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훈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을 때는 실제보다 적이 강해 보이거나 한다.




(어라, 카구라쨩이 없네.)


TV 드라마 시청을 마치고 화장실에 다녀온 신파치는, 거실에서 카구라의 모습이 사라진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기 방에 들어가 버린 걸까. 아니면, 안방에서 긴토키에게 드라마 감상이라도 이야기 하고 있는 걸까.


(어느 쪽이 먼저 목욕할지 정해두려고 했는데. 토시에 씨가 나오자마자 들어가지 않으면, 가스 요금이…)


절약 주부를 방불케 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신파치는 안방으로 이어지는 문으로 다가갔다.


「카구라쨩?」


무심코 문을 열고, 순식간에, 신파치는 굳어졌다.

거기에 있던 것은 카구라도 긴토키도 아닌 토시에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잠옷 같은 흰 유카타를 느슨하게 걸치고, 다다미에 무릎을 펴고 편히 앉아, 길고 검은 머리를 빗으로 빗고 있다. 목 언저리에서 엿보이는 목덜미는 목욕 후로 가볍게 상기되어 있었고, 그 요염함에 신파치는 엉겁결에 당황했다.


「죄죄죄죄죄죄송합니다 토시에 씨! 목욕, 끝내셨던 거군요!」


몹시 당황해 파바박하고 그 자리에서 뒤로 돌린 신파치에, 토시에는 이상하다는 눈을 돌리고, 그 다음 쓴웃음을 지었다.


「뭘 당황하고 그래.」

「에? 아, 그, 그렇네요.」


들려온 소리의 낮음과 남자 말투에, 신파치는 정신이 들었다.


(맞다. 이 사람은 히지카타 씨였다.)


즉, 남자. 남자끼리. 목욕하고 난 직후 모습을 목격했다고, 당황할 필요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순간적으로 당황했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워서, 신파치는 겸연쩍은 뺨을 긁으며 히지카타를 향해 돌아섰다.


「죄송합니다. 그, 목욕하고 나온 걸 몰랐었기에, 조금 깜짝 놀라서…아, 카구라쨩 못 보셨나요?」

「차이나라면 나와 교대해서 목욕하러 갔다.」

「아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괜찮지만, 하고 말하는 신파치에, 히지카타는 살짝 웃었다.

나이에 비해 애늙은이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는 신파치는, 쓴웃음을 짓고 머리를 긁었다.


「아, 토시에 씨, 그 빗 어쩐 일인가요?」


아무렇지도 않게, 화제를 돌리자 생각하고 히지카타의 손에 있는 낯선 빗을 가리킨다.

그러자 히지카타는 흠칫하며 손을 멈추고, 말을 잇지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 눈 언저리가 희미하게 붉게 물들어 있는 것처럼 보여, 영문도 모르고 신파치는 초조해 한다.


「에, 아, 저기…?」

「……가발이, 얽혀서 말이지. 오늘…경비로 샀다.」

「아, 아아, 그렇군요.」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듯한 히지카타의 대답에, 신파치는 끄덕끄덕 수긍했다.

왜 그걸로 붉어지는 걸까 하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물어 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 의문은 침과 함께 삼킨다.


「그, 그런데 긴 씨는…?」

「……읏」


어색하게 화제를 바꾸니 다시 의도치 않게 지뢰를 밟아 버린 모양인지, 히지카타의 손이 다시 움찔 떨린다.

으아, 어떡하지, 신파치는 식은땀을 흘렸다.


「…몰라. 아까까지 있었는데 말이지.」


갑자기 나갔다.

무뚝뚝하게 그렇게 대답한 히지카타는, 멈추고 있던 손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움직이며, 다시 머리카락을 빗기 시작했다.

신파치는 이제, 그렇습니까, 라고 밖에 말하지 못 하고, 둘 곳 없어진 시선을 방황했다.





「아─…」


현관 바로 밖, 목책(나무 울타리)에 팔꿈치를 짚고 긴토키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해결사의 구조는, 그럭저럭 넓은 것 치고는 개인의 공간이 거의 없다. 독실을 주고 있는 것은 카구라 뿐, 그 외는 공유 공간이다. 평소에는 그걸로 불편한 건 없었지만, 최근에는 신파치가 친가에 돌아갈 수 없을 뿐 아니라, 거기에 또 한 사람 숙박하는 사람이 늘어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하면 화장실에 틀어박히든가 밖으로 나오든가 밖에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런고로, 긴토키는 혼자가 되고 싶어 여기에 와 있었다.

좀 더 사실대로 말하면 도망쳐 온 것이다. 방에서.

…라고 할까, 방에 있는 인물로부터.


「위험하네…」


긴토키는 벅벅 머리를 휘저었다.


별로, 토시에 씨의 목욕하고 난 직후의 모습에 두근거려 참을 수 없게 됐다 같은 건 아니다.

…아니 뭐 확실히, 상기된 피부나 비누의 향기라든지에 아주 조금 성적 매력을 느껴버린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라니, 아니아니아니! 틀려! 그건 그 뭐냐, 놀랐다는 쪽의 「두근」이니까! 조금 놀랐을 뿐이니까!」


몹시 당황해 투덜투덜 혼잣말을 하며, 긴토키는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공동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꽤 날짜가 지났지만, 실은 긴토키가 목욕한 직후의 토시에를 목격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요즘엔 매일같이 새벽에 일하러 갔던 탓이다.

그러니까, 히지카타가 목욕 후라서 평소의 화장을…긴토키가 「분명 특수 분장적인 뭔가가 틀림없어」라고 믿고 있는 화장을…지웠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위화감 없이 「토시에 씨」로 보이는 것에 놀랐다.


(…것보다 그건 아마, 목욕하고 나오자마자 엷은 화장이라도 하고 나서 방에 돌아온 거겠지. 분명.)



그렇지 않다면 그거다. 여러가지로 이상하다. 맨 얼굴로 그 얼굴은 이상하잖아. 응.

스스로 자신을 억지로 납득시켜 끄덕이고…「그 얼굴」이란 건 뭐야, 하고 목책에 이마를 쿵.


긴토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틀리다. 틀린 것이다.

긴토키가 여기로 도망쳐온 것은, 목욕을 마친 토시에의 색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아니라면 아닌 거다.

안방을 버틸 수 없게 되어버린 것에는, …어느 의미로, 좀 더 귀찮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방에 돌아온 히지카타가 「빌리겠다」라고 말하고, 회양목 빗을 손에 쥐었으니까.



그것을 떠올리며, 긴토키는 목책에 이마를 붙인 채 머리를 싸맸다.




히지카타가 목욕탕에 들어가기 직전.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휘젓고 있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긴토키는 「아차」하고 생각했다.

「자신의 천연 파마 때문에」라고 말하며 산 빗.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그 순간, 확실하게 들켜버린 것 같아서.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다.

문이 닫혀진 뒤, 긴토키는 작게 혀를 찼다.


가발이 엉켜 곤란해 하고 있는 주제에, 여성용 빗을 스스로 살 수는 없었던 그 남자.

바보같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소한 긍지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몇 주 동안 여장을 하고 생활하면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거겠지.

지난 몇 주간 히지카타의 활동은 장난이 아니다. 변장하고, 연기하고, 타인의 집에서 숙박하고. 그리고 최전선에서 일하면서, 야마자키를 통해 병사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거나 하는 거니까.

남자인 자신을 확실히 유지하면서, 여자의 가면을 능숙하게 쓰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매일. 부장 씨도 큰일이구나, 하고, 비꼬는 것 없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조금만 협력해주자고 생각했다. 단지 그것 뿐이다.

「내가 사용한다」라고 말하고 빗을 사고.

억지로 진선조의 경비로 돈을 내게 하면, 「그럼 우리의 비품이잖아」라고 하는 핑계로, 히지카타가 무리없이 빗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긴토키가 그 빗을 쓸 생각이 없으면, 저렇게나 빨리 들켜버려서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목욕탕으로 향했지만, 나오면 분명 따진다. 그렇게 생각했다.

「네놈 무슨 생각이냐」하고 눈썹을 찌푸리고.

히지카타를 위해 한 일이란 것이 알려지면, 자존심 높은 그 남자는, 모욕이라고 느끼는 게 아닐까.

「쓸데없는 참견이다」라고 고집을 부리고 빗을 받지 않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자신이 그 남자를 신경쓴다는 것 따위. 다른 누구에게 알려져도 본인에게만은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실패했다.

긁적긁적 머리를 긁고서, 그를 어떻게 속일까 고민했다.

그러나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 전에, 히지카타가 목욕탕에서 나와버렸고.

너 고양이 세수하냐 요 녀석아─하고 적반하장하며 얼굴을 들자, 의외로 미색이 감도는 토시에의 모습에 한 순간 할 말을 잃는다.

그리고.


「좀 빌리지.」


라고 한마디. 아무렇지도 않게 빗을 손에 쥔 히지카타에, 무심코 「헤?」하고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뭐야. 애초에 우리 경비로 샀으니까 진선조의 비품이잖냐. 불평 들을 이유는 없다고.」


…라니, 히지카타의 말은, 마치 이쪽의 예정대로.

하지만.


놀라서 바라보면, 무뚝뚝한 어조에 어울리지 않는, 눈은 바닥을 향한 채인 히지카타의 표정.

언뜻 보이는 눈동자는 망설임을 안고 있고, 그 의미를 깨달았을 때, 긴토키는 참지 못 하고 방을 나왔다.



히지카타는 알고 있다. 긴토키가 왜 그 빗을 사려고 했는지.

자신은 쓰지 않는 것을 본인용이라고 선언한 이유도, 억지로 경비라고 밀어붙인 이유도, 전부.

눈치챘으면서도, 따지지도 않고. 모욕이라고 화를 내는 일도, 고집을 부리며 뿌리치지도 않고.

긴토키의 거짓말에 속은 척을 하며, 빗을 받았다, 는 것이다.



(아─, 젠장.)


좋은 남자다.


긴토키는 목책에 툭 몸을 맡기고, 다시 깊은 한숨을 한 번.



시중에 귀신이라는 소문의 그 남자, 는.

타인에게서 전해지는 호의에 서먹하고, 주위 사람들의 감정의 기미 따위 개의치 않는다, 오만하고 사람의 정에 박한 남자……의, 척을 할 수 있는 남자라고, 알고는 있었다.


전해지는 호의를 알 바 아니라며 거절하는 것은, 위험한 생업의 자신에게 상대를 깊게 관련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람의 언행 뒤에 숨겨진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상대가 그 감정을 「숨기고」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매정하고 냉혹한 행동은, 진선조 내외의 증오나 불만을 한 몸에 받아, 곤도를 중심으로 한 굳건함을 무너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지긋지긋한 관계라고도 할 수 있는 교제 속에서,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그런, 오만한 주제에 자기희생적인 성격을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강하지만, 한 번 자신의 안쪽에 들어온 자에게는 의외일 정도로 상냥한 남자인 것이다, 라고.

하지만 설마.


그 알기 어려운 상냥함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날이 올 줄이야.


「…으─…」


긴토키는 신음했다.

엿보인 상냥함이, 싫다는 것은 아니다.

좋은 남자다, 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것이 분하다.


배려를 알아차리지 못 하게 한 자신.

눈치채지 못 한 척 하던 녀석.


「……이거, 진 거 아닌가, 나.」


긴토키는 낮게 신음 소리를 내고, 다시 난폭하게 머리를 긁었다.

눈썹이 가까워진 얼굴을 들고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언제까지나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도 없다. 슬슬 방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밖에 나와 있었던 구실을 뭔가 찾고 나서.


긴토키는 턱에 손을 대고 조금 생각하다, 발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살그머니 계단을 내려갔다.





「아, 긴 씨. 어디 가셨던 겁니까?」


드르르륵, 하는 문 소리에 신파치가 방에서 얼굴을 내밀자, 긴토키가 복도에서 거실로 들어온 참이었다.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귀찮다는 듯 짧게 대답할 수 있었다.


「아─, 아래의 할멈있는 곳.」

「에? 오토세 씨의?」


고개를 갸웃거린 신파치는, 곧바로 조금 눈썹을 찌푸렸다.


「…라는 건 당신 설마, 마시고 온 겁니까?」

「뭐야. 괜찮잖냐 한 잔 정도.」

「안 괜찮거든요! 내일도 일 있죠!?」

「한 잔으론 내일까지 남아있거나 하지 않는다구.」


잔소리를 가볍게 흘리자 신파치는 한숨을 한 번.

긴토키는 그런 신파치의 옆을 스쳐지나가며, 열려져 있는 문에서 방으로 발을 디뎠다.

거기서, 다리를 조금 펴고 앉아 있는 히지카타와, 슬쩍, 눈이 맞는다.


「………」

「………」


서로 한 순간 굳은 두 사람은, 말 없이, 거의 동시에 상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히지카타는 대각선 아래에 시선을 떨군 채 손안에서 회양목 빗을 만지작 거리고, 거기에 재빨리 눈을 피한 긴토키는 긁적긁적 머리를 긁는다.

뭐지 이 사람들, 역시 뭔가 있었던 걸까, 하고 신파치는 왠지 안절부절 못 했다.


하지만 그러고 있는 것도 단 몇 초.


긴토키는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긁고 있던 손을 탁, 멈추고, 갑자기 평소처럼 된 얼굴을 들어 히지카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하고 평온한 목소리로, 생각난 듯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할망구가 말야, 긴 머리를 내리고만 있으면 엉키기 쉬우니까라고 해서, 이거 줬었는데.」


써보지 않을래? 하고 긴토키가 내민 것은 진홍색의 머리끈이었다.

그것을 보고 「아아, 어울릴 것 같네」라고 순수하게 생각해버린 신파치는, 소리를 내지도 않았는데 부랴부랴 입을 가렸다.

여성용 머리끈이 어울린다니, 히지카타에게 있어서는 모욕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

「………응.」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조금 미심쩍은 듯한 표정으로 머리끈을 받은 히지카타는, 의외로 익숙한 손놀림으로 머리카락을 포니테일의 위치에 묶어 올렸다.

하얀 목덜미가 보여 무심코 두근댄 것과 동시에, 노출된 머리카락이 부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것에 신파치는 눈을 깜빡인다.

최근의 가발이란 대단하구나, 어떻게 된 걸까…하고 무심코 물끄러미 관찰하고 있었더니, 긴토키가 히지카타의 등 뒤로 향한 것으로 시선이 차단됐다.


그리고, 그 긴토키가.


「아─, 포니도 좋지만, 조금 더 낮은 위치에서 경단이라던가 만들어 보지 않을래?」


라고 말하며, 히지카타의 남은 머리카락을 스윽 하고 쓸어 올리자, 신파치는 기겁했다.

게다가, 한 순간 몸이 얼어붙은 히지카타가, 아무 말 없이 맡기듯 양손을 내린 것에 한층 더 경악했다.


(에에에에에!? 히지카타 씨가, 긴 씨에게 마음대로 머리를 만지작거리게…라니, 어어어어어째서!? 에? 이거 평범한 거야? 평범한 광경이야!?)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굳어 버린 신파치에게, 긴토키가 힐끗 돌아보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을 던졌다.


「신파치, 차.」

「아, 네네네넷!」


그 소리에 구원을 얻은 듯, 신파치는 즉시 뒤로 돈다.

평소에는 「마시고 싶다면 스스로 달여주세요.」라고 불평 한마디가 나오는 때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다.


(그래, 차. 차를 내오자. 차를 마시면 분명 나도 진정될 거야…!)


「아, 나 역시 딸기 우유로.」라는 긴토키의 목소리를 등으로 들으며, 신파치는 도망가듯 부엌으로 향했다.





히지카타가 처음으로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머리끈을 내민 때였다.

그리고 긴토키가 다가오고, 스르륵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그리고.


「저기, 토시에 씨.」


그렇게 불린 순간 히지카타는 확신했다.


감시자가, 있다.

아마도 다락방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그 다음 부서져버린 것에 화가 치민 건지. 숨어들어서 직접 방을 감시하다니 대담한 짓을.

히지카타는 혀를 차고 싶은 기분을 참고 토시에의 가면을 갖췄다.


일상 생활까지 계속 감시되는 것은 역시 참을 수 없다. 여기는 감시를 모르는 척 하고 거짓 정보를 주고 만족시켜, 빠르게 돌아가게끔 하는 것이 상책이다.

저쪽이 알고 싶은 것은 아마, 긴토키와 토시에의 관계와, 소속 조직의 정체.

어느 조직이 생물 병기 거래의 냄새를 맡아 조사하고 있고, 그 조직의 중추에 가까운 것은 어느 쪽인가. 최소한 후자는 잡고 돌아 가고 싶은 게 틀림 없다.

그렇다면, 이쪽이 해야 할 연기는.


하나는, 긴토키와 토시에는 진짜 연인이라고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돈으로 고용된 외부인과 고용주다라고 알려져버리면, 해결사에 일을 의뢰한 적이 있다, 라는 줄기를 더듬어 진선조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사의 관계가 있다면, 여성 병사가 없는 진선조는 적의 눈에서 벗어나기 쉬워질 것이다.


또 하나. 조직의 중추에 가까운 것은 토시에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다. 주모자는 정체 불명의 여자 쪽으로, 긴토키는 토시에의 연인이라 휘말린 것 뿐, 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해결사의 관계자가 정보원으로서 노려질 가능성은 적어진다. 아이들이나 타에, 집주인 오토세 등의 신변 안전을 확보할 뿐 아니라, 해결사와 진선조의 유대 관계도 주목되기 어렵다.


이러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주는 연기를 하지 않으면.


히지카타는 입을 다물고 긴토키에게 머리를 만지게 하면서 대책을 세웠다.

긴토키도 아마, 거짓 정보를 주고 빨리 감시자를 돌려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파치가 어설픈 말을 지껄이지 않도록 일단 이곳에서 멀리한 거겠지.



무엇을 어떻게 말하기 시작할 것인가를 히지카타가 생각하고 있자, 갑자기 뒤에서 앞으로 둘러진 손이 히지카타를 끌어 안았다.

순간 놀라기는 했지만, 우선은 하는 대로 긴토키의 가슴에 기대었다.

그러자 긴토키는 왼쪽 어깻죽지에서 히지카타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왼손으로 히지카타의 뺨을 쓰다듬었다.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구?」

「아…」


무심코 숨을 들이마시고, 히지카타는 조금 몸을 떨었다.

연인 행세를 하게 되고 몇 주, 팔을 휘감는다거나 어깨를 껴안거나, 때로는 이마를 어깻죽지에 바짝 대는 일도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접촉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뭘 생각하고 있는 거냐 나는, 하고 얼굴이 붉어진다.

긴토키는 그런 히지카타를 눈치챈 건지 아닌 건지, 오른쪽 뺨에 댄 손은 그대로, 몸에 두른 오른팔에 힘을 실었다.


「기분은 알지만 말이야…지나치게 온종일, 긴장을 팽팽하게 하고 있으면…쓰러져버린다니까. 그러니까아…」


거기까지 말하고, 조금 곤란한 듯 눈꼬리를 내린다.


「적어도 내가 옆에 있을 때 정도는, 조금 더 힘 빼지 않을래?」


나, 믿음직스럽지 않아…? 라며 쓴웃음을 흘리고, 위로하듯 옆 머리를 쓰다듬자, 히지카타는 떨리는 입술을 필사적으로 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연기. 이건 연기다. 동요하지 마!)


두근두근하고 울리는 심장 소리는 못 들은 채 하고, 자신에게 타이른다.

분하지만, 과연. 감시자에게 거짓 정보를 주기엔 절호의 흐름.

정말 연인 사이라는 것. 토시에 쪽이 중추에 가깝다는 것. 긴토키의 연기가 자신의 의도한 방향과 일치하고 있는 것에 안도 해야 한다고, 히지카타는 가늘게 숨을 내쉬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감시자에게 확신을 얻게 하려면, 이제 마지막 한방이 필요하다.


「긴토키 씨…미안해요.」


고개를 숙인 채, 쥐어짜내는 듯한 소리를 낸다.

반 순수하게 입술이 떨리고 있어 차라리 안성맞춤이라고, 머리의 냉정한 부분에서 히지카타는 자조했다.

무엇을 사과하는 거야, 하고 얼굴을 들여다보는 긴토키에게, 물기를 띤 눈을 돌린다.


「저 때문에, 이런 큰 일에 말려들게 해버려서…」

「─윽.」


긴토키가 눈을 크게 뜨며 헉 하고 숨을 마신다. 얼마나 연기에 능숙한 거냐 이 녀석, 히지카타는 또 고개를 숙여 표정을 감췄다.


「……혹시 제게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일은 전부 잊고, 아이들과 도망치….」

「어이어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요 녀석아─!」


갑자기 꽉 어깨를 잡고, 정면으로 얼굴을 내다본다. 거칠어진 말투에 잠시 눈을 크게 떴지만,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은 원래 남녀 차별 없이 이런 말투였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연기가 무너진 건 아닌 모양이다.

그 증거로, 히지카타를 바라보는 긴토키의 눈동자는 평소의 나른함의 그림자도 없을 정도로 진지해서. 안심시키듯 미소를 짓던 입가는, 말투에 어울리지 않는, 놀라울 정도로 상냥한 목소리를 낸다.


「너, 나를 어떤 남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해결사 긴 씨는 일단 받아들인 귀찮은 것을 도중에 내팽겨치거나 하지 않는다구. 게다가…」


여기서 일단 말을 끊은 긴토키는, 어깨를 잡고 있던 오른손을 살짝 뺨에 붙이고, 히지카타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며, 매우 부드러운 눈으로 미소 지었다.


「한 번 반한 상대의 그런 얼굴도, 내버려둘 수 없다고.」

「──읏!」


히지카타는 이번에야 말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긴토키 씨…읏!」


감격한 척 하고 긴토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이런, 분명 연기에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붉게 물든 뺨을, 이 남자에게만은 보여줄 수 없었다.



(─이런, 사기꾼이이이이!)


마음 속으로 히지카타는 절규했다.


연기로 저런 눈이, 저런 목소리가, 저런 대사가, 나오다니.

연기에 능숙하다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다. 남자에게, 게다가 연기라고 알고 있는 히지카타조차 이런 기분이 되니까. 평범한 여자라면 십중팔구 함락된다. 틀림없다.


(인기 없다던가 틀림없이 거짓말이지 이 녀석…)


열이 오른 뺨과 미친 듯이 춤추는 심장 때문에 눈물마저 차올라서, 히지카타는 꾹 하고, 긴토키의 가슴 옷깃을 꽉 쥐었다.





(…갔나.)


다락방에서 기척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긴토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히지카타를 끌어안고 있는 것도 슬슬 한계에 가까웠던 것이다.


…라고 할까 한계라니 뭐야.


긴토키는 자신의 사고에 쩌억 굳어졌다.


…기분 나쁨에 견딜 수가 없다라는 뜻은 아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다른 것이다.

그럼 뭐가 한계에 달한 것인가 하면.

가장 가까운 말은, 이성, 이다.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그런 바보 같은, 긴토키는 마음속으로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확실히, 젖은 눈동자에 떨리는 입술, 물든 뺨…이젠 뭐 이 녀석 배우로 먹고 살 수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생생한 히지카타의 연기에, 무의식적으로 두근거리고 만 것은 인정한다. 인정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를 가슴에 끌어안고 「이성이 한계」라니 그건 아무리 그래도!


(이이이이있을 수 없지! 있을 수 없다고! 그건 그거다 조금 연기에 열이 들어가버려서! 그걸 질질 끌고 있었을 뿐으로!)


쿵쿵 울리고 있는 심장 소리를 히지카타에게 들킬 수는 없다며, 긴토키는 몸을 뒤로 물러서려 했다.

그러나 히지카타의 손은 긴토키의 옷깃을 잡고는 놓지 않고, 얼굴은 앞가슴에 파묻은 채.


(아, 에?)


긴토키는 초조해서 주위의 낌새를 살폈다.


「…어이, 아직 있는 거야? 나, 기척 느껴지지 않는데…」


아무리 해도 감시자의 기척을 느끼지 못 하는 것에 눈살을 찌푸리고, 히지카타의 귓가에 살짝 속삭인다.

그러자 히지카타는 움찔하고 떨더니, 고개를 숙인 채 뒤로 물러서며 몸을 뗐다.

곧바로 긴토키에게 등을 돌리고, 도망치듯 앉은 채로 떨어졌다.


「……어이.」


그건 좀 너무 하지 않아?, 하고 말하려 했지만, 또 「뭐가 너무한 거야」라고 자문해버린 긴토키는 입을 다문다.

히지카타는 머리끈을 살그머니 풀어 옆모습을 숨기듯 머리를 내리고, 저쪽을 바라본 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잘 된 모양이네.」

「아? 어, 응.」

「집 안까지 파파라치가 올 줄은 몰랐다고. 아이들에게도 말 하지 않으면.」

「그렇네.」


완전히 일 모드인 히지카타에, 능숙하네라는 것으로, 한숨을 한 번.

긴토키도 노력하고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이어지는 말에 움찔 뺨이 굳어졌다.


「…것보다, 안경 늦지 않냐…?」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신파치가 돌아오지 않았다. 차를 내릴 뿐이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좀 전까지는 감시자의 기척과 히지카타의 연기에 지나치게 집중하여 눈치채지 못 했지만…


재차 기척을 탐지하고, 닫힌 문 저 편에 낯익은 기척이 둘 있는 것에, 긴토키는 무심코 머리를 싸맸다.




문 너머에서는.


「러브러브구나 해~」

「……그렇네…」


문에 딱 붙어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카구라 옆에서, 신파치가 새빨간 얼굴로 무릎을 껴안는 자세를 하고.

이미 상당히 미지근해진 차를, 호로록하고 마시고 있었다.



제6훈 드라마의 등장인물이란 건 현실에 있어도 아마 반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상당히 주도면밀한 역할 연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해결사의 안방에서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면서, 히지카타는 반대쪽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희미하게 물소리가 들려온다. 그 벽의 너머는 목욕탕이다.

