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훈 잘 지나쳐가면 나중에 성가실 일이 없다.



「기다려!」


갑자기 걸려온 목소리에, 히지카타는 혼신의 힘으로 치켜들던 다리를 멈췄다.

주위의 남자들도 옷자락에서 기어 오르게 하고 있던 손을 멈추고, 당황한 몸으로 되돌아 본다. 제지의 목소리를 낸 것은, 아까 그들에게 심문을 명령했을 터인 주인이었다.


문어 상인은 미간에 깊게 주름을 잡고, 찌릿 눈을 번뜩이고 토시에를 응시하고 있다.


「이 냄새…」


킁킁, 낮은 코를 움직인 문어 상인의 중얼거림에, 히지카타는 부드럽게 눈을 찌푸렸다.


이 상인이, 겉보기와 달리 후각이 뛰어난 것 같다는 것도 야마자키에게 들었다.

한눈으로는 붙어 있는지 조차 판별하기 어려운 듯한 작은 납작한 코인데, 인간보다 월등히 좋은 것 같다.

문어 얼굴이라면 좀 더 문어 같은 특징 가지라고 멍청아, 하고 마음 속으로 불합리한 불평을 흘리고…히지카타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


문어 상인의 코에 머무른 냄새에, 짚이는 데가 있다.


은은하게 달콤한 그 향은, 히지카타의 찢어진 옷자락에서 풍기고 있었다.


…향유다.

「함정 수사에 나설 때는 반드시 허벅지 안쪽에 발라 주세요.」라고 야마자키에게서 건네 받은 것이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듣지 못 했는데, 지금, 그 향유가 어떠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문어 상인의 눈은 냄새의 원인을 찾듯이 방황하던 끝에, 토시에의 옷자락 근처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 여자, 독부일지도 모른다. 떨어져라.」


잠시 침묵 끝에, 문어 상인은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명령했다.

그 말에, 히지카타의 주위에 있던 몇명이 당황한 듯 손을 움츠렸다.

히지카타는 천천히, 한 번 눈을 깜빡였다.


독부(毒婦).

이 상황에서 사용한 만큼, 단순히 악녀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문자 그대로, 독을 사용하는 여자, 라는 의미인가.


그러고 보니, 하고, 히지카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재빨리 기억을 더듬었다.

여닌자 중에는, 적을 정사에 꾀어내서, 입안이나 체내에 묶여 있는 독으로 상대방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는 방법을 사용하는 자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요점은 미인계를 이용한 암살이란 것으로…상대를 잠자리에 꾀어내기 쉽게, 최음성이나 중독성 있는 특수한 향을 사용하는 일도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일은 어릴 때부터 훈련을 쌓은 첩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기술이며, 히지카타에게는 그런 기술이 없다. 체내에 독 따위를 넣어두면 그 시점에서 자신이 죽음이다.

그러니까 아마, 야마자키가 건넨 향유는 실제로 닌자들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냄새가 비슷할 뿐인 보통의 향유일 것이다.

…만, 그러나.


문어 상인들에게 있어 토시에는 정체불명의 여자, 암살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부자연스러운 달콤한 향기를 깨달은 이상, 신중해질 수 밖에 없을 터였다.


(과연…)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향유를 건넸을 때, 야마자키는 히지카타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만약 정조의 위기를 느낀다면, 반대로 전력으로 유혹해주세요.』


문답무용으로 때려 날렸지만.

향유의 의도를 자세하게 듣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로 야마자키가 그 때 무슨 말을 하고 있던 건지 알았다.

지금, 토시에가 유혹하는 것 같은 행동을 보이면 보일 수록, 적은 경계하고 다가가기 어려워진다.

너무 노골적은 오히려 수상하게 보이겠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좋다. 한 번 토시에의 언동에 뒤를 의심하기만 하면, 뒤의 뒤, 다시 그 뒤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움직일 수 없게 될 것이었다.


어설프게 머리 좋은 사람일수록 덫에 빠지기 쉽다.

페이크 도청기의 건도 마찬가지. 「수완가」라는 문어 상인의 평판을 역수로 취한 작전이, 지금까지는 딱 맞고 있었다.


(…좋아.)


궁지에서 활로를 찾고,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히죽 웃는다.

여기선 하나. 크게 경계심을 부추길 수 있도록, 성대하게 유혹해야하지 않겠는가.


