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훈 호랑이 굴에 들어가려면 준비는 철저하게



혼탁해졌던 의식이 돌아왔을 때, 히지카타는 곧바로 눈을 뜨지 않았다.

의식을 잃기 전의 상황과 피부로 느껴지는 주위의 공기에서,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냉정하게 헤아렸다.


차에 밀어 넣어지자마자, 약 냄새를 맡고 정신을 잃었다.

지금은 차의 진동도 모터 소리도 느껴지지 않는다. 의식이 없는 동안 목적지에 운반된 것 같다.

양 손목이 파내지는 듯이 아프다. 머리 위로 묶이고 위에서 매달려 있는 것 같다. 발끝은 간신히 바닥에 붙어 있었다.


주위에는 복수의 기척.

이쪽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간혹 불쾌한 시선이 꽂히는 것을 느꼈다.

깨어난 것을 적에게 들키기 전에,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해두는 편이 좋다. 고, 히지카타는 눈을 감은 채 의식을 온몸으로 둘러쌌다.


팔과 손목이 호소하는 것이 저림이 아니라 통증인 것으로 보아, 매달려진 후 그다지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 같다.

양손의 열 손가락을 하나하나 조금씩 움직여 감각을 확인한다. 별 지장은 느껴지지 않았다. 맡게 한 약은 단순히 재우기 위한 것으로,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발목은 묶이지 않았다. 발끝으로 문지른 바닥에서는 굳은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조리는 벗겨져 버린 모양이지만 버선은 신은 채다. 머리의 무게나 배를 조여대는 띠의 감각으로 보아, 기모노나 가발도 아무래도 납치됐을 때 그대로인 듯했다.


「일어난 것 같군.」


갑자기 내던져진 말에, 의외로 눈치 빠르군, 하고 내심 혀를 차며 히지카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안녕 하신가. …토시에 씨?」


창문이 없는 10평 정도의 방.

인구의 빛이 비춰져, 몇명의 남자가 매달린 히지카타의 앞에 서 있다.

그 중앙에 서 있는 천인의 얼굴에, 히지카타는 부드럽게 눈을 찌푸렸다.


(…이 녀석 놀랐는걸…)


적갈색의 피부, 머리카락이 없는 둥근 머리, 조금 뾰족한 입.

인간과 문어를 합쳐 반으로 나눈 것 같은 그 얼굴은.


「내 얼굴을 알고 있는 것 같군. …흥, 뭐 당연한가.」


사진으로 몇 번이나 확인했던, 멀리서라면 직접적으로도 본 적이 있는 거물 상인.

암거래 구매자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주목하고, 얼마 전 바이러스 무기 거래를 완료시킨 것 같다고 긴토키가 보고해 왔던 남자다. 


히지카타의 납치를 지시한 것이 이 남자였다, 라는 사실은 딱히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예상대로다. 라고 할까, 원래 이 남자를 함정 수사의 표적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다.


(갑자기 톱이 직접 심문하다니…상당히 「토시에 씨」를 중요시 하고 있는 것 같군.)


암거래를 하고 있는 몸이, 그걸 조사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 앞에서 이렇게 당당히 「흑막입니다」하고 모습을 드러내다니.

막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체포될 리 없다는 자신이 행한 기량인가. …아니면.


너를 살려 둘 생각 같은 건 없다, 라고 하는 무언의 협박인가.


히지카타가 가만히 노려보자, 문어 얼굴의 상인은 코웃음 치며, 미소를 띤 것 같이 뾰족한 입을 비틀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무슨 일로 네게 오길 바랐는지도 알고 있을 테지?」


가늘게 뜬 눈에 바늘구멍 같은 빛이 머문다.

과연 거물의 상인답게 방심할 수 없는 남자 같다. 하고, 히지카타는 신경을 다시 팽팽하게 잡았다.


자신을 납치하는 것까진 잘 되었다…여기서부터가 고비다.

다음은 능숙하게 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토시에」의 정체는 숨긴 채, 자신의 몸을 지킨다. 꽤 난제구나 하고, 남의 일처럼 히지카타는 생각했다.


어느 질문에 대답하고, 무엇을 묵비권을 행사하고, 어디까지의 고통을 견디며, 무슨 거짓말을 할 것인가.

그것들의 선택에 모든 것이 달렸다.

히지카타는 가늘고 길게 호흡하고, 온 신경을 사고에 집중시켰다.


함정 수사를 계획한 시점에서, 이런 상황은 당연히 예측하고 있었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심문이나 고문을 잘 벗어나기 위한 면밀한 방안을 준비해 온 것은 아니었다.

이번 작전의 최우선 사항은 발신기를 바이러스의 보관 장소로 이끄는 것이지, 자신의 안전 확보는 딱 잘라 말해 뒷전이었다.


침으로 목을 축인다.


적어도, 자신의 정체가 진선조 히지카타인 것을 들키는 사태만은 피해야 한다.

잠든 사이에 기모노나 가발을 벗기려 하지 않았던 것은 행운이었다.


