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는 토시에 씨


제16훈 그것은 지극히 초보적인 것으로,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인 것



쿵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히지카타를 덮쳤던 몇 명이 바닥에 쓰러진다.

팔을 붙잡히고 끌어당겨져 일으켜 세워져서, 히지카타는 조금 비틀거리면서도 일어섰다.

잠깐의 침묵 후에 와악 하고 술렁거리기 시작한 실내의 소란이…마치 남의 일처럼 멀리 들린다.


뒤쪽의 손에 묶인 밧줄을 풀어주려고 하고 있는 것인지, 배후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그, 손을.

온도를, 냄새를, 공기를──알고 있다.


아아, 어느새, 이렇게 가까워져버린 걸까.



고작 몇 주 간, 함께 지냈을 뿐인데.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정도로, 그 기색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을 깨닫고…히지카타는 이를 악물었다.



(…어째서, 왔어.)


비난하는 듯한 대사가 마음에 떠오르고 얼굴을 찡그린다.

위기에서 구해져 놓고, 감사도 하지 않고 따지는 건. 터무니 없는 이기심이다.


애초에, 이 녀석에게 구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자신의 약함으로 인한, 이기심인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알고 있어, 하지만, 그래도.


「어째서…」


뚝, 밧줄이 끊어져 양손이 자유롭게 된 것을 느낌과 동시에, 히지카타는 돌아섰다.


어째서, 왔어.

너는 와서는 안 됐는데.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대들다…눈에 비친 것에, 무심코 입을 다문다.


최초로 눈에 들어온 것은, 몇 번이고 뇌리를 스쳐 지나갔던 그 은빛.

다른 누구도 아닌, 양장 위에 흰색의 키나가시를 겹친──평소의, 해결사의 모습.

하지만 그 눈동자는, 평소의 나른함이 한 조각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지한 색을 띄우고 있고.


그리고 확실하게, 분노로 불타고 있었다.


순간, 삼켜버려 말을 잃은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붙잡을 것 같은 기세로, 고함 쳤다.



「네 녀석, 뭐야 그 꼴으으으으은!!」



「………하?」


예상 밖의 대사에, 히지카타는 눈을 모으고 멍청한 소리를 흘렸다.


기세에 압도되어, 일단 자신의 복장을 내려다본다.

…뭐, 듣고 보면 자신은 긴 주반(기모노 안에 입는 속옷)에 다테지메를 두르고 있을 뿐이라는 초라한 모습이었고, 버선은 어느샌가 한쪽이 벗겨져 있으며, 조금 전 날뛰고 저항하는 바람에 그건 이제 성대하게 흐트러져 풀어헤쳐져선 벗겨지고 있다…는, 거지만.


확실히 조금 보기 흉할지도 모르지만, 완전 알몸이라는 것은 아니다.


「…딱히, 큰 문제는 없잖아.」

「엄청 있잖냐아아아!! 주반이라고 하면 너, 속옷이라고 속옷!」

「시끄러! 네놈도 팬티 한장으로 우왕자왕하고 있었던 일 정도는 있잖냐!」

「그거랑 이거랑은 얘기가 다르잖아 바보 자식아─!」

「뭐가 다르냐! 똑같잖아!」

「똑같을 리 있겠냐아아아!!」


짜증내며 눈썹을 치켜올린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더욱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이며 머리를 휘젓는다.

그리고.


「아아아진짜! 됐으니까 넌 이거 입어둬!」

「뭣…」


갑자기 흰색의 키나가시를 벗은 긴토키에게 그것을 입혀져, 히지카타는 화악하고 머리에 피를 올렸다.


──여자 취급할 생각인가.

농담이 아니라고 히지카타의 눈초리가 올라간다.


너는, 너만은, 나를 여자로 취급하는 것 따위 하지 않는 게 아니었던 건가.

