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훈 여러 번 부정해도 할 수 없는 것, 그것을 사람은 진실이라고 부른다.



분노에 찬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가만히 서로 노려보기를 몇 초.

당장이라도 히지카타를 매도하기 시작할 것 같던 문어 상인은, 문득 시선을 떼고 암상인 쪽으로 돌아섰다.


혹시, 「토시에」의 신상을 암상인에게 설명할 생각일까 하고, 히지카타는 어금니를 깨물며 천천히 뒤에서 무릎으로 걷는다.

등 뒤로 묶인 손을 움켜쥐고, 재빠르게 주위에 시선을 돌렸다.


진선조의 관계자라고…긴토키와의 관계가 편의상의 것에 불과하다고 드러나면, 저쪽에 있어서는 히지카타를 살려 둘 이유가 없다. 즉각 말살, 이라는 단계가 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히지카타가 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뿐.

어떻게든 여기에서 도망치는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할 수 있을까? 젠장…)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다행스럽게도, 두 다리는 묶이지 않았다. 구속되어 있는 것은 팔뿐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몸에 지닌 작은 칼은 빼앗겨 있고, 그 밖에 무기가 되는 것도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히지카타는 체술에도 약간의 소양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맨손으로 벗어날 수 있을 만큼 이 자리의 적의 수는 적지 않았다.

──상황이, 너무 불리하다.


「…제가 부하에게서 받은 보고에서는.」


문어 상인이 암상인에게 이야기를 꺼낸다. 히지카타는 작게 혀를 차고 휙 문어의 옆 얼굴에 시선을 돌렸다.


(…녀석들에게서 말살의 의도가 느껴지면, 그 순간에 뛰어들어서 부하 중 한 명을 덮친다. 그 녀석에게서 무기를 빼앗으면 어떻게든 저항할 수 있을지도 몰라.)


어떻게 발버둥쳐도 중과부적이지만, 가만히 살해당해줄 생각은 없다.

각오를 다지고 문어 상인을 노려보며, 언제라도 뛰어들 수 있도록 자세를 갖춘다.


하지만.



「침입한 테러리스트라는 것이 은발의 남자로, 한 아가씨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


문어의 입에서 이어진 대사는 뜻밖의 것으로,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멍청한 소리를 냈다.

몸에 담고 있던 힘이 무심코 빠진다.


(…이 녀석,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의아함에 눈썹을 찡그리며, 문어 상인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문어 상인이 말하는 내용 자체는, 별로 이상한 것은 없다.

긴토키가 테러리스트를 가장하고 문어 상인의 저택에 뛰어드는 계획으로 되어 있었던 것은 틀림없고, 긴토키가 어떤 아가씨를 찾고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 아가씨라는 것은, 아마 카구라다.

…하지만, 그 말투로는, 마치.


눈살을 찌푸리는 히지카타의 눈앞에서, 암상인은 아니나 다를까, 「호오」 하고 만족스러운 듯한 맞장구와 함께 히지카타에 시선을 향했다.


「즉, 이게 충분히 미끼가 된다는 게 증명됐다, 고.」

「그렇습니다.」


 이거, 하고 히지카타를 가리킨 암상인에게, 아부하듯 미소 지어 보인 문어 상인을 보고, 히지카타는 더욱 더 의아한 듯 눈썹을 찡그렸다.

이래서는 긴토키가 토시에를 구하기 위해 저택에 침입했다고 말하는 것 같은…

두 사람의 사이를 연인이라고 아직 믿어 의심치 않는 듯한, 이야기의 움직임이다.

히지카타에게 있어서는, 더 바랄 나위 없는 전개긴 하지만.


──이상해.

암상인의 녀석은 그렇다 쳐도, 문어 쪽은 내 신원에 짐작가는 게 있었을 텐데.


히지카타는 힐끗 눈을 가늘게 뜨고, 살펴보듯 문어 상인의 옆모습을 노려본다.

아까 전 이쪽을 노려보고 있던 녀석의 눈빛은, 토시에가 진선조의 관계자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진선조가 함정 수사를 감행한 것도, 토시에나 긴토키가 그 안의 말이었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음이 틀림없다. 문어 상인은 그 정도의 머리는 갖고 있다.

…그것이, 어째서.


