석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라고…왜 깜빡 잊고 있었던 건가.



정말 경계해야 했던 것은, 문어 상인보다 이 말단이었던 것이다.



「안심해. 곧바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초조함을 띤 히지카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암상인은 스스로 주사기를 들고, 옆에 무릎을 꿇었다.

날뛰는 히지카타의 시선이 힐끔 창고의 입구 쪽으로 향한 것을 재빠르게 포착하고, 코로 비웃는다.


「도움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아. 이 나라에서는 경찰조차, 우리의 거래를 방해할 수 없으니까 말야.」


그 말대로다.

도발하는 듯한 적의 대사에 반론의 여지가 없어서, 히지카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발신기를 스스로 두고 와버린 현재, 히지카타가 있는 곳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만일 장소를 알았다고 해도, 진선조가 지금 여기에 쳐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높으신 분들을 속이는 수단도 강구하지 않고 암상인에게 손을 댔다가는, 진선조가 없어지는 것은 필연.

이 조직은, 공무원인 자신들에게는 손을 댈 수 없는 상대인 것이다.


만약. 이 녀석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손을 댈 수 있는 인간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순간적으로 머리에 떠오른 얼굴을, 히지카타는 즉각 부인했다.



틀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여기에 오고 나서 여러 번 확인했잖아.


…그 녀석은, 오지 않아, 라고.



이번의 조력을 의뢰한 그 남자에게는, 암상인에게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취지를 충분히 전했다.

일로써 손을 빌려주고 있는 사람이, 임무 상의 금기라고 명령한 것을 어기면서까지 여기에 올 도리가 어디에 있나.


애초에 그 녀석에게는…나를 구할 이유 따위, 없다.



오지 않는다.

올 리가 없다


──아니, 정확하게는.



와서는 안 된다, 이다.



히지카타는 일부러 천천히 접근하는 주사기를 노려보면서, 가슴 안을 쥐어짜는 듯한 감각에 꾸욱 눈살을 찌푸렸다.


사실은, 계속.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부정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고 오지랖 넓은 구석이 있는 그 녀석이다.

한 번 깊게 관여한 것에는 부탁받지 않아도 해결까지 함께 해준다는, 그 남자다.


어쩌면, 이라고.

마음속으로는,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 되는 것이다.

와서는 안 된다.



여기서 구해져버리면──이제, 부정할 수 없잖아.

마음의 어딘가에서 그 녀석에게 의지하고, 기대하고 있는 자신을.


…그런 건.



몇 개라도 이 팔에 끌어안고 지킨다 같은 건, 말하지 못 했던 나약한 자신이다.

유일하고 절대적인 것 이외에, 전부 잘라내버림으로써 상처 받지 않으려고 했던 비겁한 자신이다.


이제 와서, 타인에게 손을 뻗는다는 건.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진선조, 이외.

구하는 것도 구해지는 것도, 자신은 바라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아아, 젠장.






뇌리를 스치는 은빛을, 어떻게 하면 지울 수 있지?






눈앞에 다가온 주사기가, 옆에서 날아온 물체에 의해 깨졌다.

액체와 유리를 흩뜨리며 바닥에 박힌 목검의 손잡이에, 낯익은 호수 이름을 알아채고.


안도하기보다는 먼저 울고 싶은 기분이 되어, 히지카타는 꽈악 눈을 감았다.




제14훈 타이밍에 따라 희소식도 나쁜 소식



「이 여자가, 예의…?」

「…우선 틀림없다고…」


멀리서 단편적으로 들려오는 사람 목소리에, 히지카타는 천천히 의식을 되찾았다.

…여기는 어디냐. 무슨 일이 있었지. 순간적으로 상황이 생각나지 않아서, 안개가 낀 듯한 머리로 생각한다.

자신은, 아무래도 몸이 묶여 굴러다니고 있는 것 같다. 바닥이 차갑다. 그대로 드러나 있는 콘크리트 같은 감촉.

지끈, 머리가 아프다.


그렇다. 뒤통수를 얻어맞고 정신을 잃었었다. 거기에 생각이 도달해, 히지카타의 의식이 단숨에 깨어났다.


「좋은 상품을 제공받게 되어 감사합니다.」

「그럼, 백신의 건은 부디 잘…」

「위에 잘 전달해 두겠습니다.」


깨어나버리면, 멀다고 생각했던 목소리는 바로 근처에서 들리고 있었다.

대화하고 있는 것은 두 명의 남자. 한쪽의 목소리는 들은 적이 있다…예의 문어 상인이다.

그럼, 다른 한쪽은 거래 상대인 암상인인가.


히지카타는 살며시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바닥에 눕혀져 있는 히지카타의 곁에는, 문어 상인과 녹색 피부를 한 천인이 멈춰 서서 담소하고 있다. 언젠가, 긴토키가 찍어 온 사진에서 본 얼굴. 바이러스의 판매자인 암상인 조직의 사람임이 틀림없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는, 양측의 부하로 보이는 남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장소는 어딘가의 창고인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표면적으로는 나올 수 없는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같은 그림이다.

대화 내용으로 볼 때 상담은 잘 된 것 같다. 문어 상인은 암상인에게 주문한 물건을 보내는 대신에, 백신 구입권을 얻었다고…


──어째서지.

히지카타는 눈살을 찌푸렸다.


암상인의 「주문품」…즉 야토의 카구라…는 놓쳤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협상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혹시, 자신이 기절해 있는 사이에 카구라도 붙잡혀 버린 건가.

당황해서 시선만을 움직여 주변을 살핀다. 그러나 카구라의 모습은 창고 안에는 보이지 않았다. 히지카타는 안심하는 동시에, 그럼 어떻게 된 것이지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그렇다 치더라도, 하루사메가 귀사에 주문하면서까지 요구하다니…그 은발의 사무라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글쎄, 우리 회사는 고객의 내정까지는 참견하지 않는 주의라서.」


(…하루사메……은발…?)


뜻밖의 단어를 듣고, 히지카타는 당혹에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하루사메, 라는 것은, 그 우주 해적 하루사메를 말하는 것일까. 그리고 은발의 사무라이라는 것은──

…적어도 히지카타는, 그런 인간은 한 사람밖에 모르는 것이지만.


그거랑 이거가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맞은 부분이 욱신욱신하고 아픈 머리로는 정보의 정리를 따라잡기 힘들어서, 히지카타는 답답함에 눈살을 찌푸렸다.


「어찌 됐든, 몹시 화나게 만들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만.」


녹색 피부의 암상인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재미있어 하는 것 같은 목소리로 문어 상인에게 말을 걸고 있다.


「본인이든 그 주위의 인간이든, 가능하면 상처 없는 완제품, 적어도 생존한 상태에서 팔아달라는 조건이었으니까 말이지. 자신들의 손으로 심하게 휘두르거나 목을 치거나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겠죠.」

「이것 참…」


암상인의 말에, 문어 상인은 호들갑스럽게 놀라며 어깨를 움츠려 보였다.


「그 집념 강한 녀석들을 적으로 돌리다니, 바보 같은 인간도 있었군.」


뭐, 인간이라는 종족은 대체로 어리석은 듯 하지만 말이지.

그렇게 말하고 함께 웃는 천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히지카타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과연. 마음속으로 씁쓸하게 중얼거린다.

그 녀석들의 노골적인 바보 취급 하는 어조는 불쾌하지만, 덕분에 대부분의 사정은 파악했다.


지금의 이야기를 종합하건대…「은발의 사무라이」라는 것이 하루사메로부터 어떠한 원한을 사서, 보복을 위해 그 몸을 찾으려 하고 있다, 라는 것 같다.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것에 화가 치밀어, 암상인 조직에게까지 수색을 의뢰했다, 고.


(정말, 뭘 한 거냐 그 자식…)


히지카타는 뒤통수의 타박상과는 다른 종류의 두통을 느끼고 얼굴을 찌푸렸다.

대규모 범죄 신디케이트의 원한 따위는 사는 것이 아니다. 특히 하루사메는, 한 번 긍지가 손상되면 상대를 갈기갈기 찢을 때까지 성에 차지 않는 녀석들이다. 일반인을 자칭한다면, 결코 관계 될 리 없는 조직이다.

라고 하는데.


(그러고보니 그 녀석들, 하루사메와 서로 으르렁거렸다든가…말했던 것 같은…)


머리 한 구석에 걸리는 게 있어서, 히지카타는 기억을 파헤쳤다.

이번 수사 협조를 의뢰한 날. 해결사의 녀석들이 자신들과 사이가 나쁘다는 조직을 늘어놓았을 때, 거기에는 하루사메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가.

그 때는 설마, 여기까지 심각하게 원망받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하다. 이러나 저러나 시정에 사는 한 명의 남자가, 암상인을 통해 몸이 매매될 정도로 미움을 사고 있다고 누가 생각할까.


…아니, 이제 와서 그 남자를 상식으로 여기고 있던 자신이 경솔했던 건지도 모른다.

히지카타는 아픈 머리를 안고 싶은 기분에 사로잡혀 미간의 주름을 더했다.



하지만 이걸로, 문어 상인이 카구라를 단념하고 「토시에」를 잡은 것에 설명이 붙는다.



녀석이 암상인에게 약정한 물건이라는 건, 「은발의 사무라이에 가까운 인간」으로…그것이 야토라든가 코마이누라 하는 희귀종이었다는 것은, 행운의 부가 가치에 불과했던 것이다.


즉.


「…연인, 인가. 좋은 미끼다. 하루사메도 기뻐할 것이다.」


만족스럽게 중얼거린 암상인에게, 역시 그런 거였구만, 하고 히지카타는 탄식했다.



암상인은, 품에서 꺼낸 종이에 눈을 돌리고 입가를 끌어올린다.

히지카타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자세를 움직이지 않은 채, 어떻게든 눈을 부릅뜨고 그것을 포착했다.

그 종이는, 아무래도 사진을 출력한 것인 듯하다. 언뜻 보이는 기모노의 색이나 무늬로 보아, 긴토키와 토시에가 함께 나온 것 같다.


아아, 예의 파파라치들에게 찍혔던 거군.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히지카타는 무심코 훗 하고 입을 일그러뜨린다.


『상당히 전부터 찾고 있던 물건인 모양이라서 말야, 정보와 사진을 보내면, 즉각 전달해줬으면 한다라는 것이다.』


문어 상인은 자신의 저택에서 그리 말했었다. 틀림없이 카구라의 사진을 보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건 토시에였던 것 같다.

처음부터, 토시에를 「은발 사무라이의 미끼」로 팔 생각이었던 것이다.

상품 가치가 있다고 평가를 받았던 것도 그러한 사정인가 하고, 지금이라면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유감이군…미끼 따위, 되지 않아.)


그 녀석을 유인할 생각인지 본보기로 할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그런 이용 가치는 없다.

그 사진에는 꽤나 화목하게 비치고 있겠지만…그건 단순한, 연기, 니까.



팔을 휘감고, 어깨를 붙이고, 온화한 시선을 교차하며 웃었다.

사랑스러움이 담긴 따뜻한 시선도, 상냥함을 두른 부드러운 목소리도, 전부.

그 녀석은 단지, 일로서 하고 있던 것에 불과하다.


뭐 확실히, 지난 몇 주간 생활로, 연기로 끝나지 않는 걱정을 느꼈던 적도 있었지만.

그것은 단순히, 그 녀석이 누구에게나 그런 상냥함을 보이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결코 히지카타가 특별 호의적으로 여겨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남자가 자신에 대해서, 다른 인간을 대하는 것과 동등한 걱정을 보였다는 사실조차 놀라움이었다.

본래의 자신들은, 눈이 맞으면 눈살을 찌푸리고, 얼굴을 맞대면 입에서는 심한 욕이 튀어나온다…사이가 좋다의 반대 쪽에 위치하는 관계이니까.


더불어 이번 사건에서는, 긴토키는 진선조에게서 지시 받지 않은 것은 하지 마라, 라는 신중한 협의가 끝난 상태다.


올 리가 없다.



선택을 잘못했군. 히지카타는 비꼬는 듯한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납치된 사람이 카구라나 사다하루였다면, 그 남자는 얼마나 걸리더라도 구하러 왔을 텐데.




「이런, 상품이 눈을 떴군.」


기척을 느낀 건지, 암상인이 히지카타를 돌아보며 입가를 올렸다.

이제 자는 척을 하고 있어도 의미는 없겠군, 하고, 히지카타는 바닥에 굴려진 상태에서 상반신을 일으켜, 다가온 암상인을 노려본다.

정면에서 히지카타의 시선을 받은 암상인은, 호오, 하고 감탄한 듯한 목소리를 내며 검사하는 듯한 눈을 가늘게 떴다.


「과연, 이건 상등품이다. 그저 미끼로서 하루사메에게 파는 것이 아까울 정도구나.」


뭐가 상등품이냐.

입으로 말하지는 않고 마음속으로 히지카타는 독설을 내뱉는다.

그렇지요, 하고 지껄이고 있는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니, 씨익 웃고 있는 문어 상인과 눈이 마주쳤다.


「어디서부터 듣고 있었던 걸까나, 토시에 씨?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깨달았을까?」

「…………」


상황, 인가.

문어 상인의 말에, 히지카타는 입을 다물고 사고를 정리한다.


아까의 대화 덕분에, 자신이 처한 상황은 대충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바이러스의 압수는 어떻게 되었는가, 라는 것이다.

자택에 보관되어 있던 바이러스가 압수됐다는 게 알려졌으면, 문어 상인이 이런 곳에서 여유작작하고 있는 것은 이상하다. 언론에 해명하든 진선조의 출동을 막부에 항의하든, 숨 가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터다.

그러나 눈앞의 천인 상인들은, 두 사람 모두 상당히 좋은 기분. 장사에는 어떠한 문제도 없고, 만사 순조, 하고 얼굴에 써 있는 것 같다.


…그럼, 진선조는 아직 저택에 돌입하지 못 한 건가.

어떤 문제가 있어서 작전이 지체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저택에 돌입되었다는 정보가 아직 문어 상인의 귀에 닿지 않은 것 뿐인가.

가능하면 후자이길 바란다.

히지카타는 조금씩 초조함에 가슴이 탔다.



만약, 작전이 실패했다고 한다면.

그 원인은──자신이다.


바이러스의 옆에서 예측 불허의 사태에 눈을 번뜩이고 있어야 할 터인 자신이, 개인적인 감정으로 충동적으로 작전 외의 행동을 취했다.


…그, 때문에.



호흡이 멈춘 것 같은 감각에 입술을 다문다.

마음속으로 오싹 다가오는 떨림을 눈치채지 않도록 눈에 힘을 주면, 문어 상인은 흥하고 콧소리를 내며 암상인을 향해 돌아섰다.


「…이처럼, 뭐 이와 같이 고집 센 여자라서 말이죠.」

「흠, 꽤나 배짱이 두둑한 것 같군요.」

「인간치고는 머리도 굴릴 줄 알아서, 방심할 수 없습니다. 보관이나 이송 시 엄중하게 구속해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보관, 이라 하다니.

완전히 물건 취급이구만 하고 히지카타는 입안에서 작게 혀를 찼다.

천인들의 깔보는 시선. 인신매매가 태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사실.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 잡지 못 하는 이 나라의 상황. 모든 것이 분하다.


…하지만.

상품 취급되고 있는 한, 히지카타의 몸은 안전하다.


(가능한 상처 없는 완전품으로, 라고 하루사메로부터의 주문이라고 하니까 말이지.)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빈정거리며 웃었다.

그 점에서는,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원망 받고 있던 긴토키에게 감사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지금, 히지카타가 거의 상처없이 있는 것은 기적적인 일이다.

적에게 납치되어, 일단은 도망쳤다가 다시 잡힌 몸. 본래라면 고문으로 손가락 한 두개 정도 잃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도 뒤통수의 타박상 정도 밖에 외상이 없는 것은, 「은발 사무라이의 연인」이라는 상품 가치가 발견된 덕분이나 다름없었다.


「이 여자, 아직도 신원도, 우리의 거래를 탐색하고 있던 목적도 판단하지 못 해서 말이죠.」

「알고 있는 것은 은발 사무라이와의 관계뿐, 입니까. 뭐, 이쪽은 그것만 알고 있으면 문제 없습니다만.」


천인 상인들의 대화에, 히지카타는 몰래 입꼬리를 올린다.

역시 그들은, 토시에가 진선조의 사람이라고는 깨닫지 못 한 것 같다. 

히지카타의 상품 가치를 오해하고 거래하려고 한다, 뿐.


안성맞춤이다.

히지카타 개인의 몸의 보전은 물론, 진선조 전체에 있어서도.

바이러스의 압수가 성공하기 전까지는, 토시에의 신원을 알릴 수는 없으니까.

「은발 사무라이의 연인」으로서의 가치만을 중시하여 취급되는 동안에는, 토시에의 정체가 진선조 부장이라고 눈치챌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이대로 오해를 쌓아, 확신으로 바꾸어버리는 것이다.


히지카타는 침을 삼키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저로서는, 그 사람의 미끼 같은 것이 되지 않아요.」


오랜만에 낸 소리는 쉬어서 목에 걸렸지만, 어떻게든 여자 목소리로 들리기는 했던 모양이다.

두 천인은 동시에 히지카타를 돌아보며, 여유를 과시하는 듯한 표정으로 콧소리를 냈다.


「미끼가 되는 자는 모두 그렇게 말하는 법이지.」


씨익 미소 지은 암상인의 대사를 듣고, 좋아, 하고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장면에서는, 이쪽이 부정하면 할수록, 적은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것. 심리전의 기초다.

히지카타는 뒤로 묶인 손을 굳게 움켜쥐고, 팽팽하게 허리를 펴고 암상인을 노려보았다.


「저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에는, 전부 잊고 도망칠 수 있도록 말해두었으니까요.」

「알고 있어. 그것을 그가 거절한 것도.」


여유 넘치는 얼굴로 대답한 암상인에, 히지카타는 약간 눈썹을 찡그렸다.

이쪽의 태도를 허세라고 받아들인 것은, 의도한 대로다. 그러나, 들은 말은 조금 예상 밖이었다.

「알고 있다」라는 건, 무슨 뜻인가.


히지카타가 당혹감에 눈을 깜박이자, 암상인은 주머니에서 뭔가 작은 사각형의 기계를 꺼냈다.

그것이 소위 녹음기 같은 것이라고 깨달은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의 목소리가 거기에서 흐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혹시 제게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일은 전부 잊고, 아이들과 도망치…』



(………엑.)


히지카타는 뺨을 굳혔다.


그 목소리 자체에는 그다지 들은 적은 없다. 하지만, 대사에는 확실히 기억이 있었다.

해결사의 다락방에 잠입한 파파라치에게 들려주기 위해, 한바탕 연기 했을 때의 자신의 대사.

이젠 옛날 일처럼 느끼지만, 실제로는 어제의 일이다.


그거 녹음하고 있었던 거냐. 히지카타는 불쾌하게 얼굴을 찡그린다.


이게 내 목소리인 건가 하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다.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라는 것은 대개 기분 나쁘다고 느끼지만, 그것이 여성스러운 가성인 것이니까 더더욱.

잔뜩 늘어지는 기분으로 바닥을 응시하고 있자, 갑자기 낯익은 목소리가 고막을 두드려 히지카타는 눈을 크게 떴다.


『어이어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요 녀석아─! 너 나를 어떤 남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녹음기의, 계속.

그러고 보니, 그렇다. 그 때의 그 녀석은 이런 것을 말했다.


암상인이 「알고 있다」라고 말한 것은 이 일인가 하고 납득하면서도, 반면에 묘한 초조감이 히지카타의 등을 박차 올랐다.



녹음기가 재현하는 목소리에.

그 대사를 내뱉었던 긴토키의 얼굴이 생생하게 뇌리에 떠오른다.



그 때, 그 녀석은.

평소의 나른함은 손톱만큼도 없을 정도로 진지한 눈으로.

거친 말투와는 정반대인, 놀라울 정도로 상냥한 목소리로.


『해결사 긴 씨는 일단 받아들인 귀찮은 것을 도중에 내팽겨치거나 하지 않는다구. 게다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말하고, 그리고.


(잠ㄲ…)


멈춰 그 이상 흘리지마 이제 알았으니까!

무심코 그렇게 소리치고 싶어지는 것을 간신히 버틴 것과, 동시.



『한 번 반한 상대의 그런 얼굴도, 내버려둘 수 없다고.』

「───~~~읏!」




가차없이 귀에 흘러들어오는 대사에, 히지카타는 그 자리에 푹 엎드리고 싶어졌다.



(이이이이런 거 들려주지 마 바보 자식아아아!! 아니아니아니 별로 동요라든가 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지만! 것보다 다시 들으니 꼴불견이잖아 저 자식─! 저렇게까지 과잉 연기하라고는 하지 않았다구 바보잖아 저 녀석 바보지…!)


말할 수 없는 수치에 휩쓸려 마음속으로 긴토키를 매도한다.

얼굴이 뜨겁다.

이런 일로 얼굴을 붉히고 있는 자신이 더욱 견딜 수 없어 얼굴을 숙이자, 머리 위에서 더욱 타격을 줄 것 같은 암상인의 목소리가 내려왔다.


「꽤나 사랑받고 있지 않나.」


(사, 사랑…이라니 바보냐아아아! 연기! 그거 연기니까!)


소리 내지 않고 외치며, 도망갈 장소를 찾는 듯이 시선을 바닥 위에 방황시켰다.

동요도 숨겨지지 않는 그 행동에, 암상인은 만족하며 입가를 끌어올리고 녹음기의 스위치를 껐다.


뜻밖의 공명, 이라고 해야 할까.

히지카타의 연기뿐만 아니라 당황스러워 하는 것은, 그들에게 토시에와 은발 사무라이의 「사이」를 확신시키기에 이른 것 같다.

천인은 마주 보고, 승리에 의기양양해져 야유하는 듯한 시선으로 히지카타를 내려다보고 있다.

히지카타는 조용히 깊은 호흡을 반복하여 머리를 진정시켰다.


…어찌 됐든, 이 녀석들에게 잘못된 확신을 심어주는 데에 성공했다.

이걸로 당분간 자기는 무사할 수 있고, 진선조의 관계자인 것도 들키지 않을 것이다.


작전 성공이잖아 기뻐해라 나.

자신에게 타이르면서, 아무래도 솔직하게 기뻐할 수 없는 심경에, 히지카타는 살짝 한숨을 흘렸다.



「그럼, 나는 슬슬…」


토시에의 상품 가치는 충분히 증명했다, 고 판단했을 것이다. 문어 상인이 퇴출의 뜻을 말하자, 암상인도 미소와 함께 감사의 말을 돌렸다.

좋아, 빨리 돌아가라.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내뱉는다.

문어 상인과 그 부하들이 돌아가면, 이 자리의 적은 절반이 된다. 적은 적은 것이 좋다.


히지카타의 마음이 통한 것도 아닐 텐데, 문어 상인은 떨어진 장소에 있는 부하에게 말을 걸어, 곧장 차의 준비를 하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암상인에게 두세 마디 인사를 하고, 발을 돌리려 했다…하지만.

정확히 그 때, 가슴 안주머니에서 울리는 소리에, 문어 상인은 얼굴을 찌푸리며 걸음을 멈추었다.

실례, 하고 중얼거리며 휴대폰을 꺼낸다.


「무슨 일이냐. 상담 중에는 직접 전화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뭐라고?」


불쾌한 듯 전화를 받은 문어 상인의 목소리가, 몇 초의 침묵 끝에 갑자기 긴박해졌다.

갑자기 거칠어진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한다.



「막부의 개들이…!? 바보 같은!」



그 대사에.

히지카타는 얼굴에 긴장을 몰고 문어 상인을 주시했다.


──막부의 개, 라고 했나. 지금.


못마땅한 호칭이었지만, 그것은 필시, 진선조를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그럼, 그 소식은…설마.



의아한 듯이 문어 상인의 모습을 살피는 암상인의 모습에, 그의 부하로 보이는 남자가 달려가 귀엣말을 했다.


「…흠.」


암상인은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리고 턱을 괴며, 부하에게 명령해 노트북 같은 기기를 가져오게 한다.

달칵달칵 하고 가벼운 조작 소리가 난 후, 화면에 TV 방송 같은 영상이 비쳤다.

그 중에서는, 낯익은 여성 아나운서가 흥분한 모습으로 카메라에게 말을 걸고 있다.


『봐 주세요! 저택의 지하에 보관되어 있던 이 상자, 이 상자에 무려! 무서운 바이러스가 보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진선조가 이 저택에 침입한 테러리스트를 나포하고자 들어갔더니, 우연히 이 방에…』


히지카타는 주위를 경계하며 화면을 응시했다.

아나운서의 배후에는, 쌓여 있는 하얀 상자와, 그것을 포위하는 진선조 병사.

히지카타가 발신기를 남겨두고 온, 그 방이 틀림없다.

…그리고, 화면 좌상에는 「LIVE」의 문자.


압수가 성공한 건가.

그것도, 제대로 생방송 첨부로.

이것으로, 바이러스의 존재는 세상에 알려졌으며, 막부도 대놓고 진선조를 처단할 수 없다──작전, 성공이다.


후,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히지카타는, 옆 얼굴에 시선을 느끼고 얼굴을 들었다.

보면, 문어 상인이 탁하고 거칠게 핸드폰을 닫고, 이쪽으로 눈을 향하고 있었다.


그, 밉살스러운 눈빛에.



