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훈 드라마의 등장인물이란 건 현실에 있어도 아마 반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상당히 주도면밀한 역할 연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해결사의 안방에서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면서, 히지카타는 반대쪽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희미하게 물소리가 들려온다. 그 벽의 너머는 목욕탕이다.

역시 날림공사구만. 히지카타는 연기를 내뿜으며 피식 웃었다.


문을 사이에 둔 옆방에서는 TV 소리.

드라마의 BGM과 이야기를 나누는 남녀의 목소리가, 묘하게 귓가를 맴돌았다.

아이들이 저녁 식사 후에 보기 시작한 그것을 히지카타는 아무리 해도 볼 마음이 들지 않아, 혼자 방에 틀어 박혔던 것이다.


히지카타는, 드라마를 보는 것은 의외로 좋아하는 편이다. 신경 쓰이는 게 있으면 녹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위 「연애 드라마」라는 것은 그다지 좋아할 수는 없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그 드라마에서도, 젊은 남녀가 우유부단과 방약무인을 교대로 발휘하며 상대를 휘두르고 있다.


(…저런 남자의 어디가 좋은 건지.)


새어 들어오는 여배우의 울음 소리를 들으면서, 히지카타는 눈을 감았다.

히지카타의 눈에는 주역의 남자는 그냥 잘생긴 남자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그것이 세상에서 멋있다고 떠들어 대는 것이니까, 역시 사랑(恋)이나 사랑(愛)이라는 건 시시하다고 히지카타는 비꼬는 웃음을 흘렸다.

정말로 좋은 남자란 건, 저런 것이 아닐 것이다.


진정으로 사람을 끄는 매력이란 건 용모같은 게 아니라, 마음, 영혼에 있는 것이다.

용모보다 언행에 매력이 있어야 「좋은 남자」다.

그것은 예를 들자면, 곤도 처럼. 혹은…


「…………칫.」


살짝 눈을 뜨고 물소리가 들리는 벽을 바라보고 말았던 것에, 히지카타는 혀를 찼다.

그 벽 너머에 있는 것은, 이 해결사의 주인인 남자다.

오늘은 밤중에 조사하러 갈 예정은 없다는 것으로, 긴토키는 오랜만에 첫 번째로 목욕탕에 들어가 있었다.



요 몇 주간.

긴토키는 어이없을 정도로 능숙하게 의뢰를 완료하고 있었다.

극비 수사와, 그리고…연인의 연기, 를.



히지카타는 담배를 손가락 끝에 끼운 채 손바닥으로 이마를 덮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토시에」로써 접한 긴토키는, 그렇다고 인정하는 것은 매우 화가나는 것이긴 하지만, 확실히 「좋은 남자」였다.

그야말로, 서툰 드라마의 주역 따위보다, 훨씬.


히지카타는 다시 혀를 차고, 험악한 눈으로 벽을 노려보았다.

이런 걸 그 남자에게서 느껴버리는 게,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멋진 남자, 라고.

깨달아버린 것이다.


가능하면 깨닫고 싶지 않았다고 히지카타는 미간을 눌렀다.






오늘 낮.

야마자키와 연락한 정보를 교환하고 돌아가는 길, 히지카타는 옆을 걷는 긴토키의 옆모습을 훔쳐 보고 있었다.

여전히 나른해 보이는 눈. 의욕 없는 듯한 걸음걸이.

하지만.


히지카타는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기는 척을 하며, 조금 발걸음을 재촉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 가며 힐끗 옆을 엿보니, 긴토키는 여전히 변함 없는 표정으로 딱 옆에 있다.


「………」


이런 것이다.

히지카타는 확 눈살을 찌푸렸다.


이 남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며 이쪽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느낀 것은, 불과 며칠 전이다.

여성용 옷을 입은 지금의 히지카타는, 긴토키보다도 확실히 보폭이 작다. 그러나 나란히 걷게 된 이 몇 주간, 뒤쳐질 뻔 했다는 기억은 전혀 없었다.

긴토키가 의식하고 천천히 걷고 있는 거다, 라고, 본래라면 바로 눈치채야 마땅했다. 하지만 긴토키의 걸음 걸이는 평소처럼 터벅터벅 걷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아서, 그래서 알아채는 것이 늦어버렸던 것이다.


