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훈 이겼다 졌다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칼싸움 소리와 드문드문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창고의 입구로부터 피하려 하는 적에게 검을 내리쳐 베고, 히지카타는 주위의 소란에 시선을 돌렸다.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사태는 수습되고 있다. 오키타를 비롯한 병사들은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스프링처럼, 그러면서도 통솔된 움직임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시야 끝에 있는, 은색은.


결코 화려한 움직임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확실한 존재감으로 그곳에 있다.

휘말리는 것은 질색이라고 하는 것처럼 이리저리 적을 피하면서, 신파치나 카구라의 배후로 향하는 무기에는, 놓치지 않고 목검을 내찌른다.

물러날 때와 싸워야 할 상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움직임.


그것을 눈에 거두고는…히지카타는 슬쩍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생각해보면, 만났을 때부터.



그렇게 잠깐 동안만 빛나고, 곧바로 사그라든 그 은빛에.

눈을 빼앗겨서는──그런 자신을 두려워하고. 억지로 보지 않도록 했던 것이다.





둘러진 노란 테이프와, 사이렌 소리.

히지카타는 창고 밖, 어수선하게 오가는 병사들로부터 조금 떨어져 서 있었다.

몇 시간만에 나온 하늘 아래. 태양은 이미 서쪽 하늘에 접어들면서, 그 색을 서서히 주황색으로 바꾸고 있었다.


긴 하루였다.


오늘, 해결사의 현관을 나섰을 때에는 아직 중천에도 이르지 않았었던 태양을 생각하고, 히지카타는 후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검은 검집에 넣어두었고, 암상인은 줄에 묶여 이송 차량 안.

진선조가 총력을 기울여, 몇 주나 허비했던 대대적인 범인 체포는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히지카타의 심경은, 활짝 개여있다고는 말하기 어려웠다.



그 원인은 지금, 히지카타의 눈앞에서 코를 후비고 있다.



「…왜, 온 거야.」


낮게 쥐어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묻자, 긴토키는 코를 후비는 것도 그만두고 나른하게 대답했다.


「앙? 꼬맹이들이 말했었잖냐. 사다하루의 등에 타서 냄새 쫓아 온 거라구. 난 스쿠터였지만 말이지. 세명이 타지는 않았으니까 체포한다든가 말하지 말라구 이 횡포 경찰.」

「그런 걸 물어본 게 아냐! 수단이 아니라 이유를 묻는 거다 나는!」


평소대로의 욕지거리에 엉겁결에 소리쳐버리고 나서, 히지카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유, 따위.

그걸 들어서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히지카타라고 진짜 바보인 건 아니다. 사실은 그런 것, 물을 필요도 없이 알고 있다.

지나치게 사람 좋은 이 녀석이, 아는 사이인 사람의 궁지에 급히 달려 갔다. 단지 그것 뿐인 것으로 굳이 이유 따윌 묻는다면, 돌아오는 것은 지극히 심플한 대답.


『──구하고 싶으니까 구한다, 그 밖에 다른 이유 따위 필요 없다 해.』


머리에 떠오른 소녀의 목소리가, 히지카타의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단지 순수한 호의 때문이라고.

그걸 확실히 입으로 내어 말해버리면──곤란한 것은, 나다.



「이유라고?」


긴토키는 침묵하는 히지카타의 표정에는 마치 개의치 않는다는 모습으로, 귀찮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올린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다는 듯, 긴토키는 대답했다.


「그런 거 당연하잖냐. 의뢰인이 멋대로 죽어서 우리에게 보수 지불하는 녀석이 없어져버리면 곤란하다구.」


의욕 없음과 뻔뻔스러움을 더하고 2를 곱한 것 같은, 실로 열받게 하는 표정으로.


「부탁 받은 것 이상의 일을 해줬으니까 개런티 추가하라구 요 녀석아─. 위험 수당과 성공 보수를 포함해서 적어도 세 배 말이지. 그 이하로는 단 한 푼도 안 깎아줄 거니까.」


위로 향한 손바닥으로 쑤욱하고 내밀며, 생색을 내며 쏘아붙이는…그.

호의의 조각도 보이지 않는, 거친 태도, 에.


──아아, 또 다.


히지카타는 눈을 내리깔고, 빠득 어금니를 악물었다.



단기간의 공동 생활에서 배운 것의, 한 가지.

긴토키가 일부러 시비를 걸어 오는 때는, 그 뒤에 알기 어려운 상냥함이 숨어 있다는 것.



걱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이 남자는, 지금도 또.