이 모습을 하고 있는 동안 계속. 다른 누구에게 여자 취급 받아도, 너만은, 나를 남자로 봐주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웃기지 마. 그렇게 소리치려 했던 히지카타의 목소리는 그러나, 힘껏 팔을 당긴 긴토키에게 막혔다.


그대로, 숨이 멎을 정도로, 강하게. 가슴 안으로 껴안아진다.


(──뭐…!?)


순간적으로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히지카타는 굳어졌다.


마치 존재를 확인하듯이, 꽈악 몸에 두른 팔.

어떻게 이 장소를 알아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전력으로 달려온 것이다라는 것만은 알 수 있는, 땀 흘린 피부에 높은 체온.

느껴지는 고동과, 이 남자의 냄새, 에.


「──~~~읏!」


확 하고, 자신의 체온이 오르는 것을 느끼고, 히지카타는 당황해 떨어지려고 몸을 비튼다.

하지만.

무슨 생각이냐 놔라 하고 히지카타가 말하기 전에, 긴토키가, 머리 위에서 중얼거린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그, 쥐어짜내는 듯한 목소리와.

한층 강한 힘으로…코 끝이 긴토키의 목덜미에 묻힐 정도로, 세게 끌어 당겨 안겨져.



──거기서 겨우, 긴토키의 의도를 깨닫고. 히지카타는 딱 하고 날뛰는 것을 멈추었다.




「─읏 긴토키 씨…!」


등에 팔을 두르며 매달려 오는 히지카타에, 아아, 연기는 속행이라는 것으로 좋다는 것이겠지, 라고 긴토키는 판단했다.

…라고, 하는 건. 히지카타의 정체는 아직 적에게는 들키지 않았다는 것인가.


긴토키는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에서는 당황하여 허둥대는 똘마니들이, 두목 같은 녹색 피부의 천인에게 질타당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압수되었다는 정보는, 이미 이 녀석들에게도 닿았음이 틀림없다. 그래도 아직 히지카타의 정체가 들키지 않았다는 건, 어떤 상황인 걸까.


상대는 막부 상층부와의 연결을 지닌 거물 조직. 행동의 선택을 잘못하면, 진선조가 붕괴될 위기를 당한다.

본래라면 히지카타에게 확실하게 상황 설명과 향후 방침을 요구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적에게 둘러싸여 있어서는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히지카타의 태도에서 무언의 지시를 짐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은, 좀 더 사태를 파악하고 나서 난입할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긴토키는 눈살을 찌푸린다.

이 창고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에는 사태가 핍박해지고 있어. 상황을 관찰할 겨를도 없이 돌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돌입, 「할 수밖에 없었다」인가.

그게 아니면, 바닥에 짓눌리고 있는 히지카타를 보고,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돌입 「해버렸다」라는 것인가는, 실은 의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아니,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렇게 껴안고 있는 건 충동이니 뭐니 하는 게 아니니까. 이건 그거다, 히지카타에게 연기 속행의 여부를 확인한다든가 그 밖에도 여러가지, 그런 이유가 있어서의 그거니까.)


누구에게 하는 건지 모를 변명을 하며, 한층 더 강하게 껴안는다.

뺨을 부비듯 히지카타의 귓가에 얼굴을 대고, 살짝 속삭였다.


「…어떻게 하면 돼?」


들릴 듯 안 들릴 듯 짧은 목소리에, 히지카타는 약간 몸을 떼고 긴토키를 올려다본다.

히지카타가 거의 맨발이라, 평상시라면 수평이어야 할 시선이 조금 낮다.

물기를 띤 눈에 매달리는 듯한 표정. 그러나, 눈동자 속에는 강한 빛이 머물고 있다…토시에의 가면 아래, 귀신 부장이 확실히 숨쉬고 있다는 증거다.


조금 전까지는 사태가 급전해 일시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었는지, 순수하게 남자 말투를 하고 있었지만. 이제 빈틈없이 냉정함을 되찾고 있는 것 같다.

그래야지, 다. 긴토키는 미세하게 입가를 끌어올린다.