발걸음을 맞춰주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히지카타가 며칠 간 주의해서 관찰해 보면, 긴토키는 꽤나 「토시에」에게 상냥했다.


예를 들면, 지금.

생각에 잠기고 있는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전혀 말을 걸지 않는다.

평소 이것저것 쓸데없는 싸움을 걸어오는 것과 관계없이 말이다.

회화에 질렸다라고 말하는 듯, 입을 다물고 감시자의 눈에 신경을 쓴다.

…아마, 히지카타가 사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라는 배려겠지.


히지카타는 살짝 한숨을 내뱉고, 괜히 화풀이 하듯 긴토키의 옆모습을 노려봤다.

그리고 곧 바로 자신의 발밑으로 눈을 돌린다. 너무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면, 이 남자에게 곧장 들키기 때문이다.


시선을 떨군 채 걷고 있으니, 갑자기 오른쪽 어깨에 손이 둘러지고 휙 끌어당겨졌다.

무심코 왼쪽으로 비틀거리던 히지카타의 바로 오른쪽을, 한 대의 오토바이가 달려간다. 법정 속도 위반이다.

저 자식, 체포 해줄까.

달려가는 오토바이의 뒷모습을 째려보다 힐끔 시선을 올리자, 긴토키는 비틀거린 히지카타를 몸으로 받아든 채로, 빙긋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대단한 역할 연구다.


히지카타가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한숨을 뱉으니, 긴토키는 웃는 얼굴인 채로 꿈틀 관자놀이 부분을 경련 시켰다.


「어이어─이, 도와줬으니까 감사 정도는 해줘도 괜찮지 않아? 것보다 적어도 『고마워 긴토키 씨v』같은 연기라도 하라고. 직무 태만입니까 요 녀석아─.」


은혜라도 배푸는 듯한 긴토키의 대사에, 히지카타의 이마에 빠직 핏대가 선다. 이런 말을 하니까 감사 할 마음이 들지 않는 거다.


「누가 감사따위 말하겠냐. 그 정돈 네놈에게 도움 받지 않아도 피할 수 있다고.」

「실컷 멍하니 있었던 주제에 무슨 소리야? 너 그거 누가 봐도 명백한 억지니까. 팔씨름으로 여자에게 져놓고 『적당히 봐준 거야.』라고 말하는 중학생 남자 수준이니까.」

「뭐야 그 미묘한 비유! 네놈의 중학 시절과 동일시하지 마!」

「누가 내 실제 경험이라고 말했냐아아! 그런 추억이 있는 것은 오히려 네놈이잖아!」

「이 자식이…!」


히지카타는 대답하려던 입을 다물었다. 근처에서 인기척을 느낀 것이다.

비록 감시자가 아닌 일반 통행인이라도, 이 모습으로 고함치고 있는 것을 들어버리는 것은 위험하다. 히지카타는 한 번 아래를 향해 입 안에서 혀를 차고 나서, 「토시에」의 표정을 다시 만들어 얼굴을 들었다.


「죄송해요, 고마워요 긴토키 씨.」


살짝 미소 지으며, 목소리도 가성으로 바꾼다.

오른쪽 어깨에 둘러진 채인 긴토키의 손이 떨어지지 않게 바짝 달라붙고, 왼손으로 긴토키의 키나가시의 부분을 살며시 잡았다.


「…잠시 이대로 걸어도, 괜찮을까요?」


고개를 숙인 얼굴에서 시선만 들어 올리며 묻자, 긴토키의 몸이 한 순간 굳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가 굳어질 정도로 기분 나쁜 건가. 나도 내 스스로가 기분 나쁘다고. 연기하라고 한 것은 네놈이니까 마음껏 후회해라.)


히지카타는 마음 속으로 흥하고 코웃음 쳤다.


지금 같은 긴토키의 반응은 최근 몇 주동안 몇 번이나 경험했다. 자신과 비슷한 체격의 여장남자에게 바짝 붙게 되면 그건 당연한 반응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쪽도 마지 못해 하고 있는 거니까,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조금 화가 난다.

거기서 히지카타는, 최근에는 반대로 일부러 열띤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냥 좀 익숙해져라」라는 무언의 압박이 반, 나머지 반은 괴롭힘이다.