유혹해야……유혹……유ㅎ……?



…유………



(유혹이란 건 뭐냐 인마아아아아!?)



찾아낸 활로 앞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벽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다시, 야마자키를 힘껏 후려쳤다.


당연한 일이지만, 남자를 추파를 던지는 일로 유혹한 경험은 거의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여자 상대라도 스스로 유혹하는 일 따위 거의 없다. 애초에 유혹이란 건 뭐냐고, 하고 미묘하게 불쾌한 생각을 하며 히지카타는 등에 식은땀을 흘렸다.

확실히 본의 아니게 이 몇 주 동안 「여자」를 연기하는 것에는 상당히 익숙해져버렸고, 실력이 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만.

그렇다 해도, 자신에게 바짝 다가온 긴토키는 가끔씩 얼굴을 경련 시키고 굳어 있기도 했고.

여자역을 본직으로 하는 것도 아닌 몸집 큰 여장남자의 미인계 따위, 평범하게 생각해서 통용될 리가 없다.


무리가 있잖아 이 작전. 히지카타는 머리를 안고 싶은 심정으로 눈앞의 남자들을 둘러봤다.

문어 상인은 험악한 눈으로. 부하들은 당혹과 경계가 반반인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토시에에게 다가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망설이고 있다.


…어쩔 수 없다.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한 번.

모처럼 적이 향유 냄새에 경계심을 품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할 만큼은 해 볼 수 밖에 없다. 지금을 놓치면, 고문이라는 궁지에서 벗어날 기회는 당분간 오지 않겠지.


아까 자신에게 천박한 눈을 돌렸던 녀석들이다. 분명 지구인의 얼굴의 미추 등이 구분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믿기로 하고, 히지카타는 자연스럽게 떨군 머리에서 살짝 눈을 들어올렸다.


가장 지위가 낮아 보이는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건져 올리듯 바라보자, 남자는 초조해 하는 것처럼 시선을 방황한다.

좀팽이다운 반응에 실소가 흘러넘치려는 것을 참고, 가만히 그 눈을 사로잡는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강한 시선으로 꿰뚫으면, 차분한 표정이었던 남자의 눈은 꿰메어진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향유 냄새가 도움이 된다면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리를 움직이고 옷자락을 풀어헤친다. 지나치게 다리가 보이면 남자의 골격을 들켜버리므로, 아주 조금만.


자신의 행동에 솟구치는 구역질을 참으면서.

시선을 붙잡은 채로, 아주 조금 눈을 가늘게 뜨고 눈동자에 미소를 띄우면.



남자의 얼굴은 눈에 띄게 상기했다.

꿀꺽, 목이 울린다.



(에에에에…어이어이…)


이런 걸로 괜찮은 거냐고. 바보 아냐?

너무나도 반응이 좋아서, 히지카타는 한시름 놓기보다 먼저 어이가 없었다.

역시 말단이라고 할까 뭐랄까…

지위가 낮은 녀석을 겨냥한 것은 정답이었던 건가, 하고 주변에 시선을 뻗으면, 눈에 성욕을 품고 있는 자가 한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뺨이 굳어진다.


(아니아니아니, 어떻게 된 거냐 이 녀석들. 반대로 기분 나빠!)


여장남자의 곁눈질에 볼 붉히지 마. 기분 나쁘다고 네놈들.


어이 없는 나머지, 누워서 침을 뱉는 듯한 말을 히지카타는 생각했다.

작전이 잘 되어서 다행이지만, 이렇게 잘 지나가도 복잡한 심경이다. 확실히 말해, 남자에게 정욕의 눈초리를 향하더라도 기분 나쁘다.


이런 바보 같은 부하면, 주인은 필시 고생하겠지…하고 슬쩍 눈을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문어 상인은 벌레를 백마리를 모아 씹은 듯한 얼굴을 하고 주위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들…」

「으, 앗, 네네네네넵!」


문어 상인의 낮은 목소리에, 부하들은 황급히 정신 차려 자세를 취했다.

주인에게 돌아서서 직립 부동 자세를 취하면서, 힐끔, 이쪽에 시선을 돌리는 순간을 노리고 다시 미소를 지어 보이면, 그들의 목이 또 꿀꺽 하고 움직인다.