뒤늦게, 매우 좋지 않은 기분이 들어 히지카타는 얼른 낯빛을 바꿨다.



「토시에를 납치 감금한 직후에 진선조가 저택에 돌입했다」라는 것을 듣고, 그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문어 상인은 바보가 아니다.

그 눈은, 짐작한 것이다. 토시에가 진선조의 관계자임을.



이번 진선조의 작전, 그리고 아까까지의 히지카타의 행동은…바이러스를 압수할 때까지는 토시에의 정체를 들킬 수 없다며, 그것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달리 말하자면, 압수만 성공하면 들켜도 괜찮다고. 그런 작전이었다.

그래서 문제 없을 터였던 것이다. 원래 계획에서는, 히지카타는 바이러스의 압수와 동시에 부대에 합류하게 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히지카타가 혼자 구속되어 적의 손아귀에 있는, 이 상태로 들켜버리면.


위험해.

이마에 초조함의 땀이 배어나온다.



진선조의 인간이라는 힌트를 얻으면, 문어 상인은 토시에의 정체가 히지카타인 것도 알아챌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긴토키와의 관계가 임무 상의 연기에 불과한 것까지 차례로 예상이 되어 버린다.


긴토키로의 미끼가 되지 않는다고 알아채버리면, 지금의 자신에게 신변의 안전의 보장은 없다.

그 뿐만이 아니라, 문어 상인이 바이러스를 압수된 분통을 터뜨릴 가능성도 있었다.


(타이밍이…나쁘다고, 젠장…)


히지카타는 입술을 깨문다.

바이러스 압수 소식이, 적어도 조금 더 후…문어 상인이 이자리를 떠난 후였다면.

일부러 히지카타에게 원한을 드러내기 위해서만으로 돌아와, 암상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협상해 신병을 인수한다, 같은 귀찮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문어 상인은, 성격은 어쩐지 싫지만 머리는 뛰어나다. 그런 비효율적인 일을 할 시간이 있으면, 바이러스에 관한 기자 회견 준비라도 할 것이다.


하지만, 진선조의 잔꾀에 속았다고 깨달은 순간에, 눈앞에 진선조 관계자가 있다고 한다면.

…충분히 원한을 풀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이건 본격적으로 위기라고, 히지카타는 땀으로 젖은 손바닥에 손톱을 파묻으며 문어 상인의 모습을 살폈다.



예를 들면, 문어 상인이 화풀이로, 히지카타를 이 자리에서 처리하겠다고 막부에게 통보해버린다면…

막부는 분명, 그것을 용인한다.

막부라 함은, 이번 일로 이전보다도 더, 히지카타의 존재가 눈엣가시가 된 것임에 틀림없으니까.


곤도를 비롯한 병사의 항의 따윈, 간단하게 묵살될 것이다. 곤도의 성격은 딱 잘라 말해 교섭에는 적합하지 않는 것이다. 막부의 늙은 여우들과 서로 속이는 것은, 평소에 히지카타가 도맡고 있었다.

…그 히지카타가, 와중에 있어 꼼짝도 못 하고 있다면.


막부와 제대로 교섭할 수 있는 인간은, 진선조에는 히지카타를 제외하고는 한 사람밖에 없다. 게다가 그 중 한명은 지금 현재, 히지카타와 은밀한 적대 관계에 있었다.

장기 출장으로 에도를 떠난 그 참모가 만약 이 사태를 알면, 마침 잘 되었다고 히지카타를 문어 상인에게 팔아넘길 거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젠장, 그 자식 짜증난단 말이지. 머지않아 무조건 쳐 죽여주지…하고, 히지카타는 이 자리에 없는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고 순간적으로 화를 냈다.


이 장면에서 관계없는 일을 생각하다니 느긋한 것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했지만, 이는 위기에 직면하여 어느 종류의 현실 도피일지도 모른다.




「원숭이들 같으니라고…」


낮게 신음한 문어 상인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는, 분노의 불길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알아채고, 히지카타의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는 동란 편보다 전의 이야기, 라는 설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긴쨩이 하루사메로부터 산 「원한」이라고 하는 것은 마약~홍앵에 관한 건입니다. 요시와라 편은 관계 없습니다.

카무이는 아무것도 관련되어 있지 않으니 양해를.


제13훈 타인에게 향한 말의 절반은 자신에게도 되돌아온다.



(…젠장, 뭐 하는 거야 나는.)


긴토키 일행이 아직 길 위의 밴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무렵, 히지카타는 운송 차량의 짐칸 속에서 스스로에게 독설을 내뱉고 있었다.

안쪽에는 굵은 밧줄로 묶인 차이나복의 소녀와 하얀 큰 개가, 아직도 정신을 잃은 채 뒹굴고 있다.


안쪽, 이라고 해도, 그리 크지도 않은 운송 차량 안이다. 일어서서 한 걸음 반 정도를 내딛으면 곧바로 사다하루의 꼬리가 발에 닿는다.

그러나 이 거리에 있어도, 깜깜한 짐칸 속에서 한 명과 한 마리의 모습은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다.

이 운송 차량은, 짐칸과 운전석 사이에 틈새 구멍조차 없다. 본래는 사람을 싣는 것을 상정했던 것이 아닌 거다. 문을 닫아버리면 완전히 사방이 막힌 상자에 지나지 않고, 어둡고 가슴이 답답하다.


──뭐 그 덕분에, 히지카타가 여기에 숨어 들어가 있는 것을 운전수에게 들키지 않은 것이지만.


이럴 장적이 아니었는데, 하고 히지카타는 씁쓸한 얼굴로 혀를 찼다. 본래라면, 이 차가 저택을 출발하기 전에, 여기에서 탈출하고 있을 터였다.



문어 상인이, 지금 당장이라도 상품을 암상인의 곁으로 전달하라고 한 뒤.

히지카타는 방에서 옮겨지고 있는 카구라와 사다하루의 뒤를 밟아, 운송 차량에 실리는 순간을 노려, 차의 주변에 있던 말단들을 급습했다.

다행히도 적의 인원은 적고, 그렇게 크게 실렸 있는 사람도 없고. 닥치는대로 기절시킨 녀석들을 그늘에 쳐박고 운송 차량의 열쇠를 빼앗아, 문을 열고 짐칸에 살짝 들어갔다…여기까지는 좋았던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빨리 카구라와 사다하루의 밧줄을 풀어 데리고 나올 생각이었으나, 그들을 흔들어 깨우지도 못한 사이에, 운송 차량에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고.

순간적으로 짐칸의 문을 닫고 숨으니, 온 자는 짐칸 속을 확인하지도 않고, 문에 꽂혀만 있던 열쇠를 철컥 닫아버렸다. 


위험해.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에, 주위의 기척은 점점 늘고. 문어 상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생각했더니, 곧바로 엔진의 진동이 울리고.



탈출할 타이밍을 놓친 채, 차는 발진해버린 것이었다.



큰 실수다.

히지카타는 머리를 누르고 깊이 한숨을 토했다.


뭐, 그 때 그 장소에서 적에게 들킬 생각은 없었던 건 분명하다. 바이러스를 압수하는 것보다 전에 어설픈 소동을 일으켜서는 안 되고, 모처럼 문어 상인이 떠나려 하는데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보스가 저택에 없는 편이, 계획은 현격히 수행하기 쉬운 거니까. 

그러니까, 순간적으로 몸을 숨긴 것은 문제는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일까.

부장인 자신이, 차 안에 숨어 있었더니 나가려고 해도 나갈 수 없게 되어 그대로 끌려가게 되어버렸습니다, 같은 건. 한심한 데도 정도가 있다. 이런 일을 소고에게 알려지는 날에는, 도대체 뭐라 말해야 하는가.


…아니, 그 이전에.

히지카타는 이마를 누른 손바닥 아래에서, 꽈악 미간에 주름을 지었다.



부장이 어쩌고저쩌고 한다면, 자신이 운송 차량에 숨어 들어가버린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분명한 작전 외 행동.

자신은 본래라면, 지금쯤 바이러스의 보관 장소에 가만히 몸을 숨기고, 돌입하는 병사를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이제 슬슬, 돌입하고 있을 쯤인가…)


히지카타는 깜깜한 짐칸에서, 자신의 감각을 믿고 시간 경과를 쟀다.

바이러스의 상자에 고정하고 온 발신기. 그 파장을 바꾸고 돌입의 신호를 보내고 나서, 적어도 15분은 경과하고 있다. 아무것도 지장이 없다면, 슬슬 진선조가 돌입을 개시했을 무렵이다.


이번 진선조의 작전에선, 바이러스의 압수와 함께 히지카타가 부대에 합류한다는 계획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후의 지휘는 히지카타가 직접 맡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압수한 바이러스의 조치. 생방송을 보고 긴급하게 사정을 추궁할 막부 상층부나, 밀어 닥쳐 올 언론에의 대응. 일이 복잡한 만큼, 임기응변에 능한 지시가 필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곤도와 각 대장과 야마자키로 대부분의 일에는 대처할 수 있겠지만, 만약 뭔가 불의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를 생각하면 어쩐지 조금 불안하다.


한시라도 빨리 탈출하고,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이 차가 목적지에 도착해버리면, 발견되어 구속되는 건 시간 문제다. 이 좁은 짐칸 안에서는 제대로 된 저항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주행 중에. 문을 부수고 탈출할 수밖에 없다.

주행 중인 차에서 뛰어 내리는 것은 위험천만하고, 아마 이 운송 차량은 앞뒤로 적의 차로 굳히고 있을테니, 무사히 뛰어내렸어도 쉽게 도망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달리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히지카타는 그런 결론을 내리고는, 추욱하고 누워 있는 소녀에게 다가가 흔들었다.



「어이, 일어나 차이나.」


두 번, 세 번 흔들어도 반응이 없고, 상당히 강력한 수면제를 맡게 된 건가, 아니면 설마 다른 이상한 약이라도 사용된 건가 하고 히지카타가 불안해지기 시작했을 때, 희미한 신음 소리와 함께 카구라가 몸을 움직였다.

슬며시 눈을 뜨고, 깜빡깜빡하고 눈을 깜박이고…그리고 핫하고 정신을 차린 듯 몸을 일으킨다.

어두컴컴한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고 정면에서 히지카타의 모습을 확인하고, 기쁨과 안도가 섞인 소리를 질렀다.


「토시 누님! 무사했던 거냐 해!」

「그 대사 그대로 되돌려줘도 되냐.」


어이없어 하는 목소리로 받아치면서, 히지카타는 카구라의 밧줄을 작은 칼로 베어낸다.

카구라는 자유로워진 손발을 흔들흔들 흔들면서,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 녀석들, 정면에서 싸우려고도 하지 않고, 이상한 가스 같은 것 내뿜었다 해. 그거 들이마시니까 갑자기 졸려졌다 해. 그게 없으면 저런 녀석들에게 붙잡힐 내가 아니다 해.」

「그러냐. 정신을 잃을 것만으로 끝나서 다행이군.」

「토시 누님은? 아무 일도 당하지 않았냐 해? 꽃의 정조는 무사하냐 해?」

「정…!」


카구라의 말에, 히지카타는 얼굴을 구겼다.

그런 걱정은 필요 없어 나는 남자다, 하고 고함치려 하다가, 그러고 보니 붙잡혀 있는 동안 정조의 위기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 있었던 것을 떠올리고 머리를 부여잡고 싶어진다.


(아니…이상하잖아…이놈이고 저놈이고…)


이런 큰 남자의 여장을 알아채지 못 하고, 여장남자에게 유혹 당해 그런 기분이 들고, 남자 상대로 정조의 걱정을 하고.

…정말이지 어떻게 된 거냐.


단번에 소리지를 기력이 없어진 히지카타는, 깊은 한숨과 함께 축 늘어져 의욕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아, 무사하니까 걱정하지마…」

「정말이냐 해?」

「어─, 진짜 정말로, 전혀 별 일 없었다. 그게, 나는 확실하게 준비해 갔었으니까.」

「준비?」


고개를 갸웃하는 카구라에, 히지카타는 쓴웃음을 짓는다.


「실은 말이지, 내가 그 녀석들에게 납치되는 것은 작전 내였어. 아지트를 특정하기 위한 미끼 작전이라고 할까…그러니까, 미리 여러가지로 준비하고 있었어.」


히지카타의 말을, 소녀는 순간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멀뚱, 하고 눈을 굴린 뒤, 몇 번 눈을 깜박이며 겨우 사정을 이해하고, 비난과 탈진과, 모종의 감탄이 섞인 듯한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어른이란 건 더럽구나 해.」

「그런 거라구. 더러운 어른들의 세계에선, 머리 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


(내가 살고 있는 세계는 특히 말이지.)


히지카타는 입으로는 내지 않고 그렇게 덧붙였다.

이 나라의 정치의 중추를 담당하는 사람들 등, 모두, 거무칙칙한 뱃속에 능구렁이를 지닌 너구리일 뿐이다. 그런 녀석들을 섬기고 처신하려 하겠다고 한다면, 실속 없는 겉치레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반쯤 자조적으로 쓴웃음 지은 히지카타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구라는 「작전이라는 건 알았지만 해」하며 조금 입을 삐죽였다.


「그런 거였다면, 먼저 말해라 해.」

「미안하다. 설마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히지카타는 한숨을 섞으며 대답한다.

긴토키에게는, 작전의 내용은 전해두었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적을 속이려면 우선 아군부터라고도 하고, 애초에 아이들을 너무 깊게 이 일에 관여시킬 마음은 없었다.

히지카타가 납치되면 신파치들은 우선 긴토키에게 알리러 갈 테니까, 거기서 긴토키가 가볍게 설명하면 된다고…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측이 물렀구나 해.」

「시끄러! 애초에, 구하러 와달라는 의뢰 안 했잖냐. 왜 온 거야 너!」


조금 역으로 화내는 기색으로 히지카타는 으르렁 댔다.

내가 너희들에게 의뢰한 것은, 잠시 너희들의 집에 살게 해달라는 것뿐이다. 호위를 하라고 한 적조차 없어. 그런데도 설마 네가, 긴토키에게 알릴 틈도 기다리지 않고 혼자서 뒤쫓으러 오다니.


계산 외에도 정도가 있지, 하고.

미간에 주름을 잡고 태도 나쁘게 뱉어 낸 히지카타는──카구라의 표정을 보고,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틀림없이 화가 난 얼굴로 곧바로 반박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카구라는…맑은 큰 눈동자로, 꿰뚫듯 똑바로 히지카타를 보고 있었다.


「의뢰하지 않았다면, 내가 토시 누님을 구하러 오면 안 되는 거냐 해?」

「………그건,」


안 된다, 라기보다는, 이상하다, 라는 거 겠지.

왜냐하면 우리들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서로를 돕는 관계는 아니니까.

최근에는 업무상, 보호하는 척이나 보호되는 척하고 한 지붕 아래에서 살기도 했었지만…그건 어디까지나 일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평소라면, 얼굴을 마주하면 싸우지 않을 수 없는 관계.


나는, 너희들이 제일 싫어하는 진선조다. 그럴 것이다.

그렇게 이으려고 한 히지카타의 대사는, 마음을 읽은 듯한 카구라의 말에 의해 막혔다.



「그럼 어째서, 토시 누님은 나를 구하러 온 거냐 해.」

「………읏」



가장 지적받고 싶지 않았던 것을 지적당해, 히지카타는 꾹 입을 다물었다.




──카구라에겐, 자세한 상활 성명을 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있는 이 어두운 공간이 어디고, 왜 자신이 지금 이곳에 타고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이 소녀는 아무것도 모를 터였다.


히지카타가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이, 얼마나 좋지 않은 일인지도.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그래도.


히지카타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고, 그리고 그것이 본래의 작전을 벗어난 것인 것쯤은, 예측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린 소녀의 뜻밖의 영리함에, 히지카타는 내심 혀를 찼다.




계속, 외면하고 있던 것.

분명한 작전 외 행동을 취해버린 자신의──그 동기.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듯한 답에는 도달할 수 없고. 유일하게 뇌리를 스치는 대답의 존재는 아무래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히지카타는 이제, 거기에는 뚜껑을 덮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고 있었는데.




카구라가, 의뢰 따위와는 관계없이, 단순한 순수한 호의로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이라는 것 따위, 사실은 알고 있엇다.

지난 몇 주간, 그녀는 이상하게 호의적인 태도로 자신을 대하고 있었으니까. 눈앞에서 납치됐던 자신을 순간적으로 뒤쫓아 왔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처음에 저택에서 카구라의 모습을 보았을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런 말을 한 것은.


그런 야박한 도발적인 대사를 던지면, 이 고집쟁이 독설 소녀는, 「딱히 구하고 싶어서 구하러 온 게 아니다 해.」같은, 그런 종류의 대답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눈앞에서 납치된 사람 내버려둬서 나중에 불만 들어버리면 귀찮다 해, 라든지.

의뢰 받은 것보다 많은 일 해서, 너희에게 세 배의 보수 뺏으려 할 생각이었다 해, 라든지.

…그런, 지금까지의 자신들 다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말을.


그렇게 하면, 이쪽도. 나를 구하러 온 너를 버려서, 나중에 위자료라든가 치료비라든가 바가지 씌워버리면 참을 수 없다고, 라든가 뭔가. 자신의 이상한 작전 외 행동에 그럴듯한 이유를 붙일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도. 소녀의 입에서 나온 것은 극히 심플하고, 그런 연유로 히지카타가 계속 도달하는 것을 피하고 있던 대답.




「구하고 싶으니까 구한다, 그 밖에 다른 이유 따위 필요 없다 해.」




──나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히지카타는 카구라가 보지 않도록 살짝 얼굴을 숙인 채,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에게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것이 있다.

거기에 악영향을 주면서까지 구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따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이미 작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진선조의 운명이 걸려 있는 중대한 임무인데도.

자신이 저택을 떠난 탓에,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됐다면──생각한 것만으로,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것이, 단지, 「구하고 싶다」 같은.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에 의한 것이다 따위.

…용서할 리가 없다.



히지카타의 갈등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구라는 생긋하고 천진한 미소를 띄운다.


「토시 누님은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 해.」


그 대사에, 히지카타의 얼굴이 미미하게 일그러졌다.

…마치, 자신 안에 있는 희미한 망설임을, 지적당한 것 같아서.



알고 있다.

사실 나는, 단지 무서워 하고 있을 뿐이다.


다른 것에 눈을 돌리는 것으로, 진선조를 재난에 빠뜨리는 것이 무서워서.

진선조에게 밖에 시선을 향할 수 없는 자신이, 그 이외의 것을 지킬 수 있는 자신이 없어서.


그 밖엔 아무것도, 소중한 것 따위 만들지 않으려고.

스스로에게 멋대로 결정하고, 속박하고──그렇게 해서, 여러 사람을 상처 입히고 왔다.


그런 자신의…약함과, 교활함을.


곤도의 염려하는 듯한 시선과, 오키타의 어이없어 비난하는 듯한 시선이나, 야마자키의 어쩐지 할 말 있는 듯한 눈이 말하는 것을…사실은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말했잖아. 더러운 어른의 세계에선, 머리 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자, 여기서 탈출할 방안을 생각했으니까, 들어라.」


이것은, 진선조를 지키기 위해선 필요한 교활함이라고.

히지카타는 카구라에게 말하는 척을 하며, 자신에게 타일렀다.







운송 차량 뒤를 따라 달리고 있는 차의 사람들은, 앞 유리 너머로 보인 광경에 경악했다.

다다다다다, 하고 기관총 같은 발포음이 났다고 생각한 순간, 운송 차량의 짐칸의 문에 총탄 자국이 몇 개나 생겨 열쇠가 날아가고, 안에서 거대한 하얀 개가 튀어 나온 것이다.


「우와아아아아아!?」


쿵! 콰직!


짐칸에서 이쪽으로 도약해 온 하얀 개는, 앞발로 지붕을 무너뜨리고, 이어 뒷발로 앞 유리를 쳐부수었다.

선원들은 당황하여 급제동을 걸고, 차에서 뛰쳐나온다.

그러나 그들 중 몇 명은, 길가에 구르기 시작함과 동시에, 하얀 개에서 뛰어내려온 두 사람의 그림자에 일격으로 졸도해버렸다.


「상품이 짐칸에서 도망쳤다! 전방의 차에 연락을…!」

「놓치지 마라! 빨리 잡아!」

「하지만, 상대는 야토와 코마이누라고! 쉽게 잡을 수 있는 게…!」


어수선한 사람들의 발밑에 다다다 하고 총탄이 떨어지고, 혼란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한다.

…그것을 보고, 그 우산이 짐칸에 있어서 다행이구나, 하고 히지카타는 새삼스레 여유롭게 웃었다.


아마, 카구라가 야토족이라는 증거로서 함께 옮기고 있던 것이겠지. 짐칸의 구석에는, 카구라의 우산이 상자에 넣어 놓여져 있었던 것이다.

상자에는 일단 열쇠가 걸려 있었지만, 그건 카구라의 굉장한 힘으로 튀어 날아갔다.

이것으로, 그렇지 않아도 경이적인 카구라의 전투력이 더욱 높아져간다. 그 위에 사다하루가 가세하면, 여간해선 대항할 수도 없다.

…하지만.


「어이 차이나! 어느 정도 쓰러뜨렸으면 빨리 도망치자고!」


히지카타는 덤벼든 남자를 때려눕히면서, 카구라에게 소리쳤다.

전투력은 앞서고 있어도, 최면 가스 같은 것을 사용하면 승산이 없어진다. 상대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동안에…전방의 차의 선원들이 눈치채고 달려들기 전에, 끝까지 도망치지 않으면.

카구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사다하루에 올라탔다.


──그리고, 거기에.


「저 여자, 어째서 여기에…! 언제 저택을 빠져 나갔지!」


배후에서 들리는 소리에, 히지카타는 혀를 차며 뒤돌아봤다.

그 목소리는, 문어 상인의 것.

생각했던 것보다도 빠르게 연락이 도착해버린 것 같다. 운송 차량의 전방의 차에서 황급히 달려온 듯한 그는, 어깨로 숨을 몰아쉬면서도 몹시 밉살스러운 눈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놓치지 마라! 그건 상대방과 약속한 물건이다!」


톱이 직접 지휘를 맡는 것으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던 부하들의 움직임도 점차 냉정함을 되찾고, 효율적으로 포위의 고리를 만들어 간다.


「칫…가라 차이나!」


히지카타는 자신은 포위의 고리 안에 남은 채로, 큰 소리로 카구라를 재촉했다.

사다하루는 깨달은 것처럼 한 번 짖고, 카구라만을 태우고 포위망을 돌파해 나간다.


자신을 희생하여 카구라를 놓아 줬다…라는 것은 아니다.

두 명과 한 마리가 한 곳에 붙어 있으면, 그야말로 최면 가스의 종류를 사용하게 되면 일망타진이다.목표는 분산되고 있는 편이, 잡는 쪽에게 있어서는 귀찮은 것.


게다가, 방금 문어 상인이 말한 대로, 적의 지금 최대의 목적은 카구라인 것이다.


암상인에게 보내기로 약속한 상품을, 여기서 놓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문어 상인은 사업상의 신뢰를 잃게 된다. 백신의 거래를 협상 중인 몸으로선,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고 싶은 사태일 것이다.

카구라가 포위망을 돌파해버리면, 적은 당연히 그것을 쫓지 않을 수 없다. 「토시에」도 놓치고 싶지 않겠지만, 매매의 약속이 있는 상품이 아닌 만큼, 우선 순위는 낮을 것이다.


카구라가 먼저 도망치는 것으로 적의 주의를 끌고, 히지카타는 방황이 생긴 포위망을 무너뜨리고 도망친다.

양쪽 모두 위험하지만, 양쪽 모두 도망칠 수 있는 가능서잉 높은 작전이었다.



──여기까지는, 작전대로다.

카구라와 사다하루가 무서운 속도로 멀어져 가자, 주변에는 동요가 퍼져가고 있다. 순간적으로 쫓기 시작한 사람들에 의해 포위의 고리에 구멍이 생기고, 히지카타는 그 틈을 타서 돌파하려고 했다.




하지만.




거기서 문어 상인의 입에서 나온 지시는, 히지카타의 예상 밖이었다.





「크…읏! 어쩔 수 없다, 야토는 신경쓰지 마라! 그 여자로 좋다, 잡아라!」



(뭐…!?)


문어 상인의 지시를 받고 포위가 단숨에 두꺼워진 것에, 히지카타는 아연실색한다.

이래서는 중과부적이다. 히지카타가 만전의 자세로 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익숙하지 않은 여자의 옷으로 움직이기 어렵고, 무기가 작은 칼 밖에 없다──승산이 없다.



(어째서냐…!)


문어 상인이 카구라를 무시하고 자신을 잡으려 하는 의미는 알지 못 하고.

동요하면서 두 명까지 쓰러뜨리고, 히지카타는 뒤통수에 충격을 느끼고 기절했다.



제12훈 서툰 연기라도 필요한 때가 있다.



「파장이 바뀌었습니다!」


야마자키의 말에, 차내에 단숨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동의 시선이 수신기의 화면에 집중한다. 발신기의 위치를 나타내는 붉은 점은 화면상의 한 점에 딱 머물고, 반짝반짝 바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명멸의 간격은 방금 전보다 분명하게 짧다.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는 신호다.

히지카타가 저택 안으로 실려온 뒤 아직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예상하고 있었던 것보다도 훨씬 빠른 전개에, 야마자키는 감탄의 소리를 냈다.