히지카타의 당혹과…두려움을, 짐작하고. 모든 것을 전의 관계인 채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젠장.)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여기서, 자신이. 웃기지 마 바가지 씌우지 말라고 라며, 언제나처럼 핏대 세우고 싸움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이 남자와의 관계는, 단순한 지긋지긋한 관계로 돌아갈 것이다.

어느샌가 가까워지고 있던 거리를, 기억해버린 감정을, 전부 없었던 일로 하고.

진선조 외에 보는 것 따위 아무것도 없는…지금까지와 같은 일상으로.


아아, 이 얼마나 편리한가.

마음속으로 중얼거린 히지카타는──그 말과는 반대로, 미간에 꾸욱 주름을 잡는다.


나루터에 닿기 시작한 배.

시치미 떼는 얼굴로 타버리면, 자신은 원하는 기슭에 댄다.

…그렇다고 알고 있지만, 어째선지.


히지카타의 마음속 깊이,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떠들기 시작해서. 배를 타려고 하는 발을 막고 있다.


「…어─이, 너 인마, 뭘 입 다물고 있는 겁니까 요 녀석아─. 설마 개런티 추가 안 해라든가 말하는 건 아니겠지? 웃기지 말라구 짜식아! 내가 뭣 때문에 일부러 이런 곳까지 와줬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쪽은 자선 사업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조용해진 히지카타에 뭔가를 감지한 것이다. 한 순간의 후에, 더욱 더 열받게 하는 태도로 말이 더 격해지는 긴토키에, 히지카타의 미간의 주름은 더욱 깊어졌다.


이 녀석은 이런 남자인 것이다.


손을 내밀고는, 딱히 널 위해서가 아니라고 딱 잡아떼고.

일이 끝나면 상대에게 빚을 느끼게 하지 않으려고, 제멋대로인 척을 하면서 떠난다.

여기저기서 사람을 돕고는, 누구에게도 깊이 관여하지 않고 깊이 관여시키려하지 않고.

도움을 받은 사람의 마음에, 따뜻한 인상만을 남기고.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 돼라고 하는 것인가.



(농담하지 말라고.)


울렁거리는, 뇌속을 어지럽히는 감각과 함께. 반사적으로 흘러넘친 것은 명확하기까지한 거절의 의사로.

히지카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임무 중 쓸데없이 너의 얼굴이 떠오른 것도.

작전을 무시하고 차이나를 구하러 가버렸던 것도.

…결국, 너에게 도움을 받아버린 것도.


전부, 전부. 자신에게 있어서는 안 됐던 것. 공포마저 느끼는 사실.

긴토키의 배려에 응석 부려, 없던 일로 만들어버리는 편이 좋은 것은 알고 있지만.


(……응석 부린다, 라고?)


내가, 이 녀석에게.


──그렇게, 생각한 것만으로.



뱃속에서부터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 눈도 아찔해질 정도의 충동에, 깨닫고 보니 히지카타는 입을 열고 있었다.



「…웃기지 마. 누가 추가 보수 따위 지불하겠냐.」


그렇게 말하면, 긴토키의 눈동자의 안쪽이 한 순간 느슨해진다.

그렇다, 그걸로 좋아──라고. 히지카타의 심정을 배려해, 살짝 미소지은 그 눈동자를 노려보며. 히지카타는 말을 이었다.


「일이었다라니 인정해줄 수 없어.」


네놈이, 여기에 왔다는 것이.

보수만을 추구한 행동이다 같은 거라고, 인정할까보냐.


눈을 응시하며, 단호히 그렇게 단언하면.

한 순간 딱 굳어버린 긴토키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 경악이 퍼지고. 좀처럼 볼 수 없는 그 표정에, 히지카타는 아주 조금만 기분을 풀었다.



구해진 것도 모자라, 걱정 되어 지고.

그저 일방적으로 구해져서, 그것에 응석부리고 있을 뿐, 이라니.


다른 누구와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녀석과는 그런 관계로 있고 싶지 않으니까.



「…하나, 빚이다.」


신음하는 듯한 목소리로 히지카타는 말한다.

긴토키에게. 진선조 이외의 것에. 단지 개인적으로, 구해진 거라고──소리 내어 인정하는 것은, 아직도 등을 떨게 할 정도의 공포를 수반하지만.



이 녀석이 지금까지 돕고서는 떠나갔던, 불특정 다수의 일원 같은 것이 될 것 같냐.

이 녀석에게 멀리서 감사와 동경의 시선을 보내는, 수 많은 사람 중의 한명 따위 될까보냐.



「언젠가 반드시 갚아줄테니까. 각오해둬라!」



마치 복수를 다짐하듯이.