맞장구 쳐라, 하고 희미하게 움직인 히지카타의 입술을 읽고, 긴토키는 양해를 눈으로 전했다.


「왜, 온 겁니까…!」


긴토키의 눈에서 양해를 보자마자, 히지카타는 꽉 가슴에 매달려 목소리를 높였다.

탓하는 듯한 어조이면서도, 가슴에 스미는 울먹이는 소리…변함없이, 훌륭한 연기력이다.

아니, 변함없이, 는 커녕.

잠깐 못 본 사이에 *메탈 킹의 빈출 포인트에라도 갔던 거 아냐 이 녀석. 긴토키는 쓴웃음을 짓는다.


*(드래곤 퀘스트)


따지고 보면, 이 쓸데없이 높은 연기력 탓인 거다.

긴토키 안에서 뭔가가…그래, 뭔가가, 이상해져서. 이상한 방향으로 구르기 시작했던 건.


「내게 무슨 일이 있으면, 전부 잊고 도망치라고 말했잖아요…!?」


명색이 절세의 미녀의 모습을 한 상대에게 이런 식으로 달라 붙게 되어, 동요 하지 않는 남자가 있다고 한다면 데리고 왔으면 좋겠다.


그래 이런 건 누구라도 넘어가잖아 나만이 아냐 젠장. 긴토키는 마음속으로 중얼대면서도, 부드럽게 히지카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히지카타가 이렇게 지나칠 정도로 「연인」을 연기해 온다는 것은, 즉, 이쪽도 열렬한 연기로 응하라는 지시겠지. 맞장구 쳐라, 라고 말했으니 그런 것일 터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바보 녀석. 내가 너를 잊는다든가, 그런 거 할 수 있을 리 없잖냐.」


진지한 색을 목소리에 실어, 부자연스럽지 않을 정도로 달콤함을 드러내고 속삭인다.


「말했잖아. 나는 일단 받아들인 귀찮은 일을 도중에 내팽겨치거나 하지 않는다고.」


기억을 모방하며 그렇게 말하면, 히지카타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어제, 다락방의 침입자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사용한 대사라고 눈치챈 것일까.

그렇다면 이어지는 대사가 결정적인 요소인 것도 알고 있을 터, 하고,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뺨을 쓰다듬으며 얼굴을 들도록 재촉한다.


「…게다가, 한 번 반ㅎ우극!」


엄청나게 진지한 표정으로 결정적 대사를 입에 담으려 했던 곳에서, 긴토키는 아래에서 힘차게 뻗어 온 손바닥에 입이 막혀져버렸다.

예상 외인 행동에 당황하고, 히지카타의 얼굴을 본다.

…그리고.


그 표정을 보고, 긴토키는 입을 다물었다.


묻고 있는 가슴팍에서 올려진 히지카타의 얼굴…그것은 이제, 귀까지 붉게 물들어 있다.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눈은, 반 울상으로. 그 이상 말하지 말라는 필사적인 표정으로 호소하고 있다.


(무…무슨 얼굴 하고 있는 거냐 너 이쪽까지 부끄러워지잖냐 바보 자식아아아아!)


긴토키의 등을 스윽 하고 묘한 땀이 흘러내렸다.


뺨에 파고들어 오는 손가락의 힘으로 볼 때, 이건 연기가 아니다. 본질이다.

게다가 히지카타의 이 얼굴은 분명, 기분 나쁜 것을 말하지 마라 듣기도 싫다…라든가, 그런 종류의 거절이 아니다.


즉, 순수하게.

──수줍어하고 있다, 는 건가.


(아니아니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그건…! 그건 아니지 어이이이!)


도착한 결론을 긴토키는 황급히 부정한다.

히지카타가, 쑥스러워 한다. 아니, 그럴 리 없지. 그런 바보 같은.