「대단하네요. 부장님, 의외로 감찰에 적합할 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훨씬 전부터, 그 사람의 적직은 부장 따위가 아니라고 간파하고 있었다구.」


오키타가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 미묘한 곡해에 야마자키가 뭐라 말하는 것보다 빨리, 오키타는 조수석의 창을 열고 큰 길에 대기하는 병사에게 손짓했다.


「히지카타 녀석에게서 신호가 있었다. 곤도 씨에게 전해.」


달려온 병사에게, 발신기의 위치를 기입한 저택도를 건넨다.

긴장한 표정으로 끄덕이며 떠나가는 병사의 뒷모습을 배웅하며, 오키타는 차 안을 향해 돌아섰다.


「문제가 없다면 당장이라도 돌입할 거니까, 형씨도 이 틈에 저택의 도면이라도 머리에 주입해두세요.」

「예이─예이─」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귀를 후비는 긴토키에, 오키타는 히죽 하고 웃어 보인다.


「형씨이, 가능한 화려하게 부탁합니다. 우리들은 명목상, 테러리스트를 나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택에 쳐들어간다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까, 당신이 날뛰어 주지 않으면 돌입할 수도 없어서요.」

「…하여간, 그렇게 위험한 역할을 일반 시민에게 시키지 말란 말야. 네놈들, 내 몸의 안전은 확실하게 보증하라고 요 녀석아─」

「싫다아 형씨. 일반 시민이라니 그런 겸손을.」

「겸손한 게 아냐! 진짜 순전한 일반 시민이라고! 너 그건 그거냐? 완곡하게 안전은 보증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하는 거냐!?」


눈썹을 솟구쳐 올린 긴토키의 항의는, 허나 오키타의 환한 미소에 선뜻 튕겨져 나왔다.


「진선조 부장의 남자 친구를 일반 시민이라고는 하지 않으니까.」

「남ㅊ…!」

「여기는 한 번, 사랑하는 히지카타를 구출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분골쇄신 협력해주세요.」


누가 남자 친구냐. 뭐가 사랑하는, 이냐.

반사적으로 외치려던 긴토키는, 아슬아슬한 순간에서 입을 다물었다.

아까부터 이런 말을 듣고 고함을 칠 때마다,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려 화가 나는 것이 산과 같은 것이었다. 여기선 한 번 진정해, 냉정하게 돌려주지 않으면. 과잉 반응은 오키타의 생각대로다.


「…어이, 말해두겠지만, 나는 돌입하면 가장 먼저 카구라를 찾을 테니까 말이지. 너희들의 부장 따위 내 알 바 아니니까. 너희들이 책임지고 구출하든지 말살하든지 맘대로 하라고.」


가능한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오키타는 야마자키와 얼굴을 마주보고, 둘이 함께 드문 것이라도 본 듯 긴토키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건 뭐,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습니다만. 물론.」

「싫네요 형씨, 그런 거 가벼운 농담이잖습니까. 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겁니까. 이 정도 슬쩍 흘리고 가벼운 노리츳코미라도 걸어주지 않으면, 형씨 답지 않다구요.」

「…………」


그 말대로다.

긴토키는 벅벅 머리카락을 휘저었다.


그런 긴토키에 오키타가 미소를 깊게 하는 도중, 차밖에서 목소리가 걸려온다.

보면, 조금 전의 병사가 숨을 헐떡거리며 조수석의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대장!」

「어,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오키타의 시선이 자신에게서 떠난 것에, 긴토키는 적잖이 안도를 느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좌석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



자기 답지 않다, 라니.

말할 필요도 없이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카구라와 사다하루의 몸을 걱정하여 마음이 술렁거리고 있는 탓이다. 그 때문에 약간의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 밖에 이유 같은 건 없다.


…없다면, 없다.



「저택의 주인이 외출했습니다. 소형의 운송 차량을 두 대의 승용차에 끼워 넣은 형태로 문을 나가서, 뭔가를 옮기기 시작했단 것으로 생각됩니다.」

「뭔가…? 어이, 바이러스는 아니겠지.」

「운송 차량 종류를 보면, 가지고 있는 물건이 바이러스일 가능성은 낮은 것 같습니다만…」


긴토키의 고뇌에 아랑곳 않고, 조수석의 창문에서는 보고가 진행되고 있었다.

힐끔 돌아보는 오키타의 시선을 받으며, 야마자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발신기에는 계속 움직임은 없습니다.」


히지카타의 위치를 나타내는 붉은 점에는 움직임이 없고, 점멸의 스피드도 빠른 상태 그대로. 돌입을 재촉하는 신호에 변화는 없다.

자신의 눈으로 그것을 확인한 오키타는, 차 밖의 병사에게 한 번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그럼, 역시 그 운송 차량은 바이러스와는 관계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네요.」

「히지카타 녀석이 뭔가 실수한 게 아니라면, 그렇게 되겠네.」

「만약 부장님이 불의의 사태로 꼼짝 못 하게 되었다면, 그야말로 한시라도 빨리 돌입해 구출해주지 않으면.」


그렇게 말하는 병사의 얼굴에는, 약간 초조함이 배어 있다.

평소에는 어렵게 여겨지고 있는 듯한 히지카타지만, 마음속으로는 병사들에게 존경 받고 있다는 것이, 이런 사소한 반응으로 알 수 있다. 아마 히지카타가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부터…혹은 이 작전을 알게 되고 나서 쭉, 병사들은 정신이 없었음이 틀림없다.


당연하다, 고, 신파치는 생각한다.

단 일주일만 같이 살았을 뿐인 자신조차, 무사히 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빌고 있으니까.


신파치는 힐끗 옆의 긴토키를 살폈다.


「내 알 바 아니다」라는 마음에도 없는 것을.

히지카타는 이런 곳에서 상처를 입거나, 하물며 목숨을 잃어도 좋은 사람이 아니다. 이 몇 주 동안, 누구보다도 근처에 있었던 긴토키가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


아까부터 긴토키의 마음을 초조하게 하고 있는 것이 카구라나 사다하루의 안부 뿐이 아닌 것은, 곁에서 보면 이렇게나 뻔한데.


이 판국에, 언제까지 억지 부릴 생각인 건지 하고 신파치는 한숨을 토한다.

그 한숨에 뭔가를 감지했는지, 긴토키는 말없이, 신파치의 뒤통수를 퍼억 하고 때렸다.



「어찌 됐든, 문어 상인이 저택에서 없어진 건 안성맞춤이다. 두목이 없는 틈에 탈탈 털어버리자구.」

「네! 이미 전대, 돌입 자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오키타 대장도 일번대의 지휘를 부탁드립니다!」

「어. 곧 가지.」


의지를 불태우는 병사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오키타는 조금 정색한 얼굴로 차 안을 향해 돌아섰다.


「그런 이유로, 드디어라서 형씨…랑, 안경도 가겠다고 했던가?」

「네.」


오키타에게 눈을 향한 신파치는,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본래의 예정으로는 신파치는 저택 진입에는 관계되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카구라가 위험하다고 하는데 자신만 안전한 장소에서 기다리는 것 따윈 할 수 없다, 라는 필사적인 호소 끝에, 긴토키와 함께 돌입할 권리를 차지한 것이다.

긴토키는 조금 난처한 얼굴을 했지만, 결국 신파치의 기분을 저버리지 않았다.


「당신들 두 사람은 우리들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면, 그 후는 차이나를 찾으시죠. 바이러스와 히지카타 씨의 일은 신경쓰지 말고 이쪽에게 맡겨도 상관 없어요.」

「그─러니까! 그런 건 당연하잖냐! 아까도 말했잖아. 누가 거기까지 돌봐줄 거 같냐고.」

「………그럼, 괜찮겠네요.」

「어이 뭐야 지금의 간격은. 뭘 말하고 싶은 거야 요 녀석아─」

「아뇨, 별로.」


그럼 부탁한다구요, 하고 웃는 얼굴로 말을 남기고, 오키타는 미끄러지듯 차를 나갔다.




차에 남겨진 세 사람에게, 짧은 침묵이 찾아왔다.

야마자키는 차 밖과 수신기의 화면에 교대로 시선을 돌리고, 신파치는 긴장으로 얕게 흐트러진 호흡을 정돈하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긴토키는 좌석에 기댄 채로 생각에 잠겨 있었지만, 이윽고, 뭔가를 확인하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기, 지미.」

「야마자키입니다. 뭔가요?」

「아까 그 녀석, 문어 상인이 저택에 없는 건 안성맞춤이라고 하지 않았어?」


긴토키가 그렇게 말하자, 야마자키는 한 순간 표정을 지웠다.

몇 초의 사이를 둔 후, 조용히 입을 연다.


「…네. 말했습니다.」

「어째서? 체포하는 거 아니야?」

「………」


긴토키가 거듭 묻자, 야마자키는 이번에야말로 침묵했다. 신파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문어 상인이 저택에 있으면 바이러스 병기의 소지로 현행범 체포할 수 있지만, 부재 때 쳐들어가면, 두목을 놓치게 되어버리는 게…」

「…놔주는 거야.」

「에?」


귀에 들어 온 작은 중얼거림이 잘 이해되지 않아, 신파치는 눈을 깜박거렸다.

보면 야마자키는 이쪽을 향하지 않았고, 차 밖으로 시선을 고장한 채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문어 상인은, 체포하지 않아.」

「그런!? 어째서 입니까!?」


뜻밖의 말에 신파치는 허리를 들었다.

야마자키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프론트 유리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이번 우리들의 목적은 바이러스의 존재를 세상에 공표하는 거니까. 상인의 체포까지는 필요 없어.」

「그래도, 바이러스를 매매하는 것 같은 악덕 상인이잖아요!? 내버려두는 겁니까!?」

「천인의 거물 상인을 체포라든가 하면, 진선조가 위험하거든.」


담담하게 말한 야마자키에, 신파치는 한 순간 말을 잃었다.

…그건 확실히, 히지카타가 처음부터 하던 말이다. 하지만 그 문제를 뛰어넘기 위해서, TV국과 손을 잡은 것은 아니었나. 먼저 세상을 아군으로 만들면 막부는 진선조를 처벌할 수 없게 된다고, 그런 작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신파치의 표정에서 말하고 싶은 것을 감지한 것인지, 야마자키는 살짝 쓴웃음을 흘리며, 몸째로 신파치를 향해 돌아섰다. 


「확실히 바이러스를 발견하는 장면을 생방송 해버리는 것으로, 막부는 공식적으로 진선조를 처분할 수 없게 돼. 당당하게 처벌 따위를 내리면, 자신들이 바이러스의 매매에 관여하고 있엇다고 선언하는 거니까.」


하지만, 바이러스의 발견도 생방송도 우연의 산물이다, 라는 이야기를 믿을 리가 없다. 진선조의 책동이라고 금방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을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는 녀석들이 아니다.

야마자키는 그렇게 설명했다.


「공식적으로 처분할 수 없는 만큼, 그들은 불필요하게 우리들을 눈엣가시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므로, 뒤의 조치를 취할 거야.」

「뒤의…?」

「예를 들면, 국장의 암살.」


담담하게 말해 신파치는 숨을 삼켰다.

야마자키의 눈은 담백한 어조와는 달리 심각한 빛을 띠고, 그것이 농담도 뭣도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런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쪽은 막부 상층부에 전면적으로 반항할 생각은 없다, 는 것을 최대한 알리지 않으면 안 돼.」

「그렇군. 즉 문어 상인을 체포하지 않는 것은, 막부의 비위 맞추기인가.」


긴토키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야마자키는 조용한 표정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제적인 수사로 바이러스를 세계에 공표한 후, 막부의 어용 상인을 체포했다, 라고 하면, 진선조는 이미 「백해무익」. 막부의 방해라고 판단되고 뒤의 처벌이 내려질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상인을 고의로 놓치면, 막부에게 주는 손해는 줄어든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층부에게 무언의 협상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인류를 위협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지만, 막부의 이익을 필요 이상으로 해칠 생각은 없다, 는 아슬아슬한 선.

…이 협상이라면, 아마도, 통할 것이다.


「…그래서? 저택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는 『부하가 멋대로 한 짓』이라고 라도 하겠다는 거야? 문어 상인은 관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입수 경로도 일절 불명, 이라는 건가.」

「공식 발표는 그렇게 되겠죠.」


비꼬는 긴토키의 대사에, 이것도 시원스럽게 야마자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서 현재의 막부가 안고 있는 깊은 어둠의 일단을 본 것 같아서, 긴토키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들 진선조는, 언제나 이 어둠을 등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연옥관의 때도.


긴토키는 그들을 알게 되고 일 년째의 가을의 사건을 떠올렸다.


천도중이 관련되어 있다고 들어 살인 투기장에 쳐들어갔을 때, 다음 날 신문에는 『불법 도박 투기장, 진압』이라고 하는 문자만이 춤추고 있고, 막부의 상부가 관계되어 있었던 그림자 따위는 한 조각도 없었다.

모든 죄는 똘마니에게 덮어 씌우고, 막부는 오히려 『암흑 사회에 대한 과감한 수사를 허락한 영단』으로 칭송 받고 있었을 정도다.

그 때, 「가장 큰 물고기는 놓쳐버렸다」고 오키타는 말했었지만…분명 그것은, 히지카타가 고의로 놓친 것처럼 만든 것이겠지.

진선조를 존속시키기 위해서.



「경멸합니까?」


불시에 귀에 들어 온 목소리에, 긴토키는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보면, 야마자키가 곧은 눈길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그것은 이해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조하는 것도 아니다. 조용하고 온화한, 쓴웃음과도 비슷한 표정.


「……아니.」


긴토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너희들이 자신의 목숨 아까움만으로 그런 짓을 하는 거라면, 경멸하겠지만.」

「단지 오래 살기 위할 뿐인 목숨 따위, 진선조 병사는 아끼지 않습니다.」

「…알고 있어.」


야마자키의 즉답에 쓴웃음을 흘린다. 그렇게 대답하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긴토키는 진선조 병사 개개인에 대해 그만큼 이해가 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 정신을 세운 남자를, 알고 있기 때문에.



지키기 위해서, 산다.

진선조가 에도를 계속 지키기 위해서는, 조직 자체를 깨뜨릴 수는 없다.

불쾌한 생각을 해도. 불합리한 대접을 받아도. 지키는 검을 잃지 않기 위해서, 굳이 진흙을 뒤집어 쓰고.

하지만 완전히는 굴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선에서 권력과 전쟁.

손을 댈 수 없는 썩은 열매도 언젠가는 베어서 떨어뜨려주지 하고, 항상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 녀석은 그런 남자다.


죽는 것보다도 영혼이 부러질 일을 두려워하고 검을 휘둘러 온 자신의 눈에는, 가끔 몹시 

자유롭지 않게 보이지만….

그래도. 그 녀석의 영혼이 비뚤어지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향하고 있는 방향은 자신과 다르지만, 등줄기가 뻗어진 남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자신은──



「야마자키 씨.」

「무슨 일이야, 신파치 군.」


신파치에게서 걸려온 목소리에 야마자키는 뒤돌아봤다.

야마자키를 정면으로 응시한 신파치는, 빙긋 미소 지었다.


「만약, 이 앞 어딘가에서 문어 상인과 딱 만나게 된다면…저희들이 당신들 대신에, 마음껏 쾅 세게 때려줄 테니까요.」

 

…그쵸, 긴 씨?

그런 말을 들은 긴토키는 긍정은 하지 않고, 그러나 부정도 하지 않고 흥하고 코웃음 쳤다.


그런 두 사람을, 야마자키는 조금 놀란 얼굴로 비교해보고…그 다음에, 고마워, 하고 웃었다.


「그 때는 우리들은 경찰로서, 폭행범을 놓치는 것에 전력을 다할게요.」

「요점은 직무 태만이잖아. 괜찮은 거냐? 부장에게 야단맞아도 모른다구.」

「부장님은 화 안 내실 걸요.」


화냈다고 해도, 그것은 말뿐이다.

단언해버리고 나서, 야마자키는 쿡 하고 웃었다.


보통이라면. 히지카타는 화를 낼 것이다.

거물 천인을 폭행안 인간을 놓치거나 하면, 위에서 시끄럽다. 비록 그 천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라 해도, 히지카타는 감정으로 일을 좌우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폭행범이 그들이란 걸 알면, 히지카타는 뭐라 하면서도 놓아줄 거란 생각이 든다.

그것은 야마자키의 예상이며…기대, 이기도 했다.



야마자키 역시 연옥관을 떠올렸다.

당시, 부장의 명으로 몰래 그 투기장을 캔 것은 스스로. 갑자기 예정을 변경해서 적발한다고 말해서 가장 놀란 것도 자신이었다.

히지카타에게는 「오키타 바보가 제복을 입은 채로 돌입해버렸으니까」라고 들었지만, 그 설명에는 아무래도 찜찜한 것을 느끼고 있어서. 발을 디딘 장소에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을 때, 야마자키는 놀라움과 동시에 기묘하게 납득한 것이다.

그들의 뭔가가, 부장님을 움직인 것이 틀림없다고.


그것은 희미한 위화감.

그러나, 나쁘지 않은 위화감이었다.


곤도 이사오가 이끄는 진선조를 지키는 것. 그 한 점밖에 모르는 남자.

부장이 그런 인간이니까, 그 아래에 서 있는 병사들은 망설임 없이 칼을 휘두르는 것이지만.

…하지만.

이따금은 다른 것에 눈길을 돌려도 괜찮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으로서의 중요한 것을 무언가 하나 잃은 채, 그는 언젠가 무너져 간다.

야마자키는 그런 생각이 들고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오키타의 누나의 모습이 머릿속에 지나간다.


준비 부족인 채 예정 외로 뛰어 든 연옥관의 건은, 결과적으로 마츠다이라와 곤도에게 폐를 끼쳤다. 그것을 히지카타가 몰래 후회하고 있던 것을 야마자키는 알고 있다.

하지만, 후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진선조가 부서지기까지에는 도달하지 않았으니까, 가끔은 그런 일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그 때의 충동적으로 움직인 히지카타를, 야마자키는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전신전령을 걸고 진선조를 지키는 것과, 그 밖에 뭔가 소중한 것이 생기는 것은, 결코 모순되는 것은 아니라고.

사사로운 정에 마음을 사로잡히는 일이, 반드시 「악」은 아니라고.

──저는 그것을, 빨리 당신이 알아차리길 바라고 있어요, 히지카타 씨.



야마자키는 잠깐만 눈을 감고, 곧바로 뜬다.

그리고 팽팽하게 허리를 펴고, 창 밖을 가리켰다.



「자,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돌입해주세요.」






쨍그라아아앙!!


「무슨 일이냐!」

「침입자입니다! 담을 뛰어넘어 창문으로…!」

「그쪽의 저택 내로 테러리스트들이 도망쳤습니다! 위험하므로 피난해주세요!」

「조금 기다려 너희들, 마음대로 저택 안에…」

「비상사태입니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라서요!」

「기다려! 어이!」

「놓치지 않는다구 테러리스트으으으!!」


한적한 고급 주택지에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어서 노성과 발소리가 뒤범벅 된다. 경찰차 사이렌 소리에 저택의 사설 경비의 경보음이 섞여, 현장은 단번에 소동이 일어났다.

혼란을 틈타 억지로 문을 열어제낀 진선조 병사가 차례로 저택 안에 돌입한다. 그 뒤에는 마이크를 가진 여성 리포터와 카메라 기자재를 떠안은 남자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봐주세요! 천인 모 상인의 대저택에 침입한 테러리스트를 나포하려, 진선조 병사들이 과감히 뛰어들어 갑니다! 대단한 박력입니다! 우리는 위험하니 물러나 있으라고 말했습니다만, 여러분에게 진실을 전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 과감하게 뒤쫓아 보려고 합니다!』


흥분한 표정이면서도 발음을 어지럽히는 일 없이 떠들어대는 리포터는, 분명 하나노라는 이름이었던가. 역시 장인은 대사가 능숙하다고 야마자키는 뛰면서 감탄의 마음을 느꼈다.

…거기에 비해, 우리 패거리에 관해서는.

주위를 둘러보고 한숨을 한 번.


「테러리스트를 놓치지 마라」「저택의 거주자의 안전을 지켜라」하고 바보가 하나만 충실히 기억하고 있는 일처럼 계속 되뇌이는 대사는, 훌륭할 정도의 국어책 읽기다. 아무리 평상시의 임무에서 연기력이 필요한 건 감찰뿐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

대부분은 진심으로 연기가 서투른 것뿐이지만, 일부, 특히 간부들은 그렇지 않다.

테러리스트의 나포, 라는 것은 단순한 표면이고, 특별히 평생 상대를 속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바이러스의 곁에 다다를 수 있을 때 까지 강행하면 될 뿐인 이야기…그걸 알고 있어, 일부러 손을 빼고 있는 것이다. 비록 연극에서라도 실감나는 연기를 하려고 할 정도의 열의는 없는 듯하다.


그리고 여기에도, 의욕 없는 인간이 한 명.


「어─이 모두드을. 테러리스트는 그 앞의 복도 옆 계단의 뒤로 도망쳤다구~」


부자연스러운 것도 정도가 있는 대사를 평탄하게 말하는 목소리에, 야마자키는 무심코 어이 없어 넘어질 뻔했다.


지시대로의 장소에 직행하고, 시원스럽게 비밀 문을 발견해 부숴버리고 간 일번대의 뒤를 쫓아, 선두를 달리는 오키타에게 따라붙는다.

나란히 달리면서, 야마자키는 조용한 목소리로 불평을 말했다.


「오키타 대장! 좀 더 열띤 연기 해주세요!」

「맡겨줘.」


철컥.

믿음직스러운 대답과 함께 일번대 대장이 들고 있는 물체를 보고, 야마자키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아아! 그런 열이 들어간 쪽이 아니라…! 」

「죽어라 테러리스트으으으!」


투콰아아앙!


오키타의 어깨에서 발포된 바주카는, 어느 방의 문을 멋지게 폭파시켰다.

순간적으로 그 방과 저택의 도면을 비교하고, 야마자키는 절규한다.


「잠깐, 대자아아앙! 지금 대놓고 발신기 위치 노렸던 거죠!」

「왜. 바이러스가 그렇게 쉽게 유출될 것 같은 보관 방법으로 되어 있을 리가 없잖아. 바주카 맞은 정도로 망가지지 않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부장님이…!」


부서집니다.

그렇게 말하려던 야마자키의 목소리는, 구멍 뚫린 문에 뛰어들어가는 병사들의 발소리에 쓸려 지워졌다.

잠시 후, 문 안쪽에서 흥분한 외침이 울린다.


「국장니임! 이것은!」

「오오오오!? 이, 이건! 무서운 속도로 공기 감염되는 가장 흉악하고 가장 나쁜 바이러스가 아닌가! 어째서 이런 물건이 이런 곳에! 어째서 이런 일이! 테러리스트를 쫓고 있었더니 엄청난 걸 찾아버렸다아아아!」

「………국장님……」


대놓고 대본 그대로인 곤도의 목소리가 들려서, 야마자키는 추욱 고개를 떨군다.


오키타와 함께 방에 들어서자, 쌓여 있는 하얀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 표면에 기록된 바이러스의 형식 번호도.

그 전에는 상자를 신중하게 포위하는 몇 명의 병사와, 상자를 가리키며 대사를 외치는 곤도. 그리고, 그 모습을 비추는 TV 직원과, 마이크를 움켜쥐고 리포트하는 하나노 아나운서의 모습이 보였다.

작전대로 생방송되고 있는 것 같음을 알아채고, 야마자키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어, 잘 됐네요.」

「예정대로네. 이제 남은 문제는 해결사의 차이나 걸이랑…」


오키타는 거기까지 말하고, 복도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어이, 카구라는 어디냐! 야토족의 소녀라고! 대답해라!」


낯익은 목소리로, 그러나 들은 적도 없는 다급한 음색.

눈을 돌리면, 방의 입구 근처에서 긴토키가 한 천인을 잡고 있다. 야마자키는 당황하여 달려갔다.


「형씨 죄송합니다, 카메라에 들어가니까 조금 목소리를 낮춰주세요…차이나 씨, 없습니까?」

「…아아, 아무 데도 없어.」


낮게 신음하듯 흘리는 긴토키의 얼굴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노골적으로 초조함을 짓고 있어서. 이건 정말 이상 사태라고 야마자키는 눈을 크게 뜬다.

긴토키의 옆에 선 신파치는, 입술이 찢어질 것처럼 짓무르고 있었다.

들어 보니, 저택 내부의 이상한 방은 이미 샅샅이 둘러보았고, 그래도 들키지 않아서 저택 중앙을 찾아 다녔다고 한다. 네 다시마초절임 먹어버린다 하고 외치면서 뛰어다녀도 소식이 없는 듯, 신파치가 말하길 그건 상당한 중대사라고 한다.


「괴롭혀도 말하지 않는 겁니까?」


오키타가 다가가, 긴토키에게 멱살을 잡히고 있는 천인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그 오키타의 눈에 으스스 소름 돋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천인은 색을 잃고, 부르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긴토키는 조용히 얼굴을 찡그리고, 신파치는 무거운 한숨을 토한다.


「안 돼요. 누구에게 물어도, 여기에는 이제 없다고 대답할 뿐이라…」

「여기에는? …그럼, 어딘가로 옮겨졌다는 것입니까?」


야마자키는 눈살을 찌푸린다.