동공의 벌어진 눈으로 찌릿 날카롭게 째려보며 선고한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말을 잃었다.




(뭐라는 거야, 이 녀석은…)


평소에는 도리어 걱정될 정도로 읽기 쉬운 성격을 하고 있는 주제에.

중요한 때에만, 이렇게도 예상을 뛰어넘어 오는 건가.


(──괜찮은 거냐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 멍하니 눈앞의 남자를 바라본다.


이쪽은, 안성맞춤으로 「해결사」라는 편리한 직업.

의뢰라는 명분만 내걸어버리면, 거기에 개재했던 감정은 모두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는데.



히지카타의 공포를, 알고 있다.

그래서 계속, 일선 당겼던 관계를 지켜오고 있었다.

다가갈 때에는 변명을 준비하고. 내민 호의는 악의의 오블라토로 감추고. 생겨난 감정에는 못 본 척 하고.


히지카타도 그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쓸데없는 참견인 회양목 빗은. 눈치채지 못 한 척하고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히지카타도 그것을 바라고 있는 거라고.

비록 서투른 구실이라도, 줄어들어 가는 거리를 부정하는 것을. 각자가 품고 있는 마음을 속이는 것을. 암묵의 양해로서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속이는 것도 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겠다고 하는 것인가.


부탁 받지도 않고 멋대로 밀어붙였던, 성가실 터인 호의를.


(괜찮은, 거냐고……!)


재차 물음을 시선에 실어 응시하면. 히지카타는 잠자코, 그저 똑바로 이쪽을 뒤돌아보았다.

피하지 않는 그 눈동자는, 도망치는 것을 그만두었다기 보다는…반대로 이쪽에, 도망치지 마라, 라고 압박하는 것 같기도 해서.


긴토키는 뒷머리를 헝클였다.



──이 남자에게는, 간파되고 있는 것일까.


정말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내 쪽이라는 것을.



지킬 수 없는 것을 두려워 해서. 또 이 무력한 손이, 소중한 것을 놓쳐버리고 마는 것이 무서워서. 안고 있는 것은 두 번 다시 쥐고 있지 않으면, 그렇게 결정하고 있었을 텐데.

눈앞에서 멀어지려 하고 있는 것을, 떨어지려 하고 있는 생명을.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의 성품.

눈치채보면 또, 쓸데없이 손을 내밀고. 그 때마다 깊이 관여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멀어져 갔다.


「해결사」라는 직함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한 방패역.

히지카타를 신경쓰는 척하고, 사실은 단지 자신을 보호하고 있었다. 터무니 없는 비겁자다.



옛날부터, 어째선지 과대평가되는 점이 있는 자신이지만──겁쟁이이고 무력하고 비겁한, 자신의 약함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다.



계속 둘러치고 있던, 얇지만 튼튼한 벽.

그것을 넘어 오겠다는 것인가.

마치 벽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망설임 없이 비집고 들어 온, 신파치나 카구라처럼.


하필이면, 네가.


(졌다……젠자앙─)


긴토키는 시선을 숙인 채, 또 긁적긁적 머리를 긁었다.

하아, 하고. 한숨의 행세를 하고 심호흡을 한 번.



나보다도 좀 더, 눈에 띄게 단단한 벽을 둘러치고 있었을 터인 너에게.

남에게 다가가는 일을, 무엇보다도, 누구보다도 두려워하고 있었을 터인 너에게……이렇게도 정면으로 맞서게 되어버리면.



나만 달아날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러냐. 그럼, 이것도 빚에 더해 둬.」


평소대로의 나른한 목소리를 가장해,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물건을 히지카타에게 떠넘긴다.

의아한 듯한 얼굴을 하면서도 받은 히지카타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챈 순간, 눈을 크게 뜬다.


「난 빗 같은 거 안 쓰고?」


책임지고 네놈이 떠맡으라고.

그렇게 말하면, 히지카타는 손 안의 회양목 빗에서 팅겨지듯 얼굴을 들어올린다. 


──쓰지 않는다, 라니. 네가, 그것을, 말하는 거냐, 고.


경악에 물든 표정은 그렇게 말하고 있고.

그래, 얼버무리지 않는다는 건 이런 일이라구, 이제와서 실감한 거냐 꼴 좋다 이 망할 자식. 긴토키는 앙갚음에 성공한 듯한 기분에 흐흥 하고 코를 울렸다.

…상당히, 양날의 검인 앙갚음이긴 하지만.