「…무엇을 물어도, 저는 대답하지 않아요.」

「역시 재원이다. 이야기가 빠르군.」


신중하게 목청을 가다듬고 입을 연 히지카타에게 문어 상인은 비꼬는 듯이 웃는다.



「너처럼 우수한 여성이 어떤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지, 꼭 알고 싶어졌어.」


미소를 띠면서도, 히지카타를 찌르는 시선에는 서서히, 차가움이 증가했다.


(살해당해 줄 생각은 없지만…다소의 부상은 어쩔 수 없을지도.)


상인의 눈동자의 냉혹한 빛을 간파한 히지카타는, 냉정하게 각오했다.

그 눈은, 사람을 고문하는 데에 어떠한 주저도 느끼지 않는 눈이다.


물론, 그런 것에 겁먹을 히지카타는 아니지만.


「무슨 이야기죠.」

「이 년이!」

「까불지 마라!」


옅은 미소까지 지으며 말하는 히지카타에, 주위의 부하로 보이는 남자들이 술렁였다.

그 중 한 사람이 가느다란 장대를 손에 쥐어 때려눕히려 하는 것을, 문어 상인이 가볍게 손을 들어 제지한다.


「기다려. …이 여자에게는 상품 가치가 있다. 상처 내지 마.」


(상품 가치…?)


인신매매라도 할 생각인가 하고 히지카타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지구의 여자는 다른 별의 유흥 업소에 비싸게 팔린다고 들은 적이 있다. …남자인 자신이 비싸게 팔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히지카타는 입가를 아주 조금 짓궂게 비틀었다. 지금까지는 여자라고 믿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정체를 숨길 수 있는 데다 「상처를 얻지 않는다」라는 덤까지 붙다니, 상당히 형편상 좋은 이야기다.


히지카타의 근소한 표정 변화에, 문어 상인은 조금 기분이 좋지 않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지나친 여유지만…너는 좀 더, 자신의 위기를 파악하는 게 좋다.」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비스듬히 뒤의 부하에게 슬쩍 시선을 돌리고 턱을 치켜든다.

끄덕인 부하가 잭나이프를 꺼내었기에, 히지카타에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쩌면 「상처 내지 마」라는 건 「큰 부상을 입게 하지 마라」라는 의미로, 다소의 상처가 나는 것 쯤은 마다하지 않는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경계하자, 나이프를 든 남자는 빙글, 히지카타의 등 뒤로 돌았다.



귀 뒤에서 희미한 소리가 났다.

끊어진 것은, 긴 흑발을 모으고 있던 진홍빛 머리끈.


사르륵, 긴 흑발이 떨어지면서 동시에, 챙, 쨍그랑…하고 단단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무엇인가가 굴렀다.

…그렇게 나온 건가, 하고. 히지카타는 입 안에서 혀를 찬다.


문어 상인은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집어 들고 흠, 하고 눈을 찌푸렸다.


「매우 작은 포켓나이프인가…그 손목의 줄을 끊을 정도라면 충분했겠지.」


모은 머리카락 속이라는 것은 실로 좋은 은닉 장소다. 하고, 부자연스럽게 감탄의 대사를 내며, 히지카타에게 의미 있는 듯한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이 경우, 『좋은 장소』라는 건 『흔히 쓰이는 장소』이기도 하다는 거지.」


다음. 이라는 지시를 받고, 방금 전의 남자와 또 한명이 칼을 꺼내, 히지카타의 양 소매의 소맷자락을, 이어서 띠를 찢었다.

그 때마다, 작은 도구가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


(이 자식, 능숙하게 하고 있어…!)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욕을 했다.

꽤나 머리가 돌아가는 남자인 것 같다고는 알았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솜씨가 좋다. 이런 거에 상당히 익숙하다는 건가. 

씁쓸한 기분으로 바닥에 흩어진 도구류를 살펴본 히지카타는…후우 하고, 그 눈에 한 순간, 살짝 당혹감을 띄웠다.


있어야 할 것이, 거기에 없다.


「찾으시는 물건은 이건가?」


재밌다는 듯 들려온 소리에 눈을 든다.

그 눈 앞에서 문어 상인은, 품에서 한 개의 비녀를 꺼내어 보였다.

한 송이의 꽃을 본뜬 심플한 비녀. 오늘, 히지카타가 꽂고 있었음이 분명한 것이다.

히지카타는 노력하여 무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


입 다물고 무서운 기세로 문어 상인의 얼굴을 노려본다. 그러자 상인은 오른손으로 비녀를 만지작거리다, 갑자기 어깨를 움츠리고 호들갑스럽게 아쉬운 소리를 냈다.


「아아, 아니면 발신기가 붙은 띠 끝부분 쪽인가? 미안하지만, 그 쪽은 여기에 도착하기 전에 부하가 차 안에서 부숴버린 모양이야. 꽤 좋은 세공품이었던 것 같아 안타깝지만…부족한 부하라, 부수는 것 외에 발신기를 멈추게 할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서 말이지.」


…이 비녀도, 하고 천장의 불빛에 꽃의 비녀를 비추며 눈을 가늘게 뜬다.