역시 날림공사구만. 히지카타는 연기를 내뿜으며 피식 웃었다.


문을 사이에 둔 옆방에서는 TV 소리.

드라마의 BGM과 이야기를 나누는 남녀의 목소리가, 묘하게 귓가를 맴돌았다.

아이들이 저녁 식사 후에 보기 시작한 그것을 히지카타는 아무리 해도 볼 마음이 들지 않아, 혼자 방에 틀어 박혔던 것이다.


히지카타는, 드라마를 보는 것은 의외로 좋아하는 편이다. 신경 쓰이는 게 있으면 녹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위 「연애 드라마」라는 것은 그다지 좋아할 수는 없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그 드라마에서도, 젊은 남녀가 우유부단과 방약무인을 교대로 발휘하며 상대를 휘두르고 있다.


(…저런 남자의 어디가 좋은 건지.)


새어 들어오는 여배우의 울음 소리를 들으면서, 히지카타는 눈을 감았다.

히지카타의 눈에는 주역의 남자는 그냥 잘생긴 남자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그것이 세상에서 멋있다고 떠들어 대는 것이니까, 역시 사랑(恋)이나 사랑(愛)이라는 건 시시하다고 히지카타는 비꼬는 웃음을 흘렸다.

정말로 좋은 남자란 건, 저런 것이 아닐 것이다.


진정으로 사람을 끄는 매력이란 건 용모같은 게 아니라, 마음, 영혼에 있는 것이다.

용모보다 언행에 매력이 있어야 「좋은 남자」다.

그것은 예를 들자면, 곤도 처럼. 혹은…


「…………칫.」


살짝 눈을 뜨고 물소리가 들리는 벽을 바라보고 말았던 것에, 히지카타는 혀를 찼다.

그 벽 너머에 있는 것은, 이 해결사의 주인인 남자다.

오늘은 밤중에 조사하러 갈 예정은 없다는 것으로, 긴토키는 오랜만에 첫 번째로 목욕탕에 들어가 있었다.



요 몇 주간.

긴토키는 어이없을 정도로 능숙하게 의뢰를 완료하고 있었다.

극비 수사와, 그리고…연인의 연기, 를.



히지카타는 담배를 손가락 끝에 끼운 채 손바닥으로 이마를 덮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토시에」로써 접한 긴토키는, 그렇다고 인정하는 것은 매우 화가나는 것이긴 하지만, 확실히 「좋은 남자」였다.

그야말로, 서툰 드라마의 주역 따위보다, 훨씬.


히지카타는 다시 혀를 차고, 험악한 눈으로 벽을 노려보았다.

이런 걸 그 남자에게서 느껴버리는 게,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멋진 남자, 라고.

깨달아버린 것이다.


가능하면 깨닫고 싶지 않았다고 히지카타는 미간을 눌렀다.






오늘 낮.

야마자키와 연락한 정보를 교환하고 돌아가는 길, 히지카타는 옆을 걷는 긴토키의 옆모습을 훔쳐 보고 있었다.

여전히 나른해 보이는 눈. 의욕 없는 듯한 걸음걸이.

하지만.


히지카타는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기는 척을 하며, 조금 발걸음을 재촉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 가며 힐끗 옆을 엿보니, 긴토키는 여전히 변함 없는 표정으로 딱 옆에 있다.


「………」


이런 것이다.

히지카타는 확 눈살을 찌푸렸다.


이 남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며 이쪽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느낀 것은, 불과 며칠 전이다.

여성용 옷을 입은 지금의 히지카타는, 긴토키보다도 확실히 보폭이 작다. 그러나 나란히 걷게 된 이 몇 주간, 뒤쳐질 뻔 했다는 기억은 전혀 없었다.

긴토키가 의식하고 천천히 걷고 있는 거다, 라고, 본래라면 바로 눈치채야 마땅했다. 하지만 긴토키의 걸음 걸이는 평소처럼 터벅터벅 걷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아서, 그래서 알아채는 것이 늦어버렸던 것이다.


발걸음을 맞춰주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히지카타가 며칠 간 주의해서 관찰해 보면, 긴토키는 꽤나 「토시에」에게 상냥했다.


예를 들면, 지금.

생각에 잠기고 있는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전혀 말을 걸지 않는다.

평소 이것저것 쓸데없는 싸움을 걸어오는 것과 관계없이 말이다.

회화에 질렸다라고 말하는 듯, 입을 다물고 감시자의 눈에 신경을 쓴다.

…아마, 히지카타가 사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라는 배려겠지.


히지카타는 살짝 한숨을 내뱉고, 괜히 화풀이 하듯 긴토키의 옆모습을 노려봤다.

그리고 곧 바로 자신의 발밑으로 눈을 돌린다. 너무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면, 이 남자에게 곧장 들키기 때문이다.


시선을 떨군 채 걷고 있으니, 갑자기 오른쪽 어깨에 손이 둘러지고 휙 끌어당겨졌다.

무심코 왼쪽으로 비틀거리던 히지카타의 바로 오른쪽을, 한 대의 오토바이가 달려간다. 법정 속도 위반이다.

저 자식, 체포 해줄까.

달려가는 오토바이의 뒷모습을 째려보다 힐끔 시선을 올리자, 긴토키는 비틀거린 히지카타를 몸으로 받아든 채로, 빙긋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대단한 역할 연구다.


히지카타가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한숨을 뱉으니, 긴토키는 웃는 얼굴인 채로 꿈틀 관자놀이 부분을 경련 시켰다.


「어이어─이, 도와줬으니까 감사 정도는 해줘도 괜찮지 않아? 것보다 적어도 『고마워 긴토키 씨v』같은 연기라도 하라고. 직무 태만입니까 요 녀석아─.」


은혜라도 배푸는 듯한 긴토키의 대사에, 히지카타의 이마에 빠직 핏대가 선다. 이런 말을 하니까 감사 할 마음이 들지 않는 거다.


「누가 감사따위 말하겠냐. 그 정돈 네놈에게 도움 받지 않아도 피할 수 있다고.」

「실컷 멍하니 있었던 주제에 무슨 소리야? 너 그거 누가 봐도 명백한 억지니까. 팔씨름으로 여자에게 져놓고 『적당히 봐준 거야.』라고 말하는 중학생 남자 수준이니까.」

「뭐야 그 미묘한 비유! 네놈의 중학 시절과 동일시하지 마!」

「누가 내 실제 경험이라고 말했냐아아! 그런 추억이 있는 것은 오히려 네놈이잖아!」

「이 자식이…!」


히지카타는 대답하려던 입을 다물었다. 근처에서 인기척을 느낀 것이다.

비록 감시자가 아닌 일반 통행인이라도, 이 모습으로 고함치고 있는 것을 들어버리는 것은 위험하다. 히지카타는 한 번 아래를 향해 입 안에서 혀를 차고 나서, 「토시에」의 표정을 다시 만들어 얼굴을 들었다.


「죄송해요, 고마워요 긴토키 씨.」


살짝 미소 지으며, 목소리도 가성으로 바꾼다.

오른쪽 어깨에 둘러진 채인 긴토키의 손이 떨어지지 않게 바짝 달라붙고, 왼손으로 긴토키의 키나가시의 부분을 살며시 잡았다.


「…잠시 이대로 걸어도, 괜찮을까요?」


고개를 숙인 얼굴에서 시선만 들어 올리며 묻자, 긴토키의 몸이 한 순간 굳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가 굳어질 정도로 기분 나쁜 건가. 나도 내 스스로가 기분 나쁘다고. 연기하라고 한 것은 네놈이니까 마음껏 후회해라.)


히지카타는 마음 속으로 흥하고 코웃음 쳤다.


지금 같은 긴토키의 반응은 최근 몇 주동안 몇 번이나 경험했다. 자신과 비슷한 체격의 여장남자에게 바짝 붙게 되면 그건 당연한 반응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쪽도 마지 못해 하고 있는 거니까,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조금 화가 난다.

거기서 히지카타는, 최근에는 반대로 일부러 열띤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냥 좀 익숙해져라」라는 무언의 압박이 반, 나머지 반은 괴롭힘이다.


「아─…물론. 상관없다고?」


상냥하게 말하며 어깨를 고쳐 안는 긴토키에게 기쁜 듯 미소 지어보이자, 긴토키의 손이 움찔 떨린다.

오른쪽 어깨로 그것을 감지한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어깻죽지에 살짝 이마를 맞대고 표정을 숨겼다.


반쯤 괴롭힘 목적으로 연기를 상승시켜 두고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최근의 긴토키는 반응이 너무 과잉스러운 거 아닌가.

「그녀에게 보조를 맞춘다」같은 세세한 역할이 가능할 만큼 요령이 좋다면, 히지카타의 연기에도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익숙해지지 않을 정도로, 싫다는 건가.)


어쩔 수 없으리라. 어쨌든 긴토키와 히지카타는 견원지간이다.

연인사이의 대화 따위, 얼굴이 굳어지는 게 당연한가…라고 자신을 납득시키려던 히지카타는,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닫고 굳어졌다.


그러면, 자신이 아무런 혐오감 없이 긴토키에게 바짝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어째서지.

소름 돋는 자신의 연기에 구역질을 느끼면서도, 긴토키의 팔을 잡는 것 자체에 주저는 없다.

모래를 뿜어내는 것 같은 달콤한 대화에 마음 속으로 얼굴을 찌푸리고 있어도, 어깨에 둘러진 긴토키의 손을 뿌리치고 싶지 않다.


…그것은, 어째서.


「토, 토시에 씨…?」


긴토키의 어깨에 이마가 붙은 채 굳어버린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당황한 듯 말을 건다.

그러나, 새하얘지기 시작한 머리를 필사적으로 회전시키고 있는 히지카타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아아아아아니 기다려. 아냐, 다르잖아. 이건 일이다. 나는 일이니까 딱 단정짓고 있는 거고, 빌어먹을 천연파마와는 업무에 다른 마음가짐이 틀리다고. 단지 그 뿐인 얘기잖아. 그 밖에 뭐가 있다는 거야 특별한 건 없어. 나도 일이 아니었으면 이 자식과 이런 끈적끈적…)


「싫다아, 뜨겁네 두 분.」


(그래, 타인에게 뜨겁다 같은 걸로 여겨지는 건……읏!?)


히지카타는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얼른 몸을 떼어 놓았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눈을 돌려, 상인풍의 옷을 입고 있는 중년의 남자를 보고, 조금 전의 대사는 이 남자의 것이라고 눈치챈다.

그리고 긴토키의 얼굴에 시선을 돌리고, 그 눈에 조금 곤란한 듯한 기색을 알아채고, 팟 고개를 숙였다.

…아마 이걸로, 주위에는 「연인에게 어리광 부리고 있던 것을 남에게 보여 쑥스러워 했다.」라고 보일 것이다.

한 순간이라고는 해도 감시자의 눈을 잊어버린 것에, 히지카타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는 토시에의 외모에 넋을 잃고 보다, 그 행동에 흐뭇함을 느낀 듯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바로 옆에 오토바이가 다녀서 무서웠던 거 아니었어? 안 된다구 형씨, 이런 교통량이 많은 길은 남자가 차도 측을 걷지 않으면. 이런 미인의 애인, 제대로 지켜 주지 않으면. 안 그래 아가씨?」


붙임성 좋은 미소를 향해, 히지카타는 애매한 미소를 돌려주었다. 무서워 했다던가 지켜졌던 건 바라던 게 아니었다만, 여기서 그런 얼굴을 할 수 있을 리도 없다.

「토시에」로서 일반인을 접해야 할 때가, 히지카타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어이어이 아저씨. 내 소중한 애인에게 함부로 말 걸지 말아 줄래? 헌팅이라면 다른 곳에서 해줘.」


히지카타를 감싸기 위해 앞으로 나온 긴토키가 장난스럽게 그렇게 말하자, 아니아니 그럴 생각은, 하고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자신의 오른손에 있는 가게를 가리키며, 이 가게의 주인이야, 괜찮다면 들려 줘, 라며 장사꾼 다운 미소를 보인다.


「뭐야 호객꾼이야?」

「뭐 그런 거지. 어때 형씨, 애인에게 선물로 빗이라도 하나. 우리는 좋은 물건이 가득이라구~」


빗인가. 히지카타는 가게 주인의 손가락 끝을 쫓아 가게에 늘어선 물건에 눈을 돌렸다.

과연, 질 좋은 빗이 늘어서 있다. 아무래도 여기는 전문점인 것 같다.


(가발도 빗는 건가…?)


히지카타는 빗을 바라보며 오른손으로 스르륵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몇 주 동안, 목욕 이외 쭉 착용하고 있는 가발은, 군데군데 꼬이고 있다. 어떻게든 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만, 해결사에 있는 빗이라고 하면 카구라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뿐이다. 가발을 빗기 위해 빌려달라고는 그 소녀에게는 말하기 어렵고, 조금 곤란하던 참이었다.


사 버릴까. 아니 그치만, 여성용 빗 따윈 이 일이 끝나면 쓸모가 없고, 일부러 전문점에서 안 사도 편의점 같은 데에도 있지 않을까. 그야말로 남녀공용 같은 싸고 심플한 것이. 그걸로 됐나. 아, 하지만 그 플라스틱 녀석으로 가발 빗으면 엄청 얽힐 것 같은데. 정전기라든지 일어날 것 같고….


히지카타가 멍하니 생각하고 있자, 그 시선을 쫓던 가게 주인이 빠르게 말을 걸었다.


「오! 아가씨 그것이 마음에 들었나? 보는 눈이 있는 걸. 그 회양목 빗은 최고야. 긴 머리도 얽히지 않고 부드럽게 빗어지고, 정리한 머리카락에 비녀 대신 꽂아서 쓸 수 있으니까.」

「에, 아, 아니…」


황급히 가로막듯 손을 올리지만, 가게 주인은 판매를 그만두려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장발 미인의 토시에를 절호의 손님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이것저것 토시에의 외모를 칭찬하며 빗을 권했다.

아마 가게 주인의 말은 지금에 한해서는 빈 말이 아니겠지만, 히지카타에게 있어서는 미인이다 뭐다 하는 말은 기쁜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다지 듣고 싶지 않은 말이 많아서, 히지카타는 약간 관자놀이 부근을 경련시켰다.


「아가씨의 요염하고 우아한 여성에게 딱 맞는, 소극적이고 품위 있는 장식이…」

「아─이제 됐다고 아저씨! 시끄럽다고! 설명이 장황해!」


히지카타가 조심스러운 미소 아래로 초조해함을 감지했는지, 긴토키가 가게 주인의 손에서 확 빗을 빼앗았다.


붙임성도 상품도 좋은데, 상대가 나빴구만 하고 히지카타는 내심 쓴 웃음을 짓는다.

이쪽도 빗은 조금 원했지만, 뭐 편의점에서 사는 걸로 하지. 서로 사이가 나빴구만…

 

그렇게 생각하며 가게를 뒤로 하려고 했지만.


「장황하게 말 하지 말고 얼른 포장하라고. 얼마랬지?」

「에?」


긴토키가 빼앗은 빗을 그렇게 말하며 주인에게 넘긴 것에, 히지카타는 어안이 벙벙했다. 제대로 가성으로 반문할 수 있었던 것을 칭찬하고 싶을 정도다. 게다가 주인에게 가격을 들은 긴토키가 다소 깎고도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지불해서, 히지카타는 한층 더 놀라서 긴토키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조금 전 자신이 가발에 손을 댄 것을 본 걸까? 그걸로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간파했다던가?

그래서, 사 주겠다는, 것인가? 이 녀석이, 나를 위해서?

그런 바보 같은.


멍하니 있는 히지카타의 눈 앞에서, 종이 봉지에 싸인 빗이 긴토키에게 전달 됐다.

그 봉투가, 그대로 휙 히지카타에게 떠밀려졌으므로, 히지카타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에, 잠…」


의문스럽다는 듯 긴토키의 얼굴을 보면, 「연인」의 얼굴로 생긋 미소 짓는다.

「상냥한 남자친구라 행복하겠네.」라는 가게 주인의 말에, 히지카타는 영문을 모르는 채로, 반쯤 순수하게 뺨을 붉혔다.


빗 가게에서 돌아오는 길을 걸으며,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옆모습을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감사를 말해야 할까. 가난뱅이 주제에, 상당한 가격인 것을 사 준 것에 대해서?

아니면, 제대로 이유를 물어봐야 할까. 왜 네놈이 날 위해, 라고.


「…어이, 해결사…저기…」


히지카타가 주저하면서 입을 열자, 긴토키는 신이 난 얼굴을 히지카타에게 향하고, 빗 봉투를 가리키며 가볍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 너 알고 있냐? 그 가게의 빗 엄청나다나 봐. 천연 파마도 스르륵 빗어져 얽히지 않는다는 선전 문구 쓰더라고? 실은 전부터 신경 쓰였는데, 비싸서 좀처럼 살 수가 없어서 말이지이. 아니 엄청나네 진짜. 영수증 주면 경비로 나가는 거지?」

「네놈이 쓰는 거냐아아아!」


히지카타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 쳤다.


역시, 히지카타를 위해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긴토키 자신을 위해. 게다가 경비는 이쪽 부담.

그렇다. 이 녀석은 이런 남자였다. 히지카타는 몇 초전 자신의 무름에 현기증마저 들었다.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친 히지카타에, 긴토키가 즉각 외쳤다.


「내가 빗 사용하는 게 뭐가 나쁘냐아아! 그거 놀리는 거냐? 나는 빗 따위 쓰지 않아도 찰랑찰랑하거든이라는 놀림이냐!? 손가락 빗질로 착 스트레이트입니까 요 녀석아─! 뭐야 그거 손가락 끝에서 마요네즈라도 나오는 거 아냐─!?」


그 대사에, 히지카타의 어딘가가 빠직 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졌다.


「나오겠냐아아아! 그런 기적의 능력이 있으면 머리 세트 보다는 식사 때에 활용한다!」

「잠깐 이 사람 기분 나쁜데요! 자신의 몸에서 나온 걸 먹으려고 하고 있는데요! 네놈 그건 젖소가 우유를 먹는 거라고!」

「송아지는 우유로 자라니까 전혀 이상하지 않잖냐! 오히려 완벽한 자급자족 시스템이잖아 배워라 가난뱅이!」

「부모 소가 자신의 젖 마셔버리면 이상하잖냐! 그건 비유하자면 당뇨의 인간이 달콤하다고 자신의 소변을…」

「마요네즈를 배설물 취급 하지 말라고오오오!!!」






결국.

그 후, 작은 목소리로 끝없이 다투면서 해결사로 돌아와버렸다.

회양목 빗은, 이 안방의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져 있다.

히지카타는 책상에 팔꿈치를 붙이고 담배를 입에 물며, 그 빗을 지긋이 노려보고 있었다.


…긴토키는 이것을, 정말로 스스로 쓸 용도로 산 걸까.

이제서야, 히지카타는 다시 그것을 의문스럽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역시 그건 토시에를, 히지카타를 위해서 산 것이었으며, 이 후의 대화는 그것을 속이기 위한 것에 불과했던 건 아닐까.


지나친 생각일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한다. 긴토키가 그렇게까지 히지카타에게 친절할 리가 없다, 고.

하지만 그 한 편으로, 의혹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건 왜냐하면.


히지카타는 눈을 감고, 낮의 긴토키의 언동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주도면밀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보조를 맞추는 것도, 고민 중에 말을 걸지 않는 것도, 전부.

「연인 같은 취급을 해라」라는 의뢰를 했기 때문에,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써주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다르다.


그 가게의 주인에게 듣고 깨달았지만, 긴토키는 이 몇 주간, 일부러 차도 측을 걷는다는 것은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가 아니라, 「하지 않았다」다.

생각해보면.

단차에서 손을 내미는, 이라던가. 이쪽의 짐들을 들어준다, 던가.

그런 「연약한 여자」라는 취급을 긴토키는 일절 하지 않았다.

히지카타가 긴토키에게 「여자 취급」을 받고 있다고, 느낀 것은, 가성으로 나눈 흔한 대화 속에서만.

그건, 아마도.


긴토키가, 그런 배려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히지카타가 「여자 취급 받고 있다」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발걸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맞추고 있던 것은, 여장하고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답답함을 히지카타가 느끼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감싸준 뒤에 열받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보호된 히지카타가 감사를 말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것이다.

남 앞에서 연인 사이의 연기를 한 다음 쓸데없는 싸움을 걸어 오는 건, 여자 취급 받은 히지카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연일 여장하고, 다른 곳에서 숙박하고, 본의 아니게 연기를 하고,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런 생활을 며칠이나 계속하고 있는 히지카타가, 줄곧 자신의 페이스를 무너뜨리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것은.



히지카타는 책상 위의 재떨이를 끌어당기며, 툭하고 담뱃재를 떨어뜨렸다.

그러고 보니, 이 재떨이도 어느새 이 방에 있구나. 그렇게 생각해내고, 한 순간 뜬 눈을 곧바로 가늘게 뜬다.


이 해결사의 멤버들은 누구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응접실에도 없는 안쪽 방에 상비된 재떨이.

「무엇 때문에」라고 말할 정도로, 히지카타는 바보가 아니다.



그것도, 이것도.

「토시에」가 아니라, 「히지카타」에 대한 배려다.



이래서야 회양목 빗이 히지카타를 위한 것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히지카타는 왠지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되어 머리를 싸맸다.


알고 싶지 않았다.

아니, 긴토키가 깨닫지 못 하게 했던 것에 자신이 감쪽같이 속아버린 채, 라고 하는 것도, 아주 대단한 패배감이 있어서 싫지만.

그러나 깨달아버린 것에서.


어쩌자는 거냐.


사카타 긴토키라는 남자가, 실은 터무니 없이 「좋은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상냥함이, 평소 사이가 나쁜 자신에게도 차별 없이 향하고 있다는 걸 알고.

…그 배려가, 마음에 깊게 스며들어버리고 있는 자신도, 깨달아버렸는데.


「………어쩌라는 거야…」


히지카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라고.


「뭐가?」

「으와아아아아!?」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히지카타는 무심코 코함을 질렀다.

당황해 뒤를 돌아보면, 잠옷을 입고 목에 타월을 걸친 긴토키가 뒤로 젖히고 있었다. 히지카타의 큰 소리에 되려 놀란 모양이다.


「뭐, 뭐야 깜짝 놀라게 하지 마 요 녀석아─.」

「이쪽이 할 말이다아아! 갑자기 등 뒤에 서 있지 마!」

「하? 뭔 소리야 너? 별로 나 기척이라던가 지우지 않았잖냐.」


마음 속으로 신기하다는 듯 들으며 히지카타는 말을 잃었다.


기척을 지우지 않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기 전까지 전혀 알아채지 못 한 자신은, 얼마나 방심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읏.」


화악, 히지카타의 뺨에 붉은 빛이 달렸다.


이 몇 주간, 생각하는 것은 많았지만, 주위의 낌새를 깨닫지 못 할 정도로 사고에 몰두한 적은 거의 없다. 어쨌든 변장하고 감시 당하는 입장이다. 마음이 헤이해질 것은 아니다. 이 해결사의 집 안에 있을 때에도, 항상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긴토키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 했다는 것은.


주위의 경계가 소홀해질 정도로, 긴토키에 대한 사고에 깊이 빠져있었다고, 하는 건가.

아니면, 경계하는 대상이 안 될 정도로, 긴토키의 기척에 익숙해져 마음을 열고 있었다고, 하는 건가.

…어느 쪽이든 너무하다.


수치에 얼굴이 빨개진 히지카타를 보고, 긴토키는 눈을 크게 떴다.


「에, 뭐, 뭐야 너, 잠깐, 무슨 일이야 어이.」

「윽, 아무것도 아냐…」

「아니아니아니,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잖아 그건. 확실히 뭔가 있다는 얼굴이잖아.」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냐. 죽인다.」

「거기서 적반하장!? 우와 싫네─어이. 평소 이 녀석의 아래에서 일 하고 있는 부하의 고생이 그려지는 구만.」

「아아?」


찌릿 눈빛을 날카롭게 뜬 히지카타를, 긴토키는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어 제지했다. 싸움을 시작할 생각은 없는 듯 하다.


「알았어 알았어. 이제 됐으니까 너 빨리 목욕이나 하고 와라. 드라마 아직 안 끝났으니까 이 틈에.」

「……아아, 그렇군.」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조악한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으나,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일어섰다.

확실히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드라마 시청을 끝낸 아이들과 목욕 시간이 겹쳐져 어수선하게 길어진다. 식은 목욕물을 다시 데우는 처지가 되면, 가스 요금이 아깝다고 그 소년이 걱정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뿐만이 아니다. 히지카타는 아이들보다 먼저 목욕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었다.


「아─맞다맞다, 변태 카메라라면 망가뜨려 뒀다고. 정말이지, 우리는 사내놈들과 아이밖에 없는데 뭐가 즐거운 건지.」


뜻밖의 긴토키의 말에 히지카타는 튕기듯 얼굴을 돌렸다. 긴토키의 손에는 소형의 장치가 올려져 있다. 착각할 것 없는 감시 카메라다. 상당히 고성능인 물건일 테지만, 렌즈 부분이 깨지고 있다.


「………」


히지카타는 멍하니 긴토키를 쳐다봤다.

감시 카메라가 있었던 것에는 놀라지 않는다. 적이 언제 잠입한 건지는 모르지만, 요즘 가끔 그런 종류의 것이 발견 되고 있었던 것이다. 해결사에서 살게 된 이후로 매일, 히지카타는 외출에서 돌아올 때마다 집안을 체크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목욕탕은, 들어가기 전에 엄중하게 확인하기로 하고 있었다. 어쨌든 옷을 벗고 가발도 빼는 거니까, 무심코 카메라에 비쳐 버리고 만다면 큰일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눈치 채지 못하고 입욕 모습이 찍히게 되는 것은 딱하다. 히지카타가 가능한 먼저 목욕을 하려는 건 그런 이유였다.