「아─…물론. 상관없다고?」


상냥하게 말하며 어깨를 고쳐 안는 긴토키에게 기쁜 듯 미소 지어보이자, 긴토키의 손이 움찔 떨린다.

오른쪽 어깨로 그것을 감지한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어깻죽지에 살짝 이마를 맞대고 표정을 숨겼다.


반쯤 괴롭힘 목적으로 연기를 상승시켜 두고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최근의 긴토키는 반응이 너무 과잉스러운 거 아닌가.

「그녀에게 보조를 맞춘다」같은 세세한 역할이 가능할 만큼 요령이 좋다면, 히지카타의 연기에도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익숙해지지 않을 정도로, 싫다는 건가.)


어쩔 수 없으리라. 어쨌든 긴토키와 히지카타는 견원지간이다.

연인사이의 대화 따위, 얼굴이 굳어지는 게 당연한가…라고 자신을 납득시키려던 히지카타는,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닫고 굳어졌다.


그러면, 자신이 아무런 혐오감 없이 긴토키에게 바짝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어째서지.

소름 돋는 자신의 연기에 구역질을 느끼면서도, 긴토키의 팔을 잡는 것 자체에 주저는 없다.

모래를 뿜어내는 것 같은 달콤한 대화에 마음 속으로 얼굴을 찌푸리고 있어도, 어깨에 둘러진 긴토키의 손을 뿌리치고 싶지 않다.


…그것은, 어째서.


「토, 토시에 씨…?」


긴토키의 어깨에 이마가 붙은 채 굳어버린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당황한 듯 말을 건다.

그러나, 새하얘지기 시작한 머리를 필사적으로 회전시키고 있는 히지카타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아아아아아니 기다려. 아냐, 다르잖아. 이건 일이다. 나는 일이니까 딱 단정짓고 있는 거고, 빌어먹을 천연파마와는 업무에 다른 마음가짐이 틀리다고. 단지 그 뿐인 얘기잖아. 그 밖에 뭐가 있다는 거야 특별한 건 없어. 나도 일이 아니었으면 이 자식과 이런 끈적끈적…)


「싫다아, 뜨겁네 두 분.」


(그래, 타인에게 뜨겁다 같은 걸로 여겨지는 건……읏!?)


히지카타는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얼른 몸을 떼어 놓았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눈을 돌려, 상인풍의 옷을 입고 있는 중년의 남자를 보고, 조금 전의 대사는 이 남자의 것이라고 눈치챈다.

그리고 긴토키의 얼굴에 시선을 돌리고, 그 눈에 조금 곤란한 듯한 기색을 알아채고, 팟 고개를 숙였다.

…아마 이걸로, 주위에는 「연인에게 어리광 부리고 있던 것을 남에게 보여 쑥스러워 했다.」라고 보일 것이다.

한 순간이라고는 해도 감시자의 눈을 잊어버린 것에, 히지카타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는 토시에의 외모에 넋을 잃고 보다, 그 행동에 흐뭇함을 느낀 듯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바로 옆에 오토바이가 다녀서 무서웠던 거 아니었어? 안 된다구 형씨, 이런 교통량이 많은 길은 남자가 차도 측을 걷지 않으면. 이런 미인의 애인, 제대로 지켜 주지 않으면. 안 그래 아가씨?」


붙임성 좋은 미소를 향해, 히지카타는 애매한 미소를 돌려주었다. 무서워 했다던가 지켜졌던 건 바라던 게 아니었다만, 여기서 그런 얼굴을 할 수 있을 리도 없다.

「토시에」로서 일반인을 접해야 할 때가, 히지카타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어이어이 아저씨. 내 소중한 애인에게 함부로 말 걸지 말아 줄래? 헌팅이라면 다른 곳에서 해줘.」


히지카타를 감싸기 위해 앞으로 나온 긴토키가 장난스럽게 그렇게 말하자, 아니아니 그럴 생각은, 하고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자신의 오른손에 있는 가게를 가리키며, 이 가게의 주인이야, 괜찮다면 들려 줘, 라며 장사꾼 다운 미소를 보인다.


「뭐야 호객꾼이야?」

「뭐 그런 거지. 어때 형씨, 애인에게 선물로 빗이라도 하나. 우리는 좋은 물건이 가득이라구~」


빗인가. 히지카타는 가게 주인의 손가락 끝을 쫓아 가게에 늘어선 물건에 눈을 돌렸다.

