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훈 잘 지나쳐가면 나중에 성가실 일이 없다.



「기다려!」


갑자기 걸려온 목소리에, 히지카타는 혼신의 힘으로 치켜들던 다리를 멈췄다.

주위의 남자들도 옷자락에서 기어 오르게 하고 있던 손을 멈추고, 당황한 몸으로 되돌아 본다. 제지의 목소리를 낸 것은, 아까 그들에게 심문을 명령했을 터인 주인이었다.


문어 상인은 미간에 깊게 주름을 잡고, 찌릿 눈을 번뜩이고 토시에를 응시하고 있다.


「이 냄새…」


킁킁, 낮은 코를 움직인 문어 상인의 중얼거림에, 히지카타는 부드럽게 눈을 찌푸렸다.


이 상인이, 겉보기와 달리 후각이 뛰어난 것 같다는 것도 야마자키에게 들었다.

한눈으로는 붙어 있는지 조차 판별하기 어려운 듯한 작은 납작한 코인데, 인간보다 월등히 좋은 것 같다.

문어 얼굴이라면 좀 더 문어 같은 특징 가지라고 멍청아, 하고 마음 속으로 불합리한 불평을 흘리고…히지카타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


문어 상인의 코에 머무른 냄새에, 짚이는 데가 있다.


은은하게 달콤한 그 향은, 히지카타의 찢어진 옷자락에서 풍기고 있었다.


…향유다.

「함정 수사에 나설 때는 반드시 허벅지 안쪽에 발라 주세요.」라고 야마자키에게서 건네 받은 것이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듣지 못 했는데, 지금, 그 향유가 어떠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문어 상인의 눈은 냄새의 원인을 찾듯이 방황하던 끝에, 토시에의 옷자락 근처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 여자, 독부일지도 모른다. 떨어져라.」


잠시 침묵 끝에, 문어 상인은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명령했다.

그 말에, 히지카타의 주위에 있던 몇명이 당황한 듯 손을 움츠렸다.

히지카타는 천천히, 한 번 눈을 깜빡였다.


독부(毒婦).

이 상황에서 사용한 만큼, 단순히 악녀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문자 그대로, 독을 사용하는 여자, 라는 의미인가.


그러고 보니, 하고, 히지카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재빨리 기억을 더듬었다.

여닌자 중에는, 적을 정사에 꾀어내서, 입안이나 체내에 묶여 있는 독으로 상대방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는 방법을 사용하는 자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요점은 미인계를 이용한 암살이란 것으로…상대를 잠자리에 꾀어내기 쉽게, 최음성이나 중독성 있는 특수한 향을 사용하는 일도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일은 어릴 때부터 훈련을 쌓은 첩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기술이며, 히지카타에게는 그런 기술이 없다. 체내에 독 따위를 넣어두면 그 시점에서 자신이 죽음이다.

그러니까 아마, 야마자키가 건넨 향유는 실제로 닌자들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냄새가 비슷할 뿐인 보통의 향유일 것이다.

…만, 그러나.


문어 상인들에게 있어 토시에는 정체불명의 여자, 암살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부자연스러운 달콤한 향기를 깨달은 이상, 신중해질 수 밖에 없을 터였다.


(과연…)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향유를 건넸을 때, 야마자키는 히지카타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만약 정조의 위기를 느낀다면, 반대로 전력으로 유혹해주세요.』


문답무용으로 때려 날렸지만.

향유의 의도를 자세하게 듣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로 야마자키가 그 때 무슨 말을 하고 있던 건지 알았다.

지금, 토시에가 유혹하는 것 같은 행동을 보이면 보일 수록, 적은 경계하고 다가가기 어려워진다.

너무 노골적은 오히려 수상하게 보이겠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좋다. 한 번 토시에의 언동에 뒤를 의심하기만 하면, 뒤의 뒤, 다시 그 뒤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움직일 수 없게 될 것이었다.


어설프게 머리 좋은 사람일수록 덫에 빠지기 쉽다.

페이크 도청기의 건도 마찬가지. 「수완가」라는 문어 상인의 평판을 역수로 취한 작전이, 지금까지는 딱 맞고 있었다.


(…좋아.)


궁지에서 활로를 찾고,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히죽 웃는다.

여기선 하나. 크게 경계심을 부추길 수 있도록, 성대하게 유혹해야하지 않겠는가.


유혹해야……유혹……유ㅎ……?



…유………



(유혹이란 건 뭐냐 인마아아아아!?)



찾아낸 활로 앞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벽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다시, 야마자키를 힘껏 후려쳤다.


당연한 일이지만, 남자를 추파를 던지는 일로 유혹한 경험은 거의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여자 상대라도 스스로 유혹하는 일 따위 거의 없다. 애초에 유혹이란 건 뭐냐고, 하고 미묘하게 불쾌한 생각을 하며 히지카타는 등에 식은땀을 흘렸다.

확실히 본의 아니게 이 몇 주 동안 「여자」를 연기하는 것에는 상당히 익숙해져버렸고, 실력이 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만.

그렇다 해도, 자신에게 바짝 다가온 긴토키는 가끔씩 얼굴을 경련 시키고 굳어 있기도 했고.

여자역을 본직으로 하는 것도 아닌 몸집 큰 여장남자의 미인계 따위, 평범하게 생각해서 통용될 리가 없다.


무리가 있잖아 이 작전. 히지카타는 머리를 안고 싶은 심정으로 눈앞의 남자들을 둘러봤다.

문어 상인은 험악한 눈으로. 부하들은 당혹과 경계가 반반인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토시에에게 다가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망설이고 있다.


…어쩔 수 없다.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한 번.

모처럼 적이 향유 냄새에 경계심을 품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할 만큼은 해 볼 수 밖에 없다. 지금을 놓치면, 고문이라는 궁지에서 벗어날 기회는 당분간 오지 않겠지.


아까 자신에게 천박한 눈을 돌렸던 녀석들이다. 분명 지구인의 얼굴의 미추 등이 구분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믿기로 하고, 히지카타는 자연스럽게 떨군 머리에서 살짝 눈을 들어올렸다.


가장 지위가 낮아 보이는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건져 올리듯 바라보자, 남자는 초조해 하는 것처럼 시선을 방황한다.

좀팽이다운 반응에 실소가 흘러넘치려는 것을 참고, 가만히 그 눈을 사로잡는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강한 시선으로 꿰뚫으면, 차분한 표정이었던 남자의 눈은 꿰메어진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향유 냄새가 도움이 된다면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리를 움직이고 옷자락을 풀어헤친다. 지나치게 다리가 보이면 남자의 골격을 들켜버리므로, 아주 조금만.


자신의 행동에 솟구치는 구역질을 참으면서.

시선을 붙잡은 채로, 아주 조금 눈을 가늘게 뜨고 눈동자에 미소를 띄우면.



남자의 얼굴은 눈에 띄게 상기했다.

꿀꺽, 목이 울린다.



(에에에에…어이어이…)


이런 걸로 괜찮은 거냐고. 바보 아냐?

너무나도 반응이 좋아서, 히지카타는 한시름 놓기보다 먼저 어이가 없었다.

역시 말단이라고 할까 뭐랄까…

지위가 낮은 녀석을 겨냥한 것은 정답이었던 건가, 하고 주변에 시선을 뻗으면, 눈에 성욕을 품고 있는 자가 한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뺨이 굳어진다.


(아니아니아니, 어떻게 된 거냐 이 녀석들. 반대로 기분 나빠!)


여장남자의 곁눈질에 볼 붉히지 마. 기분 나쁘다고 네놈들.


어이 없는 나머지, 누워서 침을 뱉는 듯한 말을 히지카타는 생각했다.

작전이 잘 되어서 다행이지만, 이렇게 잘 지나가도 복잡한 심경이다. 확실히 말해, 남자에게 정욕의 눈초리를 향하더라도 기분 나쁘다.


이런 바보 같은 부하면, 주인은 필시 고생하겠지…하고 슬쩍 눈을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문어 상인은 벌레를 백마리를 모아 씹은 듯한 얼굴을 하고 주위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들…」

「으, 앗, 네네네네넵!」


문어 상인의 낮은 목소리에, 부하들은 황급히 정신 차려 자세를 취했다.

주인에게 돌아서서 직립 부동 자세를 취하면서, 힐끔, 이쪽에 시선을 돌리는 순간을 노리고 다시 미소를 지어 보이면, 그들의 목이 또 꿀꺽 하고 움직인다.

문어 상인은 더욱 더 얼굴을 찌푸렸다.


「이제 됐어! 네놈들은 나가라!」


분노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며, 문어 상인은 방에서 부하들을 쫓아 냈다. 객실 밖에서 감시를 붙이도록, 하고 말할 뿐이었다. 이 부하들을 이대로 토시에의 가까이에 놔두면 성가실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간단하게 유혹당하다니 바보들이…하고 혀를 참과 함께 중얼거린 상인을, 히지카타는 반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정말로, 바보 같은 부하를 데리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병사들도 머리가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여장남자의 미인계에 시원스럽게 걸려 들 것 같은 패거리는 아닐 것이다 라고 믿고 싶다. 만약 그런 놈이 있으면 할복 시켜 주마.

후, 하고 무심코 짖궃은 미소를 입가에 띄우자, 문어 상인은 찌릿 눈을 들고 토시에를 몹시 얄밉다는 듯 노려봤다.


「…이 창녀가!」



(하……!?)


순간적으로, 말조차 잃고 히지카타는 문어 상인을 바라봤다.


…지금 이 녀석은, 뭐라 한 거냐.



「너의 심문은, 나중에 천천히 해주지.」


분노를 나타내는 말을 내뱉으며 문어 상인이 방을 나가는 것을, 히지카타는 절반은 멍하니 바라봤다.

철컥, 문이 닫히는 소리에, 제 정신이 든 것처럼 분노가 확 끓어오른다.



(웃…기지마 새꺄아아아!!)



히지카타는 무심코 동공을 홱 열고 문을 노려봤다.

본래라면, 작전이 잘 되었다고 싱글벙글 해야 할 일이지만…공교롭게도 그런 기분은 아니다.


(뭐가 창녀냐. 나도 좋아서 네놈들 따위에게 추파 던진 게 아니라고!)


상놈이 여자를 매도하는 말로는 흔한 문구.

지만, 히지카타는 그것에 눈 앞이 붉게 물들 정도의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기분이 나쁘다.

굴욕에 몸이 떨린다.


이상한 방법을 생각하거나 하다니 야마자키 그 녀석 나중에 죽인다. 하고, 히지카타는 위험한 결심을 굳혔다.

효과가 있었으므로 아직 괜찮은 거지만…비록 연기라도, 놈들 상대에게 교태 부리는 시선을 보내거나 몸짓을 만들어 보이는 등. 농담이 아니다. 기분 나쁨과 굴욕감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그렇다. 비록 연기라도.

아무리 임무 때문이라고 자신에게 타일러도, 허용 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하는 건 존재한다.



분노가 차츰 잦아들고 냉정함이 회복되면서, 히지카타는 성가신 것을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참을 수 있다, 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몇 주 간으로, 여자 연기를 하는 것엔 상당히 익숙해져서. 그놈에게 「연인」으로 바짝 달라붙는 것에도 익숙해져서.

자신은 임무를 위해서라면 이런 것도 해버리는 구나, 하고. 스스로도 감탄하고 있었지만.

능욕 당할 거라 생각했을 때도, 범해지고 끝이라면 그걸로 괜찮다, 고 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맨발에 닿은 놈들의 손에, 이론보다 먼저 소름이 돋았다.

교태를 부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에 구역질을 느끼고, 창녀라는 모욕에 눈앞이 뒤집혔다.


깨닫고 말았다.


며칠 동안, 「토시에」라는 여성을. 「연인」이라는 입장을 굉장한 혐오감 없이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남자가…긴토키가, 상대였기 때문이라고.



(…아니, 틀려, 틀리다고!? 이건 딱히 그런 뜻이 아니라, 그 녀석이 능숙하게 내게 맞춰 연극하거나, 싸우는 것이 기분 전환이 되기도 했으니까 스트레스 적게 끝났다는 것뿐일 이야기고 말이지…!)


…라니, 그런 의미는 무슨 의미냐 인마아아아!


아무도 없는 곳에 호소한 변명 같은 대사가 더욱 무덤을 파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히지카타는 창백해졌다.


뭘 생각하고 있는 거냐 나는.

이상하다. 어떤 의미든 아니든 간에, 어느 쪽이든 이상하다.

애초에 조금 전의 사고에선, 자신은 긴토키의 연인을 연기하는 것을 딱히 싫어 하고 있지 않았다, 라고 하는 것이 전제로 되어 있지 않은가.

아니아니아니! 있을 수 없어, 있을 수 없다고.

여기 쓰레기 자식들의 천박한 시선보다는 낫다라는 뿐인 이야기겠지만…!



히지카타는 휙휙 머리를 흔들며 강제적으로 사고를 중단했다.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조금 전의 그런 싸구려 견제가 언제까지나 통할 거라 생각되지 않고, 지금 문어 상인이 돌아오면 귀중한 탈출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무엇보다 이 조사는 스피드 승부인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이 방을 빠져 나가, 바이러스의 소재를 찾지 않으면.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기합을 넣으며, 심호흡을 한 번.

확실하게 숨을 정돈하고 나서 눈을 떠, 묶여 매달려 있는 손목을 끌어당겨, 현수의 요령으로 몸을 들어 올렸다.

꽈악, 손목이 조이는 것을 참고, 머리를 손의 높이까지 가까이 한다.

그리고, 손가락 끝을 오른쪽 귀 뒤 쯔음부터 가발 아래에 찔러 넣었다.


꺼낸 것은 새끼 손가락 절반 정도의 칼.

검지와 중지로 집은 그것을 뒤집어, 히지카타는 손목의 줄을 쿡쿡 찔러 끊었다.


소리 없이 바닥에 착지한다.

발목의 줄은 아까 풀어낸 채 있었으므로, 이걸로 히지카타의 온몸은 자유다.

히지카타는 왔다 갔다 하며 두손 두발을 흔들며 저림은 완화시켰다.


(…머리카락 속이라는 부분은 실로 좋은 은닉 장소다…인가.)


문어 상인의 말을 떠올리며 히죽 웃는다.

그렇게 말하고 맨 먼저 머리끈을 끊어낸 상대방도, 내린 머리 속에 아직 숨길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다.

가발과 피부 사이.

이 장발이 가발이라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면, 찾아낼 수 있을 리 없는 장소다.

…참고로, 진짜 발신기도 이 안이다.


(그럼…)


히지카타는 방 중앙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마, 이 방에 감시 카메라는 없다. 하지만, 만약 깨닫지 못한 곳에 있다고 한다면 서둘러야 한다. 한 번 줄을 빠져나간 것을 잡히면, 다시 탈출은 훨씬 어렵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발밑에서 띠 안에 넣어둔 작은 칼을 집어 들고, 미끄러지듯 걸음을 옮겨, 문의 바로 옆쪽에 있는 벽에 등을 착 붙인다.

칼집에 넣은 채로 있는 작은 칼을 치켜 들고, 끊어진 줄이나 소도구가 어질러져 있는 바닥을 향해 내던졌다.


작은 칼은 주머니 칼이나 비녀 등을 걷어 차고, 쨍그랑, 화려한 소리를 낸다.


직후, 문의 작은 투시창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당황한 듯한 목소리와 함께 찰칵찰칵 열쇠를 여는 소리가 났다.


「그 년! 어디에…!」


초조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방으로 뛰쳐 들어온 남자를, 히지카타는 옆에서 때려 눕혔다.


「크…앗」


후두부의 일격에 깔끔하게 정신을 잃은 남자를 내려다보며, 진부한 수법에 걸려들기나 하고, 라며 히지카타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어, 유효한 방법이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것이겠지만. 우리 병사들에게도, 이런 진부한 수법에 걸리지 않을 것 같은 교육을 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히지카타는 담담하게 남자의 옷을 걷어내고 열쇠 꾸러미와 잭나이프를 몰수했다.

대신에 자신의 다목색 옷을 벗고, 남자에게 걸친다.

그대로 질질 방의 중앙까지 끌고 가, 조금 전까지 자신을 묶고 있던 줄로 손목을 구속하고 매달라 올린다.

이것으로, 스파이 홀에서 확 하고 보는 정도는 속일 수 있을 것이다. …자세히 보면 역시 들키겠지만.


남자에게 옷을 빌려준 것으로, 히지카타 자신은 엷은 복숭아 빛의 긴 속옷에 다테지메(속옷을 여미는 끈)뿐이라는 뭔가 초라한 모습이 되었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남자로부터 벗겨 낸 옷을 입는 것도 생각했지만, 이 남자는 히지카타보다 몸이 크다. 사이즈 큰 옷 때문에 움직이기 어려워지고 만다.

게다가, 발견된 때를 대비해서 아직 여자의 모습으로 있는 편이 좋다. 바이러스를 무사히 확보할 때 까지는, 토시에의 정체가 남자인 것을 들키는 사태는 가능한 피하고 싶었다.

고로 가발도 아직 벗을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산발로는 방해에도 정도가 있다, 고 히지카타는 바닥에서 머리끈을 주웠다.



뒤쪽으로 하나로 머리를 묶으며, 후 하고, 바닥에 흩어진 비녀 조각에 눈이 간다.


이, 꽃 비녀가 밟아 부서졌을 때.

그 중의 발신기가 발견되는 것은 작전 내였으니까, 밟혀 깨져도 동요는 없었다. 오히려 해줬구나 하는 기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참히 깨진 비녀를 보고, 아아, 역시 그 회양목 빗을 꽂고 오지 않아서 다행이네, …같은 게 머리를 스쳤고.


그런 자신에게 당황했다.


…뭐어, 적들은 그 당황을 발신기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생긴 동요라고 간파해준 것 같기 때문에, 결과 좋다─고 말하면 그런 거지만.



(라니 어디가 좋다─냐 멍청아아아아!!)


거기까지 생각하고,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머리를 안고 주저앉을 것 같은 것을, 간신히 참는다.



위험해.

히지카타의 머릿속에는 경보가 울리고 있었다.


아까부터. 일이 있을 때마다 머리를 스치는 은빛.

지금까지는, 그것이 크게 마이너스로 작용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만.

이대로는.


언젠가 임무에 지장을 준다.


말단 무리에게 천한 눈으로 보여졌을 때, 뇌리에 지나간 은빛으로 한 순간 사고가 날아가, 눈앞에 있는 것에 대한 반응이 늦었다.

진선조의 존망에 직결되는 아슬아슬한 임무가 한창인데.


진선조 이외의 것에 신경 쓰느라, 진선조를 위기에 빠뜨린다 라는 건.

히지카타에게 있어, 그것은 공포와도 비슷한 감각이었다.



지금 뿐이다.

히지카타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타일렀다.

이런 식으로 그 남자에 대한 것이 머리를 스치는 것은, 조금 길게 관련되었던 탓의 일시적인 것. 이 일이 끝나기만 하면, 이런 감각은 금방 잊는다.

그러니까, 지금만. 반짝이는 은빛으로 정신을 빼앗기지 않도록 노력하면 된다. 그것 뿐이다.


단지, 그것 뿐.



간단한 일이겠지, 하고 기합을 다시 넣고, 히지카타는 다테지메에 작은 칼을 끼워 넣었다.







「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차 안에서 기계의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야마자키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쑤욱, 하고 신파치가 몸을 내민다. 확실히, 네비게이션풍의 화면 안에, 붉은 광점이 점멸하며 이동하고 있었다.


「역시 부장님, 잘 빠져 나간 것 같네요.」

「에, 발신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알 수 있나요? 적에게 옮겨지고 있다거나, 연행되고 있다거나일지도 모르는 게…?」


불안한 듯 묻는 신파치에, 야마자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뭐 확실히 단언할 수는 없지만…이걸 봐, 어딘가 다른 방에 옮겨지고 있다, 는 것 치고는 움직임이 이상하잖아?」


이 발신기, 최신식으로 굉장히 성능 좋으니까, 세세한 움직임까지 알 수 있거든~. 라고 왠지 득의양양한 기색으로 말하면서, 야마자키는 광점의 움직임을 손가락으로 쫓아 가리켜보였다.


「그치? 한 번 온 길을 돌아가거나 하고 어슬렁어슬렁 하고 있고. 움직임이 매우 느리니까…」

「자신의 의지로, 신중하게 주위를 살피며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이네…칫.」

「대장, 지금 혀 차셨죠?」

「기분 탓이야.」


오키타는 안대를 이마로 끌어올린 모습으로 슬쩍 대답하며, 일단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신파치의 건너편, 긴토키에게 시선을 던졌다.


「다행이네요, 형씨.」

「뭐가.」


긴토키는 자신에게 말이 걸어질 것을 예측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즉답으로, 퉁명스레 쏘아붙였다.

나는 아무런 흥미도 관심도 없지만, 하고 온몸으로 주장하는 그 태도에, 오키타의 눈동자가 히죽 웃는다.


「아아, 아직 자신의 눈으로 볼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겁니까. 히지카타 녀석도 상당히 사랑받는 거네요.」

「뭣…! 무슨, 그…런!」


긴토키가 뒷좌석에서 흘러 떨어진 건 무시하고, 오키타는 쿡, 하고 손가락으로 발신기의 화면을 찔렀다.


「뭐, 발신기의 움직임만으로는, 정말로 정조가 무사한지 어떤지는 모르지만요.」

「아뇨, 그치만, 도청기가 박살나고 그만큼 시간도 안 지났고, 아마 예의 작전이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마치 재미 있어 하는 것처럼 말하는 오키타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야마자키가 뒷받침 해준다.

하지만, 그것에 반응을 돌려준 건 오키타도 긴토키도 아닌, 아직 걱정거리가 끊기지 않은 것 같은 신파치였다.


「…하지만, 저기…야마자키 씨가 아까 말했던 그 작전은, 꽤…도박이죠. 만약 상대방이 생각보다 신중함이 부족하거나 하면…그, 유, 유혹하거나 하면 오히려 위험한 게…」

「아─…으─음…」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듯 말한 신파치의 말에, 야마자키가 대답을 내리지 못하는 듯 눈썹을 내린다.