마치 히지카타를 감싸는 듯한 이야기의 진행 방식을 하는 문어 상인에, 무슨 생각이냐고 추궁의 시선을 던진다.

하지만 문어 상인은 히지카타의 시선 같은 건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로, 상냥하게 장사 상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앞으로도, 모쪼록 연락 잘 부탁 드립니다.」

「그거야 뭐. 훌륭한 상품을 제공 받을 수 있었다는 뜻으로, 우리 회사의 본부에도 잘 전달해두겠습니다. …만.」


암상인은 매우 기분 좋은 미소로 대답하면서, 수중의 모니터에 눈을 돌리고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보도는, 귀하의 장사에 지장은 없는 겁니까?」


모니터 속에서는, 아직도 바이러스 압수의 보도가 계속 되고 있다.

문어 상인은 가볍게 어깨를 움츠려 보였다.


「유감스럽지만, 전혀 문제 없다, 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 바이러스는 압수 되는 것 같습니다. 큰 손실이에요.」


씁쓸한 목소리면서도 깔끔한 어조로 대답한 문어 상인은…여기서 힐끔 히지카타에게 눈을 돌렸다.


「…하지만, 이 건으로 제가 체포된다는 일 같은 건…있을 수 없습니다.」


결국 원숭이들이 할 수 있는 건은 거기까지가 한계다.

그렇게 말하고 입가를 들어 올린 문어 상인의 눈은, 바늘구멍 같은 빛과 함께, 히지카타에 대한 빈정거림의 미소를 띄우고 있어.


…잘 알고 있군, 하고, 히지카타는 입가를 일그러뜨린다.


분하지만, 사실이다. 진선조에게 막부의 어용 상인을 체포하는 힘은 없다.

노골적으로 위법한 바이러스를 압수하는 것조차 고식적인 잔꾀가 필요한 것이다. 더 이상, 문어 상인의 장사를 방해하는 것 따위 할 수는 없다.

이 녀석은 그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보도를 앞에 두고도 침착하다는 건가.


문어 상인의 모습에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는지, 암상인은 가벼운 웃음 소리를 내며 모니터를 툭하고 손가락으로 튕겼다.


「말하자면, 갑자기 산을 내려온 원숭이에게 점심 식사의 디저트를 빼앗겨버렸다, 같은 기분일까요.」

「뭐 그런 거네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원숭이 피해 대책이라도 강구해야죠……하지만 그 전에, 우선은 새로운 디저트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백신의 건은,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어 상인의 그 말을 듣고, 과연 그런 것인가, 하고 히지카타는 납득했다.


바이러스를 잃은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백신의 거래는 어떻게든 성공시키고 싶다, 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서 「토시에」의 상품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암상인에게 주문한 물건을 건네 주고, 그 대가로 백신 구입권을 얻는다…그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개인적인 원한을 일시적으로 풀기보다도, 사업상의 이익을 중시, 라는 것이다.

꽤 상혼이 억척스럽지 않은가.


히지카타는 감탄하는 것과 동시에, 긴장을 채우고 있던 호흡을 후우 하고 풀었다.


──그 상혼에, 구원 받았다.



「이번에는 우연히, 경찰 조직에 발을 디딜 듯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만… 이런 사고는, 그렇게 몇 번이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귀사에 폐를 끼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안심해주세요.」


우연히, 라는 단어를 희미하게 강조한 어조로 말하면서, 문어 상인은 또, 힐끔 히지카타에게 눈을 돌렸다.

암상인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하고, 사실은, 히지카타를 향한 말.

즉, 이번에는 사고라는 명분을 믿어주겠지만, 두 번째는 없다, 라고 못 박아 온 것이다.


…그걸로 됐어. 히지카타는 미세하게 입가를 끌어올려, 똑바로 문어 상인을 노려봤다.


냉정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적.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협상이 통한다.


얼핏 보면, 바보 같은 적 쪽이 상대하기 쉬운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꽤 머리가 좋은 상대 쪽이, 행동의 예측이 쉽게 가능하고 작전도 세우기 쉽다.

애초에 이번 진선조의 작전 자체가, 막부 상층부나 어용 상인이 협상이 잘 되는 녀석들이 아니면 성립되지 않는 것이었다.



