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훈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을 때는 실제보다 적이 강해 보이거나 한다.




(어라, 카구라쨩이 없네.)


TV 드라마 시청을 마치고 화장실에 다녀온 신파치는, 거실에서 카구라의 모습이 사라진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기 방에 들어가 버린 걸까. 아니면, 안방에서 긴토키에게 드라마 감상이라도 이야기 하고 있는 걸까.


(어느 쪽이 먼저 목욕할지 정해두려고 했는데. 토시에 씨가 나오자마자 들어가지 않으면, 가스 요금이…)


절약 주부를 방불케 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신파치는 안방으로 이어지는 문으로 다가갔다.


「카구라쨩?」


무심코 문을 열고, 순식간에, 신파치는 굳어졌다.

거기에 있던 것은 카구라도 긴토키도 아닌 토시에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잠옷 같은 흰 유카타를 느슨하게 걸치고, 다다미에 무릎을 펴고 편히 앉아, 길고 검은 머리를 빗으로 빗고 있다. 목 언저리에서 엿보이는 목덜미는 목욕 후로 가볍게 상기되어 있었고, 그 요염함에 신파치는 엉겁결에 당황했다.


「죄죄죄죄죄죄송합니다 토시에 씨! 목욕, 끝내셨던 거군요!」


몹시 당황해 파바박하고 그 자리에서 뒤로 돌린 신파치에, 토시에는 이상하다는 눈을 돌리고, 그 다음 쓴웃음을 지었다.


「뭘 당황하고 그래.」

「에? 아, 그, 그렇네요.」


들려온 소리의 낮음과 남자 말투에, 신파치는 정신이 들었다.


(맞다. 이 사람은 히지카타 씨였다.)


즉, 남자. 남자끼리. 목욕하고 난 직후 모습을 목격했다고, 당황할 필요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순간적으로 당황했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워서, 신파치는 겸연쩍은 뺨을 긁으며 히지카타를 향해 돌아섰다.


「죄송합니다. 그, 목욕하고 나온 걸 몰랐었기에, 조금 깜짝 놀라서…아, 카구라쨩 못 보셨나요?」

「차이나라면 나와 교대해서 목욕하러 갔다.」

「아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괜찮지만, 하고 말하는 신파치에, 히지카타는 살짝 웃었다.

나이에 비해 애늙은이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는 신파치는, 쓴웃음을 짓고 머리를 긁었다.


「아, 토시에 씨, 그 빗 어쩐 일인가요?」


아무렇지도 않게, 화제를 돌리자 생각하고 히지카타의 손에 있는 낯선 빗을 가리킨다.

그러자 히지카타는 흠칫하며 손을 멈추고, 말을 잇지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 눈 언저리가 희미하게 붉게 물들어 있는 것처럼 보여, 영문도 모르고 신파치는 초조해 한다.


「에, 아, 저기…?」

「……가발이, 얽혀서 말이지. 오늘…경비로 샀다.」

「아, 아아, 그렇군요.」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듯한 히지카타의 대답에, 신파치는 끄덕끄덕 수긍했다.

왜 그걸로 붉어지는 걸까 하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물어 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 의문은 침과 함께 삼킨다.


「그, 그런데 긴 씨는…?」

「……읏」


어색하게 화제를 바꾸니 다시 의도치 않게 지뢰를 밟아 버린 모양인지, 히지카타의 손이 다시 움찔 떨린다.

으아, 어떡하지, 신파치는 식은땀을 흘렸다.


「…몰라. 아까까지 있었는데 말이지.」


갑자기 나갔다.

무뚝뚝하게 그렇게 대답한 히지카타는, 멈추고 있던 손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움직이며, 다시 머리카락을 빗기 시작했다.

신파치는 이제, 그렇습니까, 라고 밖에 말하지 못 하고, 둘 곳 없어진 시선을 방황했다.





「아─…」


현관 바로 밖, 목책(나무 울타리)에 팔꿈치를 짚고 긴토키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해결사의 구조는, 그럭저럭 넓은 것 치고는 개인의 공간이 거의 없다. 독실을 주고 있는 것은 카구라 뿐, 그 외는 공유 공간이다. 평소에는 그걸로 불편한 건 없었지만, 최근에는 신파치가 친가에 돌아갈 수 없을 뿐 아니라, 거기에 또 한 사람 숙박하는 사람이 늘어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하면 화장실에 틀어박히든가 밖으로 나오든가 밖에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런고로, 긴토키는 혼자가 되고 싶어 여기에 와 있었다.