「말해두지만 나는 징수 엄격하니까. 가차없이 갈 거니까. 추가 보수 안 내면 돈 이외의 것으로 확실히 받아낼 거니까, 각오해두라고 요 녀석아─」


아직 주저하려 하는 마음을 꺾어 누르듯, 긴토키는 단숨에 단언했다.

시선을 미묘하게 피하고, 벅벅 머리를 긁으면서.


…그러자.


넋을 잃은 듯 굳어 있던 히지카타가, 몇 초의 침묵 뒤, 화악하고 급격하게 얼굴을 붉힌 것에 긴토키는 놀랐다.

귀 근처까지 붉게 물들이고, 믿기지 않는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바라보면, 핫 하고 당황한 것처럼 시선을 돌리고…점점, 그 뺨에 붉은 빛이 비쳤다.


그, 분명하게 이상한 히지카타의 모습에.

스스로의 대사를 되돌아본 긴토키는…문득, 깨닫는다.



…돈 이외의 것으로 받아낼 거니까, 각오해둬, …라고.



그것은.



(그…그런 의미가 아냐 바보 자식아아아아!!)



것보다 그런 의미라니 무슨 의미냐 멍청아! 자신의 마음의 절규가 무덤을 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긴토키는 마음속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얼굴가 머리가 급속히 뜨거워진다. 아마 자신의 얼굴은 지금, 히지카타 못지않게 붉게 물들어 있음이 틀림없다.

다 큰 남자가 둘이 마주 보고 붉어진 얼굴 하는 건 어떻게 된 거냐, 하고 생각하면서, 그것도 이 몇 주 간으로는 특별히 드문 것은 아니었다고, 그 사실에 또 당황.


「……야」

「야?」


잠시 말도 내지 못 한 채 둘이 나란히 굳어 있자, 이윽고 히지카타가, 작게 입을 열었다.

쉰 목소리로 나온 한 소리를 앵무새처럼 되묻고, 이어지는 말을 기다리자.


「야마자키이이이!!」


뱃속에서부터 발성된 인명에 긴토키는 몸을 젖힌다. 네에 하고 멀리서 들린 위세 좋은 대답과 함께, 검은 옷의 남자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히지카타는 팟 하고 기세 좋게 긴토키에게서 등을 돌리고, 달려온 남자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알아들은 듯 담배와 라이터를 내민 야마자키에게서 그것들을 빼앗아 불을 붙인다.


「보고!」


연기와 함게 고함치는 듯한 목소리를 낸 히지카타에, 야마자키는 한 번 경례를 하고 나서 대답했다.


「암상인의 호송 차량은 방금 전 출발했습니다. 운전은 하라다 대장으로 오키타 대장도 타고 있으므로, 일단 걱정 없지 않나 하고.」

「……기다려. 소고가 타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봐도 불안 요소인데.」

「아뇨, 오키타 씨 정도로 노골적으로 위험한 아우라를 발하고 있는 사람 쪽이, 저 암상인도 우습게 보지 않겠지 하는 것으로.」

「아─…뭐, 그럴지도. 그래서? 우리쪽 피해는 어떠냐.」

「네,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부상자가…」


급속히 일 모드로 돌아가는 히지카타를 바라보며, 긴토키는 살짝 뺨을 긁었다.

긴토키의 존재를 셧다운 하듯 향해진 등에서는, 일상으로 돌아가서 패닉을 벗어나려는 필사적임이 강하게 풍겨오고.


요점은…그거다. 조금 전에는, 그 자리의 분위기라는 녀석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판단하고, 긴토키는 쓴웃음을 지었다.


한 때의 텐션에 몸을 맡겨버리고 나서, 제정신을 차리고 당황하고 있다, 라는 것인가.

뭐, 이쪽도 같은 것이니까,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긴토키는 긁적긁적 머리를 긁으며 발길을 돌렸다.


아무래도, 서로. 머리를 식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해결사의 의뢰료도 네가 처리해둬라.」

「알겠습니다. 아, 추가 보수를 요구된 경우에는 어떻게 합니까?」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을 때에 자신의 이름이 들려와, 무심코 발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그러자 눈에 들어온 히지카타의 옆모습은, 야마자키의 질문에, 몹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고.


「……기각이다. 일절 내지 마. 이야기는 해뒀어.」


희미하게 눈가를 붉히면서, 벌레를 씹은 듯한 목소리로 말한……언밸런스한 히지카타의 대답에.


「…네엣.」


야마자키는 힐끔 히쪽을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운다.


그 미소에, 긴토키가 괜히 짜증이 난 것과 동시.

마치 호응한 것처럼, 히지카타의 주먹이 야마자키를 후려치고 있었다.