덕분에 계획은 성공.

이 녀석이 이런 태도로 나와 준다면, 이번 사건에서 진선조가 무너지거나 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히지카타는 전신에 두르고 있던 힘을 빼고, 주변에는 들리지 않도록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또 연락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두 번째의 작별 인사를 하고, 이번에야 말로 창고를 나간 문어 상인의 뒷모습을 배웅한다.

네놈이 현명한 녀석이라서 살았다, 라고 비꼬는 듯한 대사를 마음의 소리로 던지고 있자, 갑자기 위에서 말을 걸어왔다.


「안심한 얼굴을 하고 있구나.」


올려다보면, 어느새 접근해 왔는지, 암상인이 바로 옆에 서 있다.

두 눈의 간격이 기묘하게 떨어진 녹색의 얼굴이, 씨익 하고 미소를 띄우며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과연. 그 바이러스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너의 목적이었다는 것인가? 훌륭하게, 원숭이들을 산에서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군.」

「…예, 뭐. 당신들에게는 공교로운 일이겠지만.」


느긋하게 미소 지으며 히지카타는 대답했다.

가성이 쉬어버리는 일 없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에, 내심 조금 안심한다.


모처럼 문어 상인이 토시에의 정체를 폭로 하지 않고 떠나주었던 것이다. 여기서 허점을 내놓을 수는 없다.


신중하게 말을 고르면서도, 히지카타의 기분은 아까보다 상당히 편해져 있었다.

역시, 그 문어가 이 장소에서 사라져 준 것은 크다.

히지카타는 지금 눈앞에 있는 암상인은, 수완가인 문어 상인 만큼으로는 경계하고 있지 않았다.

『전 우주 규모의 암상인 조직』이라고는 해도, 이 녀석은 어차피 이런 변두리의 별 담당의 말단. 지금까지의 대화를 보면, 대단한 상대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아니? 상대방에겐 유감이었지만, 이쪽에는 아무것도 손해는 없어. 오히려 바이러스의 존재가 알려지는 편이, 백신의 수요가 증가하고 값이 오른다. 자네들에겐 감사하고 있을 정도다.」

「그건 다행이군. 그럼 사례로 여기에서 놓아주시겠어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라.」


빙긋 하고 웃으며 넉살좋게 말해 보인 히지카타의 말을, 암상인은 코웃음 치며 답했다.


「모처럼 네가 은발 사무라이의 미끼가 된다고 보증서가 붙었다. 여기서 놓아준다니 아까운 일을 할 것 같은가.」


──아아, 역시. 이 녀석은 문어 상인 정도의 머리는 없구만.

히지카타는 이쪽이야말로 코웃음 치며 답해 주고 싶어지는 것을 억누르고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토시에」가 긴토키의 미끼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바보네.)


고개를 숙여 표정을 숨긴 채, 희미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이 상태라면, 하루사메에게 팔려갈 때까지, 히지카타의 몸의 안전은 보장될 것이다. 

자신의 몸이 오체만족으로만 있으면, 틈을 타 도망칠 기회는 앞으로 얼마든지 있다.


그 남자의, 연인, 이라니.

그런 있을 수도 없는 일을 믿어 준 덕분에.



그런 연기를 진심으로 하다니──정말로, 바보다.


히지카타는 소리를 내지 않고 냉소했다.

자신의 대사에 찌잉 하고 가슴이 통증을 호소한 것은…별 거 아니다. 기분 탓이다.



바이러스의 압수는 성공했다. 문어 상인과의 협상도 무언중에 끝났다.

나머지닌 히지카타가 진선조에 돌아가기만 할 수 있다면 일은 종료.


압도적으로 불리했던 상황에 가까스로 전망이 발견된 것이다. 자신이 가슴을 아파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지.



끈질기게 통증을 호소하는 가슴에는 억지로 무시하고, 히지카타는 탈출할 궁리에 사고를 옮겼다.

시간의 여유만 있으면, 머지않아 진선조가 히지카타의 위치를 알아낼 것이다. 우리 감찰에겐 그 정도의 능력은 있다.

안과 밖으로 연계가 되면, 사람 하나 구출하는 정도는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어떻게든 야마자키 주위와 연락을 취할 방법은 없는 건가, 하고 생각을 돌리고 있던 히지카타는, 문득, 암상인이 주위의 부하에게 무엇인가 신호하는 것을 느끼고 얼굴을 들었다.