오늘 긴토키가 먼저 들어간 것은, 오랜만에 새벽 조사를 하지 않게 된 긴토키가, 말릴 틈도 없이 들어가버렸기 때문이다. 뭐 긴토키라면 비록 카메라가 있어도 어설픈 결점은 내지 않으리라고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설마 카메라를 발견해 떼어 낼 줄이야.

…정말, 이 녀석은 뭐 하는 놈이냐.


히지카타의 당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긴토키는 손 안에서 기계를 만지작 거리며 중얼거렸다.


「뭐야? 카구라가 목적인가? 지금 유행하는 로리콘이라는 녀석인가?」

「……별로 유행하지 않고, 녀석들의 목적은 오히려 나잖아.」

「어이어─이, 여기에 나르시스트가 있어요─. 정말이지 이러니까 좀 얼굴 좋은 녀석은 자의식 과잉으로 곤란하네.」

「뭣! 누가…읏.」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며 바보 취급하는 것처럼 여겨져 눈썹을 끌어 올린 히지카타는, 그대로 시비를 걸다 문득 멈췄다.

긴토키가 특히 걸어온 시비는, 때로는 그의 알기 어려운 걱정이 숨겨져 있는 거라고. 조금 전 깨달은 바 있다.

…지금의 것도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해결사에 설치된 몰래 카메라. 그것들의 타겟은 아무리 생각해도 「토시에」인데, 그것을 히지카타에게 전부 말하지 않고 부정한 긴토키.

그건, 즉.


「신경쓰지 마」라고 말하는 것이다. 분명. 히지카타가 해결사에서 지냄으로써 그들에게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을.


히지카타가 사과하지 않도록, 감사도 하지 않도록, 일부러 시비 거는 듯한 말투를 하고.


「…~읏」


마음 속이 술렁거린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히지카타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런 배려하는 방법은, 이 외엔 모른다.


「뭐야. 무슨 일 있어?」

「…아무 것도 아냐…목욕, 다녀 오지.」


의심스럽게 물어오는 긴토키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히지카타는 고개를 숙인 채 발길을 돌렸다. 긴토키가 깊게 추궁하지 않으려는 것을 다행히, 성큼성큼 걸어 문을 연다.

거실에서는 가경에 들어간 모양인 드라마가 몹시 극적인 음악을 연주하고 있고, 히지카타의 머리를 쓸데없이 빙글 흔들었다.




방을 나서며 어깨 너머로 돌아보니, 긴토키는 책상 위의 빗에는 눈길 조차 주지 않고 손으로 머리를 빗고 있다.

역시 그거 쓰지 않잖냐 네놈, 하고 소리 내지 않고 중얼거린 히지카타는, 아무래도 참을 수 없어 재빨리 욕실로 향했다.

제5훈 습관이란 건 무서워



아침, 눈을 뜬 이후로 이불에서 벗어나자, 부엌에서 좋은 냄새가 감돌았다.

신파치는 지금 생활을 신에게 감사했다.


철이 들기 전에 모친을 잃고, 더욱 어릴 적엔 아버지를 잃은 신파치에게 있어, 부엌에서 풍겨 오는 향기라 하면 탄 냄새를 훨씬 넘는 숯 냄새 밖에 없었다.

그것을 저지하려면 자신이 부엌에 서 있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었고, 어린 신파치는 그 작은 손에 식칼을 쥐게 된 것이다.

뭐 그 덕분에, 요리를 비롯한 가사 전반을 해낼 수 있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가, 하고 자신을 납득시켜 보지만… 역시, 식욕을 돋우는 냄새에 눈을 뜨는 아침, 이라는 생활에 대한 동경은 남다른 것이었다.


거기에 와서, 이것이다.


이불 속에서 잠결에 들리는, 리드미컬한 식칼 소리.

눈을 뜨면, 밥이 지어지는 냄새와 「까매지지 않는」 생선 구이의 향기.

감격의 눈물 한 방울도 넘쳐흐르는 것이다.


(아아, 이 얼마나 상쾌한 아침인가!)


이 생활이 시작된 지 벌써 며칠이 경과했지만, 이 기쁨은 진정되기는 커녕 증폭되어갈 뿐이고.

신파치는 오늘도 덩실덩실 춤추는 마음을 안고, 이불을 개고 부엌으로 향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부엌 문을 빠져나가, 서 있는 등에 대고 말을 건다.

탁탁 하고 도마를 울리던 그 사람은, 긴 흑발을 흔들며 돌아봤다.


「으응, 일찍 일어났네.」


그렇게 말하며, 조금 웃는다.

입가에는 옅은 붉은 빛.

붉은 빛의 땅에 솔잎 무늬를 흩뜨려 놓은 기모노는 조금 수수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녀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뒷받침 해주는 것 같아서.

신파치는 복잡한 한숨을 흘렸다.


조금 입가를 올렸을 뿐.

그 미소는 본래, 결코 붙임성이 좋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닐 텐데.


(외관은, 위대하네.)


요 며칠, 몇 번 생각했는지 모르는 것을, 또 신파치는 생각하고 말았다.

이 사람이 본래의 모습으로 여기에서 같은 일을 했다면, 자신은 무심코 반 걸음 물러나 있을텐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역시 지금 현재의 자신이 이 사람에게 갖는 호감은 사라지지 않아서.

인간이라는 것은 정말 시각에 의존하고 있는 생물이라고, 이런 곳에서 실감한다.


무엇보다, 이 사람이 내뱉는 대사의 말투가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것도, 그 목소리가 자기보다 낮은 것도, 이미 신경쓰지 않게 되어 버렸으니까.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 나, 하고 가볍게 자기 태클을 걸며, 그래도 아침 식사의 향기로 좋아진 기분은 막을 수 없기에, 신파치는 미소로 화답했다.


「토시에 씨야말로, 늘 죄송합니다. 매일 밥 만들게 해서.」


게다가 4인분, 하고 고개를 숙이자, 토시에…라고 불린 히지카타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신경쓰지 마. 것보다, 그런 계약이니까.」


거래니까 고개 숙일 필요는 없어.

그렇게 말하고 도마를 향해 다시 몸을 돌린 히지카타를 보고, 신파치는 자신의 감사를 바쳐야 할 상대를 신 외에 또 한 사람 떠올렸다.

그 인물은, 지금, 벽장에서 게으르게 잠만 자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이 녀석 당분간 우리 집에서 생활할 테니까.」


그렇게 선언한 긴토키에게, 신파치는 단지, 끔뻑하고 눈을 깜빡였다.

『그런 이유로』니 뭐니, 그것이 귀가한 긴토키의 첫 마디다. 어법도 전부 잘못 되어 있다.

본래 그의 역할을 감안하면, 여기서 큰 소리로 태클을 걸고 설명을 요구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뜻밖이어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는 것이 본심이다.


「저기…어째섭니까?」

「왠지 이 녀석 적에게 위협받고 있다고 하는 그런 거. 마요라 주제에 납치될지도 모르겠다 같은. 정말 귀찮아─」

「왜 거기서 얕보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 어이. 것보다 지금 너 마요라 바보 취급 했지 사과해라 짜식아.」

「아아…왠지 이제 됐어요.」


이 사람들에게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면 해가 저물겠어. 신파치는 그렇게 판단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즉 히지카타 씨가 어떤 의뢰를 추가했을 것이다. 그것만 알고 있으면, 뭐 됐어.


「저는 별로 상관 없지만요.」


의뢰료가 추가 되는 거라면, 이라고 마음 속으로 덧붙인다. 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은, 어차피 긴토키가 실컷 말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말을 해 히지카타를 화나게 할 필요는 없다. 이 무서운 남자에게 시비를 건다는 건 신파치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상관 없는데, 카구라는 어떨까, 하고, 신파치는 건너편 소파에 앉아 있는 소녀에게 눈을 돌렸다.


카구라는, 이 해결사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 기분은 신파치도 마찬가지지만, 누나와 함께 사는 집이 있는 신파치와 달리, 카구라는 이 해결사야말로 「내 집」이다.

거기에 다른 사람이 발을 디디는 걸, 괜찮다고 할까.

카구라는 그럭저럭 나이가 찬 여자이고, 더욱이 상대는 평소 늘 싸우고만 있는 진선조의 인간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카구라는 자신과 달리, 이 사람을 화나게 할 만한 발언을 주저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럼 무슨 말을 하려나, 식은 땀을 흘리며 카구라를 보자, 소녀는 팔짱을 끼고 뭔가 생각하고 있다.

긴토키도 히지카타도, 처음부터 이 소녀가 최대의 난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카구라의 발언에 무심코 움츠리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소녀의 입에서 나온 것은, 뜻밖의 말이었다.



「그건, 토시 누님이 당분간 밥 만들어 준다는 거냐 해?」

「하」



카구라의 말에, 정작 히지카타는 멍하게 눈을 깜빡였다.

애초에 「토시 누님」이 자신의 것이라고 이해하는 데도 몇 초가 걸린 모습이다.

하지만 긴토키의 반응은, 히지카타가 제정신을 차리는 것보다도 훨씬 빨랐다.

생각지도 못 한 카구라의 반응에 한 순간 눈을 크게 떴지만, 곧 빙긋 기분 나쁜 미소를 띄운다.


「그렇다구~카구라쨩. 당분간은 토시에 씨가 세끼를 만들어 주는 데다, 청소 세탁 그 외 여러가지 전부 해주겠다는 것 같은데~」

「진짜냐!」

「뭣!? 잠깐, 기다려 인마! 그런 이야기…」

「토시 누님, 세끼 반드시 흰 쌀밥으로 해주면 좋겠다 해! 쌀 먹지 않으면 밥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해!」

「들어어어어!」


고함 치는 히지카타의 양 어깨에, 긴토키는 툭 손을 얹고 과장스럽게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너, 생각해 보라고. 우리는 생판 남인 너를 한 지붕 아래로 들이는 거라고? 게다가 장기간. 체류비에 귀찮게 한 값, 정신적 손해 배상금도 포함해서, 상당한 추가 요금을 받고 싶은 참인데 말이지, 관대하게도 식비 공과금에 가사 노동을 플러스한 것만으로 참아 주겠다고 말하고 있잖아. 이건 너, 출혈 대 서비스라고 요 녀석아─. 이 제안을 받지 않는 손은 없다니까. 안 그래? 네 계약 성립.」

「왜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는데 계약이 성립된 거냐 쿨링 오프 시켜라. 그리고 너의 정신적 손해라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화가 나는데. 오히려 이쪽이 배상금 청구해도 될까.」

「밥은 삼시 세끼 꼭 디저트 붙이라고. 간식은 하루에 세 번이고.」

「닥쳐 이 당뇨오오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옥신각신 끝에 결국 히지카타가 강행되어진 것이다.

역시 청소 세탁 그 외의 가사를 모두, 라는 건 단호히 저항했기 때문에, 그의 의무가 된 것은 취사 뿐이었지만, 카구라와 신파치는 그걸로 충분히 만족이었다.


신파치는 지어진 밥과 된장국 냄새를 재차 들이마시고, 미소를 띄운다.


「토시에 씨, 오늘 설거지, 제가 할테니까요.」

「그래? 미안하군.」


극히 자연스럽게 「토시에 씨」라고 부르고, 히지카타도 태연하게 이에 대답한다.

집 안과 밖으로 구분하고 있으면 머지 않아 허점이 보일 테니까, 하고, 히지카타 자신이 그렇게 부르라고 한 것이다.

감시의 기색에 빠른 연기가 능숙한 긴토키와 히지카타는 타인의 눈이 있을 때와 없을 때로 약삭빠르게 호칭이나 태도를 구분 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그들만큼 약삭빠르지 못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히지카타에게는 일관적으로 「토시에 씨」로 접하게 되어 있었다.

신파치가 본래의 히지카타를 잊을 정도로 토시에에게 호감을 품는 것에는, 여기에도 원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좋아, 슬슬 차이나 깨워라. 아침 밥 먹자고.」

「네!」


터벅터벅 카구라의 침실로 향하면서 신파치는 행복을 깊게 새기고 있었다.


(…이런 게, 어머니가 있는 가정이란 걸까.)


토시에의 「정체」를 떠올리지 않으려 하고 있으면, 그것은 매우 따뜻한 감각이었다.

…떠올랐을 때의 일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어~이, 돌아왔다고~」


긴토키가 귀가한 것은, 신파치들 세 명이 아침 식사를 다 끝냈을 무렵이었다.

요점은 외박이다. 다만 술을 마셨던 것은 아니다. 일이다.

최근 긴토키는, 밤중에 홀로 일하러 나갈 일이 많았다. 물론, 히지카타의 의뢰를 받고 은밀 조사다.


「아, 어서 오세요 긴 씨.」

「긴쨩 어서 와라 해~」


목을 울리며 거실로 들어온 긴토키를, 아이들은 웃는 얼굴로 맞이 했다. 평소에는 외박 등을 하고 오면 차가운 시선을 돌렸으나, 성실하게 일을 해 왔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


「생각보다 늦었네.」


식후의 휴식으로 담배를 물었던 히지카타도, 눈을 들어 긴토키를 봤다.

재떨이를 끌어당겨 지지고, 얼굴을 가리는 머리카락을 휙 기울이며 일어선다.


「어쩔래? 배고프다면 밥 준비하고, 먼저 목욕물 데울까? 아니면…」


히지카타는 여기서 스윽 눈을 가늘게 떴다.


「긴급하게 보고해야 하는 조사 결과가 있나?」



「……아─…」


긴토키는 벅벅 목 뒤를 긁었다.


「아깝다 해, 긴쨩…」

퍽!


카구라의 말은 뒤통수를 때린 긴토키에 의해 강제 중단 된다.


「그렇군. 목욕도 하고 싶지만, 다음이어도 괜찮아. 밥 먹으면서 보고 하지.」

「뭔가 잘난 척 하는 구만 이 녀석.」


히지카타는 눈썹을 꿈틀 하면서도,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라고 말하고는 부엌으로 사라졌다. 긴토키의 아침 식사를 준비 하러 갔던 것이다.

역시 여러가지 일이 있어도 성실하구나 이 사람, 하고 신파치는 감탄하며 그 뒷모습을 배웅한다.

긴토키는 털썩 소파에 앉아, 크게 숨을 내쉬었다.


「어라. 뭔가 긴 씨, 평소보다 피곤해 보이네요. 큰일이었습니까?」

「…뭐 그렇지.」

「신파치 다르다 해. 긴쨩은 실망하고 있다 해. 토시 누님이 아까 『아니면 나?』라고 할 거라 생각…」

퍽!


다시 카구라의 뒤통수를 때린 긴토키를 보며, 신파치는 쓴웃음을 짓는다.


히지카타가 토시에 씨의 모습으로 해결사에서 생활하게 되고 가장 당황하고 있는 것은, 재주 좋게 태도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을 터인 긴토키인 듯 했다. 반대로, 번갈아 가며 쓰고 있기 때문에 그 당혹감일지도 모른다.

카구라는 눈 깜짝 할 사이에 「토시 누님」에 익숙해져, 내용물은 히지카타라는 것을 잊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고, 신파치도 점점 「토시에 씨」에 익숙해져, 이 생활의 행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긴토키의 경우에는, 눈 앞의 미녀가 비록 아무리 아름답고 요염해도, 내용물은 「그」 히지카타라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히지카타로서 대하려 하고 있지만…때때로, 움찔 하며 굳어 있는 모습을 신파치는 목격했다.


그건, 「토시에 씨」가 훗, 부드러운 미소를 흘렸을 때라던가.

한밤중에 돌아와서, 테이블 위에 1인분 준비되어 있는 식사를 발견했을 때라던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있던 그가, 갑자기 눈을 들어 지긋이 보던 때라던가.


그런 때는 꼭, 후에 한 명, 엉망진창으로 머리카락을 휘젓고 있는 것이다.


즉, 어디까지나 「히지카타」로서 접해 있는 상대에게 어리석게도 깜짝 놀라게 돼서, 그런 자신이 믿기 어렵고도 용서할 수 없는 거겠지, 하고 신파치는 냉정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바…보 얌마, 다르다고! 정말이지 진짜 너, 뭔 소리야 너?」


긴토키의 언짢은 듯한 소리에, 마음의 소리가 새고 있었던 건가 하고 신파치는 초조해졌다.

그러나 그런 게 아니라, 긴토키의 눈은 카구라에게 향하고 있었다. 뒤통수를 얻어맞고도 오히려, 빙긋 싫은 미소를 띄우고 보는 카구라에게 격하게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바보지 너. 진짜 바보.」

「뭐가 바보라고?」


중얼중얼 계속 말하는 긴토키에게, 1인분의 식사를 쟁반에 얹어 거실로 돌아온 히지카타의 목소리가 겹쳤다.

긴토키는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것도 아니라고 퉁명스레 대답한다.

그 시선이 미묘하게 히지카타에게서 벗어나는 것 본 카구라는, 또 기분 나쁜 미소가 깊어진다.

다시, 긴토키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이었다.





「판매자를 알았어.」


입을 열자마자, 긴토키는 그렇게 말했다.

히지카타는 꿈틀 눈썹을 올린다.


바이러스와 백신의 뒷거래. 몇 명의 천인 상인을 검정으로 짐작한지 오래지만, 사실, 판매자가 누구인가, 하는 건 쭉 알지 못 한 채였다.

카마 아가씨 구락부에서 포박한 말단도, 긴토키에게 찾으라 보낸 상인도, 야마자키 등 감찰들이 찾아 온 천인도 전부, 아무래도 구매자로서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모양이다. 녀석들이 밀담하고 있을 때, 그 내용은 「공동으로 돈을 내지 않겠나」라거나, 「이익의 일부를 줄 테니까 손 떼라」라거나…요점은, 하나 밖에 없는 상품을 경쟁하는 사람끼리의 대화였다. 

중요한 판매자의 정체는 계속 수수께끼인 채 였던 것이다.


판매자를 알아내지 못 하면, 바이러스의 위치도 알 수 없다.

수사를 진행시키는데 있어 최대의 벽이었다.


그것을 알았다고 한다.


우물우물 쌀밥을 음미하며 말한 긴토키의 말에, 히지카타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보고를 하게 한 것을 후회한다. 긴토키의 모습은 아무래도 진지함이 없었다.

식사하면서가 아니라면 이 남자가 진지한 얼굴을 하는가라 말하면, 그것은 별개의 이야기지만.


「확실한가.」


낮은 목소리로 거듭 묻자, 긴토키는 젓가락을 움직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가 구매자 중에서 가장 유력하다고 했던 문어 같은 얼굴을 한 천인의 상인 있었잖아? 어제, 그 녀석의 저택을 한 번 더 조사하러 간 거였거든. 그랬더니, 본 적 없는 천인이 우주선 같은 걸 타고 와서…교섭 성립하고, 상품을 반입하려는 분위기였어.」

「………」


거래가 완료된 것인가.

히지카타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게 사실이라면, 계란말이를 입에 넣으면서 말할 내용은 아닐 것이다. 맛있다는 듯 음미하며 말해져, 긴장감이 빠진 것은 심하다.


…그런데 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어째서 이 녀석들, 계란말이를 내놓으면 이렇게 기쁜 듯한 얼굴을 하고 먹는 거지.

긴토키의 취향을 고려하고 달달하게 만들었기 때문에…는 아닐 것이다. 행복한 듯한 얼굴을 하는 것은 긴토키만이 아니다. 안경의 소년 등, 눈물을 흘릴 듯이 기뻐하며 먹고 있다.

뭐야 이 녀석들, 계란말이와 뭔가 추억이라도 있는 건가?…라고 여기까지 생각하다, 히지카타는 정신이 들었다.

긴토키의 긴장감 없음에 끌려다닐 때가 아니다.


「그래서? 그 남자, 찍어 온 거겠지.」


헛기침을 하고 그렇게 묻자, 긴토키는, 아아, 하고 지금 생각난 듯 품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고기능의 디지털 카메라. 히지카타가 빌려준 진선조의 비품이다.


「확실히. 그나저나 좋네 이거. 일이 끝나면 이거 주지 않을래?」

「도촬 예비군에게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 주는 바보가 있겠냐.」

「잠깐, 너 뭔 소리야? 도찰 따위 할 리가 없잖냐! 명색이 점프 히어로다 나는!」

「그 점프 잡지에서 당당하게 엿보기 하고 병졸에게 검문 받았던 녀석에게 들어봤자 설득력 없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너어어! 스토커냐! 고릴라의 영향입니까 요 녀석아─!」


예상 밖의 사실을 지적당해 무심결에 외쳐버리고 나니, 아이들의 차가운 시선을 깨닫고 흠칫 뺨이 움찔거렸다.


「…정말입니까 긴 씨.」

「최악이다 해. 여자의 적이다 해.」


회멸의 말을 던져서, 긴토키는 허둥지둥 손을 저었다.


「아니! 아니아니아니, 다르다고? 그건 엿보기 같은 게 아니라니까. 내가 공원에서 유유자적하게 있었더니, 마침 우연히 눈 앞의 집의 여자가 커튼 연 채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고. 보고 싶어서 본 게 아니라고 진짜로. 오히려 긴 씨 피해자니까!」

「어이 안경. 거기 점프 뭉치 속에서 나투로가 표지인 거 가져 와. 그래 그거.」

「그러니까 어떻게 아는 거냐 네노오오옴!! 너 매거진 파잖냐! 것보다 이런 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이야기를 원래대로 돌려놔! 자 이거어!!」


긴토키는 디지털 카메라를 조종하여 하나의 화면을 표시하고, 히지카타 앞으로 내밀었다. 너희들도 보라고, 옛날의 점프를 펴려던 아이들을 부른다.

아이들은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지만, 사진을 들여다본 히지카타가 험한 표정을 지은 걸 보고 테이블로 돌아왔다.


「…진짜냐.」


히지카타는 디지털 카메라의 화면을 응시하며 혀를 차고 싶은 걸 참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거기에는 두 명의 남자가 찍혀 있었다. 그 문어 상인과 또 한 명, 조사 리스트에는 실려있지 않은, 녹색 같은 피부에 기묘하게 떨어진 눈을 가진 천인이다.


「짐작가는 곳이라도?」

「이 녀석 개인의 얼굴은 본 적 없어. 하지만 뒤 쪽의 배의 마크는 본 기억이 있다.」


히지카타는 삐빅 디지털 카메라를 조작해 사진을 확대하고, 한 곳을 가리켰다.

녹색 피부의 남자 등 뒤에 있는 우주선 같은 은빛의 배. 그 표면에 그려져 있는, 사장(社章)과 같은 것.


「소위, 어둠 상인 조직이다. 전 우주 규모 말이지. 공식적으로는 생활 잡화에서 공장 기기까지라고 하는 정당한 물건을 매매하고 있지만, 뒤로는 무기나 마약이라던가, 뒤숭숭한 것도 취급하고 있다. 인신매매 같은 것도 하는 것 같다. 여기에 주문하면 뭐든 얻을 수 있다고 하여, 돈을 가진 녀석들 사이에서는 인기 있는 모양이야.」


우리 막부의 위쪽도 꽤나 신세를 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히지카타는 비꼬는 듯 그렇게 덧붙이며, 분한 듯 입가를 비틀었다.

설마 여기가 관련되고 있었을 줄이야. 이래서는, 아무리 찾아도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조직의 활동 범위는 전 우주. 즉 거점은 지구에는 없다. 어제 거래가 성립했다는 것은, 즉 바이러스는 어제까지 우주상에 있었다는 것이다. 진선조의 수사로 찾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것보다, 그 보다도.)


이 정도의 큰 조직이 관련되어 있다고 하면, 막부 상층부에는 이 거래의 정보는 이미 전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구의 위협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암거래. 그런데도 진선조에게 아무런 지시도 없다. 그 말은, 역시…


암묵적으로, 너희들은 개입하지 마라,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이 사항에 인간의 손은 들어오지 않게 할 생각인 것이다. 막부 상층부의 천인들은, 이 거래를 진심으로 저지할 생각 따위 없는 걸 지도 모른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 거래에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몰래 구매자로서 경쟁에 참가했을 가능성이.

……성가시다.


자신이 소속하는 조직이 풍기는 썩은 냄새에, 히지카타는 새삼 구역질이 났다.


「바이러스는, 이미 문어 상인의 손에 넘어간 거지?」

「대화를 들은 것만으로는, 그렇게 보여. 실물은 대강 저택을 찾았다 정도로는 발견 되지 않았지만.」


히지카타의 물음에 긴토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유력한 건 진선조가 감시만 하고 있는 사이, 경쟁에서 이겼다는 거겠지.

…막부도, 경쟁에서 진 것일까. 아니면 문어 상인과 막부가 결탁해서 낙찰된 걸까.

두통을 참 듯 이마에 손을 댄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다만, 하고 덧붙였다.


「백신 쪽은 아직 교섭 중이라는 느낌이었어.」

「…그렇겠지. 백신이 갖고 싶다는 녀석은 그 밖에도 산더미만큼 있다. 경쟁시키고 가격을 상승시킬 생각인 거 겠지.」


문어 상인으로서는, 바이러스와 백신을 혼자서 거두는 것이 이상적이다. 지구상의 인류의 생살여탈을 잡고, 다방면에서 돈을 뜯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재미있게 여기지 않는 자는 얼마든지 있다.

이익을 독점 시키고 싶지 않은 다른 천인 상인들. 지구를 자기 뜻대로 하고 싶은 막부 상층부. 바이러스가 만연했을 때에 자신만은 살아나고 싶다는 인간의 부호…그 중에는, 진심으로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지도 모르지만.

동기의 악의나 선의에 관계없이, 바이러스보다 백신 쪽이 수요가 크다. 판매자로서는 최대한 값을 끌어올리고 싶겠지.

히지카타는 확 눈살을 찌푸렸다.