「아름다운 물건이지만, 내장된 도청기를 떼어낼 수 없다…아쉽지만.」


빠각!


공중에서 손을 떠난 비녀는, 중력에 이끌려 바닥에 도달하는 순간, 소리를 내며 밟아 부서졌다.


깨지고 부서진 그것을 바라보는 히지카타의 표정에 희미한 당혹을 알아채고, 상인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웠다.


「자신의 위기적 상황이 이해가 가나?」


발신기에 도청기에 소형 나이프에 기타 등등…꽤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던 모양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무르지 않아.

눈을 가늘게 뜨고, 입가에 여유의 미소를 띠면서, 상인은 압박을 날리듯 부지런히 구두 소리를 울리며 천천히 히지카타의 주위를 돈다.


「이걸로 네 동료에게는 이 장소를 특정할 수단이 없고, 너에게는 스스로 탈출할 방법도 없다.」


아직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거라면 버선 속일까…허벅지 안쪽 근처일까.


한바퀴 돌아 정면으로 돌아온 상인은, 천장에 매달린 히지카타를 꼼꼼히 살펴보며, 들으란 듯 그렇게 중얼거린다.

찢어진 띠는 이미 바닥에 떨어지고, 소매를 잘린 기모노에 가느다란 허리끈을 묶었을 뿐인 모습을 핥듯이 더듬는 시선에, 히지카타는 싫은 예감을 느끼고 미간의 주름을 더한다.

상인은 한 번 끄덕이고, 좌우의 부하에게 말을 걸었다.


「버선과 옷의 안쪽을 조사해라. …그리고.」


거기서 일단 말을 끊으며, 힐끔, 곁눈질로 의미 있는 듯한 시선을 히지카타에게 향한다.



「이 여성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말할 마음이 되도록, 조금 귀여워 해줘라. 방법은 너희들에게 맡기지…표면에 상처만 내지 않으면 상관 없다.」



상사의 말을 들은 남자달의 눈에 비열한 빛이 떠오른 것을 보고, 히지카타는 꽈악 어금니를 악물었다.


그 색을 보고도 상인의 말이 의미하는 것을 알지 못 할 만큼, 바보도 꼬맹이도 아니다.

본래라면, 남자인 히지카타에게 향해질 리 없는 시선.


(…위험한데.)


히지카타의 등에 식은 땀이 흘렀다.


능욕, 당한다…그것 자체가 위험하다라기 보다는.

그 과정에서 「남자」라고 들켜버리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


남자란 걸 알면 능욕당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대신 「상품 가치가 없다」고 간주되어 잔학한 고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어떤 고문을 받더라도 진선조의 이름을 토해낼 생각은 없지만, 바이러스의 장소도 못 잡고 있는 지금 단계에서 히지카타가 움직이지 못 할 만큼 고통스러워 한다, 라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사태였다.

그것에 비하면, 남자인 자신에게 있어 능욕 당한다라는 건 큰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이 부하들이 지구인의 수컷 암컷에 개의치 않고, 성적 능욕이라는 고문을 계속한다면 그 편이 고맙지만.


히지카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다가오는 두 남자를 관찰했다.

천인인 듯하지만, 지구인에 극히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조금 전 히지카타에게 「이 년」이라는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생각해봐도, 지구인의 성별의 구별이 안 된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어떻게 할 수 없을까, 하고 마음 속의 초조함을 숨기면서 번뜩 시선을 강하게 하면, 그것을 공포를 억누른 허세라고 해석한 것일까.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상인의 입꼬리가, 씨익 위로 올라갔다.


그것을 노려보고,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흥 하고 코웃음 쳤다.


혐오는 느끼지만, 공포 따윈 느끼지 않는다.

자신은 남자다. 정조도 뭣도 없다…라고 하면 요즘은 성 차별이다 뭐다 비난하겠지만, 적어도 자신은 능욕에 겁먹을 만한 인간이 아니다.

범해지고 끝이라면 그걸로 좋다. 칼을 쥘 수 없게 되는 부상을 입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낫다.


이 수사를 시작할 때부터, 그 정도의 각오는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수사를 위해서 정말 싫은 자식과 몇 주간 연인인 척 해 왔을 정도니까. 자존심 따위 이미 버리고 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문득.



(…정말 싫은, 이라니…)


언뜻, 머리를 스친 은빛에.

어째선지 욱신거리며 아픈 가슴이, 자신의 사고에 위화감을 호소해서.



다음 순간, 히지카타는 그런 자신에게 당황했다.



(아…아니! 정말 싫어하지? 나 딱히 틀린 말 안 했지!? 그 자식과 연인 행세 따위, 자존심 던지지 않으면 할 수 있을 리가 없고! 나는 어디까지나 수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떨떠름하게…!)


일순, 아득한 저편으로 빗나간 사고가, 눈앞에 있는 것에 대한 반응을 살짝 늦게 했다.