지시를 받은 몇 명이 히지카타를 둘러싸듯 등 뒤로 돌고, 또 다른 부하가, 은빛의 작은 쟁반을 암상인 곁으로 옮겨 온다.


그 쟁반 위에 놓여져 있는 물건.

반투명한 액체가 든 주사기를 보고, 오싹, 불길한 예감이 등을 박차 올랐다.


「무엇을…」

「아아,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어. 좀 좋은 기분이 될 뿐이다.」


마약인가.

암상인의 대답에 히지카타는 눈썹을 찡그린다.

저항력을 빼앗기 위함인 걸까. 그렇다면 수면제라도 충분할텐데, 어째서 일부러 그런 약을.


…어찌 됐든, 그런 것을 맞는 것은 사양이다.

히지카타는 일부러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암상인에게 조용한 목소리를 던졌다.


「상품에 그런 물건을 써도 괜찮은 겁니까? 하루사메는 약에 취한 여자를 원하나?」


상처없는 완제품으로, 라고 하는 주문일 것이라고 언외로 넌지시 비춘다.

약을 한 번 투여한 정도로 「결함품」 취급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완제품으로라고 주문받은 이상, 사소한 것이라도 값을 내리는 이유는 되겠지.

하루사메의 성품을 잘 아는 암상인을 주저시키려면, 충분한 대사일 터였다.


하지만.


히지카타의 질문에, 암상인은 한치의 동요도 보이지 않고.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이렇게 대답했다.


「너를 하루사메에게 팔 생각은 없어.」

「─!?」


히지카타는 말을 잃었다.


…무슨, 바보 같은.

망연자실해진 것을 감추지 못하고 다시 쳐다보면, 암상인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웃는다.


「말했잖나. 그저 미끼로 팔기에는 아깝다, 라고.」


그 용모, 기루에 파는 편이 훨씬 돈이 된다.

가벼운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 부하의 들어올려진 쟁반에서 주사기를 집어 들어…의미심장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히지카타의 눈앞에서 그것을 흔들어 보였다.


「이건 친하게 지내고 있는 기루의 주인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너 같은 말괄량이인 재원을, 순종적인 창녀로 만드는 때에 쓰이는 약이라고 한다. …눈 깜짝할 새에 날 수 있지.」



(──뭐, 라고…!?)



오싹하고 등골에 뻗은 오한에, 히지카타는 순간적으로 일어섰다.

그러나 배후를 둘러싸고 있던 똘마니들에게 곧바로 어깨를 잡혀, 바닥에 쓰러진다.

오른쪽 어깨를 짓누르던 한 명이 소매를 걷어올리려 하는 것을 느끼고, 황급히 몸을 비틀어 뿌리쳤다.


농담이 아니다.


자신이 진선조에 돌아가면 일은 종료, 라고는 했지만. 그건 당연히, 무사히 돌아가면의 이야기이다.

비록 구출되었다고 해도, 약에 취한 창녀 따위로 만들어져 있어서는 의미가 없다. 아니 창녀라고 할까 어느 쪽이냐 하면 남창이겠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라. 것보다, 에, 남창…인가…? 라니, 아니아니아니!


엉뚱한 방향으로 구를 뻔한 사고를 붙잡고 히지카타는 머리를 흔들었다. 진정하자. 스스로도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혼란을 빚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암상인의 언동은 완전히 예상 밖…일 뿐만 아니라, 분명하게 이치가 통하지 않는 것이다.


「하루사메로부터의 주문품을 다른 곳으로 팔 생각입니까? 그런 일을 해서 괜찮다고?」


엎드려져 바닥에 눌린 자세 그대로, 가능한 한 냉정한 목소리로 추궁한다.

괜찮을 리 없다. 하루사메는 귀중한 고객일 터다. 더군다나 성품도 거칠고 집념이 강하다. 주문한 물건을 멋대로 다른 곳에 팔려져 잠자코 있을 녀석들이 아니다.

애초에, 「토시에」는 하루사메의 주문이 있었기에, 상품으로 간주되어 온 것이 아니었던가. 아니었다면 아까까지의 문어 상인과의 왕래는 뭐였던 건가.