「우우…배고프다 해…배고프다 해에~」


정오의 해결사.

사다하루의 등에 엎드려 기댄 카구라가 투덜거리는 것은, 십대 초반의 소녀가 입에 담기엔 너무나 서글픈 대사.


「진선조에게 받은 보수,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져 버렸네요….」


소파에 앉아 있는 신파치는, 먼 눈을 하고 중얼거렸다.


「젠장, 그 할망구 송두리째 가져가다니. 마치 하이에나라고.」

「당신 도대체 몇 달 치 집세 쌓아두고 있었던 겁니까! 아아 정말, 이럴 줄 알았으면 역시 납입으로 해서 받았으면…!」


신파치는 신음하고 머리를 싸맨다.

해결사의 보수는, 대부분의 경우 그 자리에서 현금 지불이다. 그것은 애초에 일의 내용이, 누수 수리나 잃어버린 고양이 찾기나, 너무 큰 액수가 되지 않는 것 뿐인 것으로 보아 자연스런 흐름으로.

이번 진선조의 보수는 결코 소액이 아니었지만, 평소대로의 감각으로 현금으로 받았다.

계좌 이체라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두툼한 돈뭉치를 뵙고 싶다는 지극히 서민적인 발상도 한몫해서, 갈색 봉투 속에 현금을 넣어 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원수가 됐다.

보수를 지참한 야마자키가 돌아간 직후. 대체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던 건지, 현관에서 오토세가 들어와서는.

필사의 저항에도 허무하게, 눈치채 보니 갈색 봉투 속의 내용물은 1/3 이하로 줄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

운 나쁘게 하나의 의뢰도 들어 오지 않은 해결사는, 쌀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궁핍해져 있다.


신파치는 관자놀이를 경련시키고 일어서서, 책상 앞의 의자에 대충 앉아 있는 긴토키에게 다가섰다.


「어떡할 겁니까 긴 씨! 이대로는 우리들 전원 아사라구요!? 당신의 평소 행실 때문에!」

「뭐냐고 어이, 내 탓입니까 요 녀석아─. 것보다 뭐야 이거 데자뷰? 왠지 전에도 이런 거 말한 적이 있는데요.」


긴토키는 따지고 덤벼들어도 기가 죽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귀찮다는 듯이 미간을 좁히고는 신파치를 올려다 보았다.


「애초에, 너는 집에 돌아가면 밥이 있잖냐.」

「그건 저에게 죽으라고 하는 겁니까.」


긴토키의 말에, 신파치는 빠직 뺨을 경련시킨다.

진선조의 대대적인 범인 체포가 종결된 날. 몇 주만에 집에 돌아간 신파치는, 웃는 얼굴의 누나에게 「신쨩과 밥 먹는 건 오랜만이네, 오래간만에 내가 솜씨를 발휘할게.」라고 선고된 것이다.

신파치도 자타가 공인하는 시스콘이니까, 누나와 함께 하는 식탁이 기쁘지 않을 리는 없다. 그러나 가능하면, 누나 이외의 사람이 만든 요리로 둘러싸이고 싶다는 게 본심이다. 누나의 요리에는 최근 더욱 더 연마되어지고 있어, 그 다크 매터를 입에 담고 과연 살아 있을 수 있을지 없을지, 그것조차도 걱정스럽다.


누나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고, 그러면서 자신의 몸을 지키는 방법…그것을 아직 찾지 못 한 신파치는, 일이 바쁘다고 칭하고 게속 해결사에 숙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아, 하고 한숨을 토하면, 동시에 배가 꼬르륵 울리고. 그 소리에 자극 받은 것인지, 다른 두 사람의 배도 같은 소리를 낸다.

한심한 3중주에 신파치는 추욱 고개를 떨구었다.


「…토시 누님의 손수 만든 요리가 먹고 싶다 해.」


뚜욱, 하고.

카구라가 중얼거린 대사에, 해결사의 공기가 딱 멈춘다.

몇 초의 침묵 뒤, 신파치와 카구라가 나란히 시선을 던지면……긴토키는 그 시선에서 도망치듯이, 엉뚱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히지카타와는 그 후로 만나지 않았다.


사건의 종결에서 일주일 정도.

사후 처리로 바쁜 것인가…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히지카타는 여기에 얼굴을 내밀기는 커녕, 아무래도 시중 시찰에도 나오지 않는 듯.


해결사에 줄곧 두어졌던 그의 짐은, 과자 상자와 보수를 손에 들고 온 야마자키가 가져갔다. 본인에게 찾으러 가라고 했더니 맞아버린 것으로, 죄송합니다. 하고 눈썹을 내리고.