구매자가 얼마나 거금을 털지 같은 건, 관심이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매우 곤란하다.


문어 상인은, 아마도, 인류를 사멸시킬 생각 따윈 없다. 지구에서 사는 천인 상인으로서, 인간을 멸하는 것은 황금 알을 낳는 닭은 목졸라 죽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막부와 결탁하고 있다면 더군다나.

그러니까 바이러스의 용도는 협박의 도구거나, 기껏 조금 유행시켜 백신을 높은 가격으로 팔아 치울 목적 정도일 것이다, 고 히지카타는 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지구상에 바이러스만 가져오고, 백신은 아마 아직 우주 위.

뭔가 불의의 사태가 일어나 바이러스가 유출되면 큰일이다.

급속히 퍼지는 병에 의해 백신의 수요는 더욱 높아지고, 가격은 더 치솟아, 교섭은 분쟁으로 번진다.


일반 시민의 손에 백신이 들어갈 때 까지, 어느 정도의 피해가 나올지.


불길한 상상에 오싹해졌다.


「이건 진심으로, 우물쭈물 거릴 순 없겠군.」


빨리 바이러스를 압수하지 않으면. 그런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빈정대듯 입가를 비틀었다.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네 말로는 이 천인도 어둠 상인도, 막부와 관계가 있는 거지? 너희들에게 수사 허가가 내려지긴 하는 거냐.」

「아아, 절대 내려지지 않겠지.」


시원스럽게 히지카타는 대답했다. 당연하잖아, 라고 하는 듯한 어조이다.

막부의 입장에서 보면, 바이러스와 백신을 그 손에 독점 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 그러나 그것은 진선조의 손으로 공개적으로 압수한 것으로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막부가 압수한 것이 분명한 바이러스가 세상에 널리 퍼지게 되면 가만히 있을 정도로, 세상도 바보는 아니다. 폭동이라도 일어나면, 막부는 오히려 손해를 입는다.

백신에 의한 이익을 당당하게 얻으려면, 바이러스의 유출 부분은 불분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만약 진선조에게 수사 허가가 나온다고 하면, 그건 세간에 알리지 않는 극비 수사로.

그리고 그 일이 끝나면, 진선조는 입막음으로 숙청되지 않겠나.

남의 일처럼 담담하게 설명하는 히지카타에, 신파치는 숨을 멈췄지만, 긴토키는 별로 흥미 없다는 듯 코를 후비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긴토키에게 나른한 듯한 목소리로 가볍게 질문을 받은 히지카타는, 보복하듯 가벼운 목소리로 퉁명스레 대답한다.


「그렇군. 뭔가 다른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불가항력으로』 이 저택에 파고 들어서, 바이러스를 『우연히』 발견하는 정도 밖에 없지.」

「…헤에. 그런 럭키한 우연이 일어날 것을 기다리는 거냐. 소원 빌기라도 할까?」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조롱하는 듯한 말을 하는 긴토키에게, 히지카타는 히죽 입꼬리를 올렸다.


「우연이란 건 당연히 노리고 일으키는 거잖아.」

「어─이, 누군가 국어 사전 갖고 와줘.」


그렇게 말하면서도, 긴토키의 얼굴은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히지카타의 대사는 예상 범위 내였던 것이다.

신파치는 어이가 없어져, 이 교활한 어른 두 명을 바라보았다. 카구라는 아까부터 호오, 호오 하고 수긍하고 있지만, 정말로 알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저택에 발을 디딘 곳에서 우연히 바이러스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미리 보관 장소를 정확하게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그거 이미 우연이라고 말 할 수 없죠.」

「이 저택 안에 수상한 장소는?」


신파치의 태클은 가볍게 흘리고, 히지카타는 긴토키에게 물었다.

긴토키는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젓는다.


「저택 안은 대충 조사해봤지만, 그런 수상한 장소는 없었다고. 그냥 보기에는 단순한 호화 저택이군.」

「그렇다는 건, 어딘가에 숨겨진 방 같은 게 있다거나, 저택과는 별도로 아지트가 있다거나…번거로운 걸.」


수사 허가도 없이 저택에 파고 들어서,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심층적인 손실」로는 끝나지 않는다. 일에 따라서는 정말 진선조가 무너질 수 있다.

히지카타는 턱에 손을 얹고 생각하다가, 이윽고 미간에 주금을 잡으며 혀를 찼다.


「어쩔 수 없이. 바이러스의 장소를 확인해두지 않는 한 이야기가 되지 않으니까, 일단 극비 수사를 속행한다.」

「…수사 방법에 변경은 없다는 건가?」

「아아, 또 작전이 바뀌면 알리지.」


그렇게 말하고, 히지카타는 일어섰다. 야마자키에게 연락을 하러 간다고 한다. 그것을 듣고 긴토키고 일어서다 허리의 목도를 떨어뜨렸다.

히지카타가 이 집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신파치도 카구라도, 그리고 히지카타도 혼자서는 외출하지 않았다. 적에 대한 조심이다.

긴토키만 혼자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그것은 긴토키에게 「나 혼자라면 어떻게든 된다」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있어서는, 오히려 그 사람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점으로 말하자면 히지카타도 실력에 자신이 있을 것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여성의 옷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것과, 대체로 적에게 노려지고 있음이 틀림 없다는 것이 있어, 혼자서는 외출을 피하고 있었다.

따라서, 히지카타가 나갈 때에는 반드시, 긴토키가 따라가게 되어 있었다.


「너희들 단단히 문단속 하라구. 엄마란다~라고 말해도 분필 먹고 목소리가 예쁘게 되어도 열지 마. 그거 늑대니까.」

「아니, 우리들 산양이 아니니까요.」

「분필 먹고 목소리가 좋아진다는 게 무슨 원리냐 해?」

「카구라쨩 이야기를 벌리지 마! 수습할 수 없게 되니까!」

「아니 그치만 나도, 그 부분은 옛날부터 의문이란 말이지…. 왜냐하면 분필이라니 너, 아무리 생각해도 반대로 목 아프잖아. 아니 목이 다치는 것만으로 끝날지 어떨지…」

「어이, 빨리 가자고.」


짜증 가득한 히지카타에게 재촉 당해, 긴토키는 살짝 어깨를 으쓱 하고 현관으로 향했다.


「너 좀 더 여유 갖고 살지 않으면 인생에서 손해만 보게 된다고? 세상만사도 여유다.」

「여유를 가져서 배든 뭐든 겹쳐져 있는 녀석에게 들어도 설득력 없어.」

「너 내 배 같은 건 본 적 없잖냐! 본 거냐? 언제 본 거야? 성희롱으로 고소한다 요 녀석아─!」

「사람을 엿보기 범처럼 말하지 마! 그만큼 단 것만 먹으면 치아랑 배가 어떻게 될 지 정도는 예상 간다고!」

「노란 콜레스테롤 덩어리만 먹고 사는 녀석에게 듣고 싶지 않거든!!」


의미 없는 말다툼을 계속하면서, 두 사람은 현관으로 가까워질 수록 목소리를 낮추어, 재주 좋게도 작은 목소리로 소리 쳐 가며 문을 열었다.

한걸음 나오는 것과 동시에 긴토키는 오른팔을 내밀고, 히지카타는 그것에 왼손을 휘감고 바싹 기댔다.


「낮에는 돌아올 거니까.」


그렇게 말하며 돌아본 두 얼굴은, 이미 아주 온화해서 행복한 것으로 되어 있고.

탁 하고 닫힌 현관을, 신파치는 거의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굉장하다 해. 진짜 연인 사이 같다 해.」

「…그렇네.」

「점점 진짜처럼 되어간다 해.」

「……그렇구나…」


카구라의 솔직한 감상에, 신파치는 쓴웃음을 지으며 수긍했다.

그 두 사람의 연기는, 처음보다도 확실히 잘 어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연기가 점점, 일상 생활에도 침식해 오고 있다. 신파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가면.

문득 떠오른 생각을, 신파치는 황급히 부인했다.


「얼마 안 있어, 진짜 연인이 될 지도 모르겠다 해.」

「………」


모처럼 자신이 삼킨 생각을 간단히 입에 내서, 신파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카구라의 대사를 부정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무섭다.


하지만.



가장 곤란한 건, 이 예상에 딱히 혐오감을 느끼지 못 하는 자기자신이다.

신파치는 그렇게 생각하고 천장을 바라보며,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제4훈 가끔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다시 봐라



이에야스 조각상의 옆에, 한 키 큰 여성이 서 있다.

이쪽에 등을 돌리고 있지만, 주위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그 사람이 상당히 미인이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다.

멍하니 바라보는 소년, 동경의 눈으로 응시하는 소녀. 한 번 지나가며, 놀란 듯 되돌아 보는 젊은이.

그것들을 대충 관찰하고 나서, 긴토키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늘씬하게 뻗은 그 등에 다가갔다.


「토시에 씨.」


긴토키가 그렇게 부르면, 그 미녀는 돌아서서 긴토키의 모습을 알아채고, 싱긋 미소 지었다.

주위의 질투와 선망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 것을 느끼고, 긴토키는 또, 몰래 한숨을 내쉰다.


긴토키와 토시에가 밖에서 만나는 것은, 이걸로 네 번째였다.






『여친 같은 취급으로 부탁하지.』


그렇게 말한 순간 얼어붙은 공기에, 히지카타는 불쾌한 생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본의가 아닌 것은 가능한 빨리, 가능한 한 가볍게 흘리는 느낌으로 전하자,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반응해버리면, 이대로 흘려보낼 수도 없다.

히지카타는 작게 혀를 찼다.


원래, 해결사에게 일을 의뢰하는 것 조차 바라던 것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막부의 일부분에 있는 진선조로서는 장애물도 많고, 생각처럼 수사도 못 하고.

게이바에서 어째선지 도움을 빌리는 처지가 되어버린 적도 있고 해서, 해결사에게 의뢰하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초조해지는데.


왜 자신이, 여장하여 해결사와 연락 관계가 되어야 하는 건지.


…뭐, 감찰은 전원 바쁘게 일하고 있다던가, 그 밖에 들키지 않을 것 같은 변장을 할 수 있는 병사가 없었다던가, 해결사의 방약무인한 일처리에 대응 가능한 것은 자기 뿐이라던가, 기타 다양한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 그것들을 고려하여 결단을 내린 것은 히지카타 자신인데.

그런 쓸데 없는 결단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는 것이, 더욱 화가 났다.

게다가, 「해결사의 연인적인 입장」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임무상 가장 편리하다, 같은 판단까지 자신이 내리는 것에 이르러서, 초조함도 절정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뭐라고?」


라니, 의아한 얼굴로 말하는 거라면.


히지카타의 짜증 미터는 탁 한계를 벗어났다.


「여·자·친·구·적인 취급을 하라고 말했잖아! 한 번에 알아들으라고 짜식아! 귀에 팝콘이라도 막혔냐 네놈은!」

「그런 거 귀에 넣느니 입에 쳐넣지! 우리 가계가 음식을 소홀히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지 마!?」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일어선 히지카타에, 긴토키도 힘차게 일어선다.


「것보다 뭐야? 여친!? 그거 뭐야, 고백? 고백인 거냐? 그런 오만한 고백, 즉행 죄송합니다다 요 녀석아─!」

「까불지 마 누가 네놈한테 고백 따위 하겠냐!」

「긴쨩 아깝다 해! 이런 미인의 고백 죄송합니다 해버리다니!」

「넌 입 다물고 있어!」


긴토키가 소리치자, 카구라는 부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신파치는 쓴 웃음을 짓고 그녀를 달래며, 서로 노려보고 있는 두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좀 진정하세요. 둘 다. 히지카타 씨? 여친이라니, 어떻게 된 겁니까?」


연하의 소년에게 차분한 목소리를 듣고, 무시하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 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히지카타는 힐끗 신파치에게 눈을 돌리다, 소파에 털썩 다시 앉았다.


「여자친구가 되어 달라고 말 안 했어. 여친 『대상』 취급을 하라고 했지. 요점은, 『가족도 오래 사귄 친구도 아닌데, 가끔 집에 오거나 밖에서 만나거나 해도 주위에 수상함을 주지 않는 그런 입장』으로 해달라는 거다.」


새로운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인 히지카타가 초조하게 그렇게 말하자, 긴토키도 다시,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라고, 번거롭네 네놈은! 큰 회전 초밥 집에서 놓쳐버린 접시를 주문 하지 않고, 다시 한 번 그 접시가 돌아 오는 것을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 정도의 번거로움이다!」

「네놈 쪽이 더 번거롭잖냐! 알기 어려운 비유 하는 거 아냐! 것보다, 나는 오히려 직구로 결론을 말했잖아!」

「결론뿐이라면 오히려 알기 어렵다고 모르는 거냐? 너 시험에서 수식 빼고 답만 써서 감점 당할 타입이지. 선생님께, 쉬운 거 실수 많네 아깝잖아~라던가 들어 버리는 타입이잖아!」

「시끄러어어! 나는 그래도 제대로 계산하고 대답 쓴 거라고! 아무 생각 없이 제멋대로 추측해서 『2』라던가 쓰는 너에게 듣고 싶지 않아!」

「얕보지 마라 요 녀석아─! 수학은 대개 『2』라고 써 두면 3분의 1은 정답이야!」

「당신들 무슨 이야기 하는 겁니까!!」


신파치에게 혼나고, 긴토키와 히지카타는 다시 살짝 들었던 허리를 동시에 털썩 소파에 앉혔다.

안 된다. 이래서는 전혀 이야기가 진행 되지 않는다.

그렇게 판단한 긴토키는,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화제를 원래대로 되돌리기로 했다.


「아─, 그래서? 뭐라고? 자주 만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입장?」

「과연, 그래서 여자친구입니까. 확실히 그렇다면 자연스럽죠.」

「싱겁구만, 해.」


끄덕이는 신파치에, 카구라가 거꾸로 쯧쯧 하고 손가락을 흔들었다.


「긴쨩한테 미인의 여친이 있다니, 그 편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해.」

「아, 그건 확실히.」

「어이 기다려 너희들.」


아무렇지 않게 흘려들을 수 없는 대사를 내뱉는 소년 소녀에게, 긴토키는 움찔 하고 뺨을 경련 시킨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긴토키에게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대화를 이어 갔다.


「그치만 괜찮은 겁니까 히지카타 씨, 이런 몹쓸 인간의 애인이라니.」

「어이 얌마 신파치? 뭔 소리 하는 거야 너.」

「…뭐, 전혀 좋지 않지만 어쩔 수 없잖아. 일이 일인 만큼 밖에서 만날 때는 목소리를 낮추고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고 말이지.」

「아아, 둘이서 소곤소곤 귀에서 속삭여도 의심 받지 않는 건, 연인 정도죠.」

「어이 뭘 멋대로 정하고 있어 잠깐.」

「잘 됐네 해 긴쨩. 이런 미인의 애인이 생기다니, 긴쨩의 인생에는 만에 하나라도 본래라면 없었을 터인 사태네 해.」

「기쁘지 않다고! 것보다 너희들 좀 기다리라고 했잖냐아아아!」


뭐야!? 뭐냐고 이 녀석들 진짜아아!

긴토키는 양손으로 벅벅 머리를 휘저었다.


이 녀석들의 나에 대한 언동이 그다지 경의가 부족해진 것은 평상시와 같지만, 뭔가 이 녀석들 오늘, 쓸데없이 히지카타에게 호의적이지 않아!? 특히 카구라! 평소에는 진선조의 패거리들에 대해 「비리경찰」이라느니 깔보는 눈으로 보는 주제에, 뭐야 오늘의 그 취급! …길들여진 거야? 먹이로 길들여진 거야? 아니면 「토시에 씨」를 「히지카타」와는 별도의 인격으로 받아들이는 거? 「미인+요리잘함=최강」같은 방정식인가!? 아니 확실히 나도 그 방정식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설령 절세의 미인이라도 요리가 능숙해도, 내용은 어디까지나 저 니코틴 마요 중독이라고 냉정하게 그 주위를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라고 너네드으으을!


마음 속으로 절규한 긴토키가 머리를 싸매고 숨을 죽이고 있자, 조금 전 보다 더욱 불쾌함이 커진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뭐냐고 네놈. 어쩔 수 없다고 했잖아. 불평만 말 하지 말라고.」


힐끗 눈을 뜨자, 「나도 진심으로 싫다고 진짜로.」라고 써 있는 것 같은 히지카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보고, 긴토키는 어째선지 불합리한 초조함을 느끼고 눈살을 찌푸렸다.


(뭐냐고, 스스로 말 꺼내 놓고. 그렇게 싫으면 부탁하지를 말던지.)


달리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의뢰하고 있다, 는 건, 물론 이해하고 있지만.

자신이 이렇게 짜증을 느끼는 이유를 알지 못 하고, 라고 할까 오히려 알고 싶지 않아서, 긴토키는 큰 부자연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고, 여친이네, 여친. 잘 부탁드립니다─.」


코를 후비며 의욕 없는 티가 나는 목소리로 말하자, 히지카타는 반사적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말 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여기서 그런 말을 해버리면, 또 이야기 탈선하여 돌아오지 않을 게 뻔하다.

이건 일. 일이다. 참자. 막부 관리의 이상한 천인을 상대하고 있다고 생각해라. 들은 체 만 체 하는 거다. 이 녀석은 당뇨 성인이다. 좋아, 이걸로 가자.


「아, 그럼 여친 씨.」

「뭐야 당뇨 성인.」

「누가 당뇨 성인이냐! 마요네즈 성인한테 듣고 싶지 않아!」


아차.

이야기가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생각을 무심코 소리 내어 버려서, 히지카타는 이마를 눌렀다.


「네놈이 이상하게 부른 게 나빠. 여친 씨는 그만둬 짜증나니까. …그래서, 뭐야 해결사.」


한숨을 섞으며 이야기를 되돌리자, 긴토키는 척, 히지카타를 가리켰다.


「그래, 그거.」

「아?」

「너, 일단 그 『해결사』라고 부르는 거 어떻게든 하라고.」


갑작스럽게 말하자, 히지카타는 꿈뻑, 눈을 깜빡였다.

긴토키는 나른한 듯 찻잔을 들어, 식어버린 녹차를 호로록 마셨다.


「여자친구, 잖아? 가게 이름으로 불렀다간 그게 더 부자연스럽다고.」


적어도 토시에 씨로 만날 땐 다른 호칭으로 하라고? 그렇게 말하자, 히지카타는 잠깐 눈을 크게 뜨고, 이어 생각에 잠겼다.


호칭, 인가.

듣고 보니 지당한 얘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불러야 하지?


「긴 씨」는 싫다. 가장 무난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왠지 공연히 화가 난다.

「긴토키」…도, 미묘하다. 내가 말하면 난폭하고 거친 인상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름을 반말로 부르면서 연인다움을 내다니 지극히 어려운 기술이다. 어미를 왠지 모르게 달콤하게 하는 정도 밖에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긴토키v」같은…아니 무리무리 진짜 무리. 소름끼친다.

「사카타 씨」인가? 이건 사무적인 느낌이 들고, 딱 단정 지어버리면 부르기는 편하지만…연인, 같은 느낌은 아니지. 역시.


그럼 남은 건.


「…긴토키 씨?」


고개를 숙이고 골똘히 생각하고 있던 상태에서 언뜻 눈을 들고, 불러본다.

그러자 긴토키는 성대하게 차를 내뿜었다.


「우와, 잠깐, 긴 씨! 괜찮습니까!?」

「긴쨩 더럽다 해.」


커흑컥, 하고 목구멍에서 터져나오고, 긴토키는 희미하게 눈물로 얼룩진 눈으로 히지카타를 보았다.


「뭐, 라, 너, 뭐라고?」

「아? …뭐야, 네놈이 호칭 바꾸라고 했잖냐.」


이쪽은 최대한 타협해서 골랐건만 뭐야 그 무례한 반응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히지카타가 노려보자, 긴토키는 히지카타에게서 미묘하게 시선을 피하며, 어딘가 모호하게 말을 돌렸다.


「그건 너,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어째서 하필이면 그 선택지? 『긴 씨』나 『긴토키』가 좋지 않아?」

「임무 상의 필요 조건과 내 허용 범위를 대조한 결과다. …뭐야? 뭔가 이상한가?」


『긴토키 씨』라고 부르면 곤란한 이유라도 있는 건가. 그렇게 추궁할 듯한 목소리로 말해서, 긴토키는 뺨을 긁었다.


「아니 딱히 이상한 건 아냐. 이상한 건 아니지만. 그런 호칭은 좀 처럼 없으니까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왜냐면 거 뭐냐, 그 밖에 『긴토키 씨』라고 부르는 녀석이라면…………어라? 진짜로 없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 씨」로, 즈라라든지 오토세 할망구, 그리고 고릴라가 「긴토키」잖아?, 겐가이 할아범은 「긴노지」고, 나머지는 「형씨」라든가 「사카타 씨」라든가…


대충 기억을 되돌아본 긴토키는 놀랐다. 정말로 찾을 수 없다.

이름 뒤에 씨를 붙인다니, 표준적인 호칭일 텐데.

보면, 신파치도 카구라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없단 기분이 드네요.」

「들은 적 없다 해.」

「에에? 잠, 진짜로? 진짜로?」


어째선지 조바심을 느끼고 더욱 깊게 기억을 파고들려는 긴토키는, 훗 하고 웃은 히지카타의 목소리에 생각을 멈추었다.


「그 밖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호칭인가. 좋잖냐. 연인 같고.」


긴토키는 한 순간 굳어졌다.


다른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퀄, 특별. 이퀄, 연인 같다. 이퀄…바라던 바…?

아─과연, 그런 건가.

…라니 어이.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잖아 그 발언!


「저기 너, 자신이 무슨 소리 하고 있는 건지 알고 있는 거야? 그렇게 긴 씨의 특별한 것이 되고 싶은 거냐 너는 요 녀석아─.」

「하아!? 기분 나쁜 소리 하지 말라고!」

「윽, 그러니까아! 먼저 그 『기분 나쁜 말』을 하는 건 너란 말이다! 」

「아? ……아아, 그런가…」


그런 건가.

기분 나빠서 뿜어낸 건가, 이 녀석은.


히지카타는 납득하는 것과 동시에, 가슴 속에서 뭔가 작은 검은 것이 깊게 파고드는 듯한 감각을 느끼고 눈살을 찌푸렸다.

「여친 취급」을 엄청 싫어 했을 때에도 느낀, 묘한 짜증.


평범하게 생각해서, 긴토키가 이런 의뢰를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물론 자신도 가능하면 참아 줬으면 하고,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피차일반, 이라고 생각하지만.

애인이라고 듣고 얼어붙을 정도로, 이름을 불리고 숨이 막힐 정도로, 싫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왠지 몹시 화가 났다.

아니 그야 싫겠지, 나도 싫고. 하고 머리로는 냉정한 의견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뭐야, 이거.)


이러면 마치, 긴토키에게 기분 나쁘다고 생각되는 것이 싫다든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은가.

「애인 같은 취급」을 싫어하지 않고 받아들여줬으면 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 아니아니아니, 그럴 리가! 그것만큼은 절대로 아니니까! 뭘 생각하는 거야 이 녀석아아아!?)


히지카타는 머릿 속에 떠오른 생각을, 반쯤 반항하듯 몹시 당황하며 지웠다.

정말이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는 대체.

그런, 특별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비록 피차일반이라고 해도, 기분 나쁘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지 그 뿐인 이야기다.


히지카타는 그렇게 억지로 사고를 중단하고, 후, 한숨을 내쉬었다.

긴토키는 그런 히지카타를 보고, 조금 곤란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이, 말해두겠지만, 너에게 『긴토키 씨』라고 불린 것이 기분 나쁘다고 한 게 아니니까 말야.」

「……아? 그럼 뭐였던 거야.」

「그러니까, 연인이라고 하는 걸 간단하게……아아, 이제 됐어.」


벅벅 머리를 휘저으며, 긴토키는 체념한 것처럼 깊은 한숨을 내쉰다.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히지카타는 깨닫지 못 한 모습으로, 호로록, 찻잔에 남아 있던 차를 홀짝였다.


…것보다 이 녀석, 전혀 모르고 있잖아.

자신이 지금 어떤 외견을 하고 있고, 그 언동이 어떤 영향을 주위에 주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어!!


긴토키는 마음 속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미녀인 것이다.

비록 내용물이 히지카타라도, 외관은 흠 잡을 데 없을 정도의 미녀인 것이다.

이런 미인에게 올려다보는 눈으로 「긴토키 씨」같은, 말끝을 올려 속삭이듯 불려진다. 속이 히지카타라고 알고 있는 긴토키조차, 평소 히지카타와 견원지간인 긴토키조차, 차를 뿜을 정도로 동요한 것이다.


게다가 「연인」이라던가 그런 아슬아슬한 발언을, 그다지 조심성 없게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게다가, 스스로 거기까지 말해 놓고 「기분 나빠」라든지. 그런 치켜세우다 떨어뜨리는 언행은 그만뒀으면 한다.


…라니.


(치켜세우다니 뭐가!? 떨어진다니 뭐가!! 어디로 올려세워져서 뭐가 떨어졌다는 거냐 나아아아!?)


자신의 사고가 부자연스럽다는 사실을 깨닫고, 긴토키는 스윽 핏기가 가시는 것을 느꼈다.


뭐냐고 지금. 지금 건 그거지, 즉, 나는 이 녀석에게 이름 불려지거나 「연인 같은」이라는 말을 들어 둥실 하고 들떴는데, 직후 「기분 나빠」발언이 나와 바닥으로 떨어졌다, 라던가, 그런 느낌의 그거지?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아─니이이이!!

그럴 리가 있겠냐아아아아!!


농담이 아니다.

지금 건 그거다. 단순한 방황이다 말이 그렇단 거다, 어느 쪽이냐. 아무튼 아니니까! 이 녀석이 쓸데없이 미녀인 게 잘못이니까!