확실히, 그 가능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자기가 모은 정보로는, 상대는 상당히 수완가로 신중파, 라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부장의 매력이 예측을 뛰어넘고 말았다는 것도 있을 수 있고 말이지, 하고 야마자키는 생각했다. 본인에게 말한다면 분명 때릴 것이므로 말하지 않지만.


뭐어 아마 괜찮다고 생각해. 시간 경과적으로, 굉장한 고문을 받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그런 무난한 대답을 하려고 야마자키가 입을 열려고 했을 때, 긴토키의 언짢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바보 신파치. 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런 체격 좋은 여장남자한테 미인계라던가 당해봐라. 기분 나빠서 다가가지도 못 하게 된다고.」

「긴 씨, 그거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


재빠르게 되물어서, 긴토키는 무심코 말을 멈추었다.



진심인가…라니, 아니, 응. 진심이라니까.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신파치 요 녀석아─.

평범하게 생각하라고. 히지카타라고? 그 녀석이 그런, 미인계 같은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야, 뭐어. 그 녀석의 여장이 미인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뭔가 이 몇 주 동안 엄청나게 연기가 레벨업 하고 있고, 그 반면으로 묘하게 무자각인 면이 있으니, 그 부분이 걱정이라면 걱정이지만. 이랄까 아니 누가 걱정이냐, 안 했거든 그런 거!


어쨌든! 그 자식이 남자를 상대로 요염한 시선을 보낸다든지, 생각한 것만으로 기분 나빠!



영점 몇 초만에 이정도로 생각하고, 긴토키는 일단 마지막 문장만 입에 냈다.

그러자, 신파치는 의심스러운 듯 반쯤 감긴 눈으로 쳐다봤지만, 야마자키는 예상 밖의 것을 본 듯 눈을 깜빡이고.


오키타는 감탄한 듯한 표정으로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형씨는 히지카타 씨가 자신 이외의 놈한테 추파를 던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겁니까. 그런 독점욕을 가진 분이었다니, 의외네요.」


「윽, 그─러─니─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냐 네놈은 요녀석아아아아!!」







「……있다…」


지하의 넓은 방에서, 히지카타는 멍하니 중얼거리고 있었다.

눈앞에는, 튼튼할 것 같은 큰 하얀 상자가 몇 개나 쌓여 있었다.

하나 하나의 상자에는 번호 입력식의 잠금이 되어 있고, 그 옆에는 「M - 102239D」라는 라벨.

바이러스의 형식 번호다.


「라니…에?…진짜로?」


너무 쉽게 발견된 거 아닌가, 이거.

히지카타는 주위에 안절부절 못 하는 시선을 방황한다.


감금되어 있던 방을 탈출하고 나서, 남의 눈을 피해 복도를 안쪽으로 더 안쪽으로 자진하여 갔던 곳, 상당히 경계가 엄중한 방을 찾아냈다.

틈을 타 감시자를 세게 조르고, 위협하여 꾀어내 이중 잠금을 열게 하여 안으로 들어가자, 시원스럽게 발견된 바이러스.

너무 일이 잘 풀려서 오싹한 듯한 기분이 든다.


함정인 거 아니냐, 하고 감시를 실컷 추궁했지만, 아무래도 진짜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이로써 만약 페이크였다고 하면, 감시 역의 남자는 희대의 연기파라는 게 된다.

참고로, 그 남자는 지금은 기절시키고 방의 구석에 굴리고 있다. 그런 유능한 부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약함이었다.


(…그럼, 진짜인 건가? 의외로 조심성이 없네 어이.)


즉, 이 저택에 침입할 가능성 따위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과연 막부 상층부의 어용상인. 이 나라의 경찰 기구 따위 얕보고 있는 거다.


「…그 방심이 목숨을 빼앗는다…라는 거거든.」


히지카타는 히죽 웃으며, 왼손을 귀 뒤에 찔러 넣었다.

가발 아래에 넣어진 발신기의 스위치를 만지면, 파장이 변화하여 밖의 진선조가 돌입하는 신호로 된다는 계획으로 되어 있다.


손 끝이 발신기를 찾아냈을 때, 히지카타는 사람 소리를 듣고 몸이 얼어 붙었다.

순간적으로 문 근처에 몸을 숨긴다.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그리고 갑자기 끊겼다. 아무래도 가까운 방에 들어간 모양이다.

히지카타는 복도의 모습을 보고 나서, 목소리의 주인이 들어간 듯한 문에 다가갔다.

기척을 죽이고 문의 틈새에 슥하고 귀를 댄다.


별실의 이야기 같은 건 무시하면 좋았을 것을,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청 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금 전의 사람 목소리가, 아무래도 문어 상인인 듯했기 때문이다.

진선조에게 돌입 신호를 보내기 전에, 이 남자의 언동은 체크해야 한다.

조금 전 발견한 바이러스가 함정이라는 가능성도 아직 버릴 수 없고, 토시에의 정체를 조금이라도 눈치채고 있는 듯하면 곤란하다.

안전 확실히 바이러스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한 정보를 손에 넣어 두고 싶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뜻밖의 희귀종이 손에 들어온 것이다. 기쁜 오산이야.」


귀에 들어온 문어 상인의 목소리는 조금 들떠 있는 것 같아서, 히지카타는 눈썹을 찌푸렸다.

이 남자가 기뻐할 일이라는 것은, 자신들에게 있어 그다지 좋은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기쁜 오산」 이란 건, 이쪽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오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숨을 죽이고, 히지카타는 문 너머의 대화에 집중했다.


「저쪽 분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다.」

「협상은 잘 진행 될 것 같은 모습으로?」

「아아. 상당히 전부터 찾고 있던 물건인 모양이라서 말야. 정보와 사진을 보내면, 즉각 전달해줬으면 한다라는 것이다.」


다른 단골 손님에게 주문을 받고 찾고 있었다고 해서 말야…. 「주문하면 뭐든지 손에 들어온다」는 평판을 짊어지는 것도 꽤나 편한 건 아닌 것 같군.

그렇게 말하고 웃음을 흘린 문어 상인에게, 부하 같은 남자의 아첨하는 웃음이 이어진다.


「찾고 있었던 물건에, 귀중한 덤이 붙은 것이다. 뛰어들지 않을 수는 없겠지. …뭐어 여기서부터가, 협상일 것이다.」


과연.

대화에서 대강의 사정을 잡고, 히지카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점은, 이 녀석들은 암상인이 찾고 있었던 물건을 우연히 손에 넣고, 그것을 백신 매매의 협상에 유용하게 쓰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백신도 문어 상인의 손에 넘어간다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인가.

…뭐어, 백신 쪽은 매매되어도 특별히 해가 없으니까, 그다지 중요시 해야 하는 화제도 아닌 것 같다만….


그건 그렇다 쳐도, 「찾고 있었던 물건에 귀중한 덤」이라니. 도대체 뭘까. 

저런 대규모 어둠 조직이 찾아도 좀처럼 손에 넣기 어렵다고 한다면, 상당히 희귀한 것일까.


자신이 봐도 그 가치를 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문 틈으로 실내를 들여다 본 히지카타는, 눈에 보인 광경에 숨을 삼키며 굳어졌다.


문어 상인들의 시선 끝에 나뒹굴고 있는 것.



와이어제 같은 그물에 싸인 커다랗고 하얀 개, 그 옆에는, 손발을 묶인 차이나복의 소녀.

어느 쪽이나 정신을 잃고 있는 것 같이, 힘없이 눈을 감고 있다.



(어째서 차이나가 여기에 있는 거냐고오오오!?)



무심코 마음속으로 외쳐 버린 히지카타는, 다음 순간에는, 본인 스스로도의 바보 같은 질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어째서, 따위. 생각할 것도 없다.


그 소녀는 히지카타가 납치되는 순간을 보고 있었다. …아마도, 쫓아온 것이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자만은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이 몇 주 간, 그 아이는 어째선지 이상하게 히지카타에게 호의적이었다. 눈앞에서 납치된 사람을 구하러 와도 이상하지 않다.

안경의 소년이 함께 없다는 건, 제지를 뿌리치고 온 게 아닐까. 그래서, 이 저택의 경비에게 붙잡혔다, 고.


…진짜냐, 하고, 히지카타는 현기증을 느끼고 이마를 눌렀다.

카구라는 히지카타를 구하려다 잡혀…그리고 지금 문어 상인에 의해 백신 거래의 협상 재료가 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암상인이 단골 손님의 주문을 받고 찾고 있었던 물건이란, 즉…야토족.

그리고 귀중한 덤이라는 것은, 아마 옆에 있는 하얀 개, 사다하루일 것이다.

히지카타는 저게 무슨 생물인지는 몰랐지만, 이전, 거대화하고 거리를 날뛴 것은 기억하고 있다. 보통의 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뭔가 귀중한 생물일 가능성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이나, 비합법적 조직의 손에 넘어가면 고가로 매매되어도 이상하지 않는 존재.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잘도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당사자들의 전투력 높이에 의한 것도 크겠지만, 아마, 항상 긴토키가 옆에 있다는 것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겠지.


긴토키는 그 소녀와 개를 가족이나 다름없이 소중히 여기고 있다. 몇 주 간의 공동 생활로, 히지카타는 그것을 뼈 아플 정도로 느끼고 있었다.

분명 숨겨진 위난으로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지켜 왔던 것이다.

…그런데도.


「저것들을 옮길 준비를. 협상에는 내가 직접 나간다.」


문어 상인의 목소리에, 히지카타의 손이 흠칫 떨렸다.

즉시 암상인의 곁으로 옮겨지는 건가… 당연하다. 경쟁 상대가 많은 거래이므로, 협상은 서두르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고 자시고도 없잖아.)


히지카타는 마음 속의 자문에 기계적으로 자답했다.

최우선 사항은 바이러스의 확보이다. 백신 쪽은 원래 내버려 둘 생각이었고, 그 암상인의 다른 소행에는 노터치로 간다고 정했다.

전 우주 규모의 암상인 조직은, 진선조가 손을 댈 수 있는 규모가 아닌 것이다. 문어 상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섣불리 손을 대면 즉시, 진선조는 붕괴된다.

그러니까. 문어 상인이 백신 협상 재료에 야토족을 넘겨주든 뭘 하든, 히지카타는 어떠한 참견도 할 수 없다. 보지 못한 척하는 게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히지카타의 머리에 긴토키의 얼굴이 지나간다.



지금, 히지카타가 카구라를 구하지 않았다고 해도, 긴토키는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작전이었다고 알고 있을 터다.

…아니, 어쩌면 화낼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히지카타를 탓할 시간이 있다면, 혼자서 구하러 가려 할 게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만은 상대가 나쁘다. 그 암상인 그룹은 지구상에 정해진 거점을 갖고 있지 않으며, 소재를 잡을 뿐이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행방을 찾는 사이에 우주로 송환되어 버리면, 과연 긴토키에게 쫓을 방법은 있는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쩌란 거냐…!)




머리를 반짝이는 은빛에 정신을 빼앗겨 임무를 놓치지 말아라, 라고.

자신에게 막 타이른 참이었던 말이 가슴에 걸려서.



히지카타는 꾸욱 손바닥에 손톱을 파고들게 했다.




제10훈 호랑이 굴에 들어가려면 준비는 철저하게



혼탁해졌던 의식이 돌아왔을 때, 히지카타는 곧바로 눈을 뜨지 않았다.

의식을 잃기 전의 상황과 피부로 느껴지는 주위의 공기에서,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냉정하게 헤아렸다.


차에 밀어 넣어지자마자, 약 냄새를 맡고 정신을 잃었다.

지금은 차의 진동도 모터 소리도 느껴지지 않는다. 의식이 없는 동안 목적지에 운반된 것 같다.

양 손목이 파내지는 듯이 아프다. 머리 위로 묶이고 위에서 매달려 있는 것 같다. 발끝은 간신히 바닥에 붙어 있었다.


주위에는 복수의 기척.

이쪽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간혹 불쾌한 시선이 꽂히는 것을 느꼈다.

깨어난 것을 적에게 들키기 전에,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해두는 편이 좋다. 고, 히지카타는 눈을 감은 채 의식을 온몸으로 둘러쌌다.


팔과 손목이 호소하는 것이 저림이 아니라 통증인 것으로 보아, 매달려진 후 그다지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 같다.

양손의 열 손가락을 하나하나 조금씩 움직여 감각을 확인한다. 별 지장은 느껴지지 않았다. 맡게 한 약은 단순히 재우기 위한 것으로,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발목은 묶이지 않았다. 발끝으로 문지른 바닥에서는 굳은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조리는 벗겨져 버린 모양이지만 버선은 신은 채다. 머리의 무게나 배를 조여대는 띠의 감각으로 보아, 기모노나 가발도 아무래도 납치됐을 때 그대로인 듯했다.


「일어난 것 같군.」


갑자기 내던져진 말에, 의외로 눈치 빠르군, 하고 내심 혀를 차며 히지카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안녕 하신가. …토시에 씨?」


창문이 없는 10평 정도의 방.

인구의 빛이 비춰져, 몇명의 남자가 매달린 히지카타의 앞에 서 있다.

그 중앙에 서 있는 천인의 얼굴에, 히지카타는 부드럽게 눈을 찌푸렸다.


(…이 녀석 놀랐는걸…)


적갈색의 피부, 머리카락이 없는 둥근 머리, 조금 뾰족한 입.

인간과 문어를 합쳐 반으로 나눈 것 같은 그 얼굴은.


「내 얼굴을 알고 있는 것 같군. …흥, 뭐 당연한가.」


사진으로 몇 번이나 확인했던, 멀리서라면 직접적으로도 본 적이 있는 거물 상인.

암거래 구매자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주목하고, 얼마 전 바이러스 무기 거래를 완료시킨 것 같다고 긴토키가 보고해 왔던 남자다. 


히지카타의 납치를 지시한 것이 이 남자였다, 라는 사실은 딱히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예상대로다. 라고 할까, 원래 이 남자를 함정 수사의 표적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다.


(갑자기 톱이 직접 심문하다니…상당히 「토시에 씨」를 중요시 하고 있는 것 같군.)


암거래를 하고 있는 몸이, 그걸 조사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 앞에서 이렇게 당당히 「흑막입니다」하고 모습을 드러내다니.

막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체포될 리 없다는 자신이 행한 기량인가. …아니면.


너를 살려 둘 생각 같은 건 없다, 라고 하는 무언의 협박인가.


히지카타가 가만히 노려보자, 문어 얼굴의 상인은 코웃음 치며, 미소를 띤 것 같이 뾰족한 입을 비틀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무슨 일로 네게 오길 바랐는지도 알고 있을 테지?」


가늘게 뜬 눈에 바늘구멍 같은 빛이 머문다.

과연 거물의 상인답게 방심할 수 없는 남자 같다. 하고, 히지카타는 신경을 다시 팽팽하게 잡았다.


자신을 납치하는 것까진 잘 되었다…여기서부터가 고비다.

다음은 능숙하게 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토시에」의 정체는 숨긴 채, 자신의 몸을 지킨다. 꽤 난제구나 하고, 남의 일처럼 히지카타는 생각했다.


어느 질문에 대답하고, 무엇을 묵비권을 행사하고, 어디까지의 고통을 견디며, 무슨 거짓말을 할 것인가.

그것들의 선택에 모든 것이 달렸다.

히지카타는 가늘고 길게 호흡하고, 온 신경을 사고에 집중시켰다.


함정 수사를 계획한 시점에서, 이런 상황은 당연히 예측하고 있었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심문이나 고문을 잘 벗어나기 위한 면밀한 방안을 준비해 온 것은 아니었다.

이번 작전의 최우선 사항은 발신기를 바이러스의 보관 장소로 이끄는 것이지, 자신의 안전 확보는 딱 잘라 말해 뒷전이었다.


침으로 목을 축인다.


적어도, 자신의 정체가 진선조 히지카타인 것을 들키는 사태만은 피해야 한다.

잠든 사이에 기모노나 가발을 벗기려 하지 않았던 것은 행운이었다.


「…무엇을 물어도, 저는 대답하지 않아요.」

「역시 재원이다. 이야기가 빠르군.」


신중하게 목청을 가다듬고 입을 연 히지카타에게 문어 상인은 비꼬는 듯이 웃는다.



「너처럼 우수한 여성이 어떤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지, 꼭 알고 싶어졌어.」


미소를 띠면서도, 히지카타를 찌르는 시선에는 서서히, 차가움이 증가했다.


(살해당해 줄 생각은 없지만…다소의 부상은 어쩔 수 없을지도.)


상인의 눈동자의 냉혹한 빛을 간파한 히지카타는, 냉정하게 각오했다.

그 눈은, 사람을 고문하는 데에 어떠한 주저도 느끼지 않는 눈이다.


물론, 그런 것에 겁먹을 히지카타는 아니지만.


「무슨 이야기죠.」

「이 년이!」

「까불지 마라!」


옅은 미소까지 지으며 말하는 히지카타에, 주위의 부하로 보이는 남자들이 술렁였다.

그 중 한 사람이 가느다란 장대를 손에 쥐어 때려눕히려 하는 것을, 문어 상인이 가볍게 손을 들어 제지한다.


「기다려. …이 여자에게는 상품 가치가 있다. 상처 내지 마.」


(상품 가치…?)


인신매매라도 할 생각인가 하고 히지카타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지구의 여자는 다른 별의 유흥 업소에 비싸게 팔린다고 들은 적이 있다. …남자인 자신이 비싸게 팔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히지카타는 입가를 아주 조금 짓궂게 비틀었다. 지금까지는 여자라고 믿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정체를 숨길 수 있는 데다 「상처를 얻지 않는다」라는 덤까지 붙다니, 상당히 형편상 좋은 이야기다.


히지카타의 근소한 표정 변화에, 문어 상인은 조금 기분이 좋지 않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지나친 여유지만…너는 좀 더, 자신의 위기를 파악하는 게 좋다.」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비스듬히 뒤의 부하에게 슬쩍 시선을 돌리고 턱을 치켜든다.

끄덕인 부하가 잭나이프를 꺼내었기에, 히지카타에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쩌면 「상처 내지 마」라는 건 「큰 부상을 입게 하지 마라」라는 의미로, 다소의 상처가 나는 것 쯤은 마다하지 않는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경계하자, 나이프를 든 남자는 빙글, 히지카타의 등 뒤로 돌았다.



귀 뒤에서 희미한 소리가 났다.

끊어진 것은, 긴 흑발을 모으고 있던 진홍빛 머리끈.


사르륵, 긴 흑발이 떨어지면서 동시에, 챙, 쨍그랑…하고 단단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무엇인가가 굴렀다.

…그렇게 나온 건가, 하고. 히지카타는 입 안에서 혀를 찬다.


문어 상인은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집어 들고 흠, 하고 눈을 찌푸렸다.


「매우 작은 포켓나이프인가…그 손목의 줄을 끊을 정도라면 충분했겠지.」


모은 머리카락 속이라는 것은 실로 좋은 은닉 장소다. 하고, 부자연스럽게 감탄의 대사를 내며, 히지카타에게 의미 있는 듯한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이 경우, 『좋은 장소』라는 건 『흔히 쓰이는 장소』이기도 하다는 거지.」


다음. 이라는 지시를 받고, 방금 전의 남자와 또 한명이 칼을 꺼내, 히지카타의 양 소매의 소맷자락을, 이어서 띠를 찢었다.

그 때마다, 작은 도구가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


(이 자식, 능숙하게 하고 있어…!)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욕을 했다.

꽤나 머리가 돌아가는 남자인 것 같다고는 알았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솜씨가 좋다. 이런 거에 상당히 익숙하다는 건가. 

씁쓸한 기분으로 바닥에 흩어진 도구류를 살펴본 히지카타는…후우 하고, 그 눈에 한 순간, 살짝 당혹감을 띄웠다.


있어야 할 것이, 거기에 없다.


「찾으시는 물건은 이건가?」


재밌다는 듯 들려온 소리에 눈을 든다.

그 눈 앞에서 문어 상인은, 품에서 한 개의 비녀를 꺼내어 보였다.

한 송이의 꽃을 본뜬 심플한 비녀. 오늘, 히지카타가 꽂고 있었음이 분명한 것이다.

히지카타는 노력하여 무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


입 다물고 무서운 기세로 문어 상인의 얼굴을 노려본다. 그러자 상인은 오른손으로 비녀를 만지작거리다, 갑자기 어깨를 움츠리고 호들갑스럽게 아쉬운 소리를 냈다.


「아아, 아니면 발신기가 붙은 띠 끝부분 쪽인가? 미안하지만, 그 쪽은 여기에 도착하기 전에 부하가 차 안에서 부숴버린 모양이야. 꽤 좋은 세공품이었던 것 같아 안타깝지만…부족한 부하라, 부수는 것 외에 발신기를 멈추게 할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서 말이지.」


…이 비녀도, 하고 천장의 불빛에 꽃의 비녀를 비추며 눈을 가늘게 뜬다.


「아름다운 물건이지만, 내장된 도청기를 떼어낼 수 없다…아쉽지만.」


빠각!


공중에서 손을 떠난 비녀는, 중력에 이끌려 바닥에 도달하는 순간, 소리를 내며 밟아 부서졌다.


깨지고 부서진 그것을 바라보는 히지카타의 표정에 희미한 당혹을 알아채고, 상인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웠다.


「자신의 위기적 상황이 이해가 가나?」


발신기에 도청기에 소형 나이프에 기타 등등…꽤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던 모양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무르지 않아.

눈을 가늘게 뜨고, 입가에 여유의 미소를 띠면서, 상인은 압박을 날리듯 부지런히 구두 소리를 울리며 천천히 히지카타의 주위를 돈다.


「이걸로 네 동료에게는 이 장소를 특정할 수단이 없고, 너에게는 스스로 탈출할 방법도 없다.」


아직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거라면 버선 속일까…허벅지 안쪽 근처일까.