이상하지 않은가.


번뜩 하고 노려보자, 그 시선에 말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감지한 것 같다. 암상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다음과 같이 설명을 보태 보였다.


「그들의 주문은, 『은발 사무라이, 혹은 그 주변의 인간』 이라서 말이지. 네가 확실히 은발 사무라이의 미끼가 된다고 알게 된 이상, 여기서 그물을 치고 우리의 손으로 은발 사무라이를 붙잡아줘야지.」


하루사메의 주문에는 제대로 응한다. 팔아넘길 상품이 너로부터 은발 사무라이로 대체될 뿐이다.

그렇게 말하고, 히죽 하고 웃는다.


「미끼를 팔기보다도, 낚아 올린 물고기를 파는 편이 값이 비싸다. 단순한 논리잖아?」


암상인의 득의양양한 설명에, 히지카타는 성대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과연, 욕심이 많은 것이다. 토시에를 사용해 은발 사무라이를 잡고 나서, 쓸모없어진 미끼는 기루에 팔아 한 번 더 돈을 벌자라는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 녀석의 방법은, 좀 신중함이 너무 부족한 거 아닌가.


「그 낚시에 실패하면? 어떻게 하실 거죠.」

「실패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라고 하는 아름다운 미끼가 있으니까.」

「…낚시의 성과는 먹이의 좋고 나쁨만으로는 정할 수 없잖습니까. 운 나쁘게 물고기가 접근해 오지 않는 것도, 먹이만 가지고 달아나는 일도 있어요. 그런 리스크가 큰 행동, 멋대로 판단하는 권한이 당신에게 있는 겁니까?」


고작 지구에 머물고 있는 말단이, 하루사메라는 귀중한 고객의 주문의 거래를 일임 받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까의 지금이라 본부에 지시를 받을 시간 따위 없었을 것이다. 자기 판단으로 그런 짓을 했다가 실패하면, 질책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이 녀석이 해야 할 일은, 본부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토시에」를 상처 하나 없이 붙잡아 두는 것 아닌가.

왜, 굳이 단독으로 위험을 무릅쓰려고 하는 건가.


의문을 그대로 입에 담으면, 암상인은 흠, 하고 한마디 중얼거리고, 시치미를 떼듯 시선을 위로 향한다.


「확실히 네 말대로…위쪽에 의견을 구하면, 일단 너를 본부까지 데리고 오라고 하겠지. …하지만 그래서는, 내게 이익이 없으니 말이지.」



(이 녀석──!?)


그 표정과 대사에 감이 오는 것이 있어, 히지카타는 눈썹을 추켜올렸다.



「설마 네놈…!」

「네놈, 이라고 했나. 야마토 나데시코라고 생각했더니, 아무래도 본성은 상당히 난폭한 말인 모양이야.」


무심코 솔직하게 소리를 내버린 것에 암상인이 재미있어 하는 듯한 얼굴을 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네놈, 본부를 거치지 않고 나를 팔 생각인가!?」


네놈의 사리를 위해서.

그렇게 물어뜯을 듯한 어조로 따지면.


암상인은 입꼬리를 올리고, 기죽는 기색도 없이 긍정했다.


「정답. 들었던 대로의 재원이다──이건 더욱 더, 제대로 저항을 봉인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 걸.」

「웃기지, 으읍, 으──!」


배후에서 누르는 손을 뿌리치고 벌떡 일어난다. 하지만, 그러나, 곧바로 또 잡혀 당겨져 쓰러진다.

이번에는 눕혀져 사지가 짓눌려지고, 입을 가려지고 머리도 고정된다.


최악이다.


이 녀석이 본부의 지시도 기다리지 않고 행동을 취한 이유를, 겨우 깨달았다.


은발 사무라이만 바치면, 본부에의 체면이 선다.

그러니까 이 녀석은, 토시에 쪽은 본부한테 알리지 않고. 친하게 지낸다는 기루에 팔아치워 개인적인 이익을 벌 생각인 것이다.


(속물이…!)


히지카타는 틀어 막힌 입 안에서 이를 꽉 악물었다.