과연, 질 좋은 빗이 늘어서 있다. 아무래도 여기는 전문점인 것 같다.


(가발도 빗는 건가…?)


히지카타는 빗을 바라보며 오른손으로 스르륵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몇 주 동안, 목욕 이외 쭉 착용하고 있는 가발은, 군데군데 꼬이고 있다. 어떻게든 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만, 해결사에 있는 빗이라고 하면 카구라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뿐이다. 가발을 빗기 위해 빌려달라고는 그 소녀에게는 말하기 어렵고, 조금 곤란하던 참이었다.


사 버릴까. 아니 그치만, 여성용 빗 따윈 이 일이 끝나면 쓸모가 없고, 일부러 전문점에서 안 사도 편의점 같은 데에도 있지 않을까. 그야말로 남녀공용 같은 싸고 심플한 것이. 그걸로 됐나. 아, 하지만 그 플라스틱 녀석으로 가발 빗으면 엄청 얽힐 것 같은데. 정전기라든지 일어날 것 같고….


히지카타가 멍하니 생각하고 있자, 그 시선을 쫓던 가게 주인이 빠르게 말을 걸었다.


「오! 아가씨 그것이 마음에 들었나? 보는 눈이 있는 걸. 그 회양목 빗은 최고야. 긴 머리도 얽히지 않고 부드럽게 빗어지고, 정리한 머리카락에 비녀 대신 꽂아서 쓸 수 있으니까.」

「에, 아, 아니…」


황급히 가로막듯 손을 올리지만, 가게 주인은 판매를 그만두려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장발 미인의 토시에를 절호의 손님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이것저것 토시에의 외모를 칭찬하며 빗을 권했다.

아마 가게 주인의 말은 지금에 한해서는 빈 말이 아니겠지만, 히지카타에게 있어서는 미인이다 뭐다 하는 말은 기쁜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다지 듣고 싶지 않은 말이 많아서, 히지카타는 약간 관자놀이 부근을 경련시켰다.


「아가씨의 요염하고 우아한 여성에게 딱 맞는, 소극적이고 품위 있는 장식이…」

「아─이제 됐다고 아저씨! 시끄럽다고! 설명이 장황해!」


히지카타가 조심스러운 미소 아래로 초조해함을 감지했는지, 긴토키가 가게 주인의 손에서 확 빗을 빼앗았다.


붙임성도 상품도 좋은데, 상대가 나빴구만 하고 히지카타는 내심 쓴 웃음을 짓는다.

이쪽도 빗은 조금 원했지만, 뭐 편의점에서 사는 걸로 하지. 서로 사이가 나빴구만…

 

그렇게 생각하며 가게를 뒤로 하려고 했지만.


「장황하게 말 하지 말고 얼른 포장하라고. 얼마랬지?」

「에?」


긴토키가 빼앗은 빗을 그렇게 말하며 주인에게 넘긴 것에, 히지카타는 어안이 벙벙했다. 제대로 가성으로 반문할 수 있었던 것을 칭찬하고 싶을 정도다. 게다가 주인에게 가격을 들은 긴토키가 다소 깎고도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지불해서, 히지카타는 한층 더 놀라서 긴토키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조금 전 자신이 가발에 손을 댄 것을 본 걸까? 그걸로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간파했다던가?

그래서, 사 주겠다는, 것인가? 이 녀석이, 나를 위해서?

그런 바보 같은.


멍하니 있는 히지카타의 눈 앞에서, 종이 봉지에 싸인 빗이 긴토키에게 전달 됐다.

그 봉투가, 그대로 휙 히지카타에게 떠밀려졌으므로, 히지카타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에, 잠…」


의문스럽다는 듯 긴토키의 얼굴을 보면, 「연인」의 얼굴로 생긋 미소 짓는다.

「상냥한 남자친구라 행복하겠네.」라는 가게 주인의 말에, 히지카타는 영문을 모르는 채로, 반쯤 순수하게 뺨을 붉혔다.


빗 가게에서 돌아오는 길을 걸으며,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옆모습을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감사를 말해야 할까. 가난뱅이 주제에, 상당한 가격인 것을 사 준 것에 대해서?