한바퀴 돌아 정면으로 돌아온 상인은, 천장에 매달린 히지카타를 꼼꼼히 살펴보며, 들으란 듯 그렇게 중얼거린다.

찢어진 띠는 이미 바닥에 떨어지고, 소매를 잘린 기모노에 가느다란 허리끈을 묶었을 뿐인 모습을 핥듯이 더듬는 시선에, 히지카타는 싫은 예감을 느끼고 미간의 주름을 더한다.

상인은 한 번 끄덕이고, 좌우의 부하에게 말을 걸었다.


「버선과 옷의 안쪽을 조사해라. …그리고.」


거기서 일단 말을 끊으며, 힐끔, 곁눈질로 의미 있는 듯한 시선을 히지카타에게 향한다.



「이 여성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말할 마음이 되도록, 조금 귀여워 해줘라. 방법은 너희들에게 맡기지…표면에 상처만 내지 않으면 상관 없다.」



상사의 말을 들은 남자달의 눈에 비열한 빛이 떠오른 것을 보고, 히지카타는 꽈악 어금니를 악물었다.


그 색을 보고도 상인의 말이 의미하는 것을 알지 못 할 만큼, 바보도 꼬맹이도 아니다.

본래라면, 남자인 히지카타에게 향해질 리 없는 시선.


(…위험한데.)


히지카타의 등에 식은 땀이 흘렀다.


능욕, 당한다…그것 자체가 위험하다라기 보다는.

그 과정에서 「남자」라고 들켜버리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


남자란 걸 알면 능욕당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대신 「상품 가치가 없다」고 간주되어 잔학한 고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어떤 고문을 받더라도 진선조의 이름을 토해낼 생각은 없지만, 바이러스의 장소도 못 잡고 있는 지금 단계에서 히지카타가 움직이지 못 할 만큼 고통스러워 한다, 라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사태였다.

그것에 비하면, 남자인 자신에게 있어 능욕 당한다라는 건 큰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이 부하들이 지구인의 수컷 암컷에 개의치 않고, 성적 능욕이라는 고문을 계속한다면 그 편이 고맙지만.


히지카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다가오는 두 남자를 관찰했다.

천인인 듯하지만, 지구인에 극히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조금 전 히지카타에게 「이 년」이라는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생각해봐도, 지구인의 성별의 구별이 안 된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어떻게 할 수 없을까, 하고 마음 속의 초조함을 숨기면서 번뜩 시선을 강하게 하면, 그것을 공포를 억누른 허세라고 해석한 것일까.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상인의 입꼬리가, 씨익 위로 올라갔다.


그것을 노려보고, 히지카타는 마음속으로 흥 하고 코웃음 쳤다.


혐오는 느끼지만, 공포 따윈 느끼지 않는다.

자신은 남자다. 정조도 뭣도 없다…라고 하면 요즘은 성 차별이다 뭐다 비난하겠지만, 적어도 자신은 능욕에 겁먹을 만한 인간이 아니다.

범해지고 끝이라면 그걸로 좋다. 칼을 쥘 수 없게 되는 부상을 입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낫다.


이 수사를 시작할 때부터, 그 정도의 각오는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수사를 위해서 정말 싫은 자식과 몇 주간 연인인 척 해 왔을 정도니까. 자존심 따위 이미 버리고 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문득.



(…정말 싫은, 이라니…)


언뜻, 머리를 스친 은빛에.

어째선지 욱신거리며 아픈 가슴이, 자신의 사고에 위화감을 호소해서.



다음 순간, 히지카타는 그런 자신에게 당황했다.



(아…아니! 정말 싫어하지? 나 딱히 틀린 말 안 했지!? 그 자식과 연인 행세 따위, 자존심 던지지 않으면 할 수 있을 리가 없고! 나는 어디까지나 수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떨떠름하게…!)


일순, 아득한 저편으로 빗나간 사고가, 눈앞에 있는 것에 대한 반응을 살짝 늦게 했다.

히지카타의 발밑에 허리를 굽힌 부하 중 한명이, 재빠르게 버선을 벗겼다. 순간적으로 다리를 치켜들기 전에, 꽈악 하고 두 다리가 좌우의 남자에게 제지당했다.

맨발에 남자의 손이 닿는다.



찌릿.



등골을 박차 오른 오한에, 히지카타는 무심코 작게 숨을 삼켰다.


(어째서냐…)


능욕 당하는 일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문제인 것은 남자란 것을 들켜버리는 것, 그것뿐. …이었을 텐데.

어째서인지.

뻗어오는 손에, 눈앞의 남자들에게 품은 혐오가, 바로 조금 전까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스윽. 발목에서 위로 미끄러지는 손에 소름이 끼친다.


…그러고 보니, 그 자식에게 만져지고 소름이 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갑자기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것을 생각하고, 그 순간에, 위 근처에 소용돌이 치는 구역질이 갑자기 강해졌다.


(그러니까 어째서…!)


당혹을 이어가며 경직된 히지카타의 다리를, 남자의 손이 기어 올라가고.

기모노의 옷자락이, 분해되었다.





「비녀가…!」


길가에 주차된 1대의 밴 타입의 승용차.

그 운전석에 앉아 있는 남자는, 자신의 무릎 위에 올린 라디오 같은 기계를 들여다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진선조의 감찰, 야마자키 사가루다.

그가 무릎에 두고 있는 기계에서는, 지금은 이제 모래 폭풍의 소리 밖에 들리지 않고 있었다.


「당해버렸네.」


조수석에서 씁쓸한 목소리를 낸 것은, 1번대 대장 오키타다.

바로 조금 전까지, 그들은 그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것이 빠직 하는 소리와 함께 끊겼던 것이다. 직전의 대화로부터 생각해 보자면, 도청기가 훼손됐다는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아무래도, 띠 끝에 넣어두고 있었던 발신기도 이미 부서져 있는 것 같다. 신호가 포작할 수 없게 된 시점에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아아아…」


야마자키는 무릎의 기계를 끌어안고 고개를 숙이며, 비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거, 비쌌는데……」

「그런 문제냐아아아! 잠깐, 야마자키 씨 당신 무슨 한가한 말을 하는 겁니까!!」



쾅! 하는 화려한 소리를 내며 뒷자석에서 외친 것은, 진선조의 병사가 아니다. 신파치다.

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자리에서 허리를 띄우고, 운전석의 등받이를 잡고 몸을 내밀고 있다.

그 얼굴은 창백하고, 등받이에 박힌 손가락 끝은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하얘지고 있었다.


「이러면, 토시에 씨…아니, 히지카타 씨가…!」


호소하는 목소리가 떨린다.


함정 수사로서, 세심한 준비를 하고 고의로 적의 손에 떨어졌다, 라는 얘기 였으니까 안심했었는데…

발신기도, 도청기도 부서져 버리면. 이래서는 구하러 갈 방법이 없지 않은가.

게다가 아까의 대화를 들은 바로는 적은 상당한 수완가로, 지금부터 확실히 히지카타를 심문하려는 분위기였다.

이대로는.


「히지카타 씨의 몸이, 위험하다구요…!?」


신파치의 말에, 오키타는 모래 폭풍 소리가 흐르는 기계를 들여다보며, 하아, 하고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확실히, 히지카타 자식의 괴로워 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건 아깝네에. 모처럼 녹음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윽! 잠깐…, 오키타 씨! 당신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농담이라도 말해서 좋을 때와 나쁠 때가…!」


한 순간 아연실색하고, 신파치가 격분하며 오키타에게 다가섰다. 그 험악한 얼굴에 오키타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조금 몸을 뒤로 젖혔다.


「안경 너, 뭘 그렇게 당황하고 있어?」

「뭐냐니…!」

「어라, 혹시 신파치 군, 모르고 있는 거야?」

「……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몸을 밀어 넣어 오키타에게 대들던 신파치는, 야마자키의 목소리에 되돌아보며 꿈뻑, 눈을 깜박거렸다.

야마자키는 조금 의외인 듯한 얼굴을 하며, 신파치를 안심시키듯 생긋 미소를 띄운다.



「괜찮아. 띠 끝의 발신기는 미끼야. 진짜 발신기는 아직 들키지 않았으니까.」



그러면서 야마자키는 신파치의 눈앞에 있는 차 내비게이션같은 기계를 가리켰다.

작은 화면에 표시되는 것은 세세한 지도와 차의 위치를 나타내는 표시, 와, 일정 간격으로 점멸하는 빨간 점.


「자, 이 붉은 점이 부장님. 이번 작전의 열쇠는 발신기니까, 그렇게 간단히 발견될 것 같은 곳에는 숨기지 않았어…허리 띠 끝에 숨겨둔 것은, 저쪽이 발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어. 보통, 하나가 발견되면 그 이상은 찾으려고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발견되기 쉬운 곳에 하나, 인 거지. 하고 웃는 얼굴로 설명하는 야마자키에 오키타가 귀찮은 듯이 덧붙인다.


「애초에 안경, 생각해 봐. 이쪽이 숨긴 발신기가 진작에 부서진 그거 하나 뿐이라면,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자리 잡고 있을 리 없잖아.」

「아…」


오키타의 말에, 신파치는 무심코 소리를 냈다.

내비게이션…같은 것, 이 가리키는 그들의 현재 위치는, 붉은 점의 바로 옆이다.

붉은 빛이 점멸하고 있는 곳은, 지도 위에서도 상당히 크다는 걸 알 수 있는 저택의 한점. 그들을 태우고 있는 밴은 그 저택 정면의 길에서, 모퉁이 하나를 돈 골목에 정차되어 있었다.


「이 저택이 그 상인의 숨은 아지트가 되고 있다는 건, 아직 조사가 되지 않았으니까.」


야마자키가 쓴웃음을 짓는다.

히지카타가 옮겨진 듯한 저택은, 원래는 이름 있는 무가의 저택이었으나 개국 후 몰락하고, 모 천인 귀족에게 별장으로 팔렸다, 는 것이었다.

그것이 어느샌가 그 문어 상인에게 다른 곳에 전매되었다고는, 감찰의 야마자키의 조사도 미치지 않는 곳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까 전에. 야마자키가 운전하는 밴은, 바로 이 장소에 와서 멈췄다.

이 차만이 아니다. 실은 이 부근에는, 진선조의 병사들이 많이 존재했다.

즉 그것은, 이 저택을 수상하다고 특정했다는 것으로.


띠 끝의 발신기는 이 저택에 들어가기 전에 부서져 있었을 텐데, 정확하게 여기를 찾아냈다, 는 건…


「그, 그런 것이엇습니까…. 죄송합니다, 소리치거나 해서.」


자신의 당황함을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힌 신파치에, 야마자키는 아니라며 손을 흔들었다.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이쪽이 나빴어. 틀림없이 형씨에게 들었다고 생각해서 말야.」

「형씨, 혹시 안경에게 아무것도 설명 안 했습니까.」


두 사람의 대사를 듣고, 신파치는 빙글, 뒤를 돌아봤다.


그 시선의 끝에는, 긴토키가 가장 뒤쪽 자리에 추욱 걸터앉고 있다.

그는 조금 전 부터 쭉, 나른한 듯한 눈으로 가만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오키타의 질문에 스윽 눈을 정면으로 향한 긴토키는, 조금 미간에 주름을 잡고 목 뒤를 긁었다.


「…아니, 나도 그 녀석한테서 그렇게 자세한 정보를 들었던 건 아니었고…애초에 이 녀석을 여기에 데려 올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말이지.」


한숨 섞인 소리에, 한 순간, 차 안이 조용해졌다.

신파치는 꾹 입을 굳게 닫았다.


본래의 예정으로는, 신파치는 여기에 없을 터였던 것이다.

히지카타가 「무사히」 적에게 납치되면, 긴토키가 진선조의 병사와 합류하고, 다음 작전으로 넘어간다. 신파치와 카구라는 타에의 집에. 그럴 작정이었다.

그것이, 왜 지금, 신파치도 차에 타고 있는가 하면.


카구라가 히지카타의 뒤를 쫓아 가버렸기 때문인 것이다.


작전을 모르고, 혼자서 적진으로 향해 가버린 카구라를 걱정하여, 신파치는 자기도 가겠다고 말을 듣지 않았고.

긴토키도, 카구라의 몸을 걱정하는 신파치의 기분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형씨. 차이나 씨를 멈추지 못 해서.」


야마자키가 불가사의한 소리를 낸다.

30분 정도 전. 저택을 은밀하게 포위하고 있던 병사가, 하얀 큰 개에 올라 탄 차이나복을 입은 소녀를 목격했다.

그러나 그녀는, 멈출 틈도 없이 저택의 담장을 뛰어 넘고 올라가버린 것이다.


…그 이후로, 소식이 없다.


야마자키는 차에 탄 이후로 쭉 말수가 적어진 긴토키가, 아무것도 아닌 듯한 얼굴 뒤에 초조함을 감추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카구라와 사다하루 세트는 누구도 멈출 수 없어. 저런 거 태풍이라고.」


긴토키는 흥미 없다는 듯이 그렇게 돌려주고, 그 이상의 추궁을 피하는 것처럼 창밖을 가리켰다.


「그런 것보다, 뭐야 저거.」


밴의 창문 유리에는 안개가 붙어 있고, 밖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안쪽에서는, 어두우면서도 밖의 경치를 내려다보게 되어 있었다.

그 유리 너머로 긴토키가 가리킨 것은, 밴이 멈춰 있는 골목의 입구 부근. 저택 정면의 길에 주차된 몇대의 경찰차와, 긴장된 표정이 오가는 병사들.

그리고, 그 병사들에게 붙어 어슬렁거리는, 분명한 TV 카메라와 집음 마이크.


「에, 형씨, 자세한 것은 못 들었다고, 설마 작전 내용도 듣지 않았습니까?」


긴토키가 가리키는 것을 보고, 야마자키는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오키타가 느긋한 목소리로 설명을 더한다.


「저건 보면 알겠지만 TV 직원이에요. 무장 경찰에 밀착 취재라는 것으로, 문어 상인의 저택에 바이러스가 있는 것을 전국적으로 유명한 생방송 하자는 이야기라.」


이번 사건의 최대의 문제는, 상대가 막부와 연줄이 있는 대상인이라는 것이다.

즉, 진선조가 이 저택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한 것만으로는 만사 해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리하게 파고 들어 압수해버리는 것은 진선조는 막부에게 당해버려, 바이러스의 존재도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 채, 문어 상인과 막부의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오가겠지.


거기서, 진선조가 세운 작전은 이런 것이었다.


우선, 양이지사가 천인의 상인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꾸며 내, 경비라는 명목으로 문어 상인의 저택 주변을 진선조의 병사가 지킨다.

거기에, 정체 불명의 남자(이 역할은 긴토키가 담당한다)가, 저택에 침입한다.

진선조는 「상인의 몸을 지키기 위해」 침입자를 쫓아 「어쩔 수 없이」 저택에 돌입해, 그 저택 안에서 「우연히」 바이러스 무기를 발견한다.

그것을 「우연히」 진선조를 밀착 취재하고 있엇던 TV 직원이 촬영·전국적으로 생방송 해 버린다…


「이름하여 『루팡 3세·카리오스트로의 성 작전』이란 걸로.」


당당하게 검지를 세우고 말하는 오키타를, 신파치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히지카타는 오늘 아침, 밀착 취재를 받고 있는 건 사소한 사건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을 보도하고 상대를 방심시키기 위해서다, 라고 말했던 기분이 드는데. 그 뒤에 그런 의도가 숨겨지고 있었던 건가.

정말로, 감탄하는게 좋을지 어이 없어 해야 좋을지…어른이란 생각하는 것이 교활하다.


어이 없어 하는 신파치를 뒤로 하고, 긴토키는 긁적긁적 시시하다는 듯 목 뒤를 긁었다.


「아니 뭐, 그건 그 녀석한테 들었는데…」


그 작전에 대해서는, 긴토키도 히지카타로부터 제대로 들었다. 주인공이 비슷한 작전을 사용하고 있던 영화의 제목을 딴 작전명까지 확실히.

하는 김에 그 영화와 같은 감독의 작품인 『이웃집 페도로』의 훌륭함에 대해서도 끝없이 이어졌으니까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라, 긴토키는 다시 창밖을 가리켰다.


「뭐야 저, 저쪽 순찰차의, 조수석…」

「아아, 저거 말입니까.」


긴토키가 가리키는 곳을 확인한 야마자키는, 납득한 듯한 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대의 순찰차. 거기에는 이따금 병사가 달려들어, 차내의 인간과 뭔가 말을 주고 받고는 떠나고 있다.

그 조수석에 있는 사람의 옆모습.


「잘 만들어졌죠? 실물 크기 부장 패널, 옆모습 버전입니다.」

「캠페인 걸이냐 그 녀석은.」


도리어 자랑스럽게도 들리는 어조로 말한 야마자키에, 긴토키는 지체없이 파고들었다.

아니, 그래도, 생방송 중에 부장의 모습이 한 번도 비치지 않는 것은 수상하고. 패널이라도 차의 유리창 너머라면 꽤 잘 모른다구요? 등 야마자키의 대사를 넘기며 어이 없다는 한숨을 한 번.

…확실히 처음엔, 거기에 있을 리 없는 인물의 얼굴을 발견해 일순간 눈을 크게 떠버렸지만. 가만히 자세히 관찰하면, 참으로 시시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연구하고 있을 정도라면, 냉큼 돌입해버리면 되잖냐. 빨리 끝내버리면 그만이잖아. 뭐야? 지금, 저택 안의 구조라도 찾고 있는 거야?」


내부의 상황 조사가 끝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거냐고, 긴토키는 물었다.

침입하는 정체 불명의 남자도, 그것을 쫓는 진선조도, 거기에 달라붙어 오는 TV 직원도 이미 준비 되어 있으니, 더 이상 작전 실행을 기다릴 이유 같은 건 그 외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야마자키는, 긴토키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뇨, 저택 내의 지도는 이미 손에 들어와 있어요. 원래 천인의 건축이 아닌 무가 저택이었기 때문에, 정보 수집도 비교적 간단해서.」


이겁니다. 하고 품에서 꺼낸 도면을 펼치고, 동시에 내비게이션풍의 기계에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을 확대한다.

그리고 펄럭, 대조하는 듯 화면과 종이 도면을 늘어놓아 보였다.


「발신기 위치로 볼 때, 아무래도 개축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 본래 방이 없을 터인 장소에 빛이 나고 있어서, 지하라든지 숨겨진 방이라든지, 그런 거겠죠. 이 위치에 도착할 때까지의 경로도 제대로 기록하고 있으니까, 그것과 대조하면…」


수중의 메모와 화면을 비교하면서, 발신기가 다닌 루트를 손가락으로 쫓기 바빴던 야마자키는, 탁, 종이 도면의 한점을 가리켰다.


「여기, 복도 옆의 계단이 수상하네요. 이 부근에 비밀문이나 숨겨진 계단이 있다고 생각하니, 형씨는 들어가면 곧바로 이곳을 목표로 해주세요.」

「아아? 어이어이, 거기까지 세세하게 알고 있다면 더욱 더 빨리 돌입하면 되잖아. 뭘 빈둥거리고 있는 거야 요 녀석아─.」


담담하게 설명한 야마자키에, 긴토키는 눈살을 찌푸린다. 신파치도 의심스럽게 야마자키를 바라봤다.

저택 내부의 지도가 손에 들어와, 숨겨진 방으로의 입구 같은 것도 알고 있다면, 여기서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의문의 시선을 받고, 야마자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가능하면 바이러스의 보관 장소를 정확하게 알고 싶습니다. 부장이 있는 방 근처에 있다고는 장담 못 하고…」

「모처럼 TV 카메라 거느리고 들어간 곳에서, 좋게 바이러스가 발견 되지 않으면 수고한 보람이 없어 미안해지니까요.」


야마자키의 설명을, 조수석에 기대어 있는 오키타가 잇는다.

목적이 히지카타의 구출이라면 지금 당장 돌입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이번 목적은 어디까지나 바이러스이다.

이 저택에 바이러스가 보관되어 있다, 라고 하는 것을, 확실히 TV 카메라에 비추고 전국에 흐르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막부에게 알려지는 것보다도 먼저 세상을 아군으로 삼지 않으면, 진선조의 목숨은 없는 것이다.

상당히 아슬아슬한 줄타기니까요. 하고, 오키타는 대사에 어울리지 않는 재밌어 하는 듯한 미소를 띠었다.


「그러니까 부장님에게 어떻게든 자력으로 저택 안을 수색하여, 바이러스를 발견하면 신호를 보내달라고 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 발신기는 꽤 우수한 물건으로, 수중의 조작으로 두 종류의 파장을 보낼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점멸의 간격이 바뀌면 바이러스를 발견했다는 신호입니다.」

「반나절이 지나도 발신기에 움직임이 없다면, 히지카타 녀석이 자력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고 예상하고 돌입하는 것으로 돼서요. …앞으로 10시간인가.」


차내의 디지털 시계를 살짝 보고, 오키타는 갑자기 품에서 안대를 꺼냈다. 낮잠의 자세다.

야마자키는 그런 오키타에게 눈을 돌리고, 이런이런 하고 어깨를 떨어뜨린다.

움직임이 있으면 깨울게요, 하고 말하려 했으나…긴토키의 소리에 막혔다.


「…그런 느긋한 걸로 괜찮은 거냐.」


드물게 진지한 조바심을 내포한 목소리에, 야마자키는 눈을 깜박였다. 오키타도 쓰려던 안대를 벗고 뒤를 돌아본다.

평소대로처럼으로 가장한 긴토키의 표정에 감추지 못한 초조감을 알아채고, 얼굴을 마주본다.

그리고 쓴웃음을 지었다가, 두 사람은 긴토키에게 제대로 돌아섰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차이나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상인은 상당히 이익에 예민해서, 상품 가치가 있는 것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안 좋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멸종 직전의 전투 종족 『야토』의 소녀라면, 꽤 비싼 가격에 거래될 테니까요.」


그러니까 그렇게 성급하게 돌입하지 않아도…만약 차이나 씨가 잡혀 있다고 해도, 어딘가에 갇혔을 뿐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안심시키듯 차분한 어조로 설명한 야마자키에, 긴토키는 흐음, 하고 기운 없는 목소리를 흘렸다.