긴토키는 마음 속에서 격렬하게 머리를 옆으로 흔들며 부정하고, 모든 책임을 눈 앞의 남자에게 떠넘기며, 외견상은 어디까지나 아무 일 없다는 듯 나른한 느낌을 가장하고, 털썩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럼, 밖에서 만났을 때는 『긴토키 씨』라고 불러. 나도 『토시에 씨』로 할테니까. 그래서, 밖에서 만날 때는 여자친구 취급인 걸로 위장하면 되는 거지?」

「아아, 그걸로 좋아.」


아무렇게나 말 하는 긴토키에게 히지카타는 또 짜증과 의아함을 느꼈지만, 추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세세한 계약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히지카타는 돌아갔다.

긴토키는 특별히 배웅하지도 않고, 묘하게 축 늘어진 몸을 소파에 기댄 채,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해서, 긴토키와 히지카타의, 아니, 해결사와 진선조의 계약은 성립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른다.




「긴토키 씨.」


긴토키는 돌아서서 미소 짓는 토시에의 팔을 잡고, 부드럽게 끌어당겼다.

딱 달라붙 듯 서, 웃음을 지으며 속삭인다.


「너 말야, 번번이 눈에 띈다고 웃기지 마 요 녀석아─.」


웃는 얼굴로 터져나온 낮은 목소리에, 토시에…히지카타는, 살짝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아? 뭐라는 거야. 눈에 띄는 것 따위 아무 것도 안했잖냐 네놈이야말로 웃기지 마라.」


표정에 어울리지 않는 불쾌함이 가득한 목소리는, 땅을 기어가는 듯한 저음으로 나왔다.


(몇 번이나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데, 이거.)


긴토키는 표정에 나타내지 않고, 마음 속으로 얼굴을 구겼다.


계약을 맺고 나서, 히지카타가 해결사에 온 것이 세 번, 밖에서 만나는 것이 이것으로 네 번.

날짜로 하면 2주가 경과하고 있다.

생물 병기의 부정 거래 조사는, 꽤 깊은 곳까지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 밖에서 만날 때에는, 항상 주위 시선을 경계해야 할 정도로.


긴토키는 토시에와 팔짱을 낀 채 걷기 시작했다.

달라붙어 걷는 두 사람은, 곁에서 보면 착각할 리 없는 연인 같은 종류다.

…대화 내용을 듣지 않는 한.


「그래서, 어떻냐 예의 천인의 저택은.」

「응─, 그 천인은 거뭇하지만, 그 저택에는 바이러스도 백신도 없는 것 같아.」

「…칫, 녀석들도 좀처럼 꼬리를 드러내지 않는 군…」


미소 짓는 입가를 움직이지 않고 혀를 차는 건, 굉장한 일이다.

이런 데이트스러운 밀회도 네 번째나 되면, 이젠 익숙한 것이었다.

긴토키는 끼고 있던 팔을 풀고, 토시에의 어깨를 껴안고 더욱 끌어당겼다.


「그게 말이지. 그 쪽은 꼬리를 드러내지 않지만, 저 쪽분들은 우리의 꼬리를 붙잡으려는 모양이야.」


다가간 귀에 겨우 들릴 정도로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인다.

히지카타는 순간, 반짝 눈을 빛냈다.


「무슨 말이야?」


낮은 목소리로 반문하면서, 그 얼굴은 부드럽게 확인하듯 미소 짓고,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긴토키를 들여다 본다.

왠지 이 녀석 나날이 레벨업하는 거 같은데, 긴토키는 되려 축 늘어진다.

그러나 이쪽도 얼굴엔 드러내지 않고, 웃는 얼굴인 채로 히지카타에게 대답했다.


「내가 최근 천인의 사유지를 탐색하고 다니는 것이 들킨 모양이야. 나나 신파치가 감시당하고 있어.」

「…과연. 어쩐지 오늘 파파라치가 많다 생각했어.」


히지카타는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

조금 전부터 쭉, 자신들에게 꽂힌 다수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오늘은 2할 정도 더 밀착하고 목소리를 죽이고 있다.

파파라치, 라는 표현에 긴토키는 웃었다. 실제로 토시에가, 파파라치가 붙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용모를 하고 있는 것이니까 더욱 웃음이 나온다.


「어이어이, 그럼 이거 보도 되는 거야? 잡지 실려버려? 긴 씨 마침내 언론 데뷔?」

「까불지 마. 너는 매주 모 만화 잡지에 실리고 있잖냐 그걸로 만족해라.」

「매주가 아니에요~. 가끔은 나오지 않는 주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좋아!」


언제나의 대응도, 이렇게 줄인 목소리로는 거기까지 히트 업 할 수 없다. 긴토키는 걸으면서 주위에 신경을 집중했다.

감시의 눈은 사방에서 날아오지만, 대화가 들릴 정도로 가깝지 않다. 하지만, 청각이 유난히 뛰어난 천인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심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었다.

감시원의 수는 하나, 둘…

…어라?

긴토키는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히지카타 너, 나 만나기 전부터 파파라치 붙지 않았어? 내가 혼자 있었을 때보다 수가 늘었는데.」

「아아. 녀석들, 우리가 게이바에서 잡은 말단 천인의 행방을 쫓아, 『토시에 씨』의 존재에 도달한 것 같아. 이틀 전부터 감시당하고 있어.」


히지카타는 길거리에서 배포되고 있는 티슈를 받아, 아르바이트로 보이는 청년에게 빙그레 웃으며 긴토키에게 대답했다.

청년은 잠시 멍하니 있고 나서, 허겁지겁 티슈 배포를 재개한다.

긴토키는 마음 속으로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과연. 저 쪽에서 발이 붙은 건가. 그래서, 천인의 집을 탐색하던 나와도 이렇게 만나고 있다고 하면, 녀석들에게 있어 너는 『검정』 결정이로군.」

「괜찮아, 그걸로. 내가 진선조의 일원이라고 알려지지 않으면 되는 거다. 원래 이런 사태를 상정하여, 내가 네놈과의 연락 담당이 되고 있는 거야.」


이걸로 만약, 다른 병사에게 해결사와 연락 관계를 맡겼다면, 진선조로 연결되는 실이 두 줄이 될 뻔 한 것이다.

녀석들에게 주는 단서는, 가능한 적은 것이 좋다.

히지카타가 스스로 해결사와의 연락 관계가 된, 가장 큰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수고하는구만. 응? 그럼 너, 지금 어디서 생활하고 있어? 둔소에는 출입할 수 없지?」

「지금은 일단 호텔 생활이다. 길어질 것 같다면 싼 하숙이라도 빌려야지.」

「호텔? 역시 공무원님은 부자구만 요 녀석─. 그건 경비냐? 우리의 세금에서 나오는 거냐?」

「세금 안 내고 있는 백수한테 듣고 싶지 않아.」

「누가 백수냐아아! 제대로 일 하고 있습니다~, 것보다, 지금 확실히 임무 중이잖냐 인마아!」


극히 작은 목소리로 소리친 긴토키가, 어깨를 감싸안은 손에 한층 힘을 넣고 히지카타를 끌어당긴다.

그러자 히지카타는 조금 놀란 듯한 얼굴을 하고, 그 뒤 행복한 미소를 띠며, 슬쩍 긴토키의 등에 팔을 감싸며 기댔다.


(으…읏)


주륵, 긴토키의 등에 땀이 흐른다.

기분 더럽다, 라는 이유가 아니다.

오히려, 기분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이 위험한 것이다.

뭐야 이 녀석 진심으로, 레벨업 속도 빠르지 않아!? *행복의 신발이라도 장비한 거냐!? 어느새 떠돌이 메탈을 쓰러뜨린 거!? 나에게도 경험치 내놔 요 녀석아─!

아니, 나도 곧 99니까 역시 경험치 필요 없어. 응. 너보다 내가 레벨 높으니까!


(*드래곤 퀘스트)


「뭘 궁시렁 궁시렁 거리는 거야? 들어가자.」

「헤? 아…응.」


히지카타가 말을 걸자, 긴토키는 정신을 차렸다.

그가 가리킨 것은, 최근 화제의, 여자들에게 대인기인 디저트 가게다.

손님층은 거의, 여성 그룹이나 커플.

남성 한 명이나 남자들끼리 그룹으로 들어오는 것이라면 무조건 눈에 띄어버리는 이 가게는, 감시원들을 떼어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게다가 주변의 손님들은 모두, 디저트에 열중하고 있으니까, 실로 밀담하기 쉬운 것이다.

10일 정도 전에 시작한 이래로 밖에서 협의를 했을 때, 이 가게 신경 쓰였었어 커플이라면 가기 쉽잖아, 라는 긴토키에 의해 억지로 끌려가 스며들어, 그 이점을 깨달은 것이다. 

이후, 밖에서 협의 하게 되면 여기, 라는 것이 암묵적 룰이 되어 있었다.



가게의 안쪽에 앉아, 커피와 딸기 파르페를 주문한다.

잠시 후 나온 물건은, 당연한 듯 주문한 인간과는 반대 측에 놓여지고, 긴토키와 히지카타는 말 없이 눈 앞의 것을 교환했다.

이것도 이미 항례 행사다.


「것보다, 파르페가 여자 커피가 남자라고 정하는 건 어떨까 싶은데 정말.」

「알까 보냐. 그건 그렇고 너, 파르페 일주일에 한 번이라고 말 안 했어? 이 전부터 아직 3일 밖에 지나지 않았잖아.」

「아─그거 말이지. 이제 마음을 고쳐 먹었으니까. 좋아하는 거 먹고 굵고 짧게 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지.」

「그건 좋네. 폐인 생활로 빨리 죽어라 이 당뇨.」

「너한테만은 듣고 싶지 않은데요!!」


쏘옥, 흰색과 핑크의 물체를 입에 넣으면서 항의하는 긴토키에게, 히지카타는 가볍게 눈썹을 찌푸리고, 아까 받은 티슈를 꺼냈다.


「어라? 너 그거.」

「통신문이다. 둔소에 출입할 수 없으니까 말이지. 가끔 이렇게 정보 교환이다.」


포켓티슈 뒷편에서 종이를 꺼내들고 펼친 히지카타를 보고, 긴토키는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라니, 에? 그럼 혹시, 조금 전의 티슈 배포는 지미 군?」

「야마자키다.」

「진짜냐. 전혀 눈치 못 챘다고 어이. 왠지 어디에나 있다─라는 느낌의 지미~한 티슈 배포 군 아니었냐.」


칭찬하고 있는 건지 비하하고 있는 건지 모를 긴토키의 말에, 히지카타는 무심코 쓴 웃음을 짓는다.


「뭐, 수수하다는 건 감찰로서의 일종의 능력이니까 말이지.」

「헤에에, 인간은 어떤 수수한 녀석이라도 쓸데없는 장점 한 두 개는 있군. 오, 그 통신문의 뒷면, 자격학교의 광고로도 위장하고 있다고. 제법이잖냐 지미.」

「아니…이건 그냥 광고의 뒷면에 쓴 것 뿐이다. 그 바보 부실하게 하다니.」


지적된 뒷면을 보고 칫 혀를 찬 히지카타는, 표면의 통신문을 읽기 시작하는 단계에 이러서 화악 얼굴색이 변했다.

그 표정의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채고, 긴토키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어이, 무슨 일이야?」

「……위험하군.」


히지카타는 통신문을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그리고 눈에 험한 빛을 머금은 채로, 긴토키에게 돌아섰다.


「어이 해결사, 너, 향후 가능한, 꼬맹이들 곁을 떠나지 마라.」

「아아? 뭐라고?」

「놈들, 아무래도 꽤 초조해 하고 있는 모양이다.」


히지카타는 통신문을 티슈 봉지 속에 다시 집어넣고, 커피에 입을 댔다.

씁쓸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은, 커피의 맛 때문은 아닐 것이다.


「최근, 우리가 검정으로 점 찍어 둔 천인 상인들의 모습이 이상한 것 같다. 예의 바이러스와 백신 거래도 가까워져서, 그런 중요한 시기에 신변을 조사하는 녀석들이 있는 것이 걱정이겠지. 너나 나의 정체가 전혀 잡히지 않아 초조해진 모양이라, 이대로라면 강경 수단으로 호소할 것 같다고 야마자키가 알려줬다.」

「강경 수단?」


은 수저를 입에 물고, 긴토키는 되물었다. 안 좋은 예감이 든다는 소리다.


「아마, 관계자와 가까운 인간을 납치해서, 고문하여 말하게끔 하겠다는 거겠지. 그러니까 꼬맹이들에게서 한 눈 팔지 말라고 한 거다.」


히지카타는 커피 잔을 놓고, 살짝 해결사의 두 직원을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저쪽에서 보면, 가능한 여러가지를 알고 있는 사람을 붙잡고 싶을 것이고, 그 위로 납치하기 쉬운 인간을 노릴 테니까 말이지. 천인의 저택을 직접 수색하고 있는 너와 같은 집에 살고 있다고 하면, 뭔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너보단 꼬마가 납치하기도 쉽고, 여차하면 너를 향한 인질로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고 말이지.」

「……그건 온건하지 않네…라니, 어라? 라기 보다…」


히지카타의 설명을 듣고, 긴토키는 팟 깨달은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당황한 것처럼 히지카타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뭐야?」

「아니…한 번 더 확인해도 될까.」


긴토키는 수저를 파르페 잔 안에 덜그럭 하고 두고, 히지카타의 눈 앞에서 집게 손가락을 세웠다.


「우선 하나, 적들은, 가능한 여러가지 알고 있을 만한 녀석을 노리고 싶다.」

「아아.」

「하는 김에, 힘이 약한 여자 쪽이 납치하기 쉽고 좋다.」

「그렇다.」

「게다가, 나에 대한 인질이 되면 더욱 좋다.」

「그렇군.」


손가락을 하나씩 늘려가면서 말하는 긴토키에게, 히지카타는 한 번 한 번 맞장구를 넣는다.


「그건 말이지…」


긴토키는 세운 손가락을 거두고, 말하기 어려운 듯 긁적긁적 뺨을 긁었다.



「가장 위험한 건, 너잖아?」



…………….


깜빡깜빡깜빡, 몇 번이나 깜빡이고, 그러다 겨우, 히지카타는 말했다.


「……그렇네.」


다수의 정보원으로부터 연결되어 있고, 여자이고, 게다가 해결사의 『연인』. 이라고 한다면, 그건 이제.



맹점이었다.

히지카타는 비록 여장을 하고 있고, 비록 그것이 무섭게 어울리고 있다고 해도, 내용물은 어엿한 정상적인 남자라서, 자신을 『여자』로서 카운트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듣고 보니, 긴토키가 말한 대로다. 가장 납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히지카타 자신이었다.


히지카타는 턱에 손을 대고, 고개를 숙여 골똘히 생각했다.


긴토키가 침묵을 주체 하지 못 하고, 어떻게 말을 건넬까 생각할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히지카타는 얼굴을 들어, 확실한 목소리로 말했다.


「해결사, 의뢰 내용 추가다. 요금은 더 올려서 주지.」






「그런 이유로, 이 녀석 당분간 우리 집에서 생활할 테니까.」

「에」


히지카타와 같이 돌아온 긴토키의 갑작스러운 선고에, 해결사의 아이들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제3훈 요리를 할 수 있단 스테이터스는 남녀불문하고 큰 어드밴티지가 된다.



『거짓말』

그 외침은, 귀신 부장에게는 처형의 의사표시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빠직, 뺨을 경련시키며, 가지고 있었던 길쭉한 포장…지금까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에서 칼을 꺼내, 쓰윽, 뽑았다.


「좋아…훌륭하다 네놈들. 거기서 움직이지 마라.」


히지카타의 진심 오오라에, 맨 먼저 정신을 차린 신파치가 황급히 맞서 부탁한다.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히지카타 씨! 지금 건, 아직 의심하고 있다던가 그런 게 아니라, 놀라움의 표현이라고 할까…어쨌든 죄송합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용서해주세…」

「거짓말이다 해! 토시 누님의 정체가 니코틴 중독 비리 경찰이라니 나 믿지 않는다 해!」

「라니 엉망이잖냐 이 자식아아아아! 제대로 사과해 카구라쨩! 성심성의껏! 자 어서 긴 씨도…어라 긴 씨!?」


허둥지둥이라고 옆에 의성어가 붙은 것처럼 당황하며, 신파치는 긴토키에게도 사과를 재촉했다. 긴토키가 그 상대에게 솔직하게 사과할 리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번만은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자신들 전원의 생명이 위험하다.

그러나 긴토키는, 조금 전 세 명이 입을 모아 절규했을 때의 자세인 채로, 부자연스럽게 굳어 있었다.


「잠깐, 긴 씨!」

「아, 아아」


재차 신파치에게 쪼여 겨우 흘린 소리는, 쉬다 못해 떨고 있었다. 부릅뜬 채 눈 앞의 남자를 바라보던 긴토키는, 이윽고 천천히 머리를 싸맸다.


(우, 와. 진짜 그 녀석이야 이거. 잠깐, 기다려. 그렇다는 건 뭐야? 내가 이 녀석 상대로, 『여자였다면 취향인데 말야─』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 어이어이어이 농담 하지 말라고 요 녀석아─)


믿고 싶지 않은 사태에 현기증마저 느끼고 책상을 바라보고 있자, 머리 위에서 살벌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인마, 뭔가 하고 싶은 말 있냐.」

(엄청 많다 요 녀석아─!)


완전히 열 받은 표정으로 내려다 보는 눈 앞의 남자에게, 긴토키는 고개를 숙인 채로, 마음 속으로 발끈하며 돌려주었다.

불평이라면 잇달아 떠오른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떤 것을 봐도, 숙적을 특출난 미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자신을 폭로하는 것 밖에 없어, 입 밖에 내는 일은 도저히 불가능 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긴토키에게, 히지카타는 부드럽게 눈을 가늘게 뜬다.


「뭘 무시하고 있냐 이 녀석아─. 베버려도 되는 거지?」


머리 위로 칼을 치켜드는 기색과, 신파치의 당황한 목소리에 재촉 받아, 긴토키는 겨우 고개를 들었다.


「일반 시민을 문답 무용으로 살상입니까? 그런 걸 직권 남용이라고 하는 거라고.」


웃기지 마 이 마피아 경관, 이라고 계속하려던 긴토키는, 자신의 눈에 비친 것에 무심코 말을 잇지 못 했다.

눈 앞에서 칼을 휘두르고 있는 인물은 도리어 놀라울 만큼 동공을 홱 열고, 분노에 불끈 눈썹을 끌어 올리고 있어, 한 번 눈치 채고 나니 그건 확실히, 착각할 일 없이, 진선조 부장 히지카타 토시로 그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고 있는 여성용 옷과 화장은 유지한 채, 아까까지 희고 투명해보인다고 생각했던 피부는 변함없이 하얗고, 섹시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눈매나 입술은 여전히 요염하고, 흑발은 짧게 되었지만 여전히 우아하고, 즉 몇 번 다시 보더라도 그것은 확실히, 착각할 것 없이, 보기 드문 미녀 토시에 씨 그 사람인 것이다.


……그건 뭔가.


긴토키는 왠지 몹시 화가 치밀어 올라, 꽈악 이를 악물었다.


(이 모습으로, 내용물은 저거?)


그건 뭐랄까, 아니아니 뭐랄까, 그건 말이지, 어라!?


「나는 아무 잘못 없어 나쁜 건 네놈이다 이 사기 경관! 전부 네놈 때문이다 나는 피해자야 야단 맞을 기억 같은 건 요만큼도 없다고 젠자아아앙!!」



「뭐…!?」


갑자기 폭발한 긴토키에 히지카타는 한 순간 눈을 둥글게 떴지만, 곧 목소리를 높이며 소리 쳤다.


「뭘 갑자기 화내고 있는 거냐 넌!? 왜 내가 가해자 취급 당하는 건데, 것보다 사기 경관은 뭐냐!」

「시끄러! 너의 존재 자체가 범죄라는 거다 요괴 마요네즈!」

「뭐라고!? 시비 거는 거냐 이 당뇨 예비군!」

「아아 *팔아주지! 우리 지금 돈에 쪼들리던 참이니 팔 수 있는 건 뭐든지 팔아주마 짜식아!」

「바라던 바다 집 까지 통째로 사주마!」

「대금은 현금 선불제다 지갑 내놔!」

「장난치지 마라 누가 돈 따위 내겠냐!」

「당당하게 도둑질입니까 요 녀석아─!」

「그런 쪼잔한 짓 하지 않아! 대금은 현물 지급이다, 확실히 받아라아아아!」


(*喧嘩(싸움을 걸다)와 (팔다)의 말장난인듯...?)


양손으로 쥔 일본도를 있는 힘껏 치켜든 히지카타를 보고, 긴토키는 옆의 목검을 손에 들고, 소파를 차고 뛰어 물러난다.

움직이기 쉬운 장소로 점프해서, 반격해 쓰러뜨릴 생각으로 빈틈 없이 자세를 잡았다…그럴 작정이었다.


「어라?」


막힘 없는 몸놀림으로 일련의 동작을 할 작정이었던 긴토키의 몸은,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휘청하고 기울었다.

머리에서 핏기가 사라져 가는 감각과 함께, 눈앞이 흐려진다.

뭐야? 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 몸의 경향은 이미 재건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되어 있었다.

빙글. 경치가 돈다.


「긴 씨!」

「긴쨩!?」


외치고 달려가는 신파치와 카구라가, 마찬가지로 다리가 얽혀서,「아」하고 한 마디 외치고 동시에 쓰러졌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이 흔들리는 시야의 구석에 잡히고, 긴토키는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


(아아, 맞다.)


희미해지는 머리로, 생각 없이 마구 고함치거나 급격하게 움직이려 한 자신을 후회했다.


(우리들, 에너지 부족했었다…)


흐릿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멀리 히지카타의 목소리가 들린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통통통통…

눈을 떴을 때, 긴토키는 자기 방의 이불 위에 누워 있었다.

옆에는 신파치가, 반대쪽 옆에는 카구라가 잠들어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아직 잡히지 않아서, 상체를 일으킨 긴토키는 크흠, 목을 울렸다.


(으음…?)


지금 몇시지? 어째서 나 자고 있었지. 멍하니 머리를 긁고, 주위를 둘러본다. 창문으로 내리쬐오는 햇볕은 저녁 때의 것이다.


으─음…?

셋이 나란히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는 기억이 어째선지 발견 되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신파치가 몸을 움찍 거리며, 어렴풋이 눈을 떴다.


「어라? 긴 씨… 안녕하세요.」

「…어」

긴토키와 마찬가지로 멍 한 얼굴인 채로, 신파치는 몸을 일으켰다.


「어라? 지금, 저녁? 이죠? 어라? 어째서 우리 자고 있던 거죠?」


끔뻑끔뻑 눈을 깜빡이는 신파치에, 긴토키는「글쎄」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엄…」


통통통…

침묵해버린 두 사람 사이에, 흥겨운 기분 좋은 소리가 흐른다.

아아, 이 소리 때문에 일어난 건가. 기분 좋은 자명종이네, 라고 신파치는 생각했다.


「라니 뭔가요 이 소리.」


후 하고, 급히 제정신을 차린 신파치가 의문을 내비추었다.


「그야 너 그거다, 부엌칼이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다.」

「아니 그건, 저도 그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알고 있다면 묻지 말라고.」


귀찮다는 듯 머리를 쥐어뜯는 긴토키에게, 이미 확실히 잠에서 깬 신파치가, 분명하게 돌아섰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왜 그런 소리가 나는가란 거에요.」


그 말에 긴토키의 손이 멈춘다. 겨우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했는지, 뜬 눈을 신파치에게 향했다.


「이 집의 부엌을 사용하는 것은 나와 긴 씨와, 일단 카구라 셋 뿐이며, 지금은 세 명 모두 이 방에 있죠. 좀 더 말하면, 지금 우리 집에는 쌀 한 톨도 없을 텐데요. 그렇다면 이 소리는 대체, 누가, 무엇을 자르고 있는 겁니까?」

「……………」


깜빡깜빡깜빡, 눈깜빡임을 세 번 한 뒤, 긴토키는 뺨을 경련시켰다.

누가 있을 리 없는 방에서 들리는 소리. 있을 리가 없는 또 한 사람…

그건 뭐랄까, 전형적인.


「뭐야 신파치, 너 긴 씨를 무섭게 하려고 하는 거? 유감이네 난 그런 걸로 겁 먹거나 하지 않는다고 바보 같긴. 지금 아직 저녁이고!」

「하아? 무슨 소리예요 긴 씨. 지금의 이야기가 어디에 무서운 것 같은 포인트가 있었던 겁니까?」

「큭!?」


신파치의 뜻밖의 대답을 듣고, 긴토키는 자신의 실언을 눈치 채 말문이 막혔다.

그런 긴토키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응시하며, 신파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 어이, 뭐야 그 한숨? 분명하게 모멸이라던가 들어 있는 거지!? 아니니까, 내 아까 건 그 뭐냐 그거야, 최근 심령 프로그램이란 건 뭐든 간에 무리하게 유령이랑 연결하니까 정말 어처구니 없네라는 나의 풍자…」

「네네」

「뭐야 그 가벼운 대답! 믿지 못 하겠다는 거야!? 믿지 않는 거지 신파치 네노오오옴!!」

「아무래도 좋아요. 것보다, 지금 이 굶주림 상태로는, 밥을 만들어 준다면 유령이든 요괴든 대환영이라구요 저는.」

「윽!?」


시원스레 내뱉어진 대사에, 긴토키는 다시 말을 잃는다.

진짜냐. 아니 확실히, 밥을 먹을 수 있다면 비록 유령이 만든 거라도…라니 아니, 그런 거 먹으면 저주 받을 것 같은데? 혹은 살찌워서 먹으려는 목적이라니 이건 유령이 아니지만. 하지만 그렇군, 케츠노 아나 같은 귀여운 유령이라면 나도…


「부끄러운 갈등은 마음 속으로 부탁드릴게요.」


체념한 듯한 어조로 말하면서 동시에, 신파치는 거실로 연결되는 장지문을 열었다. 너무나 무식한 그 행동을 보고, 긴토키는 엉겁결에 몸을 일으켰다.