명색이 귀신 부장이라 불리는 남자다. 더해서 상대는 나.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히지카타의 이 이상한 태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직도 입을 막힌 채로, 혼란도 노출된 눈으로 내려다 보면, 히지카타는 자신의 행동의 불가해함에 새삼 깨달은 듯 눈동자에 당혹을 띄우고 손을 떼어 놓았다.

멍하니 바라보는 긴토키에,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시선을 비스듬히 아래로 돌리며 작게 입을 연다.


「…그, 건…이제, 알았, 으니까. 그…」


능숙한 변명도 생각나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으로, 횡설수설한다.

막히는 목소리, 헤엄치는 시선. 더욱 더 붉게 물들어 가는 뺨.



──그것이 연기라고 한다면, 너 이제 배우로 전직해라.



자신 안의 어딘가에서 뭔가가 뚝하고 끊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뺨에 손을 뻗었다.



「─읏, 토…」

「긴쨩 거기 위험하다 해─」


끼긱, 콰앙!



갑자기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반응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무섭게 돌진해 온 사다후라에게 내동댕이쳐져, 긴토키는 가볍게 날아갔다.



「토시 누님! 다친 곳은 없는 거냐 해?」

「아아, 토시에 씨…! 무사해서 다행이다!」

「너네ㄷ…당신들, 어째서…!」


폴짝하고 거대한 개 등에서 뛰어내린 소년 소녀의 모습에, 히지카타가 간신히 연기를 유지한 목소리를 높인다.

긴 씨와 함께 왔던 거에요, 사다하루의 코로 토시 누님의 냄새를 쫓아 왔다 해, 하고 입을 모아 말한 신파치와 카구라의 목소리를 듣고, 긴토키는 쓰러진 바닥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잠깐, 어이 얌마 너네들!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잖냐! 것보다 왜 이 타이밍? 분위기 파악해라 바보들아!」

「적 한가운데에서 언제까지나 알콩달콩 하고 있는 긴쨩이 나쁘다 해.」


고함치자마자 미지근한 시선을 돌려준 카구라에, 아니 그건 히지카타가 연기를 속행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라니까, 하고 마음속으로만 대꾸한다.


──그래, 연기. 연기다.

방금 전에 순간적으로 「분위기 파악해라」라고 소리 쳤던 것도, 「연인의 감동의 재회」라고 하는 연출의 일환에 지나지 않다……라는 것이다. 아마. 단연코.


조금 전 끊어진 뭔가를 다시 묶는 영상을 필사적으로 떠올리면서, 긴토키는 겉으로는 태연하게 히지카타의 어깨를 끌어안고 카구라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니아니아니, 있잖아, 히어로와 히로인이 재회하면 그곳이 적지의 중심이더라도 곧장 러브신이라고. 그 순간만 시간이 멈추는 거야. 그게 자연의 섭리라는 것이잖냐.」

「그리고 동료의 헛기침으로 중단되는 것이 러브신의 섭리라구요. 것보다 당신들, 지금 하마터면 최면 가스를 뿌리려 할 때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엉?」


신파치의 차가운 태클에 허를 찔려 시선을 돌리…면, 확실히 자신들의 주위에는, 사다하루에게 냅다 밀쳐진 듯한 남자들과 가스 분무기 같은 물체가 나뒹굴고 있다.


욕설과 함께 재구축되어 있는 포위망 밖에서는, 녹색 피부의 암상인이 분한 듯한 얼굴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


긴토키가 지금 그 존재를 떠올렸다, 라는 소리를 높이자, 암상인은 불쾌한 듯 눈썹을 찌푸렸다.

그 표정이 기습이 실패한 것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완전 무시된 것에 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어쨌든, 긴토키들의 주의가 겨우 자신에게 향한 것을 확인한 암상인은, 엣헴 하고 노골적으로 큰 헛기침을 한다.


「……아니 이거 참.」


기분을 고쳐잡은 듯 씨익 하는 싫은 미소를 지으며 호들갑스럽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암상인을, 긴토키는 비호의적인 눈으로 바라봤다.