「그렇군. …그래서? 그 녀석은 어떤데.」

「하? 그 녀석이라니…아아, 부장님 말입니까?」


야마자키는 조금 멍한 표정을 짓더니 수긍했다. 그쪽을 물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라는 얼굴이다.


「뭐어, 그들 입장에서는 『토시에 씨』는 현재 유일한 단서니까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 한 동안 죽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장님이 그렇게 쉽게 입을 열 것 같지 않구요.」


시원스런 대답을 받고, 긴토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그 후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목숨만 있다면 무사, 하다는 것도 아니잖냐.」

「아아…그건, 즉…」


긴토키의 말 뜻을 정확히 깨닫고, 야마자키는 조금 말을 더듬거렸다.

힐끔, 하고, 염려하는 듯한 눈길을 신파치에게 향한다.


「그것은 즉, 그…」

「손톱이 벗져기거나 귀가 멀거나, 손가락이 떨어지거나 채찍으로 맞는다거나 달궈진 쇠 꼬챙이로 찔린다거나, 그런 겁니까?」

「잠, 대자아앙! 좀 더 완곡하게 말해주세요!」


오키타의 대사에 신파치가 히익 숨을 마신다. 그것을 본 야마자키는 황급히 오키타에게 항의하고, 진정시키려는 듯 긴토키와 신파치를 향해 돌아섰다.


「아니 저기, 분명히 그런 우려도 있기는 있는데…아까 말했듯이, 상대는 이익에 예민한 상인입니다. 『야토』 정도의 상품성은 아니라고 해도, 그, 저 정도의 미인을 그렇게 비참하게 다치게 하거나 하진 않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 여장은 웃길 정도로 어울렸으니까요.」


말하기 어려운 듯 말을 잇는 야마자키에 이어서, 오키타가 칭찬하는 건지 바보 취급하는 건지 판별하기 어려운 것을 말한다. 야마자키도 거기에 수긍하면서, 한층 더 말하기 어려운 듯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으음, 아마, 심문으로는 때리고 걷어차는 것과는 다른 폭력을 생각하고 있는게 아닌가하고…그, 역시 미인이니까, 그, 소위…」

「강간이나 윤간 같은 것으로 말이죠.」

「아아아! 그러니까 대자아앙!!」


스윽, 하고 단언한 오키타에게, 야마자키는 다시 머리를 싸맸다.


「…뭐, 뭐어, 그런 겁니다. 옷이 벗겨지면 아무리 그래도 남자라고 들키겠지만, 그걸로 그만둔다고 단정할 수 없고…」

「라고 할까, 천인 주제에 지구인을 범하자고 생각이 드는 거면, 남자든 여자든 그렇게 집착하는 것 같지 않으니까요.」

「…그걸로 괜찮은 거냐고.」

「네?」


응응 하고 서로 끄덕이고 있는 중에 들린 낮은 목소리에, 오키타와 야마자키는 무심코 눈을 깜박이며 긴토키를 봤다.

그 목소리는, 억제되고는 있었지만 확실하게 노기를 품고 있고…그것이 이 남자에게는 매우 드문, 진지한 노기인 것에, 순간, 두 사람은 말을 잃는다.

조용히 물끄러미 다시 보자, 긴토키는 정신을 차린 듯 흣 하고 시선을 돌렸다.


「…아니, 너희들이 그걸로 괜찮다면, 딱히 상관 없지만.」


뒷머리를 긁적긁적 긁고, 의욕없이 나지막이 중얼거린 긴토키에게…야마자키와 오키타는 다시 얼굴을 마주보고, 버틸 수 없어진 듯 입가를 올렸다.


「…풉」

「큭크크…」

「잠깐…! 두 분 다, 뭘 웃는 겁니까! 긴 씨도! 좋지 않아요 전혀! 좋지 않잖아요!? 그런, 토시에 ㅆ…히지카타 씨가, 그런…!」


쾅! 소리를 내며 일어선 신파치가 창백한 얼굴에 분노와 불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보고, 야마자키는 소리 없는 웃음을 집어 넣고 휘휘 손을 흔들었다. 


「아아 아니, 미안 신파치 군. 우리들이 웃은 것은, 그…형씨가 부장님을 신경 써주는 게 조금 의외여서.」

「모르는 사이에 상당히 사이 좋아진 것 같네요.」

「바…!」


히죽, 하고 미소를 지은 오키타의 말에, 긴토키는 순간적으로 머리카락을 휘저은 손을 멈추었다. 피하던 시선을 튕기듯 오키타에게 향하고…그러다 곧바로 또 시선을 피하고, 다시 머리를 긁적이기 시작한다.


「바보냐 너, 친하다거나 기분 나쁜 소리 하는 거 아냐. 순정 만화 잡지인 거냐고 요 녀석아─.」

「괜찮아요, 형씨.」

「아?」


투덜투덜하는 중얼거림을 야마자키의 목소리에 막혀, 긴토키는 화풀이하듯 험악한 눈초리로 바라봤다.

야마자키는 그런 긴토키의 시선에 쫄지도 않고, 빙그레, 웃음을 띄웠다.


「아마, 이지만요. 일단 대책을 써두기는 했어서.」

「…무슨 말이야.」

「형씨가 아까부터 걱정하고 있는, 히지카타 씨의 정조 얘기입니다.」

「푸웃! …누, 누가 언제 그런 거 걱정했냐아아아!」


무심코, 좌석에서 엉덩이를 들고 외친 긴토키에게, 오키타는 더욱 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키웠다.


「안경도 안심해. 히지카타 녀석의 정조는 무사하다고…뭐, 본인 하기 나름, 이지만.」


의미심장한 대사를 내뱉고, 힐끔, 창 너머로 저택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긴토키에게 시선을 되돌려, 월등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쾌활하게 입을 열었다.




「뭐어, 분명 그 자식도, 사랑하는 형씨 이외에는 뚫리고 싶지 않다는 일심으로 노력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뭣…! 무무무슨 소릴 하는 거냐 너 잠까아아아안!?」




창문에 안개가 붙은 차 안에서 은밀하게 작전 실행의 때를 기다리고 있는 몸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긴토키는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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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훈 관점에 따라 위기도 찬스



어느샌가, 나는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


긴토키가 나가고 몇 분 후.

아침 식사 후의 편안한 공기는, 카구라의 갑작스런 외침에 의해 깨졌다.

신파치는 놀라서 식탁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건너편 소파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히지카타도,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든다.


「무슨 일이야 카구라쨩.」

「이거, 니코틴 중독이다 해!」

「에? …아아」


카구라가 가리킨 것은 TV 화면. 보면 거기에는 확실히, 진선조 제복을 입고 있는 히지카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뉴스의 특집인지 뭔지인 걸까. 히지카타의 옆에는 곤도도 비치고 있고, 주위의 병사에게 무엇인가 지시를 내리고 있다

제복을 입은 히지카타의 모습을 보는 것은 꽤나 오랜만인 기분이 든다, 하고, 신파치는 무심코, TV 화면과 소파에 앉아 있는 히지카타를 번갈아 봤다.

실제로는 고작 몇주의 일로, 그리 오랜만도 아니지만. 「토시에 씨」의 인상이 너무나 강렬한 탓에, 칠흑의 제복을 입은 「귀신 부장」의 이미지는 신파치 안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담배를 피우면서, 눈을 부릅뜨고 TV 화면을 보고 있다.

이렇게 보면, 뻔뻔스러운 분위기라든가 동공이 열린 눈이라든가 연기를 뿜어내는 행위라든지, 둘러진 공기는 역시 같은 사람의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믿어지지 않네…)


눈 앞의 미녀와 TV 안의 남자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이 아직도 믿기 어려워서, 신파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겉모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일 아침, 부드러운 미소로 인사를 받고 돌려준다거나.

세끼 맛있는 밥을 만들어 주고, 아무렇지도 않게 모두의 입맛도 배려해주고 있다거나.

계약 외였을 취사 이외의 가사도, 이래저래 말하며 도와 준다거나.

…긴토키와 관련된 화제를 향해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다거나.


그런 성실하고 착하고 귀여운 이 사람이, 그 「진선조 부장 히지카타 토시로」다, 란 건.

아마, 누군가에게 말해도 곧바로는 믿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야, 분명 히지카타는 원래 이런 일면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고 납득했던 신파치조차, 막상 이렇게 비교하면 상당한 갭에 당황해버리고 마니까.


「왜 토시 누님이 여기에 있는데, 니코틴 중독이 TV에 비치는 거냐 해?」

「아니 카구라쨩, 그거 녹화잖아? ……라니, 어라…?」


이상하다는 듯한 카구라의 대사에 신파치는 쓴웃음 지으려다,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가만 보니, 진선조가 비치고 있는 화면의 우측 상단 구석에는 「LIVE」라는 글자.


순간 굳어진 신파치는, 뒤로 물러서고 시선을 돌려 소파를 봤다. 토시에 씨는 거기에 있다.

뭐야 이거. 분열? 아, 그림자 무사? 그게 아니면 설마…

신파치가 멍하니 생각하고 있자, 자신이 의미를 알았다는 듯 카구라가 소리쳤다.


「역시 니코틴 중독과 토시 누님은 다른 사람이었던 거냐 해! 쌍둥이 남매인가 해!」

「틀리거드으으은! 것보다, 역시는 뭐야 역시는!」


히지카타가 즉각 소리쳤다.

순간 불만스럽다는 듯 입술을 삐쭉 내민 카구라를 보고, 아아, 카구라쨩은 아직 그 희망을 버리지 못 한 건가, 하고 신파치는 쓴웃음을 지었다.

신파치는 그런 생각은 벌써 버리고 토시에 씨를 히지카타라고 인정한 뒤 호감을 가지고 있는 거지만…이건 신파치의 감각이 이상해져버렸다는 것일까.


「그럼, 어떻게 된 거냐 해.」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로 토시에와 TV를 비교하고 있는 카구라를 보고, 히지카타는 미간에 주름을 잡고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이건 녹화다. 전에 밀착 취재 받았을 때의 것이다. 그 때 사용하지 않았던 영상을 편집해 흘리고 있는 거다.」


이번 암거래의 수사에 관해, 적의 눈을 진선조에게 향하게 해선 안 된다.

그러니까 이런 사소한 일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을 방영하여 방심시키고 있는 거다, 라고 히지카타는 설명했다.


「에, 하지만 LIVE라고…그럼, 가짜 보도!?」

「조작이냐 해! 역시 어른은 더럽구만 해! 시청률 잡으려고 그런 짓을 해서, 들켜버리면 눈 깜짝 할 사이에 중단이다 해!」

「아니, 그건 좀 다른 문제야 카구라쨩! 조작이라던가가 아니니까! 아, 어라? 조작인가? 이거 조작인가요 토시에 씨?」

가볍게 혼란스러워진 신파치에게 추궁 당해, 히지카타는 힐끗, TV 화면에 눈을 돌린다.


「아니, 조작이랄까…내가 비치고 있는 영상 이외는 진짜 생방송인데 말이다…정말이지, 교묘하게 편집하고 앉았어.」


이러니까 언론이란 건 방심할 수 없지, 하고 비아냥거리 듯 입꼬리를 올리며, 짧아진 담배를 재떨이에 꽉 눌렀다.


「본국은 상당히 배짱이 눌러 앉아서 말이지, 천인에도 막부에도 위축되지 않아. 우리 같은 건 얕보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불쾌해 하지만…뭐 이번엔, 이해의 일치라는 거다.」


지금 수사에 협조하면, 나중에 「대규모 뒷거래의 적발」이라는 큰 뉴스를 특종 보도할 수 있다.

그런 「의논」의 결과다, 라고 사람 나쁜 듯한 미소를 띤 히지카타를 보고, 신파치는 무심코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 나쁜 듯한 미소조차 주위를 유혹하는 듯한 요염함이 있어, 어찌 할 수가 없다.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는가 하면, 보통이라면 여기서 「어른은 모두 더럽다 해」라고 말할 카구라가, 「토시 누님 역시 멋있다 해」라고 중얼거렸을 정도다.

…뭐야 이거 최강이잖아.


마음속에 불평 같은 대사를 중얼거리면서도, 실제로는 별로 나쁜 인상은 들지 않고. 오히려 은근히 솟아 오르는 호감에, 신파치는 입가를 풀었다.



그렇다. 역시, 아무것도 이상한 건 없다.

이 사람은 분명히 히지카타 토시로,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도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예쁜 얼굴 하고선 입이 거칠고, 어린애 같은 말싸움을 하는 주제에 어른스러운 교활함도 갖고 있고. 그 한편, 실은 상냥하고 요리 능숙하고 돌보기를 잘 하는…

무엇보다도 직무에 열심이고.

이 공동 생활 동안에도 계속, 평소 이상의 일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토시에」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 아래에서 어떻게든 빨리 바이러스를 압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절박하게 여러모로 궁리하고.

감시 당하는 긴장감이나, 다른 병사와 떨어진 곳에서 부장의 일을 해야 하는 불편함을 항상 느끼면서도, 그런 무리한 계약에 따라 매일 제대로 요리를 만들어 주고 있으니까.


대단한 사람이다.


이래서는, 긴 씨가 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머리 한 구석에, 「잠깐, 반했단 건 뭐야 누구한테 말이냐. 반하지 않았어! 나는 결코 반하지 않았어!」 같은 말을 하는 긴토키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건 들리지 않은 척 하고, 신파치는 상냥하게 히지카타를 바라봤다.



「잠깐 쓰레기 버리고 올게.」


갑자기 일어선 히지카타가, 방 한구석에 놓여 있던 쓰레기 봉투를 손에 들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긴토키가 나갈 때 가는 김에 버려달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들게 할 틈도 없이 내쫓아 버렸던 것이다, 하고 신파치는 깨닫는다.


「그럼 저도…」


혼자서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원칙을 떠올리고 허리를 들어올린 신파치를, 히지카타는 한 손으로 제지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됐어. 쓰레기 버리는 것에 줄줄이 일행이 되어 가는 것도 이상하니까. 코 앞이고. 혼자서 갔다 오지.」

「그렇습니까? 그치만…」

「됐으니까.」


유무를 따지지 않는 어조로 단언한 히지카타는, 쓰레기 봉투를 한 손에 들고 현관을 나섰다.

쿵쿵, 계단의 발소리가 울린다.

걱정스럽게 현관을 바라보던 신파치의 등에서, 카구라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냅둬라 해 신파치, 여자에게는 혼자 있고 싶을 때라는 게 있다 해.」

「아니, 사실은 여자가 아니지만 말이지…」


무심코 태클 걸고 나서, 아아 그래도, 그런 건 있을지도, 하고 신파치는 생각을 바꾸었다.

여자가 어떻다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있고 싶다, 라는 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공동 생활을 시작한 이래, 히지카타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해결사의 누군가와 함께 보내고 있다. 공동 생활을 시작한 목적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이지만, 역시 스트레스도 쌓일 것이다. 최근에는 수사도 절박하게 된 탓인지, 긴장감 도는 분위기를 풍기는 경우도 많다. 가끔은 혼자서 바람을 쐬고 싶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들이, 긴 씨처럼 마음을 잘 달래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신파치는 조금 한숨을 내쉬었다.

긴토키와 함께 있을 때의 히지카타는, 그만큼 걱정스럽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뭐, 다른 의미로 굳어 있거나 고민하고 있거나는 하는 것 같지만.


거기에 생각이 미쳤을 때, 신파치는 쿡쿡 웃음을 흘렸다.


「노려지고 있으니까」 라며 해결사에서 생활을 시작한 히지카타.

처음에는, 의뢰료만 지불해 준다면 뭐든 좋다고 생각했던 신파치였지만, 이제는 의뢰료에 상관없이, 그의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몸을 지키는 장소로써 해결사를 선택한 것이, 정답이었다고 생각되도록.

히지카타에게 있어 해결사가, 기분 편안해지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저 두 사람의 엉망진창인 관계의 등을 걷어 차야 할까…하고 신파치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자, TV를 보고 있던 카구라가 갑자기, 이거, 하고 불안한 소리를 터뜨렸다.


「신파치, 토시 누님 이거 두고 갔다 해. 괜찮은 거냐 해?」

「에?」


카구라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가는 천 꾸러미…히지카타의 검이다.


「우와, 좀 위험한 거 아냐 그거!」


신파치는 황급히 허리를 들었다.

요즘 히지카타는, 외출할 때는 반드시 검을 휴대하고 있다.

물론 한눈에 검이라고 알 수 있는 걸 가지고 다니지는 않는다. 품위 있는 천에 싸서 등에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토시에의 요염한 외모도 뒷받쳐주고, 마치 예능의 여 스승이 샤미센인가 뭔가를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걸로 위장하고 있다 해도, 내용물은 검. 변장 수사 중에 그런 것을 들고 다니는 리스크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지카타가 몸에서 떼지 않고 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즉 그만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검이 없다면 몸을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있다, 라는 것.


바로 앞의 쓰레기장에 가는 것일 뿐이라고는 하지만, 한 사람. 게다가 무방비.


이건 아무래도 좋지 않다.

신파치는 검을 잡고 거실을 뛰쳐나왔다. 카구라도 우산을 손에 쥐고 뒤를 따른다.

조리를 신는 것도 초조해서, 아무렇게나 신듯 하고 현관문을 열였다.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는데…)


스스로도 너무 걱정이 많은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파치는 묘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화려한 소리를 내며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그나저나, 이런 방심은 히지카타 답지 않다.

목검을 가진 긴토키와 함께 나갈 때조차, 자신의 검을 두고 가려고는 하지 않았는데. 하필이면 혼자서 외출하는데 무기 없이 가는 것 따위.

스트레스 쌓이는 생활이 길어져서, 집중력이 끊어져버린 것일까.



계단을 내려가고, 쓰레기장 쪽으로 달리려 하자, 그 순간, 신파치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쓰레기장 모퉁이 부근. 낯익은 다목색 옷의 사람의 그림자가, 여러 남자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잡힌 팔을 뿌리치고, 명치에 팔꿈치를 때려 박고 있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우호적인 대화의 장소로는 보이지 않는다.

숨을 삼킨 두 사람이 그쪽으로 달려가려고 했을 때, 낌새를 느낀 건지, 히지카타가 팟 하고 이쪽을 향해, 무어라 입을 움직였다.


그 순간.


순간 정신을 돌린 히지카타의 틈을 잡 듯 좌우에서 일제히 뻗은 팔이, 히지카타의 몸을 옆에 주차됐던 차에 밀어 넣었다.


「토시에 씨!?」

「토시 누님!!」


외치는 두 사람을 남겨두고.

남자들은 올라탄 차를 급발진시켜, 곧바로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 안 보이게 되었다.


「……읏!」


신파치는 망연자실하며 말을 잃었다.


눈 앞에서 히지카타가 납치 되었다, 그 사실도 그렇지만.

직전에 히지카타의 입이 자아낸 말.


오, 지, 마. …라고.


그 때, 히지카타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그것은 즉.



아아. 나는 어느샌가 착각하고 있었다.

히지카타의 몸을 지키는 것이 자신들의 일이라고.

중대한 일의 옆에서 취사까지 해주고 있는 대신에, 주위의 안전을 확보하고 편안한 장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들 해결사의 일이라고.

그러나, 그건 달랐다.


히지카타는, 신파치나 카구라에게 보호 받을 마음 따위 없고. 오히려 아이들을 말려들게 해버렸던 것을 신경 쓰고 있어.


반대로 계속, 지켜 주고 있었다, 는 것이다.


긴토키가 없을 때에만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아이들의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

쓰레기 버리러 혼자서 가고 싶어 했던 것도, 불온한 기운이 느껴져 바깥 상태를 탐색하러 간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 전에도, 혼자라면 벗어날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우리들이 나온 것에 정신을 빼앗기는 바람에.


「신파치, 뭐 하는 거냐 해!」


계속 서 있던 신파치는, 카구라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빨리 쫓자 해 하고 재촉 받고…그러나 신파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 돼. 카구라쨩.」


히지카타는 「오지마」라고 말했다. 자신들이 제멋대로인 행동을 하면, 또 폐를 끼쳐버릴지도 모른다.

구하려다 반대로 궁지에 몰아넣어버리면 의미가 없다.

히지카타를 돕는 것은…자신들의 일에는, 없다.


히지카타로부터 호위 의뢰를 받은 것은. 그와 대등하게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은.

오늘 아침, 누구보다도 히지카타의 신변의 위험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은.



「내가 긴 씨에게 알리러 갈테니까, 카구라쨩은 집에서 기다려.」


반박하기 시작하는 카구라를, 긴 씨가 엇갈려서 돌아오면 안 된다고 설득하고, 신파치는 히지카타의 검을 한 손에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긴 씨! 큰일이에요 토시에 씨가!」

「신파치!?」


카마 아가씨 구락부.

뛰어들어 온 소년에게,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은 눈을 크게 떴다.

턱의 갈라진 여장남자 상대로 무언가 말하고 있었던 긴토키도, 안색을 바꾼 신파치의 외침에 놀라 돌아본다.


「왜 그래?」


떠드는 여장남자들을 성가신 듯 손으로 제지하고, 긴토키는 신파치에게 다가갔다.

신파치는 문간에 붙잡혀, 어깨로 숨을 쉬고 있었다.

해결사에서 여기까지, 전속력으로 달려온 것이다.


「긴 씨…죄송합니다…읏」


바닥에 땀방울을 떨어뜨리면서, 신파치는 입술을 깨문다.


「토시에 씨가, 납치 당했어요…!」


고개를 숙인 채, 얼굴도 들지 못 하고 신파치는 그렇게 말했다.

긴토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탓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긴토키는 평소에 책임 전가를 특기로 하고 있었지만, 이런 때에 한해서는 사람을 꾸짖는 건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신파치는 더욱 더 고개를 숙였다.

긴토키는 그런 인간이다.

입으로는 히지카타의 미숙을 매도하며, 얼굴에는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짓고, 마음 속에 자책감을 느낄 것임이 틀림 없다.