히지카타의 발밑에 허리를 굽힌 부하 중 한명이, 재빠르게 버선을 벗겼다. 순간적으로 다리를 치켜들기 전에, 꽈악 하고 두 다리가 좌우의 남자에게 제지당했다.

맨발에 남자의 손이 닿는다.



찌릿.



등골을 박차 오른 오한에, 히지카타는 무심코 작게 숨을 삼켰다.


(어째서냐…)


능욕 당하는 일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문제인 것은 남자란 것을 들켜버리는 것, 그것뿐. …이었을 텐데.

어째서인지.

뻗어오는 손에, 눈앞의 남자들에게 품은 혐오가, 바로 조금 전까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스윽. 발목에서 위로 미끄러지는 손에 소름이 끼친다.


…그러고 보니, 그 자식에게 만져지고 소름이 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갑자기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것을 생각하고, 그 순간에, 위 근처에 소용돌이 치는 구역질이 갑자기 강해졌다.


(그러니까 어째서…!)


당혹을 이어가며 경직된 히지카타의 다리를, 남자의 손이 기어 올라가고.

기모노의 옷자락이, 분해되었다.





「비녀가…!」


길가에 주차된 1대의 밴 타입의 승용차.

그 운전석에 앉아 있는 남자는, 자신의 무릎 위에 올린 라디오 같은 기계를 들여다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진선조의 감찰, 야마자키 사가루다.

그가 무릎에 두고 있는 기계에서는, 지금은 이제 모래 폭풍의 소리 밖에 들리지 않고 있었다.


「당해버렸네.」


조수석에서 씁쓸한 목소리를 낸 것은, 1번대 대장 오키타다.

바로 조금 전까지, 그들은 그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것이 빠직 하는 소리와 함께 끊겼던 것이다. 직전의 대화로부터 생각해 보자면, 도청기가 훼손됐다는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아무래도, 띠 끝에 넣어두고 있었던 발신기도 이미 부서져 있는 것 같다. 신호가 포작할 수 없게 된 시점에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아아아…」


야마자키는 무릎의 기계를 끌어안고 고개를 숙이며, 비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거, 비쌌는데……」

「그런 문제냐아아아! 잠깐, 야마자키 씨 당신 무슨 한가한 말을 하는 겁니까!!」



쾅! 하는 화려한 소리를 내며 뒷자석에서 외친 것은, 진선조의 병사가 아니다. 신파치다.

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자리에서 허리를 띄우고, 운전석의 등받이를 잡고 몸을 내밀고 있다.

그 얼굴은 창백하고, 등받이에 박힌 손가락 끝은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하얘지고 있었다.


「이러면, 토시에 씨…아니, 히지카타 씨가…!」


호소하는 목소리가 떨린다.


함정 수사로서, 세심한 준비를 하고 고의로 적의 손에 떨어졌다, 라는 얘기 였으니까 안심했었는데…

발신기도, 도청기도 부서져 버리면. 이래서는 구하러 갈 방법이 없지 않은가.

게다가 아까의 대화를 들은 바로는 적은 상당한 수완가로, 지금부터 확실히 히지카타를 심문하려는 분위기였다.

이대로는.


「히지카타 씨의 몸이, 위험하다구요…!?」


신파치의 말에, 오키타는 모래 폭풍 소리가 흐르는 기계를 들여다보며, 하아, 하고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확실히, 히지카타 자식의 괴로워 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건 아깝네에. 모처럼 녹음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윽! 잠깐…, 오키타 씨! 당신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농담이라도 말해서 좋을 때와 나쁠 때가…!」


한 순간 아연실색하고, 신파치가 격분하며 오키타에게 다가섰다. 그 험악한 얼굴에 오키타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조금 몸을 뒤로 젖혔다.


「안경 너, 뭘 그렇게 당황하고 있어?」

「뭐냐니…!」

「어라, 혹시 신파치 군, 모르고 있는 거야?」

「……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몸을 밀어 넣어 오키타에게 대들던 신파치는, 야마자키의 목소리에 되돌아보며 꿈뻑, 눈을 깜박거렸다.

야마자키는 조금 의외인 듯한 얼굴을 하며, 신파치를 안심시키듯 생긋 미소를 띄운다.



「괜찮아. 띠 끝의 발신기는 미끼야. 진짜 발신기는 아직 들키지 않았으니까.」



그러면서 야마자키는 신파치의 눈앞에 있는 차 내비게이션같은 기계를 가리켰다.

작은 화면에 표시되는 것은 세세한 지도와 차의 위치를 나타내는 표시, 와, 일정 간격으로 점멸하는 빨간 점.


「자, 이 붉은 점이 부장님. 이번 작전의 열쇠는 발신기니까, 그렇게 간단히 발견될 것 같은 곳에는 숨기지 않았어…허리 띠 끝에 숨겨둔 것은, 저쪽이 발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어. 보통, 하나가 발견되면 그 이상은 찾으려고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발견되기 쉬운 곳에 하나, 인 거지. 하고 웃는 얼굴로 설명하는 야마자키에 오키타가 귀찮은 듯이 덧붙인다.