어깨를 감싸안은 손에 힘을 주면, 히지카타도 의지하는 듯 떡하니 긴토키에게 기댄다.

긴토키보다도 더욱 비호의적인 눈을 한 신파치와 카구라가, 양편에 붙어 얼른 전투 태세를 취했다. 그것을 보고 암상인은 눈을 가늘게 뜬다.


「거기에 있는 건…야토의 아가씨구나? 잡았다 놓쳤다고 들었지만, 스스로 찾아올 줄이야……게다가.」


카구라에서 긴토키로 이동한 암상인의 눈이, 그 머리카락의 색을 인정하고 만족스럽게 호를 그렸다.


「토시에 씨, 너는 정말 좋은 미끼가 되어 주었어.」


목적의 사냥감뿐만 아니라, 거창한 덤까지 물어 주었다.

야유하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암상인에게, 히지카타가 흡 하고 숨을 삼킨 것이 긴토키에게는 들렸다.


「당신은! 이 아이들까지…」


분노에 떨리는 목소리를 지르며 긴토키의 팔에서 빠져나와, 카구라를 등에 감싸듯이 앞으로 나온다.

그리고, 결의 가득한 눈동자로 암상인을 노려보며…비통으로 착각할 정도의 음색으로, 단호하게 히지카타는 단언했다.


「이 아이들을 당신의 사리사욕으로는 사용하게 두지 않습니다. 사리를 위해 팔 거라면 나만으로 충분하겠죠!」

「토시 누님!?」

「토시에 씨! 판다니…!?」


카구라와 신파치가 놀란 목소리를 높인다.

긴토키는 가만히 꿈틀 하고 한쪽 눈썹을 위로 올렸다.


「흐음…그렇네, 고민되는 군. 나 개인의 연줄에게 팔 것인가, 본부에 보고하고 평가를 얻을 것인가…야토만 된다면, 어느 쪽이든 막대한 이익을 낳을테니까.」


이쪽에게 불쾌감을 주겠다는 의도겠지, 일부러 정중하게 야토의 상품성을 강조해 보이는 암상인에게, 이 녀석은 최악의 상놈이라고 긴토키는 미간에 주름을 잡는다.

신파치에서도 카구라에서도, 당장이라도 때리려고 덤비려는 듯한 공기가 감돌고 있다…하지만.


(──? 기분 탓, 인가…?)


히지카타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위화감을 느끼고, 긴토키는 그 뒷모습을 주시했다.

조금 과장스러운 행동으로 카구라를 감싸고 앞으로 나간 히지카타.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등에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등은, 솟아오르는 웃음을 억제하고 있는 것 같은.


…어째서냐. 긴토키는 눈을 깜박였다.


「어떻게 취급하는 게 제일 내게 유리한지, 신중하게 검토해주지.」


암상인은 히지카타가 내뿜은 위화감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 한 모습으로, 사악한 미소로 말을 마무리한다.


──그 순간.



히지카타가 풍기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언질을 잡았다구.」


히죽 하고 웃는 입가. 살짝 치켜든 턱. 낮은 목소리로 자연스러운 남자 말투.

완전한, 본질.

갑작스럽게 연기를 포기한 히지카타에, 신파치와 카구라가 놀라서 눈을 돌린다.


「네놈이 불법 인신 매매로 사리를 자행하고 있는 건…」


히지카타는 암상인 쪽을 향한 채로, 긴토키의 가슴에 덤벼들 듯 손을 뻗어, 순식간에 난폭하게 옷깃 뒤에 붙여져 있던 물건을 떼어 냈다.

──긴토키가 진선조에게 빌려 몸에 달고 왔던, 소형의 도청기를.


「미안하군, 전부 다 퍼졌다. 수신기의 너머에서는 내 부하가 확실히 녹음해주고 있다구.」


입가를 올리고 도청기를 들어올려 보이는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무심코 입가를 풀었다.