보호하라는 의뢰를 받은 인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것을.


하물며.


의뢰를 받은 시점에서는 그렇다 쳐도, 지금 현재의 긴토키에게 있어, 히지카타는 특별한 상대가 되었을 것이다.

긴토키 자신이 아무리 부인하더라도, 주위의 눈으로 보면 그건 분명할 정도로 확실했다.


긴토키의 심정을 헤아리고도 남아서, 신파치는 꽉 눈을 감았다.



그런데.




「아, 진짜?」




「………하?」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던 신파치에 대한 긴토키의 대답은, 무척이나 담백한 것으로.

신파치는 충분히 5초 정도 간격을 두고 나서, 멍하니 되물었다.

진짜? 라니… 뭐야, 그거.


「헤에~ 정말 납치당한 거냐. 엄청나네 그거. 이렇게 잘 되면 오히려 무서워진다고 어이.」


(…잘, 되었다…?)


예상 밖의 반응에 잠시 깜빡거리고 있던 신파치는, 이윽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긴토키를 노려봤다.


「………잠깐 긴 씨, 어떻게 된 일입니까?」


싫은 예감이 든다.

뭔가 엄청난, 쓰잘데기 없는 예감이 들어!


신파치의 그 예감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긴토키는 겸연쩍은 듯 시선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아니, 그러니까 말야…그거야. 이른바, 함정 수사? 같은?」


머리를 긁적긁적 긁으며 말하는 긴토키의 말에, 신파치는 단숨에 머리에 피를 몰았다.


「반 의문형으로 얼버무리지 마아아아! 즉 그겁니까!? 히지카타 씨는 일부러 납치되었단 겁니까!? 우리들은 속았다는 겁니까아아!? 」

「사람 기분 나쁜 소리 하지 말라고. 속이지 않았어. 거 뭐냐, 적을 속이려면 우선 아군부터라고 하잖아.」

「역시 속인 거잖냐아아! 어떤 변명도 안 되거든요 그거!」

「아니아니, 그건 그 뭐냐, 그거니까. 발안은 히지카타니까. 화낼 거면 그 녀석한테 화내라고.」


이를 갈며 따지는 신파치를 말리듯, 긴토키는 팔랑팔랑 양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말야 신파치, 너 조금 차분히 생각해봐. 그 녀석이 그렇게 간단하게 납치 당할 거라고 생각해? 애초에, 자신이 위험하다고 해서 우리들에게 얌전히 보호되는 상대라고 생각해? 전제부터 이상하잖냐. 뭔가 흑막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그건.」

「아, 아니 그건… 저도 그건 생각했었지만…윽!」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나 카구라의 몸을 지키려다 납치당해 버렸던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허둥지둥 혼란을 드러내는 신파치를 보고, 긴토키는 조금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서 미안하다, 라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신파치와 카구라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어린애. 이런 적의 허를 찌르는 작전에서는, 실수해버릴 가능성이 크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두는 편이, 여러가지로 쉬웠던 것이다.




히지카타와 밖에서 네 번째의 밀회를 한, 그 날.

디저트 가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너잖아」 라고 긴토키에게 지적 받은 히지카타는, 잠시 생각한 뒤에, 다음과 같이 의뢰를 추가했다.


「나를 당분간 너네 집에 둬라. 그리고, 가급적 나를 혼자 두지 마.」

「헤? 뭐야 그거. 너의 호위라는 거? 나를 지켜줘 같은 의뢰?」

「바보냐. 너희들에게 지켜지는 굴욕은 죽어도 사양이다. …당분간 저쪽 씨를 초조하게 하는 거야.」


히지카타는, 광고지 뒤의 통신문을 탁, 튕긴다.


「실력 행사라도 불사하겠다는 자세, 라는 것에, 유일하게도 가까운 단서인 『토시에』가 갑자기 경계를 강화한다……상대편에서 보면 초조함이 가중되겠지. 거기서 기회를 보고, 내가 일부러 혼자가 된다. 」

「…그건, 납치 해달라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거네.」

「아아. 그 때까지 실컷 애태워 두면, 놈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떠한 행동을 일으킨다. 이쪽은 그 때까지 발신기나 도청기 등을 준비해 몸에 지녀 두면 되겠지. …놈들의 아지트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깨질 것 같지 않으니.」

「함정 수사인가.」


이런이런, 긴토키는 의자 등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위험한 역할을 자청하다니…너 역시 부장이라던가 내키지 않는 거 아니냐.」


사람을 지휘하는 입장에 있는 자가, 그렇게 쉽게 최전선에 나갈 것은 아니다.

가볍게 쓴 소리를 내뱉은 긴 토키에게, 히지카타는 산뜻하게 대답했다.


「뭔 소리야. 내게 이 역할을 권유한 건 네놈이잖아.」

「아? 내가?」


기억에 없는 말에 긴토키는 눈살을 찌푸린다.

히지카타는 커피 잔을 손에 들고, 히죽 웃었다.


「가장 표적이 되기 쉽다, 이퀄, 미끼에 최적. 이겠지.」

「……우와─, 토시에 씨 성격 나빠─.」


토시에의 참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위험한 사고 회로에, 긴토키는 무심코 쓴웃음을 흘렸다.




「…라고, 뭐 이런 경위가 있던 거다. 아니 정말 성격 뒤틀리고 있다고 그 녀석. 산속의 도로 정도로 비틀어져 있다고.」


요약해서 설명한 긴토키는, 살짝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요점은, 공동 생활 중의 히지카타가 노골적으로 경계를 강화하던 것은, 적의 초조함을 부추기기 위해서로.

바이러스의 거래가 완료된 것 같다고 알고 나서도, 그 은폐 장소를 찾아내기 위해서 작전을 계속해.

어제 우연히 집 안까지 찾아온 감시자에게 「토시에 쪽이 중추에 가까움」 으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히지카타는, 기회가 왔다고 보고 오늘, 함정 수사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긴토키를 아무래도 좋은 장소에 탐문을 보내, 토시에쪽도 적의 저택에서 눈을 떼고 있다는 상황을 만든 후, 토시에가 일부러 혼자서 외출한다.

적의 입장에서 보면 천재일우의 기회일 것이었다.


「뭐어 오늘 걸리지 않아도, 같은 일을 며칠 계속하면 조만간…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설마 갑자기 달려들 줄이야…의외로 무르네 어이.

긁적긁적 뺨을 긁으며, 천역덕스럽게 말한 긴토키에게, 신파치는 빙글 현기증을 느끼고 비틀거렸다.



아아.

나는 이중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히지카타 씨는, 잠자코 우리들에게 보호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고.

가만히 우리들을 보호하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공격은 최대의 방어라고.


수비에 들어가 있을 틈이 있으면 스스로 공격한다.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을 텐데.



어째서 깨닫지 못 했던 걸까.

몇 주 동안 수비에 철저히 한다든가, 타인을 신경써서 똘마니에게 간단히 납치된다든가, 그런 갸륵한 흉내. 히지카타 씨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금에서야 보면 이렇게도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이것도, 외모에 속았다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신파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그래도.)


「다행이다.」

「응?」


또르륵 흘러넘친 목소리에, 긴토키가 의심스럽게 되묻는다.

신파치는 상쾌해진 얼굴을 들었다.


「일부러 납치되었다는 건, 대책이라던가 확실히 준비한 거죠?」

「아─…그렇네. 발신기 가지고 있을 테니까, 진선조 일행들이 거처지는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럼 다행입니다.」


휴우 한숨 돌리고, 신파치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 때, 떠나가는 차에 핏기가 가신다는 생각이 든 것도, 가슴 안에 무거운 돌들을 흡수한 듯한 기분이 된 것도, 입술이 떨어질 만큼 깨물었던 것도.

히지카타 씨가 위험하다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긴 씨의 소중한 사람을 눈앞에서 놓쳐버려, 긴 씨에게 면목이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작전의 일부였다는 걸 알고, 반사적으로 화를 내고 말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건 즉, 자신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이고.


(속아버렸으니까 뭐야. 히지카타 씨가 무사하면 좋은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겨우 기분이 침착해져, 신파치는 쓰윽 등줄기를 곧게 뻗고 긴토키에게 웃어 보였다.


「돌아갑시다 긴 씨. 카구라쨩도 걱정할 거라 생각하니, 빨리 안심시키지 않으면.」

「……아아…」


가게 입구로 발길을 돌린 신파치에게 건성으로 대답을 돌려주면서, 긴토키는 주위에 보이지 않도록,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안심, 인가…)


실은 그렇다고 말 할 수 없지,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쉰다.


일단 대책이 이어져 있다고는 하나, 히지카타의 몸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이러나 저러나 유괴되어 고문 받으려는 몸이다.

빨리 구출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고, 불의의 사태 같은 게 일어나면…최악의 경우, 생명과 직결된다.


「이 일로 가장 위험한 것은 너다」라고, 그렇게 한 말에 거짓은 없다.

히지카타의 몸을 정말로 걱정한다면, 안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뭐, 일부러 그런 것을 말하며 신파치를 불안하게 할 수는 없단 말이지, 하고, 긴토키는 잠자코 머리를 긁었다.


(뭐, 애초에 이 작전 세웠던 것은 그 녀석 자신이고? 우리들이 그 녀석의 걱정해줄 필요 같은 건 없고? 그 녀석이 다소 아픈 꼴 보는 정도는 별로 괜찮지 않나? 오히려 좋은 기분 아냐?)


흥, 하고 코웃음 치려던 긴토키는, 자신의 사고에 찡하고 아파 오는 가슴을 깨닫고 숨이 막혔다.


「…………」


…음─그러니까…

뭡니까, 이 가슴의 통증은….



뭐야? 양심의 가책이라는 거? 마음에도 없는 거 생각해서? …라니 마음에도 없는 거 아니거든.

「아픈 꼴을 당하는」그 녀석을 상상해버렸기 때문? …그래서, 왜 그걸로 내 마음이 아픈 거냐 어이.


「…………」

「긴 씨? 뭐 하고 있는 겁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냐─…」


가까이에 있는 벽에 쿠웅 머리를 부딪힌 긴토키를 수상하다는 듯 돌아본 신파치에, 긴토키는 팔랑팔랑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



…뭐 됐어.

불의의 사태가 일어나면, 진선조의 패거리들로부터 어떠한 연락이 올 것이다.

그럼 그 때까지 뭘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것보다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라고 할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저릿저릿하고 아픈 이마를 문지르면서, 긴토키는 소년의 뒤를 쫓아 귀로에 올랐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긴토키는 진선조의 패거리보다 먼저 「불의의 사태」를 보게 됐다.



「다녀왔습니다─…어라? 카구라쨩?」


드르륵 연 현관의 저 편은, 인기척이 전혀 없어 쥐 죽은 듯 조용하고.


「…어이, 카구라?」


안 좋은 예감에 소리를 높이면서 거실에 들어서면, 테이블 위에는 한 장의 종이.

고르지 않은 서투른 글씨로 거기에 쓰여져 있었던 건.


『사다하루랑  토시 누님의  냄새  쫓겠다 해』



「기, 긴 씨…!」

「………진짜냐.」



예상 밖의 사태에, 긴토키의 등에서 또르륵 하고 한줄기, 땀이 흘렀다.




지금까지 사다하루가 흔적도 없어 죄송합니다.

……순수하게 잊고 있었다… (어이)





제8훈 과도한 부정은 때로는 긍정의 반증



창문으로 햇빛과 함께 새소리가 흘러들어오는 상쾌한 아침.

긴토키는, 그다지 상쾌하다고는 할 수 없는 기분으로 눈을 떴다.


「……아─…」


이불 위에서 책상다리 자세를 하고, 뚜둑뚜둑 목을 꺾는다.

몸이 단단하다. 피로가 풀리지 않은 것 같다.


(뭐, 그것도 그런가…)


어쨌든 그다지 잘 수 없었다.

긴토키는 벅벅 머리를 휘저으며 방을 둘러보았다.

구석에 개어진 이불을 눈에 담고, 한숨을 한 번.


…그 녀석은 제대로 잤을까, 라고…


무심코 생각하게 된 긴토키는 책상다리 자세 그대로 앞에 쓰러져, 베개에 머리를 묻었다.




어젯밤.

방에 들어온 신파치는, 책상에 녹차와 딸기 우유를 놓고, 「저 오늘은 거실에서 잘 테니까요.」하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벽장에서 이불을 하나 가지고 사라졌다.

평소에는 남자 모두 방에서 자왔고, 지금까지 그걸로 불편한 건 없었는데…무슨 생각을 하고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낸 건지, 그 새빨간 얼굴을 보면 명백해서. 긴토키와 히지카타는 황급히 뒤를 쫓아, 아이들에게 사정을 설명한 것이었다.

아까는 다락방에 침입자가 있었고, 그래서 연기했을 뿐이라고.

그런데도.


신파치는, 침입자라고 듣고 놀라기는 했지만, 거실에서 잔다는 의견은 바꾸지 않았고.

오히려,

「집 안까지 적이 침입해 오는 거면, 더욱 더 저는 다른 방에서 자는 편이 좋아요. 만약 셋이서 자고 있는 것을 적에게 발견된다면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겠습니까.」

하고 정말 지당한 말을 해서, 긴토키들을 방에 되돌려 보내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다다미 8칸에, 밤새 둘이서.



본래라면 아무 문제도 없어야 할 그 상황에 이상하게 위기감을 느껴버린 긴토키가 우두커니 서 있으니, 히지카타는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으로 빠르게 이부자리를 깔고.

그 이불 진열 방식이, 「에? 이거, 감시자가 보면 즉시 아웃 아니야?」라고 할 정도로 힘껏 멀어져 있는 것에, 한시름 놓인 건지 상처 입은 건지, 복잡한 심경.

…이라고.


(한시름 놓는 것도 상처 입는 것도 어느 쪽이든 이상하잖냐 나아아아!)


푸욱, 긴토키는 아예, 머리를 베개에 꽉 눌렀다.



불을 끄고 바닥에 들어가고, 벽 쪽으로 몸을 돌려 말없이 눈을 감았다.

평상시라면 이걸로 하루는 종료. 정신을 놓고 꿈의 세계로 GO, 인데.

매우 예민해진 감각, 등 뒤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숨결이 묘하게 신경 쓰여서.

조금 전 팔에 가두었을 때 감돌던 담배와 비누 냄새, 어째선지 떠올라서.

꽈악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눈을 감으면, 눈꺼풀 뒤에 떠오르는 것은, 촉촉한 눈동자. 떨리는 입술.


(으으, 갸아아아아아아!!)


파앗 아예 이불을 뒤집어 쓰고 몸을 말아서, 필사적으로 마음을 비우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도록 하면서.

잠에 빠졌을 때는 이미 새벽.

창밖이 밝아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라는 이야기…




(게다가 아직 7시 전이고 말이지…)


느릿느릿, 베개에서 얼굴을 들고 시계를 확인한 긴토키는, 또 한숨을 한 번. 이래서는 피로가 풀리지 않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평소에는 8시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왜 오늘은 이런 시간에 눈이 떠져버린 것인가.

좀 더 말하자면, 같은 방에서 자고 있었을 텐데 이미 보이지 않는 저 남자는, 항상 몇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라고 할까.


(역시 잠이 오지 않았던 것은 나뿐 입니까 요 녀석아─…)


그야말로 당연하겠지만, 하고 득득 머리를 긁적인 긴토키는, 일단 얼굴을 씻고 오려고 일어섰다.





「어라, 안녕하세요 긴 씨. 빠르네요.」

「어─…」


거실에서 자신의 이불을 개고 있으니 안방의 문이 드르륵 열려, 신파치는 눈을 깜빡였다.

긴토키가 이런 시간에 스스로 일어나다니, 신기하기 짝이 없다.

요즘엔 쭉 밤에 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체내 시계가 바뀐 것일까…그렇게 생각하다, 신파치는 긴토키가 깨어난 이유에 짐작이 갔다.


(아아, 그런가.)


「역시, 식칼 소리와 밥 냄새에 일으켜지는 아침이라니 눈을 뜨는게 좋네요.」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긴토키는 꿈뻑하고 눈을 깜박이며 부엌 쪽으로 눈을 돌렸다. 자신의 눈을 뜨게 한 원인을 겨우 깨달았다, 는 얼굴이다.

리드미컬하고 기분 좋은 소리. 따스하고 식욕을 돋우는 냄새.

부엌에서 흘러나오는 그것에, 무심코 훅 표정이 풀린다.

잠이 완전히 사라진 얼굴로, 그러나 멍한 듯 입을 다물고 있는 긴토키를 보고, 신파치는 가슴 속으로 쿡쿡 웃었다.


생각해보면, 긴토키는 며칠 동안 새벽 귀가가 계속 되고 있어서, 평범하게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는다라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귀가했을 때에 식사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을 먹고 목욕하고 자는 몸으로서는, 아침 식사라기보다 저녁 식사적인 이미지로 먹고 있었을 것이고.

요점은 긴토키에게 있어서, 히지카타가 만드는 아침 식사의 냄새에 일어나는 기분 좋은 아침, 이라는 것은 이게 처음이다.

자신이나 카구라가 첫날에 느낀 것과 같은 감동을 맛보고 있음이 틀림없다.


「며칠 지나도 좋겠죠, 이거.」


일부러 두근두근 들뜬 목소리로 말하자, 순식간에, 긴토키의 눈썹이 조금 언짢은 듯 끌어모아진다.

재미없어, 라고 말하는 듯한 그 표정이, 고집을 부리고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삐쳐있는 것 처럼 보여서, 신파치는 웃음을 참고 부엌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토시에…씨…」


부엌 문을 통과하려 했을 때, 신파치는 눈을 부릅 뜨고 멈춰 섰다.

서 있는 여성의 뒷모습. 검붉은색의 기모노에 끈을 걸고, 조리용 젓가락으로 후라이팬의 내용물을 흔들고 있는 모습은, 평소대로.

하지만. 평소에는 그 등에 늘어뜨리고 있는 긴 흑발이, 오늘은 진홍빛 머리끈으로 묶여 올려져, 포니테일보다 조금 낮은 위치에 경단이 되어 있었다.


평상시엔 머리카락에 방해받아 보이지 않은 요염한 목 언저리, 하얀 목덜미가, 노출.

한줄기 흘러넘친 남겨진 머리카락 또한 요염하다.


(우와아…)


신파치는 무심코 감탄의 한숨을 흘렸다.

슬슬 이 사람의 미모에도 익숙해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머리 모양이 다르면 또 분위기가 바뀌는 구나…하고 신파치가 감탄하고 있으니, 히지카타는 조리용 젓가락을 움직이는 손을 멈추고 돌아봤다.


「아아, 안ㄴ…」


여전히…아니, 왠지 최근 더욱 예뻐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홀딱 반할 것 같은 미소로 돌아본 히지카타는, 신파치에게 대답하다 굳어졌다.

그것에 신파치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 보다 빠르게, 배후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린다.

보면, 어느새 왔는지 긴토키가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뒤로 젖혀, 후두부를 복도의 벽에 부딪히고 있었다.


「…뭐야. 네놈도 일어난 건가.」


히지카타는 얼른 표정을 숨기듯 후라이팬에 돌아서서, 퉁명스러운 소리를 냈다.

노골적으로 변화한 태도에, 긴토키가 눈살을 찌푸린다.

뭔가를 중얼중얼 입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을 알아 들으려 신파치가 귀를 기울였지만, 드르륵 열린 복도의 문 소리에 가로막혔다.


「좋은 아침이다 해─」

「아, 카구라쨩, 안녕.」


눈을 비비며 나타난 소녀에, 신파치가 인사했다.

오늘은 정말 드물게 모두가 일찍 일어났다. 히지카타도, 평소보다 상당히 빨리 일어나서 방을 나온 것 같고…


…그러고 보니, 하고, 신파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파치가 바닥에서 졸면서, 히지카타가 방에서 나오는 기척을 느낀 것은, 동이 트자마자.

그로부터 한동안, 부엌에서는 요리하는 듯한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던 생각이 드는데…

대체 히지카타는 부엌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걸까. 딱히 할 것이 없다면 느긋하게 자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방에 있지 못 하는 이유라도 있었던 걸까.


쓸모없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자, 카구라가 옆을 빠져 나가며 터벅터벅 히지카타에게 다가갔다.


「토시 누님 좋은 아침이다 해!」

「어어. 오늘은 빠르네.」


카구라에게 밝은 목소리를 듣고, 히지카타도 부드럽게 대답을 돌려준다.

그것을 본 긴토키의 얼굴이 다시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찌푸려지는 것을, 신파치는 시야 끝에서 잡았다.


「오늘 아침밥은 뭐냐 해?」


수중을 들여다보며 말을 건 카구라에, 응, 하고 히지카타는 후라이팬을 기울여 보였다. 구워지고 있는 것은 생선 토막이다.


「오늘 아침은 방어다.」

「꺄호오오우! 데리야키인 거냐아아 해!」

「음─, 데리야키…풍, 같은 거네. 본격적인 데리야키 맛은 기대하지 마.」


카구라의 큰 목소리에, 히지카타는 조금 곤란한 듯 쓴웃음을 지었다.

「토시 누님의 요리는 맛있으니까 뭐든지 OK다 해.」라고 되돌아와, 더욱 더 곤란한 듯이 시선을 헤맨다.

히지카타는 카구라에게 따라지고 있는 상황에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듯, 무조건적인 칭찬법에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

신파치는 그 광경에 흐뭇함을 느끼며 입가를 풀었다.


「토시에 씨, 뭔가 도와드릴까요?」

「아? 아아 아니, 됐어. 너희들은 얼굴 씻고 옷 갈아입고 와라.」


방황한 시선을 후라이팬으로 되돌리고 말한 히지카타에, 신파치는 미소 지으며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가자, 카구라쨩.」

「토시 누님! 나 방어 세토막은 먹는다 해!」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생각하고 넉넉하게 사 왔으니까.」


대식가 소녀의 말에 히지카타는 쓴웃음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을 본 신파치도 쓴웃음을 짓고, 아무래도 죄송합니다하고 카구라를 대신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아니, 라고 짧게 응한 히지카타의 눈은 담담한 것처럼 보이지만, 역시 어딘가 상냥하다.