긴토키가 경단 가게에 발길을 돌리면, 가게의 평상에는 오키타가 누워 있었다. 이번에는 우리 바보가 신세를 졌네요, 영감, 이 형씨에게 경단 한 접시, 히지카타 씨의 외상으로. 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로.

단골 선술집에 불쑥 들르면, 어디서 들었는지 곤도가 커튼을 뚫고 들어왔다. 긴토키, 나는 기쁘다구. 토시를 잘 부탁해. 라며 영문 모를 소리를 지껄이고.


그런데도, 히지카타 본인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고, 긴토키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는, 스스로 벽을 넘어 오는 것 같은 흉내를 낸 히지카타지만. 그건 분명, 십중팔구, 한때의 마음의 방황이란 것으로.

그 녀석에게는, 없었던 것으로 하고 싶은 사건이겠지.

히지카타의 입에서 그렇게 말해온 것은 아니지만…아무것도 말하러 오지 않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도 명확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분명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나서는 악담을 내뱉는 관계로 돌아가겠지.


히지카타가 없어져도 며칠은 해결사에 감돌고 있던 담배의 잔향이, 점점 희미해져 사라져 갔던 것처럼.



「긴쨩이 빨리 토시 누님을 자기 것으로 해두지 않으니까 그렇다 해.」

「무슨 소리야 너, 뭔 소리야?」


부루퉁해진 것같은 카구라의 목소리에, 긴토키는 코를 후비며 의욕 없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며칠이나 한 지붕 밑에서 생활했으니까, 기정 사실 하나 정도는 만들어 둬라 해 이 겁쟁이가.」

「잠, 진짜 뭔 소리야 너어어어!?」


푸욱, 하고 엉겁결에 깊숙이 검지를 집어넣어버린 긴토키는, 코를 누르면서 일어섰다.

태클 역일 터인 신파치마저도 카구라의 아슬아슬한 발언에 「확실히」 라며 고개를 끄덕여서, 긴토키는 뺨을 경련시켰다.


「어이어이어─이, 정말이지, 적당히 해라 너희들! 알겠냐? 토시에 씨라는 여자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언제까지고 그 불량 경찰에게 이상한 환상 가지고 있지 말라구. 슬슬 현실과 마주해라 바보 녀석들아─」

「현실에서 눈 돌리고 있는 건 당신이잖아.」


단호히, 설교조로 쏘아붙이면, 역으로 단호하게 되돌아온 대사에 긴토키는 무심코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토시에 씨라는 여자는 없어요. 하지만, 히지카타 씨라는 남자는 분명하게 있잖아요.」


소파에 앉은 신파치의 눈동자는, 똑바로 긴토키의 눈을 꿰뚫고 있다.


「그 사람이 여기서 살며, 밥을 만들어 주거나 함께 싸우거나 했던 사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그런 거다 해. 빨리 인정하는 게 어떻냐 해.」

「…………」


두 애들에게 다그쳐져, 긴토키는 태연하게 반박도 하지 못 하고 침묵했다.

그런 긴토키를 보고, 신파치의 표정이 갑자기 누그러진다.


「이제 와서 전부 없었던 일로 하자 해도 무리예요, 긴 씨. 인생은 게임이 아니니까, 리셋 버튼 따윈 효과 없으니까요.」

「구려! 신파치 너 무슨 좋은 말 하려고 있는 거야? 말해두겠지만 그 비유 전혀 안 좋으니까 말이지. 오히려 짜증날 뿐이니까.」

「뭐라고오오오!? 너도 언제나 뭔가 이런 느낌인 걸 말하고 있잖냐!」

「안 했습니다─. 내 비유는 좀 더 정확하고 일품입니다─.」


의욕 없는 어조로 적당히 대꾸하고, 긴토키는 다시 의자에 몸을 맡겼다.

아직 뭔가 말하고 싶은 신파치의 시선을 느꼈지만, 시선을 피하고 그것을 묵살한다.



…별로, 전부 없었던 일로 하자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려고 생각해도 할 수 없는 것도, 말할 필요도 없이 알고 있다.


담배의 잔향이 사라져도, 아직 침실에 남아 있는 재떨이처럼. 이번 사건은 긴토키와 그 주변에, 확실한 변화를 가져왔었고.



그 남자를, 밉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 생각되고 있다.

그것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다르니까. 그런 게 아니니까.)


긴토키는 마음속으로 누구에게 하는 지도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기정 사실이 어쩌고 저쩌고, 그런 문제가 아니다.

다만, 서로 서로의 위치가 아주 조금 바뀌었다. 그 뿐인 이야기다.