저택은 계속 진선조 병사가 포위하고 있었다. 옮겨진 것이라면, 병사의 누군가의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러나, 카구라가 사다하루와 함께 담을 뛰어넘어 가고 나서, 저택에는 사람의 출입은 거의 없었다.

문을 나갔던 것이라 하면, 겨우 한대…


「그 운송 차량…!?」

「어이, 그 차의 행방은 추적할 수 없어!?」

「죄송합니다. 전 세력을 바이러스의 확보와 히지카타 씨의 구출에 부었기 때문에…」


야마자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어설프게 문어 상인의 뒤를 밟아, 바이러스 확보 전에 상대에게 경계심을 품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만, 이렇게 되면 추적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된다.

이런 미묘한 판단은, 평소에는 모두 히지카타가 내리고 있는 것이다. 히지카타도 결코 완벽한 지장은 아니지만, 그가 없는 구멍은 역시 크다.


「그래서, 그 히지카타 씨는 어디 간 거야.」

「…읏!? 맞다 부장님! 어디 있습니까!? 설마 아까 오키타 대장이 날린 바주카로 날아간 건…!」

「진짜냐. 해냈다구.」

「말하고 있을 때냐아아아!」


오키타의 대사에 태클 걸며, 야마자키는 황급히 방을 둘러보았다. 히지카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다. 발신기는 분명 이 방에서 빛나고 있는데.

야마자키가 휴대형 수신기에 눈을 돌려 의문과 초조의 빛을 띄운, 그 때.


「……토시…?」


방 중앙에 우두커니 서 있었던 곤도가 미심쩍은 것처럼 눈썹을 모으며, 한 점을 응시하며 중얼거린다.

그 시선의 끝을 쫓고, 야마자키는 숨을 집어 삼켰다.




바이러스의 상자 뒤.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보이지 않도록 테이프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주인 없는 발신기.




「국장님, 그거…!」


야마자키의 목소리를 듣고, 찌익찌익 테이프를 뜯고 발신기를 떼어낸 곤도는, 험악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토시 녀석…!」


방 안의 어디에도 히지카타의 모습이 없는 걸 확인하고, 병사들은 창백해진다.

히지카타가 발신기를 몸에 지니지 않는다, 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사태다. 발신기를 적에게 발견되어 부서질 거라는 가능성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 보면, 히지카타는 분명히 스스로의 의지로 발신기를 여기에 남겨두었다.


어째서, 그런.

히지카타는 작전 외의 행동을 하면서까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야마자키는 반사적으로 긴토키에게 눈을 돌렸다.

그들은 저택 안을 샅샅이 찾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히지카타도, 저택 안에는 없다는 것인가.



…여기서, 하나의 가능성이 야마자키의 뇌리에 떠오른다.


보이지 않는 카구라.

스스로 자취를 감춘 히지카타.

두 사람 모두 아무래도 저택 안엔 없고, 저택에서 나갔던 차는 한대.


부호는 일치한다.


그것은 보통으로 생각한다면 무리한 결론이지만, 지금, 부정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가능성이었다.




히지카타는 카구라와 함께, 혹은 그 근처에 있다.

그녀의 몸을 구하려고, 스스로의 의지로 이 자리를 떠난 것이다, 라고.




「긴 씨…!?」


콰직, 하는 소리에 돌아본 신파치는 눈을 크게 떴다.

긴토키가 벽에 주먹을 때려 박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벽이 찌부러질 정도로, 힘껏.

그 눈은, 분노라고도 비통이라고도 할 수 있는 빛을 띄우고 흔들리고 있었다.


(…그, 바보…!)


긴토키는 입으로 내지 않고 욕했다.

꾹 눈썹을 모으며, 강하게 눈을 감는다.



「나는 카구라를 찾는다, 네놈들의 부장 따위 내 알 바 아냐.」라는 자신의 대사는.

…거꾸로 말하면, 「네놈들도 카구라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마라」라는 것이 된다, 그랬을 터였다.


그렇게 자신은, 일선 끌어 당겼던 관계를 지킬 작정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 남자를 위해.




단 한가지에 목숨을 걸고 있는 남자.

그 밖에 뭔가 소중한 것이 만들어 질 것 같으면, 자기 몸째로 없애 버릴듯이 그것을 잘라버리는 남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잘라버린 후에, 혼자 아픔을 견디며 우는 것도.

사사로운 정에 사로잡혀 임무에 지장을 주는 것이,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두려움이라는 것도.



그런데도, 마치 동료에게 향하는 듯한 부드러운 눈빛을, 카구라나 신파치에게 향하는 것을 보고 말았다.

이 자신에게마저, 아무렇지 않은 듯한 상냥함을 엿보는 것을 알아 버렸다.

감도는 친밀한 공기에. 히지카타가 이쪽에 품으려 하고 있는 호의를, 깨달아버렸다.



완고하게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은, 특별히 쓸데없는 고집 때문만은 아니다.



끌리고 있다, 라니, 실은 누구에게 들을 것도 없이 자각하고 있었다.

뭐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녀석을 껴안고 두근두근할 정도로 자신은 지조 없는 게 아니고,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의미하는 것을 깨닫지 못할 만큼, 어리석은 것도 바보도 아니다. 사실은.

벌써 오래 전에 끌리고 있어서…그렇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었다.



똑바로 앞을 내다보는 저 남자의 눈을, 당혹스럽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이래저래 말해 상냥한 그 녀석이, 쓸데없는 것을 저울질 하며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나는 네놈따위 싫다고. 동료 따위가 아니야, 덧붙여 그 이상도 아냐. 언제라도 버려도 좋은 존재인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게 하고 싶어서.

억지로 자신의 감정을 굴복시키고. 서서히 완화되어 가는 분위기에 눈치채지 못한 척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읏…뭐, 하고 있는 거냐고, 바보 자식이…」




이 자리에 발신기만을 남기고, 아마도 단독으로 카구라를 구하기 위해 쫓으러 갔을 터인 히지카타를 떠올리고.

긴토키는 빠득 하고 어금니를 악물었다.





제11훈 잘 지나쳐가면 나중에 성가실 일이 없다.



「기다려!」


갑자기 걸려온 목소리에, 히지카타는 혼신의 힘으로 치켜들던 다리를 멈췄다.

주위의 남자들도 옷자락에서 기어 오르게 하고 있던 손을 멈추고, 당황한 몸으로 되돌아 본다. 제지의 목소리를 낸 것은, 아까 그들에게 심문을 명령했을 터인 주인이었다.


문어 상인은 미간에 깊게 주름을 잡고, 찌릿 눈을 번뜩이고 토시에를 응시하고 있다.


「이 냄새…」


킁킁, 낮은 코를 움직인 문어 상인의 중얼거림에, 히지카타는 부드럽게 눈을 찌푸렸다.


이 상인이, 겉보기와 달리 후각이 뛰어난 것 같다는 것도 야마자키에게 들었다.

한눈으로는 붙어 있는지 조차 판별하기 어려운 듯한 작은 납작한 코인데, 인간보다 월등히 좋은 것 같다.

문어 얼굴이라면 좀 더 문어 같은 특징 가지라고 멍청아, 하고 마음 속으로 불합리한 불평을 흘리고…히지카타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


문어 상인의 코에 머무른 냄새에, 짚이는 데가 있다.


은은하게 달콤한 그 향은, 히지카타의 찢어진 옷자락에서 풍기고 있었다.


…향유다.

「함정 수사에 나설 때는 반드시 허벅지 안쪽에 발라 주세요.」라고 야마자키에게서 건네 받은 것이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듣지 못 했는데, 지금, 그 향유가 어떠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문어 상인의 눈은 냄새의 원인을 찾듯이 방황하던 끝에, 토시에의 옷자락 근처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 여자, 독부일지도 모른다. 떨어져라.」


잠시 침묵 끝에, 문어 상인은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명령했다.

그 말에, 히지카타의 주위에 있던 몇명이 당황한 듯 손을 움츠렸다.

히지카타는 천천히, 한 번 눈을 깜빡였다.


독부(毒婦).

이 상황에서 사용한 만큼, 단순히 악녀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문자 그대로, 독을 사용하는 여자, 라는 의미인가.


그러고 보니, 하고, 히지카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재빨리 기억을 더듬었다.

여닌자 중에는, 적을 정사에 꾀어내서, 입안이나 체내에 묶여 있는 독으로 상대방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는 방법을 사용하는 자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요점은 미인계를 이용한 암살이란 것으로…상대를 잠자리에 꾀어내기 쉽게, 최음성이나 중독성 있는 특수한 향을 사용하는 일도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일은 어릴 때부터 훈련을 쌓은 첩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기술이며, 히지카타에게는 그런 기술이 없다. 체내에 독 따위를 넣어두면 그 시점에서 자신이 죽음이다.

그러니까 아마, 야마자키가 건넨 향유는 실제로 닌자들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냄새가 비슷할 뿐인 보통의 향유일 것이다.

…만, 그러나.


문어 상인들에게 있어 토시에는 정체불명의 여자, 암살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부자연스러운 달콤한 향기를 깨달은 이상, 신중해질 수 밖에 없을 터였다.


(과연…)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향유를 건넸을 때, 야마자키는 히지카타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만약 정조의 위기를 느낀다면, 반대로 전력으로 유혹해주세요.』


문답무용으로 때려 날렸지만.

향유의 의도를 자세하게 듣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로 야마자키가 그 때 무슨 말을 하고 있던 건지 알았다.

지금, 토시에가 유혹하는 것 같은 행동을 보이면 보일 수록, 적은 경계하고 다가가기 어려워진다.

너무 노골적은 오히려 수상하게 보이겠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좋다. 한 번 토시에의 언동에 뒤를 의심하기만 하면, 뒤의 뒤, 다시 그 뒤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움직일 수 없게 될 것이었다.


어설프게 머리 좋은 사람일수록 덫에 빠지기 쉽다.

페이크 도청기의 건도 마찬가지. 「수완가」라는 문어 상인의 평판을 역수로 취한 작전이, 지금까지는 딱 맞고 있었다.


(…좋아.)


궁지에서 활로를 찾고,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히죽 웃는다.

여기선 하나. 크게 경계심을 부추길 수 있도록, 성대하게 유혹해야하지 않겠는가.


유혹해야……유혹……유ㅎ……?



…유………



(유혹이란 건 뭐냐 인마아아아아!?)



찾아낸 활로 앞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벽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다시, 야마자키를 힘껏 후려쳤다.


당연한 일이지만, 남자를 추파를 던지는 일로 유혹한 경험은 거의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여자 상대라도 스스로 유혹하는 일 따위 거의 없다. 애초에 유혹이란 건 뭐냐고, 하고 미묘하게 불쾌한 생각을 하며 히지카타는 등에 식은땀을 흘렸다.

확실히 본의 아니게 이 몇 주 동안 「여자」를 연기하는 것에는 상당히 익숙해져버렸고, 실력이 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만.

그렇다 해도, 자신에게 바짝 다가온 긴토키는 가끔씩 얼굴을 경련 시키고 굳어 있기도 했고.

여자역을 본직으로 하는 것도 아닌 몸집 큰 여장남자의 미인계 따위, 평범하게 생각해서 통용될 리가 없다.


무리가 있잖아 이 작전. 히지카타는 머리를 안고 싶은 심정으로 눈앞의 남자들을 둘러봤다.

문어 상인은 험악한 눈으로. 부하들은 당혹과 경계가 반반인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토시에에게 다가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망설이고 있다.


…어쩔 수 없다.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한 번.

모처럼 적이 향유 냄새에 경계심을 품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할 만큼은 해 볼 수 밖에 없다. 지금을 놓치면, 고문이라는 궁지에서 벗어날 기회는 당분간 오지 않겠지.


아까 자신에게 천박한 눈을 돌렸던 녀석들이다. 분명 지구인의 얼굴의 미추 등이 구분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믿기로 하고, 히지카타는 자연스럽게 떨군 머리에서 살짝 눈을 들어올렸다.


가장 지위가 낮아 보이는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건져 올리듯 바라보자, 남자는 초조해 하는 것처럼 시선을 방황한다.

좀팽이다운 반응에 실소가 흘러넘치려는 것을 참고, 가만히 그 눈을 사로잡는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강한 시선으로 꿰뚫으면, 차분한 표정이었던 남자의 눈은 꿰메어진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향유 냄새가 도움이 된다면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리를 움직이고 옷자락을 풀어헤친다. 지나치게 다리가 보이면 남자의 골격을 들켜버리므로, 아주 조금만.


자신의 행동에 솟구치는 구역질을 참으면서.

시선을 붙잡은 채로, 아주 조금 눈을 가늘게 뜨고 눈동자에 미소를 띄우면.



남자의 얼굴은 눈에 띄게 상기했다.

꿀꺽, 목이 울린다.



(에에에에…어이어이…)


이런 걸로 괜찮은 거냐고. 바보 아냐?

너무나도 반응이 좋아서, 히지카타는 한시름 놓기보다 먼저 어이가 없었다.

역시 말단이라고 할까 뭐랄까…

지위가 낮은 녀석을 겨냥한 것은 정답이었던 건가, 하고 주변에 시선을 뻗으면, 눈에 성욕을 품고 있는 자가 한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뺨이 굳어진다.


(아니아니아니, 어떻게 된 거냐 이 녀석들. 반대로 기분 나빠!)


여장남자의 곁눈질에 볼 붉히지 마. 기분 나쁘다고 네놈들.


어이 없는 나머지, 누워서 침을 뱉는 듯한 말을 히지카타는 생각했다.

작전이 잘 되어서 다행이지만, 이렇게 잘 지나가도 복잡한 심경이다. 확실히 말해, 남자에게 정욕의 눈초리를 향하더라도 기분 나쁘다.


이런 바보 같은 부하면, 주인은 필시 고생하겠지…하고 슬쩍 눈을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문어 상인은 벌레를 백마리를 모아 씹은 듯한 얼굴을 하고 주위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들…」

「으, 앗, 네네네네넵!」


문어 상인의 낮은 목소리에, 부하들은 황급히 정신 차려 자세를 취했다.

주인에게 돌아서서 직립 부동 자세를 취하면서, 힐끔, 이쪽에 시선을 돌리는 순간을 노리고 다시 미소를 지어 보이면, 그들의 목이 또 꿀꺽 하고 움직인다.

문어 상인은 더욱 더 얼굴을 찌푸렸다.


「이제 됐어! 네놈들은 나가라!」


분노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며, 문어 상인은 방에서 부하들을 쫓아 냈다. 객실 밖에서 감시를 붙이도록, 하고 말할 뿐이었다. 이 부하들을 이대로 토시에의 가까이에 놔두면 성가실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간단하게 유혹당하다니 바보들이…하고 혀를 참과 함께 중얼거린 상인을, 히지카타는 반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정말로, 바보 같은 부하를 데리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병사들도 머리가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여장남자의 미인계에 시원스럽게 걸려 들 것 같은 패거리는 아닐 것이다 라고 믿고 싶다. 만약 그런 놈이 있으면 할복 시켜 주마.

후, 하고 무심코 짖궃은 미소를 입가에 띄우자, 문어 상인은 찌릿 눈을 들고 토시에를 몹시 얄밉다는 듯 노려봤다.


「…이 창녀가!」



(하……!?)


순간적으로, 말조차 잃고 히지카타는 문어 상인을 바라봤다.


…지금 이 녀석은, 뭐라 한 거냐.



「너의 심문은, 나중에 천천히 해주지.」


분노를 나타내는 말을 내뱉으며 문어 상인이 방을 나가는 것을, 히지카타는 절반은 멍하니 바라봤다.

철컥, 문이 닫히는 소리에, 제 정신이 든 것처럼 분노가 확 끓어오른다.



(웃…기지마 새꺄아아아!!)



히지카타는 무심코 동공을 홱 열고 문을 노려봤다.

본래라면, 작전이 잘 되었다고 싱글벙글 해야 할 일이지만…공교롭게도 그런 기분은 아니다.


(뭐가 창녀냐. 나도 좋아서 네놈들 따위에게 추파 던진 게 아니라고!)


상놈이 여자를 매도하는 말로는 흔한 문구.

지만, 히지카타는 그것에 눈 앞이 붉게 물들 정도의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기분이 나쁘다.

굴욕에 몸이 떨린다.


이상한 방법을 생각하거나 하다니 야마자키 그 녀석 나중에 죽인다. 하고, 히지카타는 위험한 결심을 굳혔다.

효과가 있었으므로 아직 괜찮은 거지만…비록 연기라도, 놈들 상대에게 교태 부리는 시선을 보내거나 몸짓을 만들어 보이는 등. 농담이 아니다. 기분 나쁨과 굴욕감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그렇다. 비록 연기라도.

아무리 임무 때문이라고 자신에게 타일러도, 허용 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하는 건 존재한다.



분노가 차츰 잦아들고 냉정함이 회복되면서, 히지카타는 성가신 것을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참을 수 있다, 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몇 주 간으로, 여자 연기를 하는 것엔 상당히 익숙해져서. 그놈에게 「연인」으로 바짝 달라붙는 것에도 익숙해져서.

자신은 임무를 위해서라면 이런 것도 해버리는 구나, 하고. 스스로도 감탄하고 있었지만.

능욕 당할 거라 생각했을 때도, 범해지고 끝이라면 그걸로 괜찮다, 고 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맨발에 닿은 놈들의 손에, 이론보다 먼저 소름이 돋았다.

교태를 부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에 구역질을 느끼고, 창녀라는 모욕에 눈앞이 뒤집혔다.


깨닫고 말았다.


며칠 동안, 「토시에」라는 여성을. 「연인」이라는 입장을 굉장한 혐오감 없이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남자가…긴토키가, 상대였기 때문이라고.



(…아니, 틀려, 틀리다고!? 이건 딱히 그런 뜻이 아니라, 그 녀석이 능숙하게 내게 맞춰 연극하거나, 싸우는 것이 기분 전환이 되기도 했으니까 스트레스 적게 끝났다는 것뿐일 이야기고 말이지…!)


…라니, 그런 의미는 무슨 의미냐 인마아아아!


아무도 없는 곳에 호소한 변명 같은 대사가 더욱 무덤을 파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히지카타는 창백해졌다.


뭘 생각하고 있는 거냐 나는.

이상하다. 어떤 의미든 아니든 간에, 어느 쪽이든 이상하다.

애초에 조금 전의 사고에선, 자신은 긴토키의 연인을 연기하는 것을 딱히 싫어 하고 있지 않았다, 라고 하는 것이 전제로 되어 있지 않은가.

아니아니아니! 있을 수 없어, 있을 수 없다고.

여기 쓰레기 자식들의 천박한 시선보다는 낫다라는 뿐인 이야기겠지만…!



히지카타는 휙휙 머리를 흔들며 강제적으로 사고를 중단했다.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조금 전의 그런 싸구려 견제가 언제까지나 통할 거라 생각되지 않고, 지금 문어 상인이 돌아오면 귀중한 탈출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무엇보다 이 조사는 스피드 승부인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이 방을 빠져 나가, 바이러스의 소재를 찾지 않으면.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기합을 넣으며, 심호흡을 한 번.

확실하게 숨을 정돈하고 나서 눈을 떠, 묶여 매달려 있는 손목을 끌어당겨, 현수의 요령으로 몸을 들어 올렸다.

꽈악, 손목이 조이는 것을 참고, 머리를 손의 높이까지 가까이 한다.

그리고, 손가락 끝을 오른쪽 귀 뒤 쯔음부터 가발 아래에 찔러 넣었다.


꺼낸 것은 새끼 손가락 절반 정도의 칼.

검지와 중지로 집은 그것을 뒤집어, 히지카타는 손목의 줄을 쿡쿡 찔러 끊었다.


소리 없이 바닥에 착지한다.

발목의 줄은 아까 풀어낸 채 있었으므로, 이걸로 히지카타의 온몸은 자유다.

히지카타는 왔다 갔다 하며 두손 두발을 흔들며 저림은 완화시켰다.


(…머리카락 속이라는 부분은 실로 좋은 은닉 장소다…인가.)


문어 상인의 말을 떠올리며 히죽 웃는다.

그렇게 말하고 맨 먼저 머리끈을 끊어낸 상대방도, 내린 머리 속에 아직 숨길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다.

가발과 피부 사이.

이 장발이 가발이라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면, 찾아낼 수 있을 리 없는 장소다.

…참고로, 진짜 발신기도 이 안이다.


(그럼…)


히지카타는 방 중앙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마, 이 방에 감시 카메라는 없다. 하지만, 만약 깨닫지 못한 곳에 있다고 한다면 서둘러야 한다. 한 번 줄을 빠져나간 것을 잡히면, 다시 탈출은 훨씬 어렵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발밑에서 띠 안에 넣어둔 작은 칼을 집어 들고, 미끄러지듯 걸음을 옮겨, 문의 바로 옆쪽에 있는 벽에 등을 착 붙인다.

칼집에 넣은 채로 있는 작은 칼을 치켜 들고, 끊어진 줄이나 소도구가 어질러져 있는 바닥을 향해 내던졌다.


작은 칼은 주머니 칼이나 비녀 등을 걷어 차고, 쨍그랑, 화려한 소리를 낸다.


직후, 문의 작은 투시창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당황한 듯한 목소리와 함께 찰칵찰칵 열쇠를 여는 소리가 났다.


「그 년! 어디에…!」


초조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방으로 뛰쳐 들어온 남자를, 히지카타는 옆에서 때려 눕혔다.


「크…앗」


후두부의 일격에 깔끔하게 정신을 잃은 남자를 내려다보며, 진부한 수법에 걸려들기나 하고, 라며 히지카타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어, 유효한 방법이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것이겠지만. 우리 병사들에게도, 이런 진부한 수법에 걸리지 않을 것 같은 교육을 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히지카타는 담담하게 남자의 옷을 걷어내고 열쇠 꾸러미와 잭나이프를 몰수했다.

대신에 자신의 다목색 옷을 벗고, 남자에게 걸친다.

그대로 질질 방의 중앙까지 끌고 가, 조금 전까지 자신을 묶고 있던 줄로 손목을 구속하고 매달라 올린다.

이것으로, 스파이 홀에서 확 하고 보는 정도는 속일 수 있을 것이다. …자세히 보면 역시 들키겠지만.


남자에게 옷을 빌려준 것으로, 히지카타 자신은 엷은 복숭아 빛의 긴 속옷에 다테지메(속옷을 여미는 끈)뿐이라는 뭔가 초라한 모습이 되었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남자로부터 벗겨 낸 옷을 입는 것도 생각했지만, 이 남자는 히지카타보다 몸이 크다. 사이즈 큰 옷 때문에 움직이기 어려워지고 만다.

게다가, 발견된 때를 대비해서 아직 여자의 모습으로 있는 편이 좋다. 바이러스를 무사히 확보할 때 까지는, 토시에의 정체가 남자인 것을 들키는 사태는 가능한 피하고 싶었다.

고로 가발도 아직 벗을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산발로는 방해에도 정도가 있다, 고 히지카타는 바닥에서 머리끈을 주웠다.



뒤쪽으로 하나로 머리를 묶으며, 후 하고, 바닥에 흩어진 비녀 조각에 눈이 간다.


이, 꽃 비녀가 밟아 부서졌을 때.

그 중의 발신기가 발견되는 것은 작전 내였으니까, 밟혀 깨져도 동요는 없었다. 오히려 해줬구나 하는 기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참히 깨진 비녀를 보고, 아아, 역시 그 회양목 빗을 꽂고 오지 않아서 다행이네, …같은 게 머리를 스쳤고.


그런 자신에게 당황했다.


…뭐어, 적들은 그 당황을 발신기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생긴 동요라고 간파해준 것 같기 때문에, 결과 좋다─고 말하면 그런 거지만.



(라니 어디가 좋다─냐 멍청아아아아!!)


거기까지 생각하고,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머리를 안고 주저앉을 것 같은 것을, 간신히 참는다.



위험해.

히지카타의 머릿속에는 경보가 울리고 있었다.


아까부터. 일이 있을 때마다 머리를 스치는 은빛.

지금까지는, 그것이 크게 마이너스로 작용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만.

이대로는.


언젠가 임무에 지장을 준다.


말단 무리에게 천한 눈으로 보여졌을 때, 뇌리에 지나간 은빛으로 한 순간 사고가 날아가, 눈앞에 있는 것에 대한 반응이 늦었다.

진선조의 존망에 직결되는 아슬아슬한 임무가 한창인데.


진선조 이외의 것에 신경 쓰느라, 진선조를 위기에 빠뜨린다 라는 건.

히지카타에게 있어, 그것은 공포와도 비슷한 감각이었다.



지금 뿐이다.

히지카타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타일렀다.

이런 식으로 그 남자에 대한 것이 머리를 스치는 것은, 조금 길게 관련되었던 탓의 일시적인 것. 이 일이 끝나기만 하면, 이런 감각은 금방 잊는다.

그러니까, 지금만. 반짝이는 은빛으로 정신을 빼앗기지 않도록 노력하면 된다. 그것 뿐이다.


단지, 그것 뿐.



간단한 일이겠지, 하고 기합을 다시 넣고, 히지카타는 다테지메에 작은 칼을 끼워 넣었다.







「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차 안에서 기계의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야마자키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쑤욱, 하고 신파치가 몸을 내민다. 확실히, 네비게이션풍의 화면 안에, 붉은 광점이 점멸하며 이동하고 있었다.