최근 히지카타는, 신파치나 카구라에 대한 태도가 몹시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아마, 본래는 이것이 이 사람의 본모습일 거라고 신파치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직업상 위압적인 태도만 취하고 있지만, 분명 본성은 상냥하고 남을 잘 돌봐주는 사람인 것이다.

단지 조금 고집쟁이에 비뚤어진 사람에 청개구리 같은 사람으로, 그 상냥함을 알기 어려운 것 뿐.


(긴 씨랑 똑같아.)


그렇게 생각하면 더욱 더 히지카타에 대한 호감이 생기고, 신파치는 따뜻한 기분으로 세면소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 온화하고 친밀한 분위기가, 아무래도 유쾌하지 않은 인물이 있었던 모양이라.

신파치는 등 뒤에서, …뭐냐고, 하고. 긴토키가 혀를 참과 동시에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너희들, 어느새 그렇게 친해진 거야?」

「부럽습니까 긴 씨.」


재빠르게 반문하자, 긴토키는 순간 굳어지고, 그러고 나서 팟 신파치를 향해 돌아섰다.


「바…보 틀려! 나는 단지, 그거다. 외관에 현혹돼서 폭력 경찰에게 따르게 되면 나중에 따끔한 맛을 보게 된다고─…!」

「네네, 알겠습니다.」


구구절절 허둥지둥을 합쳐 반으로 나눈 것 같은 긴토키의 대사는 가볍게 흘려 듣고, 신파치는 이런이런 하고 들으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일이다 연기다 본의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서서히 연기가 연기가 아니게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잠깐, 내 눈앞에서 그 노란놈을 흰밥에 늘어뜨리지 말아 줄래? 기분 나빠지니까.」

「너야말로 아침부터 그 분홍스런 액체 마시지 마. 기분이 나쁘다.」


식탁에 도착하고 나서 거의 논스톱으로 말다툼을 계속하고 있는 어른 두 명을, 신파치는 미적지근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옆, 혹은 서로 마주 보며 노려보고 있다면 아직 괜찮지만. 서로를 피하듯 대각선 맞은 편에 앉고 나서 결국 고함치고 있으니, 같은 테이블에 앉고 있는 몸으로서는 귀찮기 짝이 없다.


「뭔 소리야? 아침이라고 하면 우유잖아! 상쾌하고 건강한 아침의 대명사적인 음료잖냐!」

「그런 대사는 새하얀 우유를 마시고 말해! 다 큰 남자가 딸기가 섞인 우유를 마시지 말라는 거라고 이 복부비만 예비군!」


헛된 쓸데없는 논쟁은 끝없이 계속 되어, 전혀 끝날 기미가 없다.

좀 적당히 해주세요 두 사람 다, 라는 신파치의 항의도, 너희들 시끄럽다 해, 라는 카구라의 멸시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눈치다.


정말이지, 여전히 정말 사이가 나쁘다.


…라고, 가장해서.


오늘의 말다툼은, 어딘가 평소와 달랐다.

한마디로 말하면, 무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 다.


이 두 사람의 언쟁은 본래라면 좀 더 완급이라고 해야할까, 고집을 부리고 냉정한 척을 보이거나, 히죽 웃거나 차가운 눈으로 무시하고 도발하고 보는 등, 여러 변화가 있었을텐데…


「아침의 과일은 금이라는 말 모르는 거냐!? 딸기 우유는 칼슘과 당분과 비타민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는 기적의 음료라고! 콜레스테롤 덩어리를 먹고 있는 녀석보다 훨씬 건강적이라고! 」

「당뇨 예비군인 주제에 희희낙락하며 당분 섭취하는 녀석의 어디가 건강적이냐! 애초에 딸기는 과일이 아냐! 야채다!」

「딸기의 어디가 야채냐 바보오오오! 그런 거 나는 인정하지 않아! 나무가 된다 안된다, 그런 자잘한 일에 사로잡혀 사물의 본질을 못 알아보면 인간은 끝장이야. 딸기도 수박도 멜론도 전부 과일이다!」

「네놈에게 있어 사물의 본질이라는 건 달콤한 건지 아닌지 뿐이냐아아아!」


오늘의 말다툼은 철저히 고함치는 것.

항상 임전 태세로, 어조는 불필요할 정도로 거칠다.

마치 흠을 찾듯 상대방의 말꼬리에 달려들고, 무턱대고 눈썹을 치켜뜬다.


(…뭔가, 쓸데없이 필사적이네 둘 다.)


신파치는 가슴 속에서 열이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따뜻한 녹차를 마신다.

그 필사적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어렴풋이, 신파치는 알고 있었다.



요점은, 무리해서라도 매도하며 숨겨두지 않으면, 지금까지와 똑같은 거리감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싸움은 걸려오기 전에 맞받아치기, 같은 그 태도는, 「나는 이 녀석 같은 건 싫다」라고 하는 어필이다.

누구에 대한 어필인가 하면, 아마 다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서로, 마치 사이가 나쁜 것을 확인하려는 듯, 일부러 큰 소리로 비하하고 있다.



그런 주제에.



「…정말이지. 뭐 됐어. 어쨌든, 너 오늘 일은 「카마 아가씨 구락부」에서 다시 조사니까.」

「아!? 또 그곳이냐! 이제 됐잖아 그 가게는. 왜 이제 와서? 것보다 가고 싶지 않아 그런 곳. 괴롭힘이냐? 내게 괴롭힘 입니까 요 녀석아─」

「누가 그런 한가한 짓 할까 보냐! 오늘 네 녀석이 천인의 저택이니 뭐니 하는 깊은 곳 찾으러 가는 것은 위험이 너무 크다고! …어제의 오늘이다. 네놈은 너무 화려하게 움직이지 마라.」

「……아아…」

「알겠냐. 이 수사는 처음부터 상당한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거다. 아무쪼록 제멋대로인 행동은 하지 마. 무슨 일이 있으면 일일이 우리의 지시를 기다려.」

「…알겠다고.」


임무 수행상의 위험의 고려, 같은 얼굴을 하고, 히지카타의 눈동자 속에는 긴토키의 몸을 걱정하는 색이 반짝이고 있고.

그것을 감지한 듯한 긴토키는, 조금 말문이 막혀 시선을 피하고.



「그럼, 슬슬 갈게…것보다, 너야말로 실수하지 마. 애초에 이 일, 가장 위험한 건 너니까 말야.」

「흥,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 위험하다는 건 그거니까. 위태로워서 볼 수 없다는 의미니까. 너 어딘가 얼 빠져 있고. 네가 실수해서 내가 피해를 입는다거나 싫으니까 진짜로.」

「…함 해보자는 거냐 인마.」


너스레를 떠는 긴토키의 말에도, 어딘가 진지함이 숨어 있고.

그 시선을 받은 히지카타는, 불편한 듯 몸을 움직이고.



더군다나.



「아, 어이 그거…비뚤어졌다고.」

「읏, …」


긴토키가 거실을 나갈 무렵, 갑자기 뻗은 팔을 히지카타의 오른쪽 뺨을 스치며 후두부로 향해, 경단에 꽂혀진 비녀를 정돈하고.

히지카타는 거기에 한 순간 흠칫 몸을 떨고, 하지만 손을 뿌리치려 하지 않고 하는 대로 굳어 있고.



아아 정말.


어젯밤, 억지로 거실에서 자겠다고 선언하길 잘했다.


신파치는 하아 하고 한숨을 한 번.

만약 어제 그들과 같은 방에서 자게 되었다면, 이 미묘한 분위기에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게 틀림없다.


보면, 카구라도 미적지근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고.


「얼른 가라 해. 천파.」

「다녀오세요 긴 씨.」

「잠깐, 기다려 어이 뭐야 그 눈은 너네드으으을!?」


외치는 긴토키를, 아이들 둘은 마치 쫓아내듯 바라보았던 것이었다.





긴토키가 나간 현관을 무심코 바라보고 있는 히지카타가, 아마 무의식적인 거겠지, 살그머니 장신구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을 보고, 신파치는 간지러운 기분을 느꼈다.


「…토시에 씨, 그 비녀.」

「읏!」


말을 거니, 팟하고 손을 떼어 낸다.

…다 큰 남자의 그런 행동을 사랑스럽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은, 토시에의 외관 탓인지, 아니면 자신의 감각이 마비되고 있는 건지.

신파치는 애매한 미소를 띠우고 말을 계속했다.


「그것도, 오토세 씨에게 받은 건가요?」

「아? …아아. 머리끈과 함께 건네 받았다, 는 모양이야.」


즉, 어젯밤 그 후에 긴토키로부터 받았다는 건가.

한 송이의 꽃을 본뜬 심플한 비녀. 오토세가 꽂고 있는 것을 본 적은 없지만, 젊은 시절의 물건일까.

빤히 보고 있으니, 히지카타는 쓴웃음을 짓고 한 손으로 숨기듯 경단을 눌렀다.


「어울리지 않나. 역시.」

「아, 아뇨! 그런 건!」

「토시 누님 경단 어울린다 해!」


신파치가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흔들자, 카구라도 동조한다.

아니, 어울린다고 해도 별로 기쁘지 않지만…하고 쓴 웃음이 짙어진 히지카타의 표정은, 급속히 평소의 페이스를 되찾고 있는 듯 해서.

그 얼굴에서 동요나 초조함, 당혹 같은 귀염성 있는 것은 사라지고, 대신 냉정하고 거만하고, 그런데도 어딘가 사람의 좋은 점이 숨어있는 것 같은, 언제나의 히지카타의 오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긴토키가 없는 것 뿐인데 이렇게 바뀌는 건가 하고, 신파치는 한층 감탄한다.

그리고, 후 하고 번뜩였다.


「아니, 정말로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다만…」

「다만?」


별 경계심 없이 되묻는 히지카타에, 신파치는 빙그레 웃으며 폭탄을 투하.


「모처럼이니까, 어제의 빗을 비녀로 하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해서.」

「─읏!?」



순간 눈을 번쩍 크게 뜨고 새빨갛게 물든 히지카타의 얼굴.

예상 이상의 반응에 신파치는 무심코 쿡 웃었다.


그 빗은 긴토키와 어떤 관계가 있는 듯 하다고, 어젯밤의 모습에서 예측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아, 아니. 그건, 조금…」

「토시 누님, 새빨갛다 해.」

「~~읏, 시시시시끄러! 좀 더운 거야!」


횡설수설, 신파치에게 대답하려고 했던 것을 카구라에게 얼굴을 들여다봐져서, 노골적으로 얼굴을 돌린다.

조금 전 사라졌을 터인 동요나 초조가 보기 좋게 되돌아와 있는 것에, 신파치는 벌어질 뻔 한 입가를 필사적으로 숨겼다.


난폭하고 거만하고 냉철한 귀신 부장.

예전이라면, 이 사람을 놀린다는 생각은 신파치에게는 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알아버렸다.

사실은 상냥하고 남을 잘 돌보고…귀여운 사람이라고.

어쨌든, 저런 사소한 한마디로 여기까지 당황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니.


(…오늘 아침의 긴 씨도 그렇고, 지금의 히지카타 씨도 그렇고.)


평소에는, 그렇게 노골적으로 동요를 드러내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상대와 얽힌 화제를 조금 집어넣은 것만으로, 이 초조함.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라는 건.




둘 다, 이제 인정해버리면 편할텐데, 하고.



신파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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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훈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을 때는 실제보다 적이 강해 보이거나 한다.




(어라, 카구라쨩이 없네.)


TV 드라마 시청을 마치고 화장실에 다녀온 신파치는, 거실에서 카구라의 모습이 사라진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기 방에 들어가 버린 걸까. 아니면, 안방에서 긴토키에게 드라마 감상이라도 이야기 하고 있는 걸까.


(어느 쪽이 먼저 목욕할지 정해두려고 했는데. 토시에 씨가 나오자마자 들어가지 않으면, 가스 요금이…)


절약 주부를 방불케 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신파치는 안방으로 이어지는 문으로 다가갔다.


「카구라쨩?」


무심코 문을 열고, 순식간에, 신파치는 굳어졌다.

거기에 있던 것은 카구라도 긴토키도 아닌 토시에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잠옷 같은 흰 유카타를 느슨하게 걸치고, 다다미에 무릎을 펴고 편히 앉아, 길고 검은 머리를 빗으로 빗고 있다. 목 언저리에서 엿보이는 목덜미는 목욕 후로 가볍게 상기되어 있었고, 그 요염함에 신파치는 엉겁결에 당황했다.


「죄죄죄죄죄죄송합니다 토시에 씨! 목욕, 끝내셨던 거군요!」


몹시 당황해 파바박하고 그 자리에서 뒤로 돌린 신파치에, 토시에는 이상하다는 눈을 돌리고, 그 다음 쓴웃음을 지었다.


「뭘 당황하고 그래.」

「에? 아, 그, 그렇네요.」


들려온 소리의 낮음과 남자 말투에, 신파치는 정신이 들었다.


(맞다. 이 사람은 히지카타 씨였다.)


즉, 남자. 남자끼리. 목욕하고 난 직후 모습을 목격했다고, 당황할 필요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순간적으로 당황했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워서, 신파치는 겸연쩍은 뺨을 긁으며 히지카타를 향해 돌아섰다.


「죄송합니다. 그, 목욕하고 나온 걸 몰랐었기에, 조금 깜짝 놀라서…아, 카구라쨩 못 보셨나요?」

「차이나라면 나와 교대해서 목욕하러 갔다.」

「아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괜찮지만, 하고 말하는 신파치에, 히지카타는 살짝 웃었다.

나이에 비해 애늙은이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는 신파치는, 쓴웃음을 짓고 머리를 긁었다.


「아, 토시에 씨, 그 빗 어쩐 일인가요?」


아무렇지도 않게, 화제를 돌리자 생각하고 히지카타의 손에 있는 낯선 빗을 가리킨다.

그러자 히지카타는 흠칫하며 손을 멈추고, 말을 잇지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 눈 언저리가 희미하게 붉게 물들어 있는 것처럼 보여, 영문도 모르고 신파치는 초조해 한다.


「에, 아, 저기…?」

「……가발이, 얽혀서 말이지. 오늘…경비로 샀다.」

「아, 아아, 그렇군요.」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듯한 히지카타의 대답에, 신파치는 끄덕끄덕 수긍했다.

왜 그걸로 붉어지는 걸까 하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물어 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 의문은 침과 함께 삼킨다.


「그, 그런데 긴 씨는…?」

「……읏」


어색하게 화제를 바꾸니 다시 의도치 않게 지뢰를 밟아 버린 모양인지, 히지카타의 손이 다시 움찔 떨린다.

으아, 어떡하지, 신파치는 식은땀을 흘렸다.


「…몰라. 아까까지 있었는데 말이지.」


갑자기 나갔다.

무뚝뚝하게 그렇게 대답한 히지카타는, 멈추고 있던 손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움직이며, 다시 머리카락을 빗기 시작했다.

신파치는 이제, 그렇습니까, 라고 밖에 말하지 못 하고, 둘 곳 없어진 시선을 방황했다.





「아─…」


현관 바로 밖, 목책(나무 울타리)에 팔꿈치를 짚고 긴토키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해결사의 구조는, 그럭저럭 넓은 것 치고는 개인의 공간이 거의 없다. 독실을 주고 있는 것은 카구라 뿐, 그 외는 공유 공간이다. 평소에는 그걸로 불편한 건 없었지만, 최근에는 신파치가 친가에 돌아갈 수 없을 뿐 아니라, 거기에 또 한 사람 숙박하는 사람이 늘어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하면 화장실에 틀어박히든가 밖으로 나오든가 밖에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런고로, 긴토키는 혼자가 되고 싶어 여기에 와 있었다.

좀 더 사실대로 말하면 도망쳐 온 것이다. 방에서.

…라고 할까, 방에 있는 인물로부터.


「위험하네…」


긴토키는 벅벅 머리를 휘저었다.


별로, 토시에 씨의 목욕하고 난 직후의 모습에 두근거려 참을 수 없게 됐다 같은 건 아니다.

…아니 뭐 확실히, 상기된 피부나 비누의 향기라든지에 아주 조금 성적 매력을 느껴버린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라니, 아니아니아니! 틀려! 그건 그 뭐냐, 놀랐다는 쪽의 「두근」이니까! 조금 놀랐을 뿐이니까!」


몹시 당황해 투덜투덜 혼잣말을 하며, 긴토키는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공동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꽤 날짜가 지났지만, 실은 긴토키가 목욕한 직후의 토시에를 목격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요즘엔 매일같이 새벽에 일하러 갔던 탓이다.

그러니까, 히지카타가 목욕 후라서 평소의 화장을…긴토키가 「분명 특수 분장적인 뭔가가 틀림없어」라고 믿고 있는 화장을…지웠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위화감 없이 「토시에 씨」로 보이는 것에 놀랐다.


(…것보다 그건 아마, 목욕하고 나오자마자 엷은 화장이라도 하고 나서 방에 돌아온 거겠지. 분명.)



그렇지 않다면 그거다. 여러가지로 이상하다. 맨 얼굴로 그 얼굴은 이상하잖아. 응.

스스로 자신을 억지로 납득시켜 끄덕이고…「그 얼굴」이란 건 뭐야, 하고 목책에 이마를 쿵.


긴토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틀리다. 틀린 것이다.

긴토키가 여기로 도망쳐온 것은, 목욕을 마친 토시에의 색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아니라면 아닌 거다.

안방을 버틸 수 없게 되어버린 것에는, …어느 의미로, 좀 더 귀찮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방에 돌아온 히지카타가 「빌리겠다」라고 말하고, 회양목 빗을 손에 쥐었으니까.



그것을 떠올리며, 긴토키는 목책에 이마를 붙인 채 머리를 싸맸다.




히지카타가 목욕탕에 들어가기 직전.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휘젓고 있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긴토키는 「아차」하고 생각했다.

「자신의 천연 파마 때문에」라고 말하며 산 빗.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그 순간, 확실하게 들켜버린 것 같아서.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다.

문이 닫혀진 뒤, 긴토키는 작게 혀를 찼다.


가발이 엉켜 곤란해 하고 있는 주제에, 여성용 빗을 스스로 살 수는 없었던 그 남자.

바보같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소한 긍지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몇 주 동안 여장을 하고 생활하면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거겠지.

지난 몇 주간 히지카타의 활동은 장난이 아니다. 변장하고, 연기하고, 타인의 집에서 숙박하고. 그리고 최전선에서 일하면서, 야마자키를 통해 병사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거나 하는 거니까.

남자인 자신을 확실히 유지하면서, 여자의 가면을 능숙하게 쓰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매일. 부장 씨도 큰일이구나, 하고, 비꼬는 것 없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조금만 협력해주자고 생각했다. 단지 그것 뿐이다.

「내가 사용한다」라고 말하고 빗을 사고.

억지로 진선조의 경비로 돈을 내게 하면, 「그럼 우리의 비품이잖아」라고 하는 핑계로, 히지카타가 무리없이 빗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긴토키가 그 빗을 쓸 생각이 없으면, 저렇게나 빨리 들켜버려서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목욕탕으로 향했지만, 나오면 분명 따진다. 그렇게 생각했다.

「네놈 무슨 생각이냐」하고 눈썹을 찌푸리고.

히지카타를 위해 한 일이란 것이 알려지면, 자존심 높은 그 남자는, 모욕이라고 느끼는 게 아닐까.

「쓸데없는 참견이다」라고 고집을 부리고 빗을 받지 않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자신이 그 남자를 신경쓴다는 것 따위. 다른 누구에게 알려져도 본인에게만은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실패했다.

긁적긁적 머리를 긁고서, 그를 어떻게 속일까 고민했다.

그러나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 전에, 히지카타가 목욕탕에서 나와버렸고.

너 고양이 세수하냐 요 녀석아─하고 적반하장하며 얼굴을 들자, 의외로 미색이 감도는 토시에의 모습에 한 순간 할 말을 잃는다.

그리고.


「좀 빌리지.」


라고 한마디. 아무렇지도 않게 빗을 손에 쥔 히지카타에, 무심코 「헤?」하고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뭐야. 애초에 우리 경비로 샀으니까 진선조의 비품이잖냐. 불평 들을 이유는 없다고.」


…라니, 히지카타의 말은, 마치 이쪽의 예정대로.

하지만.


놀라서 바라보면, 무뚝뚝한 어조에 어울리지 않는, 눈은 바닥을 향한 채인 히지카타의 표정.

언뜻 보이는 눈동자는 망설임을 안고 있고, 그 의미를 깨달았을 때, 긴토키는 참지 못 하고 방을 나왔다.



히지카타는 알고 있다. 긴토키가 왜 그 빗을 사려고 했는지.

자신은 쓰지 않는 것을 본인용이라고 선언한 이유도, 억지로 경비라고 밀어붙인 이유도, 전부.

눈치챘으면서도, 따지지도 않고. 모욕이라고 화를 내는 일도, 고집을 부리며 뿌리치지도 않고.

긴토키의 거짓말에 속은 척을 하며, 빗을 받았다, 는 것이다.



(아─, 젠장.)


좋은 남자다.


긴토키는 목책에 툭 몸을 맡기고, 다시 깊은 한숨을 한 번.



시중에 귀신이라는 소문의 그 남자, 는.

타인에게서 전해지는 호의에 서먹하고, 주위 사람들의 감정의 기미 따위 개의치 않는다, 오만하고 사람의 정에 박한 남자……의, 척을 할 수 있는 남자라고, 알고는 있었다.


전해지는 호의를 알 바 아니라며 거절하는 것은, 위험한 생업의 자신에게 상대를 깊게 관련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람의 언행 뒤에 숨겨진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상대가 그 감정을 「숨기고」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매정하고 냉혹한 행동은, 진선조 내외의 증오나 불만을 한 몸에 받아, 곤도를 중심으로 한 굳건함을 무너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지긋지긋한 관계라고도 할 수 있는 교제 속에서,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그런, 오만한 주제에 자기희생적인 성격을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강하지만, 한 번 자신의 안쪽에 들어온 자에게는 의외일 정도로 상냥한 남자인 것이다, 라고.