문어 상인은 더욱 더 얼굴을 찌푸렸다.


「이제 됐어! 네놈들은 나가라!」


분노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며, 문어 상인은 방에서 부하들을 쫓아 냈다. 객실 밖에서 감시를 붙이도록, 하고 말할 뿐이었다. 이 부하들을 이대로 토시에의 가까이에 놔두면 성가실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간단하게 유혹당하다니 바보들이…하고 혀를 참과 함께 중얼거린 상인을, 히지카타는 반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정말로, 바보 같은 부하를 데리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병사들도 머리가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여장남자의 미인계에 시원스럽게 걸려 들 것 같은 패거리는 아닐 것이다 라고 믿고 싶다. 만약 그런 놈이 있으면 할복 시켜 주마.

후, 하고 무심코 짖궃은 미소를 입가에 띄우자, 문어 상인은 찌릿 눈을 들고 토시에를 몹시 얄밉다는 듯 노려봤다.


「…이 창녀가!」



(하……!?)


순간적으로, 말조차 잃고 히지카타는 문어 상인을 바라봤다.


…지금 이 녀석은, 뭐라 한 거냐.



「너의 심문은, 나중에 천천히 해주지.」


분노를 나타내는 말을 내뱉으며 문어 상인이 방을 나가는 것을, 히지카타는 절반은 멍하니 바라봤다.

철컥, 문이 닫히는 소리에, 제 정신이 든 것처럼 분노가 확 끓어오른다.



(웃…기지마 새꺄아아아!!)



히지카타는 무심코 동공을 홱 열고 문을 노려봤다.

본래라면, 작전이 잘 되었다고 싱글벙글 해야 할 일이지만…공교롭게도 그런 기분은 아니다.


(뭐가 창녀냐. 나도 좋아서 네놈들 따위에게 추파 던진 게 아니라고!)


상놈이 여자를 매도하는 말로는 흔한 문구.

지만, 히지카타는 그것에 눈 앞이 붉게 물들 정도의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기분이 나쁘다.

굴욕에 몸이 떨린다.


이상한 방법을 생각하거나 하다니 야마자키 그 녀석 나중에 죽인다. 하고, 히지카타는 위험한 결심을 굳혔다.

효과가 있었으므로 아직 괜찮은 거지만…비록 연기라도, 놈들 상대에게 교태 부리는 시선을 보내거나 몸짓을 만들어 보이는 등. 농담이 아니다. 기분 나쁨과 굴욕감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그렇다. 비록 연기라도.

아무리 임무 때문이라고 자신에게 타일러도, 허용 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하는 건 존재한다.



분노가 차츰 잦아들고 냉정함이 회복되면서, 히지카타는 성가신 것을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참을 수 있다, 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몇 주 간으로, 여자 연기를 하는 것엔 상당히 익숙해져서. 그놈에게 「연인」으로 바짝 달라붙는 것에도 익숙해져서.

자신은 임무를 위해서라면 이런 것도 해버리는 구나, 하고. 스스로도 감탄하고 있었지만.

능욕 당할 거라 생각했을 때도, 범해지고 끝이라면 그걸로 괜찮다, 고 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맨발에 닿은 놈들의 손에, 이론보다 먼저 소름이 돋았다.

교태를 부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에 구역질을 느끼고, 창녀라는 모욕에 눈앞이 뒤집혔다.


깨닫고 말았다.


며칠 동안, 「토시에」라는 여성을. 「연인」이라는 입장을 굉장한 혐오감 없이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남자가…긴토키가, 상대였기 때문이라고.



(…아니, 틀려, 틀리다고!? 이건 딱히 그런 뜻이 아니라, 그 녀석이 능숙하게 내게 맞춰 연극하거나, 싸우는 것이 기분 전환이 되기도 했으니까 스트레스 적게 끝났다는 것뿐일 이야기고 말이지…!)


…라니, 그런 의미는 무슨 의미냐 인마아아아!


아무도 없는 곳에 호소한 변명 같은 대사가 더욱 무덤을 파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히지카타는 창백해졌다.


뭘 생각하고 있는 거냐 나는.

이상하다. 어떤 의미든 아니든 간에, 어느 쪽이든 이상하다.