아니면, 제대로 이유를 물어봐야 할까. 왜 네놈이 날 위해, 라고.


「…어이, 해결사…저기…」


히지카타가 주저하면서 입을 열자, 긴토키는 신이 난 얼굴을 히지카타에게 향하고, 빗 봉투를 가리키며 가볍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 너 알고 있냐? 그 가게의 빗 엄청나다나 봐. 천연 파마도 스르륵 빗어져 얽히지 않는다는 선전 문구 쓰더라고? 실은 전부터 신경 쓰였는데, 비싸서 좀처럼 살 수가 없어서 말이지이. 아니 엄청나네 진짜. 영수증 주면 경비로 나가는 거지?」

「네놈이 쓰는 거냐아아아!」


히지카타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 쳤다.


역시, 히지카타를 위해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긴토키 자신을 위해. 게다가 경비는 이쪽 부담.

그렇다. 이 녀석은 이런 남자였다. 히지카타는 몇 초전 자신의 무름에 현기증마저 들었다.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친 히지카타에, 긴토키가 즉각 외쳤다.


「내가 빗 사용하는 게 뭐가 나쁘냐아아! 그거 놀리는 거냐? 나는 빗 따위 쓰지 않아도 찰랑찰랑하거든이라는 놀림이냐!? 손가락 빗질로 착 스트레이트입니까 요 녀석아─! 뭐야 그거 손가락 끝에서 마요네즈라도 나오는 거 아냐─!?」


그 대사에, 히지카타의 어딘가가 빠직 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졌다.


「나오겠냐아아아! 그런 기적의 능력이 있으면 머리 세트 보다는 식사 때에 활용한다!」

「잠깐 이 사람 기분 나쁜데요! 자신의 몸에서 나온 걸 먹으려고 하고 있는데요! 네놈 그건 젖소가 우유를 먹는 거라고!」

「송아지는 우유로 자라니까 전혀 이상하지 않잖냐! 오히려 완벽한 자급자족 시스템이잖아 배워라 가난뱅이!」

「부모 소가 자신의 젖 마셔버리면 이상하잖냐! 그건 비유하자면 당뇨의 인간이 달콤하다고 자신의 소변을…」

「마요네즈를 배설물 취급 하지 말라고오오오!!!」






결국.

그 후, 작은 목소리로 끝없이 다투면서 해결사로 돌아와버렸다.

회양목 빗은, 이 안방의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져 있다.

히지카타는 책상에 팔꿈치를 붙이고 담배를 입에 물며, 그 빗을 지긋이 노려보고 있었다.


…긴토키는 이것을, 정말로 스스로 쓸 용도로 산 걸까.

이제서야, 히지카타는 다시 그것을 의문스럽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역시 그건 토시에를, 히지카타를 위해서 산 것이었으며, 이 후의 대화는 그것을 속이기 위한 것에 불과했던 건 아닐까.


지나친 생각일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한다. 긴토키가 그렇게까지 히지카타에게 친절할 리가 없다, 고.

하지만 그 한 편으로, 의혹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건 왜냐하면.


히지카타는 눈을 감고, 낮의 긴토키의 언동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주도면밀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보조를 맞추는 것도, 고민 중에 말을 걸지 않는 것도, 전부.

「연인 같은 취급을 해라」라는 의뢰를 했기 때문에,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써주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다르다.


그 가게의 주인에게 듣고 깨달았지만, 긴토키는 이 몇 주간, 일부러 차도 측을 걷는다는 것은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가 아니라, 「하지 않았다」다.

생각해보면.

단차에서 손을 내미는, 이라던가. 이쪽의 짐들을 들어준다, 던가.

그런 「연약한 여자」라는 취급을 긴토키는 일절 하지 않았다.

히지카타가 긴토키에게 「여자 취급」을 받고 있다고, 느낀 것은, 가성으로 나눈 흔한 대화 속에서만.

그건, 아마도.


긴토키가, 그런 배려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히지카타가 「여자 취급 받고 있다」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발걸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맞추고 있던 것은, 여장하고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답답함을 히지카타가 느끼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감싸준 뒤에 열받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보호된 히지카타가 감사를 말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것이다.