「역시 부장님, 잘 빠져 나간 것 같네요.」

「에, 발신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알 수 있나요? 적에게 옮겨지고 있다거나, 연행되고 있다거나일지도 모르는 게…?」


불안한 듯 묻는 신파치에, 야마자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뭐 확실히 단언할 수는 없지만…이걸 봐, 어딘가 다른 방에 옮겨지고 있다, 는 것 치고는 움직임이 이상하잖아?」


이 발신기, 최신식으로 굉장히 성능 좋으니까, 세세한 움직임까지 알 수 있거든~. 라고 왠지 득의양양한 기색으로 말하면서, 야마자키는 광점의 움직임을 손가락으로 쫓아 가리켜보였다.


「그치? 한 번 온 길을 돌아가거나 하고 어슬렁어슬렁 하고 있고. 움직임이 매우 느리니까…」

「자신의 의지로, 신중하게 주위를 살피며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이네…칫.」

「대장, 지금 혀 차셨죠?」

「기분 탓이야.」


오키타는 안대를 이마로 끌어올린 모습으로 슬쩍 대답하며, 일단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신파치의 건너편, 긴토키에게 시선을 던졌다.


「다행이네요, 형씨.」

「뭐가.」


긴토키는 자신에게 말이 걸어질 것을 예측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즉답으로, 퉁명스레 쏘아붙였다.

나는 아무런 흥미도 관심도 없지만, 하고 온몸으로 주장하는 그 태도에, 오키타의 눈동자가 히죽 웃는다.


「아아, 아직 자신의 눈으로 볼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겁니까. 히지카타 녀석도 상당히 사랑받는 거네요.」

「뭣…! 무슨, 그…런!」


긴토키가 뒷좌석에서 흘러 떨어진 건 무시하고, 오키타는 쿡, 하고 손가락으로 발신기의 화면을 찔렀다.


「뭐, 발신기의 움직임만으로는, 정말로 정조가 무사한지 어떤지는 모르지만요.」

「아뇨, 그치만, 도청기가 박살나고 그만큼 시간도 안 지났고, 아마 예의 작전이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마치 재미 있어 하는 것처럼 말하는 오키타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야마자키가 뒷받침 해준다.

하지만, 그것에 반응을 돌려준 건 오키타도 긴토키도 아닌, 아직 걱정거리가 끊기지 않은 것 같은 신파치였다.


「…하지만, 저기…야마자키 씨가 아까 말했던 그 작전은, 꽤…도박이죠. 만약 상대방이 생각보다 신중함이 부족하거나 하면…그, 유, 유혹하거나 하면 오히려 위험한 게…」

「아─…으─음…」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듯 말한 신파치의 말에, 야마자키가 대답을 내리지 못하는 듯 눈썹을 내린다.

확실히, 그 가능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자기가 모은 정보로는, 상대는 상당히 수완가로 신중파, 라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부장의 매력이 예측을 뛰어넘고 말았다는 것도 있을 수 있고 말이지, 하고 야마자키는 생각했다. 본인에게 말한다면 분명 때릴 것이므로 말하지 않지만.


뭐어 아마 괜찮다고 생각해. 시간 경과적으로, 굉장한 고문을 받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그런 무난한 대답을 하려고 야마자키가 입을 열려고 했을 때, 긴토키의 언짢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바보 신파치. 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런 체격 좋은 여장남자한테 미인계라던가 당해봐라. 기분 나빠서 다가가지도 못 하게 된다고.」

「긴 씨, 그거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


재빠르게 되물어서, 긴토키는 무심코 말을 멈추었다.



진심인가…라니, 아니, 응. 진심이라니까.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신파치 요 녀석아─.

평범하게 생각하라고. 히지카타라고? 그 녀석이 그런, 미인계 같은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야, 뭐어. 그 녀석의 여장이 미인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뭔가 이 몇 주 동안 엄청나게 연기가 레벨업 하고 있고, 그 반면으로 묘하게 무자각인 면이 있으니, 그 부분이 걱정이라면 걱정이지만. 이랄까 아니 누가 걱정이냐, 안 했거든 그런 거!


어쨌든! 그 자식이 남자를 상대로 요염한 시선을 보낸다든지, 생각한 것만으로 기분 나빠!



영점 몇 초만에 이정도로 생각하고, 긴토키는 일단 마지막 문장만 입에 냈다.

그러자, 신파치는 의심스러운 듯 반쯤 감긴 눈으로 쳐다봤지만, 야마자키는 예상 밖의 것을 본 듯 눈을 깜빡이고.


오키타는 감탄한 듯한 표정으로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형씨는 히지카타 씨가 자신 이외의 놈한테 추파를 던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겁니까. 그런 독점욕을 가진 분이었다니, 의외네요.」


「윽, 그─러─니─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냐 네놈은 요녀석아아아아!!」







「……있다…」


지하의 넓은 방에서, 히지카타는 멍하니 중얼거리고 있었다.

눈앞에는, 튼튼할 것 같은 큰 하얀 상자가 몇 개나 쌓여 있었다.

하나 하나의 상자에는 번호 입력식의 잠금이 되어 있고, 그 옆에는 「M - 102239D」라는 라벨.

바이러스의 형식 번호다.


「라니…에?…진짜로?」


너무 쉽게 발견된 거 아닌가, 이거.

히지카타는 주위에 안절부절 못 하는 시선을 방황한다.


감금되어 있던 방을 탈출하고 나서, 남의 눈을 피해 복도를 안쪽으로 더 안쪽으로 자진하여 갔던 곳, 상당히 경계가 엄중한 방을 찾아냈다.

틈을 타 감시자를 세게 조르고, 위협하여 꾀어내 이중 잠금을 열게 하여 안으로 들어가자, 시원스럽게 발견된 바이러스.

너무 일이 잘 풀려서 오싹한 듯한 기분이 든다.


함정인 거 아니냐, 하고 감시를 실컷 추궁했지만, 아무래도 진짜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이로써 만약 페이크였다고 하면, 감시 역의 남자는 희대의 연기파라는 게 된다.

참고로, 그 남자는 지금은 기절시키고 방의 구석에 굴리고 있다. 그런 유능한 부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약함이었다.


(…그럼, 진짜인 건가? 의외로 조심성이 없네 어이.)


즉, 이 저택에 침입할 가능성 따위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과연 막부 상층부의 어용상인. 이 나라의 경찰 기구 따위 얕보고 있는 거다.


「…그 방심이 목숨을 빼앗는다…라는 거거든.」


히지카타는 히죽 웃으며, 왼손을 귀 뒤에 찔러 넣었다.

가발 아래에 넣어진 발신기의 스위치를 만지면, 파장이 변화하여 밖의 진선조가 돌입하는 신호로 된다는 계획으로 되어 있다.


손 끝이 발신기를 찾아냈을 때, 히지카타는 사람 소리를 듣고 몸이 얼어 붙었다.

순간적으로 문 근처에 몸을 숨긴다.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그리고 갑자기 끊겼다. 아무래도 가까운 방에 들어간 모양이다.

히지카타는 복도의 모습을 보고 나서, 목소리의 주인이 들어간 듯한 문에 다가갔다.

기척을 죽이고 문의 틈새에 슥하고 귀를 댄다.


별실의 이야기 같은 건 무시하면 좋았을 것을,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청 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금 전의 사람 목소리가, 아무래도 문어 상인인 듯했기 때문이다.

진선조에게 돌입 신호를 보내기 전에, 이 남자의 언동은 체크해야 한다.

조금 전 발견한 바이러스가 함정이라는 가능성도 아직 버릴 수 없고, 토시에의 정체를 조금이라도 눈치채고 있는 듯하면 곤란하다.

안전 확실히 바이러스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한 정보를 손에 넣어 두고 싶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뜻밖의 희귀종이 손에 들어온 것이다. 기쁜 오산이야.」


귀에 들어온 문어 상인의 목소리는 조금 들떠 있는 것 같아서, 히지카타는 눈썹을 찌푸렸다.

이 남자가 기뻐할 일이라는 것은, 자신들에게 있어 그다지 좋은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기쁜 오산」 이란 건, 이쪽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오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숨을 죽이고, 히지카타는 문 너머의 대화에 집중했다.


「저쪽 분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다.」

「협상은 잘 진행 될 것 같은 모습으로?」

「아아. 상당히 전부터 찾고 있던 물건인 모양이라서 말야. 정보와 사진을 보내면, 즉각 전달해줬으면 한다라는 것이다.」


다른 단골 손님에게 주문을 받고 찾고 있었다고 해서 말야…. 「주문하면 뭐든지 손에 들어온다」는 평판을 짊어지는 것도 꽤나 편한 건 아닌 것 같군.

그렇게 말하고 웃음을 흘린 문어 상인에게, 부하 같은 남자의 아첨하는 웃음이 이어진다.


「찾고 있었던 물건에, 귀중한 덤이 붙은 것이다. 뛰어들지 않을 수는 없겠지. …뭐어 여기서부터가, 협상일 것이다.」


과연.

대화에서 대강의 사정을 잡고, 히지카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점은, 이 녀석들은 암상인이 찾고 있었던 물건을 우연히 손에 넣고, 그것을 백신 매매의 협상에 유용하게 쓰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백신도 문어 상인의 손에 넘어간다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인가.

…뭐어, 백신 쪽은 매매되어도 특별히 해가 없으니까, 그다지 중요시 해야 하는 화제도 아닌 것 같다만….


그건 그렇다 쳐도, 「찾고 있었던 물건에 귀중한 덤」이라니. 도대체 뭘까. 

저런 대규모 어둠 조직이 찾아도 좀처럼 손에 넣기 어렵다고 한다면, 상당히 희귀한 것일까.


자신이 봐도 그 가치를 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문 틈으로 실내를 들여다 본 히지카타는, 눈에 보인 광경에 숨을 삼키며 굳어졌다.


문어 상인들의 시선 끝에 나뒹굴고 있는 것.



와이어제 같은 그물에 싸인 커다랗고 하얀 개, 그 옆에는, 손발을 묶인 차이나복의 소녀.

어느 쪽이나 정신을 잃고 있는 것 같이, 힘없이 눈을 감고 있다.



(어째서 차이나가 여기에 있는 거냐고오오오!?)



무심코 마음속으로 외쳐 버린 히지카타는, 다음 순간에는, 본인 스스로도의 바보 같은 질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어째서, 따위. 생각할 것도 없다.


그 소녀는 히지카타가 납치되는 순간을 보고 있었다. …아마도, 쫓아온 것이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자만은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이 몇 주 간, 그 아이는 어째선지 이상하게 히지카타에게 호의적이었다. 눈앞에서 납치된 사람을 구하러 와도 이상하지 않다.

안경의 소년이 함께 없다는 건, 제지를 뿌리치고 온 게 아닐까. 그래서, 이 저택의 경비에게 붙잡혔다, 고.


…진짜냐, 하고, 히지카타는 현기증을 느끼고 이마를 눌렀다.

카구라는 히지카타를 구하려다 잡혀…그리고 지금 문어 상인에 의해 백신 거래의 협상 재료가 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암상인이 단골 손님의 주문을 받고 찾고 있었던 물건이란, 즉…야토족.

그리고 귀중한 덤이라는 것은, 아마 옆에 있는 하얀 개, 사다하루일 것이다.

히지카타는 저게 무슨 생물인지는 몰랐지만, 이전, 거대화하고 거리를 날뛴 것은 기억하고 있다. 보통의 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뭔가 귀중한 생물일 가능성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이나, 비합법적 조직의 손에 넘어가면 고가로 매매되어도 이상하지 않는 존재.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잘도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당사자들의 전투력 높이에 의한 것도 크겠지만, 아마, 항상 긴토키가 옆에 있다는 것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겠지.


긴토키는 그 소녀와 개를 가족이나 다름없이 소중히 여기고 있다. 몇 주 간의 공동 생활로, 히지카타는 그것을 뼈 아플 정도로 느끼고 있었다.

분명 숨겨진 위난으로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지켜 왔던 것이다.

…그런데도.


「저것들을 옮길 준비를. 협상에는 내가 직접 나간다.」


문어 상인의 목소리에, 히지카타의 손이 흠칫 떨렸다.

즉시 암상인의 곁으로 옮겨지는 건가… 당연하다. 경쟁 상대가 많은 거래이므로, 협상은 서두르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고 자시고도 없잖아.)


히지카타는 마음 속의 자문에 기계적으로 자답했다.

최우선 사항은 바이러스의 확보이다. 백신 쪽은 원래 내버려 둘 생각이었고, 그 암상인의 다른 소행에는 노터치로 간다고 정했다.

전 우주 규모의 암상인 조직은, 진선조가 손을 댈 수 있는 규모가 아닌 것이다. 문어 상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섣불리 손을 대면 즉시, 진선조는 붕괴된다.

그러니까. 문어 상인이 백신 협상 재료에 야토족을 넘겨주든 뭘 하든, 히지카타는 어떠한 참견도 할 수 없다. 보지 못한 척하는 게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히지카타의 머리에 긴토키의 얼굴이 지나간다.



지금, 히지카타가 카구라를 구하지 않았다고 해도, 긴토키는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작전이었다고 알고 있을 터다.

…아니, 어쩌면 화낼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히지카타를 탓할 시간이 있다면, 혼자서 구하러 가려 할 게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만은 상대가 나쁘다. 그 암상인 그룹은 지구상에 정해진 거점을 갖고 있지 않으며, 소재를 잡을 뿐이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행방을 찾는 사이에 우주로 송환되어 버리면, 과연 긴토키에게 쫓을 방법은 있는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쩌란 거냐…!)




머리를 반짝이는 은빛에 정신을 빼앗겨 임무를 놓치지 말아라, 라고.

자신에게 막 타이른 참이었던 말이 가슴에 걸려서.



히지카타는 꾸욱 손바닥에 손톱을 파고들게 했다.




제10훈 호랑이 굴에 들어가려면 준비는 철저하게



혼탁해졌던 의식이 돌아왔을 때, 히지카타는 곧바로 눈을 뜨지 않았다.

의식을 잃기 전의 상황과 피부로 느껴지는 주위의 공기에서,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냉정하게 헤아렸다.


차에 밀어 넣어지자마자, 약 냄새를 맡고 정신을 잃었다.

지금은 차의 진동도 모터 소리도 느껴지지 않는다. 의식이 없는 동안 목적지에 운반된 것 같다.

양 손목이 파내지는 듯이 아프다. 머리 위로 묶이고 위에서 매달려 있는 것 같다. 발끝은 간신히 바닥에 붙어 있었다.


주위에는 복수의 기척.

이쪽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간혹 불쾌한 시선이 꽂히는 것을 느꼈다.

깨어난 것을 적에게 들키기 전에,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해두는 편이 좋다. 고, 히지카타는 눈을 감은 채 의식을 온몸으로 둘러쌌다.


팔과 손목이 호소하는 것이 저림이 아니라 통증인 것으로 보아, 매달려진 후 그다지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 같다.

양손의 열 손가락을 하나하나 조금씩 움직여 감각을 확인한다. 별 지장은 느껴지지 않았다. 맡게 한 약은 단순히 재우기 위한 것으로,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발목은 묶이지 않았다. 발끝으로 문지른 바닥에서는 굳은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조리는 벗겨져 버린 모양이지만 버선은 신은 채다. 머리의 무게나 배를 조여대는 띠의 감각으로 보아, 기모노나 가발도 아무래도 납치됐을 때 그대로인 듯했다.


「일어난 것 같군.」


갑자기 내던져진 말에, 의외로 눈치 빠르군, 하고 내심 혀를 차며 히지카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안녕 하신가. …토시에 씨?」


창문이 없는 10평 정도의 방.

인구의 빛이 비춰져, 몇명의 남자가 매달린 히지카타의 앞에 서 있다.

그 중앙에 서 있는 천인의 얼굴에, 히지카타는 부드럽게 눈을 찌푸렸다.


(…이 녀석 놀랐는걸…)


적갈색의 피부, 머리카락이 없는 둥근 머리, 조금 뾰족한 입.

인간과 문어를 합쳐 반으로 나눈 것 같은 그 얼굴은.


「내 얼굴을 알고 있는 것 같군. …흥, 뭐 당연한가.」


사진으로 몇 번이나 확인했던, 멀리서라면 직접적으로도 본 적이 있는 거물 상인.

암거래 구매자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주목하고, 얼마 전 바이러스 무기 거래를 완료시킨 것 같다고 긴토키가 보고해 왔던 남자다. 


히지카타의 납치를 지시한 것이 이 남자였다, 라는 사실은 딱히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예상대로다. 라고 할까, 원래 이 남자를 함정 수사의 표적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다.


(갑자기 톱이 직접 심문하다니…상당히 「토시에 씨」를 중요시 하고 있는 것 같군.)


암거래를 하고 있는 몸이, 그걸 조사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 앞에서 이렇게 당당히 「흑막입니다」하고 모습을 드러내다니.

막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체포될 리 없다는 자신이 행한 기량인가. …아니면.


너를 살려 둘 생각 같은 건 없다, 라고 하는 무언의 협박인가.


히지카타가 가만히 노려보자, 문어 얼굴의 상인은 코웃음 치며, 미소를 띤 것 같이 뾰족한 입을 비틀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무슨 일로 네게 오길 바랐는지도 알고 있을 테지?」


가늘게 뜬 눈에 바늘구멍 같은 빛이 머문다.

과연 거물의 상인답게 방심할 수 없는 남자 같다. 하고, 히지카타는 신경을 다시 팽팽하게 잡았다.


자신을 납치하는 것까진 잘 되었다…여기서부터가 고비다.

다음은 능숙하게 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토시에」의 정체는 숨긴 채, 자신의 몸을 지킨다. 꽤 난제구나 하고, 남의 일처럼 히지카타는 생각했다.


어느 질문에 대답하고, 무엇을 묵비권을 행사하고, 어디까지의 고통을 견디며, 무슨 거짓말을 할 것인가.

그것들의 선택에 모든 것이 달렸다.

히지카타는 가늘고 길게 호흡하고, 온 신경을 사고에 집중시켰다.


함정 수사를 계획한 시점에서, 이런 상황은 당연히 예측하고 있었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심문이나 고문을 잘 벗어나기 위한 면밀한 방안을 준비해 온 것은 아니었다.

이번 작전의 최우선 사항은 발신기를 바이러스의 보관 장소로 이끄는 것이지, 자신의 안전 확보는 딱 잘라 말해 뒷전이었다.


침으로 목을 축인다.


적어도, 자신의 정체가 진선조 히지카타인 것을 들키는 사태만은 피해야 한다.

잠든 사이에 기모노나 가발을 벗기려 하지 않았던 것은 행운이었다.


「…무엇을 물어도, 저는 대답하지 않아요.」

「역시 재원이다. 이야기가 빠르군.」


신중하게 목청을 가다듬고 입을 연 히지카타에게 문어 상인은 비꼬는 듯이 웃는다.



「너처럼 우수한 여성이 어떤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지, 꼭 알고 싶어졌어.」


미소를 띠면서도, 히지카타를 찌르는 시선에는 서서히, 차가움이 증가했다.


(살해당해 줄 생각은 없지만…다소의 부상은 어쩔 수 없을지도.)


상인의 눈동자의 냉혹한 빛을 간파한 히지카타는, 냉정하게 각오했다.

그 눈은, 사람을 고문하는 데에 어떠한 주저도 느끼지 않는 눈이다.


물론, 그런 것에 겁먹을 히지카타는 아니지만.


「무슨 이야기죠.」

「이 년이!」

「까불지 마라!」


옅은 미소까지 지으며 말하는 히지카타에, 주위의 부하로 보이는 남자들이 술렁였다.

그 중 한 사람이 가느다란 장대를 손에 쥐어 때려눕히려 하는 것을, 문어 상인이 가볍게 손을 들어 제지한다.


「기다려. …이 여자에게는 상품 가치가 있다. 상처 내지 마.」


(상품 가치…?)


인신매매라도 할 생각인가 하고 히지카타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지구의 여자는 다른 별의 유흥 업소에 비싸게 팔린다고 들은 적이 있다. …남자인 자신이 비싸게 팔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히지카타는 입가를 아주 조금 짓궂게 비틀었다. 지금까지는 여자라고 믿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정체를 숨길 수 있는 데다 「상처를 얻지 않는다」라는 덤까지 붙다니, 상당히 형편상 좋은 이야기다.


히지카타의 근소한 표정 변화에, 문어 상인은 조금 기분이 좋지 않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지나친 여유지만…너는 좀 더, 자신의 위기를 파악하는 게 좋다.」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비스듬히 뒤의 부하에게 슬쩍 시선을 돌리고 턱을 치켜든다.

끄덕인 부하가 잭나이프를 꺼내었기에, 히지카타에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쩌면 「상처 내지 마」라는 건 「큰 부상을 입게 하지 마라」라는 의미로, 다소의 상처가 나는 것 쯤은 마다하지 않는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경계하자, 나이프를 든 남자는 빙글, 히지카타의 등 뒤로 돌았다.



귀 뒤에서 희미한 소리가 났다.

끊어진 것은, 긴 흑발을 모으고 있던 진홍빛 머리끈.


사르륵, 긴 흑발이 떨어지면서 동시에, 챙, 쨍그랑…하고 단단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무엇인가가 굴렀다.

…그렇게 나온 건가, 하고. 히지카타는 입 안에서 혀를 찬다.


문어 상인은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집어 들고 흠, 하고 눈을 찌푸렸다.


「매우 작은 포켓나이프인가…그 손목의 줄을 끊을 정도라면 충분했겠지.」


모은 머리카락 속이라는 것은 실로 좋은 은닉 장소다. 하고, 부자연스럽게 감탄의 대사를 내며, 히지카타에게 의미 있는 듯한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이 경우, 『좋은 장소』라는 건 『흔히 쓰이는 장소』이기도 하다는 거지.」


다음. 이라는 지시를 받고, 방금 전의 남자와 또 한명이 칼을 꺼내, 히지카타의 양 소매의 소맷자락을, 이어서 띠를 찢었다.

그 때마다, 작은 도구가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


(이 자식, 능숙하게 하고 있어…!)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욕을 했다.

꽤나 머리가 돌아가는 남자인 것 같다고는 알았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솜씨가 좋다. 이런 거에 상당히 익숙하다는 건가. 

씁쓸한 기분으로 바닥에 흩어진 도구류를 살펴본 히지카타는…후우 하고, 그 눈에 한 순간, 살짝 당혹감을 띄웠다.


있어야 할 것이, 거기에 없다.


「찾으시는 물건은 이건가?」


재밌다는 듯 들려온 소리에 눈을 든다.

그 눈 앞에서 문어 상인은, 품에서 한 개의 비녀를 꺼내어 보였다.

한 송이의 꽃을 본뜬 심플한 비녀. 오늘, 히지카타가 꽂고 있었음이 분명한 것이다.

히지카타는 노력하여 무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


입 다물고 무서운 기세로 문어 상인의 얼굴을 노려본다. 그러자 상인은 오른손으로 비녀를 만지작거리다, 갑자기 어깨를 움츠리고 호들갑스럽게 아쉬운 소리를 냈다.


「아아, 아니면 발신기가 붙은 띠 끝부분 쪽인가? 미안하지만, 그 쪽은 여기에 도착하기 전에 부하가 차 안에서 부숴버린 모양이야. 꽤 좋은 세공품이었던 것 같아 안타깝지만…부족한 부하라, 부수는 것 외에 발신기를 멈추게 할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서 말이지.」


…이 비녀도, 하고 천장의 불빛에 꽃의 비녀를 비추며 눈을 가늘게 뜬다.


「아름다운 물건이지만, 내장된 도청기를 떼어낼 수 없다…아쉽지만.」


빠각!


공중에서 손을 떠난 비녀는, 중력에 이끌려 바닥에 도달하는 순간, 소리를 내며 밟아 부서졌다.


깨지고 부서진 그것을 바라보는 히지카타의 표정에 희미한 당혹을 알아채고, 상인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웠다.


「자신의 위기적 상황이 이해가 가나?」


발신기에 도청기에 소형 나이프에 기타 등등…꽤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던 모양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무르지 않아.

눈을 가늘게 뜨고, 입가에 여유의 미소를 띠면서, 상인은 압박을 날리듯 부지런히 구두 소리를 울리며 천천히 히지카타의 주위를 돈다.


「이걸로 네 동료에게는 이 장소를 특정할 수단이 없고, 너에게는 스스로 탈출할 방법도 없다.」


아직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거라면 버선 속일까…허벅지 안쪽 근처일까.


한바퀴 돌아 정면으로 돌아온 상인은, 천장에 매달린 히지카타를 꼼꼼히 살펴보며, 들으란 듯 그렇게 중얼거린다.

찢어진 띠는 이미 바닥에 떨어지고, 소매를 잘린 기모노에 가느다란 허리끈을 묶었을 뿐인 모습을 핥듯이 더듬는 시선에, 히지카타는 싫은 예감을 느끼고 미간의 주름을 더한다.

상인은 한 번 끄덕이고, 좌우의 부하에게 말을 걸었다.


「버선과 옷의 안쪽을 조사해라. …그리고.」


거기서 일단 말을 끊으며, 힐끔, 곁눈질로 의미 있는 듯한 시선을 히지카타에게 향한다.



「이 여성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말할 마음이 되도록, 조금 귀여워 해줘라. 방법은 너희들에게 맡기지…표면에 상처만 내지 않으면 상관 없다.」



상사의 말을 들은 남자달의 눈에 비열한 빛이 떠오른 것을 보고, 히지카타는 꽈악 어금니를 악물었다.


그 색을 보고도 상인의 말이 의미하는 것을 알지 못 할 만큼, 바보도 꼬맹이도 아니다.