좀 더 사실대로 말하면 도망쳐 온 것이다. 방에서.

…라고 할까, 방에 있는 인물로부터.


「위험하네…」


긴토키는 벅벅 머리를 휘저었다.


별로, 토시에 씨의 목욕하고 난 직후의 모습에 두근거려 참을 수 없게 됐다 같은 건 아니다.

…아니 뭐 확실히, 상기된 피부나 비누의 향기라든지에 아주 조금 성적 매력을 느껴버린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라니, 아니아니아니! 틀려! 그건 그 뭐냐, 놀랐다는 쪽의 「두근」이니까! 조금 놀랐을 뿐이니까!」


몹시 당황해 투덜투덜 혼잣말을 하며, 긴토키는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공동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꽤 날짜가 지났지만, 실은 긴토키가 목욕한 직후의 토시에를 목격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요즘엔 매일같이 새벽에 일하러 갔던 탓이다.

그러니까, 히지카타가 목욕 후라서 평소의 화장을…긴토키가 「분명 특수 분장적인 뭔가가 틀림없어」라고 믿고 있는 화장을…지웠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위화감 없이 「토시에 씨」로 보이는 것에 놀랐다.


(…것보다 그건 아마, 목욕하고 나오자마자 엷은 화장이라도 하고 나서 방에 돌아온 거겠지. 분명.)



그렇지 않다면 그거다. 여러가지로 이상하다. 맨 얼굴로 그 얼굴은 이상하잖아. 응.

스스로 자신을 억지로 납득시켜 끄덕이고…「그 얼굴」이란 건 뭐야, 하고 목책에 이마를 쿵.


긴토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틀리다. 틀린 것이다.

긴토키가 여기로 도망쳐온 것은, 목욕을 마친 토시에의 색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아니라면 아닌 거다.

안방을 버틸 수 없게 되어버린 것에는, …어느 의미로, 좀 더 귀찮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방에 돌아온 히지카타가 「빌리겠다」라고 말하고, 회양목 빗을 손에 쥐었으니까.



그것을 떠올리며, 긴토키는 목책에 이마를 붙인 채 머리를 싸맸다.




히지카타가 목욕탕에 들어가기 직전.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휘젓고 있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긴토키는 「아차」하고 생각했다.

「자신의 천연 파마 때문에」라고 말하며 산 빗.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그 순간, 확실하게 들켜버린 것 같아서.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다.

문이 닫혀진 뒤, 긴토키는 작게 혀를 찼다.


가발이 엉켜 곤란해 하고 있는 주제에, 여성용 빗을 스스로 살 수는 없었던 그 남자.

바보같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소한 긍지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몇 주 동안 여장을 하고 생활하면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거겠지.

지난 몇 주간 히지카타의 활동은 장난이 아니다. 변장하고, 연기하고, 타인의 집에서 숙박하고. 그리고 최전선에서 일하면서, 야마자키를 통해 병사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거나 하는 거니까.

남자인 자신을 확실히 유지하면서, 여자의 가면을 능숙하게 쓰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매일. 부장 씨도 큰일이구나, 하고, 비꼬는 것 없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조금만 협력해주자고 생각했다. 단지 그것 뿐이다.

「내가 사용한다」라고 말하고 빗을 사고.

억지로 진선조의 경비로 돈을 내게 하면, 「그럼 우리의 비품이잖아」라고 하는 핑계로, 히지카타가 무리없이 빗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긴토키가 그 빗을 쓸 생각이 없으면, 저렇게나 빨리 들켜버려서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목욕탕으로 향했지만, 나오면 분명 따진다. 그렇게 생각했다.

「네놈 무슨 생각이냐」하고 눈썹을 찌푸리고.

히지카타를 위해 한 일이란 것이 알려지면, 자존심 높은 그 남자는, 모욕이라고 느끼는 게 아닐까.

「쓸데없는 참견이다」라고 고집을 부리고 빗을 받지 않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자신이 그 남자를 신경쓴다는 것 따위. 다른 누구에게 알려져도 본인에게만은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실패했다.

긁적긁적 머리를 긁고서, 그를 어떻게 속일까 고민했다.

그러나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 전에, 히지카타가 목욕탕에서 나와버렸고.

너 고양이 세수하냐 요 녀석아─하고 적반하장하며 얼굴을 들자, 의외로 미색이 감도는 토시에의 모습에 한 순간 할 말을 잃는다.