애초에 조금 전의 사고에선, 자신은 긴토키의 연인을 연기하는 것을 딱히 싫어 하고 있지 않았다, 라고 하는 것이 전제로 되어 있지 않은가.

아니아니아니! 있을 수 없어, 있을 수 없다고.

여기 쓰레기 자식들의 천박한 시선보다는 낫다라는 뿐인 이야기겠지만…!



히지카타는 휙휙 머리를 흔들며 강제적으로 사고를 중단했다.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조금 전의 그런 싸구려 견제가 언제까지나 통할 거라 생각되지 않고, 지금 문어 상인이 돌아오면 귀중한 탈출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무엇보다 이 조사는 스피드 승부인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이 방을 빠져 나가, 바이러스의 소재를 찾지 않으면.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기합을 넣으며, 심호흡을 한 번.

확실하게 숨을 정돈하고 나서 눈을 떠, 묶여 매달려 있는 손목을 끌어당겨, 현수의 요령으로 몸을 들어 올렸다.

꽈악, 손목이 조이는 것을 참고, 머리를 손의 높이까지 가까이 한다.

그리고, 손가락 끝을 오른쪽 귀 뒤 쯔음부터 가발 아래에 찔러 넣었다.


꺼낸 것은 새끼 손가락 절반 정도의 칼.

검지와 중지로 집은 그것을 뒤집어, 히지카타는 손목의 줄을 쿡쿡 찔러 끊었다.


소리 없이 바닥에 착지한다.

발목의 줄은 아까 풀어낸 채 있었으므로, 이걸로 히지카타의 온몸은 자유다.

히지카타는 왔다 갔다 하며 두손 두발을 흔들며 저림은 완화시켰다.


(…머리카락 속이라는 부분은 실로 좋은 은닉 장소다…인가.)


문어 상인의 말을 떠올리며 히죽 웃는다.

그렇게 말하고 맨 먼저 머리끈을 끊어낸 상대방도, 내린 머리 속에 아직 숨길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다.

가발과 피부 사이.

이 장발이 가발이라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면, 찾아낼 수 있을 리 없는 장소다.

…참고로, 진짜 발신기도 이 안이다.


(그럼…)


히지카타는 방 중앙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마, 이 방에 감시 카메라는 없다. 하지만, 만약 깨닫지 못한 곳에 있다고 한다면 서둘러야 한다. 한 번 줄을 빠져나간 것을 잡히면, 다시 탈출은 훨씬 어렵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발밑에서 띠 안에 넣어둔 작은 칼을 집어 들고, 미끄러지듯 걸음을 옮겨, 문의 바로 옆쪽에 있는 벽에 등을 착 붙인다.

칼집에 넣은 채로 있는 작은 칼을 치켜 들고, 끊어진 줄이나 소도구가 어질러져 있는 바닥을 향해 내던졌다.


작은 칼은 주머니 칼이나 비녀 등을 걷어 차고, 쨍그랑, 화려한 소리를 낸다.


직후, 문의 작은 투시창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당황한 듯한 목소리와 함께 찰칵찰칵 열쇠를 여는 소리가 났다.


「그 년! 어디에…!」


초조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방으로 뛰쳐 들어온 남자를, 히지카타는 옆에서 때려 눕혔다.


「크…앗」


후두부의 일격에 깔끔하게 정신을 잃은 남자를 내려다보며, 진부한 수법에 걸려들기나 하고, 라며 히지카타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어, 유효한 방법이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것이겠지만. 우리 병사들에게도, 이런 진부한 수법에 걸리지 않을 것 같은 교육을 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히지카타는 담담하게 남자의 옷을 걷어내고 열쇠 꾸러미와 잭나이프를 몰수했다.

대신에 자신의 다목색 옷을 벗고, 남자에게 걸친다.

그대로 질질 방의 중앙까지 끌고 가, 조금 전까지 자신을 묶고 있던 줄로 손목을 구속하고 매달라 올린다.

이것으로, 스파이 홀에서 확 하고 보는 정도는 속일 수 있을 것이다. …자세히 보면 역시 들키겠지만.


남자에게 옷을 빌려준 것으로, 히지카타 자신은 엷은 복숭아 빛의 긴 속옷에 다테지메(속옷을 여미는 끈)뿐이라는 뭔가 초라한 모습이 되었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남자로부터 벗겨 낸 옷을 입는 것도 생각했지만, 이 남자는 히지카타보다 몸이 크다. 사이즈 큰 옷 때문에 움직이기 어려워지고 만다.