「애초에 안경, 생각해 봐. 이쪽이 숨긴 발신기가 진작에 부서진 그거 하나 뿐이라면,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자리 잡고 있을 리 없잖아.」

「아…」


오키타의 말에, 신파치는 무심코 소리를 냈다.

내비게이션…같은 것, 이 가리키는 그들의 현재 위치는, 붉은 점의 바로 옆이다.

붉은 빛이 점멸하고 있는 곳은, 지도 위에서도 상당히 크다는 걸 알 수 있는 저택의 한점. 그들을 태우고 있는 밴은 그 저택 정면의 길에서, 모퉁이 하나를 돈 골목에 정차되어 있었다.


「이 저택이 그 상인의 숨은 아지트가 되고 있다는 건, 아직 조사가 되지 않았으니까.」


야마자키가 쓴웃음을 짓는다.

히지카타가 옮겨진 듯한 저택은, 원래는 이름 있는 무가의 저택이었으나 개국 후 몰락하고, 모 천인 귀족에게 별장으로 팔렸다, 는 것이었다.

그것이 어느샌가 그 문어 상인에게 다른 곳에 전매되었다고는, 감찰의 야마자키의 조사도 미치지 않는 곳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까 전에. 야마자키가 운전하는 밴은, 바로 이 장소에 와서 멈췄다.

이 차만이 아니다. 실은 이 부근에는, 진선조의 병사들이 많이 존재했다.

즉 그것은, 이 저택을 수상하다고 특정했다는 것으로.


띠 끝의 발신기는 이 저택에 들어가기 전에 부서져 있었을 텐데, 정확하게 여기를 찾아냈다, 는 건…


「그, 그런 것이엇습니까…. 죄송합니다, 소리치거나 해서.」


자신의 당황함을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힌 신파치에, 야마자키는 아니라며 손을 흔들었다.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이쪽이 나빴어. 틀림없이 형씨에게 들었다고 생각해서 말야.」

「형씨, 혹시 안경에게 아무것도 설명 안 했습니까.」


두 사람의 대사를 듣고, 신파치는 빙글, 뒤를 돌아봤다.


그 시선의 끝에는, 긴토키가 가장 뒤쪽 자리에 추욱 걸터앉고 있다.

그는 조금 전 부터 쭉, 나른한 듯한 눈으로 가만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오키타의 질문에 스윽 눈을 정면으로 향한 긴토키는, 조금 미간에 주름을 잡고 목 뒤를 긁었다.


「…아니, 나도 그 녀석한테서 그렇게 자세한 정보를 들었던 건 아니었고…애초에 이 녀석을 여기에 데려 올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말이지.」


한숨 섞인 소리에, 한 순간, 차 안이 조용해졌다.

신파치는 꾹 입을 굳게 닫았다.


본래의 예정으로는, 신파치는 여기에 없을 터였던 것이다.

히지카타가 「무사히」 적에게 납치되면, 긴토키가 진선조의 병사와 합류하고, 다음 작전으로 넘어간다. 신파치와 카구라는 타에의 집에. 그럴 작정이었다.

그것이, 왜 지금, 신파치도 차에 타고 있는가 하면.


카구라가 히지카타의 뒤를 쫓아 가버렸기 때문인 것이다.


작전을 모르고, 혼자서 적진으로 향해 가버린 카구라를 걱정하여, 신파치는 자기도 가겠다고 말을 듣지 않았고.

긴토키도, 카구라의 몸을 걱정하는 신파치의 기분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형씨. 차이나 씨를 멈추지 못 해서.」


야마자키가 불가사의한 소리를 낸다.

30분 정도 전. 저택을 은밀하게 포위하고 있던 병사가, 하얀 큰 개에 올라 탄 차이나복을 입은 소녀를 목격했다.

그러나 그녀는, 멈출 틈도 없이 저택의 담장을 뛰어 넘고 올라가버린 것이다.


…그 이후로, 소식이 없다.


야마자키는 차에 탄 이후로 쭉 말수가 적어진 긴토키가, 아무것도 아닌 듯한 얼굴 뒤에 초조함을 감추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카구라와 사다하루 세트는 누구도 멈출 수 없어. 저런 거 태풍이라고.」


긴토키는 흥미 없다는 듯이 그렇게 돌려주고, 그 이상의 추궁을 피하는 것처럼 창밖을 가리켰다.


「그런 것보다, 뭐야 저거.」


밴의 창문 유리에는 안개가 붙어 있고, 밖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안쪽에서는, 어두우면서도 밖의 경치를 내려다보게 되어 있었다.

그 유리 너머로 긴토키가 가리킨 것은, 밴이 멈춰 있는 골목의 입구 부근. 저택 정면의 길에 주차된 몇대의 경찰차와, 긴장된 표정이 오가는 병사들.

그리고, 그 병사들에게 붙어 어슬렁거리는, 분명한 TV 카메라와 집음 마이크.