그리고.


「좀 빌리지.」


라고 한마디. 아무렇지도 않게 빗을 손에 쥔 히지카타에, 무심코 「헤?」하고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뭐야. 애초에 우리 경비로 샀으니까 진선조의 비품이잖냐. 불평 들을 이유는 없다고.」


…라니, 히지카타의 말은, 마치 이쪽의 예정대로.

하지만.


놀라서 바라보면, 무뚝뚝한 어조에 어울리지 않는, 눈은 바닥을 향한 채인 히지카타의 표정.

언뜻 보이는 눈동자는 망설임을 안고 있고, 그 의미를 깨달았을 때, 긴토키는 참지 못 하고 방을 나왔다.



히지카타는 알고 있다. 긴토키가 왜 그 빗을 사려고 했는지.

자신은 쓰지 않는 것을 본인용이라고 선언한 이유도, 억지로 경비라고 밀어붙인 이유도, 전부.

눈치챘으면서도, 따지지도 않고. 모욕이라고 화를 내는 일도, 고집을 부리며 뿌리치지도 않고.

긴토키의 거짓말에 속은 척을 하며, 빗을 받았다, 는 것이다.



(아─, 젠장.)


좋은 남자다.


긴토키는 목책에 툭 몸을 맡기고, 다시 깊은 한숨을 한 번.



시중에 귀신이라는 소문의 그 남자, 는.

타인에게서 전해지는 호의에 서먹하고, 주위 사람들의 감정의 기미 따위 개의치 않는다, 오만하고 사람의 정에 박한 남자……의, 척을 할 수 있는 남자라고, 알고는 있었다.


전해지는 호의를 알 바 아니라며 거절하는 것은, 위험한 생업의 자신에게 상대를 깊게 관련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람의 언행 뒤에 숨겨진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상대가 그 감정을 「숨기고」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매정하고 냉혹한 행동은, 진선조 내외의 증오나 불만을 한 몸에 받아, 곤도를 중심으로 한 굳건함을 무너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지긋지긋한 관계라고도 할 수 있는 교제 속에서,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그런, 오만한 주제에 자기희생적인 성격을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강하지만, 한 번 자신의 안쪽에 들어온 자에게는 의외일 정도로 상냥한 남자인 것이다, 라고.

하지만 설마.


그 알기 어려운 상냥함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날이 올 줄이야.


「…으─…」


긴토키는 신음했다.

엿보인 상냥함이, 싫다는 것은 아니다.

좋은 남자다, 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것이 분하다.


배려를 알아차리지 못 하게 한 자신.

눈치채지 못 한 척 하던 녀석.


「……이거, 진 거 아닌가, 나.」


긴토키는 낮게 신음 소리를 내고, 다시 난폭하게 머리를 긁었다.

눈썹이 가까워진 얼굴을 들고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언제까지나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도 없다. 슬슬 방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밖에 나와 있었던 구실을 뭔가 찾고 나서.


긴토키는 턱에 손을 대고 조금 생각하다, 발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살그머니 계단을 내려갔다.





「아, 긴 씨. 어디 가셨던 겁니까?」


드르르륵, 하는 문 소리에 신파치가 방에서 얼굴을 내밀자, 긴토키가 복도에서 거실로 들어온 참이었다.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귀찮다는 듯 짧게 대답할 수 있었다.


「아─, 아래의 할멈있는 곳.」

「에? 오토세 씨의?」


고개를 갸웃거린 신파치는, 곧바로 조금 눈썹을 찌푸렸다.


「…라는 건 당신 설마, 마시고 온 겁니까?」

「뭐야. 괜찮잖냐 한 잔 정도.」

「안 괜찮거든요! 내일도 일 있죠!?」

「한 잔으론 내일까지 남아있거나 하지 않는다구.」


잔소리를 가볍게 흘리자 신파치는 한숨을 한 번.

긴토키는 그런 신파치의 옆을 스쳐지나가며, 열려져 있는 문에서 방으로 발을 디뎠다.

거기서, 다리를 조금 펴고 앉아 있는 히지카타와, 슬쩍, 눈이 맞는다.


「………」

「………」


서로 한 순간 굳은 두 사람은, 말 없이, 거의 동시에 상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히지카타는 대각선 아래에 시선을 떨군 채 손안에서 회양목 빗을 만지작 거리고, 거기에 재빨리 눈을 피한 긴토키는 긁적긁적 머리를 긁는다.