하지만 설마.


그 알기 어려운 상냥함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날이 올 줄이야.


「…으─…」


긴토키는 신음했다.

엿보인 상냥함이, 싫다는 것은 아니다.

좋은 남자다, 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것이 분하다.


배려를 알아차리지 못 하게 한 자신.

눈치채지 못 한 척 하던 녀석.


「……이거, 진 거 아닌가, 나.」


긴토키는 낮게 신음 소리를 내고, 다시 난폭하게 머리를 긁었다.

눈썹이 가까워진 얼굴을 들고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언제까지나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도 없다. 슬슬 방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밖에 나와 있었던 구실을 뭔가 찾고 나서.


긴토키는 턱에 손을 대고 조금 생각하다, 발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살그머니 계단을 내려갔다.





「아, 긴 씨. 어디 가셨던 겁니까?」


드르르륵, 하는 문 소리에 신파치가 방에서 얼굴을 내밀자, 긴토키가 복도에서 거실로 들어온 참이었다.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귀찮다는 듯 짧게 대답할 수 있었다.


「아─, 아래의 할멈있는 곳.」

「에? 오토세 씨의?」


고개를 갸웃거린 신파치는, 곧바로 조금 눈썹을 찌푸렸다.


「…라는 건 당신 설마, 마시고 온 겁니까?」

「뭐야. 괜찮잖냐 한 잔 정도.」

「안 괜찮거든요! 내일도 일 있죠!?」

「한 잔으론 내일까지 남아있거나 하지 않는다구.」


잔소리를 가볍게 흘리자 신파치는 한숨을 한 번.

긴토키는 그런 신파치의 옆을 스쳐지나가며, 열려져 있는 문에서 방으로 발을 디뎠다.

거기서, 다리를 조금 펴고 앉아 있는 히지카타와, 슬쩍, 눈이 맞는다.


「………」

「………」


서로 한 순간 굳은 두 사람은, 말 없이, 거의 동시에 상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히지카타는 대각선 아래에 시선을 떨군 채 손안에서 회양목 빗을 만지작 거리고, 거기에 재빨리 눈을 피한 긴토키는 긁적긁적 머리를 긁는다.

뭐지 이 사람들, 역시 뭔가 있었던 걸까, 하고 신파치는 왠지 안절부절 못 했다.


하지만 그러고 있는 것도 단 몇 초.


긴토키는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긁고 있던 손을 탁, 멈추고, 갑자기 평소처럼 된 얼굴을 들어 히지카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하고 평온한 목소리로, 생각난 듯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할망구가 말야, 긴 머리를 내리고만 있으면 엉키기 쉬우니까라고 해서, 이거 줬었는데.」


써보지 않을래? 하고 긴토키가 내민 것은 진홍색의 머리끈이었다.

그것을 보고 「아아, 어울릴 것 같네」라고 순수하게 생각해버린 신파치는, 소리를 내지도 않았는데 부랴부랴 입을 가렸다.

여성용 머리끈이 어울린다니, 히지카타에게 있어서는 모욕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

「………응.」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조금 미심쩍은 듯한 표정으로 머리끈을 받은 히지카타는, 의외로 익숙한 손놀림으로 머리카락을 포니테일의 위치에 묶어 올렸다.

하얀 목덜미가 보여 무심코 두근댄 것과 동시에, 노출된 머리카락이 부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것에 신파치는 눈을 깜빡인다.

최근의 가발이란 대단하구나, 어떻게 된 걸까…하고 무심코 물끄러미 관찰하고 있었더니, 긴토키가 히지카타의 등 뒤로 향한 것으로 시선이 차단됐다.


그리고, 그 긴토키가.


「아─, 포니도 좋지만, 조금 더 낮은 위치에서 경단이라던가 만들어 보지 않을래?」


라고 말하며, 히지카타의 남은 머리카락을 스윽 하고 쓸어 올리자, 신파치는 기겁했다.

게다가, 한 순간 몸이 얼어붙은 히지카타가, 아무 말 없이 맡기듯 양손을 내린 것에 한층 더 경악했다.


(에에에에에!? 히지카타 씨가, 긴 씨에게 마음대로 머리를 만지작거리게…라니, 어어어어어째서!? 에? 이거 평범한 거야? 평범한 광경이야!?)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굳어 버린 신파치에게, 긴토키가 힐끗 돌아보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을 던졌다.


「신파치, 차.」

「아, 네네네넷!」


그 소리에 구원을 얻은 듯, 신파치는 즉시 뒤로 돈다.

평소에는 「마시고 싶다면 스스로 달여주세요.」라고 불평 한마디가 나오는 때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다.


(그래, 차. 차를 내오자. 차를 마시면 분명 나도 진정될 거야…!)


「아, 나 역시 딸기 우유로.」라는 긴토키의 목소리를 등으로 들으며, 신파치는 도망가듯 부엌으로 향했다.





히지카타가 처음으로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머리끈을 내민 때였다.

그리고 긴토키가 다가오고, 스르륵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그리고.


「저기, 토시에 씨.」


그렇게 불린 순간 히지카타는 확신했다.


감시자가, 있다.

아마도 다락방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그 다음 부서져버린 것에 화가 치민 건지. 숨어들어서 직접 방을 감시하다니 대담한 짓을.

히지카타는 혀를 차고 싶은 기분을 참고 토시에의 가면을 갖췄다.


일상 생활까지 계속 감시되는 것은 역시 참을 수 없다. 여기는 감시를 모르는 척 하고 거짓 정보를 주고 만족시켜, 빠르게 돌아가게끔 하는 것이 상책이다.

저쪽이 알고 싶은 것은 아마, 긴토키와 토시에의 관계와, 소속 조직의 정체.

어느 조직이 생물 병기 거래의 냄새를 맡아 조사하고 있고, 그 조직의 중추에 가까운 것은 어느 쪽인가. 최소한 후자는 잡고 돌아 가고 싶은 게 틀림 없다.

그렇다면, 이쪽이 해야 할 연기는.


하나는, 긴토키와 토시에는 진짜 연인이라고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돈으로 고용된 외부인과 고용주다라고 알려져버리면, 해결사에 일을 의뢰한 적이 있다, 라는 줄기를 더듬어 진선조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사의 관계가 있다면, 여성 병사가 없는 진선조는 적의 눈에서 벗어나기 쉬워질 것이다.


또 하나. 조직의 중추에 가까운 것은 토시에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다. 주모자는 정체 불명의 여자 쪽으로, 긴토키는 토시에의 연인이라 휘말린 것 뿐, 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해결사의 관계자가 정보원으로서 노려질 가능성은 적어진다. 아이들이나 타에, 집주인 오토세 등의 신변 안전을 확보할 뿐 아니라, 해결사와 진선조의 유대 관계도 주목되기 어렵다.


이러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주는 연기를 하지 않으면.


히지카타는 입을 다물고 긴토키에게 머리를 만지게 하면서 대책을 세웠다.

긴토키도 아마, 거짓 정보를 주고 빨리 감시자를 돌려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파치가 어설픈 말을 지껄이지 않도록 일단 이곳에서 멀리한 거겠지.



무엇을 어떻게 말하기 시작할 것인가를 히지카타가 생각하고 있자, 갑자기 뒤에서 앞으로 둘러진 손이 히지카타를 끌어 안았다.

순간 놀라기는 했지만, 우선은 하는 대로 긴토키의 가슴에 기대었다.

그러자 긴토키는 왼쪽 어깻죽지에서 히지카타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왼손으로 히지카타의 뺨을 쓰다듬었다.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구?」

「아…」


무심코 숨을 들이마시고, 히지카타는 조금 몸을 떨었다.

연인 행세를 하게 되고 몇 주, 팔을 휘감는다거나 어깨를 껴안거나, 때로는 이마를 어깻죽지에 바짝 대는 일도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접촉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뭘 생각하고 있는 거냐 나는, 하고 얼굴이 붉어진다.

긴토키는 그런 히지카타를 눈치챈 건지 아닌 건지, 오른쪽 뺨에 댄 손은 그대로, 몸에 두른 오른팔에 힘을 실었다.


「기분은 알지만 말이야…지나치게 온종일, 긴장을 팽팽하게 하고 있으면…쓰러져버린다니까. 그러니까아…」


거기까지 말하고, 조금 곤란한 듯 눈꼬리를 내린다.


「적어도 내가 옆에 있을 때 정도는, 조금 더 힘 빼지 않을래?」


나, 믿음직스럽지 않아…? 라며 쓴웃음을 흘리고, 위로하듯 옆 머리를 쓰다듬자, 히지카타는 떨리는 입술을 필사적으로 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연기. 이건 연기다. 동요하지 마!)


두근두근하고 울리는 심장 소리는 못 들은 채 하고, 자신에게 타이른다.

분하지만, 과연. 감시자에게 거짓 정보를 주기엔 절호의 흐름.

정말 연인 사이라는 것. 토시에 쪽이 중추에 가깝다는 것. 긴토키의 연기가 자신의 의도한 방향과 일치하고 있는 것에 안도 해야 한다고, 히지카타는 가늘게 숨을 내쉬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감시자에게 확신을 얻게 하려면, 이제 마지막 한방이 필요하다.


「긴토키 씨…미안해요.」


고개를 숙인 채, 쥐어짜내는 듯한 소리를 낸다.

반 순수하게 입술이 떨리고 있어 차라리 안성맞춤이라고, 머리의 냉정한 부분에서 히지카타는 자조했다.

무엇을 사과하는 거야, 하고 얼굴을 들여다보는 긴토키에게, 물기를 띤 눈을 돌린다.


「저 때문에, 이런 큰 일에 말려들게 해버려서…」

「─윽.」


긴토키가 눈을 크게 뜨며 헉 하고 숨을 마신다. 얼마나 연기에 능숙한 거냐 이 녀석, 히지카타는 또 고개를 숙여 표정을 감췄다.


「……혹시 제게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일은 전부 잊고, 아이들과 도망치….」

「어이어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요 녀석아─!」


갑자기 꽉 어깨를 잡고, 정면으로 얼굴을 내다본다. 거칠어진 말투에 잠시 눈을 크게 떴지만,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은 원래 남녀 차별 없이 이런 말투였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연기가 무너진 건 아닌 모양이다.

그 증거로, 히지카타를 바라보는 긴토키의 눈동자는 평소의 나른함의 그림자도 없을 정도로 진지해서. 안심시키듯 미소를 짓던 입가는, 말투에 어울리지 않는, 놀라울 정도로 상냥한 목소리를 낸다.


「너, 나를 어떤 남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해결사 긴 씨는 일단 받아들인 귀찮은 것을 도중에 내팽겨치거나 하지 않는다구. 게다가…」


여기서 일단 말을 끊은 긴토키는, 어깨를 잡고 있던 오른손을 살짝 뺨에 붙이고, 히지카타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며, 매우 부드러운 눈으로 미소 지었다.


「한 번 반한 상대의 그런 얼굴도, 내버려둘 수 없다고.」

「──읏!」


히지카타는 이번에야 말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긴토키 씨…읏!」


감격한 척 하고 긴토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이런, 분명 연기에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붉게 물든 뺨을, 이 남자에게만은 보여줄 수 없었다.



(─이런, 사기꾼이이이이!)


마음 속으로 히지카타는 절규했다.


연기로 저런 눈이, 저런 목소리가, 저런 대사가, 나오다니.

연기에 능숙하다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다. 남자에게, 게다가 연기라고 알고 있는 히지카타조차 이런 기분이 되니까. 평범한 여자라면 십중팔구 함락된다. 틀림없다.


(인기 없다던가 틀림없이 거짓말이지 이 녀석…)


열이 오른 뺨과 미친 듯이 춤추는 심장 때문에 눈물마저 차올라서, 히지카타는 꾹 하고, 긴토키의 가슴 옷깃을 꽉 쥐었다.





(…갔나.)


다락방에서 기척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긴토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히지카타를 끌어안고 있는 것도 슬슬 한계에 가까웠던 것이다.


…라고 할까 한계라니 뭐야.


긴토키는 자신의 사고에 쩌억 굳어졌다.


…기분 나쁨에 견딜 수가 없다라는 뜻은 아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다른 것이다.

그럼 뭐가 한계에 달한 것인가 하면.

가장 가까운 말은, 이성, 이다.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그런 바보 같은, 긴토키는 마음속으로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확실히, 젖은 눈동자에 떨리는 입술, 물든 뺨…이젠 뭐 이 녀석 배우로 먹고 살 수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생생한 히지카타의 연기에, 무의식적으로 두근거리고 만 것은 인정한다. 인정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를 가슴에 끌어안고 「이성이 한계」라니 그건 아무리 그래도!


(이이이이있을 수 없지! 있을 수 없다고! 그건 그거다 조금 연기에 열이 들어가버려서! 그걸 질질 끌고 있었을 뿐으로!)


쿵쿵 울리고 있는 심장 소리를 히지카타에게 들킬 수는 없다며, 긴토키는 몸을 뒤로 물러서려 했다.

그러나 히지카타의 손은 긴토키의 옷깃을 잡고는 놓지 않고, 얼굴은 앞가슴에 파묻은 채.


(아, 에?)


긴토키는 초조해서 주위의 낌새를 살폈다.


「…어이, 아직 있는 거야? 나, 기척 느껴지지 않는데…」


아무리 해도 감시자의 기척을 느끼지 못 하는 것에 눈살을 찌푸리고, 히지카타의 귓가에 살짝 속삭인다.

그러자 히지카타는 움찔하고 떨더니, 고개를 숙인 채 뒤로 물러서며 몸을 뗐다.

곧바로 긴토키에게 등을 돌리고, 도망치듯 앉은 채로 떨어졌다.


「……어이.」


그건 좀 너무 하지 않아?, 하고 말하려 했지만, 또 「뭐가 너무한 거야」라고 자문해버린 긴토키는 입을 다문다.

히지카타는 머리끈을 살그머니 풀어 옆모습을 숨기듯 머리를 내리고, 저쪽을 바라본 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잘 된 모양이네.」

「아? 어, 응.」

「집 안까지 파파라치가 올 줄은 몰랐다고. 아이들에게도 말 하지 않으면.」

「그렇네.」


완전히 일 모드인 히지카타에, 능숙하네라는 것으로, 한숨을 한 번.

긴토키도 노력하고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이어지는 말에 움찔 뺨이 굳어졌다.


「…것보다, 안경 늦지 않냐…?」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신파치가 돌아오지 않았다. 차를 내릴 뿐이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좀 전까지는 감시자의 기척과 히지카타의 연기에 지나치게 집중하여 눈치채지 못 했지만…


재차 기척을 탐지하고, 닫힌 문 저 편에 낯익은 기척이 둘 있는 것에, 긴토키는 무심코 머리를 싸맸다.




문 너머에서는.


「러브러브구나 해~」

「……그렇네…」


문에 딱 붙어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카구라 옆에서, 신파치가 새빨간 얼굴로 무릎을 껴안는 자세를 하고.

이미 상당히 미지근해진 차를, 호로록하고 마시고 있었다.



제6훈 드라마의 등장인물이란 건 현실에 있어도 아마 반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상당히 주도면밀한 역할 연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해결사의 안방에서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면서, 히지카타는 반대쪽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희미하게 물소리가 들려온다. 그 벽의 너머는 목욕탕이다.

역시 날림공사구만. 히지카타는 연기를 내뿜으며 피식 웃었다.


문을 사이에 둔 옆방에서는 TV 소리.

드라마의 BGM과 이야기를 나누는 남녀의 목소리가, 묘하게 귓가를 맴돌았다.

아이들이 저녁 식사 후에 보기 시작한 그것을 히지카타는 아무리 해도 볼 마음이 들지 않아, 혼자 방에 틀어 박혔던 것이다.


히지카타는, 드라마를 보는 것은 의외로 좋아하는 편이다. 신경 쓰이는 게 있으면 녹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위 「연애 드라마」라는 것은 그다지 좋아할 수는 없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그 드라마에서도, 젊은 남녀가 우유부단과 방약무인을 교대로 발휘하며 상대를 휘두르고 있다.


(…저런 남자의 어디가 좋은 건지.)


새어 들어오는 여배우의 울음 소리를 들으면서, 히지카타는 눈을 감았다.

히지카타의 눈에는 주역의 남자는 그냥 잘생긴 남자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그것이 세상에서 멋있다고 떠들어 대는 것이니까, 역시 사랑(恋)이나 사랑(愛)이라는 건 시시하다고 히지카타는 비꼬는 웃음을 흘렸다.

정말로 좋은 남자란 건, 저런 것이 아닐 것이다.


진정으로 사람을 끄는 매력이란 건 용모같은 게 아니라, 마음, 영혼에 있는 것이다.

용모보다 언행에 매력이 있어야 「좋은 남자」다.

그것은 예를 들자면, 곤도 처럼. 혹은…


「…………칫.」


살짝 눈을 뜨고 물소리가 들리는 벽을 바라보고 말았던 것에, 히지카타는 혀를 찼다.

그 벽 너머에 있는 것은, 이 해결사의 주인인 남자다.

오늘은 밤중에 조사하러 갈 예정은 없다는 것으로, 긴토키는 오랜만에 첫 번째로 목욕탕에 들어가 있었다.



요 몇 주간.

긴토키는 어이없을 정도로 능숙하게 의뢰를 완료하고 있었다.

극비 수사와, 그리고…연인의 연기, 를.



히지카타는 담배를 손가락 끝에 끼운 채 손바닥으로 이마를 덮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토시에」로써 접한 긴토키는, 그렇다고 인정하는 것은 매우 화가나는 것이긴 하지만, 확실히 「좋은 남자」였다.

그야말로, 서툰 드라마의 주역 따위보다, 훨씬.


히지카타는 다시 혀를 차고, 험악한 눈으로 벽을 노려보았다.

이런 걸 그 남자에게서 느껴버리는 게,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멋진 남자, 라고.

깨달아버린 것이다.


가능하면 깨닫고 싶지 않았다고 히지카타는 미간을 눌렀다.






오늘 낮.

야마자키와 연락한 정보를 교환하고 돌아가는 길, 히지카타는 옆을 걷는 긴토키의 옆모습을 훔쳐 보고 있었다.

여전히 나른해 보이는 눈. 의욕 없는 듯한 걸음걸이.

하지만.


히지카타는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기는 척을 하며, 조금 발걸음을 재촉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 가며 힐끗 옆을 엿보니, 긴토키는 여전히 변함 없는 표정으로 딱 옆에 있다.


「………」


이런 것이다.

히지카타는 확 눈살을 찌푸렸다.


이 남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며 이쪽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느낀 것은, 불과 며칠 전이다.

여성용 옷을 입은 지금의 히지카타는, 긴토키보다도 확실히 보폭이 작다. 그러나 나란히 걷게 된 이 몇 주간, 뒤쳐질 뻔 했다는 기억은 전혀 없었다.

긴토키가 의식하고 천천히 걷고 있는 거다, 라고, 본래라면 바로 눈치채야 마땅했다. 하지만 긴토키의 걸음 걸이는 평소처럼 터벅터벅 걷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아서, 그래서 알아채는 것이 늦어버렸던 것이다.


발걸음을 맞춰주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히지카타가 며칠 간 주의해서 관찰해 보면, 긴토키는 꽤나 「토시에」에게 상냥했다.


예를 들면, 지금.

생각에 잠기고 있는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전혀 말을 걸지 않는다.

평소 이것저것 쓸데없는 싸움을 걸어오는 것과 관계없이 말이다.

회화에 질렸다라고 말하는 듯, 입을 다물고 감시자의 눈에 신경을 쓴다.

…아마, 히지카타가 사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라는 배려겠지.


히지카타는 살짝 한숨을 내뱉고, 괜히 화풀이 하듯 긴토키의 옆모습을 노려봤다.

그리고 곧 바로 자신의 발밑으로 눈을 돌린다. 너무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면, 이 남자에게 곧장 들키기 때문이다.


시선을 떨군 채 걷고 있으니, 갑자기 오른쪽 어깨에 손이 둘러지고 휙 끌어당겨졌다.

무심코 왼쪽으로 비틀거리던 히지카타의 바로 오른쪽을, 한 대의 오토바이가 달려간다. 법정 속도 위반이다.

저 자식, 체포 해줄까.

달려가는 오토바이의 뒷모습을 째려보다 힐끔 시선을 올리자, 긴토키는 비틀거린 히지카타를 몸으로 받아든 채로, 빙긋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대단한 역할 연구다.


히지카타가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한숨을 뱉으니, 긴토키는 웃는 얼굴인 채로 꿈틀 관자놀이 부분을 경련 시켰다.


「어이어─이, 도와줬으니까 감사 정도는 해줘도 괜찮지 않아? 것보다 적어도 『고마워 긴토키 씨v』같은 연기라도 하라고. 직무 태만입니까 요 녀석아─.」


은혜라도 배푸는 듯한 긴토키의 대사에, 히지카타의 이마에 빠직 핏대가 선다. 이런 말을 하니까 감사 할 마음이 들지 않는 거다.


「누가 감사따위 말하겠냐. 그 정돈 네놈에게 도움 받지 않아도 피할 수 있다고.」

「실컷 멍하니 있었던 주제에 무슨 소리야? 너 그거 누가 봐도 명백한 억지니까. 팔씨름으로 여자에게 져놓고 『적당히 봐준 거야.』라고 말하는 중학생 남자 수준이니까.」

「뭐야 그 미묘한 비유! 네놈의 중학 시절과 동일시하지 마!」

「누가 내 실제 경험이라고 말했냐아아! 그런 추억이 있는 것은 오히려 네놈이잖아!」

「이 자식이…!」


히지카타는 대답하려던 입을 다물었다. 근처에서 인기척을 느낀 것이다.

비록 감시자가 아닌 일반 통행인이라도, 이 모습으로 고함치고 있는 것을 들어버리는 것은 위험하다. 히지카타는 한 번 아래를 향해 입 안에서 혀를 차고 나서, 「토시에」의 표정을 다시 만들어 얼굴을 들었다.