「에, 형씨, 자세한 것은 못 들었다고, 설마 작전 내용도 듣지 않았습니까?」


긴토키가 가리키는 것을 보고, 야마자키는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오키타가 느긋한 목소리로 설명을 더한다.


「저건 보면 알겠지만 TV 직원이에요. 무장 경찰에 밀착 취재라는 것으로, 문어 상인의 저택에 바이러스가 있는 것을 전국적으로 유명한 생방송 하자는 이야기라.」


이번 사건의 최대의 문제는, 상대가 막부와 연줄이 있는 대상인이라는 것이다.

즉, 진선조가 이 저택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한 것만으로는 만사 해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리하게 파고 들어 압수해버리는 것은 진선조는 막부에게 당해버려, 바이러스의 존재도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 채, 문어 상인과 막부의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오가겠지.


거기서, 진선조가 세운 작전은 이런 것이었다.


우선, 양이지사가 천인의 상인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꾸며 내, 경비라는 명목으로 문어 상인의 저택 주변을 진선조의 병사가 지킨다.

거기에, 정체 불명의 남자(이 역할은 긴토키가 담당한다)가, 저택에 침입한다.

진선조는 「상인의 몸을 지키기 위해」 침입자를 쫓아 「어쩔 수 없이」 저택에 돌입해, 그 저택 안에서 「우연히」 바이러스 무기를 발견한다.

그것을 「우연히」 진선조를 밀착 취재하고 있엇던 TV 직원이 촬영·전국적으로 생방송 해 버린다…


「이름하여 『루팡 3세·카리오스트로의 성 작전』이란 걸로.」


당당하게 검지를 세우고 말하는 오키타를, 신파치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히지카타는 오늘 아침, 밀착 취재를 받고 있는 건 사소한 사건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을 보도하고 상대를 방심시키기 위해서다, 라고 말했던 기분이 드는데. 그 뒤에 그런 의도가 숨겨지고 있었던 건가.

정말로, 감탄하는게 좋을지 어이 없어 해야 좋을지…어른이란 생각하는 것이 교활하다.


어이 없어 하는 신파치를 뒤로 하고, 긴토키는 긁적긁적 시시하다는 듯 목 뒤를 긁었다.


「아니 뭐, 그건 그 녀석한테 들었는데…」


그 작전에 대해서는, 긴토키도 히지카타로부터 제대로 들었다. 주인공이 비슷한 작전을 사용하고 있던 영화의 제목을 딴 작전명까지 확실히.

하는 김에 그 영화와 같은 감독의 작품인 『이웃집 페도로』의 훌륭함에 대해서도 끝없이 이어졌으니까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라, 긴토키는 다시 창밖을 가리켰다.


「뭐야 저, 저쪽 순찰차의, 조수석…」

「아아, 저거 말입니까.」


긴토키가 가리키는 곳을 확인한 야마자키는, 납득한 듯한 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대의 순찰차. 거기에는 이따금 병사가 달려들어, 차내의 인간과 뭔가 말을 주고 받고는 떠나고 있다.

그 조수석에 있는 사람의 옆모습.


「잘 만들어졌죠? 실물 크기 부장 패널, 옆모습 버전입니다.」

「캠페인 걸이냐 그 녀석은.」


도리어 자랑스럽게도 들리는 어조로 말한 야마자키에, 긴토키는 지체없이 파고들었다.

아니, 그래도, 생방송 중에 부장의 모습이 한 번도 비치지 않는 것은 수상하고. 패널이라도 차의 유리창 너머라면 꽤 잘 모른다구요? 등 야마자키의 대사를 넘기며 어이 없다는 한숨을 한 번.

…확실히 처음엔, 거기에 있을 리 없는 인물의 얼굴을 발견해 일순간 눈을 크게 떠버렸지만. 가만히 자세히 관찰하면, 참으로 시시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연구하고 있을 정도라면, 냉큼 돌입해버리면 되잖냐. 빨리 끝내버리면 그만이잖아. 뭐야? 지금, 저택 안의 구조라도 찾고 있는 거야?」


내부의 상황 조사가 끝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거냐고, 긴토키는 물었다.

침입하는 정체 불명의 남자도, 그것을 쫓는 진선조도, 거기에 달라붙어 오는 TV 직원도 이미 준비 되어 있으니, 더 이상 작전 실행을 기다릴 이유 같은 건 그 외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야마자키는, 긴토키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뇨, 저택 내의 지도는 이미 손에 들어와 있어요. 원래 천인의 건축이 아닌 무가 저택이었기 때문에, 정보 수집도 비교적 간단해서.」


이겁니다. 하고 품에서 꺼낸 도면을 펼치고, 동시에 내비게이션풍의 기계에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을 확대한다.

그리고 펄럭, 대조하는 듯 화면과 종이 도면을 늘어놓아 보였다.


「발신기 위치로 볼 때, 아무래도 개축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 본래 방이 없을 터인 장소에 빛이 나고 있어서, 지하라든지 숨겨진 방이라든지, 그런 거겠죠. 이 위치에 도착할 때까지의 경로도 제대로 기록하고 있으니까, 그것과 대조하면…」


수중의 메모와 화면을 비교하면서, 발신기가 다닌 루트를 손가락으로 쫓기 바빴던 야마자키는, 탁, 종이 도면의 한점을 가리켰다.