남 앞에서 연인 사이의 연기를 한 다음 쓸데없는 싸움을 걸어 오는 건, 여자 취급 받은 히지카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연일 여장하고, 다른 곳에서 숙박하고, 본의 아니게 연기를 하고,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런 생활을 며칠이나 계속하고 있는 히지카타가, 줄곧 자신의 페이스를 무너뜨리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것은.



히지카타는 책상 위의 재떨이를 끌어당기며, 툭하고 담뱃재를 떨어뜨렸다.

그러고 보니, 이 재떨이도 어느새 이 방에 있구나. 그렇게 생각해내고, 한 순간 뜬 눈을 곧바로 가늘게 뜬다.


이 해결사의 멤버들은 누구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응접실에도 없는 안쪽 방에 상비된 재떨이.

「무엇 때문에」라고 말할 정도로, 히지카타는 바보가 아니다.



그것도, 이것도.

「토시에」가 아니라, 「히지카타」에 대한 배려다.



이래서야 회양목 빗이 히지카타를 위한 것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히지카타는 왠지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되어 머리를 싸맸다.


알고 싶지 않았다.

아니, 긴토키가 깨닫지 못 하게 했던 것에 자신이 감쪽같이 속아버린 채, 라고 하는 것도, 아주 대단한 패배감이 있어서 싫지만.

그러나 깨달아버린 것에서.


어쩌자는 거냐.


사카타 긴토키라는 남자가, 실은 터무니 없이 「좋은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상냥함이, 평소 사이가 나쁜 자신에게도 차별 없이 향하고 있다는 걸 알고.

…그 배려가, 마음에 깊게 스며들어버리고 있는 자신도, 깨달아버렸는데.


「………어쩌라는 거야…」


히지카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라고.


「뭐가?」

「으와아아아아!?」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히지카타는 무심코 코함을 질렀다.

당황해 뒤를 돌아보면, 잠옷을 입고 목에 타월을 걸친 긴토키가 뒤로 젖히고 있었다. 히지카타의 큰 소리에 되려 놀란 모양이다.


「뭐, 뭐야 깜짝 놀라게 하지 마 요 녀석아─.」

「이쪽이 할 말이다아아! 갑자기 등 뒤에 서 있지 마!」

「하? 뭔 소리야 너? 별로 나 기척이라던가 지우지 않았잖냐.」


마음 속으로 신기하다는 듯 들으며 히지카타는 말을 잃었다.


기척을 지우지 않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기 전까지 전혀 알아채지 못 한 자신은, 얼마나 방심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읏.」


화악, 히지카타의 뺨에 붉은 빛이 달렸다.


이 몇 주간, 생각하는 것은 많았지만, 주위의 낌새를 깨닫지 못 할 정도로 사고에 몰두한 적은 거의 없다. 어쨌든 변장하고 감시 당하는 입장이다. 마음이 헤이해질 것은 아니다. 이 해결사의 집 안에 있을 때에도, 항상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긴토키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 했다는 것은.


주위의 경계가 소홀해질 정도로, 긴토키에 대한 사고에 깊이 빠져있었다고, 하는 건가.

아니면, 경계하는 대상이 안 될 정도로, 긴토키의 기척에 익숙해져 마음을 열고 있었다고, 하는 건가.

…어느 쪽이든 너무하다.


수치에 얼굴이 빨개진 히지카타를 보고, 긴토키는 눈을 크게 떴다.


「에, 뭐, 뭐야 너, 잠깐, 무슨 일이야 어이.」

「윽, 아무것도 아냐…」

「아니아니아니,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잖아 그건. 확실히 뭔가 있다는 얼굴이잖아.」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냐. 죽인다.」

「거기서 적반하장!? 우와 싫네─어이. 평소 이 녀석의 아래에서 일 하고 있는 부하의 고생이 그려지는 구만.」

「아아?」


찌릿 눈빛을 날카롭게 뜬 히지카타를, 긴토키는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어 제지했다. 싸움을 시작할 생각은 없는 듯 하다.


「알았어 알았어. 이제 됐으니까 너 빨리 목욕이나 하고 와라. 드라마 아직 안 끝났으니까 이 틈에.」

「……아아, 그렇군.」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조악한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으나,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일어섰다.