…그 때. 코 끝이 옷깃 언저리에 묻힐 듯이 꼭 껴안은 자신의 의도를, 히지카타는 제대로 짐작해 주고 있었던 것 같다.

과연 무장 경찰의 부장님, 이라는 건가. 도청기의 존재를 재빠르게 인지하고 나서, 모르는 척 외부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대화를 유도하고 있었다, 고.


조금 과장스럽다고 생각했던 카구라를 감싼 방법은, 암상인의 입에서 인신매매의 사실에 대한 걸 말하게 하기 위한 계산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흥, 경찰에라도 통보할 생각인가? 쓸데없는 일이다.」


순간적으로 동요를 보였던 암상인은, 곧바로 여유를 되찾고 코웃음 쳤다.

말했을 텐데, 이 나라의 경찰은 우리가 인신매매를 하고 있다고 알게 되어도 참견 따위 할 수 없어…바보 취급하는 어조로 내뱉은 대사에, 히지카타는 잔인한 미소를 돌려준다.


「아아, 통보해주지……다만 경찰에게 하는 게 아냐. 네놈의 상층부에게 말야.」

「뭣…!?」


가볍게 말해진 말에, 이번에야 말로 암상인은 입을 다물었다.


내가 언질을 잡았다고 말한 것은, 네놈들의 조직이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부분이 아니다. 그걸 네가 개인의 재량으로 좌우하고 사리를 도모하고 있다, 라는 부분이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한 히지카타에, 녹색 피부가 점점 황록색이 되어 간다. 그것은 아마, 녀석적으로는 새파랗게 질리고 있는 거겠지, 라고 긴토키는 추측했다.


「말단 주제에 사욕을 탐하고 있는 녀석을 놓칠 정도로, 무른 조직은 아니겠지?」


생긋 웃는 히지카타의 얼굴은, 무척이나 나쁜 인상이다.


「그만큼이면, 횡령한 상품으로 왕창 사재 쑤셔 모은 거잖아? 그 녀석을 압수하고 본부에 건네면, 말단 한 사람 정도는 이쪽에서 처리해도 눈 감아 주겠지. 」


그 정도의 협상이라면 나는 통할 자신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코웃음 치는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참지 못 하고 큰 소리로 웃었다.


「즐거워 하는 표정을 해버리고…어느 쪽이 악인인지 모르겠네 어이.」


큭큭 하고 목을 울리면서 말하면, 히지카타는 새침한 얼굴로 힐끔 이쪽을 본다.


「눈에는 눈, 악에는 극악을, 오른쪽 뺨을 맞으면 반격을 내민다, 겠지.」

「아니 이제 어디서부터 파고들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옆에서 신파치의 어이 없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급격한 일의 전개에 반쯤 멍하니 있는 모습인데, 태클에 관해서는 정말 성실한 녀석이다.

반대쪽 옆에서는 「토시 누님 멋있다 해」하는 중얼거림이 들려와서, 잠깐, 이거 교육에 나쁘지 않나, 하고 긴토키는 쓴웃음 짓는다.


…아니, 그치만, 하지만.

그것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기분은, 뭐 모르는 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해버려서.



(──아아, 젠장.)


긴토키는 난폭하게 뒷머리를 휘저었다.



연기에 속은 것이다라는 것으로, 하고 싶었다.

자신이 이 남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되어 버린 것은, 이 녀석의 쓸데없이 수준 높은 연기력의 탓이라고.

「토시에」라는 가공의 미녀에 현혹된 것이라고. 그런 것으로 해두고 싶었다.


…해두자고, 생각하고 있었, 는데.



「네놈은 조만간 잘라 버릴 수 있는 도마뱀의 꼬리다. 지금 여기서 베어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겠지.」


번뜩이며 암상인을 내려다보고 낮게 선언한 히지카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한 번.



붉은 얼굴로, 젖은 눈으로 매달렸을 때보다도 더.