이 얼마나 바보 같은 녀석인가. 사냥감이 아직 낚이지도 않았는데 미끼에 흠집을 내다니. 잡은 너구리를 믿고 외상으로 쇼핑하는 것 같은 거겠지. 낚시가 실패하면 어떻게 할 생각인 거냐.


사리사욕에 이끌려 냉정한 판단력을 잃고 있다.


(젠장, 방심했어!)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비틀어도, 사지는 위에서 꾸욱 짓누르고 있어 밀어낼 수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문어 상인이 없어진 순간에 날뛰고 이곳을 빠져나갔어야 했다. 히지카타는 후회한다.

하루사메로 팔려가기까지는 상처 없이 있을 수 있다고, 차분히 대책을 마련하려 했던 것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그나저나 설마, 적이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을 취하다니. 계산 외에도 정도가 있다.



──아아, 정말 어리석었다. 바로 조금 전, 스스로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두뇌 회전이 빠른 녀석 쪽이 상대하기 쉽다, 고.


그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생각이 얕은 녀석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라고…왜 깜빡 잊고 있었던 건가.



정말 경계해야 했던 것은, 문어 상인보다 이 말단이었던 것이다.



「안심해. 곧바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초조함을 띤 히지카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암상인은 스스로 주사기를 들고, 옆에 무릎을 꿇었다.

날뛰는 히지카타의 시선이 힐끔 창고의 입구 쪽으로 향한 것을 재빠르게 포착하고, 코로 비웃는다.


「도움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아. 이 나라에서는 경찰조차, 우리의 거래를 방해할 수 없으니까 말야.」


그 말대로다.

도발하는 듯한 적의 대사에 반론의 여지가 없어서, 히지카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발신기를 스스로 두고 와버린 현재, 히지카타가 있는 곳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만일 장소를 알았다고 해도, 진선조가 지금 여기에 쳐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높으신 분들을 속이는 수단도 강구하지 않고 암상인에게 손을 댔다가는, 진선조가 없어지는 것은 필연.

이 조직은, 공무원인 자신들에게는 손을 댈 수 없는 상대인 것이다.


만약. 이 녀석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손을 댈 수 있는 인간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순간적으로 머리에 떠오른 얼굴을, 히지카타는 즉각 부인했다.



틀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여기에 오고 나서 여러 번 확인했잖아.


…그 녀석은, 오지 않아, 라고.



이번의 조력을 의뢰한 그 남자에게는, 암상인에게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취지를 충분히 전했다.

일로써 손을 빌려주고 있는 사람이, 임무 상의 금기라고 명령한 것을 어기면서까지 여기에 올 도리가 어디에 있나.


애초에 그 녀석에게는…나를 구할 이유 따위, 없다.



오지 않는다.

올 리가 없다


──아니, 정확하게는.



와서는 안 된다, 이다.



히지카타는 일부러 천천히 접근하는 주사기를 노려보면서, 가슴 안을 쥐어짜는 듯한 감각에 꾸욱 눈살을 찌푸렸다.


사실은, 계속.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부정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고 오지랖 넓은 구석이 있는 그 녀석이다.

한 번 깊게 관여한 것에는 부탁받지 않아도 해결까지 함께 해준다는, 그 남자다.


어쩌면, 이라고.

마음속으로는,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 되는 것이다.

와서는 안 된다.



여기서 구해져버리면──이제, 부정할 수 없잖아.

마음의 어딘가에서 그 녀석에게 의지하고, 기대하고 있는 자신을.


…그런 건.



몇 개라도 이 팔에 끌어안고 지킨다 같은 건, 말하지 못 했던 나약한 자신이다.

유일하고 절대적인 것 이외에, 전부 잘라내버림으로써 상처 받지 않으려고 했던 비겁한 자신이다.


이제 와서, 타인에게 손을 뻗는다는 건.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진선조, 이외.

구하는 것도 구해지는 것도, 자신은 바라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아아, 젠장.






뇌리를 스치는 은빛을, 어떻게 하면 지울 수 있지?






눈앞에 다가온 주사기가, 옆에서 날아온 물체에 의해 깨졌다.

액체와 유리를 흩뜨리며 바닥에 박힌 목검의 손잡이에, 낯익은 호수 이름을 알아채고.


안도하기보다는 먼저 울고 싶은 기분이 되어, 히지카타는 꽈악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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