뭐지 이 사람들, 역시 뭔가 있었던 걸까, 하고 신파치는 왠지 안절부절 못 했다.


하지만 그러고 있는 것도 단 몇 초.


긴토키는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긁고 있던 손을 탁, 멈추고, 갑자기 평소처럼 된 얼굴을 들어 히지카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하고 평온한 목소리로, 생각난 듯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할망구가 말야, 긴 머리를 내리고만 있으면 엉키기 쉬우니까라고 해서, 이거 줬었는데.」


써보지 않을래? 하고 긴토키가 내민 것은 진홍색의 머리끈이었다.

그것을 보고 「아아, 어울릴 것 같네」라고 순수하게 생각해버린 신파치는, 소리를 내지도 않았는데 부랴부랴 입을 가렸다.

여성용 머리끈이 어울린다니, 히지카타에게 있어서는 모욕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

「………응.」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조금 미심쩍은 듯한 표정으로 머리끈을 받은 히지카타는, 의외로 익숙한 손놀림으로 머리카락을 포니테일의 위치에 묶어 올렸다.

하얀 목덜미가 보여 무심코 두근댄 것과 동시에, 노출된 머리카락이 부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것에 신파치는 눈을 깜빡인다.

최근의 가발이란 대단하구나, 어떻게 된 걸까…하고 무심코 물끄러미 관찰하고 있었더니, 긴토키가 히지카타의 등 뒤로 향한 것으로 시선이 차단됐다.


그리고, 그 긴토키가.


「아─, 포니도 좋지만, 조금 더 낮은 위치에서 경단이라던가 만들어 보지 않을래?」


라고 말하며, 히지카타의 남은 머리카락을 스윽 하고 쓸어 올리자, 신파치는 기겁했다.

게다가, 한 순간 몸이 얼어붙은 히지카타가, 아무 말 없이 맡기듯 양손을 내린 것에 한층 더 경악했다.


(에에에에에!? 히지카타 씨가, 긴 씨에게 마음대로 머리를 만지작거리게…라니, 어어어어어째서!? 에? 이거 평범한 거야? 평범한 광경이야!?)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굳어 버린 신파치에게, 긴토키가 힐끗 돌아보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을 던졌다.


「신파치, 차.」

「아, 네네네넷!」


그 소리에 구원을 얻은 듯, 신파치는 즉시 뒤로 돈다.

평소에는 「마시고 싶다면 스스로 달여주세요.」라고 불평 한마디가 나오는 때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다.


(그래, 차. 차를 내오자. 차를 마시면 분명 나도 진정될 거야…!)


「아, 나 역시 딸기 우유로.」라는 긴토키의 목소리를 등으로 들으며, 신파치는 도망가듯 부엌으로 향했다.





히지카타가 처음으로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머리끈을 내민 때였다.

그리고 긴토키가 다가오고, 스르륵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그리고.


「저기, 토시에 씨.」


그렇게 불린 순간 히지카타는 확신했다.


감시자가, 있다.

아마도 다락방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그 다음 부서져버린 것에 화가 치민 건지. 숨어들어서 직접 방을 감시하다니 대담한 짓을.

히지카타는 혀를 차고 싶은 기분을 참고 토시에의 가면을 갖췄다.


일상 생활까지 계속 감시되는 것은 역시 참을 수 없다. 여기는 감시를 모르는 척 하고 거짓 정보를 주고 만족시켜, 빠르게 돌아가게끔 하는 것이 상책이다.

저쪽이 알고 싶은 것은 아마, 긴토키와 토시에의 관계와, 소속 조직의 정체.

어느 조직이 생물 병기 거래의 냄새를 맡아 조사하고 있고, 그 조직의 중추에 가까운 것은 어느 쪽인가. 최소한 후자는 잡고 돌아 가고 싶은 게 틀림 없다.

그렇다면, 이쪽이 해야 할 연기는.


하나는, 긴토키와 토시에는 진짜 연인이라고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돈으로 고용된 외부인과 고용주다라고 알려져버리면, 해결사에 일을 의뢰한 적이 있다, 라는 줄기를 더듬어 진선조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사의 관계가 있다면, 여성 병사가 없는 진선조는 적의 눈에서 벗어나기 쉬워질 것이다.