「여기, 복도 옆의 계단이 수상하네요. 이 부근에 비밀문이나 숨겨진 계단이 있다고 생각하니, 형씨는 들어가면 곧바로 이곳을 목표로 해주세요.」

「아아? 어이어이, 거기까지 세세하게 알고 있다면 더욱 더 빨리 돌입하면 되잖아. 뭘 빈둥거리고 있는 거야 요 녀석아─.」


담담하게 설명한 야마자키에, 긴토키는 눈살을 찌푸린다. 신파치도 의심스럽게 야마자키를 바라봤다.

저택 내부의 지도가 손에 들어와, 숨겨진 방으로의 입구 같은 것도 알고 있다면, 여기서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의문의 시선을 받고, 야마자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가능하면 바이러스의 보관 장소를 정확하게 알고 싶습니다. 부장이 있는 방 근처에 있다고는 장담 못 하고…」

「모처럼 TV 카메라 거느리고 들어간 곳에서, 좋게 바이러스가 발견 되지 않으면 수고한 보람이 없어 미안해지니까요.」


야마자키의 설명을, 조수석에 기대어 있는 오키타가 잇는다.

목적이 히지카타의 구출이라면 지금 당장 돌입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이번 목적은 어디까지나 바이러스이다.

이 저택에 바이러스가 보관되어 있다, 라고 하는 것을, 확실히 TV 카메라에 비추고 전국에 흐르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막부에게 알려지는 것보다도 먼저 세상을 아군으로 삼지 않으면, 진선조의 목숨은 없는 것이다.

상당히 아슬아슬한 줄타기니까요. 하고, 오키타는 대사에 어울리지 않는 재밌어 하는 듯한 미소를 띠었다.


「그러니까 부장님에게 어떻게든 자력으로 저택 안을 수색하여, 바이러스를 발견하면 신호를 보내달라고 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 발신기는 꽤 우수한 물건으로, 수중의 조작으로 두 종류의 파장을 보낼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점멸의 간격이 바뀌면 바이러스를 발견했다는 신호입니다.」

「반나절이 지나도 발신기에 움직임이 없다면, 히지카타 녀석이 자력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고 예상하고 돌입하는 것으로 돼서요. …앞으로 10시간인가.」


차내의 디지털 시계를 살짝 보고, 오키타는 갑자기 품에서 안대를 꺼냈다. 낮잠의 자세다.

야마자키는 그런 오키타에게 눈을 돌리고, 이런이런 하고 어깨를 떨어뜨린다.

움직임이 있으면 깨울게요, 하고 말하려 했으나…긴토키의 소리에 막혔다.


「…그런 느긋한 걸로 괜찮은 거냐.」


드물게 진지한 조바심을 내포한 목소리에, 야마자키는 눈을 깜박였다. 오키타도 쓰려던 안대를 벗고 뒤를 돌아본다.

평소대로처럼으로 가장한 긴토키의 표정에 감추지 못한 초조감을 알아채고, 얼굴을 마주본다.

그리고 쓴웃음을 지었다가, 두 사람은 긴토키에게 제대로 돌아섰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차이나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상인은 상당히 이익에 예민해서, 상품 가치가 있는 것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안 좋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멸종 직전의 전투 종족 『야토』의 소녀라면, 꽤 비싼 가격에 거래될 테니까요.」


그러니까 그렇게 성급하게 돌입하지 않아도…만약 차이나 씨가 잡혀 있다고 해도, 어딘가에 갇혔을 뿐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안심시키듯 차분한 어조로 설명한 야마자키에, 긴토키는 흐음, 하고 기운 없는 목소리를 흘렸다.


「그렇군. …그래서? 그 녀석은 어떤데.」

「하? 그 녀석이라니…아아, 부장님 말입니까?」


야마자키는 조금 멍한 표정을 짓더니 수긍했다. 그쪽을 물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라는 얼굴이다.


「뭐어, 그들 입장에서는 『토시에 씨』는 현재 유일한 단서니까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 한 동안 죽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장님이 그렇게 쉽게 입을 열 것 같지 않구요.」


시원스런 대답을 받고, 긴토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그 후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목숨만 있다면 무사, 하다는 것도 아니잖냐.」

「아아…그건, 즉…」


긴토키의 말 뜻을 정확히 깨닫고, 야마자키는 조금 말을 더듬거렸다.

힐끔, 하고, 염려하는 듯한 눈길을 신파치에게 향한다.


「그것은 즉, 그…」

「손톱이 벗져기거나 귀가 멀거나, 손가락이 떨어지거나 채찍으로 맞는다거나 달궈진 쇠 꼬챙이로 찔린다거나, 그런 겁니까?」

「잠, 대자아앙! 좀 더 완곡하게 말해주세요!」


오키타의 대사에 신파치가 히익 숨을 마신다. 그것을 본 야마자키는 황급히 오키타에게 항의하고, 진정시키려는 듯 긴토키와 신파치를 향해 돌아섰다.