게다가, 발견된 때를 대비해서 아직 여자의 모습으로 있는 편이 좋다. 바이러스를 무사히 확보할 때 까지는, 토시에의 정체가 남자인 것을 들키는 사태는 가능한 피하고 싶었다.

고로 가발도 아직 벗을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산발로는 방해에도 정도가 있다, 고 히지카타는 바닥에서 머리끈을 주웠다.



뒤쪽으로 하나로 머리를 묶으며, 후 하고, 바닥에 흩어진 비녀 조각에 눈이 간다.


이, 꽃 비녀가 밟아 부서졌을 때.

그 중의 발신기가 발견되는 것은 작전 내였으니까, 밟혀 깨져도 동요는 없었다. 오히려 해줬구나 하는 기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참히 깨진 비녀를 보고, 아아, 역시 그 회양목 빗을 꽂고 오지 않아서 다행이네, …같은 게 머리를 스쳤고.


그런 자신에게 당황했다.


…뭐어, 적들은 그 당황을 발신기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생긴 동요라고 간파해준 것 같기 때문에, 결과 좋다─고 말하면 그런 거지만.



(라니 어디가 좋다─냐 멍청아아아아!!)


거기까지 생각하고,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머리를 안고 주저앉을 것 같은 것을, 간신히 참는다.



위험해.

히지카타의 머릿속에는 경보가 울리고 있었다.


아까부터. 일이 있을 때마다 머리를 스치는 은빛.

지금까지는, 그것이 크게 마이너스로 작용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만.

이대로는.


언젠가 임무에 지장을 준다.


말단 무리에게 천한 눈으로 보여졌을 때, 뇌리에 지나간 은빛으로 한 순간 사고가 날아가, 눈앞에 있는 것에 대한 반응이 늦었다.

진선조의 존망에 직결되는 아슬아슬한 임무가 한창인데.


진선조 이외의 것에 신경 쓰느라, 진선조를 위기에 빠뜨린다 라는 건.

히지카타에게 있어, 그것은 공포와도 비슷한 감각이었다.



지금 뿐이다.

히지카타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타일렀다.

이런 식으로 그 남자에 대한 것이 머리를 스치는 것은, 조금 길게 관련되었던 탓의 일시적인 것. 이 일이 끝나기만 하면, 이런 감각은 금방 잊는다.

그러니까, 지금만. 반짝이는 은빛으로 정신을 빼앗기지 않도록 노력하면 된다. 그것 뿐이다.


단지, 그것 뿐.



간단한 일이겠지, 하고 기합을 다시 넣고, 히지카타는 다테지메에 작은 칼을 끼워 넣었다.







「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차 안에서 기계의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야마자키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쑤욱, 하고 신파치가 몸을 내민다. 확실히, 네비게이션풍의 화면 안에, 붉은 광점이 점멸하며 이동하고 있었다.


「역시 부장님, 잘 빠져 나간 것 같네요.」

「에, 발신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알 수 있나요? 적에게 옮겨지고 있다거나, 연행되고 있다거나일지도 모르는 게…?」


불안한 듯 묻는 신파치에, 야마자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뭐 확실히 단언할 수는 없지만…이걸 봐, 어딘가 다른 방에 옮겨지고 있다, 는 것 치고는 움직임이 이상하잖아?」


이 발신기, 최신식으로 굉장히 성능 좋으니까, 세세한 움직임까지 알 수 있거든~. 라고 왠지 득의양양한 기색으로 말하면서, 야마자키는 광점의 움직임을 손가락으로 쫓아 가리켜보였다.


「그치? 한 번 온 길을 돌아가거나 하고 어슬렁어슬렁 하고 있고. 움직임이 매우 느리니까…」

「자신의 의지로, 신중하게 주위를 살피며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이네…칫.」

「대장, 지금 혀 차셨죠?」

「기분 탓이야.」


오키타는 안대를 이마로 끌어올린 모습으로 슬쩍 대답하며, 일단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신파치의 건너편, 긴토키에게 시선을 던졌다.


「다행이네요, 형씨.」

「뭐가.」


긴토키는 자신에게 말이 걸어질 것을 예측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즉답으로, 퉁명스레 쏘아붙였다.