단지 그 뿐인 일이──자신들에게는 이제, 감당하기 힘들 만큼 크고, 무겁다.



예를 들어, 앞으로, 만약.

뭔가의 위기에 처한 그 녀석이…「의뢰다」 라고 가슴을 펴는 게 아니라. 「부탁한다」 라는 한 마디로, 이쪽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면.

남이 보면 사소한 차이라도, 그것이 그 남자에게 있어서 얼마나 많은 각오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 나는 알고 있다.



──그걸로, 충분하다.



끼익 하고 등받이에 기대고,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으면.


신파치와 카구라는 얼굴을 마주보고, 하아아아, 하고. 매우 깊은 한숨을 토했다.

어이 기다려 너네들 무슨 의미냐 요 녀석아─. 그렇게 따지고 싶었지만, 물으면 긁어 부스럼이 될 게 뻔하다. 긴토키는 본의 아니게, 입을 다물고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정말─, 짜증내니까 더 배고파졌다 해.」

「그렇네.」

「멍.」


칫 하는 멸시도 드러나는 혀를 참과 함께 카구라가 말하면, 신파치뿐만 아니라 사다하루까지도 동의를 나타내듯 한 마디 짖는다.

뒷통수에 따끔하게 꽂히는 시선을 고집스럽게 무시하고 있자, 다시 한숨과 함께, 부스럭. 배후에서 카구라가 일어서는 기색이 난다.


「이젠 못 참는다 해! 아래에 가서 뒤주 털어 온다 해!」

「에? 잠깐, 카구라쨩!」

「…라니 어이이이! 할멈한테 야단맞는 건 나라고!」


신파치의 초조에 가득 찬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긴토키는, 황급히 뒤돌아보고 일어섰다.

…하지만, 그 때에는 이미, 카구라는 현관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고. 신파치와 함께 서둘러 그 뒤를 쫓는다. 가끔 공짜 밥을 먹으러 갈 뿐이라도 가차 없이 집세에 추가되는데, 뒤주를 통째로 털어 간 날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현관을 나서려 할 때 어떻게든 카구라의 팔을 잡는다. 그대로 질질 끌고 계단을 내려가는 걸 긴토키는 각오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카구라는 그 자리에서 딱 멈추었다.

뭐야, 라고 맥 빠진 것도 잠시.


「토시 누님이다 해!」

「헤?」


싱글벙글한 카구라의 목소리에, 긴토키는 얼빠진 소리를 흘렸다. 에, 하고 옆에서 들린 신파치의 목소리는, 놀라움과 그것을 웃도는 기대로 가득하다.

보면, 카구라의 시선은 아래층의 거리에 향하고 있고.


(──순찰, 인가.)


과연 시중 시찰을 땡땡이 치는 것도 하지 못 하게 된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거리를 내려다 보면, 뜻하지 않게 눈이 맞아 버려 긴토키는 굳어졌다.


히지카타가 잠시 멈춰 서있던 것은, 해결사의 정면. 거리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의 길 위.

순찰 중이 아닌 것을 나타내듯, 복장은 제복이 아니라 검은 키나가시로.

발밑에는 담배 꽁초의 바다.

이쪽을 올려다보는 그 얼굴도 또한, 시선이 마주쳐버린 것에 당혹을 띄우고 굳어 있다.


「토시에 ㅆ…가 아니라 히지카타 씨! 어쩐 일입니까?」

「……사후 처리가 일단락되어서 말이야. 야마자키가, 재차 답례하러 가라고 시끄러워서…왠지는 모르겠지만 곤도 씨도 가라고 했고.」


신파치의 외침에, 히지카타는 번쩍 정신을 차린 듯한 행동 뒤, 씁쓸한 듯한 표정을 수습하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불편한 듯 몸을 뒤척이는 히지카타의 한 손에는, 바스락하고 소리를 내는 비닐봉투가 들려 있고.

아아, 오에도점의 봉투다 하고.

깨달은 신파치와 카구라는 눈을 빛내고. 긴토키는 등으로 땀을 흘렸다.


시선을 엉뚱한 곳에 돌리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비벼 끄고.

실컷 망설이고 말을 머뭇거리다, 히지카타는 이쪽을 올려다보고 입을 연다.


「그…러니까, 그……올라가도, 될까.」


그렇게 말하며, 오에도점의 봉투를 들어올려 보이는 히지카타에.


물론이다 해! 히지카타 씨라면 언제든지 대환영이에요! 즉답하는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를 들으면서.

긴토키는 말을 잃고, 그저 히지카타를 내려다봤다.