본래라면, 남자인 히지카타에게 향해질 리 없는 시선.


(…위험한데.)


히지카타의 등에 식은 땀이 흘렀다.


능욕, 당한다…그것 자체가 위험하다라기 보다는.

그 과정에서 「남자」라고 들켜버리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


남자란 걸 알면 능욕당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대신 「상품 가치가 없다」고 간주되어 잔학한 고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어떤 고문을 받더라도 진선조의 이름을 토해낼 생각은 없지만, 바이러스의 장소도 못 잡고 있는 지금 단계에서 히지카타가 움직이지 못 할 만큼 고통스러워 한다, 라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사태였다.

그것에 비하면, 남자인 자신에게 있어 능욕 당한다라는 건 큰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이 부하들이 지구인의 수컷 암컷에 개의치 않고, 성적 능욕이라는 고문을 계속한다면 그 편이 고맙지만.


히지카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다가오는 두 남자를 관찰했다.

천인인 듯하지만, 지구인에 극히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조금 전 히지카타에게 「이 년」이라는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생각해봐도, 지구인의 성별의 구별이 안 된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어떻게 할 수 없을까, 하고 마음 속의 초조함을 숨기면서 번뜩 시선을 강하게 하면, 그것을 공포를 억누른 허세라고 해석한 것일까.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상인의 입꼬리가, 씨익 위로 올라갔다.


그것을 노려보고,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흥 하고 코웃음 쳤다.


혐오는 느끼지만, 공포 따윈 느끼지 않는다.

자신은 남자다. 정조도 뭣도 없다…라고 하면 요즘은 성 차별이다 뭐다 비난하겠지만, 적어도 자신은 능욕에 겁먹을 만한 인간이 아니다.

범해지고 끝이라면 그걸로 좋다. 칼을 쥘 수 없게 되는 부상을 입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낫다.


이 수사를 시작할 때부터, 그 정도의 각오는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수사를 위해서 정말 싫은 자식과 몇 주간 연인인 척 해 왔을 정도니까. 자존심 따위 이미 버리고 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문득.



(…정말 싫은, 이라니…)


언뜻, 머리를 스친 은빛에.

어째선지 욱신거리며 아픈 가슴이, 자신의 사고에 위화감을 호소해서.



다음 순간, 히지카타는 그런 자신에게 당황했다.



(아…아니! 정말 싫어하지? 나 딱히 틀린 말 안 했지!? 그 자식과 연인 행세 따위, 자존심 던지지 않으면 할 수 있을 리가 없고! 나는 어디까지나 수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떨떠름하게…!)


일순, 아득한 저편으로 빗나간 사고가, 눈앞에 있는 것에 대한 반응을 살짝 늦게 했다.

히지카타의 발밑에 허리를 굽힌 부하 중 한명이, 재빠르게 버선을 벗겼다. 순간적으로 다리를 치켜들기 전에, 꽈악 하고 두 다리가 좌우의 남자에게 제지당했다.

맨발에 남자의 손이 닿는다.



찌릿.



등골을 박차 오른 오한에, 히지카타는 무심코 작게 숨을 삼켰다.


(어째서냐…)


능욕 당하는 일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문제인 것은 남자란 것을 들켜버리는 것, 그것뿐. …이었을 텐데.

어째서인지.

뻗어오는 손에, 눈앞의 남자들에게 품은 혐오가, 바로 조금 전까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스윽. 발목에서 위로 미끄러지는 손에 소름이 끼친다.


…그러고 보니, 그 자식에게 만져지고 소름이 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갑자기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것을 생각하고, 그 순간에, 위 근처에 소용돌이 치는 구역질이 갑자기 강해졌다.


(그러니까 어째서…!)


당혹을 이어가며 경직된 히지카타의 다리를, 남자의 손이 기어 올라가고.

기모노의 옷자락이, 분해되었다.





「비녀가…!」


길가에 주차된 1대의 밴 타입의 승용차.

그 운전석에 앉아 있는 남자는, 자신의 무릎 위에 올린 라디오 같은 기계를 들여다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진선조의 감찰, 야마자키 사가루다.

그가 무릎에 두고 있는 기계에서는, 지금은 이제 모래 폭풍의 소리 밖에 들리지 않고 있었다.


「당해버렸네.」


조수석에서 씁쓸한 목소리를 낸 것은, 1번대 대장 오키타다.

바로 조금 전까지, 그들은 그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것이 빠직 하는 소리와 함께 끊겼던 것이다. 직전의 대화로부터 생각해 보자면, 도청기가 훼손됐다는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아무래도, 띠 끝에 넣어두고 있었던 발신기도 이미 부서져 있는 것 같다. 신호가 포작할 수 없게 된 시점에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아아아…」


야마자키는 무릎의 기계를 끌어안고 고개를 숙이며, 비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거, 비쌌는데……」

「그런 문제냐아아아! 잠깐, 야마자키 씨 당신 무슨 한가한 말을 하는 겁니까!!」



쾅! 하는 화려한 소리를 내며 뒷자석에서 외친 것은, 진선조의 병사가 아니다. 신파치다.

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자리에서 허리를 띄우고, 운전석의 등받이를 잡고 몸을 내밀고 있다.

그 얼굴은 창백하고, 등받이에 박힌 손가락 끝은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하얘지고 있었다.


「이러면, 토시에 씨…아니, 히지카타 씨가…!」


호소하는 목소리가 떨린다.


함정 수사로서, 세심한 준비를 하고 고의로 적의 손에 떨어졌다, 라는 얘기 였으니까 안심했었는데…

발신기도, 도청기도 부서져 버리면. 이래서는 구하러 갈 방법이 없지 않은가.

게다가 아까의 대화를 들은 바로는 적은 상당한 수완가로, 지금부터 확실히 히지카타를 심문하려는 분위기였다.

이대로는.


「히지카타 씨의 몸이, 위험하다구요…!?」


신파치의 말에, 오키타는 모래 폭풍 소리가 흐르는 기계를 들여다보며, 하아, 하고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확실히, 히지카타 자식의 괴로워 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건 아깝네에. 모처럼 녹음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윽! 잠깐…, 오키타 씨! 당신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농담이라도 말해서 좋을 때와 나쁠 때가…!」


한 순간 아연실색하고, 신파치가 격분하며 오키타에게 다가섰다. 그 험악한 얼굴에 오키타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조금 몸을 뒤로 젖혔다.


「안경 너, 뭘 그렇게 당황하고 있어?」

「뭐냐니…!」

「어라, 혹시 신파치 군, 모르고 있는 거야?」

「……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몸을 밀어 넣어 오키타에게 대들던 신파치는, 야마자키의 목소리에 되돌아보며 꿈뻑, 눈을 깜박거렸다.

야마자키는 조금 의외인 듯한 얼굴을 하며, 신파치를 안심시키듯 생긋 미소를 띄운다.



「괜찮아. 띠 끝의 발신기는 미끼야. 진짜 발신기는 아직 들키지 않았으니까.」



그러면서 야마자키는 신파치의 눈앞에 있는 차 내비게이션같은 기계를 가리켰다.

작은 화면에 표시되는 것은 세세한 지도와 차의 위치를 나타내는 표시, 와, 일정 간격으로 점멸하는 빨간 점.


「자, 이 붉은 점이 부장님. 이번 작전의 열쇠는 발신기니까, 그렇게 간단히 발견될 것 같은 곳에는 숨기지 않았어…허리 띠 끝에 숨겨둔 것은, 저쪽이 발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어. 보통, 하나가 발견되면 그 이상은 찾으려고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발견되기 쉬운 곳에 하나, 인 거지. 하고 웃는 얼굴로 설명하는 야마자키에 오키타가 귀찮은 듯이 덧붙인다.


「애초에 안경, 생각해 봐. 이쪽이 숨긴 발신기가 진작에 부서진 그거 하나 뿐이라면,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자리 잡고 있을 리 없잖아.」

「아…」


오키타의 말에, 신파치는 무심코 소리를 냈다.

내비게이션…같은 것, 이 가리키는 그들의 현재 위치는, 붉은 점의 바로 옆이다.

붉은 빛이 점멸하고 있는 곳은, 지도 위에서도 상당히 크다는 걸 알 수 있는 저택의 한점. 그들을 태우고 있는 밴은 그 저택 정면의 길에서, 모퉁이 하나를 돈 골목에 정차되어 있었다.


「이 저택이 그 상인의 숨은 아지트가 되고 있다는 건, 아직 조사가 되지 않았으니까.」


야마자키가 쓴웃음을 짓는다.

히지카타가 옮겨진 듯한 저택은, 원래는 이름 있는 무가의 저택이었으나 개국 후 몰락하고, 모 천인 귀족에게 별장으로 팔렸다, 는 것이었다.

그것이 어느샌가 그 문어 상인에게 다른 곳에 전매되었다고는, 감찰의 야마자키의 조사도 미치지 않는 곳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까 전에. 야마자키가 운전하는 밴은, 바로 이 장소에 와서 멈췄다.

이 차만이 아니다. 실은 이 부근에는, 진선조의 병사들이 많이 존재했다.

즉 그것은, 이 저택을 수상하다고 특정했다는 것으로.


띠 끝의 발신기는 이 저택에 들어가기 전에 부서져 있었을 텐데, 정확하게 여기를 찾아냈다, 는 건…


「그, 그런 것이엇습니까…. 죄송합니다, 소리치거나 해서.」


자신의 당황함을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힌 신파치에, 야마자키는 아니라며 손을 흔들었다.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이쪽이 나빴어. 틀림없이 형씨에게 들었다고 생각해서 말야.」

「형씨, 혹시 안경에게 아무것도 설명 안 했습니까.」


두 사람의 대사를 듣고, 신파치는 빙글, 뒤를 돌아봤다.


그 시선의 끝에는, 긴토키가 가장 뒤쪽 자리에 추욱 걸터앉고 있다.

그는 조금 전 부터 쭉, 나른한 듯한 눈으로 가만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오키타의 질문에 스윽 눈을 정면으로 향한 긴토키는, 조금 미간에 주름을 잡고 목 뒤를 긁었다.


「…아니, 나도 그 녀석한테서 그렇게 자세한 정보를 들었던 건 아니었고…애초에 이 녀석을 여기에 데려 올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말이지.」


한숨 섞인 소리에, 한 순간, 차 안이 조용해졌다.

신파치는 꾹 입을 굳게 닫았다.


본래의 예정으로는, 신파치는 여기에 없을 터였던 것이다.

히지카타가 「무사히」 적에게 납치되면, 긴토키가 진선조의 병사와 합류하고, 다음 작전으로 넘어간다. 신파치와 카구라는 타에의 집에. 그럴 작정이었다.

그것이, 왜 지금, 신파치도 차에 타고 있는가 하면.


카구라가 히지카타의 뒤를 쫓아 가버렸기 때문인 것이다.


작전을 모르고, 혼자서 적진으로 향해 가버린 카구라를 걱정하여, 신파치는 자기도 가겠다고 말을 듣지 않았고.

긴토키도, 카구라의 몸을 걱정하는 신파치의 기분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형씨. 차이나 씨를 멈추지 못 해서.」


야마자키가 불가사의한 소리를 낸다.

30분 정도 전. 저택을 은밀하게 포위하고 있던 병사가, 하얀 큰 개에 올라 탄 차이나복을 입은 소녀를 목격했다.

그러나 그녀는, 멈출 틈도 없이 저택의 담장을 뛰어 넘고 올라가버린 것이다.


…그 이후로, 소식이 없다.


야마자키는 차에 탄 이후로 쭉 말수가 적어진 긴토키가, 아무것도 아닌 듯한 얼굴 뒤에 초조함을 감추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카구라와 사다하루 세트는 누구도 멈출 수 없어. 저런 거 태풍이라고.」


긴토키는 흥미 없다는 듯이 그렇게 돌려주고, 그 이상의 추궁을 피하는 것처럼 창밖을 가리켰다.


「그런 것보다, 뭐야 저거.」


밴의 창문 유리에는 안개가 붙어 있고, 밖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안쪽에서는, 어두우면서도 밖의 경치를 내려다보게 되어 있었다.

그 유리 너머로 긴토키가 가리킨 것은, 밴이 멈춰 있는 골목의 입구 부근. 저택 정면의 길에 주차된 몇대의 경찰차와, 긴장된 표정이 오가는 병사들.

그리고, 그 병사들에게 붙어 어슬렁거리는, 분명한 TV 카메라와 집음 마이크.


「에, 형씨, 자세한 것은 못 들었다고, 설마 작전 내용도 듣지 않았습니까?」


긴토키가 가리키는 것을 보고, 야마자키는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오키타가 느긋한 목소리로 설명을 더한다.


「저건 보면 알겠지만 TV 직원이에요. 무장 경찰에 밀착 취재라는 것으로, 문어 상인의 저택에 바이러스가 있는 것을 전국적으로 유명한 생방송 하자는 이야기라.」


이번 사건의 최대의 문제는, 상대가 막부와 연줄이 있는 대상인이라는 것이다.

즉, 진선조가 이 저택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한 것만으로는 만사 해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리하게 파고 들어 압수해버리는 것은 진선조는 막부에게 당해버려, 바이러스의 존재도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 채, 문어 상인과 막부의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오가겠지.


거기서, 진선조가 세운 작전은 이런 것이었다.


우선, 양이지사가 천인의 상인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꾸며 내, 경비라는 명목으로 문어 상인의 저택 주변을 진선조의 병사가 지킨다.

거기에, 정체 불명의 남자(이 역할은 긴토키가 담당한다)가, 저택에 침입한다.

진선조는 「상인의 몸을 지키기 위해」 침입자를 쫓아 「어쩔 수 없이」 저택에 돌입해, 그 저택 안에서 「우연히」 바이러스 무기를 발견한다.

그것을 「우연히」 진선조를 밀착 취재하고 있엇던 TV 직원이 촬영·전국적으로 생방송 해 버린다…


「이름하여 『루팡 3세·카리오스트로의 성 작전』이란 걸로.」


당당하게 검지를 세우고 말하는 오키타를, 신파치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히지카타는 오늘 아침, 밀착 취재를 받고 있는 건 사소한 사건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을 보도하고 상대를 방심시키기 위해서다, 라고 말했던 기분이 드는데. 그 뒤에 그런 의도가 숨겨지고 있었던 건가.

정말로, 감탄하는게 좋을지 어이 없어 해야 좋을지…어른이란 생각하는 것이 교활하다.


어이 없어 하는 신파치를 뒤로 하고, 긴토키는 긁적긁적 시시하다는 듯 목 뒤를 긁었다.


「아니 뭐, 그건 그 녀석한테 들었는데…」


그 작전에 대해서는, 긴토키도 히지카타로부터 제대로 들었다. 주인공이 비슷한 작전을 사용하고 있던 영화의 제목을 딴 작전명까지 확실히.

하는 김에 그 영화와 같은 감독의 작품인 『이웃집 페도로』의 훌륭함에 대해서도 끝없이 이어졌으니까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라, 긴토키는 다시 창밖을 가리켰다.


「뭐야 저, 저쪽 순찰차의, 조수석…」

「아아, 저거 말입니까.」


긴토키가 가리키는 곳을 확인한 야마자키는, 납득한 듯한 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대의 순찰차. 거기에는 이따금 병사가 달려들어, 차내의 인간과 뭔가 말을 주고 받고는 떠나고 있다.

그 조수석에 있는 사람의 옆모습.


「잘 만들어졌죠? 실물 크기 부장 패널, 옆모습 버전입니다.」

「캠페인 걸이냐 그 녀석은.」


도리어 자랑스럽게도 들리는 어조로 말한 야마자키에, 긴토키는 지체없이 파고들었다.

아니, 그래도, 생방송 중에 부장의 모습이 한 번도 비치지 않는 것은 수상하고. 패널이라도 차의 유리창 너머라면 꽤 잘 모른다구요? 등 야마자키의 대사를 넘기며 어이 없다는 한숨을 한 번.

…확실히 처음엔, 거기에 있을 리 없는 인물의 얼굴을 발견해 일순간 눈을 크게 떠버렸지만. 가만히 자세히 관찰하면, 참으로 시시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연구하고 있을 정도라면, 냉큼 돌입해버리면 되잖냐. 빨리 끝내버리면 그만이잖아. 뭐야? 지금, 저택 안의 구조라도 찾고 있는 거야?」


내부의 상황 조사가 끝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거냐고, 긴토키는 물었다.

침입하는 정체 불명의 남자도, 그것을 쫓는 진선조도, 거기에 달라붙어 오는 TV 직원도 이미 준비 되어 있으니, 더 이상 작전 실행을 기다릴 이유 같은 건 그 외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야마자키는, 긴토키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뇨, 저택 내의 지도는 이미 손에 들어와 있어요. 원래 천인의 건축이 아닌 무가 저택이었기 때문에, 정보 수집도 비교적 간단해서.」


이겁니다. 하고 품에서 꺼낸 도면을 펼치고, 동시에 내비게이션풍의 기계에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을 확대한다.

그리고 펄럭, 대조하는 듯 화면과 종이 도면을 늘어놓아 보였다.


「발신기 위치로 볼 때, 아무래도 개축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 본래 방이 없을 터인 장소에 빛이 나고 있어서, 지하라든지 숨겨진 방이라든지, 그런 거겠죠. 이 위치에 도착할 때까지의 경로도 제대로 기록하고 있으니까, 그것과 대조하면…」


수중의 메모와 화면을 비교하면서, 발신기가 다닌 루트를 손가락으로 쫓기 바빴던 야마자키는, 탁, 종이 도면의 한점을 가리켰다.


「여기, 복도 옆의 계단이 수상하네요. 이 부근에 비밀문이나 숨겨진 계단이 있다고 생각하니, 형씨는 들어가면 곧바로 이곳을 목표로 해주세요.」

「아아? 어이어이, 거기까지 세세하게 알고 있다면 더욱 더 빨리 돌입하면 되잖아. 뭘 빈둥거리고 있는 거야 요 녀석아─.」


담담하게 설명한 야마자키에, 긴토키는 눈살을 찌푸린다. 신파치도 의심스럽게 야마자키를 바라봤다.

저택 내부의 지도가 손에 들어와, 숨겨진 방으로의 입구 같은 것도 알고 있다면, 여기서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의문의 시선을 받고, 야마자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가능하면 바이러스의 보관 장소를 정확하게 알고 싶습니다. 부장이 있는 방 근처에 있다고는 장담 못 하고…」

「모처럼 TV 카메라 거느리고 들어간 곳에서, 좋게 바이러스가 발견 되지 않으면 수고한 보람이 없어 미안해지니까요.」


야마자키의 설명을, 조수석에 기대어 있는 오키타가 잇는다.

목적이 히지카타의 구출이라면 지금 당장 돌입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이번 목적은 어디까지나 바이러스이다.

이 저택에 바이러스가 보관되어 있다, 라고 하는 것을, 확실히 TV 카메라에 비추고 전국에 흐르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막부에게 알려지는 것보다도 먼저 세상을 아군으로 삼지 않으면, 진선조의 목숨은 없는 것이다.

상당히 아슬아슬한 줄타기니까요. 하고, 오키타는 대사에 어울리지 않는 재밌어 하는 듯한 미소를 띠었다.


「그러니까 부장님에게 어떻게든 자력으로 저택 안을 수색하여, 바이러스를 발견하면 신호를 보내달라고 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 발신기는 꽤 우수한 물건으로, 수중의 조작으로 두 종류의 파장을 보낼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점멸의 간격이 바뀌면 바이러스를 발견했다는 신호입니다.」

「반나절이 지나도 발신기에 움직임이 없다면, 히지카타 녀석이 자력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고 예상하고 돌입하는 것으로 돼서요. …앞으로 10시간인가.」


차내의 디지털 시계를 살짝 보고, 오키타는 갑자기 품에서 안대를 꺼냈다. 낮잠의 자세다.

야마자키는 그런 오키타에게 눈을 돌리고, 이런이런 하고 어깨를 떨어뜨린다.

움직임이 있으면 깨울게요, 하고 말하려 했으나…긴토키의 소리에 막혔다.


「…그런 느긋한 걸로 괜찮은 거냐.」


드물게 진지한 조바심을 내포한 목소리에, 야마자키는 눈을 깜박였다. 오키타도 쓰려던 안대를 벗고 뒤를 돌아본다.

평소대로처럼으로 가장한 긴토키의 표정에 감추지 못한 초조감을 알아채고, 얼굴을 마주본다.

그리고 쓴웃음을 지었다가, 두 사람은 긴토키에게 제대로 돌아섰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차이나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상인은 상당히 이익에 예민해서, 상품 가치가 있는 것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안 좋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멸종 직전의 전투 종족 『야토』의 소녀라면, 꽤 비싼 가격에 거래될 테니까요.」


그러니까 그렇게 성급하게 돌입하지 않아도…만약 차이나 씨가 잡혀 있다고 해도, 어딘가에 갇혔을 뿐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안심시키듯 차분한 어조로 설명한 야마자키에, 긴토키는 흐음, 하고 기운 없는 목소리를 흘렸다.


「그렇군. …그래서? 그 녀석은 어떤데.」

「하? 그 녀석이라니…아아, 부장님 말입니까?」


야마자키는 조금 멍한 표정을 짓더니 수긍했다. 그쪽을 물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라는 얼굴이다.


「뭐어, 그들 입장에서는 『토시에 씨』는 현재 유일한 단서니까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 한 동안 죽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장님이 그렇게 쉽게 입을 열 것 같지 않구요.」


시원스런 대답을 받고, 긴토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그 후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목숨만 있다면 무사, 하다는 것도 아니잖냐.」

「아아…그건, 즉…」


긴토키의 말 뜻을 정확히 깨닫고, 야마자키는 조금 말을 더듬거렸다.

힐끔, 하고, 염려하는 듯한 눈길을 신파치에게 향한다.


「그것은 즉, 그…」

「손톱이 벗져기거나 귀가 멀거나, 손가락이 떨어지거나 채찍으로 맞는다거나 달궈진 쇠 꼬챙이로 찔린다거나, 그런 겁니까?」

「잠, 대자아앙! 좀 더 완곡하게 말해주세요!」


오키타의 대사에 신파치가 히익 숨을 마신다. 그것을 본 야마자키는 황급히 오키타에게 항의하고, 진정시키려는 듯 긴토키와 신파치를 향해 돌아섰다.


「아니 저기, 분명히 그런 우려도 있기는 있는데…아까 말했듯이, 상대는 이익에 예민한 상인입니다. 『야토』 정도의 상품성은 아니라고 해도, 그, 저 정도의 미인을 그렇게 비참하게 다치게 하거나 하진 않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 여장은 웃길 정도로 어울렸으니까요.」


말하기 어려운 듯 말을 잇는 야마자키에 이어서, 오키타가 칭찬하는 건지 바보 취급하는 건지 판별하기 어려운 것을 말한다. 야마자키도 거기에 수긍하면서, 한층 더 말하기 어려운 듯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으음, 아마, 심문으로는 때리고 걷어차는 것과는 다른 폭력을 생각하고 있는게 아닌가하고…그, 역시 미인이니까, 그, 소위…」

「강간이나 윤간 같은 것으로 말이죠.」

「아아아! 그러니까 대자아앙!!」


스윽, 하고 단언한 오키타에게, 야마자키는 다시 머리를 싸맸다.


「…뭐, 뭐어, 그런 겁니다. 옷이 벗겨지면 아무리 그래도 남자라고 들키겠지만, 그걸로 그만둔다고 단정할 수 없고…」

「라고 할까, 천인 주제에 지구인을 범하자고 생각이 드는 거면, 남자든 여자든 그렇게 집착하는 것 같지 않으니까요.」

「…그걸로 괜찮은 거냐고.」

「네?」


응응 하고 서로 끄덕이고 있는 중에 들린 낮은 목소리에, 오키타와 야마자키는 무심코 눈을 깜박이며 긴토키를 봤다.

그 목소리는, 억제되고는 있었지만 확실하게 노기를 품고 있고…그것이 이 남자에게는 매우 드문, 진지한 노기인 것에, 순간, 두 사람은 말을 잃는다.

조용히 물끄러미 다시 보자, 긴토키는 정신을 차린 듯 흣 하고 시선을 돌렸다.


「…아니, 너희들이 그걸로 괜찮다면, 딱히 상관 없지만.」


뒷머리를 긁적긁적 긁고, 의욕없이 나지막이 중얼거린 긴토키에게…야마자키와 오키타는 다시 얼굴을 마주보고, 버틸 수 없어진 듯 입가를 올렸다.


「…풉」

「큭크크…」

「잠깐…! 두 분 다, 뭘 웃는 겁니까! 긴 씨도! 좋지 않아요 전혀! 좋지 않잖아요!? 그런, 토시에 ㅆ…히지카타 씨가, 그런…!」


쾅! 소리를 내며 일어선 신파치가 창백한 얼굴에 분노와 불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보고, 야마자키는 소리 없는 웃음을 집어 넣고 휘휘 손을 흔들었다. 


「아아 아니, 미안 신파치 군. 우리들이 웃은 것은, 그…형씨가 부장님을 신경 써주는 게 조금 의외여서.」

「모르는 사이에 상당히 사이 좋아진 것 같네요.」

「바…!」


히죽, 하고 미소를 지은 오키타의 말에, 긴토키는 순간적으로 머리카락을 휘저은 손을 멈추었다. 피하던 시선을 튕기듯 오키타에게 향하고…그러다 곧바로 또 시선을 피하고, 다시 머리를 긁적이기 시작한다.