나는 아무런 흥미도 관심도 없지만, 하고 온몸으로 주장하는 그 태도에, 오키타의 눈동자가 히죽 웃는다.


「아아, 아직 자신의 눈으로 볼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겁니까. 히지카타 녀석도 상당히 사랑받는 거네요.」

「뭣…! 무슨, 그…런!」


긴토키가 뒷좌석에서 흘러 떨어진 건 무시하고, 오키타는 쿡, 하고 손가락으로 발신기의 화면을 찔렀다.


「뭐, 발신기의 움직임만으로는, 정말로 정조가 무사한지 어떤지는 모르지만요.」

「아뇨, 그치만, 도청기가 박살나고 그만큼 시간도 안 지났고, 아마 예의 작전이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마치 재미 있어 하는 것처럼 말하는 오키타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야마자키가 뒷받침 해준다.

하지만, 그것에 반응을 돌려준 건 오키타도 긴토키도 아닌, 아직 걱정거리가 끊기지 않은 것 같은 신파치였다.


「…하지만, 저기…야마자키 씨가 아까 말했던 그 작전은, 꽤…도박이죠. 만약 상대방이 생각보다 신중함이 부족하거나 하면…그, 유, 유혹하거나 하면 오히려 위험한 게…」

「아─…으─음…」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듯 말한 신파치의 말에, 야마자키가 대답을 내리지 못하는 듯 눈썹을 내린다.

확실히, 그 가능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자기가 모은 정보로는, 상대는 상당히 수완가로 신중파, 라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부장의 매력이 예측을 뛰어넘고 말았다는 것도 있을 수 있고 말이지, 하고 야마자키는 생각했다. 본인에게 말한다면 분명 때릴 것이므로 말하지 않지만.


뭐어 아마 괜찮다고 생각해. 시간 경과적으로, 굉장한 고문을 받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그런 무난한 대답을 하려고 야마자키가 입을 열려고 했을 때, 긴토키의 언짢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바보 신파치. 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런 체격 좋은 여장남자한테 미인계라던가 당해봐라. 기분 나빠서 다가가지도 못 하게 된다고.」

「긴 씨, 그거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


재빠르게 되물어서, 긴토키는 무심코 말을 멈추었다.



진심인가…라니, 아니, 응. 진심이라니까.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신파치 요 녀석아─.

평범하게 생각하라고. 히지카타라고? 그 녀석이 그런, 미인계 같은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야, 뭐어. 그 녀석의 여장이 미인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뭔가 이 몇 주 동안 엄청나게 연기가 레벨업 하고 있고, 그 반면으로 묘하게 무자각인 면이 있으니, 그 부분이 걱정이라면 걱정이지만. 이랄까 아니 누가 걱정이냐, 안 했거든 그런 거!


어쨌든! 그 자식이 남자를 상대로 요염한 시선을 보낸다든지, 생각한 것만으로 기분 나빠!



영점 몇 초만에 이정도로 생각하고, 긴토키는 일단 마지막 문장만 입에 냈다.

그러자, 신파치는 의심스러운 듯 반쯤 감긴 눈으로 쳐다봤지만, 야마자키는 예상 밖의 것을 본 듯 눈을 깜빡이고.


오키타는 감탄한 듯한 표정으로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형씨는 히지카타 씨가 자신 이외의 놈한테 추파를 던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겁니까. 그런 독점욕을 가진 분이었다니, 의외네요.」


「윽, 그─러─니─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냐 네놈은 요녀석아아아아!!」







「……있다…」


지하의 넓은 방에서, 히지카타는 멍하니 중얼거리고 있었다.

눈앞에는, 튼튼할 것 같은 큰 하얀 상자가 몇 개나 쌓여 있었다.

하나 하나의 상자에는 번호 입력식의 잠금이 되어 있고, 그 옆에는 「M - 102239D」라는 라벨.

바이러스의 형식 번호다.


「라니…에?…진짜로?」


너무 쉽게 발견된 거 아닌가, 이거.

히지카타는 주위에 안절부절 못 하는 시선을 방황한다.


감금되어 있던 방을 탈출하고 나서, 남의 눈을 피해 복도를 안쪽으로 더 안쪽으로 자진하여 갔던 곳, 상당히 경계가 엄중한 방을 찾아냈다.