(──와버렸다고. 이 녀석.)


원래의 관계를 원한다면, 히지카타는 여기에 와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 등을 걷어차이더라도. 개인적으로 해결사를 방문하는 것만큼은, 무조건 피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 정도는, 히지카타도 알고 있을 터.

…그런데도.


일부러 사복으로, 선물까지 들고 와서. 혼자 여기를 찾았다는 것은.



아아, 이게 뭐람.

내가 또, 고생해서 자신을 속이고 있었는데……이 남자는 꽤, 내 고생을 짓밟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팟쨔앙, 역시 네 비유는 글러먹었어.)


그러니까 너는 글러먹은 안경인 거야, 하고 분풀이처럼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 긴토키는 난폭하게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리셋 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다.

뒤로 물러서는 것도 멈춰 서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인생은, 강제 스크롤이다.


「…크헉!」


말을 잃은 채 멍하니 히지카타를 바라보고 있으니, 좌우에서 양 옆구리로 팔꿈치가 박혀 긴토키는 신음했다.

가차없는 힘이 들어간 그것에 비난의 눈길을 돌리면, 그 이상으로 무서운 눈초리로 노려본다. 뭐 하고 있는 거냐 해 빨리 응해라 해 대답은 예스 이외엔 인정 안 해요, 그렇게 써 있는 아이들의 얼굴에, 긴토키의 이마에 땀이 흘러내렸다.


힐끔 내려다보면, 히지카타는 담배 꽁초의 바다에서 아직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가만히 긴토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아─…뭐, 올라오든지?」


벅벅 목 뒤를 긁적이며 겨우 그렇게 말하면, 히지카타는 움찔 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이쪽을 보았다.

그, 비난하는 것 같은 색을 띤 눈동자에──아, 되돌려 보내기를 원했던 거냐, 라고.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늦어서.

히지카타는 분한 얼굴로 눈살을 찌푸리고, 단념한 듯 한 발자국, 이쪽으로 내딛었고.


긴토키는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아이의 우직함을 어른의 교활함으로 감추고 있는 이 남자가.

자신과 대치할 때만은, 베일을 벗어 던지고 아이로 돌아가는 걸 알고 있다.

지지 않겠다, 도망치지 않겠다 하고, 초등학생 같은 고집을 부리고.

두려워하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으려 눈을 감고, 기세에 맡겨 발걸음을 내딛고는, 스스로를 불리한 방향으로 몰아넣어 간다. 바보 같은 남자다.



너에게 그렇게 향하여 오게 될 때마다. 나 또한, 도망갈 곳을 잃고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너는 알고 있는 걸까.



탕탕 하고 계단을 흔드는 발소리가 났다.

그것은, 옷자락이 벌어지지 않도록 청초하게 걷고 있던 「토시에 씨」의 모습이 아니라.

내려다보면, 품위 없는 남자가 검은 키나가시의 옷자락을 박차고, 난폭한 발걸음으로 올라온다.

짧은 흑발. 허리에 차 있는 검. 붉은 기가 걸려있지 않은 입술에는 담배가 물려 있고, 가느다란 담배 연기를 길게 뻗고 있다.



비록 모습이 원래대로 돌아가도.


움직여버린 관계는, 이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

한 번 방아쇠를 당기면, 탄창에는 돌아오지 않는 탄환처럼.


발사된 총탄은 스스로도 깨닫지 못 하는 사이에, 가장 강고한 벽에 구멍을 뚫고 있었다.



──자아, 슬슬 계단을 다 올라온 그 녀석을, 나는 뭐라고 말하며 맞아 줄까.

긴토키는 계단을 돌아보고, 가벼운 심호흡을 한 번.



꼴사납게 당황한 모습같은 건, 그 녀석에게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적어도 표면상일 뿐이라도, 배에 힘 준 척 해주지.





겁쟁이 동지. 고집과 허세를 걸고, 한 걸음씩 거리를 좁혀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기 싫어하는 것의 도착지는, 분명.


멈춰서있어서는 볼 수 없었던, 선명한 색의 하늘이다.






--------完


오랫동안의 교제, 감사합니다.

「계기는 토시에 씨」는 이것으로 완결이 됩니다.


대강 이런 느낌으로 끝나는 것은, 거의 처음부터 결정하고 있었으므로…여기서 끝나는 거냐! 라는 불만은 죄송합니다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양해 바랍니다.


길어 보이는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 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이 후에도 번외편을 꾸준히 쓰거나 할지도 모르므로, 그 때에는 또 봐주시면 행복하겠습니다.



2009.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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