또 하나. 조직의 중추에 가까운 것은 토시에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다. 주모자는 정체 불명의 여자 쪽으로, 긴토키는 토시에의 연인이라 휘말린 것 뿐, 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해결사의 관계자가 정보원으로서 노려질 가능성은 적어진다. 아이들이나 타에, 집주인 오토세 등의 신변 안전을 확보할 뿐 아니라, 해결사와 진선조의 유대 관계도 주목되기 어렵다.


이러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주는 연기를 하지 않으면.


히지카타는 입을 다물고 긴토키에게 머리를 만지게 하면서 대책을 세웠다.

긴토키도 아마, 거짓 정보를 주고 빨리 감시자를 돌려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파치가 어설픈 말을 지껄이지 않도록 일단 이곳에서 멀리한 거겠지.



무엇을 어떻게 말하기 시작할 것인가를 히지카타가 생각하고 있자, 갑자기 뒤에서 앞으로 둘러진 손이 히지카타를 끌어 안았다.

순간 놀라기는 했지만, 우선은 하는 대로 긴토키의 가슴에 기대었다.

그러자 긴토키는 왼쪽 어깻죽지에서 히지카타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왼손으로 히지카타의 뺨을 쓰다듬었다.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구?」

「아…」


무심코 숨을 들이마시고, 히지카타는 조금 몸을 떨었다.

연인 행세를 하게 되고 몇 주, 팔을 휘감는다거나 어깨를 껴안거나, 때로는 이마를 어깻죽지에 바짝 대는 일도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접촉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뭘 생각하고 있는 거냐 나는, 하고 얼굴이 붉어진다.

긴토키는 그런 히지카타를 눈치챈 건지 아닌 건지, 오른쪽 뺨에 댄 손은 그대로, 몸에 두른 오른팔에 힘을 실었다.


「기분은 알지만 말이야…지나치게 온종일, 긴장을 팽팽하게 하고 있으면…쓰러져버린다니까. 그러니까아…」


거기까지 말하고, 조금 곤란한 듯 눈꼬리를 내린다.


「적어도 내가 옆에 있을 때 정도는, 조금 더 힘 빼지 않을래?」


나, 믿음직스럽지 않아…? 라며 쓴웃음을 흘리고, 위로하듯 옆 머리를 쓰다듬자, 히지카타는 떨리는 입술을 필사적으로 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연기. 이건 연기다. 동요하지 마!)


두근두근하고 울리는 심장 소리는 못 들은 채 하고, 자신에게 타이른다.

분하지만, 과연. 감시자에게 거짓 정보를 주기엔 절호의 흐름.

정말 연인 사이라는 것. 토시에 쪽이 중추에 가깝다는 것. 긴토키의 연기가 자신의 의도한 방향과 일치하고 있는 것에 안도 해야 한다고, 히지카타는 가늘게 숨을 내쉬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감시자에게 확신을 얻게 하려면, 이제 마지막 한방이 필요하다.


「긴토키 씨…미안해요.」


고개를 숙인 채, 쥐어짜내는 듯한 소리를 낸다.

반 순수하게 입술이 떨리고 있어 차라리 안성맞춤이라고, 머리의 냉정한 부분에서 히지카타는 자조했다.

무엇을 사과하는 거야, 하고 얼굴을 들여다보는 긴토키에게, 물기를 띤 눈을 돌린다.


「저 때문에, 이런 큰 일에 말려들게 해버려서…」

「─윽.」


긴토키가 눈을 크게 뜨며 헉 하고 숨을 마신다. 얼마나 연기에 능숙한 거냐 이 녀석, 히지카타는 또 고개를 숙여 표정을 감췄다.


「……혹시 제게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일은 전부 잊고, 아이들과 도망치….」

「어이어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요 녀석아─!」


갑자기 꽉 어깨를 잡고, 정면으로 얼굴을 내다본다. 거칠어진 말투에 잠시 눈을 크게 떴지만,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은 원래 남녀 차별 없이 이런 말투였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연기가 무너진 건 아닌 모양이다.

그 증거로, 히지카타를 바라보는 긴토키의 눈동자는 평소의 나른함의 그림자도 없을 정도로 진지해서. 안심시키듯 미소를 짓던 입가는, 말투에 어울리지 않는, 놀라울 정도로 상냥한 목소리를 낸다.


「너, 나를 어떤 남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해결사 긴 씨는 일단 받아들인 귀찮은 것을 도중에 내팽겨치거나 하지 않는다구. 게다가…」


여기서 일단 말을 끊은 긴토키는, 어깨를 잡고 있던 오른손을 살짝 뺨에 붙이고, 히지카타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며, 매우 부드러운 눈으로 미소 지었다.