틈을 타 감시자를 세게 조르고, 위협하여 꾀어내 이중 잠금을 열게 하여 안으로 들어가자, 시원스럽게 발견된 바이러스.

너무 일이 잘 풀려서 오싹한 듯한 기분이 든다.


함정인 거 아니냐, 하고 감시를 실컷 추궁했지만, 아무래도 진짜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이로써 만약 페이크였다고 하면, 감시 역의 남자는 희대의 연기파라는 게 된다.

참고로, 그 남자는 지금은 기절시키고 방의 구석에 굴리고 있다. 그런 유능한 부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약함이었다.


(…그럼, 진짜인 건가? 의외로 조심성이 없네 어이.)


즉, 이 저택에 침입할 가능성 따위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과연 막부 상층부의 어용상인. 이 나라의 경찰 기구 따위 얕보고 있는 거다.


「…그 방심이 목숨을 빼앗는다…라는 거거든.」


히지카타는 히죽 웃으며, 왼손을 귀 뒤에 찔러 넣었다.

가발 아래에 넣어진 발신기의 스위치를 만지면, 파장이 변화하여 밖의 진선조가 돌입하는 신호로 된다는 계획으로 되어 있다.


손 끝이 발신기를 찾아냈을 때, 히지카타는 사람 소리를 듣고 몸이 얼어 붙었다.

순간적으로 문 근처에 몸을 숨긴다.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그리고 갑자기 끊겼다. 아무래도 가까운 방에 들어간 모양이다.

히지카타는 복도의 모습을 보고 나서, 목소리의 주인이 들어간 듯한 문에 다가갔다.

기척을 죽이고 문의 틈새에 슥하고 귀를 댄다.


별실의 이야기 같은 건 무시하면 좋았을 것을,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청 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금 전의 사람 목소리가, 아무래도 문어 상인인 듯했기 때문이다.

진선조에게 돌입 신호를 보내기 전에, 이 남자의 언동은 체크해야 한다.

조금 전 발견한 바이러스가 함정이라는 가능성도 아직 버릴 수 없고, 토시에의 정체를 조금이라도 눈치채고 있는 듯하면 곤란하다.

안전 확실히 바이러스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한 정보를 손에 넣어 두고 싶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뜻밖의 희귀종이 손에 들어온 것이다. 기쁜 오산이야.」


귀에 들어온 문어 상인의 목소리는 조금 들떠 있는 것 같아서, 히지카타는 눈썹을 찌푸렸다.

이 남자가 기뻐할 일이라는 것은, 자신들에게 있어 그다지 좋은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기쁜 오산」 이란 건, 이쪽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오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숨을 죽이고, 히지카타는 문 너머의 대화에 집중했다.


「저쪽 분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다.」

「협상은 잘 진행 될 것 같은 모습으로?」

「아아. 상당히 전부터 찾고 있던 물건인 모양이라서 말야. 정보와 사진을 보내면, 즉각 전달해줬으면 한다라는 것이다.」


다른 단골 손님에게 주문을 받고 찾고 있었다고 해서 말야…. 「주문하면 뭐든지 손에 들어온다」는 평판을 짊어지는 것도 꽤나 편한 건 아닌 것 같군.

그렇게 말하고 웃음을 흘린 문어 상인에게, 부하 같은 남자의 아첨하는 웃음이 이어진다.


「찾고 있었던 물건에, 귀중한 덤이 붙은 것이다. 뛰어들지 않을 수는 없겠지. …뭐어 여기서부터가, 협상일 것이다.」


과연.

대화에서 대강의 사정을 잡고, 히지카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점은, 이 녀석들은 암상인이 찾고 있었던 물건을 우연히 손에 넣고, 그것을 백신 매매의 협상에 유용하게 쓰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백신도 문어 상인의 손에 넘어간다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인가.

…뭐어, 백신 쪽은 매매되어도 특별히 해가 없으니까, 그다지 중요시 해야 하는 화제도 아닌 것 같다만….


그건 그렇다 쳐도, 「찾고 있었던 물건에 귀중한 덤」이라니. 도대체 뭘까. 

저런 대규모 어둠 조직이 찾아도 좀처럼 손에 넣기 어렵다고 한다면, 상당히 희귀한 것일까.