「어이어이어이 신파치 군!? 좀 더 신중하게 열라고! 문을 여는 건 조용하게 라고 서당에서 배우지 않았던가!?」

「…배우지 않았고, 그렇게 소리는 안 났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아, 하고 숨을 내뱉고 나서 감고 있던 눈을 뜬 신파치는, 다음 순간 굳어졌다.

문 너머의 한 곳을 응시한 채 미동도 하지 않는 그 모습에, 옆의 긴토키는 새파랗게 질려 스스슥, 뒤로 물러났다.


「뭐뭐뭐뭐뭘 굳어 있는 거야 신파치 네 이놈 요 녀석아─. 무서워 할 포인트 같은 건 없다고 스스로 말 했었잖냐 어이.」

「………」

「잠깐, 어이, 뭔가 말 하라고 어이! 유유유령이든 뭐든 다 덤벼잖아!? 자신이 한 말엔 책임을 가지라고 책임을 갖고 대처해라 나는 여기서 지켜보고 있을테니…」

「기, 긴 씨」

「뭐야!?」

「저, 저거…봐 주세요.」


끼, 기, 긱…하고, 망가진 기계처럼 오른손 검지를 올린 신파치의 눈은, 아직도 크게 뜬 채로 한 곳에 고정되어 있다.

그 이상함에 긴토키는 한층 더 창백해졌다.


「보고 싶지 않아! 아니 무서워서가 아니고, 네 하찮은 생각에 어울려주는게 귀찮아진 거니까!? 아니 것보다 너 실은 날 놀리고 있는 거지. 그런 어린애 속임수에 내가…」

「됐으니까!」

문답 무용으로 팔이 잡힌, 긴토키는 마침내, 볼 생각이 없었던 문 저 편의 광경을 보고 말았다.


신파치의 손가락 끝.

거실의 테이블 위.

대량의 전갱이 튀김.


「……하?」


다시 말한다.

거실의 테이블 위에는, 채 썰기한 양배추가 곁들여진, 대량의 전갱이 튀김.

그 옆에는, 그 또한 대량의 고기 감자 조림.


긴토키는 다시, 깜빡임을 반복했다.




「…전갱이 튀김이네.」

「전갱이 튀김이네요.」


멍하니, 두 사람은 중얼거린다.


「고기 감자 조림이네.」

「고기 감자 조림이네요.」


두 마디 째도, 아직 멍하니 있었다.


해결사 테이블에 호화스럽게 음식이 늘어선, 이라는 광경은, 최근 며칠 간 계속 꿈꿔 왔던 것이지만, 그 만큼 눈 앞의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꿈일까. 신파치가 자신의 뺨을 꼬집으려 하자, 그 손이 긴토키에게 잡혀 제지당했다.


「에?」

「그만 둬 신파치. 만약 이게 꿈이라면, 뺨을 꼬집는 순간 깰 지도 모른다고. 아직 한 입도 먹지 않았는데 그걸로 괜찮은 거냐?」

「아니 뭐 확실히 여기서 깨면 낙담하는 게 산과 같겠지만요.」

「그치? 꿈인지 생시인지 신기루인지 알 수 없는 애매한 것을 앞에 두고, 그런 앞지르는 행동 취하는 거 아니야. 허둥대는 거지는 얻는 게 적다니까.」


긴토키의 표정은 진지하게, 거실과 방의 경계에서 테이블의 위를 빤히 응시하고 있다.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신기루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섣불리 손을 뻗으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비현실감은 그것과 비슷한 것이라, 신파치는 긴토키의 말에 그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치만 긴 씨. 그럼 어떻게 하면 좋죠? 눈 앞에 음식이 있는데, 손가락만 입에 물고 보고만 있을 뿐입니까? 그런 거, 꿈에서 깨는 것 보다 고통스러운데요.」


긴토키는 배고픔에 눈을 고정시키고 있는 신파치의 어깨에 손을 두어 침착하게 하고, 꾹 허리를 낮추고, 테이블을 향해 자세를 취했다.


「괜찮아. 확 가서 휙 들고 오면, 신기루 녀석도 눈치 못 채.」

「당황하고 있는 건 어느 쪽이냐! 것보다 당신에게 있어 신기루는 어떤 존재인 겁니까!!」

「나는 신기루 왕 선수권 챔피언인가? 일상 생활에서 그런 질문 필요 없잖아.」

「나도 이런 질문이 필요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아아 이제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 그만 합시다! 아까부터 고기 감자 조림의 좋은 냄새로 배가 계속 울어대고 있으니까요…」


라니 어라? 냄새?


「…긴 씨, 냄새, 나네요.」

「아아, 고기 감자 조림의 냄새도 튀김 냄새도 나네.」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 보았다.

환상과 신기루는 냄새가 나는 거였던가.


「…신파치 군, 세상에는 환시나 환청이란 말은 넘치고 있지만, 환취라는 말은 좀처럼 듣지 못 하지?」

「그렇네요 긴 씨.」

「그건 즉, 후각이라는 건 인간의 오감 중에서도 꽤 신용할 수 있는 감각이라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데, 어떨까.」

「저도 그런 기분이 듭니다 긴 씨.」


즉.

두 사람은 반짝 눈을 번뜩이며 거실 테이블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살금살금 거기에 다가간다.

손이 닿는 범위까지 다가가도, 접시에 담긴 대량의 음식이 사라지는 일은 없고, 그 냄새도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먹을 수 있을지도. 이거, 가능할지도!?

신파치는 기대로 가슴이 크게 쿵쾅거렸다.


「잘 먹겠습니다…」


눈에 불을 켜고, 긴토키가 전갱이 튀김에 손을 뻗은 그 때,

옆에서 날아온 물체가, 긴토키의 손등에 꽂혔다.


「!? 아파아아앗!?」

「기, 긴 씨 괜찮습니까!? 어라, 에, 이거, 조리용 젓가락…?」


한 순간 긴토키의 손등에 머물다, 곧 테이블에 떨어져 덜그럭 소리를 낸 그것은, 목제 조리용 젓가락이었다.



「시끄럽다고 생각했더니, 뭘 손으로 집어 먹고 있는 거냐 네놈들.」



조리용 좃가락이 날아온 방향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 눈을 돌리자, 거실과 복도의 경계선, 벽에 등을 기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라고는 해도, 복장은 여성의 것이고, 얼굴 생김새도 미녀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었다. 신파치가 순식간에 남자라고 판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람을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나 다름 없었다.


「히지카타 씨…?」

「아아, 그러고 보니…」


그의 모습을 보고, 신파치의 머릿속에서 방에서 잠들기 전의 기억이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것은 긴토키도 마찬가지인 듯, 조리용 젓가락이 박혔던 오른손을 쓰다듬으며, 히지카타를 보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보고 히지카타는 살짝 쓴 웃음을 짓고는, 오른손에 한 개만 쥐고 있는 조리용 젓가락…아마도 아까 던져진 것의 반쪽…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렸다.


「정말이지…이제 곧 다 되니까, 앞으로 조금만 참아라. 아, 차이나도 슬슬 깨우고 와.」

「에, 된다니…」


멍하니, 신파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확실히 히지카타 씨는 해결사에 일을 의뢰하러 왔을 터인데…그래서, 이 상황은 뭐지?

아직 그다지, 기억이 애매한 것 같다.


「그러니까, 나머지는 그거다, 국물. 조금 전에 파 넣은 참이니까, 이제 불 끄고. 밥은 벌써 지어졌으니까.」

「에에에에에!?」

「뭐야. 나머진 이제 거의, 예상대로 뿐이라니까. 아무리 네놈들이라도 그 정도는 기다리겠지.」


신파치의 외침에 눈살을 찌푸리고 대답해주고, 히지카타는 부엌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그나저나, 배고파서 기절이라니, 어떤 생활하고 있던 거냐 너네들.」


돌려진 어깨 너머로 기가 막힌 듯한 목소리를 던지자, 신파치는 겨우 지금의 상황에 납득이 갔다.

즉 우리는 공복의 에너지가 다 떨어져 세 명 모두 쓰러졌다.

히지카타가 그 자신들을 방에 눕히고, 식사를 만들어줬다, 고.

…에? 있을 수 없지 않나?


「기, 긴 씨…이 상황은…」

「기적이군.」

「그렇네요…」

「마요가 올려져 있지 않네.」

「거기!? 아니 그 이전의 문제겠죠!!」


확실히 초 마요라 히지카타가 만든 식사 치고는, 마요네즈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지만!

그 이전에 그 사람이 자신들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해준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기적이잖아아아아!

귀신 부장이 요리라고!? 게다가 우리 해결사를 위해!


뻥긋뻥긋 입을 열고 닫는 신파치를 보며, 긴토키는 불편한 듯 뺨을 긁었다.

긴토키도, 사태의 이상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너무 뜻밖이어서, 어떤 반응을 해야할 지 모르는 것 뿐.


「아─뭐, 그거다. 일단, 카구라를 깨우러 갈까?」

「그, 그렇네요. 카구라쨩이 자고 있는 사이 이런 거 먹었다고 알아버리면, 우리들 목숨이 없으니까요.」

「아니 기다려, 그 위확장 소녀 데리고 오면, 우리들 몫이 굉장히 줄어들어…아니아니 그래도 제작자가 저거고, 역시 처음 한 입은 강철 위를 가진 그 놈에게 미리 맛 보게 해서 독을 확인하는 편이…아, 그치만 그 녀석 게는 평범하게 중독 됐었고…」

「아아? 무슨 얘기냐 인마.」

복수의 인물에 대해 실례되기 짝이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던 긴토키의 뒤에, 분노의 오오라를 쓴 히지카타가 섰다. 신파치가 황급히 긴토키의 소매를 당긴다.


「긴 씨! 자 빨리 카구라쨩을 깨우러 갑시다!」

「…예이예이.」


히지카타는 언짢은 듯 곁눈질로 두 사람을 보다, 테이블에 국그릇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내용물은, 실로 맛있을 것 같은 건더기가 많은 고기 된장국이었다.





「한 그릇 더 괜찮냐 해?」

「더 먹는 거냐 너!?」


내밀어진 밥공기를, 히지카타는 경악에 뺨을 경련시키며 받았다.

이 밥공기에 산처럼 쌓인 밥을 담아주는 것은, 이것으로 네번째다.


「에, 어이, 나는 넉넉하다 생각해서 5인분 지었는데…설마 부족해?」


이미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 밥통을 들여다보며, 히지카타가 당황한 듯 목소리를 높인다.

반찬도 많이 있고 하고 3인분 할까 생각했던 것을, 배고파하고 있는 듯 하니 만약을 위해, 5인분으로 한 거지만…

그 5인분이, 15분이 지나기도 전에 사라지고 있다.


「싱겁긴.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쪽이 잘못 된 거야.」

「5인분이라니, 아직 시작에 불과 하다구요.」

「진짜냐…」


밥과 반찬을 급하게 먹는 두 사람의 말에 아연실색하고, 차이나 옷의 소녀를 바라본다. 이 몸의 어디에 그 만큼의 밥이 들어가는 거냐. 블랙홀인가?


「잠깐, 기다려. 페이스 낮춰 차이나. 추가로 밥 지을테니까.」

「빨리 해라 해~」

「그건 밥솥한테 말해!」


황급히 부엌으로 달린 히지카타의 뒷모습을 배웅하며, 신파치의 머리는 「의외」라는 한마디로 가득 차 있었다.

히지카타 씨는, 요리도 할 줄 아는 구나. 의외.

마요라 때문에 미각 둔감인 이미지가 있었지만, 마요만 뿌리지 않으면 맛있는 걸 만들 수 있구나. 의외.

카구라쨩을 위해 추가로 밥을 지으러 가주다니, 상당히 잘 돌봐주네. 의외.

애초에 배가 고파 쓰러진 우리들을 위해, 일부러 손수 요리도 만들어 주다니. 의외…


(…라니 의외로는 안 끝나잖냐아아아!!)


신파치는 무심코 젓가락을 멈추었다.

그 앞을 전광석화처럼 젓가락이 오가며, 전갱이 튀김과 고기 감자 조림이 사라진다.

신파치는 위기를 느끼고 젓가락의 움직임을 재개했다.


「저 긴 씨. 무슨 바람이 분 걸까요.」

「아아? 알게 뭐야. 어쨌든 먹어 둬. 사흘은 아무것도 안 먹어도 될 정도로 먹어 두라고.」


전갱이 튀김을 입 안에서 우물우물 하며 말 하고 있는 긴토키의 대사에 신파치는 쓴 웃음을 지었다.

뭐 말하지 않아도 먹을 거지만. 공복이고. 맛있고. 앞으로 언제 이렇게 먹을 수 있을 지 모르고.

그래도 이런 말 그대로 형편 좋은 상황, 아무 생각 없이 감수하고 있어도 되는 걸까.


「너희들도, 되게 잘 먹네…. 그거구만. 호불호라는 건 없는 거군.」


어느새 돌아온 히지카타가, 굉장한 속도로 깨끗해지는 접시를 보고 중얼거렸다.

당황을 넘어서, 감탄하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다.


「당연하잖아. 서민은 항상 음식에 감사하고 사는 거야. 먹는 것 그 자체가 기쁨이라고. 인간은 그런 겸허한 마음을 잊어 버리면 끝장이야.」

「네 입으로 겸허라는 말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어이 스테이크 같은 거 없어? 그리고 디저트는?」

「어느 입으로 말하고 있는 거냐 인마아아아!」


소리치던 히지카타는, 소파에 털썩 앉고, 혀를 차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뭐어 너희들 가난한 사람들은 고기에 굶주리고 있으니, 돈까스라도 만들어줄까 하고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에? 그럼 왜 전갱이 튀김으로 한 거죠? 아니 전갱이 튀김도 맛있지만.」

「나는 전갱이 좋다 해. 경박한 반찬들 보다 상당히 좋다 해. 토시 누님은 알고 있구나 해.」


백미로 볼을 부풀리며 카구라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단무지나 날계란밥을 각별히 사랑한다, 먹는 것 치고는 기호가 수수한 소녀이다.

히지카타는 약간 의외라는 듯 카구라를 보며, 담배 연기와 함께 말을 내뱉었다.


「아니…쇼핑하러 나갔더니, 전갱이가 싸길래.」

「주부냐 너는.」


히지카타의 외관에 어울리지 않는 대사에, 긴토키가 여지없이 파고 들었다.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히지카타가 긴토키를 노려본다.


「뭐냐 새꺄. 주부라면 그 날 무엇이 싼지, 아침에 광고지를 체크하는 거잖냐.」

「아니 그 발상이 벌써…뭐 됐어.」


재차 파고 드는 것을 그만 두고, 긴토키는 식탁으로 주의를 되돌렸다. 반찬이 얼마 남지 않았고, 세 명의 탁상에서의 경쟁이 가열되었기 때문이다.

히지카타도 그걸 깨닫고, 생각난 듯 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고기 된장국은 아직 더 있는데…」


말이 끝나는 것 보다도 빠르게, 세 개의 그릇이 히지카타의 앞으로 쑥 내밀어졌다.





「후─, 잘 먹었네 잘 먹었어.」

「잘 먹었습니다, 히지카타 씨.」


흰쌀도 반찬도 깨끗이 먹어 치우고 해결사 세 명이 살 것 같은 마음이 들자, 눈 앞에는 녹차가 제공되었다. 정말 뭐냐고 이 서비스 좋음.


「만족이다 해.」


방긋 웃으며 녹차를 마시는 카구라를 보고, 히지카타는 쓴 웃음을 짓는다.


「설마 네가 이렇게나 먹는다고는 생각 못 했으니까 말이지. 사온 쌀, 거의 없어져 버렸어.」


믿기 어렵다는 듯 말하며 담배를 피우는 히지카타의 대사를 듣고, 그러고 보니, 하고 신파치가 입을 열었다.


「지금의 요리 재료는, 히지카타 씨가 사오신 거죠?」

「아아, 너희들이 자고 있는 동안에. 3일은 버티겠군 싶은 정도의 식량 사왔다 생각했는데, 이러면 내일 아침분 밖에 남지 않겠는 걸.」

「아하하, 그래도 살았습니다. …저기, 재료비 말입니다만…그…」

「청구한다 따위 생각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히지카타의 말에, 신파치는 안심하는 동시에 의문이 커졌다. 통상적인 가정으로 말하면 3일분의 식료비. 결코 싸진 않을텐데.

옆을 보니, 긴토키도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좋은 이야기에는 뒷면이 있다. 상식이다. 특히 평소 결고 사이가 좋다고 할 수 없는 상대의 친절은.

아니나 다를까 히지카타는 담배 연기를 뿜어 내고, 히죽 웃었다.


「뭐, 선불금이라는 걸로.」

「아」


히지카타가 일을 의뢰하러 온 거란 것을, 신파치는 겨우 떠올렸다.


「과연, 그런 속셈인가. 너무하네 어이. 나는 아직 의뢰 받는다고 말 안 했잖냐.」

「말했을 터다. 내가 소속해 있는 조직의 정체를 밝혀, 거짓말 하는 게 아니란 걸 증명할 수 있다면 받아주겠다 했잖아. …진선조의 의뢰라는 것은 이제 납득했지?」

「……」


확실히 말했다.

그리고, 선불금 대신의 식사도, 이미 위장에 거두고 말았다.

아뿔싸.

어쩔 수 없지, 긴토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토시에 씨의 정체도 알면 받으려고 생각했던 부탁이고.

진선조의 의뢰라면, 보수도 제법 얻어낼 수 있을 것이고. 바가지 씌워도 양심 아프지 않고.


「알겠다고. 의뢰 내용은, 생물 병기 거래 하고 있는 천인의 조사지?」


긴토키는 팔짱을 끼고, 의뢰를 수락함을 알렸다.

히지카타는 고개를 끄덕이고, 소파에 기댔던 몸을 일으켜 똑바로 앉았다. 


「정확히는, 조사의 실동 부대다.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쪽에서 흘린다. 너한텐, 이쪽의 인간이 공공연하게 들어갈 수 없는…천인의 사유지라든지…그런 거나, 그 주변을 탐색하러 가서 받아 와.」

「실동 부대라면, 즉 가장 적에게 들키기 쉽고 제일 위험한 역이란 거지. 그런 거 외부인에게 하게 하는 거냐고.」

「네놈이라면 문제 없잖아.」


위험에 처해져도 마음이 아프지 않으니까, 라는 의미인가, 위험을 벗어날 실력이 있으니까, 라는 의미인가…긴토키는 굳이 묻지 않았다.

따지면, 본심이 어떻든, 전자라고 대답하는 걸로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이 남자는.


「주의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이 일은 진짜로 위험해. 아이들을 어디까지 관여시킬 지는 너의 판단에 맡기겠다.」

「얕보지 말라 해. 긴쨩 혼자 그렇게 위험한 짓 하게 둘 수 없다 해!」


히지카타는 카구라를 슬쩍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긴토키에게 시선을 돌렸다.


「또 하나. 이 업무 중에는, 우리 동료들과 관계 갖지 마라. 너희들과 진선조는 어디까지나 무관하다고 해두고 싶다. 안 그러면 이 일을 외부에 맡기는 의미가 없다. 밖에서 본 기억이 있는 녀석을 보더라도 무시해라. 콘도 씨에게도 스토커 행위를 저지시켜 놨으니까, 안경, 너도 최대한 집에 가는 횟수를 줄이고, 콘도 씨와 접촉하지 않도록 해줘.」

「아, 아, 알겠습니다.」

「오─, 고릴라의 스토커가 얌전해지면, 오묘한 기분도 좋아지지. …그래서? 그럼 나는 어떻게 너희들과 정보 교환을 하면 되지?」

「내가 온다.」


담백한 대답에, 해결사 멤버들은, 두세 번 깜박였다.


「아? 그럼 접촉을 거부한 게 아닌 게 되잖아. 하필이면 부장 씨가 우리 집에 오는 거고.」

「이 모습으로 올 테니까 아마 괜찮다. 너희들도 말할 때 까지 나라고 깨닫지 못 했잖아.」

「……아」


그 말을 듣고, 긴토키는 재차 히지카타의 모습을 다시 봤다. 어느샌가 완전히 신경은 안 쓰이게 됐지만, 그러고 보니 히지카타는 지금, 여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토시에 씨였던 것이다.

확실히 이것이라면, 아무도 진선조의 귀신 부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한 미녀다.

아니, 단순한, 이라는 것이 꺼려질 정도의 절세 미녀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과연. 지금부터 정보 교환은, 전부 네가 그 모습으로 하는 거군. 그래서 오늘도 그 모습으로 온 건가. 용의주도한 걸.」

「그렇다. 평소라면 이런 건 감찰한테 시키는 건데 말이지. 야마자키는 부녀 유괴 소동 때 한 번 여장 모습이 TV에 비쳐 버렸으니까, 신중하다고 나쁠 건 없지. 다른 감찰도 여러가지 찾으러 가게 해버렸고, 단순한 연락계로 붙들어 매게 할 수 없지. 그 외 여러가지 있어서, 내가 하기로 했다.」


히지카타는 담배 꽁초를 손님용 재떨이에 떨구고, 새로운 담배를 꺼냈다.


「흐응 흐응, 즉 너는, 진선조의 둔소에서 나와 어딘가에서 숨어 갈아입고, 토시에 씨가 되어 우리 집에 온 거군. 단순히 나의 지인인 척.」

「그렇다. 경우에 따라서, 밖에서 접촉할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르지. 그 때도 이 모습으로 간다…그런 이유로.」


히지카타는 여기서 한 박자 쉬고, 가늘고 길게 연기를 뿜어 냈다.




「당분간은, 여친 같은 취급으로 부탁하지.」




해결사의 공기가 멈추었다.


계기는 토시에 씨


제2훈 착각의 힘은 얕볼 수 없다.



「토시에 씨라니, 방금 말했던 토시에 씨냐 해, 긴쨩의 소설이 아니었던 거냐 해!?」

「라는 건 잠깐 기다려주세요! 이 사람, 남자라는 겁니까아아아!?」

「잠, 어이, 난 확실히 해결사의 사카타 긴토키라고 밝히긴 했지만, 주소까진 가르쳐주지 않았었지? 당신, 어딘가에서 조사한 거야?」


한바탕 소란 뒤, 토시에는 해결사의 거실 겸 응접실로 안내 되었다.

찻잎만은 간신히 남아 있었으므로, 신파치가 아직 충격에 떨리는 손으로 차를 끓였다.

카구라는 의심스런 시선으로 토시에를 바라보고, (물론 의심하고 있는 건 성별이다), 

긴토키는 토시에의 정면에 앉아 있었다.


「저─…기, 그래서, 토시에 씨. 내게 무슨 용무라도?」


긁적긁적 머리를 긁으면서, 긴토키가 입을 열었다.


「일전에 신세를 졌으니, 우선은 그 답례를.」

「용궁성이냐 해!?」

「카구라쨩, 그럴 리가 없잖아! 죄송합니다 토시에 씨,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하아…」


고개를 숙이는 신파치에, 토시에는 어떤 대답을 하면 좋을까 하는 표정으로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답례인가…. 나는 그런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그런 거 별로…」


긴토키가 이번에는 뺨을 긁적긁적 긁으며, 당황한 것 처럼 중얼거렸다. 조금 전 까지는 신파치나 카구라에게 보답이 어떻다던가 큰 소리 치기는 했지만, 설마 진짜 온다고는 생각도 못 했다. 새삼스레 답례라고 하면, 조금 대응하기 곤란했다.

해결사는 항상 살림살이가 어렵다. 그러므로, 일에 대한 보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기쁘다, 라는 것이 기본 자세인 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손을 빌려 주었을 때에는, 긴토키는 의뢰료를 요구 하지 않았다. 절반 뜯어낼 목적으로 지인에게 친절을 강매할 때는 둘째 치고.

입으로는 귀찮다 뭐다 하면서도, 곤란해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무심코 무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긴토키라는 인간이었다. 입이 거친 것은 호인인 자신을 속이려는, 이른바 수줍음을 감추려는 것 같은 것도 있는 것이다. 해결사의 살림살이의 괴로움은, 카구라와 사다하루의 식비에 더해서, 해결사 멤버의 사람 좋음에도 기인하는 바가 컸다.


별로 재차 예의 같은 건 필요 없어,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긴토키는 입을 다물었다. 토시에가 품위 있는 직사각형의 꾸러미를 책상 위에 얹었기 때문이다.


「야마토 가게의, 경단입니다.」

「뭐라고오오오!? 화제의 점포잖아!」

「음식이냐 해!?」


방금 전의 당황은 어디로 갔는지, 팟 하고 안색을 바꾸며 몸을 내민 긴토키에, 토시에는 조금 몸을 젖혔다.


「별로, 라고 해놓고선 뭐야 그 달라붙는 기세! 엄청 나빠! 아아 그치만, 먹는 건 정말 기쁘다…이런 좋은 거, 받아도 괜찮겠습니까?」

「아니 정말 물건이 좋다고. 역시 전통이야 이 맛!」

「우우, 맛있다 해…!」

「라고 할까 벌써 먹고 있고!! 죄, 죄송합니다 토시에 씨, 잘 먹겠습니다…!」

「……드세요…」


토시에는 해결사의 만연한 환희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이윽고 당혹과 동정이 반반 섞인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시선을 느끼고 신파치는 한심함에 눈물이 나올 뻔 했지만, 역시 식욕에는 이기지 못 하고, 경단을 덥썩 문다.

과연 전통 있는 경단의 맛은 다르다. 뭐랄까, 고급스러운 맛이 난다.