「바보냐 너, 친하다거나 기분 나쁜 소리 하는 거 아냐. 순정 만화 잡지인 거냐고 요 녀석아─.」

「괜찮아요, 형씨.」

「아?」


투덜투덜하는 중얼거림을 야마자키의 목소리에 막혀, 긴토키는 화풀이하듯 험악한 눈초리로 바라봤다.

야마자키는 그런 긴토키의 시선에 쫄지도 않고, 빙그레, 웃음을 띄웠다.


「아마, 이지만요. 일단 대책을 써두기는 했어서.」

「…무슨 말이야.」

「형씨가 아까부터 걱정하고 있는, 히지카타 씨의 정조 얘기입니다.」

「푸웃! …누, 누가 언제 그런 거 걱정했냐아아아!」


무심코, 좌석에서 엉덩이를 들고 외친 긴토키에게, 오키타는 더욱 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키웠다.


「안경도 안심해. 히지카타 녀석의 정조는 무사하다고…뭐, 본인 하기 나름, 이지만.」


의미심장한 대사를 내뱉고, 힐끔, 창 너머로 저택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긴토키에게 시선을 되돌려, 월등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쾌활하게 입을 열었다.




「뭐어, 분명 그 자식도, 사랑하는 형씨 이외에는 뚫리고 싶지 않다는 일심으로 노력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뭣…! 무무무슨 소릴 하는 거냐 너 잠까아아아안!?」




창문에 안개가 붙은 차 안에서 은밀하게 작전 실행의 때를 기다리고 있는 몸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긴토키는 절규했다.



제9훈 관점에 따라 위기도 찬스



어느샌가, 나는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


긴토키가 나가고 몇 분 후.

아침 식사 후의 편안한 공기는, 카구라의 갑작스런 외침에 의해 깨졌다.

신파치는 놀라서 식탁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건너편 소파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히지카타도,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든다.


「무슨 일이야 카구라쨩.」

「이거, 니코틴 중독이다 해!」

「에? …아아」


카구라가 가리킨 것은 TV 화면. 보면 거기에는 확실히, 진선조 제복을 입고 있는 히지카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뉴스의 특집인지 뭔지인 걸까. 히지카타의 옆에는 곤도도 비치고 있고, 주위의 병사에게 무엇인가 지시를 내리고 있다

제복을 입은 히지카타의 모습을 보는 것은 꽤나 오랜만인 기분이 든다, 하고, 신파치는 무심코, TV 화면과 소파에 앉아 있는 히지카타를 번갈아 봤다.

실제로는 고작 몇주의 일로, 그리 오랜만도 아니지만. 「토시에 씨」의 인상이 너무나 강렬한 탓에, 칠흑의 제복을 입은 「귀신 부장」의 이미지는 신파치 안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담배를 피우면서, 눈을 부릅뜨고 TV 화면을 보고 있다.

이렇게 보면, 뻔뻔스러운 분위기라든가 동공이 열린 눈이라든가 연기를 뿜어내는 행위라든지, 둘러진 공기는 역시 같은 사람의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믿어지지 않네…)


눈 앞의 미녀와 TV 안의 남자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이 아직도 믿기 어려워서, 신파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겉모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일 아침, 부드러운 미소로 인사를 받고 돌려준다거나.

세끼 맛있는 밥을 만들어 주고, 아무렇지도 않게 모두의 입맛도 배려해주고 있다거나.

계약 외였을 취사 이외의 가사도, 이래저래 말하며 도와 준다거나.

…긴토키와 관련된 화제를 향해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다거나.


그런 성실하고 착하고 귀여운 이 사람이, 그 「진선조 부장 히지카타 토시로」다, 란 건.

아마, 누군가에게 말해도 곧바로는 믿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야, 분명 히지카타는 원래 이런 일면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고 납득했던 신파치조차, 막상 이렇게 비교하면 상당한 갭에 당황해버리고 마니까.


「왜 토시 누님이 여기에 있는데, 니코틴 중독이 TV에 비치는 거냐 해?」

「아니 카구라쨩, 그거 녹화잖아? ……라니, 어라…?」


이상하다는 듯한 카구라의 대사에 신파치는 쓴웃음 지으려다,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가만 보니, 진선조가 비치고 있는 화면의 우측 상단 구석에는 「LIVE」라는 글자.


순간 굳어진 신파치는, 뒤로 물러서고 시선을 돌려 소파를 봤다. 토시에 씨는 거기에 있다.

뭐야 이거. 분열? 아, 그림자 무사? 그게 아니면 설마…

신파치가 멍하니 생각하고 있자, 자신이 의미를 알았다는 듯 카구라가 소리쳤다.


「역시 니코틴 중독과 토시 누님은 다른 사람이었던 거냐 해! 쌍둥이 남매인가 해!」

「틀리거드으으은! 것보다, 역시는 뭐야 역시는!」


히지카타가 즉각 소리쳤다.

순간 불만스럽다는 듯 입술을 삐쭉 내민 카구라를 보고, 아아, 카구라쨩은 아직 그 희망을 버리지 못 한 건가, 하고 신파치는 쓴웃음을 지었다.

신파치는 그런 생각은 벌써 버리고 토시에 씨를 히지카타라고 인정한 뒤 호감을 가지고 있는 거지만…이건 신파치의 감각이 이상해져버렸다는 것일까.


「그럼, 어떻게 된 거냐 해.」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로 토시에와 TV를 비교하고 있는 카구라를 보고, 히지카타는 미간에 주름을 잡고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이건 녹화다. 전에 밀착 취재 받았을 때의 것이다. 그 때 사용하지 않았던 영상을 편집해 흘리고 있는 거다.」


이번 암거래의 수사에 관해, 적의 눈을 진선조에게 향하게 해선 안 된다.

그러니까 이런 사소한 일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을 방영하여 방심시키고 있는 거다, 라고 히지카타는 설명했다.


「에, 하지만 LIVE라고…그럼, 가짜 보도!?」

「조작이냐 해! 역시 어른은 더럽구만 해! 시청률 잡으려고 그런 짓을 해서, 들켜버리면 눈 깜짝 할 사이에 중단이다 해!」

「아니, 그건 좀 다른 문제야 카구라쨩! 조작이라던가가 아니니까! 아, 어라? 조작인가? 이거 조작인가요 토시에 씨?」

가볍게 혼란스러워진 신파치에게 추궁 당해, 히지카타는 힐끗, TV 화면에 눈을 돌린다.


「아니, 조작이랄까…내가 비치고 있는 영상 이외는 진짜 생방송인데 말이다…정말이지, 교묘하게 편집하고 앉았어.」


이러니까 언론이란 건 방심할 수 없지, 하고 비아냥거리 듯 입꼬리를 올리며, 짧아진 담배를 재떨이에 꽉 눌렀다.


「본국은 상당히 배짱이 눌러 앉아서 말이지, 천인에도 막부에도 위축되지 않아. 우리 같은 건 얕보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불쾌해 하지만…뭐 이번엔, 이해의 일치라는 거다.」


지금 수사에 협조하면, 나중에 「대규모 뒷거래의 적발」이라는 큰 뉴스를 특종 보도할 수 있다.

그런 「의논」의 결과다, 라고 사람 나쁜 듯한 미소를 띤 히지카타를 보고, 신파치는 무심코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 나쁜 듯한 미소조차 주위를 유혹하는 듯한 요염함이 있어, 어찌 할 수가 없다.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는가 하면, 보통이라면 여기서 「어른은 모두 더럽다 해」라고 말할 카구라가, 「토시 누님 역시 멋있다 해」라고 중얼거렸을 정도다.

…뭐야 이거 최강이잖아.


마음속에 불평 같은 대사를 중얼거리면서도, 실제로는 별로 나쁜 인상은 들지 않고. 오히려 은근히 솟아 오르는 호감에, 신파치는 입가를 풀었다.



그렇다. 역시, 아무것도 이상한 건 없다.

이 사람은 분명히 히지카타 토시로,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도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예쁜 얼굴 하고선 입이 거칠고, 어린애 같은 말싸움을 하는 주제에 어른스러운 교활함도 갖고 있고. 그 한편, 실은 상냥하고 요리 능숙하고 돌보기를 잘 하는…

무엇보다도 직무에 열심이고.

이 공동 생활 동안에도 계속, 평소 이상의 일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토시에」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 아래에서 어떻게든 빨리 바이러스를 압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절박하게 여러모로 궁리하고.

감시 당하는 긴장감이나, 다른 병사와 떨어진 곳에서 부장의 일을 해야 하는 불편함을 항상 느끼면서도, 그런 무리한 계약에 따라 매일 제대로 요리를 만들어 주고 있으니까.


대단한 사람이다.


이래서는, 긴 씨가 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머리 한 구석에, 「잠깐, 반했단 건 뭐야 누구한테 말이냐. 반하지 않았어! 나는 결코 반하지 않았어!」 같은 말을 하는 긴토키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건 들리지 않은 척 하고, 신파치는 상냥하게 히지카타를 바라봤다.



「잠깐 쓰레기 버리고 올게.」


갑자기 일어선 히지카타가, 방 한구석에 놓여 있던 쓰레기 봉투를 손에 들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긴토키가 나갈 때 가는 김에 버려달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들게 할 틈도 없이 내쫓아 버렸던 것이다, 하고 신파치는 깨닫는다.


「그럼 저도…」


혼자서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원칙을 떠올리고 허리를 들어올린 신파치를, 히지카타는 한 손으로 제지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됐어. 쓰레기 버리는 것에 줄줄이 일행이 되어 가는 것도 이상하니까. 코 앞이고. 혼자서 갔다 오지.」

「그렇습니까? 그치만…」

「됐으니까.」


유무를 따지지 않는 어조로 단언한 히지카타는, 쓰레기 봉투를 한 손에 들고 현관을 나섰다.

쿵쿵, 계단의 발소리가 울린다.

걱정스럽게 현관을 바라보던 신파치의 등에서, 카구라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냅둬라 해 신파치, 여자에게는 혼자 있고 싶을 때라는 게 있다 해.」

「아니, 사실은 여자가 아니지만 말이지…」


무심코 태클 걸고 나서, 아아 그래도, 그런 건 있을지도, 하고 신파치는 생각을 바꾸었다.

여자가 어떻다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있고 싶다, 라는 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공동 생활을 시작한 이래, 히지카타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해결사의 누군가와 함께 보내고 있다. 공동 생활을 시작한 목적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이지만, 역시 스트레스도 쌓일 것이다. 최근에는 수사도 절박하게 된 탓인지, 긴장감 도는 분위기를 풍기는 경우도 많다. 가끔은 혼자서 바람을 쐬고 싶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들이, 긴 씨처럼 마음을 잘 달래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신파치는 조금 한숨을 내쉬었다.

긴토키와 함께 있을 때의 히지카타는, 그만큼 걱정스럽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뭐, 다른 의미로 굳어 있거나 고민하고 있거나는 하는 것 같지만.


거기에 생각이 미쳤을 때, 신파치는 쿡쿡 웃음을 흘렸다.


「노려지고 있으니까」 라며 해결사에서 생활을 시작한 히지카타.

처음에는, 의뢰료만 지불해 준다면 뭐든 좋다고 생각했던 신파치였지만, 이제는 의뢰료에 상관없이, 그의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몸을 지키는 장소로써 해결사를 선택한 것이, 정답이었다고 생각되도록.

히지카타에게 있어 해결사가, 기분 편안해지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저 두 사람의 엉망진창인 관계의 등을 걷어 차야 할까…하고 신파치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자, TV를 보고 있던 카구라가 갑자기, 이거, 하고 불안한 소리를 터뜨렸다.


「신파치, 토시 누님 이거 두고 갔다 해. 괜찮은 거냐 해?」

「에?」


카구라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가는 천 꾸러미…히지카타의 검이다.


「우와, 좀 위험한 거 아냐 그거!」


신파치는 황급히 허리를 들었다.

요즘 히지카타는, 외출할 때는 반드시 검을 휴대하고 있다.

물론 한눈에 검이라고 알 수 있는 걸 가지고 다니지는 않는다. 품위 있는 천에 싸서 등에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토시에의 요염한 외모도 뒷받쳐주고, 마치 예능의 여 스승이 샤미센인가 뭔가를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걸로 위장하고 있다 해도, 내용물은 검. 변장 수사 중에 그런 것을 들고 다니는 리스크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지카타가 몸에서 떼지 않고 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즉 그만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검이 없다면 몸을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있다, 라는 것.


바로 앞의 쓰레기장에 가는 것일 뿐이라고는 하지만, 한 사람. 게다가 무방비.


이건 아무래도 좋지 않다.

신파치는 검을 잡고 거실을 뛰쳐나왔다. 카구라도 우산을 손에 쥐고 뒤를 따른다.

조리를 신는 것도 초조해서, 아무렇게나 신듯 하고 현관문을 열였다.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는데…)


스스로도 너무 걱정이 많은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파치는 묘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화려한 소리를 내며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그나저나, 이런 방심은 히지카타 답지 않다.

목검을 가진 긴토키와 함께 나갈 때조차, 자신의 검을 두고 가려고는 하지 않았는데. 하필이면 혼자서 외출하는데 무기 없이 가는 것 따위.

스트레스 쌓이는 생활이 길어져서, 집중력이 끊어져버린 것일까.



계단을 내려가고, 쓰레기장 쪽으로 달리려 하자, 그 순간, 신파치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쓰레기장 모퉁이 부근. 낯익은 다목색 옷의 사람의 그림자가, 여러 남자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잡힌 팔을 뿌리치고, 명치에 팔꿈치를 때려 박고 있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우호적인 대화의 장소로는 보이지 않는다.

숨을 삼킨 두 사람이 그쪽으로 달려가려고 했을 때, 낌새를 느낀 건지, 히지카타가 팟 하고 이쪽을 향해, 무어라 입을 움직였다.


그 순간.


순간 정신을 돌린 히지카타의 틈을 잡 듯 좌우에서 일제히 뻗은 팔이, 히지카타의 몸을 옆에 주차됐던 차에 밀어 넣었다.


「토시에 씨!?」

「토시 누님!!」


외치는 두 사람을 남겨두고.

남자들은 올라탄 차를 급발진시켜, 곧바로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 안 보이게 되었다.


「……읏!」


신파치는 망연자실하며 말을 잃었다.


눈 앞에서 히지카타가 납치 되었다, 그 사실도 그렇지만.

직전에 히지카타의 입이 자아낸 말.


오, 지, 마. …라고.


그 때, 히지카타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그것은 즉.



아아. 나는 어느샌가 착각하고 있었다.

히지카타의 몸을 지키는 것이 자신들의 일이라고.

중대한 일의 옆에서 취사까지 해주고 있는 대신에, 주위의 안전을 확보하고 편안한 장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들 해결사의 일이라고.

그러나, 그건 달랐다.


히지카타는, 신파치나 카구라에게 보호 받을 마음 따위 없고. 오히려 아이들을 말려들게 해버렸던 것을 신경 쓰고 있어.


반대로 계속, 지켜 주고 있었다, 는 것이다.


긴토키가 없을 때에만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아이들의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

쓰레기 버리러 혼자서 가고 싶어 했던 것도, 불온한 기운이 느껴져 바깥 상태를 탐색하러 간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 전에도, 혼자라면 벗어날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우리들이 나온 것에 정신을 빼앗기는 바람에.


「신파치, 뭐 하는 거냐 해!」


계속 서 있던 신파치는, 카구라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빨리 쫓자 해 하고 재촉 받고…그러나 신파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 돼. 카구라쨩.」


히지카타는 「오지마」라고 말했다. 자신들이 제멋대로인 행동을 하면, 또 폐를 끼쳐버릴지도 모른다.

구하려다 반대로 궁지에 몰아넣어버리면 의미가 없다.

히지카타를 돕는 것은…자신들의 일에는, 없다.


히지카타로부터 호위 의뢰를 받은 것은. 그와 대등하게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은.

오늘 아침, 누구보다도 히지카타의 신변의 위험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은.



「내가 긴 씨에게 알리러 갈테니까, 카구라쨩은 집에서 기다려.」


반박하기 시작하는 카구라를, 긴 씨가 엇갈려서 돌아오면 안 된다고 설득하고, 신파치는 히지카타의 검을 한 손에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긴 씨! 큰일이에요 토시에 씨가!」

「신파치!?」


카마 아가씨 구락부.

뛰어들어 온 소년에게,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은 눈을 크게 떴다.

턱의 갈라진 여장남자 상대로 무언가 말하고 있었던 긴토키도, 안색을 바꾼 신파치의 외침에 놀라 돌아본다.


「왜 그래?」


떠드는 여장남자들을 성가신 듯 손으로 제지하고, 긴토키는 신파치에게 다가갔다.

신파치는 문간에 붙잡혀, 어깨로 숨을 쉬고 있었다.

해결사에서 여기까지, 전속력으로 달려온 것이다.


「긴 씨…죄송합니다…읏」


바닥에 땀방울을 떨어뜨리면서, 신파치는 입술을 깨문다.


「토시에 씨가, 납치 당했어요…!」


고개를 숙인 채, 얼굴도 들지 못 하고 신파치는 그렇게 말했다.

긴토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탓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긴토키는 평소에 책임 전가를 특기로 하고 있었지만, 이런 때에 한해서는 사람을 꾸짖는 건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신파치는 더욱 더 고개를 숙였다.

긴토키는 그런 인간이다.

입으로는 히지카타의 미숙을 매도하며, 얼굴에는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짓고, 마음 속에 자책감을 느낄 것임이 틀림 없다.

보호하라는 의뢰를 받은 인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것을.


하물며.


의뢰를 받은 시점에서는 그렇다 쳐도, 지금 현재의 긴토키에게 있어, 히지카타는 특별한 상대가 되었을 것이다.

긴토키 자신이 아무리 부인하더라도, 주위의 눈으로 보면 그건 분명할 정도로 확실했다.


긴토키의 심정을 헤아리고도 남아서, 신파치는 꽉 눈을 감았다.



그런데.




「아, 진짜?」




「………하?」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던 신파치에 대한 긴토키의 대답은, 무척이나 담백한 것으로.

신파치는 충분히 5초 정도 간격을 두고 나서, 멍하니 되물었다.

진짜? 라니… 뭐야, 그거.


「헤에~ 정말 납치당한 거냐. 엄청나네 그거. 이렇게 잘 되면 오히려 무서워진다고 어이.」


(…잘, 되었다…?)


예상 밖의 반응에 잠시 깜빡거리고 있던 신파치는, 이윽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긴토키를 노려봤다.


「………잠깐 긴 씨, 어떻게 된 일입니까?」


싫은 예감이 든다.

뭔가 엄청난, 쓰잘데기 없는 예감이 들어!


신파치의 그 예감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긴토키는 겸연쩍은 듯 시선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아니, 그러니까 말야…그거야. 이른바, 함정 수사? 같은?」


머리를 긁적긁적 긁으며 말하는 긴토키의 말에, 신파치는 단숨에 머리에 피를 몰았다.


「반 의문형으로 얼버무리지 마아아아! 즉 그겁니까!? 히지카타 씨는 일부러 납치되었단 겁니까!? 우리들은 속았다는 겁니까아아!? 」

「사람 기분 나쁜 소리 하지 말라고. 속이지 않았어. 거 뭐냐, 적을 속이려면 우선 아군부터라고 하잖아.」

「역시 속인 거잖냐아아! 어떤 변명도 안 되거든요 그거!」

「아니아니, 그건 그 뭐냐, 그거니까. 발안은 히지카타니까. 화낼 거면 그 녀석한테 화내라고.」


이를 갈며 따지는 신파치를 말리듯, 긴토키는 팔랑팔랑 양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말야 신파치, 너 조금 차분히 생각해봐. 그 녀석이 그렇게 간단하게 납치 당할 거라고 생각해? 애초에, 자신이 위험하다고 해서 우리들에게 얌전히 보호되는 상대라고 생각해? 전제부터 이상하잖냐. 뭔가 흑막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그건.」

「아, 아니 그건… 저도 그건 생각했었지만…윽!」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나 카구라의 몸을 지키려다 납치당해 버렸던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허둥지둥 혼란을 드러내는 신파치를 보고, 긴토키는 조금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서 미안하다, 라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신파치와 카구라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어린애. 이런 적의 허를 찌르는 작전에서는, 실수해버릴 가능성이 크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두는 편이, 여러가지로 쉬웠던 것이다.




히지카타와 밖에서 네 번째의 밀회를 한, 그 날.

디저트 가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너잖아」 라고 긴토키에게 지적 받은 히지카타는, 잠시 생각한 뒤에, 다음과 같이 의뢰를 추가했다.


「나를 당분간 너네 집에 둬라. 그리고, 가급적 나를 혼자 두지 마.」

「헤? 뭐야 그거. 너의 호위라는 거? 나를 지켜줘 같은 의뢰?」

「바보냐. 너희들에게 지켜지는 굴욕은 죽어도 사양이다. …당분간 저쪽 씨를 초조하게 하는 거야.」


히지카타는, 광고지 뒤의 통신문을 탁, 튕긴다.


「실력 행사라도 불사하겠다는 자세, 라는 것에, 유일하게도 가까운 단서인 『토시에』가 갑자기 경계를 강화한다……상대편에서 보면 초조함이 가중되겠지. 거기서 기회를 보고, 내가 일부러 혼자가 된다. 」

「…그건, 납치 해달라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거네.」

「아아. 그 때까지 실컷 애태워 두면, 놈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떠한 행동을 일으킨다. 이쪽은 그 때까지 발신기나 도청기 등을 준비해 몸에 지녀 두면 되겠지. …놈들의 아지트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깨질 것 같지 않으니.」

「함정 수사인가.」


이런이런, 긴토키는 의자 등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위험한 역할을 자청하다니…너 역시 부장이라던가 내키지 않는 거 아니냐.」


사람을 지휘하는 입장에 있는 자가, 그렇게 쉽게 최전선에 나갈 것은 아니다.

가볍게 쓴 소리를 내뱉은 긴 토키에게, 히지카타는 산뜻하게 대답했다.


「뭔 소리야. 내게 이 역할을 권유한 건 네놈이잖아.」

「아? 내가?」


기억에 없는 말에 긴토키는 눈살을 찌푸린다.

히지카타는 커피 잔을 손에 들고, 히죽 웃었다.


「가장 표적이 되기 쉽다, 이퀄, 미끼에 최적. 이겠지.」

「……우와─, 토시에 씨 성격 나빠─.」


토시에의 참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위험한 사고 회로에, 긴토키는 무심코 쓴웃음을 흘렸다.




「…라고, 뭐 이런 경위가 있던 거다. 아니 정말 성격 뒤틀리고 있다고 그 녀석. 산속의 도로 정도로 비틀어져 있다고.」


요약해서 설명한 긴토키는, 살짝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요점은, 공동 생활 중의 히지카타가 노골적으로 경계를 강화하던 것은, 적의 초조함을 부추기기 위해서로.

바이러스의 거래가 완료된 것 같다고 알고 나서도, 그 은폐 장소를 찾아내기 위해서 작전을 계속해.

어제 우연히 집 안까지 찾아온 감시자에게 「토시에 쪽이 중추에 가까움」 으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히지카타는, 기회가 왔다고 보고 오늘, 함정 수사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긴토키를 아무래도 좋은 장소에 탐문을 보내, 토시에쪽도 적의 저택에서 눈을 떼고 있다는 상황을 만든 후, 토시에가 일부러 혼자서 외출한다.

적의 입장에서 보면 천재일우의 기회일 것이었다.


「뭐어 오늘 걸리지 않아도, 같은 일을 며칠 계속하면 조만간…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설마 갑자기 달려들 줄이야…의외로 무르네 어이.

긁적긁적 뺨을 긁으며, 천역덕스럽게 말한 긴토키에게, 신파치는 빙글 현기증을 느끼고 비틀거렸다.



아아.

나는 이중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히지카타 씨는, 잠자코 우리들에게 보호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고.

가만히 우리들을 보호하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공격은 최대의 방어라고.


수비에 들어가 있을 틈이 있으면 스스로 공격한다.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을 텐데.



어째서 깨닫지 못 했던 걸까.

몇 주 동안 수비에 철저히 한다든가, 타인을 신경써서 똘마니에게 간단히 납치된다든가, 그런 갸륵한 흉내. 히지카타 씨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금에서야 보면 이렇게도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이것도, 외모에 속았다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신파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그래도.)


「다행이다.」

「응?」


또르륵 흘러넘친 목소리에, 긴토키가 의심스럽게 되묻는다.

신파치는 상쾌해진 얼굴을 들었다.


「일부러 납치되었다는 건, 대책이라던가 확실히 준비한 거죠?」

「아─…그렇네. 발신기 가지고 있을 테니까, 진선조 일행들이 거처지는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럼 다행입니다.」


휴우 한숨 돌리고, 신파치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 때, 떠나가는 차에 핏기가 가신다는 생각이 든 것도, 가슴 안에 무거운 돌들을 흡수한 듯한 기분이 된 것도, 입술이 떨어질 만큼 깨물었던 것도.

히지카타 씨가 위험하다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긴 씨의 소중한 사람을 눈앞에서 놓쳐버려, 긴 씨에게 면목이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작전의 일부였다는 걸 알고, 반사적으로 화를 내고 말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건 즉, 자신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이고.