확실히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드라마 시청을 끝낸 아이들과 목욕 시간이 겹쳐져 어수선하게 길어진다. 식은 목욕물을 다시 데우는 처지가 되면, 가스 요금이 아깝다고 그 소년이 걱정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뿐만이 아니다. 히지카타는 아이들보다 먼저 목욕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었다.


「아─맞다맞다, 변태 카메라라면 망가뜨려 뒀다고. 정말이지, 우리는 사내놈들과 아이밖에 없는데 뭐가 즐거운 건지.」


뜻밖의 긴토키의 말에 히지카타는 튕기듯 얼굴을 돌렸다. 긴토키의 손에는 소형의 장치가 올려져 있다. 착각할 것 없는 감시 카메라다. 상당히 고성능인 물건일 테지만, 렌즈 부분이 깨지고 있다.


「………」


히지카타는 멍하니 긴토키를 쳐다봤다.

감시 카메라가 있었던 것에는 놀라지 않는다. 적이 언제 잠입한 건지는 모르지만, 요즘 가끔 그런 종류의 것이 발견 되고 있었던 것이다. 해결사에서 살게 된 이후로 매일, 히지카타는 외출에서 돌아올 때마다 집안을 체크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목욕탕은, 들어가기 전에 엄중하게 확인하기로 하고 있었다. 어쨌든 옷을 벗고 가발도 빼는 거니까, 무심코 카메라에 비쳐 버리고 만다면 큰일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눈치 채지 못하고 입욕 모습이 찍히게 되는 것은 딱하다. 히지카타가 가능한 먼저 목욕을 하려는 건 그런 이유였다.

오늘 긴토키가 먼저 들어간 것은, 오랜만에 새벽 조사를 하지 않게 된 긴토키가, 말릴 틈도 없이 들어가버렸기 때문이다. 뭐 긴토키라면 비록 카메라가 있어도 어설픈 결점은 내지 않으리라고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설마 카메라를 발견해 떼어 낼 줄이야.

…정말, 이 녀석은 뭐 하는 놈이냐.


히지카타의 당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긴토키는 손 안에서 기계를 만지작 거리며 중얼거렸다.


「뭐야? 카구라가 목적인가? 지금 유행하는 로리콘이라는 녀석인가?」

「……별로 유행하지 않고, 녀석들의 목적은 오히려 나잖아.」

「어이어─이, 여기에 나르시스트가 있어요─. 정말이지 이러니까 좀 얼굴 좋은 녀석은 자의식 과잉으로 곤란하네.」

「뭣! 누가…읏.」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며 바보 취급하는 것처럼 여겨져 눈썹을 끌어 올린 히지카타는, 그대로 시비를 걸다 문득 멈췄다.

긴토키가 특히 걸어온 시비는, 때로는 그의 알기 어려운 걱정이 숨겨져 있는 거라고. 조금 전 깨달은 바 있다.

…지금의 것도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해결사에 설치된 몰래 카메라. 그것들의 타겟은 아무리 생각해도 「토시에」인데, 그것을 히지카타에게 전부 말하지 않고 부정한 긴토키.

그건, 즉.


「신경쓰지 마」라고 말하는 것이다. 분명. 히지카타가 해결사에서 지냄으로써 그들에게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을.


히지카타가 사과하지 않도록, 감사도 하지 않도록, 일부러 시비 거는 듯한 말투를 하고.


「…~읏」


마음 속이 술렁거린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히지카타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런 배려하는 방법은, 이 외엔 모른다.


「뭐야. 무슨 일 있어?」

「…아무 것도 아냐…목욕, 다녀 오지.」


의심스럽게 물어오는 긴토키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히지카타는 고개를 숙인 채 발길을 돌렸다. 긴토키가 깊게 추궁하지 않으려는 것을 다행히, 성큼성큼 걸어 문을 연다.

거실에서는 가경에 들어간 모양인 드라마가 몹시 극적인 음악을 연주하고 있고, 히지카타의 머리를 쓸데없이 빙글 흔들었다.




방을 나서며 어깨 너머로 돌아보니, 긴토키는 책상 위의 빗에는 눈길 조차 주지 않고 손으로 머리를 빗고 있다.

역시 그거 쓰지 않잖냐 네놈, 하고 소리 내지 않고 중얼거린 히지카타는, 아무래도 참을 수 없어 재빨리 욕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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