「한 번 반한 상대의 그런 얼굴도, 내버려둘 수 없다고.」

「──읏!」


히지카타는 이번에야 말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긴토키 씨…읏!」


감격한 척 하고 긴토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이런, 분명 연기에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붉게 물든 뺨을, 이 남자에게만은 보여줄 수 없었다.



(─이런, 사기꾼이이이이!)


마음 속으로 히지카타는 절규했다.


연기로 저런 눈이, 저런 목소리가, 저런 대사가, 나오다니.

연기에 능숙하다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다. 남자에게, 게다가 연기라고 알고 있는 히지카타조차 이런 기분이 되니까. 평범한 여자라면 십중팔구 함락된다. 틀림없다.


(인기 없다던가 틀림없이 거짓말이지 이 녀석…)


열이 오른 뺨과 미친 듯이 춤추는 심장 때문에 눈물마저 차올라서, 히지카타는 꾹 하고, 긴토키의 가슴 옷깃을 꽉 쥐었다.





(…갔나.)


다락방에서 기척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긴토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히지카타를 끌어안고 있는 것도 슬슬 한계에 가까웠던 것이다.


…라고 할까 한계라니 뭐야.


긴토키는 자신의 사고에 쩌억 굳어졌다.


…기분 나쁨에 견딜 수가 없다라는 뜻은 아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다른 것이다.

그럼 뭐가 한계에 달한 것인가 하면.

가장 가까운 말은, 이성, 이다.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그런 바보 같은, 긴토키는 마음속으로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확실히, 젖은 눈동자에 떨리는 입술, 물든 뺨…이젠 뭐 이 녀석 배우로 먹고 살 수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생생한 히지카타의 연기에, 무의식적으로 두근거리고 만 것은 인정한다. 인정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를 가슴에 끌어안고 「이성이 한계」라니 그건 아무리 그래도!


(이이이이있을 수 없지! 있을 수 없다고! 그건 그거다 조금 연기에 열이 들어가버려서! 그걸 질질 끌고 있었을 뿐으로!)


쿵쿵 울리고 있는 심장 소리를 히지카타에게 들킬 수는 없다며, 긴토키는 몸을 뒤로 물러서려 했다.

그러나 히지카타의 손은 긴토키의 옷깃을 잡고는 놓지 않고, 얼굴은 앞가슴에 파묻은 채.


(아, 에?)


긴토키는 초조해서 주위의 낌새를 살폈다.


「…어이, 아직 있는 거야? 나, 기척 느껴지지 않는데…」


아무리 해도 감시자의 기척을 느끼지 못 하는 것에 눈살을 찌푸리고, 히지카타의 귓가에 살짝 속삭인다.

그러자 히지카타는 움찔하고 떨더니, 고개를 숙인 채 뒤로 물러서며 몸을 뗐다.

곧바로 긴토키에게 등을 돌리고, 도망치듯 앉은 채로 떨어졌다.


「……어이.」


그건 좀 너무 하지 않아?, 하고 말하려 했지만, 또 「뭐가 너무한 거야」라고 자문해버린 긴토키는 입을 다문다.

히지카타는 머리끈을 살그머니 풀어 옆모습을 숨기듯 머리를 내리고, 저쪽을 바라본 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잘 된 모양이네.」

「아? 어, 응.」

「집 안까지 파파라치가 올 줄은 몰랐다고. 아이들에게도 말 하지 않으면.」

「그렇네.」


완전히 일 모드인 히지카타에, 능숙하네라는 것으로, 한숨을 한 번.

긴토키도 노력하고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이어지는 말에 움찔 뺨이 굳어졌다.


「…것보다, 안경 늦지 않냐…?」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신파치가 돌아오지 않았다. 차를 내릴 뿐이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좀 전까지는 감시자의 기척과 히지카타의 연기에 지나치게 집중하여 눈치채지 못 했지만…


재차 기척을 탐지하고, 닫힌 문 저 편에 낯익은 기척이 둘 있는 것에, 긴토키는 무심코 머리를 싸맸다.




문 너머에서는.


「러브러브구나 해~」

「……그렇네…」


문에 딱 붙어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카구라 옆에서, 신파치가 새빨간 얼굴로 무릎을 껴안는 자세를 하고.

이미 상당히 미지근해진 차를, 호로록하고 마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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