(속아버렸으니까 뭐야. 히지카타 씨가 무사하면 좋은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겨우 기분이 침착해져, 신파치는 쓰윽 등줄기를 곧게 뻗고 긴토키에게 웃어 보였다.


「돌아갑시다 긴 씨. 카구라쨩도 걱정할 거라 생각하니, 빨리 안심시키지 않으면.」

「……아아…」


가게 입구로 발길을 돌린 신파치에게 건성으로 대답을 돌려주면서, 긴토키는 주위에 보이지 않도록,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안심, 인가…)


실은 그렇다고 말 할 수 없지,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쉰다.


일단 대책이 이어져 있다고는 하나, 히지카타의 몸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이러나 저러나 유괴되어 고문 받으려는 몸이다.

빨리 구출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고, 불의의 사태 같은 게 일어나면…최악의 경우, 생명과 직결된다.


「이 일로 가장 위험한 것은 너다」라고, 그렇게 한 말에 거짓은 없다.

히지카타의 몸을 정말로 걱정한다면, 안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뭐, 일부러 그런 것을 말하며 신파치를 불안하게 할 수는 없단 말이지, 하고, 긴토키는 잠자코 머리를 긁었다.


(뭐, 애초에 이 작전 세웠던 것은 그 녀석 자신이고? 우리들이 그 녀석의 걱정해줄 필요 같은 건 없고? 그 녀석이 다소 아픈 꼴 보는 정도는 별로 괜찮지 않나? 오히려 좋은 기분 아냐?)


흥, 하고 코웃음 치려던 긴토키는, 자신의 사고에 찡하고 아파 오는 가슴을 깨닫고 숨이 막혔다.


「…………」


…음─그러니까…

뭡니까, 이 가슴의 통증은….



뭐야? 양심의 가책이라는 거? 마음에도 없는 거 생각해서? …라니 마음에도 없는 거 아니거든.

「아픈 꼴을 당하는」그 녀석을 상상해버렸기 때문? …그래서, 왜 그걸로 내 마음이 아픈 거냐 어이.


「…………」

「긴 씨? 뭐 하고 있는 겁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냐─…」


가까이에 있는 벽에 쿠웅 머리를 부딪힌 긴토키를 수상하다는 듯 돌아본 신파치에, 긴토키는 팔랑팔랑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



…뭐 됐어.

불의의 사태가 일어나면, 진선조의 패거리들로부터 어떠한 연락이 올 것이다.

그럼 그 때까지 뭘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것보다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라고 할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저릿저릿하고 아픈 이마를 문지르면서, 긴토키는 소년의 뒤를 쫓아 귀로에 올랐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긴토키는 진선조의 패거리보다 먼저 「불의의 사태」를 보게 됐다.



「다녀왔습니다─…어라? 카구라쨩?」


드르륵 연 현관의 저 편은, 인기척이 전혀 없어 쥐 죽은 듯 조용하고.


「…어이, 카구라?」


안 좋은 예감에 소리를 높이면서 거실에 들어서면, 테이블 위에는 한 장의 종이.

고르지 않은 서투른 글씨로 거기에 쓰여져 있었던 건.


『사다하루랑  토시 누님의  냄새  쫓겠다 해』



「기, 긴 씨…!」

「………진짜냐.」



예상 밖의 사태에, 긴토키의 등에서 또르륵 하고 한줄기, 땀이 흘렀다.




지금까지 사다하루가 흔적도 없어 죄송합니다.

……순수하게 잊고 있었다… (어이)





제8훈 과도한 부정은 때로는 긍정의 반증



창문으로 햇빛과 함께 새소리가 흘러들어오는 상쾌한 아침.

긴토키는, 그다지 상쾌하다고는 할 수 없는 기분으로 눈을 떴다.


「……아─…」


이불 위에서 책상다리 자세를 하고, 뚜둑뚜둑 목을 꺾는다.

몸이 단단하다. 피로가 풀리지 않은 것 같다.


(뭐, 그것도 그런가…)


어쨌든 그다지 잘 수 없었다.

긴토키는 벅벅 머리를 휘저으며 방을 둘러보았다.

구석에 개어진 이불을 눈에 담고, 한숨을 한 번.


…그 녀석은 제대로 잤을까, 라고…


무심코 생각하게 된 긴토키는 책상다리 자세 그대로 앞에 쓰러져, 베개에 머리를 묻었다.




어젯밤.

방에 들어온 신파치는, 책상에 녹차와 딸기 우유를 놓고, 「저 오늘은 거실에서 잘 테니까요.」하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벽장에서 이불을 하나 가지고 사라졌다.

평소에는 남자 모두 방에서 자왔고, 지금까지 그걸로 불편한 건 없었는데…무슨 생각을 하고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낸 건지, 그 새빨간 얼굴을 보면 명백해서. 긴토키와 히지카타는 황급히 뒤를 쫓아, 아이들에게 사정을 설명한 것이었다.

아까는 다락방에 침입자가 있었고, 그래서 연기했을 뿐이라고.

그런데도.


신파치는, 침입자라고 듣고 놀라기는 했지만, 거실에서 잔다는 의견은 바꾸지 않았고.

오히려,

「집 안까지 적이 침입해 오는 거면, 더욱 더 저는 다른 방에서 자는 편이 좋아요. 만약 셋이서 자고 있는 것을 적에게 발견된다면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겠습니까.」

하고 정말 지당한 말을 해서, 긴토키들을 방에 되돌려 보내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다다미 8칸에, 밤새 둘이서.



본래라면 아무 문제도 없어야 할 그 상황에 이상하게 위기감을 느껴버린 긴토키가 우두커니 서 있으니, 히지카타는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으로 빠르게 이부자리를 깔고.

그 이불 진열 방식이, 「에? 이거, 감시자가 보면 즉시 아웃 아니야?」라고 할 정도로 힘껏 멀어져 있는 것에, 한시름 놓인 건지 상처 입은 건지, 복잡한 심경.

…이라고.


(한시름 놓는 것도 상처 입는 것도 어느 쪽이든 이상하잖냐 나아아아!)


푸욱, 긴토키는 아예, 머리를 베개에 꽉 눌렀다.



불을 끄고 바닥에 들어가고, 벽 쪽으로 몸을 돌려 말없이 눈을 감았다.

평상시라면 이걸로 하루는 종료. 정신을 놓고 꿈의 세계로 GO, 인데.

매우 예민해진 감각, 등 뒤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숨결이 묘하게 신경 쓰여서.

조금 전 팔에 가두었을 때 감돌던 담배와 비누 냄새, 어째선지 떠올라서.

꽈악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눈을 감으면, 눈꺼풀 뒤에 떠오르는 것은, 촉촉한 눈동자. 떨리는 입술.


(으으, 갸아아아아아아!!)


파앗 아예 이불을 뒤집어 쓰고 몸을 말아서, 필사적으로 마음을 비우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도록 하면서.

잠에 빠졌을 때는 이미 새벽.

창밖이 밝아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라는 이야기…




(게다가 아직 7시 전이고 말이지…)


느릿느릿, 베개에서 얼굴을 들고 시계를 확인한 긴토키는, 또 한숨을 한 번. 이래서는 피로가 풀리지 않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평소에는 8시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왜 오늘은 이런 시간에 눈이 떠져버린 것인가.

좀 더 말하자면, 같은 방에서 자고 있었을 텐데 이미 보이지 않는 저 남자는, 항상 몇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라고 할까.


(역시 잠이 오지 않았던 것은 나뿐 입니까 요 녀석아─…)


그야말로 당연하겠지만, 하고 득득 머리를 긁적인 긴토키는, 일단 얼굴을 씻고 오려고 일어섰다.





「어라, 안녕하세요 긴 씨. 빠르네요.」

「어─…」


거실에서 자신의 이불을 개고 있으니 안방의 문이 드르륵 열려, 신파치는 눈을 깜빡였다.

긴토키가 이런 시간에 스스로 일어나다니, 신기하기 짝이 없다.

요즘엔 쭉 밤에 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체내 시계가 바뀐 것일까…그렇게 생각하다, 신파치는 긴토키가 깨어난 이유에 짐작이 갔다.


(아아, 그런가.)


「역시, 식칼 소리와 밥 냄새에 일으켜지는 아침이라니 눈을 뜨는게 좋네요.」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긴토키는 꿈뻑하고 눈을 깜박이며 부엌 쪽으로 눈을 돌렸다. 자신의 눈을 뜨게 한 원인을 겨우 깨달았다, 는 얼굴이다.

리드미컬하고 기분 좋은 소리. 따스하고 식욕을 돋우는 냄새.

부엌에서 흘러나오는 그것에, 무심코 훅 표정이 풀린다.

잠이 완전히 사라진 얼굴로, 그러나 멍한 듯 입을 다물고 있는 긴토키를 보고, 신파치는 가슴 속으로 쿡쿡 웃었다.


생각해보면, 긴토키는 며칠 동안 새벽 귀가가 계속 되고 있어서, 평범하게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는다라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귀가했을 때에 식사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을 먹고 목욕하고 자는 몸으로서는, 아침 식사라기보다 저녁 식사적인 이미지로 먹고 있었을 것이고.

요점은 긴토키에게 있어서, 히지카타가 만드는 아침 식사의 냄새에 일어나는 기분 좋은 아침, 이라는 것은 이게 처음이다.

자신이나 카구라가 첫날에 느낀 것과 같은 감동을 맛보고 있음이 틀림없다.


「며칠 지나도 좋겠죠, 이거.」


일부러 두근두근 들뜬 목소리로 말하자, 순식간에, 긴토키의 눈썹이 조금 언짢은 듯 끌어모아진다.

재미없어, 라고 말하는 듯한 그 표정이, 고집을 부리고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삐쳐있는 것 처럼 보여서, 신파치는 웃음을 참고 부엌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토시에…씨…」


부엌 문을 통과하려 했을 때, 신파치는 눈을 부릅 뜨고 멈춰 섰다.

서 있는 여성의 뒷모습. 검붉은색의 기모노에 끈을 걸고, 조리용 젓가락으로 후라이팬의 내용물을 흔들고 있는 모습은, 평소대로.

하지만. 평소에는 그 등에 늘어뜨리고 있는 긴 흑발이, 오늘은 진홍빛 머리끈으로 묶여 올려져, 포니테일보다 조금 낮은 위치에 경단이 되어 있었다.


평상시엔 머리카락에 방해받아 보이지 않은 요염한 목 언저리, 하얀 목덜미가, 노출.

한줄기 흘러넘친 남겨진 머리카락 또한 요염하다.


(우와아…)


신파치는 무심코 감탄의 한숨을 흘렸다.

슬슬 이 사람의 미모에도 익숙해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머리 모양이 다르면 또 분위기가 바뀌는 구나…하고 신파치가 감탄하고 있으니, 히지카타는 조리용 젓가락을 움직이는 손을 멈추고 돌아봤다.


「아아, 안ㄴ…」


여전히…아니, 왠지 최근 더욱 예뻐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홀딱 반할 것 같은 미소로 돌아본 히지카타는, 신파치에게 대답하다 굳어졌다.

그것에 신파치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 보다 빠르게, 배후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린다.

보면, 어느새 왔는지 긴토키가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뒤로 젖혀, 후두부를 복도의 벽에 부딪히고 있었다.


「…뭐야. 네놈도 일어난 건가.」


히지카타는 얼른 표정을 숨기듯 후라이팬에 돌아서서, 퉁명스러운 소리를 냈다.

노골적으로 변화한 태도에, 긴토키가 눈살을 찌푸린다.

뭔가를 중얼중얼 입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을 알아 들으려 신파치가 귀를 기울였지만, 드르륵 열린 복도의 문 소리에 가로막혔다.


「좋은 아침이다 해─」

「아, 카구라쨩, 안녕.」


눈을 비비며 나타난 소녀에, 신파치가 인사했다.

오늘은 정말 드물게 모두가 일찍 일어났다. 히지카타도, 평소보다 상당히 빨리 일어나서 방을 나온 것 같고…


…그러고 보니, 하고, 신파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파치가 바닥에서 졸면서, 히지카타가 방에서 나오는 기척을 느낀 것은, 동이 트자마자.

그로부터 한동안, 부엌에서는 요리하는 듯한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던 생각이 드는데…

대체 히지카타는 부엌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걸까. 딱히 할 것이 없다면 느긋하게 자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방에 있지 못 하는 이유라도 있었던 걸까.


쓸모없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자, 카구라가 옆을 빠져 나가며 터벅터벅 히지카타에게 다가갔다.


「토시 누님 좋은 아침이다 해!」

「어어. 오늘은 빠르네.」


카구라에게 밝은 목소리를 듣고, 히지카타도 부드럽게 대답을 돌려준다.

그것을 본 긴토키의 얼굴이 다시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찌푸려지는 것을, 신파치는 시야 끝에서 잡았다.


「오늘 아침밥은 뭐냐 해?」


수중을 들여다보며 말을 건 카구라에, 응, 하고 히지카타는 후라이팬을 기울여 보였다. 구워지고 있는 것은 생선 토막이다.


「오늘 아침은 방어다.」

「꺄호오오우! 데리야키인 거냐아아 해!」

「음─, 데리야키…풍, 같은 거네. 본격적인 데리야키 맛은 기대하지 마.」


카구라의 큰 목소리에, 히지카타는 조금 곤란한 듯 쓴웃음을 지었다.

「토시 누님의 요리는 맛있으니까 뭐든지 OK다 해.」라고 되돌아와, 더욱 더 곤란한 듯이 시선을 헤맨다.

히지카타는 카구라에게 따라지고 있는 상황에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듯, 무조건적인 칭찬법에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

신파치는 그 광경에 흐뭇함을 느끼며 입가를 풀었다.


「토시에 씨, 뭔가 도와드릴까요?」

「아? 아아 아니, 됐어. 너희들은 얼굴 씻고 옷 갈아입고 와라.」


방황한 시선을 후라이팬으로 되돌리고 말한 히지카타에, 신파치는 미소 지으며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가자, 카구라쨩.」

「토시 누님! 나 방어 세토막은 먹는다 해!」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생각하고 넉넉하게 사 왔으니까.」


대식가 소녀의 말에 히지카타는 쓴웃음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을 본 신파치도 쓴웃음을 짓고, 아무래도 죄송합니다하고 카구라를 대신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아니, 라고 짧게 응한 히지카타의 눈은 담담한 것처럼 보이지만, 역시 어딘가 상냥하다.


최근 히지카타는, 신파치나 카구라에 대한 태도가 몹시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아마, 본래는 이것이 이 사람의 본모습일 거라고 신파치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직업상 위압적인 태도만 취하고 있지만, 분명 본성은 상냥하고 남을 잘 돌봐주는 사람인 것이다.

단지 조금 고집쟁이에 비뚤어진 사람에 청개구리 같은 사람으로, 그 상냥함을 알기 어려운 것 뿐.


(긴 씨랑 똑같아.)


그렇게 생각하면 더욱 더 히지카타에 대한 호감이 생기고, 신파치는 따뜻한 기분으로 세면소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 온화하고 친밀한 분위기가, 아무래도 유쾌하지 않은 인물이 있었던 모양이라.

신파치는 등 뒤에서, …뭐냐고, 하고. 긴토키가 혀를 참과 동시에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너희들, 어느새 그렇게 친해진 거야?」

「부럽습니까 긴 씨.」


재빠르게 반문하자, 긴토키는 순간 굳어지고, 그러고 나서 팟 신파치를 향해 돌아섰다.


「바…보 틀려! 나는 단지, 그거다. 외관에 현혹돼서 폭력 경찰에게 따르게 되면 나중에 따끔한 맛을 보게 된다고─…!」

「네네, 알겠습니다.」


구구절절 허둥지둥을 합쳐 반으로 나눈 것 같은 긴토키의 대사는 가볍게 흘려 듣고, 신파치는 이런이런 하고 들으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일이다 연기다 본의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서서히 연기가 연기가 아니게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잠깐, 내 눈앞에서 그 노란놈을 흰밥에 늘어뜨리지 말아 줄래? 기분 나빠지니까.」

「너야말로 아침부터 그 분홍스런 액체 마시지 마. 기분이 나쁘다.」


식탁에 도착하고 나서 거의 논스톱으로 말다툼을 계속하고 있는 어른 두 명을, 신파치는 미적지근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옆, 혹은 서로 마주 보며 노려보고 있다면 아직 괜찮지만. 서로를 피하듯 대각선 맞은 편에 앉고 나서 결국 고함치고 있으니, 같은 테이블에 앉고 있는 몸으로서는 귀찮기 짝이 없다.


「뭔 소리야? 아침이라고 하면 우유잖아! 상쾌하고 건강한 아침의 대명사적인 음료잖냐!」

「그런 대사는 새하얀 우유를 마시고 말해! 다 큰 남자가 딸기가 섞인 우유를 마시지 말라는 거라고 이 복부비만 예비군!」


헛된 쓸데없는 논쟁은 끝없이 계속 되어, 전혀 끝날 기미가 없다.

좀 적당히 해주세요 두 사람 다, 라는 신파치의 항의도, 너희들 시끄럽다 해, 라는 카구라의 멸시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눈치다.


정말이지, 여전히 정말 사이가 나쁘다.


…라고, 가장해서.


오늘의 말다툼은, 어딘가 평소와 달랐다.

한마디로 말하면, 무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 다.


이 두 사람의 언쟁은 본래라면 좀 더 완급이라고 해야할까, 고집을 부리고 냉정한 척을 보이거나, 히죽 웃거나 차가운 눈으로 무시하고 도발하고 보는 등, 여러 변화가 있었을텐데…


「아침의 과일은 금이라는 말 모르는 거냐!? 딸기 우유는 칼슘과 당분과 비타민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는 기적의 음료라고! 콜레스테롤 덩어리를 먹고 있는 녀석보다 훨씬 건강적이라고! 」

「당뇨 예비군인 주제에 희희낙락하며 당분 섭취하는 녀석의 어디가 건강적이냐! 애초에 딸기는 과일이 아냐! 야채다!」

「딸기의 어디가 야채냐 바보오오오! 그런 거 나는 인정하지 않아! 나무가 된다 안된다, 그런 자잘한 일에 사로잡혀 사물의 본질을 못 알아보면 인간은 끝장이야. 딸기도 수박도 멜론도 전부 과일이다!」

「네놈에게 있어 사물의 본질이라는 건 달콤한 건지 아닌지 뿐이냐아아아!」


오늘의 말다툼은 철저히 고함치는 것.

항상 임전 태세로, 어조는 불필요할 정도로 거칠다.

마치 흠을 찾듯 상대방의 말꼬리에 달려들고, 무턱대고 눈썹을 치켜뜬다.


(…뭔가, 쓸데없이 필사적이네 둘 다.)


신파치는 가슴 속에서 열이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따뜻한 녹차를 마신다.

그 필사적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어렴풋이, 신파치는 알고 있었다.



요점은, 무리해서라도 매도하며 숨겨두지 않으면, 지금까지와 똑같은 거리감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싸움은 걸려오기 전에 맞받아치기, 같은 그 태도는, 「나는 이 녀석 같은 건 싫다」라고 하는 어필이다.

누구에 대한 어필인가 하면, 아마 다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서로, 마치 사이가 나쁜 것을 확인하려는 듯, 일부러 큰 소리로 비하하고 있다.



그런 주제에.



「…정말이지. 뭐 됐어. 어쨌든, 너 오늘 일은 「카마 아가씨 구락부」에서 다시 조사니까.」

「아!? 또 그곳이냐! 이제 됐잖아 그 가게는. 왜 이제 와서? 것보다 가고 싶지 않아 그런 곳. 괴롭힘이냐? 내게 괴롭힘 입니까 요 녀석아─」

「누가 그런 한가한 짓 할까 보냐! 오늘 네 녀석이 천인의 저택이니 뭐니 하는 깊은 곳 찾으러 가는 것은 위험이 너무 크다고! …어제의 오늘이다. 네놈은 너무 화려하게 움직이지 마라.」

「……아아…」

「알겠냐. 이 수사는 처음부터 상당한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거다. 아무쪼록 제멋대로인 행동은 하지 마. 무슨 일이 있으면 일일이 우리의 지시를 기다려.」

「…알겠다고.」


임무 수행상의 위험의 고려, 같은 얼굴을 하고, 히지카타의 눈동자 속에는 긴토키의 몸을 걱정하는 색이 반짝이고 있고.

그것을 감지한 듯한 긴토키는, 조금 말문이 막혀 시선을 피하고.



「그럼, 슬슬 갈게…것보다, 너야말로 실수하지 마. 애초에 이 일, 가장 위험한 건 너니까 말야.」

「흥,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 위험하다는 건 그거니까. 위태로워서 볼 수 없다는 의미니까. 너 어딘가 얼 빠져 있고. 네가 실수해서 내가 피해를 입는다거나 싫으니까 진짜로.」

「…함 해보자는 거냐 인마.」


너스레를 떠는 긴토키의 말에도, 어딘가 진지함이 숨어 있고.

그 시선을 받은 히지카타는, 불편한 듯 몸을 움직이고.



더군다나.



「아, 어이 그거…비뚤어졌다고.」

「읏, …」


긴토키가 거실을 나갈 무렵, 갑자기 뻗은 팔을 히지카타의 오른쪽 뺨을 스치며 후두부로 향해, 경단에 꽂혀진 비녀를 정돈하고.

히지카타는 거기에 한 순간 흠칫 몸을 떨고, 하지만 손을 뿌리치려 하지 않고 하는 대로 굳어 있고.



아아 정말.


어젯밤, 억지로 거실에서 자겠다고 선언하길 잘했다.


신파치는 하아 하고 한숨을 한 번.

만약 어제 그들과 같은 방에서 자게 되었다면, 이 미묘한 분위기에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게 틀림없다.


보면, 카구라도 미적지근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고.


「얼른 가라 해. 천파.」

「다녀오세요 긴 씨.」

「잠깐, 기다려 어이 뭐야 그 눈은 너네드으으을!?」


외치는 긴토키를, 아이들 둘은 마치 쫓아내듯 바라보았던 것이었다.





긴토키가 나간 현관을 무심코 바라보고 있는 히지카타가, 아마 무의식적인 거겠지, 살그머니 장신구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을 보고, 신파치는 간지러운 기분을 느꼈다.


「…토시에 씨, 그 비녀.」

「읏!」


말을 거니, 팟하고 손을 떼어 낸다.

…다 큰 남자의 그런 행동을 사랑스럽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은, 토시에의 외관 탓인지, 아니면 자신의 감각이 마비되고 있는 건지.

신파치는 애매한 미소를 띠우고 말을 계속했다.


「그것도, 오토세 씨에게 받은 건가요?」

「아? …아아. 머리끈과 함께 건네 받았다, 는 모양이야.」


즉, 어젯밤 그 후에 긴토키로부터 받았다는 건가.

한 송이의 꽃을 본뜬 심플한 비녀. 오토세가 꽂고 있는 것을 본 적은 없지만, 젊은 시절의 물건일까.

빤히 보고 있으니, 히지카타는 쓴웃음을 짓고 한 손으로 숨기듯 경단을 눌렀다.


「어울리지 않나. 역시.」

「아, 아뇨! 그런 건!」

「토시 누님 경단 어울린다 해!」


신파치가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흔들자, 카구라도 동조한다.

아니, 어울린다고 해도 별로 기쁘지 않지만…하고 쓴 웃음이 짙어진 히지카타의 표정은, 급속히 평소의 페이스를 되찾고 있는 듯 해서.

그 얼굴에서 동요나 초조함, 당혹 같은 귀염성 있는 것은 사라지고, 대신 냉정하고 거만하고, 그런데도 어딘가 사람의 좋은 점이 숨어있는 것 같은, 언제나의 히지카타의 오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긴토키가 없는 것 뿐인데 이렇게 바뀌는 건가 하고, 신파치는 한층 감탄한다.

그리고, 후 하고 번뜩였다.


「아니, 정말로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다만…」

「다만?」


별 경계심 없이 되묻는 히지카타에, 신파치는 빙그레 웃으며 폭탄을 투하.


「모처럼이니까, 어제의 빗을 비녀로 하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해서.」

「─읏!?」



순간 눈을 번쩍 크게 뜨고 새빨갛게 물든 히지카타의 얼굴.

예상 이상의 반응에 신파치는 무심코 쿡 웃었다.


그 빗은 긴토키와 어떤 관계가 있는 듯 하다고, 어젯밤의 모습에서 예측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아, 아니. 그건, 조금…」

「토시 누님, 새빨갛다 해.」

「~~읏, 시시시시끄러! 좀 더운 거야!」


횡설수설, 신파치에게 대답하려고 했던 것을 카구라에게 얼굴을 들여다봐져서, 노골적으로 얼굴을 돌린다.

조금 전 사라졌을 터인 동요나 초조가 보기 좋게 되돌아와 있는 것에, 신파치는 벌어질 뻔 한 입가를 필사적으로 숨겼다.


난폭하고 거만하고 냉철한 귀신 부장.

예전이라면, 이 사람을 놀린다는 생각은 신파치에게는 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알아버렸다.

사실은 상냥하고 남을 잘 돌보고…귀여운 사람이라고.

어쨌든, 저런 사소한 한마디로 여기까지 당황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니.


(…오늘 아침의 긴 씨도 그렇고, 지금의 히지카타 씨도 그렇고.)


평소에는, 그렇게 노골적으로 동요를 드러내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상대와 얽힌 화제를 조금 집어넣은 것만으로, 이 초조함.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라는 건.




둘 다, 이제 인정해버리면 편할텐데, 하고.



신파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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