(비싸겠지 이거…토시에 씨는 부자인 걸까…)


떠오르는 생각이 모두 너무 한심해서, 신파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야 인마 카구라! 뭘 단숨에 다섯개나 입에 넣는 거야! 알겠냐, 이 상자의 여기부터 여기까지는 긴 씨의 영역이다. 너희들 침입하지 말라고!」

「긴쨩 거의 다 아니냐 해! 적어도 여기에서 여기까지로 하라 해, 이 다음은 내 지역이다 해!」

「너 그럼 5분의 1 이하 잖냐! 까불지 마! 이건 내 노동에 대한 보수라고!!」

「너희들 둘 다 좀 닥쳐라 부끄럽다 이젠!!」


추한 싸움을 벌이는 두 사람에게 고함치면서, 신파치는 힐끔 토시에의 모습을 엿봤다. 토시에는 이미 끼어드는 것도 포기하고, 무료한 듯 긴토키들을 바라보고 있다. 불안한 표정으로 가슴 팍에 손을 옮기다, 무언가를 깨달은 것 처럼 손을 내리는 행동은, 혹시 이 사람은 평소 담배를 즐기고 있는 건가 하고 추측하게 했다.

초조한 모습의 토시에에게 면목 없어진 신파치는, 서둘러 입 안의 경단을 삼키고, 토시에를 향해 돌아섰다.


「그래서, 토시에 씨? 아까, 『우선은 답례를』이라고 말씀하셨죠. 그 말은, 답례 외에도 뭔가 용무가 있는 것 아닙니까?」


신파치가 그렇게 말하자, 토시에는 놀란 듯한, 이어서 감탄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추측이 좋았다, 고 생각한 것을 느끼고, 신파치는 조금 자랑스러워졌다.


「아, 그런 거야?」


긴토키도 그것을 듣고, 경단을 우물거리며 있다가, 토시에에게 눈을 돌렸다. 카구라도 그것을 배웠다.

토시에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약간 몸을 내밀었다.


「실은, 의뢰하고 싶은 일이 있ㄷ…습니다.」


「에」

「거짓말」

「진짜냐 해」


토시에의 말에 세 사람은 각자 한 마디씩 내뱉은 채, 말문이 막혔다.

의뢰.

즉,

일.

그것은, 그들이 요 며칠, 원해도 원해도 어째선지 손에 들어 오지 않았던, 수입에 대한 희망이었다.


(에에에에에!? 경단 뿐만 아니라 일자리까지 가지고 와 줬다는 뜻!? 뭐야 이거 뭐야 이 사람 신님!? 아아 여신님! 이라니, 아니 남자란 말이지!?)


갑자기 찾아온 행운에 폭풍 땀을 흘리며 굳어 버린 세명을 보고, 토시에는 조금 불안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혹시 지금, 다른 일로 바쁘다, 던가?」


물어보는 토시에에게, 해결사 세 사람은 무심코 일어설 듯 황급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아아아뇨아뇨 그런 당치도 않아요!」

「한가한가하다 해! 일 사서라도 갖고 싶었던 참이다 해!」

「사는 건 안 돼 돈이 없다, 라고 할까 본말 전도다! …시시신파치 군, 손님에게 빨리 차 내줘!」

「이미 내놓았습니다 긴 씨 엄청 동요하잖아!」

「식고 있잖아 교환하라고 한 거라고 신경 써준 보람이 없잖아 글러먹은 안경!」

「다과 들라 해.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지만 해…」

「카구라쨩 그거 토시에 씨가 가져다 준 경단이잖아!?」


오늘 몇 번째인지 모를 해결사의 혼란을 앞두고, 토시에는 순간 기가 막혔지만, 곧바로 꽉 미간에 주름을 지으며, 두통을 참듯 이마에 손을 대고 고개를 숙였다.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 해결사 멤버들이 그 쪽을 돌아보니, 토시에는 이마에 닿은 손 밑에서 기분이 안 좋은 듯한 눈을 슬쩍 올리고, 밀어내듯 중얼거렸다.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싶은데.」


미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낮은 짜증이 난 듯한 목소리에, 세 명은 샤샤샥 소리가 들리는 듯한 민첩함으로 바로 앉았다.



「그래서, 의뢰 내용은?」


긴토키는 조금 전까지 소녀와 경단을 다투고 있던 남자와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진지한 표정으로 토시에와 마주했다. 긴 씨 비장의 영업용 스타일이다. 대개는 오래 가지 않지만.

토시에도 이제 겨우 일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느꼈는지 초조함을 거두고, 조용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전에 협력을 해준 덕에, 그 남자들에게 정보를 끌어내는 걸 성공했습니다만…」


그 남자들, 이라는 것은, 토시에가「카마 아가씨 구락부」에서 찾고 있던 녀석들이다.


「그것이 예상 이상으로, 거물의 꼬리였던 것이 드러나서」

「거물?」

「꼬리?」


그다지 구체성 없는 표현에, 해결사 멤버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나 토시에는 거기에 신경쓰지 않고, 어딘가 사무적인 어조로 말을 계속 했다.


「그 거물에게 수사의 손을 뻗치려고 하고 있는 참이었지만, 나도 큰 조직의 일부라 여러가지 속박이 있어서, 공개적으로 손을 대기 어려운 줄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토시에는 거기까지 끼어들 틈 없이 단숨에 단언하고, 긴토키의 눈을 응시했다.


「자유로운 해결사 씨에게, 수사에 협력해주실 수 없나 하고.」

「…………」


긴토키는 미간 주름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고 성대하게 얼굴을 찡그리고는, 턱에 손을 대었다.

조직. 속박. 줄기.

구체적인 형태가 하나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수상한 냄새가 풀풀 나는 말들.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인 신파치마저,


(수상해…)


라고 생각해버린 것이다. 인생 경험 풍부한 긴토키가 얼굴을 일그러뜨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못 견딜 만큼 그 정도로 일을 원하셔도…」


긴토키는 영업 스타일을 시원스럽게 버리고, 한숨을 섞으며, 한 손으로 슥슥 자신의 천파를 휘저었다.


「그런 평면적인 언어 투성이의 의뢰라면, 받아들일 수 없어. 진심으로 의뢰할 생각이 있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을래?」


솔직한 말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것 같던 토시에는, 체념 9할, 주저 1할 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깊은 한숨과 함께 「뭐 그건 그렇지만…」 이라며 중얼거렸다.

수상쩍음 폭발의 표현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었던 것 같다.


「그래. 그러니까 제대로 알아듣게 의뢰 내용을 설명하라고. 아, 남자 말투로도 괜찮으니까. 너 존댓말 하는 거 힘들어 보이고.」


손님한테 이런 거친 말투를 할 때엔 의뢰인이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거다 신파치 군, 이라고 본인에게 들은 적이 있었지만, 뭐 8할 정도는 평소잖아라고 신파치는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접근법은 토시에에겐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토시에는 조금 쓴 웃음을 흘리고는, 가성은 그대로, 다만 말투는 완전히 남자의 것으로 싹 바꿨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절세의 미녀 입에서 나오는 남자 말투, 라는 격렬한 차이에 신파치는 주춤했으나, 이 말투가 그녀…아니, 본래의 것이라는 것은 왠지 납득이 갔다. 지금까지 토시에의 부자연스러운 불편한 느낌이 사라지고, 편안한 분위기가 연출 되고 있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일을 정직하게 설명하지…다만,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발설해선 안 된다. 본래라면, 들어버린 이상 의뢰를 받으라고 말하고 싶은 참이지만…」

「그야, 듣고 나서가 아니면 판단할 수 없으니까 말이지.」

「칫, 말할 거라 생각했다.」


말투를 바꾸면서 함께 태도도 18도 달라진 토시에에, 해결사 멤버는 적잖이 놀랐다.


(왠지, 갑자기 열 받는 놈이 됐는데, 어이)

(토시에 씨는 사실 무서운 사람인가?)

(토시에 누님, 멋있다 해…)

(어라? 카구라쨩, 그 반응 이상하지 않아?)

(제 2의 누님이다 해.)

(아니 누님이라니, 누나랑 함께 하지 않는게…것보다, 토시에 씨는 남자니까.)

(시끄럽네 닥쳐라 안경)

(뭐라고오오!?)


「시끄러! 어째서 마음의 소리로 대화하는 거야 네놈들!」

「히이! 죄송합니다!」


토시에에게 혼나고 목을 움츠리면서, 신파치는 어라,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선지 말투와 이 태도, 누군가랑 닮은 듯한…)


누구였더라, 하고 고개를 비틀었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뭐 됐어. 본론으로 들어가지.」


토시에는 한숨을 내뱉으며, 긴토키에게 돌아섰다.


「알겠나. 우선, 내가 그때 게이바에서 조사하고 있었던 것은, 어느 뒷거래의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거래인지, 자세한 건 그 때는 아직 판단하지 못 했는데 말이지, 그 가게에 있던 사람들을 잡고 실토하게 했더니, 터무니 없이 위험한 물건의 큰 거래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위험하다니…마약이라던가, 폭탄이라던가?」

「…그런 게 아냐.」


말을 가로 챈 긴토키에게 느슨하게 머리를 흔들어 부정하는 토시에의 얼굴이, 기분 탓인지 푸르다.

몇 초 주저한 끝에, 토시에는 간신히, 결정적인 한마디를 말했다.


「생물 병기다.」

「에…」


생물 병기. 들었던 단어를 마음 속으로 복창하고, 신파치는 입을 다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말의 울림이 위험한 것이란 건 알 수 있었다.


「생물 케이크? 맛있는 거냐 해?」

「적어도 먹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닌 건 확실하다.」


진부한 카구라의 망상에, 토시에는 험한 표정을 한 조각도 무너뜨리지 않고 대답한다.

그대로, 일체의 주저를 뿌리치듯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말을 계속 했다.


「무서운 속도로 공기로 감염되는 우주산 바이러스. 우리 인간의 의학으로는 손 쓸 방법도 없는 병을 일으킨다. 발병하면 간단 확실하게 죽음에 이른다.」


단단하게 굳어지는 목소리. 일의 중대함에 어울리지 않는 담담한 어조가, 오히려 이 말이 농담 등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너무나도 장난이 아닌 내용에, 신파치의 얼굴이 점점 더 새파랗게 질린다.


「감염 대상은 인간과 생물 한정. 요컨대, 인간에게 있어서는 위협적이지만 대부분의 천인한테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거래되고 있었던 것은 그 최악의 바이러스와, 유일하게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천인산 백신…결국은 인류의 생살여탈의 권리다. 이 별에 사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도, 그렇게 위협하여 거금의 돈을 빼앗는 것도 마음대로…서투른 녀석의 손에 넘어가면, 인간에게 미래는 없다.」


토시에는 여기서 일단 말을 끊고, 아슬아슬 하게, 어금니를 악물었다.


「우리 인간이 한시라도 빨리 그것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조직은 천인의 압력에 약하다. 물론, 이번만은 압력을 받았다고 놓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억지로 수사를 진행하면, 핵에 도달하기 전에 우리가 무너진다. 그렇다고 해서 조심스러운 조사로는 끝이 나지 않아. …그러니까, 표면적인 조사를 너희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진지하게, 토시에는 다시 강한 시선을 긴토키의 눈동자에 고정했다.

의뢰를 받을 것인가, 받지 않을 것인가, 그 눈동자가 묻고 있다. 들어버린 이상 받으라고 말 하고 싶은 참이라는 토시에의 말을, 신파치는 떠올렸다. 확실히 일이 일이다. 간단히 얘기하려 하지 않았던 이유가,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말을 꺼내기까지 주저한 크기에 비례한 각오가, 그 표정에서는 알 수 있었다.


「긴 씨」

「긴쨩」


양 옆에서 사이에 끼우듯, 신파치와 카구라는 긴토키를 들여다 본다.

그들이 아는 한, 긴토키는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의뢰자를 내치는 듯한 행동을 하는 남자가 아니다. 지금까지도 그랬다. 귀찮은 의뢰에 귀찮다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결국은 손을 내민다. 말의 불평은 쑥스러움. 그는 그런 남자인 것이다.

가만히 토시에를 되돌아본 긴토키의 눈은, 평소의 썩은 동태 눈깔이 아닌, 험악한 빛을 품고 있었다.


「…정말이지, 귀찮은 이야기를 들고 오다니. 이런 거 무시해버리면 꿈자리가 사나울 거라고.」

「긴 씨」


(역시 그런 사람이야 이 사람은! 아차 싶을 때에는 의지가 된다고!)


「…어쩔 수 없네…정말이지─」

「긴 씨! 그럼!」

「아아 받아주지. …다만.」


당장이라도 「의뢰 수락, 일 개시!」 라고 일어서려고 한 신파치를, 긴토키의 한쪽 손이 제지했다.

긴토키의 눈은, 똑바로 토시에를 향한 채다.


「당신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면, 말이지.」


긴토키의 말에 토시에는 꿈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신파치는 놀라서 긴토키를 쳐다봤다.


「무슨 말 하는 거냐 해 긴쨩.」


미심쩍다는 듯한 카구라에, 신파치도 동의한다는 듯 물었다. 확실히, 예 그렇습니까 하고 믿기에는 너무 큰 이야기다. 그러나, 토시에 씨의 모습은 어떻게 봐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의 것은 아니다. 해결사에서 일하게 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신파치는, 나이 치고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연극을 하고 있는 사람과 정말 심각한 사람과의 구별이, 어렴풋하게나마 가능하게 되었다. 토시에 씨는 진지함 그 자체다. 긴토키라면, 신파치나 카구라 이상으로 그 진지함을 느낄 수 있음이 틀림 없는데,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트집을 잡고 있는 거든 아니든, 아까 전의 기세와 더불어 분노마저 끓어 오른 신파치는 긴토키를 노려보았다.


「어이어이 뭐야 그 눈은. 마치 내가 악당 처럼 보이잖냐. 딱히 내가 이 녀석이 거짓말 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있는 건 아니잖아.」

「그럼 무슨 생각이냐 해.」


나른한 듯 항의한 긴토키에게, 카구라도 비호의적인 시선을 향했다. 그녀도 신파치와 같은 분노를 안고 있는 것 같다. 이미 시비조다.

두 개의 공격적인 시선과, 추궁하는 듯한 토시에의 시선에 둘러싸여, 긴토키는 언짢은 듯 뺨을 긁었다.


「아니, 그러니까, 토시에 씨가 소속한 조직의 정체만 밝혀 주면, 나도 그런 의심하지 않는다고. 왜냐하면 너, 솔직하게 말 한다고 한 주제에, 자기가 속한 조직만 숨긴 채 잖아? 의심할 수 밖에 없잖냐.」

「아…그런 겁니까.」


듣고 보니 지당한 긴토키의 해명에, 신파치는 후, 하고 분노를 가라앉혔다.

토시에도 납득한 듯한 표정을 짓고, 그러나 잠시 후에는 당황한 것처럼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거라고. 알았냐 애송이들아. 애초에, 처음 선역인 척 해서 다가온 녀석이, 실은 가장 큰 악역이었습니다~라는 전개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에도 자주 있는 패턴이잖아? 게다가 그게 눈이 아찔해지는 미녀라니, 정석대로 잖냐.」

「근거로 만화를 꺼내는 쪽이 훨씬 애다 해.」

「시끄러!」


확실히 그렇지, 라고 신파치는 생각했다. 아니 카구라쨩의 지적이 아니라, 그것도 지당한 거지만, 긴 씨의 이야기가 말이다.

확실히, 자신의 조직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 토시에의 태도는, 수상하다면 수상하다. 일이 큰 만큼, 이야기의 출저는 확실하게 보장 받고 싶은 것이다. 이건 토시에 개인을 신뢰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래서, 실제로, 어떻습니까 토시에 씨? 당신은 도대체, 어느 조직의 사람입니까?」

「그건…」


신파치가 거침없이 묻자, 토시에는 말문이 막혀 시선을 뗐다. 역시 수상할지도.


「말하지 못 하겠다는 거야? 역시 좋지 않은 조직이잖냐. 범죄 기관인가?」

「아니야!…나는 단지, 그걸 말 하면 너희들이 협력을 거절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을 뿐이야. 우리는…그, 너희들과는 그거다. 사이가 나쁘니까.」


우쭐거리는 것처럼 팔짱을 낀 긴토키의 대사를 즉각 부정하고, 토시에는 후반부를 힘없이 덧붙였다. 신파치는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에? 이전에 우리들과 관계된 적 있습니까?」

「어이어이 진짜냐. 그런 이상한 조직과 서로 으르렁 거린 기억은 없는데」

「어디냐 해? 불독? 뽀글이파? 아니면 도부네즈미파냐 해?」

「설마 우주해적 하루사메라던가, 연옥관의 관계자, 같은 일은 없는 거죠?」

「야규 일파라던가? 설마 귀병대는 아니겠지 어이.」

「적 투성이잖냐 너네들 뭐가 『기억은 없는데』 냐! 전부 아냐! 애초에 우리는 합법 조직이라고 말했잖아! 지금 말한 곳 대부분 비합법이잖냐!!」


테이블을 뒤엎을 것 같은 기세로 고함치는 토시에에게, 해결사 세 사람은 더욱 더 고개를 갸우뚱 한다.


「그럼, 어디야? 걱정하지 마, 일이 일이니까 조금의 범죄 조직에는 눈 감아준다니까.」

「그러니까 범죄 조직이 아니라고 했잖아 몇 번을 말 해야 알아 듣냐!!」

「정당한 조직과 개인적인 인연을 만들었던 기억은 없어요 우리들.」

「빨리 불고 편해지라 해.」

「너네들 바보냐!? 여기까지 말하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의도적으로 바보짓 하는 거냐!? 일부러잖아! 나를 바보 취급하는 거구만 네 놈들!!」


어느새 가성도 그만두고, 허억 허억 숨을 토하는 토시에에게 기시감을 느끼고, 신파치는 지금까지와는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격렬한 딴죽과 이 목소리, 어디서 들은 듯한…라고 할까 상당히 낯익은 거 같은데…누구더라.)


「자 뱉어내라 해. 고기 덮밥이 기다리고 있다고.」

「그만둬 카구라 상상이라도 음식 얘긴 하지 마 배고프다.」

「…어째서 취조식으로 된 거냐 인마.」


토시에는 이마에 불끈불끈 핏대를 세우고 반발하다가, 이윽고 단념한 것처럼 크게 한숨을 내뱉고, 웅얼웅얼, 정말~로 웅얼거리며, 입을 열었다.


「……진선조다.」




확실히 그거라면.

신파치는 마음속으로 크게 감탄했다.

그거라면, 합법이라는 것도, 암거래의 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도, 천인 간부들의 압력에 약하다는 것도, 우리들 해결사와 인연이 있다는 것도,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있을 수 없다 해.」

「잘 만들어진 거짓말이네요.」

「정말이다. 꽤 생각했구만.」

「…………………아?」


해결사 세 명에게 즉각「거짓말」로 단정되어, 토시에는 엄청 간격을 두고, 눈을 점으로 만들었다.

설마 이걸 부정당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는 얼굴이다.


(유감이네요. 다른 상대라면 속일 수 있었겠지만…)


신파치는 동정을 담아 토시에를 바라봤다. 긴토키도 같은 심정인 건지,「아─」하고 슥슥 머리를 휘저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뭐 확실히, 그런 거라면 전부 설명이 되지. 우리들과 그 녀석들이 인연이 있다는 것 까지 잘 조사했어 진짜로. 그치만 말이지, 미안하지만, 우리들과 그 녀석들은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인연이 깊어서 말야. 그런 거짓말은 바─로 알아버린다고.」

「그래요 토시에 씨. 우리들 실은 꽤나, 그 사람들에 대한 건 자세히 알고 있어요.」

「유감스럽지만 그런 거다 해. 진짜 정체를 밝혀라 해.」

「……뭐야 이거, 무슨 의미야.」


세 사람에게 제각기 한 마디씩 듣고, 토시에는 불만과 의심과 분노의 삼박자가 갖춰진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이 아냐. 진선조라고 말했잖냐. 죽여버린다 인마.」


으─음, 이 깡패 같은 모습, 그야말로 진선조. 정말 잘 조사했네, 신파치는 다시 감탄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조사했다면, 어째서 그런 거짓말은 바로 들킬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거지?


「어이, 뭐야 그 동정에 찬 시선은!? 무슨 근거로 거짓말 치고 있다고 하는 거야!」


열받은 기색의 토시에에게, 해결사 세 명은 얼굴을 마주보고 어깨를 들썩였다. 아무래도 결정적인 사실을 알리는 수 밖에 없는 듯 했다.


「알겠냐 해.」


카구라가 일어서서, 거드름을 피우며 팔짱을 꼈다.



「그 깡패 경찰 24시에는, 투박한 눈이 나쁜 남자와 사디스틱한 썩을 애송이밖에 없다 해! 토시에 누님 같은 예쁜 사람이 그 집단의 일원일리 없다 해!」


「……하…?」



소리 높여 선언한 카구라에, 토시에는 굳어졌다.


긴토키와 신파치는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카구라의 주장을 뒷받침 한다.


「아무리 변장하고 있다고는 해도, 기본적인 얼굴의 구조는 바뀌지 않으니까 말이지. 그 사람들에게는 무리예요. 이런 미인으로 둔갑하는 것은.」

「대원들의 가족이란 것도 아닐 테지. 그 지저분한 세력들에게 미인의 아내가 있다던가 들은 적도 없고, 형제라 해도 유전자상 생각나지 않으니까.」


뭔가 반론 있어? 하고 소파에 기대어 말하자, 토시에는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거짓말이 뜻밖의 방향에서 간파당해 동요를 감추지 못 하는 걸까, 하고, 신파치는 더욱 더 동정심이 격해졌다.


「토시에 씨…저기…」

「……키는」

「에?」

「야마자키는 어떻냐고 했다. 그 녀석은 그다지 투박하지 않고, S도 아니라고.」


고개를 숙인 채로 나온 낮게 떨리는 목소리에 긴토키는 가볍게 고개를 기울인다.


「야마자키? 누구냐 그거? 아아 지미 군? 그런 이름까지 알다니, 정말 잘 조사했네.」

「확실히 야마자키 씨는 그렇게 체격이 좋진 않지만, 그의 변장이었다면 아무리 그래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익숙하니까요.」

「요 전에도 얼굴 마주친지 얼마 안 됐다 해.」


시원스럽게 대답하자, 토시에의 어깨 떨림이 한층 더 커진다. 중얼중얼 무언가 중얼거린다 생각함과 동시에, 번쩍 하고 눈을 들어 세 명을 노려 봤다.

…뭐냐고 새끼들아, 나는 야마자키보다 덜 친숙하다는 거냐, 웃기지 말라고, 라든가 뭔가 말한 것 처럼 들렸지만, 그 내용을 신경 쓰기보다 먼저, 지나친 눈빛의 날카로움에 신파치는 몸을 젖혔다.


「와와, 잠깐 토시에 씨 눈이 위험해요, 동공 열려 있어요 진정해주세요!」

「잠, 어이, 어딘가의 마요라 같이 되어 있으니까! 미인이 엉망이 됐다고 그거!」


당황한 듯한 긴토키의 대사에, 토시에는 마침내 화가 폭발하여 일어섰다.


「뭐가 어딘가의 마요라냐! 역시 알고 있었잖냐 네놈, 바보 취급한 거 잖아!」


말하는 것과 동시에 꽉 자신의 긴 흑발을 잡고, 그것을 당겨 뜯은 것 처럼 보여 신파치는 숨을 삼켰지만, 실제로는 가발을 잡아 뜯은 것 뿐이었다.

장발의 미녀가 사라지고 거기에 나타난 것은…단발이 되었을 뿐인, 같은 미녀.

라고, 했어야 했지만.

그 모습에, 신파치는 지금까지 느낀 기시감이 하나로 합쳐지는 감각을 느꼈다.


가발을 파악 테이블에 던지고, 토시에는…그 남자는, 소리쳤다.



「진선조 부장, 히지카타 토시로다! 이걸로 아직도 거짓말이라고 지껄이면 베어버린다 네놈들!」




……………………




『에에에에에에에!? 거짓마아아아아알!!』




오늘 두 번째의 해결사의 절규는, 가부키쵸 전역에 울려퍼졌다, 고 싶을 정도였다.



얘네가 뭐라고 소설 번역까지...........

읽고 너무 좋아서 북맠까지 해뒀는데 번역기로 계속 돌려보자니 상태 너무 구려서......(막노동자...은시....새팔........)

번역기보다는 좀 깔끔하게 보고 싶어서 함. 두고두고 내가 보려고.........


※※오의역 투성이. 사실 번역기랑 별 다를 거 없음. 일잘알 분들은 원본을 봅시다.

그래도 괜찮으신 분만.


원본 : http://woodyearlobe.michikusa.jp/tyohenmenu.html


-----------


계기는 토시에 씨


제1훈 표주박에서 말이 나오면 제일 놀라는 것은 무조건 본인이다.



「긴쨔~앙, 배고프다 해~」


오늘도 역시 해결사의 거실에 울려퍼진 것은, 십대 초반의 소녀가 입에 담기에는 너무나도 서글픈 대사. 밝은 갈색 머리를 두 개의 경단에 모아 묶어둔 소녀는 그 작은 몸을, 매우 큰 하얀 개에게 기대며 호소했다.


「배고프다 해~」

「시끄러─카구라, 너 혼자만 배고프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너에겐 다시마 초절임이 있잖냐.」


소파에 나른한 듯 기댄 청년은, 외형의 연령에는 어울리지 않는 백은색의 머리를 부빗부빗 헝클이며 무책임하게 말을 내뱉었다. 카구라라고 부른 소녀에게는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그 눈은 TV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어서, 그 실제는 어디도 보고 있지 않았다. 마치 썩은 동태 눈깔처럼 멍한 눈이었다.


「없다 해! 이제 다시마 초절임 한 조각도 없다 해!」


벌떡, 하고 카구라는 몸을 일으키다, 에너지가 끊겨버린 기계처럼 비틀비틀 거리며 개의 등으로 돌아갔다.