그 즐거워 보이는 미남자의 악한 얼굴을 보고 있는 쪽이…가슴이 떨린다, 라니.




──정말이지, 어떻게 해줄 거냐 요 녀석아─.




「…큭, 크크크…정말이지, 대단한 여자구나.」


황록색의 얼굴로 말을 잃고 있던 암상인은, 잠시 침묵 끝에 쥐어짜낸 듯한 웃음을 흘렸다.


「네놈의 말대로, 우리는 엄격한 조직이다. 실수나 배신 행위를 저지른 자에게는 결코 상냥하지 않지…실점을 회복하는 방법도 엄격해서 말이지. 구체적인 이익을 가지고 호소하지 않으면, 변명조차도 들어주지 않는다.」


몹시 싫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찌릿, 험악한 표정을 번뜩이고 이쪽을 노려본다.


「아무래도 여기서 네놈들 전원을 잡고 본부에 내미는 것밖에, 내 목이 이어지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막다른 곳에 내몰린 것의 독특한 으스스한 조용함으로, 재빠르게 암상인이 한 손을 든다. 그러면, 어느샌가 틈새 없이 완성되었던 포위망이 철컥하고 일제히 무기를 들었다.

일부는 긴토키와 사다하루가 때려눕혔다고는 하지만, 아직 적의 인원수는 결코 적지 않다. 게다가, 적이 준비하고 있는 무기는 총기가 중심이다. 이 상태에서 일제 사격되면 빠져나가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만, 그러나.


「아니아니, 그건 무리다 해.」

「발버둥은 그만두는 편이 몸을 위한 거예요.」

「물러날 때를 읽지 못 하는 남자는 인기 없다구?」

「멍」


해결사 사람들은 나란히 여유의 미소를 지었다.

빠직, 하고, 암상인의 관자놀이 부근이 경련한다.


「지껄여라! 단 4명으로 뭘 할 수 있지!」

「얕보지 마라 해! 나 혼자서 100 인력, 긴쨩과 토시 누님과 사다하루로 플러스 200 인력, 신파치도 넣으면 전부 301 인력이다 해!」

「나만 평범하게 1인부우운!?」


신파치의 항의는 무시하고, 가슴을 펴는 카구라에, 암상인은 코웃음 쳤다.


「허튼 소리를!」

「아─…뭐 그 녀석의 그건 확실히 헛소리지만 말야.」


내뱉는 암상인에, 긁적긁적 목 뒤를 긁으며 긴토키는 나른한 목소리로 말한다.


「공교롭게도, 이쪽은 네 명과 한 마리만이 아니야.」

「…뭐라고?」


의아스러운 얼굴을 하는 것은 암상인 뿐만이 아니었다.

묻는 것 같은 눈으로 이쪽을 본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씨익하고 웃으며 왼손을 가볍게 올리고, 팔꿈치 아래 근처를 가리켜 보인다.


「네가 잊어버린 것, 해결사 긴쨩이 전해드리러 왔습니다…란 말이지.」


순간, 긴토키의 대사를 이해하지 못 하고 눈썹을 찌푸린 히지카타였지만, 곧바로 긴토키의 제스처가 나타내는 것에 짐작이 간 듯 했다.

만나자마자 강제로 걸치게 된 긴토키의 옷. 그 왼쪽 소매를 찾는다.

…그리고, 손가락 끝에 살짝 닿은 것에 가볍게 눈을 크게 뜬다.


바이러스의 상자에 붙여 두고 왔던, 발신기.


히지카타는 그것을 소맷자락으로 잡아 내어, 긴토키의 눈을 보고, 훗 하고 입가를 들어 올렸다.



「──훌륭하다.」



투콰아아앙!



히지카타의 말에 겹치듯이, 창고의 입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문과 그 주위의 벽이 날아가고, 근처에 있던 똘마니들이 비명을 지르며 떨어진다.