「죄송해요, 고마워요 긴토키 씨.」


살짝 미소 지으며, 목소리도 가성으로 바꾼다.

오른쪽 어깨에 둘러진 채인 긴토키의 손이 떨어지지 않게 바짝 달라붙고, 왼손으로 긴토키의 키나가시의 부분을 살며시 잡았다.


「…잠시 이대로 걸어도, 괜찮을까요?」


고개를 숙인 얼굴에서 시선만 들어 올리며 묻자, 긴토키의 몸이 한 순간 굳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가 굳어질 정도로 기분 나쁜 건가. 나도 내 스스로가 기분 나쁘다고. 연기하라고 한 것은 네놈이니까 마음껏 후회해라.)


히지카타는 마음 속으로 흥하고 코웃음 쳤다.


지금 같은 긴토키의 반응은 최근 몇 주동안 몇 번이나 경험했다. 자신과 비슷한 체격의 여장남자에게 바짝 붙게 되면 그건 당연한 반응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쪽도 마지 못해 하고 있는 거니까,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조금 화가 난다.

거기서 히지카타는, 최근에는 반대로 일부러 열띤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냥 좀 익숙해져라」라는 무언의 압박이 반, 나머지 반은 괴롭힘이다.


「아─…물론. 상관없다고?」


상냥하게 말하며 어깨를 고쳐 안는 긴토키에게 기쁜 듯 미소 지어보이자, 긴토키의 손이 움찔 떨린다.

오른쪽 어깨로 그것을 감지한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어깻죽지에 살짝 이마를 맞대고 표정을 숨겼다.


반쯤 괴롭힘 목적으로 연기를 상승시켜 두고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최근의 긴토키는 반응이 너무 과잉스러운 거 아닌가.

「그녀에게 보조를 맞춘다」같은 세세한 역할이 가능할 만큼 요령이 좋다면, 히지카타의 연기에도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익숙해지지 않을 정도로, 싫다는 건가.)


어쩔 수 없으리라. 어쨌든 긴토키와 히지카타는 견원지간이다.

연인사이의 대화 따위, 얼굴이 굳어지는 게 당연한가…라고 자신을 납득시키려던 히지카타는,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닫고 굳어졌다.


그러면, 자신이 아무런 혐오감 없이 긴토키에게 바짝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어째서지.

소름 돋는 자신의 연기에 구역질을 느끼면서도, 긴토키의 팔을 잡는 것 자체에 주저는 없다.

모래를 뿜어내는 것 같은 달콤한 대화에 마음 속으로 얼굴을 찌푸리고 있어도, 어깨에 둘러진 긴토키의 손을 뿌리치고 싶지 않다.


…그것은, 어째서.


「토, 토시에 씨…?」


긴토키의 어깨에 이마가 붙은 채 굳어버린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당황한 듯 말을 건다.

그러나, 새하얘지기 시작한 머리를 필사적으로 회전시키고 있는 히지카타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아아아아아니 기다려. 아냐, 다르잖아. 이건 일이다. 나는 일이니까 딱 단정짓고 있는 거고, 빌어먹을 천연파마와는 업무에 다른 마음가짐이 틀리다고. 단지 그 뿐인 얘기잖아. 그 밖에 뭐가 있다는 거야 특별한 건 없어. 나도 일이 아니었으면 이 자식과 이런 끈적끈적…)


「싫다아, 뜨겁네 두 분.」


(그래, 타인에게 뜨겁다 같은 걸로 여겨지는 건……읏!?)


히지카타는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얼른 몸을 떼어 놓았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눈을 돌려, 상인풍의 옷을 입고 있는 중년의 남자를 보고, 조금 전의 대사는 이 남자의 것이라고 눈치챈다.

그리고 긴토키의 얼굴에 시선을 돌리고, 그 눈에 조금 곤란한 듯한 기색을 알아채고, 팟 고개를 숙였다.

…아마 이걸로, 주위에는 「연인에게 어리광 부리고 있던 것을 남에게 보여 쑥스러워 했다.」라고 보일 것이다.

한 순간이라고는 해도 감시자의 눈을 잊어버린 것에, 히지카타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는 토시에의 외모에 넋을 잃고 보다, 그 행동에 흐뭇함을 느낀 듯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바로 옆에 오토바이가 다녀서 무서웠던 거 아니었어? 안 된다구 형씨, 이런 교통량이 많은 길은 남자가 차도 측을 걷지 않으면. 이런 미인의 애인, 제대로 지켜 주지 않으면. 안 그래 아가씨?」


붙임성 좋은 미소를 향해, 히지카타는 애매한 미소를 돌려주었다. 무서워 했다던가 지켜졌던 건 바라던 게 아니었다만, 여기서 그런 얼굴을 할 수 있을 리도 없다.

「토시에」로서 일반인을 접해야 할 때가, 히지카타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어이어이 아저씨. 내 소중한 애인에게 함부로 말 걸지 말아 줄래? 헌팅이라면 다른 곳에서 해줘.」


히지카타를 감싸기 위해 앞으로 나온 긴토키가 장난스럽게 그렇게 말하자, 아니아니 그럴 생각은, 하고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자신의 오른손에 있는 가게를 가리키며, 이 가게의 주인이야, 괜찮다면 들려 줘, 라며 장사꾼 다운 미소를 보인다.


「뭐야 호객꾼이야?」

「뭐 그런 거지. 어때 형씨, 애인에게 선물로 빗이라도 하나. 우리는 좋은 물건이 가득이라구~」


빗인가. 히지카타는 가게 주인의 손가락 끝을 쫓아 가게에 늘어선 물건에 눈을 돌렸다.

과연, 질 좋은 빗이 늘어서 있다. 아무래도 여기는 전문점인 것 같다.


(가발도 빗는 건가…?)


히지카타는 빗을 바라보며 오른손으로 스르륵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몇 주 동안, 목욕 이외 쭉 착용하고 있는 가발은, 군데군데 꼬이고 있다. 어떻게든 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만, 해결사에 있는 빗이라고 하면 카구라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뿐이다. 가발을 빗기 위해 빌려달라고는 그 소녀에게는 말하기 어렵고, 조금 곤란하던 참이었다.


사 버릴까. 아니 그치만, 여성용 빗 따윈 이 일이 끝나면 쓸모가 없고, 일부러 전문점에서 안 사도 편의점 같은 데에도 있지 않을까. 그야말로 남녀공용 같은 싸고 심플한 것이. 그걸로 됐나. 아, 하지만 그 플라스틱 녀석으로 가발 빗으면 엄청 얽힐 것 같은데. 정전기라든지 일어날 것 같고….


히지카타가 멍하니 생각하고 있자, 그 시선을 쫓던 가게 주인이 빠르게 말을 걸었다.


「오! 아가씨 그것이 마음에 들었나? 보는 눈이 있는 걸. 그 회양목 빗은 최고야. 긴 머리도 얽히지 않고 부드럽게 빗어지고, 정리한 머리카락에 비녀 대신 꽂아서 쓸 수 있으니까.」

「에, 아, 아니…」


황급히 가로막듯 손을 올리지만, 가게 주인은 판매를 그만두려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장발 미인의 토시에를 절호의 손님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이것저것 토시에의 외모를 칭찬하며 빗을 권했다.

아마 가게 주인의 말은 지금에 한해서는 빈 말이 아니겠지만, 히지카타에게 있어서는 미인이다 뭐다 하는 말은 기쁜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다지 듣고 싶지 않은 말이 많아서, 히지카타는 약간 관자놀이 부근을 경련시켰다.


「아가씨의 요염하고 우아한 여성에게 딱 맞는, 소극적이고 품위 있는 장식이…」

「아─이제 됐다고 아저씨! 시끄럽다고! 설명이 장황해!」


히지카타가 조심스러운 미소 아래로 초조해함을 감지했는지, 긴토키가 가게 주인의 손에서 확 빗을 빼앗았다.


붙임성도 상품도 좋은데, 상대가 나빴구만 하고 히지카타는 내심 쓴 웃음을 짓는다.

이쪽도 빗은 조금 원했지만, 뭐 편의점에서 사는 걸로 하지. 서로 사이가 나빴구만…

 

그렇게 생각하며 가게를 뒤로 하려고 했지만.


「장황하게 말 하지 말고 얼른 포장하라고. 얼마랬지?」

「에?」


긴토키가 빼앗은 빗을 그렇게 말하며 주인에게 넘긴 것에, 히지카타는 어안이 벙벙했다. 제대로 가성으로 반문할 수 있었던 것을 칭찬하고 싶을 정도다. 게다가 주인에게 가격을 들은 긴토키가 다소 깎고도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지불해서, 히지카타는 한층 더 놀라서 긴토키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조금 전 자신이 가발에 손을 댄 것을 본 걸까? 그걸로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간파했다던가?

그래서, 사 주겠다는, 것인가? 이 녀석이, 나를 위해서?

그런 바보 같은.


멍하니 있는 히지카타의 눈 앞에서, 종이 봉지에 싸인 빗이 긴토키에게 전달 됐다.

그 봉투가, 그대로 휙 히지카타에게 떠밀려졌으므로, 히지카타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에, 잠…」


의문스럽다는 듯 긴토키의 얼굴을 보면, 「연인」의 얼굴로 생긋 미소 짓는다.

「상냥한 남자친구라 행복하겠네.」라는 가게 주인의 말에, 히지카타는 영문을 모르는 채로, 반쯤 순수하게 뺨을 붉혔다.


빗 가게에서 돌아오는 길을 걸으며,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옆모습을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감사를 말해야 할까. 가난뱅이 주제에, 상당한 가격인 것을 사 준 것에 대해서?

아니면, 제대로 이유를 물어봐야 할까. 왜 네놈이 날 위해, 라고.


「…어이, 해결사…저기…」


히지카타가 주저하면서 입을 열자, 긴토키는 신이 난 얼굴을 히지카타에게 향하고, 빗 봉투를 가리키며 가볍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 너 알고 있냐? 그 가게의 빗 엄청나다나 봐. 천연 파마도 스르륵 빗어져 얽히지 않는다는 선전 문구 쓰더라고? 실은 전부터 신경 쓰였는데, 비싸서 좀처럼 살 수가 없어서 말이지이. 아니 엄청나네 진짜. 영수증 주면 경비로 나가는 거지?」

「네놈이 쓰는 거냐아아아!」


히지카타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 쳤다.


역시, 히지카타를 위해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긴토키 자신을 위해. 게다가 경비는 이쪽 부담.

그렇다. 이 녀석은 이런 남자였다. 히지카타는 몇 초전 자신의 무름에 현기증마저 들었다.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친 히지카타에, 긴토키가 즉각 외쳤다.


「내가 빗 사용하는 게 뭐가 나쁘냐아아! 그거 놀리는 거냐? 나는 빗 따위 쓰지 않아도 찰랑찰랑하거든이라는 놀림이냐!? 손가락 빗질로 착 스트레이트입니까 요 녀석아─! 뭐야 그거 손가락 끝에서 마요네즈라도 나오는 거 아냐─!?」


그 대사에, 히지카타의 어딘가가 빠직 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졌다.


「나오겠냐아아아! 그런 기적의 능력이 있으면 머리 세트 보다는 식사 때에 활용한다!」

「잠깐 이 사람 기분 나쁜데요! 자신의 몸에서 나온 걸 먹으려고 하고 있는데요! 네놈 그건 젖소가 우유를 먹는 거라고!」

「송아지는 우유로 자라니까 전혀 이상하지 않잖냐! 오히려 완벽한 자급자족 시스템이잖아 배워라 가난뱅이!」

「부모 소가 자신의 젖 마셔버리면 이상하잖냐! 그건 비유하자면 당뇨의 인간이 달콤하다고 자신의 소변을…」

「마요네즈를 배설물 취급 하지 말라고오오오!!!」






결국.

그 후, 작은 목소리로 끝없이 다투면서 해결사로 돌아와버렸다.

회양목 빗은, 이 안방의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져 있다.

히지카타는 책상에 팔꿈치를 붙이고 담배를 입에 물며, 그 빗을 지긋이 노려보고 있었다.


…긴토키는 이것을, 정말로 스스로 쓸 용도로 산 걸까.

이제서야, 히지카타는 다시 그것을 의문스럽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역시 그건 토시에를, 히지카타를 위해서 산 것이었으며, 이 후의 대화는 그것을 속이기 위한 것에 불과했던 건 아닐까.


지나친 생각일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한다. 긴토키가 그렇게까지 히지카타에게 친절할 리가 없다, 고.

하지만 그 한 편으로, 의혹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건 왜냐하면.


히지카타는 눈을 감고, 낮의 긴토키의 언동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주도면밀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보조를 맞추는 것도, 고민 중에 말을 걸지 않는 것도, 전부.

「연인 같은 취급을 해라」라는 의뢰를 했기 때문에,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써주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다르다.


그 가게의 주인에게 듣고 깨달았지만, 긴토키는 이 몇 주간, 일부러 차도 측을 걷는다는 것은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가 아니라, 「하지 않았다」다.

생각해보면.

단차에서 손을 내미는, 이라던가. 이쪽의 짐들을 들어준다, 던가.

그런 「연약한 여자」라는 취급을 긴토키는 일절 하지 않았다.

히지카타가 긴토키에게 「여자 취급」을 받고 있다고, 느낀 것은, 가성으로 나눈 흔한 대화 속에서만.

그건, 아마도.


긴토키가, 그런 배려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히지카타가 「여자 취급 받고 있다」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발걸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맞추고 있던 것은, 여장하고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답답함을 히지카타가 느끼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감싸준 뒤에 열받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보호된 히지카타가 감사를 말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것이다.

남 앞에서 연인 사이의 연기를 한 다음 쓸데없는 싸움을 걸어 오는 건, 여자 취급 받은 히지카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연일 여장하고, 다른 곳에서 숙박하고, 본의 아니게 연기를 하고,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런 생활을 며칠이나 계속하고 있는 히지카타가, 줄곧 자신의 페이스를 무너뜨리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것은.



히지카타는 책상 위의 재떨이를 끌어당기며, 툭하고 담뱃재를 떨어뜨렸다.

그러고 보니, 이 재떨이도 어느새 이 방에 있구나. 그렇게 생각해내고, 한 순간 뜬 눈을 곧바로 가늘게 뜬다.


이 해결사의 멤버들은 누구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응접실에도 없는 안쪽 방에 상비된 재떨이.

「무엇 때문에」라고 말할 정도로, 히지카타는 바보가 아니다.



그것도, 이것도.

「토시에」가 아니라, 「히지카타」에 대한 배려다.



이래서야 회양목 빗이 히지카타를 위한 것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히지카타는 왠지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되어 머리를 싸맸다.


알고 싶지 않았다.

아니, 긴토키가 깨닫지 못 하게 했던 것에 자신이 감쪽같이 속아버린 채, 라고 하는 것도, 아주 대단한 패배감이 있어서 싫지만.

그러나 깨달아버린 것에서.


어쩌자는 거냐.


사카타 긴토키라는 남자가, 실은 터무니 없이 「좋은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상냥함이, 평소 사이가 나쁜 자신에게도 차별 없이 향하고 있다는 걸 알고.

…그 배려가, 마음에 깊게 스며들어버리고 있는 자신도, 깨달아버렸는데.


「………어쩌라는 거야…」


히지카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라고.


「뭐가?」

「으와아아아아!?」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히지카타는 무심코 코함을 질렀다.

당황해 뒤를 돌아보면, 잠옷을 입고 목에 타월을 걸친 긴토키가 뒤로 젖히고 있었다. 히지카타의 큰 소리에 되려 놀란 모양이다.


「뭐, 뭐야 깜짝 놀라게 하지 마 요 녀석아─.」

「이쪽이 할 말이다아아! 갑자기 등 뒤에 서 있지 마!」

「하? 뭔 소리야 너? 별로 나 기척이라던가 지우지 않았잖냐.」


마음 속으로 신기하다는 듯 들으며 히지카타는 말을 잃었다.


기척을 지우지 않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기 전까지 전혀 알아채지 못 한 자신은, 얼마나 방심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읏.」


화악, 히지카타의 뺨에 붉은 빛이 달렸다.


이 몇 주간, 생각하는 것은 많았지만, 주위의 낌새를 깨닫지 못 할 정도로 사고에 몰두한 적은 거의 없다. 어쨌든 변장하고 감시 당하는 입장이다. 마음이 헤이해질 것은 아니다. 이 해결사의 집 안에 있을 때에도, 항상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긴토키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 했다는 것은.


주위의 경계가 소홀해질 정도로, 긴토키에 대한 사고에 깊이 빠져있었다고, 하는 건가.

아니면, 경계하는 대상이 안 될 정도로, 긴토키의 기척에 익숙해져 마음을 열고 있었다고, 하는 건가.

…어느 쪽이든 너무하다.


수치에 얼굴이 빨개진 히지카타를 보고, 긴토키는 눈을 크게 떴다.


「에, 뭐, 뭐야 너, 잠깐, 무슨 일이야 어이.」

「윽, 아무것도 아냐…」

「아니아니아니,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잖아 그건. 확실히 뭔가 있다는 얼굴이잖아.」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냐. 죽인다.」

「거기서 적반하장!? 우와 싫네─어이. 평소 이 녀석의 아래에서 일 하고 있는 부하의 고생이 그려지는 구만.」

「아아?」


찌릿 눈빛을 날카롭게 뜬 히지카타를, 긴토키는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어 제지했다. 싸움을 시작할 생각은 없는 듯 하다.


「알았어 알았어. 이제 됐으니까 너 빨리 목욕이나 하고 와라. 드라마 아직 안 끝났으니까 이 틈에.」

「……아아, 그렇군.」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조악한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으나,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일어섰다.

확실히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드라마 시청을 끝낸 아이들과 목욕 시간이 겹쳐져 어수선하게 길어진다. 식은 목욕물을 다시 데우는 처지가 되면, 가스 요금이 아깝다고 그 소년이 걱정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뿐만이 아니다. 히지카타는 아이들보다 먼저 목욕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었다.


「아─맞다맞다, 변태 카메라라면 망가뜨려 뒀다고. 정말이지, 우리는 사내놈들과 아이밖에 없는데 뭐가 즐거운 건지.」


뜻밖의 긴토키의 말에 히지카타는 튕기듯 얼굴을 돌렸다. 긴토키의 손에는 소형의 장치가 올려져 있다. 착각할 것 없는 감시 카메라다. 상당히 고성능인 물건일 테지만, 렌즈 부분이 깨지고 있다.


「………」


히지카타는 멍하니 긴토키를 쳐다봤다.

감시 카메라가 있었던 것에는 놀라지 않는다. 적이 언제 잠입한 건지는 모르지만, 요즘 가끔 그런 종류의 것이 발견 되고 있었던 것이다. 해결사에서 살게 된 이후로 매일, 히지카타는 외출에서 돌아올 때마다 집안을 체크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목욕탕은, 들어가기 전에 엄중하게 확인하기로 하고 있었다. 어쨌든 옷을 벗고 가발도 빼는 거니까, 무심코 카메라에 비쳐 버리고 만다면 큰일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눈치 채지 못하고 입욕 모습이 찍히게 되는 것은 딱하다. 히지카타가 가능한 먼저 목욕을 하려는 건 그런 이유였다.

오늘 긴토키가 먼저 들어간 것은, 오랜만에 새벽 조사를 하지 않게 된 긴토키가, 말릴 틈도 없이 들어가버렸기 때문이다. 뭐 긴토키라면 비록 카메라가 있어도 어설픈 결점은 내지 않으리라고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설마 카메라를 발견해 떼어 낼 줄이야.

…정말, 이 녀석은 뭐 하는 놈이냐.


히지카타의 당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긴토키는 손 안에서 기계를 만지작 거리며 중얼거렸다.


「뭐야? 카구라가 목적인가? 지금 유행하는 로리콘이라는 녀석인가?」

「……별로 유행하지 않고, 녀석들의 목적은 오히려 나잖아.」

「어이어─이, 여기에 나르시스트가 있어요─. 정말이지 이러니까 좀 얼굴 좋은 녀석은 자의식 과잉으로 곤란하네.」

「뭣! 누가…읏.」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며 바보 취급하는 것처럼 여겨져 눈썹을 끌어 올린 히지카타는, 그대로 시비를 걸다 문득 멈췄다.

긴토키가 특히 걸어온 시비는, 때로는 그의 알기 어려운 걱정이 숨겨져 있는 거라고. 조금 전 깨달은 바 있다.

…지금의 것도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해결사에 설치된 몰래 카메라. 그것들의 타겟은 아무리 생각해도 「토시에」인데, 그것을 히지카타에게 전부 말하지 않고 부정한 긴토키.

그건, 즉.


「신경쓰지 마」라고 말하는 것이다. 분명. 히지카타가 해결사에서 지냄으로써 그들에게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을.


히지카타가 사과하지 않도록, 감사도 하지 않도록, 일부러 시비 거는 듯한 말투를 하고.


「…~읏」


마음 속이 술렁거린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히지카타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런 배려하는 방법은, 이 외엔 모른다.


「뭐야. 무슨 일 있어?」

「…아무 것도 아냐…목욕, 다녀 오지.」


의심스럽게 물어오는 긴토키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히지카타는 고개를 숙인 채 발길을 돌렸다. 긴토키가 깊게 추궁하지 않으려는 것을 다행히, 성큼성큼 걸어 문을 연다.

거실에서는 가경에 들어간 모양인 드라마가 몹시 극적인 음악을 연주하고 있고, 히지카타의 머리를 쓸데없이 빙글 흔들었다.




방을 나서며 어깨 너머로 돌아보니, 긴토키는 책상 위의 빗에는 눈길 조차 주지 않고 손으로 머리를 빗고 있다.

역시 그거 쓰지 않잖냐 네놈, 하고 소리 내지 않고 중얼거린 히지카타는, 아무래도 참을 수 없어 재빨리 욕실로 향했다.

아!!!!!!패턴 식질 극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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