「이제…쌀 한 톨도 없어요. 긴 씨…」


희미하게, 그러면서도 심각한 절망을 품은 목소리가, 거실과 부엌의 경계에 선 소년에게서 나왔다. 그의 눈 역시,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은 것 처럼 공허하다. 그의 안구는, 눈 앞에 내민 저금통장이 나타내는 현실…즉 제로라는 숫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시야를 희미하게 만들어 봐도, 제로라고 하는 숫자는 전혀 다른 숫자로 변해주지는 않았다.

소년, 신파치는 절망과 초조함에 관자놀이 부근을 움직였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긴 씨! 이대로는 우리들 전원 아사라구요!? 당신이 성실하게 일하지 않으니까!!」

「뭐냐 인마, 내 탓입니까 요 녀석아─. 너도 종업원이잖냐. 것보다, 여긴 내 집이다. 너희들 일도 하지 않고 우리 집에서 공짜 밥 먹고 말야 좋은 배짱이군.」

「일이 있다면 일 하고 있다구요! 것보다, 당신이야말로 우리 도장에서 실컷 공짜 밥 먹었잖아! 그 탓에 적당히 하라고 나까지 누님한테 출입 금지 당했던 거잖아! 어떻게 생각해도 너 때문이라고!」


저금통장을 들고 양 손을 쾅하고 책상에 내리치며, 신파치는 핏대를 세우고는 백발 머리에게 다가섰다.


「일 찾으러 갈 겁니다 긴 씨! 이제 이렇게 된 이상 일용직 아르바이트든 뭐든! 제대로 일 하라고 당신 경영자잖아!!」


이 가게의! 이 해결사의!! 하고, 마지막에는 비명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귀신의 형상을 연상케 하는 신파치에, 「해결사 긴쨩」의 경영자인 사카타 긴토키는 위축되지도 않고 시끄럽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소리치지마, 에너지 낭비다. 생산성 없는 짓 하지 말라구. 네 연비는 먼 옛날의 트럭이냐」

「극빈 생활로 여기까지 살아남고 있으니 최신 친환경 자동차 이상이라고! 주유소에 가기 위해선 마지막 기름을 다 써서라도 달릴 필요가 있잖아!」

「주유소에 도착해도 주유할 돈이 없다면, 거기까지 가는 휘발유가 낭비되는 것 뿐이잖아.」

「남 일인 것 처럼 말하지 말라고 이 글러먹은 경영자아아아!」


책상을 밥상 뒤집기라도 할 것 같은 기세로 외친 신파치는, 기진맥진해진 듯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안 돼…아사다…나는 상사로 대할 상대를 잘못 골랐어…이런 근로 의욕의 한 조각도 없는 사람을 왜 따라온 걸까…」


대각선 아래의 바닥을 응시하며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기 시작한 신파치를 내려다보며, 긴토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이어이 신파치군…너 무슨 실례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긴 씨도 제대로 일 하고 있다고. 이 전에도 백훈에게 끌려가서 도깨비 랜드에…」

「그건 당신이 사이고 씨를 화나게 해버려서 공짜로 일 하게 된 것 뿐이잖아! 돈이 되는 일을 하고 와!」


자랑스럽게라고 하기에는 나른함이 지나친 긴토키의 대사는, 즉시 신파치에게 막혔다.

「백훈」과「사이고 씨」란 동일 인물로, 이곳 가부키쵸에서 최강을 자랑하는 여장남자이다. 긴토키는 어떤 사건으로 그(그녀?)와 알게 된 뒤, 무심코 실언을 반복해서 혼나고는, 게이바에서 공짜 일이라는 제재를 받고 있었다.

참고로 가게의 이름은「도깨비 랜드」가 아니라「카마 아가씨 구락부」이다.


「아니, 달라. 확실히 가게에서 일 한 건 공짜 일인데, 이번 긴 씨는 한 번 더 열심히 일 했어.」

「에? 그렇습니까?」

「진짜냐 해?」


의외 중 의외, 라고도 할 수 있는 긴토키의 말에, 오늘 처음으로 신파치의 표정이 풀렸고, 방금 전까지 산 송장과 같던 카구라까지도 얼굴을 들었다.

이 타락한 고용주가 설마 자신들이 모르는 곳에서 자발적으로 일 하고 있었다니. 드문 일도 있는 것이다. 내일은 비가 오려나.

아니, 그 드문 행위가 의뢰비, 나아가선 식량과 이어지는 거라면, 비 같은 건 가벼운 것이다. 폭풍우 웰컴이다.


「싫다아 긴 씨. 그런 거라면 그렇다고 빨리 말해달라구요. 사람이 나쁘네.」

「긴쨩 대단하다 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해? 어떤 일이었냐 해?」


순간 부드러워지며 물어오는 두 사람에게, 긴토키는 끄덕이며, 거드름을 피우고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말하기 시작했다.


「어, 실은 말이지…」




가라사대,

「파코」라는 이름의 여장남자로 분장하고 가게를 돕고 있었던 긴토키는, 드물게도 꽤 진지하게 일을 했기에, 백훈…즉, 마드모아젤 사이고에게 일찌감치 용서를 받았다. 그 뿐만 아니라, 심부름 값으로 조금이라면 가게에서 마시고 가도 괜찮다고까지 들었다.


「긴 씨 당신, 우리들이 굶고 있는 동안 다른 곳에서 혼자 먹고 마시고…!?」

「남의 이야기는 끝까지 들으라고.」


그래서, 파코에서 언제나의 긴 씨 모습으로 갈아입고 가게 안으로 돌아가자, 어느새 온 건지, 낯선 종업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군다나 이것이 그 가게에서는 드물게, 터무니 없는 미인이었다. 절세의, 라는 말을 붙여도 과언은 아니다. 흥미를 느낀 긴토키는 그 녀석에게 다가갔다.


「우와, 이번에는 헌팅이냐 해. 최악이다 해.」

「그러니까, 들으라고─.」


긴토키가 흥미를 느낀 것은, 그 사람이 미인이었기 때문은 아니다. 모습이 어쩐지 이상했기 때문이다. 술이든 뭐든, 밤의 나비 같은 행동은 몹시 아마추어 냄새가 나는데, 주위를 둘러보거나, 출입하는 손님의 얼굴을 아무렇지도 않게 확인하는 행동은 몹시 전문가스러웠다.

하하, 이 녀석 스파이 같은 뭔가구만.

긴토키는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만약 이 가게의 약점을 잡아 부순다던가 계략을 꾸미고 있는 패거리라면 일이다.

그렇다면 백훈에게 넘겨 보수를 빼앗아주지…그렇게 생각했다.

거기서, 선수 필승이라고 기척을 죽이고 배후에서 조용히 다가가 말을 건 것이다.


「어이」

「!?」


배후를 빼앗긴 것에 놀랐을 것이다. 그 녀석은 튕기듯 뒤돌아보았다.

흰 피부에 윤기 나는 흑발과 입술의 붉은 빛이 감돌고, 긴 속눈썹에 둘러 싸인 조금 까칠한 길게 찢어진 눈은, 눈가에 얇게 그어진 주홍빛 때문인지, 몹시 요염하다.


(어이어이, 이 녀석 정말 남자냐?)


게이바라고 해도, 스파이 목적이라면 여자가 속이고 기어들어 와도 이상할 것이 없다, 고, 긴토키는 다시 관찰하지만, 자기와 다르지 않은 키와 어엿한 목젖을 인정하고, 무심코 탄식했다.


(유감이네…여자였다면 엄청 취향이었을텐데.)


자연스럽게 고개를 푹 숙여버렸던 얼굴에서 치켜 뜬 눈으로 상황을 엿보니, 여자…아니, 남자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듯한 눈을 하고 새파랗게 질리고 있었다.

스파이로서 주의 깊게 근처를 살피고 있었을 텐데, 간단하게 배후에 다가온 것이 충격일 것이다. 정체가 들켰다고 파래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여기서 갑자기 도망가는 건 용납할 수 없으므로, 긴토키는 안심시키듯 미소를 지었다.


「아─…누님, 한 잔 어울려 주지 않겠어?」


애초에, 스파이 활동 자체를 탓할 생각은 긴토키에게는 없다. 이 가게에 무관계한, 단순한 사람 찾기라던가라면 붙잡아도 돈이 안 되는…아니, 잡을 이유가 없다.

그러니 일단, 술이라도 마시면서 목적을 알아내려고 부드럽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라고 부르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그 미인은, 예쁜 형태의 눈썹을 확 찡그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뭘 꾸미고 있는 거지」라고 말하고 싶은 눈을 하고 노골적인 경계 태세를 취했다.


「잠깐, 아니, 갑작스럽게 뒤를 뺏은 건 사과할테니까, 그렇게 노골적으로 경계하지 말라고.」


일단 앉아서 마시자고, 응? 하고 달래듯 가 보아도, 미인 씨의 미간 주름이 깊어져만 갈 뿐. 이거 배후로 돌아선 건 실패였나 하고 긴토키는 머리를 긁적였다.


「나, 사카타 긴토키라 하는데─, 돈만 받으면 뭐든지 하는 해결사 같은 장사 하고 있어서 말야. 그래서, 오늘은 여기의 경호원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뜻. 당신이 어디의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가게에 해를 가할 생각이라면 나가 주지 않으면 안 되걸랑.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딱히 아무것도 방해하지 않을 거니까.」


경계심을 풀려면 우선 자기 소개부터, 라고, 긴토키는 3분의 1정도 거짓말을 섞어 (여장남자가 되어 공짜 일 했습니다─라는 건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다) 그 외는 정직하게 말해 보였다.

이것은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눈 앞의 미인 씨의 표정은, 경계에서 서서히 곤혹과 의심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좋아좋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일단 앉자구. 서 있으면 눈에 띄고.」


그렇게 재촉하고 근처의 박스석에 들어가자, 주저하면서도 옆의 의자에 왔다.


「그래서, 당신, 이름은?」


언제까지나「미인 씨」로는 어떻게 하기 어렵다. 어차피 가명을 답하겠지만, 어쨌건 부르는 이름이 있는 편이 좋다, 고, 가벼운 마음으로 긴토키가 물었다.

그러나 듣는 쪽은 뭔가 꽤나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당황한 표정으로 한참 주저하다, 겨우 작게 입을 열었다.


「토……토, 시에」


그 목소리는 꾸며낸 목소리인 것 같았지만 여자 목소리는 아니었고, 그렇다고 고의적인 날카로운 가성도 아닌…여자 치고는 허스키한, 섹시 보이스였다.


「그, 그래. 토시에 씨구나」


(으음─, 이거 남자란 말이지. 아깝구만 어이.)


마음속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겉으로는 평정을 가장하고 긴토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토시에 씨는, 이 가게에서 뭘 찾고 있었어?」


의도적으로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앉기 전의 상황으로 보아, 에둘러 물으면 물을 수록, 토시에 씨는 경계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지만, 역시 솔직하게 물어도 대답한다는 것도 아니다. 토시에는 입술을 굳게 닫고 눈을 돌렸다. 당연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일의 내용을 누설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럼, 질문을 바꿀게. 이 가게에 해를 가할 마음, 있어?」

「그럴 생각은 없ㄷ…없습니다.」


이번에는 즉답했다. 도중에 존댓말로 전환한 것은, 비단 긴토키를 격이 높다고 간주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여자 분장을 하고 당당히 남자 말투를 말하는 것도 좀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여자 말투를 사용하는 것에는 남다른 저항이 있다…라는 갈등에서, 존댓말에 이르게 된 모양이다, 고 긴토키는 보았다. 아무래도 이 토시에 씨, 본래는 어엿한 노멀, 또한 강경한 남자인 듯 하다.


(이 가게에 해를 가할 생각은 없다는 건 거짓말이 아닌 것 같네.)


즉, 이 녀석을 잡더라도 백훈에게서 돈은 얻지 못 한다. 긴토키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럼…─일단 묻겠는데, 토시에 씨가 속해 있는 조직은 합법? 불법?」

「지극히 합법이다.」


불법이라면 다른 곳에서 보수가 나올지도, 라고 언뜻 생각하고 물어 보았지만, 그것도 깨끗하게 단호히 부정당한다.

존댓말도 잊고 언짢은 얼굴로 노려보는 눈동자에, 긴토키는 위화감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왠지 이 눈, 어디서 본 것 같은…?)


「알았으면, 이제 방해하지 않겠네요.」


긴토키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사이에, 토시에는 차갑게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뜨려고 한다. 긴토키는 황급히 토시에의 소매를 잡았다.


「자자, 잠깐 뭘 멋대로 이야기 끝내는 거야 요녀석아─」

「읏 뭡…니까! 방해하지 않는 거 아니었습니까!」

「아니, 방해 안 한다니까! 방해는 하지 않지만!」


짜증난 듯한 모습으로 뒤돌아 본 토시에에게, 긴토키는 스스로도 생각하지 않았던 말을 내뱉었다.


「방해는 안 할 거지만, 협력이라면 해주지.」

「………하?」


토시에가 멍하니 눈을 크게 뜬다. 긴토키는 자기 답지 않은 말을 했다는 자각이 있기 때문에, 겸연쩍은 듯 긁적긁적 뺨을 긁었다.


「아니, 그게. 악의는 없었다지만, 나, 당신의 일 방해해버린 거잖아? 그러니까 그만큼은 협력하겠다고. 그 뭐냐 나, 해결사 한다고 했잖아? 곤란해 하는 녀석에게 힘을 빌려주는 게 내 일이거든.」


평소라면 여기서 의뢰비~라던가 말하는 부분이지만, 오늘은 뭐 됐어. 출혈 대 서비스라는 것으로. 너 정말 운이 좋은 걸.

스스로도 무슨 변덕인지, 하고 내심 자문하며, 긴토키는 토시에에게 씨익 웃었다. 하지만 토시에는, 노골적으로 수상쩍은 듯한 시선을 이쪽으로 향했다. 네 놈이 뭐가 가능하지,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시선이다. 깔보는 것이라고 긴토키는 미소를 깊게 했다.


「토시에 씨가 살피는 거, 저 쪽 두 개의 테이블의 천인들이지?」

「뭣!?…어째서 알고…」

「안다니까. 왜냐면 아까부터 계속 신경쓰여 보였고. 토시에 씨, 이런 일 전문 아니잖아? 아니, 보통 이상의 수준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닌자와 싸운 경험이 있는 내가 말하자면, 익숙해지지 않았달까…조심조심하는 경향이 있달까」


미묘하게 자랑을 섞어 가며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 토시에는 분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자각은 있지만, 솔직하게 네 그렇습니다 라고 말 할 만큼 안이한 자존심의 소유자도 아닌 듯 했다.

알기 쉬운 토시에의 태도에, 긴토키는 무심코 쓴 웃음을 짓는다.


「그러니까 뭐, 여기는 긴 씨의 호의를 받아들이라고.」

「라니 어이, 잠깐…!?」


긴토키는 토시에의 팔을 잡고 그 테이블 근처로 끌고 가, 선뜻 천인의 남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여어, 잠깐 실례합니다~」

「아아? 뭐야 너?」

「아니 저기, 나, 그 쪽 테이블의 누님 취향인데. 교환해주지 않을래?」

「하?」

「에? 나?」


천인에게 술을 따라주던 푸른 수염의 여장남자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천인의 남자도, 그리고 토시에도, 황당해 하며 긴토키를 봤다.


「안 되나?」

「아니 아무래도 좋은데…그보다, 어이 너, 이상한 취미네.」


남자는 진심으로 별 신경 안 쓴다는 듯 말했지만, 긴토키의 뒤로 팔을 잡힌 토시에를 보자 눈을 크게 뜨며, 긴토키의 얼굴을 물끄러미 다시 봤다.

당연한 반응이다. 여기 테이블의 여장남자보다 토시에 쪽이 분명한 미인, 이라기 보다, 여자라도 그렇게는 없을 것이라 할 정도의 미인이다. 이 천인들의 미 의식이 인간과 닮아 있다면, 교환을 신청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 쪽이다.


「그래? 뭐, 싫으면 딱히 상관 없지만…」

「아니 잠깐 기다려! 그 교환, 응해주지! 자 가라!」


등을 돌리려 하는 긴토키에게 초조해져, 천인들은 황급히 자기 자리의 여장남자를 밀었다. 웬일이니, 뭐야아, 라는 항의의 목소리를 흘려 듣고, 빈 자리에 토시에를 앉게 한다. 지구인의 취미는 아직도 잘 모르겠군, 하고 중얼거리면서, 토시에를 보고 씨익 하고 싱글벙글 했다.

토시에는 살짝 긴토키에게 눈을 돌렸지만, 곧 천인들에게 몸을 돌려, 매혹적인 미소를 짓고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잠깐 파코를 닮은 사무라이 씨, 당신 보는 눈 있네?」

「…그 정돈 아냐.」


긴토키는 아양 부리며 기대어 온 여장남자를 데리고 그 테이블을 떠났다.

같은 테이블에만 붙여 놓으면, 뒤는 토시에 하기 나름으로 어떻게든 될 것이다.


…수십분 후, 만취한 것 같은 천인들을「연락 받고 데리러 왔다」라는 느낌으로 인간 남자가 두명, 차를 타고 데리고 갔다. 천인을 차에 밀어 넣은 그들이 토시에에게 목례한 것을, 긴토키는 곁눈질로 관찰하고 있었다.

「협력 감사한다」고 한 마디, 스쳐 지나가며 긴토키에게 말하고…




「…그래서?」


이야기를 끝마친 긴토키에게, 신파치와 카구라는 이구동성으로 다음을 재촉했다.


「아니 이야기 끝낸 사람에게 다음 얘기를 재촉하는 건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다고 너네들.」


긴토키는 다가선 두 사람에게 떠밀리듯 몸을 뒤로 젖히면서, 항의하는 듯한 대사를 돌려준다.


「이상한 건 당신이거든요! 설마 그걸로 끝입니까!?」

「지금의 이야기가 어떻게 먹을 거나, 또는 먹을 거로 이어지는 거냐 해!?」

「또는 돈, 이야 카구라쨩! 뭐야, 지금 건 그저 추억 이야기? 근황 보고!?」

「또는『긴 씨 미인 도와주고 감사 받았어~』같은 작은 자랑질이냐 해!『혹시 답례로 데이트라던가 권유 받을 지도~』같은 전차 사무라이처럼 쓰라린 기대로 가득한 거냐 해!」

「그 전차 사무라이란 거 혹시 나 말하는 거야 카구라쨩!?」

「잠깐 잠깐 잠까~안! 그런 안경 사무라이와 똑같이 보지 마! 나는 그런 어줍잖은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너희들 사람의 상처를 후벼 파지 마!! 그럼 뭐입니까 긴 씨! 지금 이야기의 어디가, 우리들의 아사 저지로 이어지는 겁니까!?」


씨익씨익 거친 호흡을 하며 캐묻자, 긴토키는 허공으로 시선을 방황하면서, 그러면서도 말투만은 당당하게 대답해 보였다.


「그거야 너, 긴 씨는 곤란한 사람을 구해준 거라고? 오늘 밤이라도 토시에 씨가 하룻밤의 숙소를 구하러 오는 데다가, 우리를 용궁성에…」

「있겠냐아아아! 뭔가 섞였고!」

「잘못 봤다 긴쨩! 학과 거북이의 구별도 못 하는 거냐 해! 괜찮은 거냐 해? 그 둘 사이에는 9천년의 차이가 있다 해! 같은 장수로도 천지 차이다 해!」

「거긴 아무래도 좋아! 대체로 그 전개라면, 긴 씨 마지막에는 백발의 할아버지라구요!? 괜찮습니까 그걸로!?」

「걱정할 필요 없다 해 신파치! 긴쨩은 원래 백발 머리다 해!」

「아아 그런가…라니 그런 문제에에!?」


엉망진창으로 머리를 휘저으며 고함치는 소년과 소녀에게, 긴토키는 깊은 한숨과 함께 말을 내뱉었다.


「어이 너희들…힘이 넘치는 건 다행이지만 말야, *노리츳코미니 뭐니 하는 높은 수준의 테크닉을 쓸데 없이 표출해내면…」

「뭐 어쩌라는 겁니까!」

「뭐냐 해!」


…연료부족이 되어버린다. 긴토키가 그렇게 말하는 것보다도 빨리, 몸을 내밀고 긴토키에게 항의하던 두 사람은, 나란히 책상 위에 쓰러져 있었다.


(*노리츳코미 : 태클 거는 사람이 바보짓 하는 사람한테 한 번 동조한 뒤, 시간 차를 두고 태클 거는 거)



「이제 싫어…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배고파 해…배고프다 해…긴쨩 바보오오…」

「아─내가 뭐랬냐…이쪽까지 배고프네…」


추욱, 아니, 홀쭉 하고, 해결사의 세 명은 책상에 푹 엎드려, 소파에 기댄 채로, 성대하게 배를 울리고 있었다.


…띵동…


「아아 이제 안 되겠다 해…배에도 한계가 와서 이상한 소리 내기 시작했다 해…」


띵동


「뭐야? 카구라 이거 네 배의 회충이냐? 체내에 현관이 있는 것 같은 소리 내고 있네.」


띵동


「아니에요 이거 분명히 현관 초인종 소리예요. 누군가 온 거예요.」


책상에 뺨을 내리 누른 상태로, 신파치가 한숨과 함께 중얼거린다.


「공복의 한계에도 태클의 습성은 남아 있는 것 같네.」

「하는 김에 쫄따구 습성도 생각해내고 응대하러 가라 해.」

「귀축이냐 너네들은…」


투덜거리면서도 저항할 힘도 없기에, 신파치는 스르륵 일어섰다.


「어차피 신문 권유나 할망구의 집세 독촉이다. 문 열고 『돈이라면 없어!』 라고 말하고 닫아버리면 돼.」

「『먹을 거 내놔!』 도 괜찮다 해.」

「예이 예이…」


절반 흘려 듣고, 비틀비틀 현관으로 향한다. 왠지 진심으로 발걸음이 불안하다. 카구라의 제안을 실행하고 싶은 기분이다.


띵동


「네네~에…」


아아 벨소리까지 빈 속에 울리는 듯한…이라고 생각하면서, 신파치는 활짝 문을 열었다.


「뭡니까아. 지금 저희 돈 없어서, 판매라면 포기해주세…」


아─한심하다, 고 스스로도 생각하는 대사를 입 밖에 내며 고개를 든 신파치가 본 것은,


「……!?」


흰 피부에, 흑발과 붉은 입술이 상당히 빛나는,


「…해결사의, 사카타 긴토키에게 용무가 있ㄷ…습니다만.」


길게 찢어진 눈동자의, 미녀였다.




「에…?」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긴 씨에게 볼일…이라고 했었지. 그렇다는 건 손님이다. 판매가 아니다. 안내하지 않으면. 그래도 이런 아름다운 사람이 긴 씨에게 무슨 용무지? 설마 의뢰인은 아니겠지. 어라? 그러고 보니 이런 느낌의 미인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듯한…?)


신파치가 가만히 있자, 흑발 미인은 의심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


「어이…아니 저기, 해결사…씨, 는, 없습니까?」

「아아 아뇨! 있어요 있어요! 지금 부를게요!」


미녀의 부자연스러운 어조를 눈여겨 볼 수 없을 만큼 당황하며, 신파치는 대답했다. 뭣보다 신파치 주위에는 왠지 제대로 된 여자가 없다. 외관은 뭐 괜찮더라도, 내용물에 문제가 있는 녀석들 뿐이다. 무지 폭력적이거나, 애초에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외관도 내용물도 무조건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이돌 오츠우뿐, 그런 신파치에게 지금 눈 앞에 있는 미녀는 처음으로 접하는 타입의 여성이라 말해도 좋았다.

제대로 초인종을 울리고 현관문에서 대응을 요구한다, 라는 당연한 행위를 당연하다는 듯 해주었다는 점에서, 신파치는 묘한 감동을 느꼈던 것이다.


「…? 괜찮, 습니까?」


그런 신파치의 모습에, 미녀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반응 또한 아주 지극히 정직한 것으로, 신파치는 마음이 들떴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괜찮아요!」

「뭘 떠들고 있냐 해 신파치, 그렇게 끈질긴 권유냐 해…」


우물쭈물 거리고 있는 신파치의 뒤에서, 카구라가 불쑥 나타났다. 그리고 현관에 서 있는 미녀를 보고, 멍해진 듯 눈을 크게 떴다. 『와아』라고도 『후아』라고도 할 수 있는 한숨이, 그 입에서 흘러넘친다.

그 모습을 보고, 미녀는 또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해 했다.


「어이 너희들, 뭐 하는 거야?」


안 쪽에서 들린 긴토키의 목소리에, 신파치는 겨우 남겨둔 외침을 되돌려주었다.


「긴 씨! 긴 씨에게 손님이에요!」

「손님이야? 그런 거 올 예정 없는데? 어라? 혹시 의뢰?」

「미인이다 해! 케츠노 아나보다 미인이다 해!!」


카구라가 외치자, 바로 그 미녀는 경악한 것 처럼 눈을 크게 뜨며 한 발 물러섰다.


「카구라 너…케츠노 아나보다 예쁜 사람이 이 근처에 굴러다니고 있을 리 없잖냐…」


카구라의 말을 한쪽으로 부정하면서, 그래도 약간 기대를 안고 나온 긴토키는, 카구라가 가리키는 인물을 보고 한 순간 굳어졌다.


(역시 그렇지. 이런 미인이 갑자기 오면, 누구라도 당황하지. 응, 나 뿐만이 아니라.)


신파치는 그렇게 생각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 그러나, 긴토키가 굳어진 건 신파치의 그것과는 약간 사정이 달랐다.

즉, 그 미인을 본 기억이 있었던 것이다.


「토, 토시에 씨…?」





『에에에에에에에에에!?』





해결사에 절규가 메아리 쳤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