「오─, 왔다 왔다.」

「칫, 화려하게 해대다니…소고구나.」


조금 감동이 적은 긴토키의 목소리와 함께, 히지카타가 혀를 찬다.

암상인은 그것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멍하니 있다가, 크게 뚫린 입구에서 일시에 몰려들어 온 검은 옷의 집단에, 경악과 동요가 섞인 소리를 질렀다.


「막부의 개들인가…!? 바보 같은…!」


굳어지는 음색에 당혹한 울림을 느끼고 히지카타는 조소했다.

아직, 원숭이들에게 자신을 체포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완전히 만만하게 보는 것이다.


「말했잖아. 여기서의 대화는 내 부하에게 곧장 누설된다고 말야. 즉 내 말은 그대로 우리 애들에 대한 지시라는 거지.」


네놈은 도마뱀의 꼬리, 베어도 아무도 불평은 하지 않는다고 내가 말했잖아, 네놈에겐 들리지 않았던 건가?

그렇게 말하고, 히지카타는 짓궂은 미소를 띄운다.


「네놈의 말대로, 우리는 야만스러운 촌뜨기 사무라이…평소에는 교육받은 척 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날뛰고 싶어 어쩔 수 없다고.」


지시가 들리고, 장소도 알고 있다, 고 하면, 더 이상 기다릴 필요 같은 건 우리 바보들은 느끼지 않아.


「날뛰는 명목이 생겼을 때의, 우리 패거리들의 민첩함을 얕보면 곤란하다구.」

「……우리, 라고…?」


거기서 겨우, 뭔가를 눈치챈 듯 눈을 크게 뜬 암상인을 보고, 긴토키는 입가에 동정과도 비슷한 색을 드러냈다.



──아아, 역시.

이 녀석은 근본적으로, 한편으론 결정적인 곳에서 실수를 범한 것이다.


…거기를 잘못해버린 기분은 매우 잘 알고 있으니까, 긴토키로서는 이제 쓴웃음 지을 수밖에 없지만.



「네놈의 최대 패인은, 이 나라의 경찰을 너무 얕봤다는 거다.」


단호히 선고한 히지카타에, 무심코 부정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아니, 그건 아니지.」

「뭐야 네놈, 사람이 기분 좋게 결정했는데 방해하지 말라고.」


찌릿하고 노려보는 눈으로 보자, 아니 그러니까 말야, 하고 나른한 목소리로 계속하며 긴토키는 포위망 밖으로 발길을 돌렸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긴토키의 발걸음에, 똘마니들은 공격하는 것도 멈추는 것도 잊고 통과를 허락한다.

퍼뜩 제정신을 차리고 무기를 향한 몇몇을 간단하게 기절시키고 포위를 벗어나면, 검은 옷의 집단에서 혼자, 수수한 남자가 튀어나와 달려왔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검의, 날밑의 무늬를 본 기억이 있다. 히지카타의 애도다.


「…그 녀석의 최대 패인은, 너의 정체를 끝까지 꿰뚫어 보지 못 한 것이지.」


그래서, 토시에의 말이 그대로 진선조에게 연결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치명적인 실수.

하지만, 어쩔 수없는 실수, 라고, 긴토키는 생각하고 싶다.


긴토키는 야마자키에게서 검을 받아 들고, 포위망의 안쪽을 돌아봤다.



「…안 그래? 『토시에 씨』?」



이 이름으로 부르는 건, 아마 이것이 마지막.

그렇게 생각하면서, 검을 던진다.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포위의 머리 위를 뛰어넘은 검은 훌륭하게 히지카타의 손에 들어가고──그대로,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검집에서 뽑아내졌다.




「진선조 부장, 히지카타 토시로.」




검을 겨눈 남자는, 미남자의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댄다.




「너를 불법 거래 혐의로 현행범 체포한다. 순순히 포박 당해라!」



창고에 울린 그 소리를 신호로.

검은 옷의 집단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일제히 검을 뽑아 암상인들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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