자신이 봐도 그 가치를 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문 틈으로 실내를 들여다 본 히지카타는, 눈에 보인 광경에 숨을 삼키며 굳어졌다.


문어 상인들의 시선 끝에 나뒹굴고 있는 것.



와이어제 같은 그물에 싸인 커다랗고 하얀 개, 그 옆에는, 손발을 묶인 차이나복의 소녀.

어느 쪽이나 정신을 잃고 있는 것 같이, 힘없이 눈을 감고 있다.



(어째서 차이나가 여기에 있는 거냐고오오오!?)



무심코 마음속으로 외쳐 버린 히지카타는, 다음 순간에는, 본인 스스로도의 바보 같은 질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어째서, 따위. 생각할 것도 없다.


그 소녀는 히지카타가 납치되는 순간을 보고 있었다. …아마도, 쫓아온 것이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자만은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이 몇 주 간, 그 아이는 어째선지 이상하게 히지카타에게 호의적이었다. 눈앞에서 납치된 사람을 구하러 와도 이상하지 않다.

안경의 소년이 함께 없다는 건, 제지를 뿌리치고 온 게 아닐까. 그래서, 이 저택의 경비에게 붙잡혔다, 고.


…진짜냐, 하고, 히지카타는 현기증을 느끼고 이마를 눌렀다.

카구라는 히지카타를 구하려다 잡혀…그리고 지금 문어 상인에 의해 백신 거래의 협상 재료가 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암상인이 단골 손님의 주문을 받고 찾고 있었던 물건이란, 즉…야토족.

그리고 귀중한 덤이라는 것은, 아마 옆에 있는 하얀 개, 사다하루일 것이다.

히지카타는 저게 무슨 생물인지는 몰랐지만, 이전, 거대화하고 거리를 날뛴 것은 기억하고 있다. 보통의 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뭔가 귀중한 생물일 가능성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이나, 비합법적 조직의 손에 넘어가면 고가로 매매되어도 이상하지 않는 존재.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잘도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당사자들의 전투력 높이에 의한 것도 크겠지만, 아마, 항상 긴토키가 옆에 있다는 것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겠지.


긴토키는 그 소녀와 개를 가족이나 다름없이 소중히 여기고 있다. 몇 주 간의 공동 생활로, 히지카타는 그것을 뼈 아플 정도로 느끼고 있었다.

분명 숨겨진 위난으로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지켜 왔던 것이다.

…그런데도.


「저것들을 옮길 준비를. 협상에는 내가 직접 나간다.」


문어 상인의 목소리에, 히지카타의 손이 흠칫 떨렸다.

즉시 암상인의 곁으로 옮겨지는 건가… 당연하다. 경쟁 상대가 많은 거래이므로, 협상은 서두르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고 자시고도 없잖아.)


히지카타는 마음 속의 자문에 기계적으로 자답했다.

최우선 사항은 바이러스의 확보이다. 백신 쪽은 원래 내버려 둘 생각이었고, 그 암상인의 다른 소행에는 노터치로 간다고 정했다.

전 우주 규모의 암상인 조직은, 진선조가 손을 댈 수 있는 규모가 아닌 것이다. 문어 상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섣불리 손을 대면 즉시, 진선조는 붕괴된다.

그러니까. 문어 상인이 백신 협상 재료에 야토족을 넘겨주든 뭘 하든, 히지카타는 어떠한 참견도 할 수 없다. 보지 못한 척하는 게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히지카타의 머리에 긴토키의 얼굴이 지나간다.



지금, 히지카타가 카구라를 구하지 않았다고 해도, 긴토키는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작전이었다고 알고 있을 터다.

…아니, 어쩌면 화낼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히지카타를 탓할 시간이 있다면, 혼자서 구하러 가려 할 게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만은 상대가 나쁘다. 그 암상인 그룹은 지구상에 정해진 거점을 갖고 있지 않으며, 소재를 잡을 뿐이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행방을 찾는 사이에 우주로 송환되어 버리면, 과연 긴토키에게 쫓을 방법은 있는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쩌란 거냐…!)




머리를 반짝이는 은빛에 정신을 빼앗겨 임무를 놓치지 말아라, 라고.

자신에게 막 타이른 참이었던 말이 가슴에 걸려서.



히지카타는 꾸욱 손바닥에 손톱을 파고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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