「아니 저기, 분명히 그런 우려도 있기는 있는데…아까 말했듯이, 상대는 이익에 예민한 상인입니다. 『야토』 정도의 상품성은 아니라고 해도, 그, 저 정도의 미인을 그렇게 비참하게 다치게 하거나 하진 않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 여장은 웃길 정도로 어울렸으니까요.」


말하기 어려운 듯 말을 잇는 야마자키에 이어서, 오키타가 칭찬하는 건지 바보 취급하는 건지 판별하기 어려운 것을 말한다. 야마자키도 거기에 수긍하면서, 한층 더 말하기 어려운 듯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으음, 아마, 심문으로는 때리고 걷어차는 것과는 다른 폭력을 생각하고 있는게 아닌가하고…그, 역시 미인이니까, 그, 소위…」

「강간이나 윤간 같은 것으로 말이죠.」

「아아아! 그러니까 대자아앙!!」


스윽, 하고 단언한 오키타에게, 야마자키는 다시 머리를 싸맸다.


「…뭐, 뭐어, 그런 겁니다. 옷이 벗겨지면 아무리 그래도 남자라고 들키겠지만, 그걸로 그만둔다고 단정할 수 없고…」

「라고 할까, 천인 주제에 지구인을 범하자고 생각이 드는 거면, 남자든 여자든 그렇게 집착하는 것 같지 않으니까요.」

「…그걸로 괜찮은 거냐고.」

「네?」


응응 하고 서로 끄덕이고 있는 중에 들린 낮은 목소리에, 오키타와 야마자키는 무심코 눈을 깜박이며 긴토키를 봤다.

그 목소리는, 억제되고는 있었지만 확실하게 노기를 품고 있고…그것이 이 남자에게는 매우 드문, 진지한 노기인 것에, 순간, 두 사람은 말을 잃는다.

조용히 물끄러미 다시 보자, 긴토키는 정신을 차린 듯 흣 하고 시선을 돌렸다.


「…아니, 너희들이 그걸로 괜찮다면, 딱히 상관 없지만.」


뒷머리를 긁적긁적 긁고, 의욕없이 나지막이 중얼거린 긴토키에게…야마자키와 오키타는 다시 얼굴을 마주보고, 버틸 수 없어진 듯 입가를 올렸다.


「…풉」

「큭크크…」

「잠깐…! 두 분 다, 뭘 웃는 겁니까! 긴 씨도! 좋지 않아요 전혀! 좋지 않잖아요!? 그런, 토시에 ㅆ…히지카타 씨가, 그런…!」


쾅! 소리를 내며 일어선 신파치가 창백한 얼굴에 분노와 불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보고, 야마자키는 소리 없는 웃음을 집어 넣고 휘휘 손을 흔들었다. 


「아아 아니, 미안 신파치 군. 우리들이 웃은 것은, 그…형씨가 부장님을 신경 써주는 게 조금 의외여서.」

「모르는 사이에 상당히 사이 좋아진 것 같네요.」

「바…!」


히죽, 하고 미소를 지은 오키타의 말에, 긴토키는 순간적으로 머리카락을 휘저은 손을 멈추었다. 피하던 시선을 튕기듯 오키타에게 향하고…그러다 곧바로 또 시선을 피하고, 다시 머리를 긁적이기 시작한다.


「바보냐 너, 친하다거나 기분 나쁜 소리 하는 거 아냐. 순정 만화 잡지인 거냐고 요 녀석아─.」

「괜찮아요, 형씨.」

「아?」


투덜투덜하는 중얼거림을 야마자키의 목소리에 막혀, 긴토키는 화풀이하듯 험악한 눈초리로 바라봤다.

야마자키는 그런 긴토키의 시선에 쫄지도 않고, 빙그레, 웃음을 띄웠다.


「아마, 이지만요. 일단 대책을 써두기는 했어서.」

「…무슨 말이야.」

「형씨가 아까부터 걱정하고 있는, 히지카타 씨의 정조 얘기입니다.」

「푸웃! …누, 누가 언제 그런 거 걱정했냐아아아!」


무심코, 좌석에서 엉덩이를 들고 외친 긴토키에게, 오키타는 더욱 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키웠다.


「안경도 안심해. 히지카타 녀석의 정조는 무사하다고…뭐, 본인 하기 나름, 이지만.」


의미심장한 대사를 내뱉고, 힐끔, 창 너머로 저택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긴토키에게 시선을 되돌려, 월등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쾌활하게 입을 열었다.




「뭐어, 분명 그 자식도, 사랑하는 형씨 이외에는 뚫리고 싶지 않다는 일심으로 노력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뭣…! 무무무슨 소릴 하는 거냐 너 잠까아아아안!?」




창문에 안개가 붙은 차 안에서 은밀하게 작전 실행의 때를 기다리고 있는 몸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긴토키는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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